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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게인, 비긴의 모든 챕터: 챕터 231 - 챕터 240

457 챕터

제231화

간호사가 허겁지겁 달려오며 말했다.“환자 안색이 너무 안 좋습니다. 다시 응급실로 보내서 의사 선생님에게 보여야 합니다.”곽승재는 백유미를 침대 위에 올려놓았다. 너무 아픈 나머지 백유미의 입술은 백지장처럼 하얘졌으며 허약한 목소리로 말했다.“나 괜찮아. 아버지부터...”간호사는 그녀의 병상을 응급실로 밀고 갔다. 곽승재는 재빨리 바닥에 있는 백승엽을 부축하여 일으켜 세웠다.“유미야, 유미야. 너 왜 그래? 너 아빠를 놀라게 하지 마!”백승엽은 비틀거리며 백유미의 병상을 쫓아갔다.곽승재는 백승엽이 다시 쓰러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그를 부축하여 같이 앞으로 걸어갔다.고은서는 제 자리에 선 채, 손바닥의 아픔이 찌릿찌릿 전해져왔다.그녀의 남편인 사람이, 박지연이 아주 확신하며 말한 이혼하기 아쉬워한다는 곽승재가 지금, 아주 조급하게 백유미를 따라갔다. 심지어 고개를 돌려 그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더구나 고은서가 아픈지 걱정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피 한 방울이 바닥에 뚝 떨어졌다. 고은서는 가방에서 휴지를 꺼내 상처를 꾹 누르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그녀는 주민기가 주차해놓은 방향으로 가지 않고 병원의 출구에서 나오자마자 택시를 잡고 떠났다.“아가씨, 어디로 가실 건가요? 괜찮으세요?”기사님은 고은서가 한참 동안 말이 없는 것을 보고 재차 물었다.고은서는 피로 붉게 물든 휴지를 보면서 말했다.“아무 진료소나 가주세요.”기사님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뻔했다.‘여기가 병원인데 왜 나오자마자 또 진료소를 가려는 거지?’“병원은 접수 절차를 밟을 게 너무 많아요.”고은서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진료소가 더 편해요.”기사님은 고은서의 말을 믿었다.“아가씨가 다행히도 저 같은 현지인을 만나서 여기 부근에 24시간여는 진료소가 있다는 것을 알지, 아니면 이렇게 늦은 시간에 문을 여는 진료소가 어디 있어요?”“감사합니다.”얼마 지나지 않아 기사님이 말한 진료소에 도착했다. 고은서는 기사님에게 만 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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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2화

고은서는 애써 미소를 짓고는 대답하지 않았다.“그런 놈은 좀 내버려 둬야 해요. 아내가 다쳤는데도 곁을 지키지 않고 다른 사람한테 가 있다니!”여의사는 고은서에게 약을 발라주고는 또 붕대로 그녀의 손바닥을 빙 둘러쌌다.“물이 닿지 않게 조심하시고 제때 약을 발라주세요. 안 그러면 흉터가 져서 보기 흉해요.”“고맙습니다. 알겠어요.”고은서가 비용을 지급할 때, 핸드폰이 다시 울렸다. 그녀는 여전히 전화를 끊어버리고 곽승재의 카톡을 차단하기까지 했다.예전의 그녀라면 절대 곽승재를 차단하기 아쉬워했을 것이었다. 그때는 생각하기만 해도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였다.하지만 지금, 차단하면 차단했지, 아무렇지도 않았다.어떤 일들은 그저 마음먹기 어려울 뿐이지 실제로 행동에 옮기는 데 2초밖에 걸리지 않았다.진료소에서 나온 고은서는 바로 택시를 불러 예원 별장으로 갔다.곽승재가 박지연에게 연락해 민폐를 끼칠 것을 방지하기 위해, 차 안에서 그녀는 미리 박지연에게 메시지를 남겼다.[지연아, 나 어깨가 아픈데 약을 안 챙겨서 먼저 들어가 볼게. 너랑 온 닥터 두 사람 오붓한 시간 보내.]메시지를 남긴 뒤, 고은서는 핸드폰에 반짝이는 전화번호를 보며 아예 핸드폰을 꺼버렸다.저녁에는 길에 차가 적었기에 낮에 올 때보다 시간이 적게 걸렸다.대략 한 시간 반 뒤에 고은서는 예원 별장에 도착했다.뜻밖에도 이미숙이 아직 안 자고 있었다.“사모님, 도련님과 같이 단체워크숍에 가신 거 아니셨습니까? 왜 갑자기 돌아오셨습니까? 조금 전 도련님이 전화해서 사모님을 물어보셨습니다.”고은서는 이미숙에게 길게 설명을 늘어놓을 기분이 아니었다.“놀다가 지쳤어요. 밖에서 자는 것이 너무 불편해서 먼저 돌아왔어요. 아줌마, 저 먼저 들어가서 쉴게요. 그 누가 전화를 해도 절대 저를 부르지 마세요.”“네.”이미숙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고은서는 침실로 걸어 들어가 토끼 모양의 무드 등을 보고는 바로 쓰레기통에 넣어버렸다.방문을 잠근 뒤, 고은서는 침대에 웅크린 채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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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3화

