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265화

작가: 류한나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곽승재 정말 영락없는 나쁜 놈이네. 제정신이 아닌 거 뻔히 알면서 일부러 그런 말을 녹음해서 내 입을 막다니!’

“은서야, 어젯밤에 널 데리고 병원에 갔다가 가까운 호텔에서 하룻밤 묵을 생각이었어. 그런데 널 침대에 내려놓고 쉬라고 하니까 네가 계속 날 안고 놓아주지 않았어. 그리고 널 사랑해 주라고 했어.”

곽승재는 무슨 기억이 떠올랐는지 목젖을 굴리며 말했다.

“내가 얘기했지. 난 신이 아니라 남자라고.”

고은서는 서인수가 자신에게 먹인 약이 강력한 환각을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예전에 박지연한테서 이런 약은 환각을 일으킬 수 있으며 마음속에 집념이 있으면 상황이 더 심해진다고 들었었다.

고은서는 비록 어젯밤에 병원과 호텔에 들른 기억은 없지만, 어렴풋이 꿈을 꾼 것 같았다.

꿈속에서 그녀는 아직도 정신병원에 갇혀 곽승재가 방화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진상을 밝혀낸 뒤 곽승재는 드디어 고은서를 보러 왔다. 그리고 그녀를 안으면서 널 좋아해 주겠다고 말했다.

고은서는 격동되어 부끄러움을 마다하고 곽승재에게 키스했다. 심지어 또 그와 더 깊은 스킨십을 하고 싶다고 표현했다.

전생에 고은서는 이 사건에 대해 그리고 곽승재에 대해 모두 깊은 집념을 품고 있었다.

그래서 어젯밤에 일어난 모든 것은 그녀가 전생에 오매불망 갈망하고 기대했던 것들이었다.

만약 일반적인 약물이었다면 그녀는 그저 신체적인 욕망이 있었을 뿐 심리적으로는 여전히 곽승재를 거절하고 제지했을 것이었다.

그러나 하필 환각제를 복용했던 거라 그녀의 집념이 무한대로 확대되어 몸과 마음이 모두 본능적으로 곽승재에게 다가간 것이었다.

‘됐어. 이미 벌어진 일이야. 이런 일로 목숨을 끊을 수는 없어. 따지고 보면 내가 재수가 없어서 서인수 같은 쓰레기에 당해 이런 일을 겪은 거기도 해.’

비록 곽승재에게 먹혔지만, 만약 서인수의 손에 계속 잡혀 있었다면 고은서는 어떤 고통을 당했을지 모른다.

그리고 고은서가 아무리 곽승재에 대한 감정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해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어게인, 비긴   제266화

    곽승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할머니에게 그녀와 운전사의 행방을 설명할 합리적인 이유를 찾았다.“생신 잔치가 오후에 시작되는데 할머니께 전화를 드렸더니 늦게 가겠다고 했어.”곽승재는 말을 이었다.“경찰서에서 기록을 작성해야 한대. 이따가 내가 같이 가줄게.”“응.”고은서의 가슴 한쪽에 막혀있던 곳이 뻥 뚫렸다.다행히 두 어르신은 놀라지 않으셨고 따라서 걱정도 들지 않게 하였다.“사람을 시켜서 옷 한 벌을 가져오게 해. 대충 씻고 우리는 기록하러 가자.”고은서를 만났을 때 처음에는 수치스러운 것으로 부아가 나서 물은 뒤 나중에는 줄곧 냉정하게 비하인드에 관해 물었고 지금은 전혀 개의치 않아서 경찰서로 가려 한다. 곽승재는 정말 참지 못하고 물었다.“어젯밤과 관련하여 다른 할 말이 없어?”“무슨 할 말?”고은서가 되물었다.“서인수는 붙잡혔고 외할아버지와 할머니도 이 사실을 몰랐으니 좋은 일 아냐?”“그래서 내가 너와 부부관계를 맺지 않아서 그렇게 오랫동안 이혼을 하려고 소란을 피웠어?”곽승재는 안색이 나빠졌다.‘이 일을 말하려고 했구나.’고은서는 피식 웃었다.“네 생각이 너무 많은 것 같아. 어젯밤은 그냥 사고였어. 나도 위기를 기회로 생각해 네 탓을 하지 않을게. 어쨌든 네가 제때 나를 구했으니 서로 퉁치자.”“오늘 할머니 생신이 끝나면 내일 구청에 가서 이혼 절차를 밟자.”“고은서, 너 적당히 해.”곽승재는 발끈했다.“어젯밤 너는 이혼이라는 두 글자를 듣는 것조차 거부했는데 어떻게 일어나자마자 다른 사람이라도 된냥 이렇게 생각이 바뀔 수 있어?”사람 자체는 바뀌지 않았지만 정신을 차렸다.고은서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그렇게 생각해도 좋아. 그런데 네가 이렇게 말하면 이상하지. 당한 건 나인데 어째서 네가 달갑지 않은 표정을 짓고 있어?”“네 눈에는 단지 일을 당한 것과 당하지 않는 관계야?”곽승재가 차갑게 물었다.“그러면 아니야?”고은서가 되물었다.곽승재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네 말은 어젯밤에 누가 됐든

