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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1화

작가: 류한나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11 19:00:00
민시후는 장난스러운 어조로 물었다.

“정말 곽승재랑 이혼하려고요? 홧김에 하는 말인 줄 알았어요.”

민시후가 두 사람의 일에 관심을 보이자 고은서는 어이가 없어서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고은서와 민시후는 차로 1시간 정도 되는 거리에 위치한 T 국 요리 식당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린 고은서가 투덜거렸다.

“이럴 거면 T 국에 가서 먹지, 뭐 하러 여기까지 와요?”

“그러게요.”

민시후는 진지하게 물었다.

“여권 가지고 왔으면 바로 T 국으로 가는 비행기 티켓 살 수 있어요.”

고은서는 민시후를 흘겨보았다. T 국 요리 식당이 멀기는 했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이국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겨서 기분이 좋았다. 이층으로 올라가니 기이한 꽃과 풀로 가득 찼고 테이블마다 울타리로 둘러싸여 작은 정원에 놀러 온 느낌이었다.

주문을 마친 뒤, 민시후는 전화를 받으러 갔고 고은서는 카톡을 확인했다. 곽승재가 답장하지 않아서 전화를 걸자 받지 않았고 화가 난 고은서는 휴대폰을 식탁 위에 내팽개쳤다. 아래층을 내려다보던 고은서는 익숙한 그림자가 눈에 들어왔다.

금빛으로 도배된 차량의 운전석에서 내린 사람은 바로 원지훈이었다. 원지훈은 차 열쇠를 식당 직원한테 건네면서 거만하게 웃었다. 그러고는 여러 사람들과 함께 식당 안으로 들어섰고 여자한테 치근덕거렸다. 고은서는 원지훈을 쳐다보며 피식 웃었다.

원지훈이 계약한 휴대폰 프로젝트는 화제성이 높았고 민시후가 일부러 떠벌렸기에 계약서에 사인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문제가 많아서 곧 파산할 것이고 백유미가 투자한 돈을 날리게 되면서 고소할 것이 뻔했다.

민시후가 전화를 끊고 자리로 돌아올 때 고은서가 웃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불빛 아래에서 더 빛나는 얼굴과 그 위로 피어난 미소는 영락없이 여우의 모습이었다.

“은서 씨, 다른 남자 앞에서 그렇게 웃지 마요.”

민시후는 애틋한 눈빛을 하고서 말했다.

“웃는 모습을 보는 남자마다 은서 씨한테 반하게 될 테니까요.”

고은서는 두 눈을 부릅뜨고 민시후를 쳐다보았다.

“민 도련님이 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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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지연의 물음을 들은 고은서는 그녀를 힐끗 째려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럼 물음 바꿔볼게. 깨어났을 때 민시후에 관해 먼저 물어봤잖아. 곽승재는 걱정되지 않았어?”박지연이 또다시 물었다.고은서는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쳤다.‘굳이 피곤하게 걱정할 필요가 있나.’그녀는 자신을 뚫어지라 쳐다보는 박지연을 보며 어쩔 수 없이 입을 열었다.“박지연 씨, 그냥 민시후랑 곽승재 중에서 누가 더 그쪽 마음에 드는지 직설적으로 말씀하시죠.”“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것뿐이야. 아직도 곽승재한테 미련이 남았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그래. 미련 남지 않았다면 민시후랑 사귀어 봐도 괜찮지 않아?”박지연이 헤헤거리며 말했다.“안 돼! 민시후랑 사귀면 안 된다고!”박지연의 말이 끝나자마자 병실 밖에서 육현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이내 그가 병실 문을 열고 걸어 들어왔다.“여긴 어쩐 일이야?”“승재 형이랑 형수님한테 이렇게 큰일이 일어났는데 당연히 보러 와야지. 지연아, 넌 왜 나한테 안 알려줬어. 알려줬으면 같이 왔을 텐데.”“미안, 나도 너무 급해서 미처 생각 못 했어.”비록 박지연이 자신에게 너무 의지하지 않는 게 정상이긴 했지만 육현석은 저도 모르게 약간 속상했다.“형수님, 괜찮아요? 크게 다치진 않았죠?”“계속 형수님이라 부를 거면 나가요. 진짜 형수님은 다른 병실에 있으니까.”고은서가 그를 째려보며 말했다.“그런데 고은서 씨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서먹해 보이잖아요. 게다가 제가 두 살 더 많은데 누나라고 부를 수도 없고. 그렇다고 동생이라고 부르기에는 또 너무 오글거리잖아요. 그럼 그냥 말 놓으면서 은서라고 부를까요?”고은서는 형수님만 아니라면 호칭에 관해 별다른 요구가 없었다.“그냥 형수님만 아니면 돼요.”‘몇 달 전까지만 해도 형수님이라는 호칭에 엄청 집착했는데 이젠 형수님이라고 부르기만 해도 진저리치네. 승재 형은 대체 형수님한테 얼마나 큰 상처를 준 거야.’“은서야, 승재 형 널 진심으로 좋아하고 있어. 그러니까 승재 형한테 한

