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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1화

전미자와의 통화를 마친 고은서는 탑승 시간이 다 되어 외할아버지와 오춘식과 함께 비행기에 탑승했다.약 두 시간 후, 세 사람은 해찬시에 도착했다.시간이 늦은 터라 그들은 먼저 호텔에 묵기로 하고 다음 날 아침 외할아버지의 오래된 친구를 만나러 병원에 가기로 했다.그 후, 고은서는 외할아버지와 오춘식을 모시고 현지의 맛있는 음식을 배부르게 먹었다.호텔로 돌아온 고은서는 곽승재에게 부재중 전화가 온 것을 발견했다.식사할 때 주변이 너무 시끄러워서 듣지 못했던 모양이다.전화뿐만 아니라 ‘도착했어?’ 라는 짧은 메시지도 와 있었다.이미 한 시간도 더 지난 일이었기에 고은서는 굳이 답장할 생각이 없었다.그녀는 캐리어에서 옷을 꺼내 들고 욕실로 향했다....예원별장.곽승재는 할머니 댁에서 돌아와 거실로 들어섰다.이미숙이 다가와 물었다.“차 드릴까요, 대표님?”곽승재는 고개를 저었다.평소 집에 돌아왔을 때와 다를 바 없는 풍경이었지만 왠지 집 안이 허전하게 느껴졌다.“어제 차에서 가져오신 그 떡은 냉장고에 넣어놨습니다. 누구 드릴 건가요? 아니면 사모님에게 드릴까요?”이미숙이 물었다.곽승재는 떡의 존재조차 잊고 있었다.원래는 고은서가 외할아버지와 전미자를 위해 사 온 것이었다. 하지만 어젯밤 일들이 꼬이면서 결국 누구에게도 주지 못한 채 잊혀졌다.고은서는 항상 섬세한 마음으로 어딜 가든 가족을 생각하며 작은 선물을 준비하곤 했다.그녀는 예전에도 그와 함께 새로운 음식점을 탐방하고 싶어 했지만 곽승재는 시간 낭비라며 매몰차게 거절하곤 했다.그래서 고은서는 늘 직접 음식을 사 와 곽승재가 집에 돌아오면 함께 나누려 했지만, 곽승재는 항상 바쁜 척하며 그녀 곁에 머무르려 하지 않았다.고은서의 기대에 찬 눈빛이 점점 실망으로 바뀌는 것을 보는 것이 힘들었지만, 다음 날이면 고은서는 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활기찬 모습으로 다시 그의 곁을 맴돌았다.곽승재는 고은서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떡 어떻게 할까?’몇 초간 기다렸지만 고은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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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2화

곽승재가 전화를 끊은 뒤 휴대폰이 진동하며 알림이 왔다. 화면을 보니 육현석이 보낸 메시지였다.메시지에는 고은서의 SNS 캡처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다.‘형, 형수님 어디 가신 거야? 어제까지만 해도 운호산장에서 잘 보내고 계셨잖아?’곽승재는 그에게 답장하지 않고 보내온 사진을 확대했다.사진 속에는 고은서가 찍은 맛집 음식 사진과 그녀가 외할아버지와 함께 찍은 셀카가 있었다.그리고 사진이 올라온 시간은 겨우 5분 전.그러니까 고은서는 자신의 메시지를 확인하고도 못 본 척하고 답장하지 않았던 것이다!바로 그때, 주민기가 호텔 프런트와 고은서의 객실 번호를 보내왔다.곽승재는 주저하지 않고 호텔로 전화를 걸었다....고은서는 일회용 장갑을 끼고 샤워를 마친 뒤, 어깨에 약을 뿌리고 나서 침대에 편안하게 누웠다.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사진 앨범을 열고 SNS에 올릴 사진을 골라 보정을 하기 시작했다.그 사이 곽승재에게서 또 메시지가 왔지만 이제는 아예 확인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사진을 신중하게 골라 게시물로 올리고는 다른 예쁜 사진들도 천천히 구경하려던 찰나 방 안의 전화기가 울렸다.호텔 프런트에서 걸려 온 전화겠거니 생각하며 고은서는 무심코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해맑은 여성의 목소리에 곽승재는 잠시 멍해졌다.가득 차오르던 짜증도 순간 조금 가라앉는 듯했다.“여보세요? 무슨 일인가요”고은서가 다시 불렀다.그제야 곽승재는 입을 열었다.“왜 내 메시지에 답장하지 않는 거야?”“...”