  • 어게인, 비긴   제267화

    “꺼져.”고은서는 사정없이 몰아붙였다.곽승재는 그녀의 붉어진 작은 얼굴과 수건 밑에 보일 듯 말 듯 희고 부드러운 다리를 보고 화를 내기는커녕 뇌리에 어젯밤의 장면이 떠올랐다.고은서는 반쯤 수줍어하며 목을 끌어안고 있었고 연약한 그것들이 그의 눈앞에서 흔들렸다. 그의 마음속 욕망은 그 순간 절정에 달해 그녀가 울면서 용서를 빌 때까지 끊임없이 괴롭혔다...고은서는 곽승재가 그녀를 한참 동안 쳐다보면서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고 호흡이 무거워진 것 같았고 그녀는 부끄러움과 분노로 한 발을 걷어찼다.“나가라고.”그녀의 다리는 여전히 곽승재를 차지 못했는데 거기다가 민첩하게 그의 손에 쥐어지기도 하였다.고은서는 이때 수건만 두른 채 한쪽 발이 곽승재의 손에 잡혀 다리 밑이 거의 드러나는 부끄러운 자세였다.그녀의 얼굴은 사과처럼 빨개질 것 같았다.“놓으라고.”곽승재는 손을 떼고 싶지 않았지만 오늘도 할 일이 많고 고은서의 몸도 더 이상 괴로움을 견디지 못했다.그는 그녀를 손에 넣는 욕망을 억지로 참을 수밖에 없었다.“실력이 없으면 마음대로 손찌검할 생각을 하지 마.”목젖을 몇 번 세게 굴리고 곽승재는 그녀의 다리를 늦추고 몸을 돌려 욕실에서 물러났다.고은서는 즉시 문을 잠그고 자신의 빨갛게 달아오른 뺨을 찬물로 세수했다.그녀는 틀림없이 머리가 돌았을 것이다. 자신이 곽승재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다리를 뻗고 그를 걷어차서 자신을 이렇게 난처하게 만들었다.방금 곽승재가 그녀의 발을 잡았을 때 눈에서 그녀를 삼키고 싶은 열정이 이글이글 타오른 것을 생각하면 고은서는 자신을 한 대 때리고 싶었다.얼굴의 열이 식자 고은서는 고개를 들어 세면대 거울을 마주 보았다.그녀의 얼굴에는 손가락 자국이 없었지만 그녀의 목, 쇄골, 어깨에는 다양한 정도의 키스 마크가 있었다.수건을 풀자 어떤 곳의 붉은 자국이 더 깊어지고 이빨 자국까지 남아 있었다.“곽승재, 넌 정말 짐승이나 다름없어.”고은서는 참지 못하고 문밖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

  • 어게인, 비긴   제268화

    곽승재는 아무 말 없이 탁자 위에서 연고를 꺼내 그녀의 손목에 부드럽게 발라 주었다.어젯밤 밧줄에 묶였을 때 생긴 멍 자국인데 지금은 많이 옅어졌다.샤워할 때 비슷한 냄새를 맡았던 것 같았다.‘곽승재가 어젯밤에도 약을 발라줬다고?’“병원이 바로 옆에 있으니 몸이 아프거나 매우 아프면 약을 먼저 처방받을 수 있어.”곽승재가 입을 열었다.고은서의 얼굴이 또 약간 달아올랐다. 곽승재는 비록 어디가 불편한지 분명히 지적하지는 않았지만 그들은 그가 어디를 말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확실히 약간 붓고 아프고 불편했으며 걷는 것도 약간 아팠지만 이 일로 병원에 가기에는 그럴 낯짝이 없었다.“하나도 아프지 않거든.”말을 마친 고은서는 방문을 열고 나갔다.그녀의 걸음걸이가 불편해 보이는 것을 눈치챘는지 곽승재는 긴 팔을 뻗어 그녀의 허리를 반쯤 껴안고 그녀를 호텔 밖으로 안고 나왔다.주차장에서 주민기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그녀의 목에 키스 마크가 보였는지 아니면 곽승재가 그녀를 껴안고 있어서 그런 건지 주천지는 눈을 내리깔았다.그는 바로 예의를 갖췄다.“대표님, 사모님.”“이 사람은 격투기와 운전 솜씨가 뛰어난 이 군입니다.주민기는 몸이 좋은 남자를 가리키며 말했다.이 군이라는 남자는 곽승재와 고은서에게 인사를 했다.곽승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앞으로 네가 고은서의 운전을 책임져라.”고은서는 어리둥절했다.“왜 나에게 운전기사를 배정해 줘?”곽승재는 담담하게 말했다.“너의 출입이 편리해지라고 그랬어. 밖에 나가면 저 사람은 네 경호원도 해줄 수 있고.”고은서는 둘러서 거절했다.“괜찮아, 어젯밤 일은 사고일 뿐이야. 난 경호원과 운전기사가 필요 없어. 필요하더라도 널 귀찮게 하지 않고 내가 알아서 찾을게.”고은서는 또 곽승재와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고 곽승재는 마음속으로 화가 치밀어 올랐다.참다못해 곽승재가 차갑게 입을 열었다.“먼저 쓰고 있다가 사람 찾으면 얘기하자.”외부인 앞에서 고은서는 곽승재와 싸우고

