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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2화

작가: 류한나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9-30 18:29:52
고은서는 애써 미소를 짓고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런 놈은 좀 내버려 둬야 해요. 아내가 다쳤는데도 곁을 지키지 않고 다른 사람한테 가 있다니!”

여의사는 고은서에게 약을 발라주고는 또 붕대로 그녀의 손바닥을 빙 둘러쌌다.

“물이 닿지 않게 조심하시고 제때 약을 발라주세요. 안 그러면 흉터가 져서 보기 흉해요.”

“고맙습니다. 알겠어요.”

고은서가 비용을 지급할 때, 핸드폰이 다시 울렸다. 그녀는 여전히 전화를 끊어버리고 곽승재의 카톡을 차단하기까지 했다.

예전의 그녀라면 절대 곽승재를 차단하기 아쉬워했을 것이었다. 그때는 생각하기만 해도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 차단하면 차단했지, 아무렇지도 않았다.

어떤 일들은 그저 마음먹기 어려울 뿐이지 실제로 행동에 옮기는 데 2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진료소에서 나온 고은서는 바로 택시를 불러 예원 별장으로 갔다.

곽승재가 박지연에게 연락해 민폐를 끼칠 것을 방지하기 위해, 차 안에서 그녀는 미리 박지연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지연아, 나 어깨가 아픈데 약을 안 챙겨서 먼저 들어가 볼게. 너랑 온 닥터 두 사람 오붓한 시간 보내.]

메시지를 남긴 뒤, 고은서는 핸드폰에 반짝이는 전화번호를 보며 아예 핸드폰을 꺼버렸다.

저녁에는 길에 차가 적었기에 낮에 올 때보다 시간이 적게 걸렸다.

대략 한 시간 반 뒤에 고은서는 예원 별장에 도착했다.

뜻밖에도 이미숙이 아직 안 자고 있었다.

“사모님, 도련님과 같이 단체워크숍에 가신 거 아니셨습니까? 왜 갑자기 돌아오셨습니까? 조금 전 도련님이 전화해서 사모님을 물어보셨습니다.”

고은서는 이미숙에게 길게 설명을 늘어놓을 기분이 아니었다.

“놀다가 지쳤어요. 밖에서 자는 것이 너무 불편해서 먼저 돌아왔어요. 아줌마, 저 먼저 들어가서 쉴게요. 그 누가 전화를 해도 절대 저를 부르지 마세요.”

“네.”

이미숙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고은서는 침실로 걸어 들어가 토끼 모양의 무드 등을 보고는 바로 쓰레기통에 넣어버렸다.

방문을 잠근 뒤, 고은서는 침대에 웅크린 채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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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게인, 비긴   제234화