고은서는 잠시 멈칫하다가 그가 호텔 방으로 전화를 걸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은서, 내가 지금 묻고 있잖아.”곽승재의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고은서는 귀를 살짝 막으며 차갑게 말했다.“무슨 일인데?”그녀의 싸늘해진 목소리에 곽승재는 더 이상 분노를 억누르지 못했다.“내 메시지 못 봤어? SNS에 글 올릴 시간은 있으면서 왜 내 메시지엔 답이 없어? 아직 이혼한 것도 아닌 데 없는 사람 취급하겠다는 거야?”헛웃음이 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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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3화

메시지는 도아름에게서 온 것이었다.그녀는 서인수가 경찰서에서 풀려나 오늘 집으로 찾아왔다고 전해왔다.‘술 공장이 무슨 이유에선지 갑자기 폐쇄되었고 전에 보육원의 그 여자아이가 갑자기 진술을 번복했어요. 자기가 자발적으로 한 게 아니었다고 했거든요. 지금 서인수는 미친개처럼 보이는 사람이면 아무나 물려고 해요. 억지로 내쫓긴 했지만 조심하세요. 지금 서인수는 잃을 게 없으니까. 외출할 땐 꼭 곽 대표와 함께 다니는 게 좋을 거예요.’아름 언니는 지난번 곽승재가 나서서 두 남자를 내쫓고 서인수를 경찰서에 보냈던 일을 떠올리며 그와 고은서의 관계가 좋아졌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한 것이었다.고은서는 그녀의 말에 굳이 반박하지 않고 자신이 지금 타지에 있어서 서인수와 마주칠 일은 없을 거라고만 전했다.‘그럼 다행이네요. 지금 경찰 측이 증거를 수집하고 있어요. 보육원 여자아이가 진짜 진술을 한 거라면 며칠 안에 서인수는 다시 잡혀갈 거예요. 최소 2년은 살게 될 거고.’...다음 날, 고은서는 고준석과 함께 병원으로 유정길을 만나러 갔다.고은서는 이미 이분을 여러 번 만나본 적이 있어서 낯설지 않았다.하지만 몇 년 사이에 그가 이렇게 병마에 시달리며 병상에 누워 있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백발이 성성하고, 몸은 뼈만 남은 채 가죽만 덮여 있는 모습이었다.전생에 외할아버지도 이렇게 병상에 누워 계셨던 모습을 떠올리자 고은서는 마음이 무너지며 눈물이 흐르고 말았다.“이 녀석, 보고 싶어서 눈물까지 흘리다니 너무 과한 거 아니냐?”상황을 모르는 외할아버지는 장난스럽게 말했다.유정길도 그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고은서는 민망하게 눈물을 훔치며 물었다.“할아버지, 지금은 좀 어떠세요?”유정길은 기운을 차리려는 듯 웃으며 대답했다.“너희를 보니 훨씬 나아진 것 같구나.”고은서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럼 빨리 나으셔야 해요. 저희 자주 찾아뵈러 올게요. 이번에도 며칠 동안 외할아버지랑 같이 병문안 자주 올 거예요.”“그래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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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4화

고은서는 민시후와 여러 번 만난 경험이 있기에 그가 진짜로 기밀 자료를 요구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가 이런 말을 하는 건 전적으로 송민아와 관련된 일이었기 때문이다.잠시 생각하던 고은서가 물었다.“송민아 씨가 지난번에 받은 충격이 부족했나 보네요. 이번엔 또 뭘 원하는 거죠?”“역시 눈치가 빠르시네요.”민시후가 말했다.“어디서 들었는지 은서 씨가 다음 달에 ZY그룹에서 일하게 된다는 소식을 알아버렸어요. 그래서 송민아도 거기 가겠대요.”“그래서요?”“매니저가 필요하지 않나요?”“필요 없거든요!”“그럼 그렇게 결정된 거로 할게요.”민시후는 말을 마치자마자 전화를 끊어버렸다.“...”고은서는 어이가 없었다.‘민시후 저 인간은 대체 왜 자꾸 골칫거리를 만들어내는 거야!’송민아가 자신에게 적대적이라는 걸 뻔히 알면서 매니저로 붙이겠다니, 대체 무슨 생각인 걸까?화가 치민 고은서는 화단 옆의 잡초를 발로 차버렸다.하지만 잡초는 튕겨 나오며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분통이 터진 고은서는 발로 꾹 밟아버리며 말했다.