  • 어게인, 비긴   제656화

    고은서는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너랑 상관없는 일이라고 여러 번이고 말했는데 왜 자꾸 끼어들지 못해서 안달이나 하는 건데? 이번 일을 꾸민 사람이 백유미라는 걸 믿기는 하는 거야? 원지훈을 교사한 사람도 백유미고 T국에 갑자기 나타난 저 사람들도 다 백유미가 안배한 사람들이야. 백유미는 처음부터 날 살려둘 생각이 없었다고!”고은서는 곽승재가 입을 열기도 전에 다시 비아냥거렸다.“믿을 리가. 백유미는 T국에 프로젝트에 관해 협상하러 온 거고 또 하필 여기에 와서 성폭행을 당했는데 당신이 믿을 리가 없지.”“믿어.”고은서의 말을 듣고 있던 곽승재의 눈빛이 섬뜩할 정도로 차가워졌다.“내가 어떻게서든 다 조사해낼게.”“곽승재, 진짜 조사하려는 거 맞아? 당신 생명의 은인이잖아. 어릴 적부터 같이 자라 오면서 백유미가 눈물만 흘리면 마음이 약해지면서 뭘 조사하겠다는 거야?”고은서는 날이 선 말투로 계속 그를 향해 비아냥거렸다.그녀는 곽승재를 전혀 믿지 않았다.곽승재는 순간 마음이 아파왔다.“은서야, 널 해치려던 사람이 누구든 내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그래. 기다릴게. 날 실망시키지만 않았으면 좋겠네.”고은서가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그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대표님, 백유미 씨께서 깨어났습니다.”바로 이때, 그의 부하가 보고하러 왔다.“알겠어.”비웃음으로 가득한 고은서의 눈빛에 곽승재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은서야, 내가 다 처리하고 다시 설명해줄게.”곽승재가 나간 후 박지연이 병실로 들어왔다.“내가 알아봤는데 어젯밤에 죽은 하국 남성이 원지훈이 맞대. 듣기로는 원지훈이 먼저 백유미를 죽이려고 했는데 백유미가 정당방위를 하면서 도로 원지훈을 죽여버렸대. 그런데 백유미도 크게 다친 모양이야.”박지연은 말하면서 순간 소름이 돋았다.“그런데 왠지 모르게 백유미가 정당방위가 아니라 처음부터 화풀이할 겸 원지훈을 죽이려고 마음먹었던 것 같아. 아무튼 사람은 이미 죽었고 목격자도 없는데 백유미가 뭐라 하면 뭐가 사실이 되는 거

