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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게인, 비긴의 모든 챕터: 챕터 281 - 챕터 290

457 챕터

제281화

민시후는 장난스러운 어조로 물었다.“정말 곽승재랑 이혼하려고요? 홧김에 하는 말인 줄 알았어요.”민시후가 두 사람의 일에 관심을 보이자 고은서는 어이가 없어서 거들떠보지도 않았다.고은서와 민시후는 차로 1시간 정도 되는 거리에 위치한 T 국 요리 식당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린 고은서가 투덜거렸다.“이럴 거면 T 국에 가서 먹지, 뭐 하러 여기까지 와요?”“그러게요.”민시후는 진지하게 물었다.“여권 가지고 왔으면 바로 T 국으로 가는 비행기 티켓 살 수 있어요.”고은서는 민시후를 흘겨보았다. T 국 요리 식당이 멀기는 했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이국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겨서 기분이 좋았다. 이층으로 올라가니 기이한 꽃과 풀로 가득 찼고 테이블마다 울타리로 둘러싸여 작은 정원에 놀러 온 느낌이었다.주문을 마친 뒤, 민시후는 전화를 받으러 갔고 고은서는 카톡을 확인했다. 곽승재가 답장하지 않아서 전화를 걸자 받지 않았고 화가 난 고은서는 휴대폰을 식탁 위에 내팽개쳤다. 아래층을 내려다보던 고은서는 익숙한 그림자가 눈에 들어왔다. 금빛으로 도배된 차량의 운전석에서 내린 사람은 바로 원지훈이었다. 원지훈은 차 열쇠를 식당 직원한테 건네면서 거만하게 웃었다. 그러고는 여러 사람들과 함께 식당 안으로 들어섰고 여자한테 치근덕거렸다. 고은서는 원지훈을 쳐다보며 피식 웃었다.원지훈이 계약한 휴대폰 프로젝트는 화제성이 높았고 민시후가 일부러 떠벌렸기에 계약서에 사인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문제가 많아서 곧 파산할 것이고 백유미가 투자한 돈을 날리게 되면서 고소할 것이 뻔했다.민시후가 전화를 끊고 자리로 돌아올 때 고은서가 웃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불빛 아래에서 더 빛나는 얼굴과 그 위로 피어난 미소는 영락없이 여우의 모습이었다.“은서 씨, 다른 남자 앞에서 그렇게 웃지 마요.”민시후는 애틋한 눈빛을 하고서 말했다.“웃는 모습을 보는 남자마다 은서 씨한테 반하게 될 테니까요.”고은서는 두 눈을 부릅뜨고 민시후를 쳐다보았다.“민 도련님이 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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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2화

고은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복도로 향했고 전화를 받았다.“곽승재, 오늘 이혼하기로 했으면서 왜 갑자기 출장 간 건지 설명해 봐.”“갑자기 발령받은 거야.”곽승재는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고 고은서가 따져 물었다.“그럼 언제 돌아오는데?”“일이 잘 해결되면 아마 열흘에서 두 주일 정도 될 것 같아.”“두 주일?”고은서가 목청을 높이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고은서를 쳐다보았다. 고은서는 재빨리 목소리를 낮추고는 물었다.“설마 일부러 이혼하지 않으려고 미루는 건 아니지?”곽승재는 하루가 멀다 하게 이혼을 외치는 고은서가 짜증 났다.“고은서, 비행기 열 몇 시간 타고 도착해서 쉬지도 못하고 너한테 바로 전화했어. 나 좀 숨 쉬게 내버려 두면 안 돼?”고은서도 화가 단단히 난 모양이었다.“누가 너더러 아무 말 없이 가라고 했어? 연락이 되지 않아서 숨 못 쉬고 버틴 건 나야!”“이혼하는 걸 몇 날 좀 미뤘다고 숨 못 쉬어?”곽승재는 비수 같은 말로 고은서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그럼 일 년 넘는 시간 동안 숨도 못 쉬고 어떻게 산 거야? 이혼은 어차피 할 거고 출장은 미룰 수 없잖아!”고은서는 화가 나서 되받아치려고 할 때, 민시후가 투덜거렸다.“언제까지 전화하는 거예요? 요리 다 식어요!”“곧 갈게요.”고은서는 눈치를 살피면서 전화를 끊으려 했지만 곽승재가 물었다.“지금 어디야?”고은서가 반문했다.“그게 너랑 무슨 상관인데?”“방금 민시후 목소리 같았는데, 너 또 그 사람이랑 밥 먹으러 갔어?”곽승재의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고은서, 민시후랑 만나는 의도가 도대체 뭐야?”고은서는 물어볼 자격조차 곧 박탈당하게 될 곽승재가 우스워서 일부러 자극했다.“내 의도가 무엇인지 아직도 모르겠어? 민시후는 출신, 얼굴, 몸매 하나라도 빠짐없이 너보다 나아. 몇 번 만나보니 좋은 사람 같아서 너랑 이혼하고 갈아탈 생각이야. 그러니까 빨리 귀국해서 나랑 이혼해. 서로 앞길 막지 말자고!”고은서는 곽승재가 대답하기도 전에 전화를 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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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3화