  • 어게인, 비긴   제269화

    “아픈 건 아니고 약을 좀 사려고.”“무슨 약을 사려고? 주민기한테 사서 별장으로 보내라고 해.”고은서는 얼굴을 붉히며 기침했다.“불편해. 내가 가서 사면 돼.”곽승재는 그녀의 반응으로 짐작해 냈고 눈을 아래로 뜨면서 기쁜지 화난 지 모른 채 말했다.“객실에 안전용품이 다 준비되어 있어.”고은서는 곽승재가 이미 조처를 해놓았다는 뜻을 알아차렸다.그러자 고은서는 시름을 놓았다. 어젯밤에 이미 사고가 발생했으니 아무래도 또 다른 사고를 만들어내서는 안 됐다.고은서가 긴장을 푸는 모습을 보고 곽승재는 마음속의 분노가 다시 살아나는 것을 느꼈다.“예전에 나와 아이를 갖고 싶다고 암시한 적 있지 않아?”고은서는 말했다.“시간대마다 생각이 있으니 과거 얘기는 꺼내지 말자.”곽승재는 할 말을 잃었다.예원 별장에 도착한 고은서는 문을 열고 내리려고 했지만 곽승재는 그녀에게 가만히 앉아 있으라고 했다.이어 그는 옆 차 문을 열고 그녀를 바로 껴안고 내렸다.“뭐 하는 거야?”고은서는 의아했다.곽승재는 입을 열었다.“너 너무 늦게 가.”고은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처럼 이런 수단을 써서 접근하는 것에 이제는 모든 일에 대처할 수 있는 정신력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녀는 이미 훌륭하다고 할 수 있다.곽승재가 아무 말 없이 그녀를 안아서 방으로 들어가자 장순이의 얼굴에는 의외로 안도의 빛이 떠올랐다.그러고 나서 눈치껏 자기 일을 했다.고은서는 뻔뻔하게 애써 못 본 척하고 곽승재가 그녀를 안아서 올라가게 하였다.두꺼운 파운데이션으로 목 자국을 가린 고은서는 단정한 화장을 하고 스탠드칼라의 치마로 갈아입은 뒤 트위드 자켓을 입으니 사람 자체가 기운이 있어 보였다.얼굴에는 더 이상 초췌한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두 사람이 저택에 도착한 것은 오후 한나절이었다.차에서 내릴 때 곽승재는 그녀를 안고 내리려고 했지만 고은서가 막아서며 말했다.“혼자 갈게.”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는데 고은서가 곽승재에게 안겨서 가면 얼마나 큰 관심을 끌까.

  • 어게인, 비긴   제270화

    곽현수의 말에 백유미는 곽승재를 한번 쳐다보고는 부드럽게 말했다.“친한 사이라고 해도 조심해야죠. 곽 대표님은 지금 결혼하셨으니 저는 곽 부인님을 기분 나쁘게 할 수 없습니다.”“그것도 기분 나쁘다니. 마음도 좁아라.”곽현수는 꾸짖는 눈빛을 고은서에게 돌렸다.“고은서와 상관없습니다.”고은서가 입을 열기도 전에 곽승재가 먼저 입을 열었다.하지만 곽현수는 여전히 불만스러웠다.“여자를 위해 소꿉친구까지 멀리하면 하면 백 아저씨의 마음이 상할까 봐 두렵지 않으냐?”곽승재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호칭하나 가지고 소원했다고 말할 수 없죠.”“맞아요, 큰아버지. 승재를 탓하지 마세요. 우리의 정은 변하지 않을 거예요.”백유미가 대답했다.백유미가 일부러 곽현수 앞에서 이런 말을 하고 또 정을 언급하는 것은 고은서를 화나게 하여 자기와 말다툼하려는 속셈이었다.고은서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곽 이사님, 저는 유미 씨가 곽승재를 어떻게 부르든 신경 쓰지 않습니다. 아마 모르시는 거 같은데 저와 곽승재, 곧 이혼할 겁니다. 그러니 유미 씨 때문에 저와 불평하실 필요 없어요. 아마 곧 새며느리가 될 거니까 당신도 만족하실 거예요.”어차피 이혼해야 하는데 굳이 겉치레할 필요도 없었다. 배짱이 없으면 그만이지, 그녀는 시중을 들 생각도 없었다.“죄송합니다. 전 먼저 할머니를 뵈러 가야 해서 방해하지 않을게요.”말을 마친 고은서는 곽승재를 뿌리치고 자신의 어깨를 안은 손을 뿌리치고 곽현수의 어떤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곧장 방안으로 향했다.“무슨 태도야? 내가 뭐라고 했길래 이렇게 얼굴을 찡그리며 나한테 그래?”곽현수는 화가 났다.“제가 가볼게요.”곽승재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하면서 고은서를 따라가려고 했지만 곽현수는 그를 불러 세웠다.“쟤가 방금 말한 이혼은 어떻게 된 거야?”곽승재는 자신의 아버지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했다.“저희 부부가 갈등을 좀 일으켰는데 그저 홧김에 한 말입니다.”“홧김에 하는 말이라고 해도 나한테 전혀 예의를 차

  • 어게인, 비긴   제271화

    백유미는 시선을 거두고, 곽현수에게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큰아버지, 죄송해요. 저는 승재랑 함께 있고 싶지만, 너무 성급하게 굴면 그가 저를 싫어할까 걱정이에요.”“네가 귀국해서 GS 그룹에 들어가고 싶다고 했을 때 내가 다 지지했잖아. 근데 지금 와서 승재의 마음도 못 잡아놓고 나더러 프로젝트에 투자해달라고? 말이 돼?”곽현수 매우 불만스러워했다.백유미가 말했다.“큰아버지 말씀이 맞아요. 제가 못나서 그런 거죠. 승재 일에 도와주신 건 정말 감사드려요. 사실 이런 사소한 일로 큰아버지를 귀국하게 할 생각은 없었어요. 하지만 현재로서는 다른 방법이 없었어요.”“큰아버지도 보시다시피 승재는 고은서에게 감정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저도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시도해 봤지만, 그들을 완전히 떼어 놓을 수가 없더라고요.”“프로젝트는 친척에게 부탁할 건데 그가 잘되어야 이 상황을 뒤집을 수 있거든요. 하지만 아버지의 회사도 큰아버지와 승재의 배려 덕분에 간신히 운영되고 있어서, 이렇게 많은 자금을 마련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큰아버지께 도움을 청한 겁니다.”곽현수가 차갑게 말했다.“자금은 내가 줄 수 있어. 네가 뭘 어떻게 하든 상관하지 않겠지만 좀 더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여 승재를 곤경에 처하게 만들어야 해.”“열심히 할게요.”백유미는 대답했지만, 여전히 좀 이해가 안 됐다.“승재는 큰아버지 아들인데 왜 그를 괴롭히시는 거예요?”곽현수가 쌀쌀하게 말했다.“자기 일이나 잘해. 다른 건 네가 간섭할 필요 없어!”백유미는 눈치 있게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그녀의 눈빛에 스쳐 지나간 싸늘한 기운을 눈치채지 못했다.고은서는 할머니를 찾아갔다. 낮잠을 못 주무셨는지 전미자의 안색은 다소 피곤해 보였고, 장순이가 어깨를 주물러주고 있었다.“할머니!”고은서가 달콤하게 불렀다.“은서 왔어.”전미자는 그녀를 보자마자 손을 내밀었다.“할머니한테 와!”“할머니, 생신 축하드려요! 오래오래 건강하시고 매년