    고은서는 웃었다.“그래. 넌 꼭 그 생각을 유지하길 바라.”박지연은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왜 얘기가 나한테로 넘어왔어? 아직 네 얘기가 끝나지 않았잖아.”“더 얘기할 게 뭐가 있어. 백유미의 목적은 승재로 하여금 내가 심보 악랄한 사람이라고 오해하는 것이잖아. 지금 백유미가 목적을 이뤘으니 이 일은 이렇게 끝이 났지. 어차피 나는 승재랑 이혼할 거니까 그가 날 어떻게 생각하든, 난 전혀 상관없어. 됐어. 나 진짜 급해. 끊어!”박지연에게 말할 기회를 주지 않은 채 고은서는 전화를 끊어버렸다.드레스 룸에서 옷 몇 벌을 꺼내고 또 여행용 화장품 세트를 넣은 뒤, 고은서는 캐리어를 닫고 화장실로 갔다.다행히 다친 곳이 왼손 손바닥이어서 세수하는 데 별 지장이 없었다.세수를 마치자마자 밖에서 이미숙의 목소리가 들렸다.“사모님, 일어나셨습니까? 아침 식사가 준비되었습니다.”고은서가 문을 열자, 이미숙이 밖에 서 있었다.“사모님, 손이 왜 그렇습니까?”이미숙은 이상함을 눈치챘다.고은서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괜찮아요. 별문제 아니에요. 아줌마 먼저 내려가 있어요. 저도 금방 내려갈게요.”“그리고 승재한테는 제 손 얘기하지 마세요.”고은서가 또 말했다.이미숙은 이해가 안 갔다.“사모님, 다치셨습니까? 왜 도련님한테 얘기하지 말라는 겁니까? 도련님께서 어젯밤에 사모님이 돌아오신 것을 안 뒤, 도련님도 돌아오셨습니다. 게다가 저한테 사모님의 상황까지 물어보셨습니다.”고은서가 대답했다.“그저 조금 까진 것뿐이에요. 지금은 이미 다 나았어요. 말할 필요가 없어요.”고은서는 곽승재의 그 어떤 관심도 필요 없었다. 그녀에게 너무 쓸데없는 것들이었다.이미숙이 내려간 뒤, 고은서는 또 자신을 한바탕 꾸몄다. 시간을 보니 이미 아홉 시 반이 되었다.외할아버지 집으로 가는 데 한 시간이 걸렸다. 그녀는 외투를 왼손에 걸친 채, 오른손에 작은 캐리어를 들고 계단을 내려갔다.아래층에는 곽승재가 보였으며 의외로 아직 집에 있었다. 그는 때마침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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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게인, 비긴   제236화