비록 외할아버지의 몸 상태가 아직 건장한 편이지만 고은서는 그래도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고은서는 외할아버지가 조금이라도 불편한 것이 있으면 바로 전화해 달라고 특별히 오춘식에게 당부했었다.고은서는 오춘식의 전화인 것을 보자마자 바로 긴장되었다.“아저씨, 외할아버지한테 무슨 일이 생겼나요?”“아니야, 괜찮아.”오춘식은 고은서를 달래주었다.“어르신께서 오늘 옛친구를 만나러 외출할 거라고 하셨어. 아마 며칠 정도 지내다가 올 거 같은데 네가 걱정할까 봐 미리 너한테 알리는 거야.”“외할아버지가 어디로 가는데요? 무슨 친구를 만나는데요? 왜 미리 저한테 얘기해 주시지 않으셨어요?”고은서는 꼬치꼬치 캐물었다.“어제 결정하신 거야. 어르신께서 해찬시로 가신다고 하셨어. 엄청 오랫동안 못 본 옛친구가 아파서 문병하러 가시는 거라고 했어. 이번에 못 보면 앞으로 영영 볼 기회가 없을 것 같다고 얘기하셨어.”‘해찬시!’고은서는 갑자기 떠올랐다. 전생에서 외할아버지는 해찬시로 갔을 때 사고를 당해서 다리를 치었다.그때 외할아버지는 별로 아프지 않아 크게 신경 쓰지 않았고 해찬시에서 돌아오고 나서도 상세한 검사를 받아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할아버지가 화초에 물을 주던 도중 다리가 갑자기 아파서 돌바닥에 쓰러지게 되었다.병원에 실려 가서 검사를 해보니 그제야 다리에 신경이 손상되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가장 좋은 치료 시기를 놓친 데다가 쓰러지면서 분쇄 성 골절까지 초래하게 되어서 아무리 치료한다고 해도 외할아버지의 다리는 더는 걸을 수 없게 되었다. 그저 영원히 휠체어에 앉아 있어야 했다.“은서야, 걱정하지 마. 내가 어르신을 잘 보살필게.”오춘식이 말했다.“별다른 일이 없으면 이만 끊을게. 난 어르신을 도와 짐을 마저 싸야 해.”“아저씨, 언제 출발하세요?”고은서가 물었다.“오후 2시 비행기를 예약할까 해. 점심을 먹은 뒤 바로 공항으로 가면 되잖아.”“그럼, 외할아버지 신분증을 저한테 보내주세요. 제가 비행기 표를 예약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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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4화