  • 어게인, 비긴   제272화

    “이제야 마누라 아까운 거 알겠냐.”전미자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손자를 노려보았다.“진작에 뭐 했어?”“할머니...”“할머니 말씀 맞아요. 예전에는 내가 잘해주지 못했어요.”고은서가 말하려던 찰나, 곽승재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네 탓이 아니야, 내가 너무 무리했어.”이 말을 하고 나서 고은서는 전미자에게 말했다.“외삼촌과 외숙모가 거의 올 때가 된 것 같아요. 할머니, 저 좀 나가볼게요.”그녀는 곽승재와 같은 공간에 있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 않으면 백유미의 말이 자꾸 떠올라 그에게 화를 낼 것 같았기 때문이다.고은서가 핑계를 댄 걸 알았지만 전미자도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고은서가 나간 후, 전미자는 곽승재의 손을 뿌리쳤다.“저리 가, 너는 서툴러서 은서의 반도 못 해!”곽승재는 손을 거두었지만, 여전히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아직도 멍하니 뭐해. 마누라한테 가지 않고!”전미자가 불만스럽게 말했다.곽승재도 거절하지 않고 고은서를 따라갔다.외삼촌과 외숙모는 과연 도착해서 곽 씨 일가족과 친숙하게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고은서는 사람들 속에 섞이고 싶지 않아 조용한 곳에 앉았다.도우미에게 물을 시키려는 순간, 깡마른 팔 하나가 뻗어 나왔다.곽승재가 그녀에게 물잔을 내밀었던 것이다.따끈한 물컵을 보며 고은서는 미간을 찌푸렸다.“할머니를 모시지 않고 왜 왔어?”곽승재는 물잔을 그녀의 손에 쥐여주며 말했다.“내 손이 서툴다고 쫓아냈어.”고은서가 말했다.“그럼 친척들에게 인사하고 와. 난 잠시 조용히 있고 싶어.”곽승재는 그녀 옆에 앉으면서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말했다.“아버지 말씀은 너무 신경 쓰지 마. 그분은 누구에게나 불만이 많으셔. 너에게만 그런 게 아니야.”고은서는 웃으며 말했다.“그렇지 않은 것 같은데. 백유미에게는 꽤 만족해 보이더라.”곽승재: “백 씨 아저씨는 예전에 호원 저택의 집사였고 아버지는 그를 꽤 신뢰했었어. 그래서 백유미에게도 몇 푼의 애정이 더해진 거야.”곽승재가 그

  • 어게인, 비긴   제273화

    고은서의 질문에 곽승재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고은서, 왜 모든 일에 유미를 끌어들이는 거야? 이게 그녀와 무슨 상관이야? 내가 조사하는 이유는 네가 진실을 알고 싶어 했기 때문이야.”고은서는 코웃음 짓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곽승재는 그녀의 반응에 이유 없이 화가 치밀었다.“전에 몇 번이나 엉뚱한 말을 해도 그냥 넘어갔는데, 방금 아버지 앞에서도 또 그런 말을 하더라. 내가 무슨 행동을 했길래 너에게 유미와 결혼할 거라는 착각을 준 거야?”고은서는 속으로 말했다.‘착각이 아니야. 전생에서도 너는 백유미 때문에 나와 이혼했어. 그리고 내가 너희들의 결혼식을 망칠까 봐 나를 정신병원에서 못 나가게 했잖아.이번 생에서는 내가 방해하지 않아서 네가 아직 그녀에 대한 감정을 깨닫지 못한 것뿐이야.’이 말을 당연히 곽승재에게는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고은서는 며칠 전의 일을 꺼냈다.“지난번에 할머니가 보내주신 약을 넣은 해삼탕을 네가 마셨잖아. 내가 널 거절한 후 너 백유미를 찾아간 거 아니었어?”곽승재는 그녀의 말에 웃음이 나왔다.“고은서, 네 마음속에서 나는 그렇게 도덕심 없는 사람으로 보이냐? 와이프가 있는데 왜 다른 여자를 찾아?”정상적인 남자는 그럴 리 없겠지만, 그는 애초에 그녀에게 감정이 없는 데다 약까지 먹었으니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다.어쨌든 그 이틀 동안 그는 아무 소식이 없었고, 그 후에 고은서는 백유미의 인스타에서 식사 모임 사진을 보았다.곽승재는 그녀의 생각을 읽고, 참지 못하고 그녀의 섬세한 턱을 살짝 잡고 이를 갈며 말했다.“그때 나는 병원에 갔어. 진료 기록을 보여줘?”고은서는 그의 손을 뿌리쳤다.“그럴 필요 없어. 난 이미 전에 말했잖아. 네 일에 관심 없다고.”곽승재는 여전히 화가 나 있었다.“고은서, 그때 네가 성아연을 보내 소란을 피우게 한 것도 내가 그 며칠 계속 유미한테 있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야?”“그날 유미는 아저씨가 나에게 고맙다고 식사 대접을 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어. 그런데 내가

