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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어게인, 비긴: Chapter 291 - Chapter 300

707 Chapters

제291화

고은서는 민시후가 그녀의 팔을 잡고 호텔 로비로 함께 들어가는 사진을 접수했다.발송인은 원지훈이었다. 이어서 그는 문자까지 보내왔다.[누나, 이 사진을 누나 남편이 본다면 어떨 거 같아요?]송민아의 경고가 먼저일 줄 알았는데 생각 밖으로 원지훈이 앞섰다.고은서는 차갑게 웃고 답장을 보냈다.[그래서 어쩌자는 건데?][누나, 걱정하지 말아요, 난 원래부터 입이 무거운 데다가 또 누나가 은혜 씨의 사촌 언니인데 함부로 터뜨리지 않을 테니깐. 사진을 보내는 의도는 보는 눈도 많은데 드나들 때 특히 조심 좀 하시라고 귀띔 드리는 겁니다.][시간 나면 같이 커피나 한잔해.]원지훈의 속셈을 그녀가 모를 리가 없다. 그는 고은서가 곽승재한테 냉대를 받아 이런 방식으로 보복하는 거로 알고 이참에 돈을 뜯으려 하는 것이다. 그는 그녀가 돈 많고 호락호락 한 여자로만 보였기 때문이다.원지훈이 그녀의 약점을 잡았다고 생각한 모양인데, 차라리 이참에 그를 접근하면 나중에 일이 많이 쉬워질 것 같아서 친한 척했다.[좋아요. 지금은 제가 회사 일로 정신없으니, 며칠 후에 누나에게 연락할게요.]원지훈은 예상한 대로 시원하게 대답했다.원지훈을 대처하고 나서 이내 도아름에게 연락하여 계약서에 관련한 자기의 걱정을 말해주었다. 도아름은 잠깐 생각을 하고 나서 그녀에게 분석해 주었다.“상대방이 진짜 함정을 파려고 한다면, 설령 협의서에 문제가 없더라도 화물접수 등등의 방면에서 명예에 훼손하는 수단은 많고도 많아요.”“물론 품질과 납기를 엄격하게 지키고 도중에 오차가 발생하지 않으면 별문제 없을 거 같은데요.”“너무 걱정하지 말고 좋게 생각해요. 어쨌든 큰 오던데 잘되면 이름도 날리고 돈도 벌 수 있고 좋은 일이지요.”도아름은 괜찮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해 주었다.일이 이렇게 된 이상, 별다른 방법은 없었다.외삼촌은 원래부터 듬직하지 못하기에 하루라도 빨리 믿음직한 부사장감을 물색하여 옆에서 그를 보조해줘야 한다고 생각한 고은서는 이 일을 도아름에게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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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2화

두 사람은 몇 마디 더 주고받고 통화를 끝냈다.전화를 끊고 난 고은서는 눈살을 찌푸렸다.만약 납치사건이 진짜 누군가가 뒤에서 부추긴 거라면 아마도 백유미가 혐의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고은서한테 제일 큰 원한이 있는 사람은 백유미 밖에 없기 때문이었다.하마터면 능욕을 당할 뻔했다고 생각한 그녀는 화가 나서 두 주먹을 발끈 쥐었다.그녀는 받은 이 모든 것들을 하나하나씩 배유미에게 돌려주기로 맹세했다.그녀는 애써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면서 객실에 들어갔다.“은서야, 네가 좋아하는 과일 접시와 과일 샐러드를 만들어봤어, 어서 와서 먹어봐.”성아연이 과일 접시를 내오면서 인사했다.“성아연, 분명히 충고했다, 여기에서 헛수고하지 말라고. 이제는 너의 가식에 넘어갈 내가 아니거든!”그녀가 쌀쌀맞게 말하면서 내쫓았다.“부인하지도 말고 억울한 척도 하지 마.”고은서는 성아연의 연기를 중단시키면서 말했다.“내가 이 정도까지 말한 이상 네가 부린 수작을 다 알아버렸다는 뜻이니 그만 연기하고 꺼져줄래?”그녀의 말을 듣고 있던 성아연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있었다.“고은서! 나한테 고작 옷 몇 벌 사주고, 밥 몇 번 샀다고 유세 떠는 거니? 넌 우리의 우정을 헌 걸레짝 취급하는구나!”“앞으로 네가 시키는 대로만 하고 네가 쓴 돈도 다 돌려주겠다고 했잖아, 근데 무슨 불만이야!”이런 말들은 ‘쓰남어록에’만 있는가 했더니 가식녀들도 쓰네.고은서는 싸늘하게 웃으면서 약 올렸다.“돈은 돌려주면 받겠는데 우정은 관두자. 난 너 같은 가식녀는 딱 질색이니깐.”“너! 그만 나대!”성아연은 끝내 참지 못하고 폭발했다.“너야말로 강을 건너 다리를 헐든 가식녀야! 너네 고씨 가문은 방금 우리 아버지를 통해 계약했는데 벌써 얼굴을 바꾸니깐.”고은서의 말투는 더한층 차가워졌다.“난 너더러 이 다리 놓아달라 한 적 없어. 네가 기어이 이 다리를 놓아주는 척하면서 기회를 노려 또 그것을 무너뜨리려고 하는 건 아니고?” 고은서의 침착한 표정을 보고 성아연은 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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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3화

