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전에 그는 화가 나서 전화를 끊었었다. 돌아오면 이혼하겠다면서 그녀에게 후회하지 말라고 경고까지 했다.이 상황에 그가 돌아오기 전까지 그들은 다시 연락할 일이 없을 텐데, 왜 갑자기 전화하는 건지 이해가 안 갔지만,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하지만 전화기 너머는 조용했다.“승재씨?”고은서는 의아한 듯 한 번 더 불렀다.상대방은 여전히 응답하지 않는다.“신호가 없나? 대답하지 않으면 끊는다?”“콜록콜록...”귓가에 곽승재의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은서야, 나 배고파.”뒤이어 곽승재의 쉰 듯한 목소리가 귓속으로 파고들었다.곽승재가 올린 모멘트를 머릿속에 떠올린 그녀는 어이가 없어서 말했다.“배가 고프면 먹을 걸 사러 가야지 왜 나한테 전화하는 건데?”곽승재는 또 연달아 기침을 둬 번 하고 나서 쉰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예전부터 가문 위에서부터 전해 내려온 죽 쑤는 비법이 있는데, 그 비법대로 하면 끓인 죽이 찰지고 걸쭉해서 맛있다고 나한테 자랑했잖아.”‘자랑은 무슨, 그렇다고 알려주는 건데.’ 하지만 반박은 하지 않았다.“그래서?”“그 비방을 좀 전수해달라고, 내가 지금 막 당겨서.”‘내가 따끈따끈하게 쒀서 가져다 바칠 때는 거들떠보지도 않더니, 지금은 왜 비굴하게 굴어?' 그러나 곽승재의 목소리는 허약하고 맥없이 들려오기에 배가 매우 고파서 전화한 것이 분명하다.곽승재는 입이 몹시 까다롭다. 자기가 손수 만들어 먹으려는 정도면 그쪽 음식이 얼마나 그의 입맛에 안 맞는지 알 수가 있다.그녀는 과거의 일로 그와 옴니암니 따지기 싫었다.“알았어, 죽 끓이는 방법을 편집하여 문자로 넣어줄게.”곽승재는 또 침묵을 지키고 있다.고은서는 그가 죽 끓이는 일이 번거로워 하는가 싶어서 말했다.“걱정 마, 아주 쉬워, 손만 있으면 누구나 다 할 수 있어.”“은서야.”그녀가 재차 전화를 끊으려 할 무렵, 그가 또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또 무슨 일 있어?”전화기 건너에서 대답 대신 평소보다 더 무거운 숨소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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