  • 어게인, 비긴   제655화

    문밖에는 곽승재가 있었다.그는 휠체어에 앉아 병원복을 입고 있었고 민시후처럼 창백한 얼굴에 검은 눈동자에는 복잡하고 강렬한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후회, 두려움, 흥분이 한꺼번에 뒤섞인 듯한 눈빛에 고은서는 잠시 멈칫했다.순간 두 사람 모두 다쳤다는 박지연의 말이 떠올랐다.‘민시후가 총알에 스친 거면 곽승재가 총에 맞은 건가? 지연이가 얘기하려던 게 이거였을까?’“환영하지 않으니까 내가 있는 곳 공기 더럽히지 마.”민시후는 곽승재를 보자마자 눈살을 찌푸리며 냉소적인 표정을 지었다.곽승재는 민시후가 T 국에 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고은서를 찾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하지만 곽승재는 고은서의 행방을 알고 있음에도 민시후에게 알리지 않았다.민시후가 급히 단서를 찾아 사람들을 데리고 갔을 때 곽승재는 이미 현장에 있었다.더욱 민시후를 화나게 했던 것은 곽승재가 고은서를 그런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했다는 것이다.곽승재는 민시후의 핀잔에 화내지 않고 먹먹한 눈동자로 고은서를 바라보았다.그녀에게 뭔가 말하고 싶은 듯한 곽승재의 모습에 고은서가 민시후를 향해 입을 열었다.“좀 쉬고 있어. 나중에 다시 올게.”“나중에 언제?”민시후가 약간 서운한 듯 물었다.고은서가 뭐라 답하기도 전에 곽승재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은서도 다쳤으니 푹 쉬어야 해. 도움이 필요하면 간병인 붙여줄게.”“난 은서랑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싶을 뿐이야.”민시후가 곽승재를 차가운 눈빛으로 쏘아보며 말했다.“너는 고은서랑 간병인이 비슷한 모양이지?”곽승재는 민시후의 말에 말문이 막혔다.입담에서 곽승재는 민시후의 상대가 아니었다.“한 시간 내로 올게.”고은서는 두 사람이 또 싸울까 봐 걱정하며 얼른 답했다.“먹고 싶은 거 있어? 좀 사다 줄까?”민시후는 고은서의 말에 기분이 풀린 듯 잘생긴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네가 가져다주는 거면 뭐든 좋아.”고은서가 병실을 나서자 경호원이 휠체어를 끌며 그녀를 따라왔다.복도에는 박지연이 기다리고 있었다

  • 어게인, 비긴   제654화

    고은서는 별다른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눈을 감았다.휴식을 취하기 전 박지연은 뭔가 더 말하고 싶었지만 지쳐 보이는 고은서의 모습에 그녀는 조용히 말을 삼켰다....다시 깨어나니 밖은 이미 어두워졌다.고은서는 어지러움이 좀 나아진 것을 느끼고 저녁을 조금 먹은 후 민시후를 보러 가기로 했다.민시후는 병실 안 침대에 누워 있었는데 이불은 그의 가슴까지 덮여 있었고 흰 붕대가 살짝 보였다.잘생긴 그의 얼굴에 평소와 같던 장난기 어린 표정은 사라지고 창백한 입술이 더해지니 전체적으로 생기가 없어 보였다.그 모습을 본 고은서는 죄책감이 밀려왔다..‘의식을 잃기 전 느껴졌던 피 냄새는 민시후의 것이었을까?’고은서의 기척이 컸던 것인지 민시후가 바로 눈을 떴다.“고...”“말하지 마. 몸은 좀 어때?”고은서는 그의 앞에 가서 죄책감 서린 목소리로 물었다.민시후는 그녀를 한 번 바라보며 약하고 힘없는 목소리로 답했다.“아파...”“잠깐만 기다려. 의사 불러올게.”고은서가 급히 나가려 하자 민시후가 작은 목소리로 그녀를 불러 세웠다.“가지 마. 의사가 와도 소용없어. 내 상처는 신도 못 고치니까 내 옆에 좀 더 있어줘.”‘신도 못 고친다고? 지연이 말로는 생명에 지장이 없다고 하지 않았나?’고은서는 죄책감이 밀려와 미칠 것 같았다.그녀는 눈시울을 붉힌 채 입을 열었다.“지금은 의술이 발달해서 총상도 쉽게 고칠 수 있을 거야! 걱정하지 마.”민시후가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고은서. 나한테 무슨 일이라도 있으면 슬퍼할 거야?”“아니. 민시후, 너 정말 미쳤어? 왜 나 대신 총을 맞아!”고은서가 갑자기 화내며 말했다.“너 목숨이 몇 개라도 돼? 네 가족들이 너 다쳤다는 거 알면 어떻게 될지 생각은 해 봤어?”잠시 멈칫한 민시후가 물었다.“고은서, 지금 내 걱정해 주는 거야?”상처가 심했던 탓에 그의 목소리는 낮고 힘이 없었다.고은서는 더 깊은 죄책감에 휩싸였다.“민시후, 난 널 좋아하지 않으니 네 마음은 받아들일