민시후와 함께 밥을 먹었다면 민시후의 장난에 체할 것 같았다. 민시후가 고른 식당의 음식은 식재료부터 비쌌고 맛은 고급스러웠고 깔끔했다. 고은서는 천천히 음식을 맛보았고 배를 채운 뒤에 결산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려고 했다.실내의 방을 스쳐 지나갈 때, 문이 절반쯤 열린 방 안에서 원지훈이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있었다. 들어올 때는 몇 명 안 되었지만 방에는 이미 열 몇 명이 모여있었고 친구들은 앞다투어 원지훈한테 술을 권하면서 잘 보이려고 애썼다. 고은서는 여자를 품에 안고 술을 마시는 원지훈의 모습을 휴대폰으로 가만히 찍었고 고은혜가 정신을 차리지 못할 때 보여주려고 했다. 밖으로 나간 고은서가 콜택시를 부르려고 하자 몸이 다부진 남자가 걸어오는 것을 발견했다.“사모님, 댁까지 모실게요.”고은서는 사모님이라는 말을 듣고서야 이 남자가 바로 곽승재가 고은서 곁에 붙여준 기사 겸 보디가드 이준이라는 것을 눈치챘다. 하지만 고은서는 혼자 외출했기에 이곳에 나타난 이준이 신기하기만 했다.“대표님이 데리러 오라고 하셨어요.”고은서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것을 본 이준이 대답했다. 곽승재는 고은서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이준을 보낸 것이다. 고은서는 갑자기 일이 있다고 간 민시후가 떠올랐다.‘설마 민시후가 갑자기 간 것도 곽승재 짓은 아니겠지? 아, 그럴 리 없어.’고은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고 여기까지 찾아온 이준을 돌려보낼 수 없기에 곧바로 차에 올라탔다. 예원 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밤 열 시가 되었다. 이미숙이 물을 떠서 건네며 말했다.“사모님, 사모님 방 옆에 있는 객실을 청소했어요. 도련님이 기사 이준 씨를 집에 들이면 사모님이 외출할 때 이준 씨가 동행할 수 있으니 편할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알아서 하세요.”고은서는 덤덤하게 말했고 위층으로 올라가 방으로 들어갔다. 그러고는 커다란 캐리어를 꺼내서 중요한 물건과 옷을 잘 정리해 넣었다. 고은서는 할머니와 한 약속을 지켰기에 이혼하지 않았더라도 예원 별장에서 지낼 이유가 없었다.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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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4화