어제 오전에 그는 화가 나서 전화를 끊었었다. 돌아오면 이혼하겠다면서 그녀에게 후회하지 말라고 경고까지 했다.이 상황에 그가 돌아오기 전까지 그들은 다시 연락할 일이 없을 텐데, 왜 갑자기 전화하는 건지 이해가 안 갔지만,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하지만 전화기 너머는 조용했다.“승재씨?”고은서는 의아한 듯 한 번 더 불렀다.상대방은 여전히 응답하지 않는다.“신호가 없나? 대답하지 않으면 끊는다?”“콜록콜록...”귓가에 곽승재의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은서야, 나 배고파.”뒤이어 곽승재의 쉰 듯한 목소리가 귓속으로 파고들었다.곽승재가 올린 모멘트를 머릿속에 떠올린 그녀는 어이가 없어서 말했다.“배가 고프면 먹을 걸 사러 가야지 왜 나한테 전화하는 건데?”곽승재는 또 연달아 기침을 둬 번 하고 나서 쉰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예전부터 가문 위에서부터 전해 내려온 죽 쑤는 비법이 있는데, 그 비법대로 하면 끓인 죽이 찰지고 걸쭉해서 맛있다고 나한테 자랑했잖아.”‘자랑은 무슨, 그렇다고 알려주는 건데.’ 하지만 반박은 하지 않았다.“그래서?”“그 비방을 좀 전수해달라고, 내가 지금 막 당겨서.”‘내가 따끈따끈하게 쒀서 가져다 바칠 때는 거들떠보지도 않더니, 지금은 왜 비굴하게 굴어?' 그러나 곽승재의 목소리는 허약하고 맥없이 들려오기에 배가 매우 고파서 전화한 것이 분명하다.곽승재는 입이 몹시 까다롭다. 자기가 손수 만들어 먹으려는 정도면 그쪽 음식이 얼마나 그의 입맛에 안 맞는지 알 수가 있다.그녀는 과거의 일로 그와 옴니암니 따지기 싫었다.“알았어, 죽 끓이는 방법을 편집하여 문자로 넣어줄게.”곽승재는 또 침묵을 지키고 있다.고은서는 그가 죽 끓이는 일이 번거로워 하는가 싶어서 말했다.“걱정 마, 아주 쉬워, 손만 있으면 누구나 다 할 수 있어.”“은서야.”그녀가 재차 전화를 끊으려 할 무렵, 그가 또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또 무슨 일 있어?”전화기 건너에서 대답 대신 평소보다 더 무거운 숨소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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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4화