  • 어게인, 비긴   제653화

    박지연은 고은서의 질문에 놀라고 있었다.‘고은서가 깨어나자마자 민시후에 관해 묻는다고?’박지연은 그녀의 얼굴에 드러난 걱정스러운 표정을 보고 농담을 하는 대신 진지하게 답했다.“민시후는 검사를 받고 있을 거야. 정확한 상태는 모르겠지만 생명에 지장은 없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어.”그 말을 들은 고은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만약 민시후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겼다면 그녀는 평생 자책했을 것이다.“얼른 약 먹어. 조금 있다 병실에서 만날 수 있을 거야.”박지연은 고은서를 침대에 눕히고 약을 먹이며 이전에 계성진이 먹였던 약은 의식이없을 정도로 깊은 잠에 빠지게 하는 강한 수면제였고 이미 열 몇 시간 자고 깨난 뒤라고 설명을 덧붙였다.“중간에 몇 번 깨긴 했지만 의식은 없었어.”“약에 의존성은 없겠지?”고은서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의존성은 없지만 약간의 후유증은 있을 거야. 한동안은 불편함을 느낄 수 있어.”박지연이 고은서를 걱정하며 말했다.“그리고 다친 어깨도 회복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릴 거야.”마른하늘에 닥친 날벼락에 억울함을 느끼기는 했지만 고은서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그 남자들에게 둘러싸여 유린당하고 유흥가에 팔려 가는 것보다는 나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지연아, 우리 지금 어디 있는 거야?”갑자기 생각난 고은서가 물었다.“T 국 병원이야. 경찰이 사건을 조사 중이라 며칠 동안은 귀국하기 어려울 거야.”아무리 치안이 안 좋은 나라라고 해도 이렇게 큰 일이 벌어진 이상 그냥 넘어가기는 어려웠다.“너는 여기 어떻게 온 거야?”“너한테 무슨 일이 생겼다는 말에 부랴부랴 달려왔지. 어제 너 하루 종일 연락도 안 돼서 내가 얼마나 무서웠는지 알아? 비행기에서 내리면 연락하겠다고 해놓고 아무리 기다려도 연락도 없고 먼저 연락해도 받지 않으니 속이 타들어 갔어. 곽승재한테는 내가 연락한 거야. 너도 연락 안 되고 민시후도 연락이 안 되니 걱정스러운 마음에 곽승재한테 한 거야. 은서야,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곽

  • 어게인, 비긴   제652화

    계성진은 곽승재의 말에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너희 나라 사람들 말은 믿을 수 없잖아. 내가 이 여자를 놓아주면 너희는 바로 나를 잡으려고 할 거야. 오늘 내가 여기서 죽더라도 이 여자를 방패로 삼아야겠어.”곽승재는 재빨리 답했다.“그럼 나랑 바꿔. 내가 인질이 될게.”계성진은 비웃으며 말했다.“넌 키도 키고 보니까 몸도 좋더라. 이 여자 대신 널 쓸 필요는 없지. 내가 멍청한 것도 아니고 말이야.”“막지 않겠다. 밖에 있는 차 아무거나 타고 가. 은서를 다치게 하지만 않는다면 놔주겠다.”곽승재가 이내 다른 방안을 제시했다.말을 마친 곽승재는 주변 사람들에게 물러서라고 손짓하며 계성진과 그의 동료들이 지나갈 길을 열어주었다.계성진은 고은서를 끌고 천천히 창고 밖까지 나갔다.경찰들이 총을 들고 있었지만 계성진이 인질을 잡고 있어 누구도 섣불리 행동할 수 없었다.목이 꽉 조였던 고은서는 숨쉬기가 힘들었지만 머리에는 여전히 총이 겨눠져 있었다.오늘 하루 너무 많은 공포를 겪은 탓인지 고은서는 더 이상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다.그녀는 질식사가 더 괴로운지 아니면 총알에 의해 생을 마감하는 게 더 괴로운지 생각하고 있었다.이내 계성진은 고은서를 데리고 차 앞까지 왔다.“악! 악! 아악!”그때 창고 안에서 백유미의 비명이 들렸다.무언가 끔찍한 일이라도 일어난 것인지 그녀의 비명이 점점 더 날카로워졌다.곽승재는 미간을 찌푸릴 뿐 안쪽 상황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그의 시선은 오로지 계성진에게 고정되어 있었다.외곽에 배치되어 있던 사람들은 곽승재가 데려온 사람들에 의해 모두 제압당했다.상황을 눈치챈 계성진의 얼굴에는 살기가 더 짙게 피어올랐다.그는 고은서의 입에 무언가를 집어넣고 그녀의 턱을 쥐고 강제로 삼키게 했다. 그러면서 옆의 동료에게 차 문을 열라고 명하며 고은서를 차에 밀어 넣으려고 했다.“고은서!”그때 앞쪽에서 한 남자가 나타났다.바로 고은서가 기다리던 민시후였다.그는 지친 모습으로 뒤에 총을 든 현지 경찰들을 대동하고