고은서는 웃었다.“그래. 넌 꼭 그 생각을 유지하길 바라.”박지연은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왜 얘기가 나한테로 넘어왔어? 아직 네 얘기가 끝나지 않았잖아.”“더 얘기할 게 뭐가 있어. 백유미의 목적은 승재로 하여금 내가 심보 악랄한 사람이라고 오해하는 것이잖아. 지금 백유미가 목적을 이뤘으니 이 일은 이렇게 끝이 났지. 어차피 나는 승재랑 이혼할 거니까 그가 날 어떻게 생각하든, 난 전혀 상관없어. 됐어. 나 진짜 급해. 끊어!”박지연에게 말할 기회를 주지 않은 채 고은서는 전화를 끊어버렸다.드레스 룸에서 옷 몇 벌을 꺼내고 또 여행용 화장품 세트를 넣은 뒤, 고은서는 캐리어를 닫고 화장실로 갔다.다행히 다친 곳이 왼손 손바닥이어서 세수하는 데 별 지장이 없었다.세수를 마치자마자 밖에서 이미숙의 목소리가 들렸다.“사모님, 일어나셨습니까? 아침 식사가 준비되었습니다.”고은서가 문을 열자, 이미숙이 밖에 서 있었다.“사모님, 손이 왜 그렇습니까?”이미숙은 이상함을 눈치챘다.고은서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괜찮아요. 별문제 아니에요. 아줌마 먼저 내려가 있어요. 저도 금방 내려갈게요.”“그리고 승재한테는 제 손 얘기하지 마세요.”고은서가 또 말했다.이미숙은 이해가 안 갔다.“사모님, 다치셨습니까? 왜 도련님한테 얘기하지 말라는 겁니까? 도련님께서 어젯밤에 사모님이 돌아오신 것을 안 뒤, 도련님도 돌아오셨습니다. 게다가 저한테 사모님의 상황까지 물어보셨습니다.”고은서가 대답했다.“그저 조금 까진 것뿐이에요. 지금은 이미 다 나았어요. 말할 필요가 없어요.”고은서는 곽승재의 그 어떤 관심도 필요 없었다. 그녀에게 너무 쓸데없는 것들이었다.이미숙이 내려간 뒤, 고은서는 또 자신을 한바탕 꾸몄다. 시간을 보니 이미 아홉 시 반이 되었다.외할아버지 집으로 가는 데 한 시간이 걸렸다. 그녀는 외투를 왼손에 걸친 채, 오른손에 작은 캐리어를 들고 계단을 내려갔다.아래층에는 곽승재가 보였으며 의외로 아직 집에 있었다. 그는 때마침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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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5화

‘돌아오라고?’예원 별장이 정말로 고은서의 집인 것처럼 말했다.곽승재의 이런 아무 의미 없는 질문에 고은서는 마음속으로 냉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말없이 바로 떠났다.주방에서 나온 이미숙은 급급히 고은서를 불렀다.“사모님, 어디 가십니까? 아직 아침도 안 드셨습니다.”“제가 시간이 빠듯해서 아침을 못 먹을 거 같아요.”말을 마친 뒤 고은서는 문을 나섰다.고은서는 어깨가 채 낫지 않은 데다가 손바닥까지 다쳐서 직접 운전을 하기에는 무리였다.그녀가 핸드폰을 꺼내 들어 콜택시를 부르려고 한순간, 곽승재가 집 안에서 성큼성큼 걸어 나와 알 수 없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외할아버지댁까지 데려다줄게.”“아니...”“외할아버지의 얼굴도 볼 겸, 드릴 물건도 있어서 그래.”고은서가 거절의 말을 꺼내기도 전에 곽승재는 그녀에게 거절할 수 없는 이유를 제기했다.이때 주민기는 비싼 보양식 선물 박스를 몇 개 들고나왔으며 이미숙은 그녀에게 줄 도시락을 두 통 들고 나왔다.“사모님, 아무리 시간이 급하다고 해도 아침을 안 먹으시면 안 되십니다. 이 안에 디저트들을 준비해 놨습니다. 차 안에서 배 좀 채우시기를 바랍니다.”기사님은 차를 그들의 앞에 세웠다.고은서는 재차 거절하지 않았다. 그녀는 주민기가 선물 박스와 그녀의 캐리어를 트렁크에 넣는 것을 지켜보고는 이미숙이 주는 도시락을 건네받고 뒷좌석으로 들어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차는 예원 별장을 나섰다.차 안에서 그 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으며 분위기는 조금 이상했다.기사님은 운전에 집중하느라 별말을 하지 않았지만, 주민기는 이런 분위기가 조금 어색했다.그는 심지어 후회되었다. 곽승재는 그더러 사물함에서 선물 박스를 조금 챙기라고 했지, 반드시 꼭 같이 가야 한다고 말하지는 않았다.주민기는 물건만 놔두고 핑계를 대서 몸을 빼기 조금 난처했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덩그러니 바보처럼 차 안에서 이 정적을 즐기게 되었다.또 한창 지났을 때, 주민기는 고은서가 주동적으로 입을 열기는 불가능하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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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6화