    곽승재가 물었다.“왜 운호 산장에 돌아가지 않은 건데?”고은서는 대답하기 싫다는 듯 입을 꾹 다물었다.그러자 곽승재의 표정이 굳어지며 불쾌한 기색이 감돌았다.“약을 바꿔치기 한 일이 너랑 관련이 있는지는 일단 내버려두고, 네가 아저씨를 차서 허리를 다치게 했으면 그렇게 무책임하게 가버리면 안 되는 거 아니야?”그 말을 들은 주민기는 머리가 지끈거렸다.큰일 났다.곽 대표가 이렇게 말하면 둘 사이가 더 어색해질 텐데.아니나 다를까 고은서는 그 말에 참고 있던 화가 폭발했다.“내가 뭘 잘못했는데? 네가 병원에 오라 해서 왔건만. 꼬치꼬치 캐묻고는 그것도 모자라서 이젠 돌아도 못 가게 하는 거야? 아주 그 자리에서 나한테 죄명을 씌워줄 때까지 기다려야 했었나봐? 아저씨랑 백유미한테 무릎 꿇고 사과라도 해야 한다는 거야?”“...”곽승재는 그녀의 말에 순간 말문이 막혔다.주민기는 이 상황을 도저히 지켜볼 수 없어 운전기사에게 급히 신호를 보냈다.어서 칸막이를 내려야만 이 불똥이 자신에게 튀지 않을 테다.칸막이가 내려가자 곽승재도 억누르고 있던 분노를 더는 참지 못했다.“고은서, 지금 이 상황에서도 네가 억울하다는 거야?”“약봉지에 네 지문이 없다고 단정할 수 있어? 아니면 약국에 가기 전에 백유미가 나타난 데에 화가 난 적도 없다고 말하는 거야?”역시 곽승재는 이미 지문 검사를 했던 것이다.“백유미는 GS그룹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일 뿐이야. 이사 자리에 있는 것도 그만한 실력이 있어서고. 본사에 와서 원하는 자리를 고르라고 기회를 줬는데 네가 거절했잖아. 그런데 지금 와서 또 백유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설치고. 대체 원하는 게 뭐야?”곽승재가 물었다.“그쪽이랑 거리 두는 게 내가 원하는 거라고. 대체 몇 번을 말해야 아는데?”고은서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네가 서류에 도장 찍는 걸 미루면서 애매하게 구니까 백유미가 계속해서 이런 자극적인 행동을 하는 거잖아!”“자기 몸과 생명을 걸고 장난칠 사람이 어디 있어?”“있잖아. 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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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게인, 비긴   제23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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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지연은 고은서의 질문에 놀라고 있었다.‘고은서가 깨어나자마자 민시후에 관해 묻는다고?’박지연은 그녀의 얼굴에 드러난 걱정스러운 표정을 보고 농담을 하는 대신 진지하게 답했다.“민시후는 검사를 받고 있을 거야. 정확한 상태는 모르겠지만 생명에 지장은 없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어.”그 말을 들은 고은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만약 민시후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겼다면 그녀는 평생 자책했을 것이다.“얼른 약 먹어. 조금 있다 병실에서 만날 수 있을 거야.”박지연은 고은서를 침대에 눕히고 약을 먹이며 이전에 계성진이 먹였던 약은 의식이없을 정도로 깊은 잠에 빠지게 하는 강한 수면제였고 이미 열 몇 시간 자고 깨난 뒤라고 설명을 덧붙였다.“중간에 몇 번 깨긴 했지만 의식은 없었어.”“약에 의존성은 없겠지?”고은서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의존성은 없지만 약간의 후유증은 있을 거야. 한동안은 불편함을 느낄 수 있어.”박지연이 고은서를 걱정하며 말했다.“그리고 다친 어깨도 회복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릴 거야.”마른하늘에 닥친 날벼락에 억울함을 느끼기는 했지만 고은서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그 남자들에게 둘러싸여 유린당하고 유흥가에 팔려 가는 것보다는 나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지연아, 우리 지금 어디 있는 거야?”갑자기 생각난 고은서가 물었다.“T 국 병원이야. 경찰이 사건을 조사 중이라 며칠 동안은 귀국하기 어려울 거야.”아무리 치안이 안 좋은 나라라고 해도 이렇게 큰 일이 벌어진 이상 그냥 넘어가기는 어려웠다.“너는 여기 어떻게 온 거야?”“너한테 무슨 일이 생겼다는 말에 부랴부랴 달려왔지. 어제 너 하루 종일 연락도 안 돼서 내가 얼마나 무서웠는지 알아? 비행기에서 내리면 연락하겠다고 해놓고 아무리 기다려도 연락도 없고 먼저 연락해도 받지 않으니 속이 타들어 갔어. 곽승재한테는 내가 연락한 거야. 너도 연락 안 되고 민시후도 연락이 안 되니 걱정스러운 마음에 곽승재한테 한 거야. 은서야,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곽