  • 어게인, 비긴   제651화

    거칠게 다가오는 두 남자의 모습에 고은서는 놀라서 옆으로 몇 걸음 피했다.벽 끝에 닿은 그녀에게 더 이상 피할 곳은 없었다.고은서는 맞더라도 가만히 있을 생각이 없었다.남자들이 경찰봉을 휘두르는 순간 고은서는 눈을 꼭 감고 큰 소리로 비명을 지르며 남은 방어용 스프레이를 그들에게 향해 필사적으로 뿌렸다.“악!”“멈춰!”거의 동시에 두 남자의 비명이 들렸고 다른 한편으로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곽승재의 목소리였다.비록 경찰봉은 빗나갔지만 여전히 어깨를 맞은 고은서는 고통스럽게 눈을 떴다.문 앞에는 아니나 다를까 곽승재가 서 있었다.정장을 입고 급히 어디서 달려온 듯한 모습을 한 곽승재의 얼굴에는 급박함이 드러났다.그의 곁에는 검은 정장을 입은 몇 명의 근육질 남자들과 몇 명의 현지 경찰들이 함께 있었다.경찰들이 오자 고은서를 공격했던 두 남자는 눈을 가리며 피하기에 바빴고 백유미에게 올라타 있던 남자들도 상황을 눈치채고 일어나 무기를 집어 들며 반격하려고 했다.“은서야!”곽승재는 고은서가 다친 걸 보고 급히 그녀에게 달려갔다.그때 백유미는 누구의 옷가지에서 칼을 빼낸 건지 끔찍한 비명을 지르며 자기 가슴을 향해 찌르려고 했다.“멈춰!”곽승재의 머릿속에 갑자기 익숙한 장면들이 스치며 강한 불안과 혼란이 밀려왔다.그는 몇 걸음 달려가 칼을 걷어찼다.팅하는 소리와 함께 백유미의 손목에서 힘이 빠지며 칼이 떨어졌다.백유미가 처량하게 울부짖으며 외쳤다.“왜 막았어! 왜! 죽게 놔두지 왜 막은 거야! 승재야...”백유미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고 몸은 온통 멍 자국과 붉은 자국으로 얼룩져 있었으며 머리카락은 여기저기 흩어진 채 몸은 사정없이 떨고 있었다.곽승재도 자신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백유미가 자살하려 한 순간 곽승재는 강한 공포감을 느꼈다.마치 이전에 누군가가 그 앞에서 자살하기라도 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지금 이 상황을 막지 않으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무언가를 잃을 것 같은 불안감에 휩싸였