“네, 곽승재랑 이혼할 건데 여기서 지낼 수는 없죠.”고은서가 미소를 지으면서 제안했다.“아줌마, 제가 새집을 사면 사직하고 저랑 그 집으로 함께 가요.”고은서는 원래 고씨 가문으로 돌아가 외할아버지와 같이 지내려고 했지만 ZY 그룹에 출근해야 하기에 외할아버지 댁에서 지낼 수 없었다. 그래서 회사 근처에 새집을 마련했다. 고은서의 말을 들은 이미숙은 잔뜩 긴장한 채 물었다.“사모님, 이혼이라니 그게 무슨... 도련님과 잘 지내셨던 거 아니에요? 도련님은 사모님이 나가시는 거 아세요?”“제가 직접 말할 거예요.”고은서는 이삿짐센터 직원과 같이 위층으로 올라갔다. 예전에 이미숙과 함께 잘 입지 않는 옷을 기부하거나 팔았고 나머지 옷 중에서 산 지 얼마 안 된 옷과 유독 좋아하는 옷, 그에 맞는 쥬얼리와 가방, 화장품을 캐리어에 넣었다. 하지만 다 넣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캐리어 여러 개를 가득 채웠기에 이삿짐센터에 신청한 것이다.두 직원이 캐리어를 들고 내려갔고 그 뒤를 따라가던 고은서는 만감이 교차했다. 결혼할 때 외할아버지는 고은서가 잘 지내지 못할까 봐 옷, 신발, 이불 그리고 각종 생활용품을 차 두 대에 꽉 채워서 보냈지만 더 주지 못해서 마음 아파했었다.고은서는 곽승재의 돈으로 쥬얼리와 금을 사두었기에 영화 속 여주인공처럼 빈털터리로 내쫓기지는 않았다. 가방을 든 고은서가 아래층으로 내려오자 이미숙은 어찌할 바를 몰라서 발만 동동 굴렀다.“사모님, 도련님이 돌아온 후에 다시 얘기해 보면 안 될까요?”“아줌마, 그동안 저를 보살펴줘서 고마웠어요. 아까 제가 한 제안은 다시 생각해 보고 알려주세요.”말을 마친 고은서는 대문을 나섰고 이삿짐센터 전용 차량에 물건이 꽉 들어찼다. 이 물건들은 잠시 해성시의 어느 한 호텔로 보내질 것이다. 고은서의 외할아버지는 친구가 세상을 뜨는 바람에 슬퍼했기에 괜히 집에 돌아가서 걱정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고은서는 마세라티를 직접 운전해서 호텔로 가려는데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발신자가 곽승재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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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5화

곽승재는 고은서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차갑게 말을 이었다.“두 시간 내로 다시 돌아가. 그렇지 않으면 아까 말한 돈은 못 줘.”고은서는 곽승재의 거만한 태도가 거슬렸고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었다.“안 줘도 돼. 난 돈을 좋아하지만 너랑 부부로 묶여있는 게 조건이라면 절대 안 가질 거야. 나 스스로 벌 수 있으니 굳이 네 돈을 쓰지 않아도 돼.”곽승재는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며칠 전에 있었던 사고를 벌써 잊은 거야?”고은서가 잊을 리 없었다.“서인수는 잡혔으니 다시는 그럴 일 없을 거야. 그리고 사고당할까 봐 무서워서 예원 별장에만 있을 수 없잖아?”“고은서, 내가 돌아올 때까지만... 두 주일 정도만 집에 있어 주면 돼. 돌아가서 다시 얘기하면 안 될까?”곽승재는 한결 부드럽게 말했지만 고은서는 단호했다.“아니, 하루도 그곳에 있기 싫어.”만약 이사하기 전에 이 조건을 들었다면 며칠 동안 집에 있었겠지만 이미 집을 나와서 자유를 만끽하는데 다시 돌아가라면 절대 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곽승재는 냉철하고 똑똑한 상인이라 손해 보는 장사는 절대 하지 않았다. 출장을 마치고 돌아와서 위자료에 대해 말할지, 아니면 고은서더러 정신 손해배상금과 고용인 월급을 내놓으라 할지 모르는 일이다. 고은서는 남의 돈을 욕심내지 않고 스스로 돈을 벌 생각이었다. 고은서가 단호하게 말하자 곽승재는 인내심의 한계를 느꼈다.“그래, 고은서 네 마음대로 해! 내가 귀국하면 그날로 이혼하는 거야. 네가 후회해도 소용없어!”곽승재가 전화를 끊으려고 하자 고은서가 입을 열었다.“잠깐만!”곽승재의 화가 누그러들었지만 말투는 여전히 딱딱했다.“무슨 말이 하고 싶은데!”“아까 한 말 다시 한번 해줄래? 그때 가서 말 바꾸면...”뚝.고은서가 다 말하기도 전에 곽승재가 전화를 끊었고 휴대폰을 사무실 책상에 내리쳤다. 휴대폰 액정이 나갔고 더는 쓸 수 없는 형체가 되었다. 업무 보고를 위해 기다리고 있던 주민기는 수명을 다한 휴대폰이 안쓰러웠다.고은서의 위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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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6화