나중에 바빠지면 다시 갈 시간도 없을 것 같으니 집에서 주인혁이 가르쳐준 호신술만 많이 연습하면 된다.호랑이도 제 말을 하면 온다고, 고은서가 훈련관에 도착하기도 전에 주인혁으로부터 음성메시지를 받았다.[누나, 우린 1차 대회를 무사히 통과했고, 또 2차 선발을 진행하여 이미 50위 안에 들었어요.]주인혁의 즐거운 목소리를 들은 그녀도 기뻐했다.[진도를 앞당기길 위해 우린 아직 돌아갈 수 없어요. 곧 50대 30 시합을 진행하게 돼요. 잘 되면 감독님이 우리에게 CF 촬영기회를 주신다고 하셨어요.]주인혁은 계속하여 자신의 기쁨을 그녀와 공유했다.[비록 돈은 안 주지만, 노출 기회만 있다면 다른 광고를 받을 걱정은 안 해도 될 겁니다. 그때 가서 누나의 돈을 갚을 수 있어요.]주인혁의 말에 그녀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그한테 전화를 걸었다.“그러니깐 민혁 씨는 내 빚을 빨리 갚기 위해 이렇게 열심히 돈 벌고 있다는 거예요?”“당연히 아니지요!”주인혁은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난 단지...”말을 얼버무린 주인혁은 아예 화제를 돌려버렸다.“누나, 제작진의 말에 의하면 30강에 오르면 술자리가 마련되는데 친구들을 초대할 수 있다고 해요. 만일 내가 순조롭게 통과되면 누나가 와줄 수 있나요?”“당근 문제없지요.”고은서가 호호 웃으면서 대답했다.평범한 사람이 서서히 스타로 변하는 것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것도 특별한 체험인 것 같았다....다음 날 아침, 고은서가 기지개를 켜면서 일어나 앉아 휴대폰을 보니 부재중 전화 두 통이 들어와 있었는데, 장순이 아줌마와 할머니의 전화였다.엊저녁 자기 전에 마나모드를 눌러서 전화 소리를 듣지 못한 것이었다.그녀는 이내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할머니, 절 찾으셨어요?”할머니는 약간 조급한 어투로 그녀더러 옛 주택으로 다녀오라고 했다.무슨 급한 일이 있나 싶어서 고은서는 바삐 달려갔다.할머니는 그녀를 보자마자 다급히 손을 잡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은서야, 아침에 승재의 비서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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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5화

10여 시간 후, 고은서는 드디어 M 국의 공항에 도착했다.주민기는 할머니한테서 소식을 들었는지 그녀가 짐을 들고 나갔을 때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사모님,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주민기가 예절 바르게 인사했다.“대표님이 호텔에서 쉬고 있는데, 사모님의 스케쥴이 바뀔까 봐 걱정되어 오신다는 얘기를 아직 해드리지 않았습니다.”‘스케쥴은 개뿔, 내가 후회해서 안 올까 봐 걱정되는 거겠지.'“승재씨 지금 어때요? 의사 선생은 만나봤나요?”“아직 열도 나고 기침도 합니다. 약만 드시고 의사는 아직 안 봤습니다.”주민기가 계속해서 말했다.“주요하게 이쪽 날씨는 추운데 대표님께서 옷을 너무 얇게 입은 탓에 감기 걸리셨습니다. 그런데도 쉬지도 않고 일만 하셨어요. 게다가 식사도 한 끼 제대로 하신 적 없지 해서 이렇게 심각해졌습니다.” 자신의 몸이 불편한 걸 알면서도 일밖에 모르니 참말로 모범적이라고 고은서는 속으로 비꼬았다.“대표님은 제 말을 안 들으셔요, 의사 만나러도 안 가시지. 제가 대표님 신체가 견뎌내지 못할까 봐 어쩔 수 없이 어르신님께 전화했습니다.”주민기가 다급히 해석했다.고은서는 웃으면서 아무 말도 안 했다.주민기는 그녀와 곽승재가 곧 이혼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서 그녀한테 직접 전화하기는 좀 그렇고 해서 할머니를 찾은 것이다. 손자를 아끼는 할머니가 반드시 그녀를 찾아올 테니까 말이다. 역시 곽승재의 유력한 조수답게 모든 방면을 면밀하게 안배했다.기사가 운전했고 주민기는 그녀를 대신하여 트렁크를 뒷좌석에 놓았고, 그는 조수석에 앉았다.길에서 주민기가 업무 전화를 몇 통 받았는데, 아마도 곽승재가 병이 나서 일부 업무가 그에게로 돌려진 것 같았다.이 순간, 그녀는 주민기를 이해했다. 그는 지금 곽승재 대신 업무도 처리해야 하고, 시중들기 어려운 상사까지 챙겨야 하니 분신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상황이었으니깐 말이다.몇십 분 후에 드디어 그들은 곽승재가 묵고 있는 호텔에 도착했다.주민기가 그녀의 짐을 들고 함께 엘리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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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6화