  • 어게인, 비긴   제652화

    계성진은 곽승재의 말에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너희 나라 사람들 말은 믿을 수 없잖아. 내가 이 여자를 놓아주면 너희는 바로 나를 잡으려고 할 거야. 오늘 내가 여기서 죽더라도 이 여자를 방패로 삼아야겠어.”곽승재는 재빨리 답했다.“그럼 나랑 바꿔. 내가 인질이 될게.”계성진은 비웃으며 말했다.“넌 키도 키고 보니까 몸도 좋더라. 이 여자 대신 널 쓸 필요는 없지. 내가 멍청한 것도 아니고 말이야.”“막지 않겠다. 밖에 있는 차 아무거나 타고 가. 은서를 다치게 하지만 않는다면 놔주겠다.”곽승재가 이내 다른 방안을 제시했다.말을 마친 곽승재는 주변 사람들에게 물러서라고 손짓하며 계성진과 그의 동료들이 지나갈 길을 열어주었다.계성진은 고은서를 끌고 천천히 창고 밖까지 나갔다.경찰들이 총을 들고 있었지만 계성진이 인질을 잡고 있어 누구도 섣불리 행동할 수 없었다.목이 꽉 조였던 고은서는 숨쉬기가 힘들었지만 머리에는 여전히 총이 겨눠져 있었다.오늘 하루 너무 많은 공포를 겪은 탓인지 고은서는 더 이상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다.그녀는 질식사가 더 괴로운지 아니면 총알에 의해 생을 마감하는 게 더 괴로운지 생각하고 있었다.이내 계성진은 고은서를 데리고 차 앞까지 왔다.“악! 악! 아악!”그때 창고 안에서 백유미의 비명이 들렸다.무언가 끔찍한 일이라도 일어난 것인지 그녀의 비명이 점점 더 날카로워졌다.곽승재는 미간을 찌푸릴 뿐 안쪽 상황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그의 시선은 오로지 계성진에게 고정되어 있었다.외곽에 배치되어 있던 사람들은 곽승재가 데려온 사람들에 의해 모두 제압당했다.상황을 눈치챈 계성진의 얼굴에는 살기가 더 짙게 피어올랐다.그는 고은서의 입에 무언가를 집어넣고 그녀의 턱을 쥐고 강제로 삼키게 했다. 그러면서 옆의 동료에게 차 문을 열라고 명하며 고은서를 차에 밀어 넣으려고 했다.“고은서!”그때 앞쪽에서 한 남자가 나타났다.바로 고은서가 기다리던 민시후였다.그는 지친 모습으로 뒤에 총을 든 현지 경찰들을 대동하고

  • 어게인, 비긴   제651화

    거칠게 다가오는 두 남자의 모습에 고은서는 놀라서 옆으로 몇 걸음 피했다.벽 끝에 닿은 그녀에게 더 이상 피할 곳은 없었다.고은서는 맞더라도 가만히 있을 생각이 없었다.남자들이 경찰봉을 휘두르는 순간 고은서는 눈을 꼭 감고 큰 소리로 비명을 지르며 남은 방어용 스프레이를 그들에게 향해 필사적으로 뿌렸다.“악!”“멈춰!”거의 동시에 두 남자의 비명이 들렸고 다른 한편으로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곽승재의 목소리였다.비록 경찰봉은 빗나갔지만 여전히 어깨를 맞은 고은서는 고통스럽게 눈을 떴다.문 앞에는 아니나 다를까 곽승재가 서 있었다.정장을 입고 급히 어디서 달려온 듯한 모습을 한 곽승재의 얼굴에는 급박함이 드러났다.그의 곁에는 검은 정장을 입은 몇 명의 근육질 남자들과 몇 명의 현지 경찰들이 함께 있었다.경찰들이 오자 고은서를 공격했던 두 남자는 눈을 가리며 피하기에 바빴고 백유미에게 올라타 있던 남자들도 상황을 눈치채고 일어나 무기를 집어 들며 반격하려고 했다.“은서야!”곽승재는 고은서가 다친 걸 보고 급히 그녀에게 달려갔다.그때 백유미는 누구의 옷가지에서 칼을 빼낸 건지 끔찍한 비명을 지르며 자기 가슴을 향해 찌르려고 했다.“멈춰!”곽승재의 머릿속에 갑자기 익숙한 장면들이 스치며 강한 불안과 혼란이 밀려왔다.그는 몇 걸음 달려가 칼을 걷어찼다.팅하는 소리와 함께 백유미의 손목에서 힘이 빠지며 칼이 떨어졌다.백유미가 처량하게 울부짖으며 외쳤다.“왜 막았어! 왜! 죽게 놔두지 왜 막은 거야! 승재야...”백유미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고 몸은 온통 멍 자국과 붉은 자국으로 얼룩져 있었으며 머리카락은 여기저기 흩어진 채 몸은 사정없이 떨고 있었다.곽승재도 자신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백유미가 자살하려 한 순간 곽승재는 강한 공포감을 느꼈다.마치 이전에 누군가가 그 앞에서 자살하기라도 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지금 이 상황을 막지 않으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무언가를 잃을 것 같은 불안감에 휩싸였

