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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게인, 비긴의 모든 챕터: 챕터 251 - 챕터 260

457 챕터

제251화

너무 피곤해서인지 곽승재는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침대에 눕자마자 잠이 들었다.고은서는 곽승재를 깨우지 않고 조용히 화장실에 가서 옷을 갈아입고 화장을 한 후 고준석을 모시고 병원에 다녀왔다.그들이 오후에 돌아간다는 것을 알게 되자 유정길은 미련이 가득했다.함께 이야기를 조금 나눈 후, 고준석과 유정길에게 단독으로 대화할 시간을 주기 위해 고은서와 유성준은 병실 밖으로 나왔다.“요 며칠 너희를 데리고 여기를 제대로 구경시키지도 못했네.”유성준이 미안해하자 고은서는 웃으며 말했다.“괜찮아요. 할아버지의 몸이 회복되시거든 다시 찾아와서 제대로 놀면 되죠.”유성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이렇게 말하지만, 유정길의 병이 낫지 않을 거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인생은 정말 어떻게 될지 몰라. 외국에 나가 있으면서 2년 동안 할아버지의 곁을 지키지 않은 게 너무 후회돼.”유성준은 가볍게 탄식했다.저번 생에 고은서는 고준석을 모시고 해찬시에 가지 않았었기에 유정길의 병세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고은서는 유성준에게 위로를 건넸다.“너무 자책하지 말아요. 오빠도 할아버지가 아플 거 모르셨잖아요.”“은서야, 너도 이제는 정말 다 컸구나. 똑똑하고 듬직하더니 이젠 사람을 위로할 줄도 아네.”유성준이 놀리자 고은서는 콕 집어 물었다.“제가 예전에는 철이 없었나요?”두 사람이 웃으면서 얘기를 나누던 중 고은서는 복도 끝에서 훤칠하게 생긴 곽승재가 과일 바구니를 들고 그들을 향해 걸어오는 것 같았다.곽승재는 연한 남색의 셔츠로 갈아입었고 블랙 수제 양복을 걸치고 있었다. 기운이 돌아오자 그는 또 도도하고 시크한 모습이었다.‘호텔에서 휴식하고 있던 거 아니었어? 왜 여기까지 찾아온 거지?’고은서의 눈길을 따라 유성준도 곽승재를 보았다.“은서, 너의 남편이야?”유성준의 물음에 고은서는 살짝 놀라서 물었다.“어떻게 아셨어요?”유성준이 말했다.“할아버지한테서 이름을 들은 적이 있고 또 우연히 인터뷰를 본 적이 있거든.”두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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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2화

고은서는 눈을 감은 채 생각대로 대답했다.“그럭저럭. 예전에 한 번 만난 적 있어.”곽승재는 똑같은 속도로 말했다.“친하지 않은데 오빠라고 불러?”고은서는 눈을 뜨고 의심하는 눈빛으로 곽승재를 보며 말했다.“그게 왜?”곽승재는 입술을 오므리고 말했다.“왜 그냥 이름 부르지 않아?”고은서가 말했다.“그거야 나보다 나이 많으니까 오빠라고 부른 거지.”곽승재가 말했다.“나도 너보다 나이 많잖아.”고은서는 곽승재의 말뜻을 알아들었다.그녀는 이 상황이 우스웠다. 지난번 전미자와 가족 모임에 참석했다가 술에 취했을 때도 곽승재는 그녀에게 왜 오빠라고 부르지 않냐고 물었었다.그리고 억지로 오빠라고 한마디 부르게 했었다.지금 곽승재는 또 고은서가 유성준을 오빠라고 부른 것에 대해 꼬치꼬치 따지고 있었다.‘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당신이 날 얼마나 아끼는 줄 알겠어.’고은서는 코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당신 진짜 노잼이다.”말을 마치고 고은서는 창밖을 내다보았다.곽승재는 고은서를 반나절 동안 쳐다보았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두 사람은 침묵 속에서 예원 별장에 돌아왔다.이미숙은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고은서는 곽승재와 단둘이 있는 것이 싫어 주방으로 향했다.곽승재는 위층의 서재로 올라갔다.이미숙은 분위기를 살피더니 고은서에게 알렸다.“사모님, 사실 도련님께서 사모님을 많이 관심하십니다. 사모님이 해찬시에 계시던 동안 도련님은 매일 아침 조식을 먹을 때 그곳의 기후를 확인하셨습니다.”고은서는 건성으로 대답했다.“그랬어요? 승재가 많이 한가했나 보네요.”이미숙은 흥미롭게 대답했다.“네. 도련님께서 퇴근하고 돌아오시면 사모님의 사진도 보셨습니다.”“아줌마, 어떻게 그런 것도 알아요?”고은서가 장난치듯 말했다.“설마 할머니께서 그렇게 얘기하라고 시키신 거 아니죠?”고은서가 믿지 않는 눈치자 이미숙은 다급하게 설명했다.“사모님, 제가 말한 건 사실입니다. 여사님이랑 상관없습니다. 제가 방금 도련님께 우유를 가져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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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3화

