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서는 애써 미소를 짓고는 대답하지 않았다.“그런 놈은 좀 내버려 둬야 해요. 아내가 다쳤는데도 곁을 지키지 않고 다른 사람한테 가 있다니!”여의사는 고은서에게 약을 발라주고는 또 붕대로 그녀의 손바닥을 빙 둘러쌌다.“물이 닿지 않게 조심하시고 제때 약을 발라주세요. 안 그러면 흉터가 져서 보기 흉해요.”“고맙습니다. 알겠어요.”고은서가 비용을 지급할 때, 핸드폰이 다시 울렸다. 그녀는 여전히 전화를 끊어버리고 곽승재의 카톡을 차단하기까지 했다.예전의 그녀라면 절대 곽승재를 차단하기 아쉬워했을 것이었다. 그때는 생각하기만 해도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였다.하지만 지금, 차단하면 차단했지, 아무렇지도 않았다.어떤 일들은 그저 마음먹기 어려울 뿐이지 실제로 행동에 옮기는 데 2초밖에 걸리지 않았다.진료소에서 나온 고은서는 바로 택시를 불러 예원 별장으로 갔다.곽승재가 박지연에게 연락해 민폐를 끼칠 것을 방지하기 위해, 차 안에서 그녀는 미리 박지연에게 메시지를 남겼다.[지연아, 나 어깨가 아픈데 약을 안 챙겨서 먼저 들어가 볼게. 너랑 온 닥터 두 사람 오붓한 시간 보내.]메시지를 남긴 뒤, 고은서는 핸드폰에 반짝이는 전화번호를 보며 아예 핸드폰을 꺼버렸다.저녁에는 길에 차가 적었기에 낮에 올 때보다 시간이 적게 걸렸다.대략 한 시간 반 뒤에 고은서는 예원 별장에 도착했다.뜻밖에도 이미숙이 아직 안 자고 있었다.“사모님, 도련님과 같이 단체워크숍에 가신 거 아니셨습니까? 왜 갑자기 돌아오셨습니까? 조금 전 도련님이 전화해서 사모님을 물어보셨습니다.”고은서는 이미숙에게 길게 설명을 늘어놓을 기분이 아니었다.“놀다가 지쳤어요. 밖에서 자는 것이 너무 불편해서 먼저 돌아왔어요. 아줌마, 저 먼저 들어가서 쉴게요. 그 누가 전화를 해도 절대 저를 부르지 마세요.”“네.”이미숙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고은서는 침실로 걸어 들어가 토끼 모양의 무드 등을 보고는 바로 쓰레기통에 넣어버렸다.방문을 잠근 뒤, 고은서는 침대에 웅크린 채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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