민시후의 등장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호텔로 드나드는 여자들은 고은서를 힐끔 쳐다보았다. 평범한 옷차림의 여자가 왜 이런 남자 곁에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더니 이내 부러워서 눈을 떼지 못했다.고은서는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민시후의 차에 타기 싫었기에 모르는 사람처럼 스쳐 지나서 밖으로 걸어 나가려 했다. “은서 씨!”민시후가 손을 흔들면서 미소를 지었다.“여기예요!”고은서는 어이가 없었고 차가운 표정을 지은 채 민시후 곁으로 다가가 차에 올라탔다. 민시후는 싱글벙글 웃으면서 차 문을 닫아주었고 운전석에 앉았다. 두 사람이 떠나기 전까지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았다. 이때 고은서가 불쾌한 어조로 물었다.“민 도련님,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에요? 술집에 가는 것뿐인데 왜 이렇게 차려입고 왔어요?”민시후가 반문했다.“이 정도는 입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꾸며도 뭐라고 하네요.”고은서는 한숨을 내쉬었다.“민 도련님, 잘 차려입은 도련님과 같이 가려니까 민망해요. 다음부터 편한 차림으로 오면 안 돼요?”민시후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당연히 안 되죠. 비록 은서 씨는 보는 눈이 없지만 예쁘잖아요. 예쁜 여자를 만나러 가는데 응당 잘 차려입고 멋진 모습을 보여줘야죠.”고은서는 어이가 없었다.“쪽팔리는 것 말고는 하나도 모르겠는데요.”민시후는 고은서를 훑어보더니 말을 이었다.“은서 씨 T예요? 다른 여자들은 남자가 신경 쓴 티가 나면 좋아하던데, 은서 씨는 어쩐지 더 싫어하네요.”고은서는 민시후의 말을 무뚝뚝하게 받아쳤다.“그렇게 생각하시든 말든 마음대로 하세요. 신경 쓸 필요 없으니까요. 그리고 저번에 우리 별로 친하지 않다면서요, 그러니까 굳이 꾸미지 않아도 돼요.”고은서는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며 물었다.“설마 이거 수작 부리는 건가요?”“저는 은서 씨 재능을 높게 사서 직접 보고 싶어서 그런 건데 왜 제 마음을 의심하세요? 제가 일말의 믿음조차 저버린 건가요?”민시후가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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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7화

사람들이 박수치자 고은서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고은서가 테이블로 돌아왔고 민시후는 박수치면서 말했다.“조회수가 높게 나올 만했네요! 원래부터 실력자인 건 알고 있었는데 현장에서 들어보니 더 벅차요.”고은서가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짓고 말했다.“그럼요!”고은서는 드럼 선생님이 특별히 아끼던 제자였다. 이때 민시후가 술잔을 들면서 말했다.“자, 은서 씨를 위해서 건배!”마침 술집 매니저가 고은서한테 칵테일을 만들어 주었다.“고은서 씨 연주 잘 봤어요. 이건 가게 새 메뉴인데 고은서 씨께 드리고 싶어서요.”고은서는 칵테일 잔을 건네받고 말했다.“고마워요.”칵테일은 달콤한 맛이 일품이었고 목 넘김이 부드러워서 알코올 향이 나지 않았다. 칵테일을 마신 뒤, 고은서는 시간을 확인하더니 민시후한테 물었다.“민 도련님, 임무도 완성했고 시간도 늦었는데 이만 가봐도 될까요?”민시후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그럼요, 같이 가요.”민시후는 고은서에게 차 열쇠를 건네면서 말했다.“난 많이 마셨으니 은서 씨가 운전해요.”고은서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기사님을 부르세요, 저는 콜택시를 부를 거니까요.”민시후는 손을 내저으면서 말했다.“은서 씨를 데려온 사람이 저니까 호텔까지 데려다주어야죠. 저는 신사다운 남자잖아요.”고은서는 더 이상 말싸움하기 싫었고 빨리 호텔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에 차 열쇠를 가지고 민시후와 주차장으로 향했다. 호텔 앞에 도착한 뒤, 고은서는 민시후더러 기사를 불러라고 재촉하면서 안전벨트를 풀었다. 그러자 민시후도 안전벨트를 풀면서 미간을 주물렀다.“어지러워서 저도 오늘 여기서 자야겠어요.”고은서는 두 눈을 커다랗게 뜨고 물었다.“민시후 도련님,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에요?”민시후는 고은서를 흘겨보더니 입을 열었다.“오해한 것 같은데, 저는 유부녀한테 관심 없어요.”고은서가 인상을 찌푸린 채 물었다.“요즘 따라 왜 이러는 거죠?”어제 식당에 갈 때부터 어딘가 이상했고 오늘은 지나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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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8화