“감히 나한테 덤벼? 어디 두고 봐!”“풉.”갑자기 등 뒤에서 가벼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고은서는 고개를 돌렸다.그곳에는 나이가 26, 27세쯤 되어 보이는 캐주얼 차림의 안경을 쓴 온화한 미소를 띤 남자가 서 있었다.‘이 사람 어디서 본 적 있는 것 같은데...’“은서야, 정말 우연이네. 여기서 만날 줄은 몰랐어.”남자가 웃으며 그녀에게 다가왔다.그의 인사말을 듣고 나서야 고은서는 그가 누구인지 떠올렸다.그는 유전길의 손자 유성준이었다.몇 년 만에 다시 본 그는 이전에 풋풋한 모습은 사라지고 한층 성숙하고 온화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마치 봄바람 같은 느낌이었다.유성준은 고은서보다 네 살이 많았기 때문에 고준석은 그에게 ‘은서’ 라고 부르도록 했었다.일반적으로 이런 호칭은 다소 가벼워 보일 수도 있었지만 유성준이 부를 때는 정말 친형제 같은 느낌이 들었다.몇 년 만에 만났는데도 어색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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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5화

“은서야, 뭘 그렇게 긴장하고 있어? 할아버지 아직 건강해. 부축해 주지 않아도 혼자 걸을 수 있어.”고준석이 웃으며 말했다.고은서는 외할아버지의 팔에 기대어 애교를 부리며 말했다.“그럼 제가 걷기 힘들어서 의지하고 싶어 하는 걸로 생각해 주세요!”고준석은 잠시 생각하다 물었다.“은서야, 무슨 걱정되는 일이라도 있는 거니? 요즘 너 많이 변한 것 같아서 말이야.”고은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할아버지는 제가 이렇게 변한 게 좋은 변화라고 생각하세요, 아니면 나쁜 변화라고 생각하세요?”고준석은 손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할아버지는 네가 이렇게 어른스럽고 얌전해질 필요 없다고 생각해. 그냥 네가 행복하게 살면 돼.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살아도 괜찮아.”외할아버지의 말에 고은서는 코끝이 찡해지며 금방이라도 눈물이 터질 것 같았다.외할아버지는 언제나 그녀를 아껴주셨다. 무슨 잘못을 해도 절대 그녀를 나무라지 않으셨다.“왜 또 울려고 하니? 무슨 억울한 일이라도 있었어?”고준석이 물었다.고은서는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그냥 할아버지한테 죄송해서요. 예전에는 곽승재밖에 몰랐고, 할아버지께는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았어요.”고성준이웃으며 말했다.“바보 같은 소리하고 있구나. 네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할아버지는 기뻤단다.”고은서가 더 말을 하려는 순간, 앞쪽에서 갑자기 놀란 비명이 들렸다.곧이어 한 대의 오토바이가 빠른 속도로 그들을 향해 질주해 왔다.고은서는 가슴이 철렁하며, 외할아버지를 부축하고 급히 옆길로 몸을 피했다.오토바이는 그들이 서 있던 곳을 아슬아슬하게 지나갔다.간신히 한숨을 돌리려던 찰나, 또 다른 오토바이가 그들을 향해 돌진해 오는 것을 보았다!“할아버지, 조심하세요!”고은서는 재빨리 길가에 있던 주차 금지 표지판을 잡아 들고 오토바이를 향해 던졌다.“끼익!”오토바이가 갑작스러운 충격에 브레이크를 밟으며 미끄러졌다. 타이어와 도로가 부딪히며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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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6화

