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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게인, 비긴의 모든 챕터: 챕터 261 - 챕터 270

457 챕터

제261화

“악!”남자는 머리채를 잡고 비명을 질렀다. 고은서는 그 틈을 타서 밖으로 빠져나왔다.“얼른 저년을 잡아!”정신이 든 서인수는 아프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해서 이를 바득바득 갈며 명령을 내렸다.머리를 공격당한 남자는 얼른 고은서를 쫓아갔다.뒤에서 쫓아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리자 고은서는 겁이 나서 고개를 돌려보지도 않고 죽을힘을 다해 밖으로 달려갔다.그들이 처한 곳은 황량한 숲이라 주변은 어두컴컴했다. 이곳의 유일한 광원은 달빛뿐이었다.고은서는 두려움을 뒤로하고 숲을 향해 달려갔다.그러나 산길이 험한 데다가 머리가 심하게 어지러워진 고은서는 발밑이 땅에 제대로 닿지 않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얼마 도망가지 않아 고은서는 남자에게 목덜미를 잡혔다.“계속 도망쳐 보세요. 어디까지 도망칠 수 있나 보죠!”남자는 숨을 헐떡이며 고은서를 폐가로 끌고 갔다.약효가 올라와서인지 고은서는 자기 감각과 두뇌가 무뎌진 것만 같았다.얼마 남지 않은 이성은 그녀에게 이렇게 끌려가면 안 된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만약 폐가에 다시 끌려간다면 그녀는 정말 독 안에 든 쥐가 될 게 분명했다.그래서 고은서는 자신의 혀끝을 꾹 씹으며 거센 통증으로 이성을 조금 되찾으려 했다.폐가 문 앞까지 거의 끌려온 것을 보고 고은서는 뒷발로 남자의 명치를 걷어찼다. 남자는 아파서 허리를 굽혀 다리를 모았고 고은서는 그 틈을 타서 도망치려 했지만, 이 행위에 더 화가 난 남자는 고통을 참으면서 고은서의 발목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방안의 불빛을 빌어 고은서는 남자의 이마에 상처가 한 줄 생겨난 것을 보았다. 상처에서 흘러내린 빨간 피는 그의 미간과 볼까지 흘러내려 보기에 흉측하고 험악하기 그지없었다.속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은서는 눈을 질끈 감고 이를 악물며 다른 쪽 다리로 남자의 머리를 힘차게 걷어찼다.안타깝게도 남자는 고은서를 놓아주면서 구르기로 그녀의 공격을 피했다. 그러고는 신속하게 일어나서 도망가려는 고은서를 붙잡고 백핸드로 그녀를 땅바닥에 엎드리게 했다.“재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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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2화

얼마 지나지 않아 고은서의 팔다리를 묶은 끈이 풀렸다. 그녀는 따뜻하고 너그러운 품속으로 안겨졌다.“은서야, 너 괜찮아?”남자의 익숙한 목소리에 고은서는 얼얼하게 고개를 들었다.그녀는 남자의 뚜렷한 이목구비와 잘생긴 미간을 보았다. 게다가 그의 검은 눈동자에는 걱정이 담겨있었다.“승재 오빠?”고은서는 확신이 들지 않아 입을 열어 물었다.곽승재는 눈앞의 고은서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지금 눈빛이 흐리멍덩하고 머리가 부스스하며 홍조를 띤 얼굴에 두 개의 뚜렷한 손자국이 있었다. 그러나 입술은 앵두처럼 빨갛고 몸도 화끈하게 달아오르고 있었으며 목소리는 더없이 부드러웠다.지금 그녀의 꼴을 보아하니 고생도 많이 했지만, 먹지 말아야 하는 것도 먹은 게 분명했다.곽승재는 살기가 올라와 당장에서 서인수를 죽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감히 은서에게 손을 대다니!’“대표님, 서인수는 틈을 타서 도망쳤습니다.”주민기가 보고했다.곽승재는 차가운 말투로 명령을 내렸다.“사람을 시켜서 계속 찾으세요. 이 산을 샅샅이 뒤져서라도 사람을 꼭 잡아내세요!”고은서는 놀란 듯 눈을 드리우더니 곽승재의 품으로 파고 들어갔다.“여기는 저에게 맡기시고 대표님은 얼른 사모님을 모시고 병원에 가보세요.”주민기가 말했다.곽승재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어질어질한 고은서를 안고 차에 올라타 가장 빠른 속도로 그녀를 근처의 병원으로 데려갔다.의사 선생님께서는 얼굴의 손바닥 자국과 손목의 결박 자국을 제외하면 다른 외상은 없지만, 그녀의 정신상태를 보아하니 일종의 환각 약물을 복용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했다.“환자분 지금의 상태로는 순순히 위세척할 것 같지는 않네요. 생고생만 할 수 있어요.”의사가 말했다.“이런 약물을 복용한 환자는 일반적으로 합병증과 후유증을 겪지 않으니, 치료를 무조건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에요. 환자분 같은 경우에는 얌전한 편이니 일단 집에서 쉬면서 상황을 지켜보면 될 것 같아요.”지금 있는 곳이 예원 별장과 멀리 떨어져 있어 곽승재는 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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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3화