허약하고 무기력한 그의 상태를 지켜보던 그녀는 더는 붙는 불에 키질하지 않았다.“불편하면 뭘 하러 일어나, 그냥 누워 있어.”“이리 와서 부축 좀 해주지.”곽승재는 불편한 듯 말했다.고은서는 핑계를 대지 않고 다가가서 곽승재를 부축하여 다시 침대로 돌아가 눕게 했다.침대 옆에 놓여있는 컴퓨터가 켜져 있는 것으로 봐서는 그가 틈틈이 일을 처리하고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목말라.”곽승재가 입을 열었다.고은서는 그가 환자라는 점을 봐서 더운물 받으러 밖으로 나갔다.한데 냉장고에 있는 생수를 제외하곤 뜨거운 물은커녕, 상온의 물도 없었다.그녀는 하는 수 없이 주전자에 물을 받아 끓이러 주방으로 갔다.스위트룸에는 간이 부엌이 딸려 있었지만, 새것처럼 깨끗하여 한눈에 봐도 아무도 건드린 흔적조차 없었다.그러니깐 곽승재가 전에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죽 끓이는 방법을 물었지만, 전혀 하지 않았다는 말이다.뜨거운 물이 다 끓어 오르자 고은서는 곽승재에게 주려고 주전자를 기울여 컵에 따라 놓았다.그녀가 물을 받쳐 들고 방으로 들어가 보니 곽승재가 한창 컴퓨터 앞에서 바삐 일하고 있었다.이에 그녀는 한소리 했다.“일이란 한꺼번에 다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좀 제대로 쉬면 안 돼?”곽승재는 그녀를 힐끗 보고는 하던 일을 계속했다.고은서는 귀찮아 더는 말리지 않고 휴대폰으로 주위의 맛집을 찾아보기 시작했다.‘이왕 온 김에 현지 맛있는 음식은 먹어줘야지.'곽승재는 이것저것 가리는 음식이 많지만, 그녀는 뭐든지 잘 먹는다.“이쪽 음식은 다 맛이 없어 못 먹어, 당신이 직접 만들어 줘.”한창 음식집을 찾고 있는데 곽승재가 그녀에게 요구해왔다.“난 죽이 당겨.”고은서는 고개를 들어 곽승재를 바라보았다. 그는 컴퓨터를 접고 손에 물컵을 든 채 무표정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고은서는 참지 못하고 피식 웃고 말았다.“여봐요, 곽 도련님! 곽 대표님! 저는 할머니께 당신의 상황을 보러 오겠다고 약속했을 뿐, 당신을 시중들러 온 것은 아니거든.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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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7화

워낙 아세아인은 본토인보다 몸체가 작은 데다가 고은서는 또한 동안이어서 금방 제법 잘생기고 자신감이 넘치는 사나이가 다가와서 그녀의 전화번호를 얻으려고 하면서 이쪽에서 학교 다니냐고 물었다.“죄송하지만, 이쪽은 제 아내라서 연락처를 드릴 수가 없습니다.”고은서가 대답하기도 전에 곽승재는 유창하고 정통한 영어로 그 남자가 걸어오는 작업을 막아버렸다.외국인 총각의 이목구비가 입체적이면서 멋있어도 훤칠하고 우뚝한 몸매를 가진 곽승재 앞에서는 오히려 평범해 보이기만 했다.특히 곽승재의 태고 난 귀티는 앞에 서 있는 사람이 쉽게 주눅이 들게 한다.상대방도 더는 집적거리지 않고 ‘sorry’라는 말만 한마디 남기고 가버렸다.곽승재는 긴 팔을 내밀어 거절할 나위도 없이 고은서의 허리를 감쌌다.고은서가 몸부림치려고 하자, 곽승재가 검은 눈동자로 그녀를 지켜보면서 말했다.“당신 또 외간남자한테 작업 걸리고 싶어?”“승재 씨, 당신은 방에서 푹 쉬면 안 되겠어? 왜 계속 날 따라 다니려고 해?” 그녀는 화가 나서 투덜거렸다.그는 그녀의 말을 무시한 채, 그녀를 무지막지하게 감싸안고 밖에 있는 주차장으로 걸어갔다.        프렌치 레스토랑의 분위기는 아주 좋았고, 음식의 맛도 정통이지만, 음식을 만드는 데부터 식탁에 올릴 때까지 시간이 꽤 오래 걸린다.그들이 식사를 끝내고 나니 이미 몇 시간이 지났고 밖은 이미 어두워졌다.고은서는 비행기를 오래 탔고, 또 이렇게 몇 시간 동안 실랑이를 벌이다가 호텔로 들어가는 차에 오르니, 배불리 먹고 마신 그녀는 견디지 못하고 잠들었다.얼마나 지났는지 모르지만, 그녀는 잠결에 자신의 뒤에서 따스한 것이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포근하고 따뜻한 이불이 그녀를 감싸주고 있어, 그녀는 차마 눈을 뜨기 아까울 정도로 편안했다.이어 그녀의 목덜미는 촉촉한 무엇인가에 덮인 듯한 약간 불편한 느낌이 들어 본능적으로 목을 움츠렸다.상대방이 멈추자 목덜미의 불편감이 사라지면서 그녀의 몸은 옮겨져 넓은 품으로 안기였고, 머리는 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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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8화