고은서는 이혼하기 전에 시부모를 다시 만나야 할 줄 몰랐다.“너무 피곤하면 만나지 않아도 돼. 네가 자고 있다고 얘기해 줄게.”곽승재가 담담하게 말했다.고은서는 마음속으로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나 옷 갈아입고 좀 있다 내려갈게.”곽승재는 그녀를 말리지 않고 먼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고은서는 화장을 지우고 깔끔한 치마로 갈아입은 후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곽현수는 이미 도착해서 거실 소파에 앉아 있었다.연세가 쉰 넘어 보이는 곽현수는 정장 차림을 하고 있었는데 곽승재보다 체구가 웅장해 보였다. 엄숙한 표정의 곽현수는 사람에게 친해지기 힘든 느낌을 주었다.“왔어?”곽승재는 고은서가 내려온 것을 보고 일어서서 그녀를 향해 걸어갔고 곽현수도 고은서에게 눈길을 돌렸다.고은서는 적절한 웃음을 지으며 떳떳하게 인사를 건넸다.“아버님, 오셨어요.”곽현수는 ‘응’하고 대꾸하고는 찻잔을 들고 차를 마셨다.고은서는 조금 난감했다. 그녀는 아주 자연스럽게 고준석과 전미자의 귀염을 받을 수 있었지만 엄숙한 곽현수에게 다가가기 쉽지 않았다.곽승재는 눈치 있게 그녀를 끌어안고 소파에 앉으면서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괜찮아. 긴장하지 마.”이런 자리에서 고은서는 곽승재를 밀어내지 않고 그와 함께 앉았다.“요 며칠 외지에 다녀왔다고?”곽현수는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물었다.고은서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외할아버지를 모시고 친구를 만나러 갔어요.”“내가 돌아올 줄 몰랐어?”곽현수가 또 물었다.“아버지께서 돌아오시는 게 큰일도 아니잖아요. 은서랑 무슨 상관이에요.”고은서가 대답하기도 전에 곽승재가 먼저 입을 열고 말했다.곽현수는 차가운 눈빛으로 곽승재를 보며 말했다.“내가 너한테 물었어? 왜 이렇게 버르장머리가 없어졌어?”혼난 곽승재는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은서는 마음속으로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아버님을 처음 뵈는 건 맞지만, 승재와 하루 이틀 결혼한 것도 아닌데 왜 이제 와서 갑자기 날 싫어하는 거지?’그러나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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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4화