곽승재는 고은서를 꼭 끌어안았다. 몸이 가냘픈 고은서가 자신의 품에 안겨 흐느끼는 모습을 보자 곽승재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안쓰러움이 생겼다.“은서야, 나한테 감정이 남아있으면서 왜 굳이 이혼하겠다는 거야?”곽승재는 참지 못하고 고은서의 귓가에 대고 물었다.“이혼?”고은서는 또 그의 품에서 고개를 쳐들었다.방금 눈물을 흘렸던 탓에 고은서는 눈가와 코끝이 모두 빨개졌고 거기에 홍조를 띤 얼굴을 가하면 그녀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불쌍한 느낌이 들었다.“저 이혼 안 해요!”고은서는 또 눈물을 흘리며 힘껏 고개를 흔들었다.“오빠도 이제 제가 한 일이 아니라는 걸 알았잖아. 근데 왜 이혼하려고...”곽승재는 어리둥절해졌다.‘이혼이란 두 글자만 들은 거네.’곽승재는 고은서의 단호한 태도와 그날 사무실에서 이혼 합의서를 받았을 때 격동하던 모습을 떠올리며 참지 못하고 그녀의 얼굴을 받들고 입술에 벌칙으로 키스를 퍼부었다.“네가 이혼하겠다고 제기한 거잖아!”고은서는 여전히 곽승재의 말을 듣지 않고 입술을 가린 채 수줍어하면서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말했다.“오빠가 나... 나에게 키스했어요! 나에게 키스하다니! 이젠 저를 미워하지 않는 건가요?”“내가 언제 너를 미워한다고 했어?”“우와!”고은서는 곽승재의 말에 신경 쓰지 않고 얼굴을 붉히며 용기를 내어 그의 입술에 도로 키스했다.“오빠, 저 너무 기뻐요!”고은서는 정신이 멀쩡할 때 절대로 이런 일을 하지 않을 것이었다.곽승재는 예전에도 고은서에게 키스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고은서는 크게 화를 냈고 심지어 그의 뺨을 때리기까지 했다. 지금처럼 그의 스킨십에 흥분하고 주동적으로 키스를 되돌려주는 일은 절대 없었다.곽승재는 고은서가 완전히 자기 품에 안겨 있고 그녀의 부드러운 입맞춤도 받았으며 코끝에 온통 그녀의 포근한 향기가 느껴지자 마음속의 욕망은 손쉽게 고개를 들었다.그는 고은서의 날씬한 허리를 꼭 껴안으며 말했다.“좀 더 기뻐하고 싶지 않아?”고은서의 얼굴은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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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4화