최신 챕터

  • 어게인, 비긴   제457화

    곽승재의 행동을 보고 오해를 한 듯 엘리베이터 밖에 서 있던 커플이 그를 향해 사과했다.“죄송합니다. 여자친구분을 미처 보지 못하는 바람에...”“여자친구 아니에요. 그냥 낯선 사람일 뿐이에요.”곽승재가 차가운 목소리로 상대방의 말을 끊었다.커플은 순간 입을 꾹 다물었다.고은서는 속으로 콧방귀를 뀌고는 이내 자신의 룸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고은서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곽승재의 표정이 더 어두워졌다.“대표님, 화내지 마세요. 아까 그 여자...”여자가 말하면서 다정하게 그의 팔짱을 끼려고 할 때, 곽승재가 한기 가득한 눈빛으로 그녀를 쏘아보았다.여자가 분위기를 전환하려고 몇 마디 더 보태려고 할 때 곽승재는 이미 뒤도 돌아보지 않고 룸으로 향했다.그러나 두 사람이 예약한 룸은 다름 아닌 고은서의 맞은편 룸이었다.이를 발견한 여자는 또다시 멈칫했다. 그녀는 두 사람 사이가 심상치 않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하지만 그녀가 곽승재한테 빌붙으려 하는 데는 별 상관이 없었다.여자는 연회에서 곽승재에게 첫눈에 반했다. 그녀는 여러 업계를 오가면서 사람 보는 눈이 꽤 높았는데 대부분 남자들은 잘난 체를 하지 않으면 또 다른 여러 가지 일로 맘에 안 드는 일이 일쑤였다. 그러나 곽승재처럼 뼛속으로부터 우러져 나오는 고귀한 기품을 가진 남자는 어디 가나 매력적일 수밖에 없었다.그녀 또한 그에게 푹 빠진 것이다.처음에는 자신을 냉대하는 곽승재를 보면서 낙심하긴 했으나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매력을 어필했다. 끝내 연회가 끝나기 전에 곽승재는 무언갈 떠올렸는지 그녀에게 눈길을 주었다.수많은 남자를 만나본 그녀는 이내 그의 뜻을 깨닫고 그에게 대신 운전해서 데려다주겠다고 먼저 건의했다.아니나 다를까, 곽승재는 그녀에게 호텔 이름을 댔다.여자는 애써 흥분을 억누르고 곽승재와 함께 호텔로 향했다.하지만 곽승재는 프런트 데스크에서 룸만 예약하고 로비에 앉아 부하들과 온라인미팅을 했다.얼마나 지났을까, 여자가 농락을 당했다고 생각하려는 찰나 그

  • 어게인, 비긴   제456화

    곽승재는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의외네. 내 이름을 다 기억하다니.”‘머리에 문제 있는 거 아니야? 쓸데없는 고집을 부리면서 왜 비아냥거리며 난리야?’엘리베이터는 문이 너무 오래 열려있은 탓에 경보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곽승재가 길을 비켜줄 생각이 없어 보이자 고은서도 더는 그와 다투기 싫어 엘리베이터 버튼이 있는 구석에 서 있었다.엘리베이터가 올라가는데 일이 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기에 그저 참을 생각이었다.이내 곽승재가 엘리베이터에 들어서면서 경보 소리가 멈추고 문이 닫히면서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몇 층으로 가세요?”고은서가 곽승재랑 함께 온 여자에게 물었다.여자는 그녀를 아래 우로 훑어보더니 자랑이라도 하는 듯 턱을 받쳐 들고 말했다.“그쪽이랑 같은 층이에요.”‘나랑 같은 층이라고? 진짜 엿 먹이려고 작정한 거야?’고은서는 미간을 찌푸렸다.엘리베이터 각 면에 거울이 있었기에 그녀는 곽승재와 여자의 행동을 엿볼 수 있었다.여자는 곽승재 곁에 꼭 붙어서 물었다.“대표님, 저분과 아는 사이세요?”자신의 얘기가 나오자 고은서는 고개를 푹 숙이고 못 들은 척했다.곽승재는 콧방귀를 뀌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여자도 눈치 있게 더는 캐묻지 않고 그에게 애교부리기 시작했다.“대표님, 이 호텔 레스토랑 음식이 엄청 유명하다고 들었는데, 오늘 저녁에 아무것도 드시지 않은 것 같으신데 웨이터한테 우리 룸으로 가져다 달라고 할까요?”곽승재는 아주 덤덤하게 답했다.“하고 싶은 대로 해.”“그럼 저 와인도 같이 주문해도 될까요?”여자는 곽승재의 대답에 점점 더 담이 커졌다.“오늘 대표님 대신 운전하느라고 연회 때 한 모금도 마시지 못했단 말이에요. 보상은 해줄 거죠?”곽승재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이었다.“응.”그의 대답을 얻은 여자의 목소리가 방금전보다 더 애교스러워졌다.“고마워요, 대표님.”‘우웩, 토할 것 같아.’고은서는 그녀의 목소리에 속이 울렁거린 탓에 저도 모르게 그녀를 힐끗 쏘아보았다.“왜, 의견이라도 있