“어디 가? 어른을 혼자 내버려 둘 거야?”“저희가 예절이 없어서 아버지의 식욕을 떨어트릴까 봐 먼저 일어나 볼게요.”곽승재가 말했다.“곽승재, 너 참 잘났다.”곽현수는 콧방귀를 뀌더니 밥을 마저 먹지 않고 집을 떠났다.밥 한 끼를 이렇게 먹으니 고은서는 조금 난감해졌다.“상관하지 않아도 돼.”곽승재는 고은서에게 말했다.“뭐 좀 더 먹을래?”고은서는 고개를 흔들었다.“나 배불리 먹었어.”고은서는 곽승재가 어릴 때부터 어떻게 곽현수의 엄격한 요구를 견뎌냈는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승재도 행복하고 기쁘게만 산 것은 아니었구나. 나도 아버님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건데 곧 곽씨 집안의 며느리가 아니게 될 거니까 다행이네.’ ...다음날, 고은서와 곽승재는 전미자의 저택에 도착했다.고은서는 어젯밤 곽현수의 태도를 생각하니 머리가 아팠다.전미자의 건강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고은서는 바로 곽현수에게 대들고 싶었다.“이를 어쩜 좋죠? 저는 곧 이 집안의 며느리가 아니에요. 저를 바꾸려고 하지 마세요.”“괜찮아. 할머니께서 너의 편을 들어주실 거야. 그리고 아버지는 그렇게 일찍 오시지 않을 거야.”곽승재는 고은서의 생각을 눈치채고는 뜻밖에도 위로의 말을 건넸다.고은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당신 회사에 처리해야 할 일이 있다고 하지 않았어? 일하러 가봐.”때마침 전미자가 저택에서 나오며 고은서를 보고 흐뭇하게 말했다.“은서가 왔구나. 어서 할머니 쪽으로 와!”고은서는 전미자에게 폴짝폴짝 뛰어가며 말했다.“할머니.”“은서가 드디어 왔네.”전미자가 말했다.“할머니는 또 너한테 바람맞을까 봐 걱정하고 있었어.”고은서는 약삭빠르게 대답했다.“지난번은 제가 잘못했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사과를 받아줄게. 대신 오늘 종일 나랑 놀아줘야 하고 저녁에 여기서 자고 가야 해!”전미자가 요구를 제기하자 고은서는 순순히 뜻을 따랐다.현장 배치를 도우라고 했지만, 이런 일은 집사가 이미 안배해 놓았기에 고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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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5화

곽승재는 고은서를 못 본체하고는 전미자를 향해 걸어갔다.“왜 벌써 왔어? 회사 일이 바쁘다고 하지 않았어? 은서가 보고 싶어서 온 거야?”전미자의 고의적인 질문에 고은서는 곽승재가 입을 열기 전에 먼저 대답했다.“할머니, 저와 승재가 곧 이혼할 거 뻔히 알면서 뻘쭘한 장난을 치면 어떡해요.”전미자는 여전히 곽승재의 얼굴을 쳐다보며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곽승재의 잘생긴 얼굴에는 감정 기복이 일어나지 않았다.“회사 일은 다 처리했어요. 도와드릴 곳이 있나 보려고 온 거예요.”전미자는 곽승재의 대답을 듣고는 지팡이로 그를 때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생겨났다.‘어휴, 이 멍청한 자식. 밥상까지 차려줬는데 그걸 못 받아먹냐? 일할 때만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고은서는 할머니의 마음을 충분히 알아들었지만, 곽승재가 순순히 뜻을 따라주지 않으니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사실 곽승재가 할머니의 뜻대로 대답한다 해도 고은서는 그의 말을 믿지 않았을 것이었다.고은서는 웃으면서 화제를 돌렸다.“할머니, 우리 같이 사진 봐요.”전미자는 언짢은 말투로 곽승재를 불렀다.“보초 서냐? 이리 와서 앉아.”곽승재는 전미자의 말대로 갈색 책상에 앉았다.이때 고은서는 종이 박스에서 크리스털로 된 액자를 꺼냈다.“할머니, 이 액자를 머리맡에 두거나 화장대에 놓으시면 돼요.”종잇장 크기만 한 액자는 예쁘고 정교했으며 안에는 자상하게 웃고 있는 전미자의 독사진이 놓여 있었다.“은서야, 왜 우리 둘이 같이 찍은 사진을 안 넣었어?”전미자가 묻자 고은서가 말했다.“할머니가 이렇게 예쁘신데 당연히 독사진을 놓아야죠! 이 사진첩에 저와 함께 찍은 사진도 많으니까 언제든지 펼쳐보시면 돼요.”사실 고은서도 두 사람이 같이 찍은 사진을 액자로 만들고 싶었다. 그러나 곽승재와 이혼하면 고은서는 더 이상 전미자의 손주며느리가 아니게 되는 마당에 두 사람의 사진을 선택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을 것 같았다.만약 다른 사람이 사진 속의 여자가 누구냐고 물어보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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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6화