고은서는 지난 생에 백유미를 해치려 방화 사건을 꾸민 범인으로 몰렸었다. 그 사건을 꾸민 자들 중 한 명이 방금 헬멧을 떨어뜨린 그 남자였다.그와 또 다른 남자는 경찰서에서 고은서가 주범이고 그들은 단지 돈을 받고 일을 한 것뿐이라고 주장했다.그때 고은서는 그들과 맞서 싸우며 한참을 억울함에 시달렸어야 했기에 그들의 얼굴이 뚜렷하게 기억에 남아 있었다.설마 여기까지 와서 외할아버지를 공격하려 할 줄이야.그렇다면 전생에서 외할아버지가 당한 사고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누군가의 계획된 범행이었던 것이다.“벡유미, 대체 어디까지 해보려는 거야!”고은서의 주먹이 바들바들 떨렸다.자신을 정신병원에 가두는 것만으로도 모자라 외할아버지까지 해치려 하다니!전생 이맘때쯤 곽승재는 이미 백유미에게 마음이 기울어 있었다.고은서는 백유미의 SNS를 엿보며 그들이 매일 함께 일하고, 밥을 먹고, 영화를 보는 등 거의 연인 관계에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곽승재는 고은서에게 말을 거는 것조차 싫어했고, 마주 보는 것만으로도 짜증을 냈다.그런데도 왜 전생의 백유미는 굳이 외할아버지를 해치려 했을까?원지훈이 고은혜에게 접근했던 건 GS그룹을 무너뜨리려는 계획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하지만 외할아버지를 노린 이유는 도대체 무엇이었을까?외할아버지는 그녀의 감정 문제에 관여한 적도 없고, 이미 오래전에 회사 경영에서도 손을 뗐는데.백유미는 고은서 주위의 모든 사람을 해치려 했던 걸까.고은서는 온몸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다른 사람의 일이라면 천천히 대응할 수 있겠지만, 외할아버지에게 해를 입히는 건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고은서는 당장이라도 해성으로 돌아가 백유미의 목을 조르고 싶은 심정이었다.“도착했습니다.”기사의 목소리가 고은서를 증오와 분노의 감정에서 깨어나게 했다.고은서는 깊이 숨을 들이쉬며 감정을 추스르고 차에서 내렸다.유성준은 병원 입구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은서야, 대체 무슨 일이야?”“혹시 일에 방해가 되진 않았어요?”고은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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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7화

유성준은 고은서를 호텔로 데려다주며 부드럽게 말했다.“너무 걱정하지 마. 경찰 쪽은 내가 계속 신경을 써서 소식이 들어오는 대로 바로 알려줄게.”고은서는 진심으로 그에게 고마움을 표했다.다른 사람들은 모두 이번 일을 그저 우연이라고 생각했지만 유성준만은 고은서의 우려를 이해하며 그녀와 함께 세세한 조사까지 도와주었다.호텔로 돌아온 고은서는 외할아버지가 그녀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을 것을 알고 외할아버지 방으로 갔다.문을 두드리자 고준석이 걱정 어린 얼굴로 문을 열어 주었다.“은서야, 돌아왔구나. 얼굴색이 안 좋아 보이는데, 무슨 일 있었니?”고은서는 고개를 저으며 미소를 지었다.“아무 일도 아니에요.”“아까 성준이에게 전화했는데, 네가 카메라 영상을 확인하러 갔다고 하더구나. 오늘 일은 정말 그냥 우연이었을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말아라.”고은서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만 오토바이가 두 대나 우리를 거의 칠 뻔했어요. 너무 우연하다고 생각되지 않나요?”그녀가 그렇게 말하는 순간, 방 안에서 곽승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할아버지, 지금 누구와 이야기하고 계신 건가요?”고준석은 그제야 손에 들고 있던 휴대폰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은서야, 들어와서 이야기 좀 하자. 마침 승재랑 영상 통화 중이었어. 너도 몇 마디 나눠보렴.”영상 통화 화면 속에 보이는 곽승재의 무표정한 얼굴을 보자, 고은서의 머릿속에는 예전에 옷을 갈아입다가 실수로 영상 통화를 받았던 부끄러운 기억이 떠올랐다.“괜찮아요, 할아버지. 저 좀 피곤해서 먼저 방에 들어가 쉴게요.”고은서는 방에서 나와 곧바로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그녀는 곽승재와 나눌 말이 없었다.방으로 돌아온 고은서는 민시후에게 전화를 걸었다.“은서 씨, 요즘 나한테 연락 자주 하네요? 내가 보고 싶어진 건가?”민시후가 농담을 섞어 말했다.고은서는 핸드폰을 든 채 눈을 굴리며 말했다.“해성에 아는 사람 많죠?”“이젠 내 인간관계도 조사하는 거예요?”민시후는 과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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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8화