  • 어게인, 비긴   제455화

    민시후는 성가시다는 듯 그녀를 째려보면서 말했다.“자기애가 너무 넘치는 거 아니야? 내가 이혼까지 했던 너를 왜 좋아해?”고은서는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그녀와 함께 연기하면서 이미 귀찮은 일들을 많이 겪었는데 진짜 그녀를 좋아하게 된다면 성가신 일이 지금보다 더 많을 것이다.게다가 고은서는 더는 사랑이란 단어에 속박당하고 싶지 않았다.호텔 앞에 도착했을 때 고은서는 민시후한테 내리지 말라고 말했다.“나 혼자 들어가면 돼.”“확실해?”“응.”민시후는 그녀를 힐끗 보더니 이내 아무 말 없이 떠났다.고은서는 호텔 로비로 들어가면서 박지연에게 연락했다.그러나 전화가 통하기도 전에 프런트 데스크 앞에 서 있는 익숙한 모습을 발견했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곽승재였다.그의 옆에는 화려한 옷차림을 한 여자 한 명이 서 있었다.이십 대 좌우로 보였는데 손에는 명품백을 들고 있었고 아주 화려한 옷차림에 몸매도 우월했다.함께 서 있는 두 사람은 마치 선남선녀 같았다.이를 본 고은서는 미간을 찌푸렸다.‘뭐 하자는 거지? 내가 이 호텔에 있는 걸 알면서도 굳이 여자를 데리고 여기로 온다고? 해성에 다른 호텔이 없는 것도 아닌데.’“은서야, 괜찮아?”전화 너머로 박지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고은서는 이내 시선을 돌리고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으며 답했다.“응. 너 온 닥터랑 얘기 나눠봤어? 왜 그 여자랑 함께 카페로 갔는지는 물어봤고?”“물어봤지. 다른 친구가 유혜린이 귀국한 거 알고 같이 밥 먹자고 했대. 그런데 종일 수술하면서 피곤해서 그저 같이 커피 사러 간 거라고 했어.”“그게 다야?”고은서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면서 말했다.“응.”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고은서 안으로 걸어 들어가면서 물었다.“다친 손이 괜찮은지는 안 물어보고?”“연고 가져다줬어. 병원으로 새로 개발한 건데 흉터 없애는 데 좋다면서 주던데.”“그 외에는 아무 말도 없었어?”고은서가 닫힘 버튼을 누르면서 캐물었다.“잠시만요.”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려고 할 때

  • 어게인, 비긴   제454화

    고은서가 되물었다.“왜 그렇게 묻는 거야?”민시후는 콧방귀를 뀌면서 답했다.“백씨 집안 프로젝트를 산통 깨는 거 왜 나한테 부탁하지 않고 송민준한테 부탁한 거야? 목적이 분명하잖아.”고은서는 참지 못하고 반박했다.“그냥 너한테 빚지기 싫어서 그런 건데.”“우리 둘 사이에 무슨 빚 같은 소리를 하고 그래. 나한테 널 깊이 사랑하는 캐릭터를 유지하라고 한 사람은 너잖아.”민시후가 불만스러운 듯 말했다.“그럼 송민준도 내 속셈을 알아차렸다는 거네.”“알아차리라지 뭐. 게다가 송민준 집안 도우미가 그런 짓을 했는데 네가 의심하는 것도 아주 당연한 일이지 않아? 걔도 자신이 무고하다는 걸 증명할 의무가 있잖아.”민시후는 별로 개의치 않았다.고은서는 민시후가 자신을 이 정도로 지지할 줄은 전혀 생각 못 했다.“그런데 그 도우미가 수상하긴 해. 처음부터 모든 걸 혼자 안고 갈 생각이었으면 숨을 필요가 없잖아. 게다가 왜 송민아 전화는 받지 않으면서 송민준한테는 저렇게 쉽게 걸려든 거지?”민시후는 그녀가 쓸데없는 생각을 한다고 비아냥거리는 대신 그녀에게 주의를 주었다.“이번에는 너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으니까 그냥 넘어가 줄 거야. 그런데 다시는 송민준 앞에서 꼼수 부릴 생각하지 마. 네가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니까. 나도 감히 못 건드리는 존재라고.”고은서는 민시후의 말을 들으면서 처음에는 고개를 끄덕였는데 마지막 한마디를 듣자마자 참지 못하고 반박했다.“제발 총명한 척 그만해줄래?”민시후는 콧방귀를 뀌고 말했다.“너보다는 총명하지. 게다가 내가 멍청하다고 생각했으면 날 찾아와서 협력을 제안하지 않았을 거잖아.”고은서는 너무 어이가 없었다.“민 도련님, 겸손한 것도 일종 미덕이에요.”“이미 충분히 우수해서 그 어떤 미덕도 나에겐 금상첨화일 뿐이야. 딱히 너무 중요하진 않다는 생각이 드네.”...두 사람은 곧장 ZY 그룹으로 돌아갔다.고은서도 정식으로 회사 직원들에게 인사했다.전에 입사 활동에도 많은 사람들이 참여한 데다가 그