“저는 은서한테 큰 감정이 없어요. 그냥 예전에 부부의 도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에 대해 미안할 뿐이에요. 은서가 이혼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저는 격에 맞는 남편이 되도록 노력할 거예요. 그러나 은서가 끝까지 이혼하겠다고 견지하면 저도 이혼 동의서에 도장 찍을 거예요.”곽승재는 담담하게 말했다.“그리고 할머니께서 말씀하시는 나중에 은서를 쫓아다니는 일은 없을 거예요.”곽승재의 말을 듣고 나서 전미자는 허탈한 한숨을 내쉬고는 지팡이를 거두었다.곽승재는 흠잡을 곳 하나 없이 훌륭한데 자부심이 너무 강한 게 문제였다. 어릴 때부터 순풍에 돛 단 배처럼 순조롭게 살아와서 좌절을 겪어본 적이 없고 모든 일이 자기 손바닥 안에 있는 줄 알았다.설사 자신이 고은서에 대한 감정에 변화가 생겼다는 것을 발견했다 하더라도 곽승재는 자존심과 체면 때문에 인정하지 않았고 이것을 남자의 승부욕 혹은 소유욕으로 돌렸을 수도 있다.게다가 예전부터 줄곧 고은서가 일방적으로 마음을 썼기에 곽승재는 노력하는 일방이 얼마나 고생하는지 몰랐다.‘됐어. 승재가 이제 은서한테서 큰코다쳐봐야 좌절의 맛도 보고 자기가 전지전능하지 못하다는 것도 깨닫겠지.’“그래. 할머니도 더는 너의 일에 관여하지 않을게.”전미자는 시큰둥하게 말하며 사람을 몰아세웠다.“너 빨리 나가. 꼴 보기도 싫어.”곽승재는 어이가 없었다....저녁 무렵 고은서는 전미자와 함께 앞마당에서 웃고 떠들면서 산책했다.곽씨 본가는 부지 면적이 넓어서 뒷마당의 온실도 크지만, 앞마당의 잔디밭도 아주 장관이었다.내일의 생일잔치는 앞마당에서 진행되기에 많은 도우미가 뒷수습에 여념이 없었다.“어머니.”고은서가 전미자와 함께 잔디밭의 배치 상황을 확인하고 있었는데 멀지 않은 곳에서 나지막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고은서가 고개를 돌려 보니 목소리의 주인은 곽현수였다.“아버님.”고은서는 얼굴의 미소를 거두고 점잖게 인사를 건넸다.전미자가 고은서를 많이 아낀다는 것을 알아서인지 곽현수는 어제 예원 별장에서 사람 잡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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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7화

고준석의 목소리는 역시나 쓸쓸하고 무거웠다.“정길이 돌아갔대.”“네?”고은서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어제 우리가 떠날 때까지만 해도 씩씩하게 말씀하시고 멀쩡하시던 할아버지가 어쩌다가 갑자기 돌아가신 거지?’“의사 선생 말로는 숨을 거두기 전에 기운이 며칠 돌아왔던 거래.”고준석은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오랜 친구를 떠나보내는 고준석의 마음은 말이 아니었다.어제까지만 해도 웃으면서 고은서에게 복이 많다고 말하던 할아버지가 오늘 세상을 떠났다고 하니, 고은서도 마음이 안 좋았다.고준석을 위로하고 나서 고은서는 다시 전미자의 곁으로 돌아갔다.“할머니, 죄송해요. 제가 오늘 밤에 할머니를 모시지 못할 것 같아요. 외할아버지의 친구분이 돌아가셨어요. 저는 외할아버지가 많이 속상해할까 봐 돌아가서 곁에 있어 줘야 할 것 같아요.”전미자는 살짝 화를 내며 말했다.“아가야, 사과를 왜 해. 그런 일이 있으면 당연히 외할아버지의 곁을 지키면서 위로해 주는 게 맞지. 내가 승재보고 널 데려다주라고 할게.”말을 마치고 전미자는 도우미를 시켜 곽승재를 불러오게 하려 했지만, 고은서는 거절했다.“할머니, 그러지 않으셔도 돼요. 승재는 자기 일을 처리해야 하니까 저는 택시를 잡아서 돌아가면 돼요.”“그럼 안되지. 승재도 같이 가서 너의 외할아버지를 돌봐드려야지.”본가에서 고준석의 저택까지 한 시간 노정이었다.곽승재는 안 그래도 업무가 바쁜 데다가 곽현수도 본가에 있는 마당에 고은서는 그를 부탁하고 싶지 않았다.고은서는 다시 한번 거절했다.“할머니, 택시를 부르는 것도 아주 간편해요. 승재가 굳이 저를 데려다주지 않아도 돼요.”전미자는 고은서가 지금 사랑에 신경 쓸 때가 아닌 것을 보고 더 권유하지 않고 한발 물러서서 제안했다.“그럼 집안의 기사님더러 데려다 달라고 해. 네가 택시를 부르는 것도 시간이 걸릴 거잖아.”고은서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반 시간 뒤, 날은 이미 저물어 있었고 차량은 번화한 시 중심을 벗어나 조금 외진 교외에서 달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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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8화