사진을 확인한 백유미는 하얀 정장 차림을 한 남자가 민시후라는 것을 눈치챘다. 고은서가 민시후한테 기대서 호텔로 들어서는 모습에 적잖이 놀랐다. 민시후는 예쁜 여자라면 사족을 못 쓰지만 원수처럼 싫어했던 곽승재의 아내 고은서와 가까이 지낼 줄 몰랐다. 민시후는 곽승재의 지인들과 말도 섞지 않는 사람이었다.백유미는 예전에 고은서가 민시후의 병문안을 간 모습을 본 적이 있었고 명운과 연관된 일로 합작한 건 알고 있었지만 두 사람이 이 정도로 친밀한 사이가 될 줄 몰랐다.‘고은서가 화가 나서 곽승재한테 복수하려고 일부러 민시후를 유혹한 거야, 아니면 민시후가 고은서를 유혹해서 곽승재의 심기를 건드리려는 거야?’[백유미: 잘했어, 호텔 안으로 들어가지 마. 오늘 지훈 씨는 아무것도 못 본 거야.]백유미가 원지훈한테 문자를 보냈다. 이 사진이 곽승재 손에 들어가게 되면 어떻게 된 일인지 샅샅이 조사할 것이 분명했기에 원지훈이 찍었다는 것을 들켜서는 안 되었다.[원지훈: 걱정하지 마세요, 아무한테도 말 안 해요.]원지훈의 답장을 확인한 백유미는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지금 당장 곽승재한테 사진을 보내지는 않았지만 때가 되면 사진을 보여줄 것이다. 그러면 고은서가 아무리 설명해도 곽승재 마음에 단단히 꽂힌 가시가 되어 떠올릴 때마다 아플 것이다.한편, 호텔 로비로 들어간 민시후는 고은서와 같은 층에 있는 방을 잡았다. 민시후는 고은서를 부축한 채로 고은서의 방까지 들어갔고 문을 닫자마자 고은서는 팔을 뿌리쳤다.“당장 방으로 돌아가세요, 지금 기분이 상당히 나쁘거든요.”민시후는 고은서를 힐끗 쳐다보더니 입을 삐죽 내밀었다.“제가 실수한 것처럼 말하네요. 은서 씨는 유부녀고 저는 솔로거든요? 따지고 보면 제가 더 손해 본 것 같은데요.”고은서를 인상을 찌푸린 채 말했다.“네, 민 도련님 말이 다 맞아요. 위대한 솔로 민 도련님, 연기가 끝났으면 당장 나가주세요.”민시후는 소파에 눕더니 눈을 감고 말했다.“두 시간 뒤에 갈게요.”고은서가 고개를 갸웃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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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9화