곽승재가 물었다.“왜 운호 산장에 돌아가지 않은 건데?”고은서는 대답하기 싫다는 듯 입을 꾹 다물었다.그러자 곽승재의 표정이 굳어지며 불쾌한 기색이 감돌았다.“약을 바꿔치기 한 일이 너랑 관련이 있는지는 일단 내버려두고, 네가 아저씨를 차서 허리를 다치게 했으면 그렇게 무책임하게 가버리면 안 되는 거 아니야?”그 말을 들은 주민기는 머리가 지끈거렸다.큰일 났다.곽 대표가 이렇게 말하면 둘 사이가 더 어색해질 텐데.아니나 다를까 고은서는 그 말에 참고 있던 화가 폭발했다.“내가 뭘 잘못했는데? 네가 병원에 오라 해서 왔건만. 꼬치꼬치 캐묻고는 그것도 모자라서 이젠 돌아도 못 가게 하는 거야? 아주 그 자리에서 나한테 죄명을 씌워줄 때까지 기다려야 했었나봐? 아저씨랑 백유미한테 무릎 꿇고 사과라도 해야 한다는 거야?”“...”곽승재는 그녀의 말에 순간 말문이 막혔다.주민기는 이 상황을 도저히 지켜볼 수 없어 운전기사에게 급히 신호를 보냈다.어서 칸막이를 내려야만 이 불똥이 자신에게 튀지 않을 테다.칸막이가 내려가자 곽승재도 억누르고 있던 분노를 더는 참지 못했다.“고은서, 지금 이 상황에서도 네가 억울하다는 거야?”“약봉지에 네 지문이 없다고 단정할 수 있어? 아니면 약국에 가기 전에 백유미가 나타난 데에 화가 난 적도 없다고 말하는 거야?”역시 곽승재는 이미 지문 검사를 했던 것이다.“백유미는 GS그룹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일 뿐이야. 이사 자리에 있는 것도 그만한 실력이 있어서고. 본사에 와서 원하는 자리를 고르라고 기회를 줬는데 네가 거절했잖아. 그런데 지금 와서 또 백유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설치고. 대체 원하는 게 뭐야?”곽승재가 물었다.“그쪽이랑 거리 두는 게 내가 원하는 거라고. 대체 몇 번을 말해야 아는데?”고은서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네가 서류에 도장 찍는 걸 미루면서 애매하게 구니까 백유미가 계속해서 이런 자극적인 행동을 하는 거잖아!”“자기 몸과 생명을 걸고 장난칠 사람이 어디 있어?”“있잖아. 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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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7화

곽승재의 걱정이 담긴 목소리는 고은서의 귀에 비웃음처럼 들릴 뿐이었다. 고은서는 입술을 꾹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어떻게 된 거라뇨? 자갈이나 깨진 유리가 살 속으로 박힌 것 같은데 짚이는 군데 없어요?”의사가 고은서 대신 대답했다.곽승재는 그제야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혹시 쓰레기통 위에 있던 방화용 자갈에?”고은서는 여전히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의사는 그녀를 타이르듯 말했다.“아가씨, 손을 이렇게 다쳤으면 조심했어야죠. 겨우 아물어가던 상처가 다시 찢어져서 얼마나 아프겠어요. 괜히 고생을 두 번 하잖아요.”“아내가 다친 줄 몰랐습니다. 내가 너무 세게 잡았어요.곽승재는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렸다.의사는 고개를 들며 곽승재를 쳐다보았다.“아내라면서 다친 것도 모르셨어요?”평소 자신감 넘치던 곽 대표도 그 순간 의사의 한 마디에 얼굴이 뜨거워졌다.그는 헛기침하며 변명하듯 말했다.“당시 상황이 좀 급해서요.”“그럼 현장에 있었다는 얘기네요? 그런데도 아내가 다친 걸 몰랐어요?”의사는 더 놀란 듯 물었다.“아내가 다친 것보다 더 급한 일이 뭐가 있길래요?”곽승재는 대답할 말을 찾지 못했다.고은서는 그런 그를 보며 속이 시원했다.예전 같았으면 분명 곽승재 대신 해명해 주었겠지만, 지금은?잘 됐다. 이렇게 당해도 싸지.“혹시 강제로 결혼하신 건 아니죠? 평소에도 저렇게 무관심한가요?”의사는 조심스레 고은서에게 물었다.고은서는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그런 셈이죠.”비록 맞선으로 만난 건 아니지만 곽승재가 그녀와 결혼한 건 할머니의 뜻을 거스르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가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 것도 사실이었다.“지금 진료하시는 겁니까? 아니면 험담하는 겁니까?”곽승재는 눈살을 찌푸리며 의사에게 말했다.“환자 진료나 제대로 보시죠.”의사는 다시 한번 곽승재를 훑어보았다. 그의 큰 키와 기품 있는 외모를 보며, 작게 속삭였다.“아가씨, 남편 고를 때 이렇게 겉만 멀쩡한 사람 말고 진짜로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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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8화