낯설면서도 과격한 키스에 고은서는 부끄럽기도 하고 조금 흥분되기도 했다.곽승재가 커다란 손을 고은서의 등 안으로 넣자, 그녀는 감전된 듯한 짜릿짜릿한 전율을 느꼈다.고은서가 협조적으로 몸을 들어 올리자, 곽승재는 더 제멋대로...욕망이 가득한 밤이었다.꿈속에 빠져 마침내 애인의 호응을 받은 줄 아는 일편단심 한 여자가 있었고 평소에 냉정하고 자제하던 사람이 지금은 지칠 줄 모르는 거친 남자가 되었다.그들은 모두 상대방이 왜 달라졌는지 모르지만, 누구도 깊게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서로 필사적으로 얽매이며 아낌없이 주고받는 모습은 마치 오늘 밤에 모든 열정을 불태울 것만 같았다.창밖의 밤 기온은 차가웠지만, 집 안의 분위기는 불처럼 뜨거웠다. 하늘에 걸린 달마저 부끄러움을 못 이겨 구름 속으로 숨어버렸다......이튿날 고은서는 목이 말라 잠에서 깼다.그녀는 습관적으로 손을 뻗어 머리맡에서 물컵을 잡으려 했지만, 아무것도 만지지 못했다.그리고 그냥 살짝 움직였는데 몸과 팔에서 형용할 수 없는 시큰함이 느껴졌다.고은서는 힘겹게 눈을 뜨고 보니 자신이 낯선 침대에 누워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방안의 디자인을 보아하니 호텔 룸인 것 같았다.머릿속에 문뜩 어젯밤 서인수에게 납치당했던 기억이 떠오른 고은서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앉았다.몸에 덮고 있던 이불이 흘러내리면서 그녀의 벌거벗은 어깨가 드러났다. 고은서는 얼른 이불로 자신을 꽁꽁 감싸고는 경계하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다행히 카메라나 다른 녹화 도구는 없어 보였다.‘어젯밤에 야산의 폐가에 잡혀 있었던 것이 아니었나? 어쩌다가 호텔로 온 거지? 서인수가 선심을 써서 날 이곳에 버렸을 리 없는데.’드르륵.고은서가 필사적으로 어젯밤의 일을 기억해 내려고 할 때 베란다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고개를 들어보니 가운을 입은 곽승재가 핸드폰을 들고 있는 것이 보였다.“깼어?”곽승재가 물었다.고은서가 착각한 게 아니라면 그녀는 곽승재의 목소리에서 약간의 만족스러운 말투를 들은 것 같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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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5화

‘곽승재 정말 영락없는 나쁜 놈이네. 제정신이 아닌 거 뻔히 알면서 일부러 그런 말을 녹음해서 내 입을 막다니!’“은서야, 어젯밤에 널 데리고 병원에 갔다가 가까운 호텔에서 하룻밤 묵을 생각이었어. 그런데 널 침대에 내려놓고 쉬라고 하니까 네가 계속 날 안고 놓아주지 않았어. 그리고 널 사랑해 주라고 했어.”곽승재는 무슨 기억이 떠올랐는지 목젖을 굴리며 말했다.“내가 얘기했지. 난 신이 아니라 남자라고.”고은서는 서인수가 자신에게 먹인 약이 강력한 환각을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녀는 예전에 박지연한테서 이런 약은 환각을 일으킬 수 있으며 마음속에 집념이 있으면 상황이 더 심해진다고 들었었다.고은서는 비록 어젯밤에 병원과 호텔에 들른 기억은 없지만, 어렴풋이 꿈을 꾼 것 같았다.꿈속에서 그녀는 아직도 정신병원에 갇혀 곽승재가 방화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진상을 밝혀낸 뒤 곽승재는 드디어 고은서를 보러 왔다. 그리고 그녀를 안으면서 널 좋아해 주겠다고 말했다.고은서는 격동되어 부끄러움을 마다하고 곽승재에게 키스했다. 심지어 또 그와 더 깊은 스킨십을 하고 싶다고 표현했다.전생에 고은서는 이 사건에 대해 그리고 곽승재에 대해 모두 깊은 집념을 품고 있었다.그래서 어젯밤에 일어난 모든 것은 그녀가 전생에 오매불망 갈망하고 기대했던 것들이었다.만약 일반적인 약물이었다면 그녀는 그저 신체적인 욕망이 있었을 뿐 심리적으로는 여전히 곽승재를 거절하고 제지했을 것이었다.그러나 하필 환각제를 복용했던 거라 그녀의 집념이 무한대로 확대되어 몸과 마음이 모두 본능적으로 곽승재에게 다가간 것이었다.‘됐어. 이미 벌어진 일이야. 이런 일로 목숨을 끊을 수는 없어. 따지고 보면 내가 재수가 없어서 서인수 같은 쓰레기에 당해 이런 일을 겪은 거기도 해.’비록 곽승재에게 먹혔지만, 만약 서인수의 손에 계속 잡혀 있었다면 고은서는 어떤 고통을 당했을지 모른다.그리고 고은서가 아무리 곽승재에 대한 감정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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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6화