  • 어게인, 비긴   제650화

    비록 고은서가 한 말을 이해했지만 그들은 여전히 경계심과 불신으로 가득 차 그녀를 향해 경찰봉을 휘두르며 움직이지 말라는 신호를 보냈다.고은서도 이를 잘 이해하고 움직이지 않으며 자신에게 돈이 있으니 그들에게 두 배의 돈을 줄 수 있다고 했다.“네가 돈이 있다고 하면 있는 거야?”그때 기름지게 다듬은 머리를 한 중년의 남자가 주차장에서 걸어왔다.경찰봉을 쥔 두 남자는 즉시 그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하며 보스라고 불렀다.기름진 머리를 한 남자는 고은서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한국어로 말했다.“너희처럼 예쁜 여자의 말은 믿을 수 없어.”그는 날카로운 눈을 한 채 고은서를 바라보며 말했다.“당장 몇천억 내놓을 수 있으면 믿을지도 모르지.”남자는 말도 안 되는 금액을 불렀다.그만한 금액은 당연히 내놓을 수 없었다.카드가 있다고 해도 유동 자금이 부족해 그의 기대를 만족시킬 수 없었다.“웁!”백유미도 안에서 남자의 목소리를 들은 건지 구조 신호를 보냈다.기름진 머리를 한 계성진은 잠시 안을 훔쳐보고 다시 고은서를 바라보며 말했다.“역시 예쁜 여자일수록 수단이 범상치 않아. 이렇게 쉽게 남자들을 자기편으로 돌리잖아. 그냥 사람 하나 데려가는 간단한 일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재미있는 광경을 보게 될 줄은 몰랐어.”고은서가 눈썹을 찡그렸다.‘백유미가 원지훈에게 30분을 준다고 한 게 이 남자 때문인가? 이 남자를 통해 나를 유흥가로 팔려고 한 건가?’“당신 목적도 결국 돈이죠? 몇천억은 줄 수 없지만 100억 정도는 가족들에게 연락해서 보내드릴 수 있어요. 사람을 원하신다면 저 안에 있는 여자도 그냥 덤으로 드릴게요.”고은서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하하하.”고은서의 말에 계성진은 큰 웃음을 터뜨렸다.“예쁜 아가씨, 내가 너를 데려가면 모든 남자가 당신한테 푹 빠질 거야. 내가 어떻게 그런 사람을 놓치겠어? 돈도 사람도 다 가질 거야. 국내에서 유명한 곽씨 가문 대표 전 부인인데 그 타이틀이 사람들에게 더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겠어?”고은서

  • 어게인, 비긴   제649화

    옆에서 손을 거들던 장정들도 그 모습에 자극이라도 받은 듯 백유미를 희롱하는 행렬에 끼어들었다.이내 백유미의 입에 물려있던 수건이 떨어졌지만 그녀가 비명을 지를 틈도 없이 다른 것으로 입이 가득 차 버렸다.남자들의 음탕한 신음과 여자의 흐느낌 소리가 순식간에 창고를 채웠다.모든 일든 불과 일이 분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고은서는 구석에 숨어서 원지훈이 차버린 쇠막대기와 핸드폰을 손에 쥐고 있었다.떨리는 심장은 평온을 되찾을 수 없었다.몇 명의 남자들이 각 방향에서 백유미를 희롱하고 있었다.고은서는 모든 장면을 바라보며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내가 원지훈을 회유하지 않았더라면 저기에 누워있는 건 나였겠지.’백유미는 동정받을 처지가 아니었다.고은서는 경계를 늦출 수 없었다.비록 돈으로 매수했다고는 하나 약에 취해 있는 사람들이 시선을 그녀에게 돌리지 않을 거라고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또한 밖에 백유미가 데려온 사람들이 있었기에 뭔가 이상함이라도 눈치채고 들어오기라도 한다면 고은서는 자신의 안전조차 장담할 수 없었다.고은서가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며 백유미의 핸드폰을 켜려고 했지만 땅에 부딪히며 떨어질 때 전원이 나가버렸다.그녀는 몇 번이나 시도한 끝에 겨우 핸드폰을 켤 수 있었지만 비밀번호에 막혀 뭔가를 할 수가 없었다.고은서는 백유미의 생일, 곽승재의 생일을 입력했지만 비밀번호는 맞지 않았다.절정에 다다르고 있는 남자들이었기에 고은서는 소리를 내어 그들의 시선을 끌 수조차 없었고 백유미에게 비밀번호를 물을 수조차 없었다.고은서는 긴급버튼을 눌렀지만 백유미는 긴급 연락망을 따로 작성하지 않은 상태였고 국내의 비상 번호는 해외에서 사용할 수 없었다.‘어떡하지?’고은서가 원지훈을 불러 도박하려고 할 때 백유미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다.핸드폰에는 알파벳 C만 떠 있을 뿐이었다.잠시 생각한 고은서가 전화를 받았지만 상대편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고은서는 더 이상 머뭇거리지 않고 핸드폰을 움켜쥐고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