전화를 끊은 후 고은서는 호텔 침대에 몸을 뉘었다.오늘 밤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면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렸다.외할아버지께서 다치지 않으셔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그녀는 자신을 절대 용서하지 못했을 것이다.잠시 누워있으려는데 휴대폰에 메시지가 도착했다.‘나를 차단 목록에서 해제해.’주민기의 휴대폰에서 온 메시지였다.내용만 봐도 곽승재가 보낸 것임을 알 수 있었다.맞다. 그날 통화를 끊고 그녀는 아예 그의 번호를 차단해 버렸다.해제는 무슨.고은서는 곽승재를 떠올리며 화가 치밀었다.그가 이혼을 시원하게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에 백유미가 여차 손을 대게 된 것 아닌가.고은서가 메시지에 답하지 않자 곽승재는 호텔 방으로 직접 전화를 걸어왔다.고은서는 짜증이 나서 아예 방 전화선까지 뽑아버렸다.드디어 조용해졌다.고은서는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한 뒤 샤워를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얼마나 잤을까, 문득 방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감사합니다.”그리고 나지막하게 들려온 곽승재의 감사 인사.고은서는 놀라서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곽승재가 정말 눈앞에 서 있었다.외할아버지와의 영상 통화에서 입고 있던 그 정장을 입고 있었고, 손에는 작은 가방을 들고 있었다. 먼 길을 달려온 듯 피곤해 보였다.“여기, 여긴 왜 있어?”고은서의 목소리가 떨렸다.지금이 몇 시인데 해찬시까지 찾아왔단 말인가.곽승재는 가방을 내려놓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외투를 벗어 옷장에 걸었다. 마치 퇴근하고 집에 돌아온 남편처럼 그의 행동은 매우 자연스러웠다.“호텔 직원이 어떻게 들여보낸 거야?”고은서는 상황을 파악하고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곽승재는 평온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우린 부부잖아. 프런트에 결혼 증명서를 보여주니까 간단히 확인만 하고 문을 열어주던데.”“...”고은서는 쓴웃음을 지었다.결혼 증명서를 이용해 권리를 주장하던 건 항상 자신이었는데 이제 곽승재가 그것을 이용할 줄이야.“그래서, 이 시간에 여기까지 와서 대체 뭘 하려는 건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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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9화

고은서는 곽승재의 행동에 짜증이 났다.그와 말다툼하는 대신 그녀는 방 전화선을 다시 꽂고 프런트로 전화를 걸었다.“혹시 남는 방 있나요? 하나 더 예약하고 싶어요.”곽승재가 이 방을 쓰게 놔두고, 그녀가 다른 방을 쓰기로 한 것이다.그러나 프런트에서는 이렇게 대답했다.“죄송합니다, 손님. 현재 저희 호텔은 만실입니다.”고은서는 방해받아 잠에서 깨어난 것만으로도 화가 나 있었는데 방이 없다는 소식을 듣고 더 화가 났다.“내 허락도 없이 사람을 내 방에 들이다니, 어떻게 된 거예요? 당장 방을 하나 마련해주지 않으면 이 호텔을 신고할 거예요!”프런트 직원은 당황하며 설명했다.“죄송합니다, 손님. 상대방이 남편이라고 하시는데 너무 늦은 시간이라 손님 휴식에 방해 될까 봐 조심스러워서 그렇게 했습니다...”