고은서는 민시후를 흘겨보면서 말했다.“저의 사적인 일보다는 송민아부터 걱정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오해하게 생겼는데, 만약 포기하지 않고 저부터 치우려고 하면 어떡하죠?”민시후는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은서 씨가 알아서 잘 해결하겠죠.”고은서가 한숨을 내쉬었지만 민시후는 여전히 덤덤했다.“두 시간으로 오늘 밤 혹은 더 많은 날 동안 잠잠해질 텐데, 은서 씨가 조금만 참아요.”고은서가 민시후의 처사 방식이 어떤지 알게 되었다. 민시후는 어디로 튈지 몰라서 무서운 남자였다. “그런데 왜 굳이 두 시간 뒤에 나가는 거예요?”고은서는 질문하고 나서 곰곰이 생각해 보더니 후회했다. 민시후는 피식 웃더니 물었다.“곽승재가 두 시간도 못 하던가요?”“민 도련님, 선 넘지 마세요!”고은서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고 재빨리 안방으로 들어가서 문을 잠갔다. 그러고는 곽승재가 예전에 했던 말이 떠올랐다. 곽승재는 민시후가 겉보기에 단순한 것 같지만 그 모습에 속으면 되레 당할 수 있다면서 경고했었고 고은서는 그 말이 이제야 실감 났다.칵테일을 마셔서인지 술기운이 올라온 고은서는 그대로 침대에 누웠다. 이미 벌어진 일을 돌이킬 수 없었기에 민시후 말대로 곽승재가 빨리 이혼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고은서는 도통 잠에 들지 못해서 인스타를 보다가 곽승재가 올린 게시물을 보게 되었다. 게시물을 한 번도 올린 적 없는 곽승재가 출장한 곳에서 먹은 점심을 찍어 올렸다.[곽승재: 맛없어.]그 밑에는 육현석이 댓글을 달았다.[육현석: 승재 형, 해외로 간 거야? 그런데 밥이 왜 이래, 좀 좋은 식당에 가서 먹어. 형수님이 보면 마음 아파하실 거란 말이야.]입맛에 맞지 않았는지 곽승재가 육현석의 댓글에 대답했다.[곽승재: 그럴 시간 없어.][육현석: 그럼 형수님한테 전화해서 위로해달라고 부탁해 봐. 형한테는 형수님밖에 없잖아.]곽승재라면 육현석의 댓글이 오글거려서 무시할 것이 뻔했기에 고은서는 다른 게시물을 보려고 했다. 그런데 손가락이 미끄러져서 그 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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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0화

고은서의 목소리를 듣고 대답한 건 외할아버지가 아니라 성아연이었다.“은서야, 왔어?”성아연은 절반쯤 깎은 사과를 들고 나왔고 고은서는 눈썹을 치켜세웠다.“네가 왜 여기에 있어?”성아연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할아버지를 뵈러 온 지도 오래되었으니 왔을 뿐이야.”성아연은 고씨 가문 저택에 자주 놀러 왔기에 고준석과 친하게 지냈다. 2년 동안 감감무소식이다가 갑자기 나타난 걸 보면 단순히 고준석을 만나러 온 것이 아닐 것이다.“우리 은서 왔어?”고준석이 걸어 나오면서 말했다.“아연이도 방금 왔단다. 내가 심심할까 봐 시간 내어서 왔다는구나.”고은서는 고준석의 기분이 좋아 보여서 성아연을 내쫓지 않고 함께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고는 오면서 산 간식을 전해주었고 입을 열었다.“외할아버지, 천천히 드세요. 저는 아연이랑 할 얘기가 있어서요.”고은서는 성아연과 함께 정원으로 향했다.“외할아버지를 만나러 온 목적이 무엇인지 당장 말해.”성아연은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말했다.“할아버지가 날 예뻐해 주셨는데 만나러 오면 안 돼? 은서야, 내가 예전에 잘못한 게 있으면 미안해. 계속 반성하고 있고 앞으로 네 말만 들을게. 네가 하자는 대로 할 테니까 화 풀어, 응?”성아연이 화해하고 싶어 했지만 고은서는 여전히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은서야, 난 진심이야. 이번에 국성 삼촌이랑 향신료 계약을 하기 위해서 아빠한테 며칠 동안 빌었거든. 그래서 삼촌이랑 계약하게...”“계약했어?”고은서가 성아연의 말을 끊더니 계속해서 물었다.“언제 계약했는데?”성아연은 계약과 연관된 말을 꺼낼 때마다 예민하게 반응하는 고은서가 이해되지 않았다. 지난번에 처음 계약을 제안할 때도 이런 반응이었다. 성아연은 고은서가 무언가를 눈치챈 줄 알았다.“어제 오후에 계약했어.”성아연이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물었다.“은서야, 무슨 문제라도 있어? 표정이 안 좋은걸.”고은서는 성아연을 무시한 채 위층으로 올라갔고 삼촌 고국성한테 전화를 걸어 향신료 계약에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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