  • 어게인, 비긴   제648화

    “끈은 혼자서 칼로 푼 것 같아요. 제가 얼른 다시 묶을게요! 이번에는 절대 풀 수 없을 거예요.”말을 마친 원지훈이 밧줄을 챙겨 고은서에게 다가가려 했다.“됐어!”백유미가 원지훈을 제지했다.“누나, 왜 그래요?”백유미는 쇠막대기를 거두며 얼굴에 음험한 미소를 떠올렸다.“챙겨온 술은 다 마셨어?”원지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네, 고마워요. 누나.”“뭔가 치밀어 오르는 충동이거나 특별한 감각은 없고?”백유미가 물었다.그 말을 들은 원지훈은 바로 백유미가 술에 최음제를 탔음을 눈치챘고 달아오르는 몸을 느꼈다.“안 그래도 조금 덥네요.”“그렇다면 뭘 기다리고 있어? 저기 해소할 만한 사람 하나 있잖아?”원지훈의 눈동자에 이채가 돌았지만 그는 다시 한번 물었다.“누나, 후에 데려온 두 사람 먼저 들여보낼까요? 하지만 두 사람은 술을 마시지 않은 것 같던데요.”“그 사람들은 놔두고 먼저 온 사람들만 들여보내.”백유미는 손목을 들어 시간을 확인하며 말했다.“30분 줄게. 죽이지만 않으면 되니까 원하는 대로 해.”원지훈은 고은서와 시선을 마주치고는 부랴부랴 밖으로 나가 사람들을 불렀다.백유미는 원망과 경멸 섞인 시선으로 칼을 손에 쥔 채 구석에서 떨고 있는 고은서를 바라보았다.“밖에 있는 남자들은 네가 유흥가로 가기 전에 적응하는 단계라고 생각해.”고은서가 경악하며 물었다.“백유미,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겠어?”“아니면?”백유미의 얼굴에 서린 경멸의 빛이 더욱 짙어졌다.“고은서, 어차피 곽승재랑도 많이 잤잖아. 유산까지 해본 사람이면 닳을 대로 닳은 여자잖아. 여기까지 와서 왜 성녀라도 되는 것처럼 하고 있어? 있는 대로 즐겨.”그때 밖에서 남자들이 걸어들어왔다.그들의 벨트는 이미 풀려있었고 흉한 뱃살과 속옷도 내놓고 있었다.원지훈은 밖에 있던 두 사람과 말을 나눈 후 이내 창고 문을 닫았다.“그래, 이참에 너도 잘 즐겨야지.”고은서는 작은 틈을 이용해 침대 위에 있던 낡은 수건을 재빨리 백유미의 입에 쑤셔넣었다.