곽승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할머니에게 그녀와 운전사의 행방을 설명할 합리적인 이유를 찾았다.“생신 잔치가 오후에 시작되는데 할머니께 전화를 드렸더니 늦게 가겠다고 했어.”곽승재는 말을 이었다.“경찰서에서 기록을 작성해야 한대. 이따가 내가 같이 가줄게.”“응.”고은서의 가슴 한쪽에 막혀있던 곳이 뻥 뚫렸다.다행히 두 어르신은 놀라지 않으셨고 따라서 걱정도 들지 않게 하였다.“사람을 시켜서 옷 한 벌을 가져오게 해. 대충 씻고 우리는 기록하러 가자.”고은서를 만났을 때 처음에는 수치스러운 것으로 부아가 나서 물은 뒤 나중에는 줄곧 냉정하게 비하인드에 관해 물었고 지금은 전혀 개의치 않아서 경찰서로 가려 한다. 곽승재는 정말 참지 못하고 물었다.“어젯밤과 관련하여 다른 할 말이 없어?”“무슨 할 말?”고은서가 되물었다.“서인수는 붙잡혔고 외할아버지와 할머니도 이 사실을 몰랐으니 좋은 일 아냐?”“그래서 내가 너와 부부관계를 맺지 않아서 그렇게 오랫동안 이혼을 하려고 소란을 피웠어?”곽승재는 안색이 나빠졌다.‘이 일을 말하려고 했구나.’고은서는 피식 웃었다.“네 생각이 너무 많은 것 같아. 어젯밤은 그냥 사고였어. 나도 위기를 기회로 생각해 네 탓을 하지 않을게. 어쨌든 네가 제때 나를 구했으니 서로 퉁치자.”“오늘 할머니 생신이 끝나면 내일 구청에 가서 이혼 절차를 밟자.”“고은서, 너 적당히 해.”곽승재는 발끈했다.“어젯밤 너는 이혼이라는 두 글자를 듣는 것조차 거부했는데 어떻게 일어나자마자 다른 사람이라도 된냥 이렇게 생각이 바뀔 수 있어?”사람 자체는 바뀌지 않았지만 정신을 차렸다.고은서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그렇게 생각해도 좋아. 그런데 네가 이렇게 말하면 이상하지. 당한 건 나인데 어째서 네가 달갑지 않은 표정을 짓고 있어?”“네 눈에는 단지 일을 당한 것과 당하지 않는 관계야?”곽승재가 차갑게 물었다.“그러면 아니야?”고은서가 되물었다.곽승재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네 말은 어젯밤에 누가 됐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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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7화

“꺼져.”고은서는 사정없이 몰아붙였다.곽승재는 그녀의 붉어진 작은 얼굴과 수건 밑에 보일 듯 말 듯 희고 부드러운 다리를 보고 화를 내기는커녕 뇌리에 어젯밤의 장면이 떠올랐다.고은서는 반쯤 수줍어하며 목을 끌어안고 있었고 연약한 그것들이 그의 눈앞에서 흔들렸다. 그의 마음속 욕망은 그 순간 절정에 달해 그녀가 울면서 용서를 빌 때까지 끊임없이 괴롭혔다...고은서는 곽승재가 그녀를 한참 동안 쳐다보면서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고 호흡이 무거워진 것 같았고 그녀는 부끄러움과 분노로 한 발을 걷어찼다.“나가라고.”그녀의 다리는 여전히 곽승재를 차지 못했는데 거기다가 민첩하게 그의 손에 쥐어지기도 하였다.고은서는 이때 수건만 두른 채 한쪽 발이 곽승재의 손에 잡혀 다리 밑이 거의 드러나는 부끄러운 자세였다.그녀의 얼굴은 사과처럼 빨개질 것 같았다.“놓으라고.”곽승재는 손을 떼고 싶지 않았지만 오늘도 할 일이 많고 고은서의 몸도 더 이상 괴로움을 견디지 못했다.그는 그녀를 손에 넣는 욕망을 억지로 참을 수밖에 없었다.“실력이 없으면 마음대로 손찌검할 생각을 하지 마.”목젖을 몇 번 세게 굴리고 곽승재는 그녀의 다리를 늦추고 몸을 돌려 욕실에서 물러났다.고은서는 즉시 문을 잠그고 자신의 빨갛게 달아오른 뺨을 찬물로 세수했다.그녀는 틀림없이 머리가 돌았을 것이다. 자신이 곽승재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다리를 뻗고 그를 걷어차서 자신을 이렇게 난처하게 만들었다.방금 곽승재가 그녀의 발을 잡았을 때 눈에서 그녀를 삼키고 싶은 열정이 이글이글 타오른 것을 생각하면 고은서는 자신을 한 대 때리고 싶었다.얼굴의 열이 식자 고은서는 고개를 들어 세면대 거울을 마주 보았다.그녀의 얼굴에는 손가락 자국이 없었지만 그녀의 목, 쇄골, 어깨에는 다양한 정도의 키스 마크가 있었다.수건을 풀자 어떤 곳의 붉은 자국이 더 깊어지고 이빨 자국까지 남아 있었다.“곽승재, 넌 정말 짐승이나 다름없어.”고은서는 참지 못하고 문밖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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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8화