  • 어게인, 비긴   제453화

    투약한 간호사도 전에 이미 곽승재에 의해 경찰서로 넘겨졌는데 그녀의 증언에도 진희숙만 언급되었다.고은서는 이 모든 결과를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그녀는 속으로 백유미의 신중함을 탄복했다. 그녀가 경각심을 낮추지 않고 제때 녹음하면서 증거를 남겼더라면 지금처럼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가만히 있는 일은 없을 것이다.당사자로서 고은서는 경찰 조사에 협조한 후 나머지 일을 변호사에게 맡겼다.“걱정하지 마세요. 증거가 확실하니까 상응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겁니다.”송민준이 말했다.고은서는 입술을 깨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진정으로 대가를 치르길 바라는 사람은 백유미이지 대신 누명을 쓴 진희숙과 간호사가 아니었다.“우리 민아도 잘못한 곳이 있으니 제가 대신 사과드릴게요. 원하는 보상이라도 있으시면 얼마든지 말하세요. 제가 최선을 다해서 보상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송민준이 말을 이어갔다.“보상은 필요 없어요. 괜찮다면 제 부탁 하나 들어주시죠.”고은서가 말했다.“무슨 부탁이요?”“백씨 집안에서 요즘 여러 프로젝트를 도맡아 하고 있다던데, 그 프로젝트들을 저 대신 산통 깨주세요.”고은서도 민시후를 통해 알게 되었는데 곽수혁이 GS그룹 일에 끼어들면서 백씨 집안에 큰 도움을 줬다고 한다.그녀의 말을 들은 송민준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송민아 보고 나한테도 그만 집적거리고 해. 나도 스트레스 그만 받고 싶어.”옆에 있던 민시후가 갑자기 말을 보태었다.송민준은 민시후를 보면서 덤덤하게 말했다.“시후야, 민아가 어릴 적부터 널 좋아한 걸 너도 알고 있잖아. 민아가 포기하지 않는 이상 우리도 곁에서 어쩔 수 없어.”그의 말을 들은 민시후는 성가시다는 듯 직설적으로 말했다.“난 어릴 적부터 송민아가 싫었다고. 사람 피곤하게 만드는 데는 진짜 짝이 없다니까.”송민준은 그의 말에 답하지 않고 시선을 고은서에게로 돌리며 물었다.“이혼했다고 들었는데 혹시 시후랑 함께 있을 생각이신가요?”‘소식이 빠르네.’이혼한 지 며칠 되지도 않

  • 어게인, 비긴   제452화

    “걱정하지 않아도 돼. 민아 데리고 오지 않았으니까.”송민준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말을 이어갔다.“혹시나 또 고집부리면서 기분 나쁘게 할까 봐 오늘 너희랑 만난다는고 얘기하지 않았어.”민시후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제발 좀 북제로 데려가. 해성에 계속 있게 하지 말고.”송민준은 나긋한 미소를 보이면서 답했다.“내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게다가 이미 ZY 그룹으로 출근하기로 했다던데.”그의 말을 들은 민시후는 눈살을 더 세게 찌푸렸다.“우리 아버지가 송민아를 강제로 ZY 그룹에 밀어 넣은 건 나도 별다른 방법이 없는데 나중에 또 고은서를 해치려 하거든 가만두지 않을 거야! 또다시 너랑 우리 아버지 때문에 봐주는 일은 절대 없을 거야.”고은서는 민시후를 쏘아보았다.‘나랑 송민준을 원수 사이로 만들 생각인 거야?’“뭘 쏘아봐? 내가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닌데.”민시후는 점점 더 흥분해 하며 말했다.“전에도 몇 번이고 널 협박했잖아. 심지어 간호사를 교사하여 우리 아이까지 잃게 한 사람이야. 네가 날 막지만 않았으면 내가 송민아를 가만둘 거 같아?”“...”고은서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전에 유산한 경과를 민시후에게 간단히 알려주면서 송민아랑 상관없는 일이라고 분명히 말했는데 그걸 이렇게 이용할 줄은 미처 생각 못했다.씩씩거리는 민시후를 보면서 고은서는 그가 배우를 하지 않은 게 너무 아쉽다고 속으로 감탄했다.송민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도 전문가에게 나가보라 하고 직접 민시후에게 차를 따라줬다.“전에 병원에서 있었던 일은 정말 미안해. 오늘 만나자고 한 것도 그 일 때문이야.”송민준이 말하기를 진희숙은 송민아를 친딸로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돌봐온 사람으로서 그녀가 두 사람 일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차마 보고만 있을 수 없어서 그런 모험을 했다고 한다.그리고 송민아가 간호사랑 만난 모습이 포착된 사진은 진희숙이 그녀를 불러내 우연하게 찍힌 사진이라고 한다.“민아는 처음부터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어.

  • 어게인, 비긴   제451화

    “형, 형수님이 민시후한테 별다른 마음은 없어 보이는데 걱정하지마.”“내가 무슨 걱정을 한다고 그래?”곽승재가 약간 어색해하며 말했다.“이미 이혼한 사이인데 고은서가 누구한테 마음이 가든 누구랑 있든 나랑 아무런 상관없는 일이야.”“아까 썩은 표정을 하고 경적을 울린 사람이 누군지 모르겠네.”육현석이 작은 목소리로 혼자 중얼거렸다.그러나 갑자기 차가운 시선이 느껴지면서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는 애써 웃으면서 변명거리를 찾았다.“맞아, 맞아. 형 말이 맞아. 형수님이 누구랑 있든 형이랑 이젠 아무 상관없는 일이지. 역시 이혼 같은 작은 일 때문에 속상해하는 일은 전혀 없는 우리 형, 상남자답다니까.”곽승재의 얼굴빛이 점점 더 어두워지는 걸 발견한 육현석은 이내 입을 화제를 돌렸다.“형, 형수님이 형을 보기 싫어하는 것도 화나서 그러는 거잖아. 계속 이렇게 자존심 때문에 고집부려서는 안 된다니까. 형수님한테 문자도 하고 전화도 하면서 존재감을 나타내야 할 거 아니야.”그의 말을 들은 곽승재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네가 말했다시피 날 싫어하잖아. 그런데 무슨 존재감을 나타내라는 거야?”“지금 상대방을 잊지 못하고 놓아주기 싫은 사람은 형이잖아. 그런데 아무것도 안 하고 형수님이 스스로 돌아올 것 같아? 형, 자존심 따위 버리지 않으면 형수님 영원히 돌아오지 않아.”육현석의 말을 들은 곽승재는 전에 낯선 사람 사이로 지내도 되냐고 물었을 때 아주 흔쾌히 된다고 답하던 고은서의 모습이 떠올랐다.어제 점심, 그가 스케줄을 바꾸면서까지 병원으로 찾아갔을 때 그는 고은서가 이혼해서 무척 기쁘다고 하면서 자신의 뒤담화를 하는 걸 들었다.그러나 방금전 민시후와 다정하게 장난치면서 자신을 보고서도 모르는 척하는 그녀를 생각하면 이건 자존심을 내려놓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가 아니었다. 고은서가 이젠 진짜 그에게 아무런 감정도 남지 않았다는 것이 제일 큰 문제였다.곽승재는 눈살을 질끈 찌푸리며 말했다.“내가 언제 고은서랑 다시 화해하고 싶다고 했어? 인제