  • 어게인, 비긴   제647화

    백유미가 입을 열었다.“고은서, 여기서는 사람을 가축처럼 팔아버릴 수도 있다는 걸 몰랐어?”백유미는 마치 애완동물을 파는 이야기를 하듯 가볍게 말했다.“운이 좋으면 유흥가로 팔려 가겠지. 네 몸매와 얼굴로 부잣집 딸이라는 자존심만 내려놓으면 손님을 받기는 쉬울 거야. 운이 나쁘면 손발이 잘리고 신장이나 간이 적출되어 거지가 되거나 장난감 취급을 받을 수도 있겠지. 결과는 네 운명에 달렸어.”백유미의 부드러운 말투는 고은서에게 오히려 독을 품은 뱀이 주는 온기로 느껴졌다.그녀는 가식적인 백유미의 모습에 속이 울렁거리며 팔에 소름이 돋아났다.“미쳤어? 내가 무슨 일을 당하면 너라고 무사할 줄 알아?”백유미는 싸늘한 웃음을 흘리며 언제 가져왔는지 모를 쇠막대기를 손에 들고 있었다.그녀는 그것을 한 단씩 늘려 고정한 뒤 고은서의 가느다란 목에 겨눴다.“고은서, 곽승재를 언급했지? 그 사람이 널 구할 수 있을 것 같아?”차가운 쇠막대가 피부에 닿자 고은서는 몸을 움찔했다.백유미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말했다.“곽승재가 소식을 들을 때쯤이면 넌 이미 팔려 가고 난 후일 거야. 설령 널 찾더라도 너는 이미 망가진 상태일 텐데 그 남자가 여전히 널 원하겠어?”고은서가 뒤로 물러서며 말했다.“곽승재가 날 원하든 말든 상관없어. 하지만 네가 이런 짓을 한 걸 알게 되면 분명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내가 뭘 했는데?”백유미는 마치 작은 강아지를 놀리듯 쇠막대로 고은서의 목을 쿡 찌르며 물었다.“나는 T 국에 사업차 온 거야. 증인도 있고 증거도 있어. 네가 무슨 일을 당했건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고은서는 목에서 통증이 느껴졌다.그녀는 쇠막대기를 뿌리치고 백유미를 제압할 수도 있었다.하지만 백유미가 새로 데려온 두 사람이 바로 문밖에 있었고 그들은 무기도 소지한 듯해 보였다.혹시라도 백유미를 단번에 제압하지 못한다면 더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었다.다행히 백유미는 아직 고은서가 반격하지 못할 정도로 망가뜨리지는 않았다.고은서는 고통

