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유미는 시선을 거두고, 곽현수에게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큰아버지, 죄송해요. 저는 승재랑 함께 있고 싶지만, 너무 성급하게 굴면 그가 저를 싫어할까 걱정이에요.”“네가 귀국해서 GS 그룹에 들어가고 싶다고 했을 때 내가 다 지지했잖아. 근데 지금 와서 승재의 마음도 못 잡아놓고 나더러 프로젝트에 투자해달라고? 말이 돼?”곽현수 매우 불만스러워했다.백유미가 말했다.“큰아버지 말씀이 맞아요. 제가 못나서 그런 거죠. 승재 일에 도와주신 건 정말 감사드려요. 사실 이런 사소한 일로 큰아버지를 귀국하게 할 생각은 없었어요. 하지만 현재로서는 다른 방법이 없었어요.”“큰아버지도 보시다시피 승재는 고은서에게 감정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저도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시도해 봤지만, 그들을 완전히 떼어 놓을 수가 없더라고요.”“프로젝트는 친척에게 부탁할 건데 그가 잘되어야 이 상황을 뒤집을 수 있거든요. 하지만 아버지의 회사도 큰아버지와 승재의 배려 덕분에 간신히 운영되고 있어서, 이렇게 많은 자금을 마련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큰아버지께 도움을 청한 겁니다.”곽현수가 차갑게 말했다.“자금은 내가 줄 수 있어. 네가 뭘 어떻게 하든 상관하지 않겠지만 좀 더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여 승재를 곤경에 처하게 만들어야 해.”“열심히 할게요.”백유미는 대답했지만, 여전히 좀 이해가 안 됐다.“승재는 큰아버지 아들인데 왜 그를 괴롭히시는 거예요?”곽현수가 쌀쌀하게 말했다.“자기 일이나 잘해. 다른 건 네가 간섭할 필요 없어!”백유미는 눈치 있게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그녀의 눈빛에 스쳐 지나간 싸늘한 기운을 눈치채지 못했다.고은서는 할머니를 찾아갔다. 낮잠을 못 주무셨는지 전미자의 안색은 다소 피곤해 보였고, 장순이가 어깨를 주물러주고 있었다.“할머니!”고은서가 달콤하게 불렀다.“은서 왔어.”전미자는 그녀를 보자마자 손을 내밀었다.“할머니한테 와!”“할머니, 생신 축하드려요! 오래오래 건강하시고 매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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