  • 어게인, 비긴   제450화

    민시후는 그가 입을 열길 기다리고 있는 고은서를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고개를 홱 돌렸다.“오글거려 죽겠네.”고은서는 끝내 참지 못하고 방금전 손을 닦던 물티슈를 그를 향해 던졌다.“누가 오글거린다는 거야! 사람 호기심 불러일으켜 놓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이 짜증 나는 자식아!”“고은서!”물티슈에 얼굴을 맞은 민시후가 물티슈를 다시 주어 그녀를 향해 던지려고 할 때 뒤에서 갑자기 빵빵하는 자동차 경적소리가 들려왔다.고은서와 민시후가 동시에 고개를 돌려보니 고급 SUV 한 대가 뒤에 세워져 있었는데 그 운전석에는 육현석이 앉아있었다. 그리고 조수석에 앉은 사람은 다름 아닌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는 곽승재였다.육현석은 조심스레 그녀를 향해 손을 저으며 옆에 있는 곽승재를 힐끔힐끔 보았다. 방금 경적 소리를 낸 게 그가 아니라 곽승재인 것이 분명했다.SUV 차량 높이가 꽤 있었기에 아마 방금전에 그녀와 민시후가 장난치는 걸 본 모양이다.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가운 얼굴빛을 한 채 앉아있는 곽승재를 보며 고은서는 성가시다는 듯 몸을 홱 돌리면서 민시후에게 말했다.“초록불이야. 안 가고 뭐 해?”민시후도 차 안에 앉아있는 육현석과 곽승재를 보았다. 그는 장난기 가득한 얼굴을 하고 액셀을 밟기는커녕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백미러를 쳐다보았다.“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여기에서 볼 줄은 생각도 못 했는데.”그의 말을 들은 고은서는 전에 두 사람이 운전하면서 맞부딪친 일이 떠올랐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안전벨트를 꼭 쥐고 말했다.“민시후, 우리 약속 있는 거 잊은 거 아니지? 이상한 짓 하지마.”민시후는 불쾌하다는 듯 그녀를 보며 말했다.“이상한 짓이라니. 전에 내 차를 먼저 박은 사람은 곽승재거든.”‘네가 곽승재 차 앞에 막아서서 시비 걸지 않았으면 곽승재가 널 박을 리도 없었거든.’고은서는 너무 어이가 없었다.민시후가 조용히 넘어갈 생각이 없어 보이자 그녀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그러면 나 먼저 차에서 내려도 돼?”“너 언제부터

  • 어게인, 비긴   제449화

    민시후는 송민준과 찻집에서 만나자고 약속을 잡았다.맑은 하늘에 눈 부신 햇살, 날씨가 참 좋았다.민시후는 기사 대신 직접 하늘색 스포츠카를 운전했다.고은서는 그냥 지나칠 수 없을 정도로 눈에 띄는 스포츠카를 보며 말했다.“민 도련님, 패션 워크 보러 가는 것도 아니고 그저 레스토랑 가는 것뿐인데 굳이 이렇게 눈에 띄는 차를 운전해야 할까요?”“그냥 평범한 스포츠카일 뿐인데 어디가 눈에 띈다는 거야? 잔말 말고 얼른 타. 내가 직접 운전한다는데 영광으로 생각하라고.”민시후가 성가시다는 듯 말했다.“...”고은서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에 탔다.스포츠카가 유독 눈에 띄기는 했지만 길에 차들이 적었던 탓에 다행히도 너무 큰 이목을 끌지는 않았다.두 사람은 레스토랑으로 가는 도중에 ZY 그룹 근황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곽승재가 ZY 그룹을 타깃으로 삶고 짓누르려고 할 때 민시후가 제때 빠르게 대응을 하긴 했지만 여전히 소홀히 넘길 수 없는 영향을 받았다.“허 교수님 쪽에 의약 프로젝트가 아주 순리롭게 진행되고 있어. 후기도 꽤 괜찮고. 연구소에 투자하겠다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야.”민시후는 회사 일을 얘기할 때만은 진지했다.“대리권도 네가 쟁취해 온 거니까 융자에 관한 일도 네가 책임지고 잘 해봐.”고은서는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나 그녀는 전에 박지연한테서 곽승재가 융자에 관한 일을 백유미에게 맡길 예정이라고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가 왜 갑자기 생각을 바꾸었는지 의문스러웠다.그녀는 궁금증을 덜기 위해 민시후에게 물었다.“곽승재 아버지가 얼마 전에 귀국하셨는데 회사 일에 참여하려 했다가 곽승재한테 거절당했다고 하더라고. 아마 이번 일도 곽승재가 아버지 건의를 거절하고 직접 내린 결정일 거야.”‘그렇구나. 그런데 회장님이신 자기 아버지랑 맞붙는 거 보아서는 아마 두 사람도 사이가 별로인가 보네.’고은서는 이내 민시후 아버지가 전에 편찮다고 했던 일이 떠올랐다.“아버지는 괜찮으셔?”그녀의 말을 듣자마자 민시후는 피곤하다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