곽승재는 아무 말 없이 탁자 위에서 연고를 꺼내 그녀의 손목에 부드럽게 발라 주었다.어젯밤 밧줄에 묶였을 때 생긴 멍 자국인데 지금은 많이 옅어졌다.샤워할 때 비슷한 냄새를 맡았던 것 같았다.‘곽승재가 어젯밤에도 약을 발라줬다고?’“병원이 바로 옆에 있으니 몸이 아프거나 매우 아프면 약을 먼저 처방받을 수 있어.”곽승재가 입을 열었다.고은서의 얼굴이 또 약간 달아올랐다. 곽승재는 비록 어디가 불편한지 분명히 지적하지는 않았지만 그들은 그가 어디를 말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확실히 약간 붓고 아프고 불편했으며 걷는 것도 약간 아팠지만 이 일로 병원에 가기에는 그럴 낯짝이 없었다.“하나도 아프지 않거든.”말을 마친 고은서는 방문을 열고 나갔다.그녀의 걸음걸이가 불편해 보이는 것을 눈치챘는지 곽승재는 긴 팔을 뻗어 그녀의 허리를 반쯤 껴안고 그녀를 호텔 밖으로 안고 나왔다.주차장에서 주민기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그녀의 목에 키스 마크가 보였는지 아니면 곽승재가 그녀를 껴안고 있어서 그런 건지 주천지는 눈을 내리깔았다.그는 바로 예의를 갖췄다.“대표님, 사모님.”“이 사람은 격투기와 운전 솜씨가 뛰어난 이 군입니다.주민기는 몸이 좋은 남자를 가리키며 말했다.이 군이라는 남자는 곽승재와 고은서에게 인사를 했다.곽승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앞으로 네가 고은서의 운전을 책임져라.”고은서는 어리둥절했다.“왜 나에게 운전기사를 배정해 줘?”곽승재는 담담하게 말했다.“너의 출입이 편리해지라고 그랬어. 밖에 나가면 저 사람은 네 경호원도 해줄 수 있고.”고은서는 둘러서 거절했다.“괜찮아, 어젯밤 일은 사고일 뿐이야. 난 경호원과 운전기사가 필요 없어. 필요하더라도 널 귀찮게 하지 않고 내가 알아서 찾을게.”고은서는 또 곽승재와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고 곽승재는 마음속으로 화가 치밀어 올랐다.참다못해 곽승재가 차갑게 입을 열었다.“먼저 쓰고 있다가 사람 찾으면 얘기하자.”외부인 앞에서 고은서는 곽승재와 싸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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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9화