고은서는 들어오는 사람이 조금 전 자신의 입을 막던 마른 남자임을 알았다.고은서가 깨어난 것을 보고 남자는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사장님, 깨어났습니다.”남자는 말하면서 몸을 옆으로 살짝 비켜 다른 사람을 들어오게 했다.곧 발걸음 소리가 들리더니 짙은 갈색의 외투를 입고 술배가 나온 남자가 방안에 들어왔다.남자의 얼굴을 제대로 보고 나서 고은서는 깜짝 놀랐다.‘정말 서인수였어! 지금 경찰에 연행되어 조사를 받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왜 이곳에 있는 거지?’고은서는 별안간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전부터 서인수는 이미 그녀에게 앙금을 품고 있었고 사람을 보내 경고까지 했었다. 또 곽승재에게 처참하게 당했으니 그녀에 대한 원한이 매우 깊어졌을 것이었다.지금 그녀를 이곳까지 납치한 걸 보면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게 분명했다.“어허, 실물이 사진보다 훨씬 예쁘게 생겼네.”서인수의 실눈에는 오만과 냉기가 맴돌았다.“그쪽을 은서 아가씨라고 불러야 하나요, 아니면 곽씨 사모님이라고 불러야 하나요?”이번은 고은서와 서인수의 첫 대면이었다.지난번 레스토랑에서 멀리 감치 서인수를 봤을 때 비하면 지금의 그는 매우 초라해진 게 분명했다.헤어를 신경 쓰지 않아 번지르르한 이마를 드러냈고, 입고 있는 외투도 다림질하지 않았으며 옷소매에도 더러운 흔적이 남아있어 전혀 성공 인사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았다.서인수의 표정을 보며 고은서는 애써 태연하게 말했다.“편 하시는 대로 부르세요.”이 말을 듣자 서인수는 기세등등하게 자기 수행비서에게 명령했다.“얼른 사모님을 부축해드려. 어떻게 사모님을 땅에 드러누워서 말하게 해?”마른 남자는 두 걸음에 고은서의 앞으로 다가가 그녀를 끄집어 세우면서 서인수 앞에서 무릎을 꿇게 하려 했다.고은서는 수치심에 발버둥 쳤지만 수행비서는 얼굴이 흉악하고 여자라서 봐주는 것도 없어 핍박으로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딴딴한 아스팔트 바닥에 무릎을 꿇으니 아프기 그지없었다.게다가 그녀의 두 손은 등 뒤에 묶여있어 전혀 움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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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9화