아픔이 온몸으로 전해지자 고은서는 화가 상투 밑까지 올라왔다.비록 지금 곽승재가 병에 걸렸지만, 그의 힘은 고은서가 감당할 수 없었다.게다가 곽승재는 지금 무슨 충격을 받은 듯 점점 더 거치게 그녀에게 몰두했다. 그녀의 몸은 그에게 꽉 안겨서 뼈마저 부서질 것 같았고, 입술도 그에게 빨려서 얼얼해 나기 시작했다.고은서는 더이상 몸부림을 쳐봤자, 그 어떤 좋은 수도 없을 것 같아 아예 반항을 포기하고 곽승재가 제멋대로 하도록 내버려 두었다.바로 놓아주리라 생각했지만, 곽승재는 일부러 혼내주려는 듯 그녀의 입술은 물론 혀끝까지 거칠게 빨아당기었다. “음!”그녀는 아파서 못 견디는 소리를 내었고, 눈물도 생리통으로 인해 눈가로 흘러내렸다.견디기 힘든 그녀가 두 손을 내밀어 곽승재의 가슴팍을 두드리자, 그는 끝내 그녀의 입술을 놓아주었다.고은서는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예쁜 눈을 동그랗게 치뜨고 그를 노려보았다.곽승재도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뜨겁게 달아오르는 눈으로 그녀를 지켜보면서 쉰 목소리로 물었다.“왜? 아파?”그가 다시 덮치기라도 할까 봐 그녀는 솟구치는 분노를 간신히 참으며 감히 욕도 비난도 못 하고 눈시울을 붉힌 채 쌕쌕 숨을 몰아쉬면서 되물었다.“그럼 안 아파?”“아파하라고 그런 거야.”곽승재는 손가락으로 그녀 눈가의 눈물 자국을 닦아 주면서 쉰 목소리로 말했다.“그러게 왜 고슴도치처럼 사람을 마구 찔러대?”말하면서 그의 손가락은 또다시 감각을 잃은 입술로 옮겨졌고 까만 눈동자는 마치 죽어가는 어린 짐승을 쳐다보듯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마치 그녀가 감히 반항하기라도 하면 당장 그녀를 다시 덮칠 것 같았다.고은서는 어이가 없어 할 말을 잃고 말았다.‘도대체 누가 누굴 막 찌른 건데?’자기가 그녀를 침대로 안고 가서 제멋대로 재미를 보았으면서, 그녀가 경찰에 신고 안 한 거만해도 감지덕지해야 할 판에 도리어 그녀를 탓하다니.고은서는 곽승재를 한 발로 차서 침대 밑으로 떨어뜨리고 싶은 충동을 억지로 참고 얼굴을 한쪽으로 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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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9화