“아픈 건 아니고 약을 좀 사려고.”“무슨 약을 사려고? 주민기한테 사서 별장으로 보내라고 해.”고은서는 얼굴을 붉히며 기침했다.“불편해. 내가 가서 사면 돼.”곽승재는 그녀의 반응으로 짐작해 냈고 눈을 아래로 뜨면서 기쁜지 화난 지 모른 채 말했다.“객실에 안전용품이 다 준비되어 있어.”고은서는 곽승재가 이미 조처를 해놓았다는 뜻을 알아차렸다.그러자 고은서는 시름을 놓았다. 어젯밤에 이미 사고가 발생했으니 아무래도 또 다른 사고를 만들어내서는 안 됐다.고은서가 긴장을 푸는 모습을 보고 곽승재는 마음속의 분노가 다시 살아나는 것을 느꼈다.“예전에 나와 아이를 갖고 싶다고 암시한 적 있지 않아?”고은서는 말했다.“시간대마다 생각이 있으니 과거 얘기는 꺼내지 말자.”곽승재는 할 말을 잃었다.예원 별장에 도착한 고은서는 문을 열고 내리려고 했지만 곽승재는 그녀에게 가만히 앉아 있으라고 했다.이어 그는 옆 차 문을 열고 그녀를 바로 껴안고 내렸다.“뭐 하는 거야?”고은서는 의아했다.곽승재는 입을 열었다.“너 너무 늦게 가.”고은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처럼 이런 수단을 써서 접근하는 것에 이제는 모든 일에 대처할 수 있는 정신력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녀는 이미 훌륭하다고 할 수 있다.곽승재가 아무 말 없이 그녀를 안아서 방으로 들어가자 장순이의 얼굴에는 의외로 안도의 빛이 떠올랐다.그러고 나서 눈치껏 자기 일을 했다.고은서는 뻔뻔하게 애써 못 본 척하고 곽승재가 그녀를 안아서 올라가게 하였다.두꺼운 파운데이션으로 목 자국을 가린 고은서는 단정한 화장을 하고 스탠드칼라의 치마로 갈아입은 뒤 트위드 자켓을 입으니 사람 자체가 기운이 있어 보였다.얼굴에는 더 이상 초췌한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두 사람이 저택에 도착한 것은 오후 한나절이었다.차에서 내릴 때 곽승재는 그녀를 안고 내리려고 했지만 고은서가 막아서며 말했다.“혼자 갈게.”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는데 고은서가 곽승재에게 안겨서 가면 얼마나 큰 관심을 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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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0화

곽현수의 말에 백유미는 곽승재를 한번 쳐다보고는 부드럽게 말했다.“친한 사이라고 해도 조심해야죠. 곽 대표님은 지금 결혼하셨으니 저는 곽 부인님을 기분 나쁘게 할 수 없습니다.”“그것도 기분 나쁘다니. 마음도 좁아라.”곽현수는 꾸짖는 눈빛을 고은서에게 돌렸다.“고은서와 상관없습니다.”고은서가 입을 열기도 전에 곽승재가 먼저 입을 열었다.하지만 곽현수는 여전히 불만스러웠다.“여자를 위해 소꿉친구까지 멀리하면 하면 백 아저씨의 마음이 상할까 봐 두렵지 않으냐?”곽승재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호칭하나 가지고 소원했다고 말할 수 없죠.”“맞아요, 큰아버지. 승재를 탓하지 마세요. 우리의 정은 변하지 않을 거예요.”백유미가 대답했다.백유미가 일부러 곽현수 앞에서 이런 말을 하고 또 정을 언급하는 것은 고은서를 화나게 하여 자기와 말다툼하려는 속셈이었다.고은서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곽 이사님, 저는 유미 씨가 곽승재를 어떻게 부르든 신경 쓰지 않습니다. 아마 모르시는 거 같은데 저와 곽승재, 곧 이혼할 겁니다. 그러니 유미 씨 때문에 저와 불평하실 필요 없어요. 아마 곧 새며느리가 될 거니까 당신도 만족하실 거예요.”어차피 이혼해야 하는데 굳이 겉치레할 필요도 없었다. 배짱이 없으면 그만이지, 그녀는 시중을 들 생각도 없었다.“죄송합니다. 전 먼저 할머니를 뵈러 가야 해서 방해하지 않을게요.”말을 마친 고은서는 곽승재를 뿌리치고 자신의 어깨를 안은 손을 뿌리치고 곽현수의 어떤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곧장 방안으로 향했다.“무슨 태도야? 내가 뭐라고 했길래 이렇게 얼굴을 찡그리며 나한테 그래?”곽현수는 화가 났다.“제가 가볼게요.”곽승재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하면서 고은서를 따라가려고 했지만 곽현수는 그를 불러 세웠다.“쟤가 방금 말한 이혼은 어떻게 된 거야?”곽승재는 자신의 아버지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했다.“저희 부부가 갈등을 좀 일으켰는데 그저 홧김에 한 말입니다.”“홧김에 하는 말이라고 해도 나한테 전혀 예의를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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