서인수는 말할수록 화가 치밀어올라 손을 뻗어 고은서의 뺨을 한 대 때렸다.고은서는 바로 바닥에 자빠졌고 귀는 윙윙 소리가 울릴 정도로 아파 났고 얼굴도 따끈하게 달아올랐다.서인수의 수행비서는 또 고은서를 끌어 세웠다.고은서는 서인수와 도리를 따져서는 안 된다고 반응하고는 냉랭하게 말했다.“제가 무슨 이유로 아무런 원한이 없는 대표님을 무너뜨리려 했겠어요? 근데 지금 대표님도 문제가 이만저만이 아니실 텐데 제가 경제적 도움을 드릴 수는 있어요.”“날 돈으로 매수하겠다는 건가요?”서인수는 음침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사모님만 아니었다면 저는 이미 GS 그룹과 계약을 체결했을 거고 명운도 이미 상장 회사가 되어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었을 거예요. 사모님이 그걸 해줄 수 있어요?”“대표님이 가리키는 돈 걱정 없이 산다는 금액이 얼마인지 모르겠지만, 저의 집안도 돈이 좀 있다는 거 아시잖아요. 게다가 저의 남편은 곽승재에요. 우리가 아무리 사이가 안 좋다고 해도 그 사람은 저에게 몇백 몇천 만원은 줄 수 있어요. 그래서 제가 대표님께 1억 드리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해요?”고은서는 차근차근 타일렀다.“대표님은 분풀이하시려고 저를 납치하신 거잖아요. 근데 저를 한바탕 팬다고 해서 대표님의 처지는 변하지 않을 거예요. 그럼 차라리 실질적으로 돈을 받아가시는 게 이기는 장사 아닌가요?”“사모님의 말솜씨가 이렇게 좋은 줄 몰랐네요. 근데 절 바보로 본 건가요? 사모님을 풀어주면 바로 경찰에 신고할 거고 곽승재 씨도 저를 가만두지 않을 게 뻔한데 제가 그 돈을 받아서 무슨 소용이에요?”서인수는 음침하게 웃으며 말했다.“사모님을 이리로 잡아 온 이상 그런 푼돈에 매수될 생각이 없거든요.”고은서는 마음이 조급해 났지만, 서인수를 계속 설득했다.“제가 승재를 설득해서 대표님의 양조장에 다시 투자하게 할게요. 그리고 오늘의 일도 없었던 일로 할 수 있어요. 대표님은 지금 작은 트러블에 잠시 발을 묶인 거지 완전히 끝난 거 아니에요. 우리 함께 해결책을 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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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0화

“아무도 사모님을 구하러 오지 않을 거예요. 오늘 저를 잘 모셔보세요. 제가 기분이 좋아서 사모님을 풀어줄지도 모르죠!”서인수는 고은서의 생각을 꿰뚫어 보고는 우쭐거리며 말했다.“곽승재 씨가 말을 놨거든요. 저를 도와주는 사람은 곽승재 씨와 맞서는 거라고. 이번에 고아원에서 말을 바꾼 것도 곽승재 씨가 중간에 손을 썼기 때문일 거예요. 사모님은 남편을 잘 못 만난 죄밖에 없어요. 경제적으로 곽승재 씨와 맞설 수 없다면 저는 사모님이랑 자는 영상을 인터넷에 퍼뜨려 곽승재 씨의 체면을 바닥까지 떨어지게 할 거예요!”고은서는 서인수가 이 정도로 미치게 나올지 몰랐다.자신의 죄를 모두 고은서에게 뒤집어씌우지 않는가 하면 이렇게 악랄한 방식으로 곽승재에게 보복하다니.고은서는 속이 점점 쓰리고 머리도 어지럽기 시작했다. 그녀는 혓바닥을 힘써 씹으며 통증으로 환각을 해소하려 했다.“한가지로 부족하니까 조미료를 좀 더 넣어야겠어!”서인수는 말하면서 또 하얀색 알약을 꺼내 고은서에게 먹이려 했다.고은서는 눈앞의 국면을 돌이킬 여지가 없는 것을 알고 가련한 표정으로 말했다.“대표님께 맞출게요. 약을 더 먹지 않아도 돼요...”“벌써 달통한 거예요? 아님. 원래부터 방탕한 사람이었어요?”서인수는 음탕하게 웃으며 말했다.고은서는 계속 눈물을 흘리며 약한 모습을 보였다.“목숨이 더 중요하니까 제가 달통해야죠. 하지만 제가 대표님 한 사람만 모시면 안 될까요? 제가 아무래도 곽씨 집안의 사모님인데 체면을 좀 남기고 싶어요. 아무 신분도 없는 사람한테 터치 당하는 건...”서인수는 자신의 신분을 치켜세운 말을 듣자 우쭐거리면서 말했다.“때가 어느 때인데 아직도 체면을 챙기는 거예요. 두 사람이 한 사람보다 낫지 않아요?”“대표님, 제발 이 요구만을 들어주세요. 제가 대표님에게 최대한 맞춰줄게요. 그럼 대표님도 흥이 더 오르지 않겠어요?”이때 고은서는 약효가 올라와 얼굴이 발그레했고 말투도 한껏 부드러워졌다.서인수도 고은서의 나른한 말투에 큰 자극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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