“됐어. 쓸데없는 말로 시간 낭비하지 말자.”고은서는 곽승재의 말을 끊었다.“네가 의사라도 돼? 알면 뭐 어쩔 건데. 상처가 저절로 낫는 것도 아니고.”곽승재는 또다시 말문이 막혔다. 지금의 고은서는 마치 온몸에 가시를 세운 고슴도치 같았다. 지금 상대로는 제대로 대화할 수조차 없었다.결국 곽승재는 이 주제를 접고 주머니에서 카드를 꺼냈다.“이거 받아.”고은서는 웃음을 터뜨렸다.“뭐야, 보상이라도 해 주려는 거야?”이전에 고은서가 그에게 ‘10만 원 한 달 패키지’ 라 조롱했던 일이 있었기에 곽승재는 그 단어를 입에 올리지 않았다.곽승재는 차분하게 말했다.“너희 외할아버지와 같이 지방에 동행할 시간이 없으니까 여행에 필요한 모든 비용은 내가 부담할게.”고은서는 단호하게 거절했다.“필요 없어. 우리 집이 아무리 어려워도 그런 돈은 필요 없어.”고승아가 ‘우리 집’이라 콕 집어 말하자 곽승재는 그 사이에서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람처럼 느껴졌다.속에서 불쾌함이 밀려왔지만 곽승재는 애써 감정을 억누르고 물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면 되겠네?”그 말을 듣자마자 고은서는 잽싸게 카드를 낚아챘다.지금은 장난처럼 말했지만 혹시라도 진짜 화가 나서 따라오겠다고 하면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니까.어차피 준다는데 안 받을 이유는 없었다.곽승재는 그녀의 속내를 읽고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몇십 분 후, 차는 고은서의 집에 도착했다.고은서는 왼손에 외투를 걸친 채 작은 가방을 들고 먼저 차에서 내렸다.고준석은 이미 마당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고은서는 활짝 웃으며 달려갔다.“할아버지!”“은서야, 네가 할아버지랑 같이 해찬시에 가고 싶다고 할 줄이야. 예전에는 기후가 너무 건조하다고 싫다고 하더니.”고준석은 놀란 듯 물었다.고은서가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괜찮아요, 충분히 수분 보충할 스프레이랑 마스크팩도 챙겨왔다고요. 그냥 외할아버지랑 같이 있고 싶어서요.”두 사람은 손을 잡고 웃으며 얘기 나누고 있었다. 그때 곽승재가 보따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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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9화