  • 어게인, 비긴   제650화

    비록 고은서가 한 말을 이해했지만 그들은 여전히 경계심과 불신으로 가득 차 그녀를 향해 경찰봉을 휘두르며 움직이지 말라는 신호를 보냈다.고은서도 이를 잘 이해하고 움직이지 않으며 자신에게 돈이 있으니 그들에게 두 배의 돈을 줄 수 있다고 했다.“네가 돈이 있다고 하면 있는 거야?”그때 기름지게 다듬은 머리를 한 중년의 남자가 주차장에서 걸어왔다.경찰봉을 쥔 두 남자는 즉시 그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하며 보스라고 불렀다.기름진 머리를 한 남자는 고은서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한국어로 말했다.“너희처럼 예쁜 여자의 말은 믿을 수 없어.”그는 날카로운 눈을 한 채 고은서를 바라보며 말했다.“당장 몇천억 내놓을 수 있으면 믿을지도 모르지.”남자는 말도 안 되는 금액을 불렀다.그만한 금액은 당연히 내놓을 수 없었다.카드가 있다고 해도 유동 자금이 부족해 그의 기대를 만족시킬 수 없었다.“웁!”백유미도 안에서 남자의 목소리를 들은 건지 구조 신호를 보냈다.기름진 머리를 한 계성진은 잠시 안을 훔쳐보고 다시 고은서를 바라보며 말했다.“역시 예쁜 여자일수록 수단이 범상치 않아. 이렇게 쉽게 남자들을 자기편으로 돌리잖아. 그냥 사람 하나 데려가는 간단한 일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재미있는 광경을 보게 될 줄은 몰랐어.”고은서가 눈썹을 찡그렸다.‘백유미가 원지훈에게 30분을 준다고 한 게 이 남자 때문인가? 이 남자를 통해 나를 유흥가로 팔려고 한 건가?’“당신 목적도 결국 돈이죠? 몇천억은 줄 수 없지만 100억 정도는 가족들에게 연락해서 보내드릴 수 있어요. 사람을 원하신다면 저 안에 있는 여자도 그냥 덤으로 드릴게요.”고은서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하하하.”고은서의 말에 계성진은 큰 웃음을 터뜨렸다.“예쁜 아가씨, 내가 너를 데려가면 모든 남자가 당신한테 푹 빠질 거야. 내가 어떻게 그런 사람을 놓치겠어? 돈도 사람도 다 가질 거야. 국내에서 유명한 곽씨 가문 대표 전 부인인데 그 타이틀이 사람들에게 더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겠어?”고은서

  • 어게인, 비긴   제649화

    옆에서 손을 거들던 장정들도 그 모습에 자극이라도 받은 듯 백유미를 희롱하는 행렬에 끼어들었다.이내 백유미의 입에 물려있던 수건이 떨어졌지만 그녀가 비명을 지를 틈도 없이 다른 것으로 입이 가득 차 버렸다.남자들의 음탕한 신음과 여자의 흐느낌 소리가 순식간에 창고를 채웠다.모든 일든 불과 일이 분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고은서는 구석에 숨어서 원지훈이 차버린 쇠막대기와 핸드폰을 손에 쥐고 있었다.떨리는 심장은 평온을 되찾을 수 없었다.몇 명의 남자들이 각 방향에서 백유미를 희롱하고 있었다.고은서는 모든 장면을 바라보며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내가 원지훈을 회유하지 않았더라면 저기에 누워있는 건 나였겠지.’백유미는 동정받을 처지가 아니었다.고은서는 경계를 늦출 수 없었다.비록 돈으로 매수했다고는 하나 약에 취해 있는 사람들이 시선을 그녀에게 돌리지 않을 거라고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또한 밖에 백유미가 데려온 사람들이 있었기에 뭔가 이상함이라도 눈치채고 들어오기라도 한다면 고은서는 자신의 안전조차 장담할 수 없었다.고은서가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며 백유미의 핸드폰을 켜려고 했지만 땅에 부딪히며 떨어질 때 전원이 나가버렸다.그녀는 몇 번이나 시도한 끝에 겨우 핸드폰을 켤 수 있었지만 비밀번호에 막혀 뭔가를 할 수가 없었다.고은서는 백유미의 생일, 곽승재의 생일을 입력했지만 비밀번호는 맞지 않았다.절정에 다다르고 있는 남자들이었기에 고은서는 소리를 내어 그들의 시선을 끌 수조차 없었고 백유미에게 비밀번호를 물을 수조차 없었다.고은서는 긴급버튼을 눌렀지만 백유미는 긴급 연락망을 따로 작성하지 않은 상태였고 국내의 비상 번호는 해외에서 사용할 수 없었다.‘어떡하지?’고은서가 원지훈을 불러 도박하려고 할 때 백유미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다.핸드폰에는 알파벳 C만 떠 있을 뿐이었다.잠시 생각한 고은서가 전화를 받았지만 상대편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고은서는 더 이상 머뭇거리지 않고 핸드폰을 움켜쥐고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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