고은서는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아 전화를 끊어버렸다.침대 옆에 여전히 앉아 있는 곽승재를 더 이상 쫓아낼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옷장에 여분의 이불이 있어. 알아서 방바닥에 깔고 자.”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하고는, 고은서는 곽승재에게 등을 돌리고 다시 잠을 청했다.곽승재는 고은서의 헝클어진 머리카락과 침대에 누워 있는 가녀린 등을 바라보며 그녀의 조금 전 행동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테이블에서 고은서가 전에 사용했던 연고를 찾아내 그녀의 왼손을 이불 속에서 꺼내 살살 바르기 시작했다.밤공기가 서늘해서인지, 곽승재의 손은 평소보다 더 차가웠다. 고은서는 그의 손길에 닿은 피부가 불편했다.손을 빼내려 했지만 곽승재가 단단히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가만히 있어.”한밤중에 싸우고 싶지 않았던 고은서는 그가 약을 다 바를 때까지 옆으로 누운 자세로 조용히 있었다.“어깨 상처는 어때? 약 뿌렸어?”곽승재가 물었다.고은서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곽승재, 제발 작작 좀 해. 여기까지 오지 않아도 난 네 '좋은 남편' 이미지를 망치지 않을 테니까.”곽승재는 잠시 숨을 고르며 말했다.“외할아버지 말씀으로는 네가 밤새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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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0화

고은서는 침대에서 일어나 빠르게 얼굴만 씻고 겉옷을 걸친 채 민낯으로 방문을 열었다.고준석과 오춘식은 이미 준비를 마치고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원래 일찍 일어나는 외할아버지는 더 자라고 했지만 고은서는 꼭 같이 가겠다고 고집을 부렸다.호텔의 뷔페 레스토랑은 1층 로비 반대편에 자리 잡고 있었다.지금은 아침 7시가 막 지난 시각이라 몇 명의 당직 직원들 외에는 손님이 거의 없었다.고은서는 외할아버지의 팔짱을 끼고 가볍게 대화를 나누며 걷고 있었다. 그때 고준석이 앞쪽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있는 사람, 승재 아니냐?"고은서는 외할아버지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바라보았다.호텔 로비에 있는 긴 소파에 정말로 곽승재가 누워 있었다.그는 셔츠에 바지를 입고 있었고, 겉옷은 옆에 벗어둔 채, 마치 자기 집에 있는 것처럼 소파에 기대어 있었다.아무리 이런 초라한 상황에서도 그는 여전히 기품 있는 귀족처럼 보였다.고은서는 어젯밤 곽승재가 문을 쾅 닫고 나가면서 다른 호텔로 간 줄 알았지, 그가 로비에서 잠을 청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곽승재가 왜 여기 있어요, 할아버지 잘못 보신 거예요. 우리 가서 아침 먹어요."고은서는 외할아버지를 식당으로 데려가려고 했지만 외할아버지는 그녀의 이마를 톡 쳤다."너 정말 할아버지가 눈이 어두워진 줄 아는 거야? 승재를 내가 못 알아보겠니?"고은서는 입을 삐죽 내밀고 오춘식에게 먼저 식당으로 가라고 했다. 그리고 외할아버지와 함께 곽승재 쪽으로 걸어갔다."승재야, 언제 도착했어? 왜 여기서 자는 거야?"고준석의 목소리를 듣고 곽승재가 눈을 떴다.늘 차갑고 무덤덤한 그의 눈에는 다크서클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그가 제대로 쉬지 못했음이 분명했다.곽승재는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할아버지, 새벽에 도착했습니다. 호텔이 만실이라 여기서 잠깐 눈을 붙였어요.”평소엔 낮고 단단했던 그의 목소리도 잠에서 덜 깬 듯 쉰 목소리였다.“여기서 어떻게 쉬냐, 왜 은서 방에 안 들어갔어?”고준석은 걱정스러운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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