곽승재는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겠습니다. 곧 갈게요.”전화를 끊자마자 운전기사가 다가와 보고했다.“대표님, 사모님께서 바쁘시면 점심은 함께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하셨습니다. 짐을 챙겨야 할 것들이 있어 안으로 들어가셨어요.”이 말은 그야말로 ‘그만 가라’는 뜻이었다. 곽승재는 잠시 서 있다가 이내 걸음을 돌려 차 쪽으로 향했다.운전기사가 재빨리 뒷좌석 문을 열어 주었지만 곽승재는 문 앞에서 잠시 망설였다.그리고 곧 결심한 듯 다시 돌아서서 집 안으로 걸어갔다.그때 고은서는 외할아버지와 함께 거실 테이블에 앉아 태블릿으로 해찬시의 관광지들을 보고 있었다. 고은서의 얼굴에는 오랜만에 보는 애교 섞인 환한 미소가 번져 있었다.“할아버지.”곽승재가 낮은 소리로 불렀다.고준석은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승재야, 아직 안 갔나?”“가보려던 참이었는데,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곽승재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은서의 손이 제 부주의로 다쳤습니다. 이 일에 대해 사과드리려고요.”고준석은 그제야 외손녀가 손을 옷 안에 숨기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어디 다친 거야? 손 좀 보자!”고준석이 다급하게 말했다.고은서는 곽승재를 째려보며 귀찮다는 듯 손에 감긴 붕대를 내보였다.“어제 실수로 작은 돌멩이에 찍혔어요. 이제 거의 다 나았어요, 할아버지.”고준석은 여전히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넌 원래 아픈 걸 못 참잖니. 평소엔 가시 하나만 뽑아도 울고불고 난리였는데 이렇게 붕대를 감을 정도면 얼마나 아팠겠어. 소독도 해야 하고 약도 발라야 할 텐데, 어떻게 참았대.”예전의 고은서는 사소한 상처에도 엄살을 부리곤 했다.작은 상처만 있어도 외할아버지와 도우미들이 온갖 방법으로 달래야 겨우 진정했었다.곽승재는 한때 할머니에게 등 떠밀려 고은서의 집에 와서 아팠던 고은서를 본 기억이 떠올랐다.그때 외할아버지는 고은서에게 용감한 아이라고 칭찬하며 약을 먹이려 했지만, 고은서는 약 한 모금을 마시자마자 쓴맛에 얼굴을 찌푸리며 뱉어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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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0화

기사는 뒤에서 들려오는 곽승재의 낮은 목소리에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대표님, 저한테 물으신 건가요?”곽승재는 대답하지 않았다.기사는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어 말했다.“저희 집은 모든 일을 아내가 알아서 처리합니다. 급한 일이 생겨도 제가 나설 필요가 없죠.”그가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걸 알았지만 곽승재는 더 이상 설명할 마음이 없었다.의사도 현장 상황을 모른 채로 판단을 내린 것이었다.고은서가 백유미와 관련된 일로 화를 낸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때마다 무조건 그녀의 편을 들어줬다면 오히려 더 제멋대로 굴었을 거였다.게다가 고은서가 다친 것도 자신이 미처 알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녀가 떠난 뒤에야 뒤늦게 알게 되어 연락하려 했지만, 그때는 이미 연락이 닿지 않았었다.따라서 이번 일은 자신이 잘못 처리한 게 아니라고 곽승재는 생각했다.고은서가 이번 일로 화가 나서 외할아버지와 함께 외국으로 간다 해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곽승재는 스스로 이성적으로 정당화하려 했다.하지만 고은서의 얼굴에 떠오른 비웃음을 떠올릴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여전히 불편했다....점심을 먹고 난 후, 고은서는 외할아버지와 오춘식과 함께 공항에 도착했다.고은서는 여자였기에 외할아버지와 같은 방을 쓸 수 없었고, 전생에서 외할아버지가 사고를 당했던 구체적인 시간과 장소를 알 수 없었기에 더 안전하게 오춘식까지 동행하도록 했다.탑승 수속을 마친 후 세 사람은 퍼스트 클래스 라운지에 앉아 있었다.오춘식과 외할아버지가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고은서의 휴대폰이 울렸다.전화 화면을 확인하니 전미자였다.이 시간에 왜 전화를 했을까?고은서는 전화를 받으며 말했다.“할머니, 무슨 일이세요?”전미자가 다정하게 물었다.“은서야, 오늘이 승재 아빠가 귀국하는 날이잖니. 오늘 저녁에 우리 집에 와서 같이 밥 먹자고 약속했었잖아.”고은서는 순간 머리를 탁 쳤다. 이 중요한 약속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아침에도 곽승재는 이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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