  • 어게인, 비긴   제646화

    원지훈도 백유미를 증오하고 있었기에 고은서의 제안을 듣자마자 바로 동의했다.“알았어. 그때는 내가 제일 먼저 나설게.”‘역시 원지훈은 믿지 못할 놈이야. 백유미가 먼 친척 누나라는 자각은 있나? 이런 생각을 품는다는 게 놀랍네. 아니지. 지금은 이럴 생각할 시간이 없어.’고은서는 속에서 올라오는 혐오감을 참으며 말했다.“시간 없어. 얼른 내 가방에 들어있는 호신용 무기 가져와 줘.”백유미가 다른 사람을 더 데리고 올지, 앞으로 어떤 계획으로 움직일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그래서 밖에 있는 몇몇 사람들을 매수했다고 해도 방심할 수는 없었다.원지훈도 곧 도착할 백유미를 두려워하며 고은서의 손에 묶인 밧줄을 풀어주고 그녀에게 호신용 도구를 건넸다.밖으로 나가기 전 원지훈은 고은서에게 마지막으로 말했다.“너도 알아서 살아남아. 상황이 안 좋으면 약속했던 건 나도 못 지켜.”자신의 목숨을 소중히 여기고 죽음을 두려워하는 건 인간의 본능이었다.고은서도 단지 원지훈을 이용해 백유미의 시간을 더 끌어보려 했을 뿐이었다.그렇게 하면 민시후가 더 많은 시간을 확보해 사람을 데리고 그녀를 구하러 올 수 있을 것으로 믿었으니 말이다.돈으로 귀신도 부릴 수 있다고 했던가, 돈의 힘으로 원지훈은 손쉽게 밖에 있던 사람들을 다시 매수했다.바로 그때 밖에서 차 소리가 들려왔다.‘백유미가 도착했나 보네.’손에 묶인 밧줄은 느슨하게 풀어졌지만 고은서는 여전히 손발이 묶인 척하며 침대 한구석에서 긴장한 모습으로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누나, 드디어 오셨네요! 고은서도 이제 깨어났어요. 방금 들어가서 살짝 경고 줬는데 정말 입에 독침이라도 품었는지 험한 말을 서슴지 않더라고요.”원지훈은 아첨하는 듯한 태도로 말을 이었다.“누나 기분 상하게 하면 언제든지 부르세요. 제가 대신 혼내줄게요!”“수고했어. 차에 먹을 것과 마실 것 준비해 놓았으니 가서 가져와. 조금 있다 너희 도움이 필요할 거야.”“고마워요, 누나.”곧 창고 문이 열리고 백유미가 하이힐을 신은 채

  • 어게인, 비긴   제645화

    고은서의 말에 원지훈의 눈동자가 흔들렸다.핵심을 찔렀다는 것을 눈치챈 고은서는 계속 차분한 말로 설득했다.“같이 해외로 나왔으니 같은 사건에 휘말렸다는 게 더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겠어? 우리 둘을 같이 제거하면 백유미는 아무런 손해도 입지 않고 여전히 평온한 나날들을 보낼 수 있을 거야. 백유미에게는 아버지가 있고 백씨 가문 산업이 있지만 너는 애꿎은 목숨 하나 날리는 거지.”고은서가 말을 이었다.“정말 백 보 물러나서 백유미가 너를 살려준다고 해도 너는 평생 숨어지내야 할 텐데 어머니는 어떻게 할 거야? 너도 그런 생활에 만족할 수 있겠어?”원지훈은 사색에 잠겼다.전에 내비치던 우월감과 경멸은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고은서는 속으로 초조했지만 겉으로는 여전히 여유로운 척하며 말했다.“백유미가 곧 도착할 거야. 그러니 얼른 결정을 내려야 해.”마침내 고개를 든 원지훈이 반신반의한 표정으로 물었다.“내가 백유미 말을 따르지 않고도 살아남을 길이 있다고? 내가 너를 이런 곳에 데려왔는데 네가 날 용서해 줄 리가 있겠어?”고은서가 담담한 표정으로 답했다.“네가 나를 배신한 건 정말 화가 나. 앞으로도 널 신뢰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네가 어쩔 수 없이 이런 일을 했다는 건 이해해. 그리고 나는 뻔뻔하게 널 괴롭힐 생각은 없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면 큰돈을 줄게. 그 돈으로 어머니를 모시고 고향으로 돌아가. 비록 영광스러운 귀향은 아니겠지만 풍족하고 걱정 없는 삶을 살 수 있을 테니 지금 상황보다는 훨씬 나을 거야.”고은서는 이어 원지훈에게 확신을 심어주었다.“고향은 너에게 익숙한 곳이고 백씨 가문과는 어쨌든 친척 관계잖아. 해성으로 돌아가지 않는 이상 백유미도 굳이 너희를 어떻게 하진 않을 거야.”고은서의 말에 원지훈의 마음은 기울기 시작했다.백유미의 잔혹함으로 보건대 고은서가 말한 일들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이번에 백유미를 배신한다면 죽을 길밖에 없겠지만 배신하지 않아도 좋은 날을 없을 거야. 어차피 죽을 거라면 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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