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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4화

손연지가 짧게 대꾸하자 강하리는 할 말을 잃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어젯밤에 또 술 많이 마셨어?”

“아니, 제정신이었어.”

강하리가 멈칫했다.

“근데 왜 또 노민우랑 잤어, 소 교수님은 어쩌고?”

손연지는 잠시 침묵했다.

“하리야, 내가 잘못 생각했나 봐. 난 소영준이 그래도 나한테 조금은 호감이 있는 줄 알았어.”

강하리는 당황했다.

“무슨 일 있었어?”

손연지는 다소 멍한 표정으로 길가의 작은 돌멩이를 내려다보았다.

소영준은 작년에 그녀가 일하는 병원에 왔고 당시 강하리가 유산을 겪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는데 그녀가 진료기록을 멋대로 바꾼 것에 대해 구승훈은 따지고 들지 않았지만 결국엔 누군가에 의해 그 일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당시 해고 위기에 처했던 그녀는 소영준이 나서서 그녀의 편을 들어준 덕분에 계속 병원에 남을 수 있었다.

그 후에도 소영준은 여러 번 그녀를 도와줬고 왠지 모르게 그녀가 필요할 때마다 항상 소영준이 눈앞에 나타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줄곧 소영준이 자신에게 마음이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할 때쯤 그가 연수 신청까지 도와주자 의심은 확신으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적어도 어젯밤 전까지는 말이다.

데이트라고 해서 나갔는데 방 안에는 남자들이 한 무리 있었고 그들 옆에는 여자가 한 명씩이 앉아 있었다.

수위를 가리지 않는 농담들이 마구 오갔지만 소영준은 그저 바라만 볼 뿐이었고 그런 그의 모습이 전혀 모르는 사람처럼 보였다.

“괜찮아.”

손연지는 왠지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쪽 일은 끝났어?”

강하리는 얼굴을 찡그렸다.

“정말 괜찮아? 소영준이라는 사람...”

“하리야, 네 말대로 미리 주변에 알아볼 걸 그랬어.”

강하리는 마음이 무거워졌다.

“소영준이 너한테 무슨 짓이라도 했어?”

“아니야, 그 얘기는 네가 돌아와서 하자. 나 가서 쉬고 싶어. 노민우 그 멍청이가 밤새 날 괴롭혔어.”

“...”

원래는 손연지에게 노민우와 앞으로 어떻게 지낼 건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손연지가 얘기하길 꺼린다는 걸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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