“그럼 어떻게 하면 기분이 좋아지는데?”고은서가 의심스러운 눈길로 그를 쳐다보면서 물었다.곽승재는 그녀의 등을 감싸 안은 손바닥에 한층 더 힘을 주어 조르고, 그녀의 턱에 멎은 손을 그녀의 얼굴로 옮겨서 가볍게 어루만졌다.“한 여자가 남자를 가장 즐겁게 하는 방식은 무엇이라고 생각해?”고은서는 은근히 화가 치밀어 올라 잽싸게 곽승재의 손을 뿌리치면서 소리쳤다.“생각도 하지 마!”지난번에는 그녀가 약에 중독되어 제정신을 잃어서 그런 일이 생긴 거지, 지금, 이 상황에서 그녀는 곽승재와 그런 친밀한 관계를 맺을 리 없었다.그들 사이의 갈등이 깊어질수록 이혼의 어려움은 커질 수밖에 없으니깐.“곽승재, 당신은 그냥 잠시 우리 사이의 일을 처리할 시간상 여유가 없을 뿐이니, 품격 없는 사람처럼 이런 기회조차 이용하여 나한테서 재미 보려고는 하지 마!”곽승재는 그녀의 쌀쌀맞고 거부하는 얼굴을 바라보더니 찬웃음을 지으면서 그녀를 놀려댔다.“난 그냥 당신이 M 국에 머물러 있는 동안, 나한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몇 끼 만들어 달라는 것뿐인데... 그러면 내 몸도 빨리 좋아지고 기분도 좋아질 거 아니야? 그런 당신은 뭘 바라고 있었는데? ”“...”고은서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렇다면 직접 밥 챙겨달라고 말하면 되지, 왜 그런 애매한 행동을 해서 오해하게 하는 말을 하게 만드냐 말이야.’“내가 널 안고 올라오느라 진땀을 뺐는데, 혹시 그런 일까지 바라는 건 아니겠지?”곽승재는 그녀를 곁눈질하며 약 올렸다.“당신은 내가 환자라는 것을 생각해 본 적 있어?” 곽승재는 보라는 듯 헛기침을 몇 번 하고 숨을 헐떡이며 불편함과 허약함을 드러냈다.고은서는 순간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럼 당신이 방금 내가 잠든 사이에 나한테 한 짓은 뭔데!”“그건 아까 네가 계속 내 품속으로 파고드는데, 난들 어떻게 너의 의도를 알 수 있겠어.”곽승재가 쉰 목소리로 그럴 듯 둘러댔다.어쨌든 아까는 그녀가 잠들었으니 그가 제멋대로 꾸며대도 된다.고은서는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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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0화

보아하니 박지연이 잘못 짚은 것이 아니었다. 망할 곽승재가 여태껏 그녀에게서 이득을 취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그녀는 두 번씩이나 소파에서 자던 도중에 다시 침대로 이동되어 잔 적이 있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십중팔구 그의 작품이 분명했다.역시 남자의 몸과 정신은 분리할 수 있다. 분명 그녀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몸을 탐할 수 있으니 말이다.샤워를 끝내고 스킨케어까지 마친 그녀는 미지근한 물과 해열제 두 알을 받쳐 들고 침실로 들어갔다.곽승재는 여전히 조금 전의 자세를 유지한 채 잠들어 있었고 미간은 약간 찌푸려져 있었으며 살짝 마른 입술에는 그녀의 립스틱이 묻어있었다.방금 그에게 협박을 받고 강제로 키스 당한 기억을 떠올린 그녀는 컵 안의 물을 그 얼굴에 확 뿌리고 싶었지만, 꾹 참고 곽승재의 어깨를 흔들어 깨웠다.“어서 일어나 약 먹어.”곽승재는 마지못해 눈을 떴는데 아마도 잠에서 덜 깨어난 것인지, 그녀를 보자 다짜고짜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고은서, 너 나 보러 온 거니?”고은서는 하마터면 손에 든 물을 떨어뜨릴 뻔했다.“당신 왜 이래, 물 쏟을 뻔했잖아!”곽승재는 그녀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흐리멍덩한 말투로 고민했다. “고은서, 넌 왜 자꾸 나만 보면 얼굴이 차가워져? 언제 나한테 한번 웃어 줄래, 응?”그녀는 어안이 벙벙해졌다.저녁 프랑스 요리에는 소량의 술이 곁들여지는 몇 가지 메뉴가 있지만 취할 정도까지는 아니었다.설마 이 정도 열이 나서 사람을 헷갈리게 할 수도 있단 말이야?“은서야, 혹시 그날 밤 내가 너를 아프게 했다고 여태 나를 미워하고 있는 거니? 내가 그렇게 미워? 집을 나갈 만큼?”곽승재는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평소 밑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고, 감정을 읽을 수 없던 검은 눈동자가 지금은 더없이 부드러웠다.“나도 자제하려고 노력할 만큼 했어. 하지만 그때 당신은 너무나도 유연했고 또 고양이처럼 울부짖었어. 그래서...”곽승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당황한 그녀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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