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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1화

육현석은 곽승재의 상황을 설명하고는 또 말했다.“형수님, 지연 씨, 저도 아버지랑 밥 먹기로 해서 이만 들어가 봐야 할 것 같아요. 우리 나중에 시간이 될 때 다시 모여요.”“그래요.”박지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 뒤로 고은서와 박지연은 여러 가지 특색이 있는 온천탕을 체험하고 예쁜 사진도 많이 찍으면서 여유로운 오후 시간을 보냈다.저녁 시간 때 박지연은 밖에 나가 온 닥터와 통화하고 있었기에 고은서는 먼저 레스토랑에 갔다.저녁 식사의 장소는 산장에 있는 호화로운 레스토랑이었다.비록 이 레스토랑도 뷔페 형식이지만 음식은 온천 구역의 스낵과 바비큐보다 훨씬 좋았고 회, 성게, 호주 랍스터 등이 있었다.종일 물놀이 하느라 배가 많이 고팠던 사람들은 맛있는 것을 보자마자 눈이 번쩍 뜨였다. 일부 젊은 친구들은 수저를 사용하는 게 귀찮아서 맨손으로 랍스터를 들고 먹기 시작했다.고은서는 그들의 털털함과 맘껏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배가 고파졌다.전생에 정신병원에서 많은 굶주림을 당해서인지, 이번 생에 고은서는 음식에 대한 애착이 훨씬 강해졌다.집에 있을 때 고은서는 혼자 밥을 먹는 경우가 많았다. 설사 곽승재가 집에 있다고 해도 너무 우아하게 밥을 먹어서 고은서는 그가 밥을 먹는 게 아니라 광고를 찍는 것처럼 느꼈고 전혀 입맛을 돋우지 못했다.그러나 여기서 사람들이 팔을 걷어 올리고 마음껏 먹는 모습을 보니 고은서도 식욕이 폭증했다.고은서는 이것저것 많이 챙겨서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너의 음식을 빼앗아 먹는 사람도 없는데 왜 그렇게 급하게 먹어?”고은서가 흐뭇하게 먹고 있을 때 곽승재가 갑자기 나타났다.그는 이미 자주 입는 셔츠로 갈아입었고 소매를 걷어 올리고, 가슴팍의 두세 개 단추를 풀어놓아 건장한 가슴을 드러냈다.“왜 넋이 나갔어? 일단 입에 있는 것부터 삼키고 봐.”곽승재는 두 볼이 빵빵한 고은서가 햄스터 같아 보였고 그녀의 이마 끝에 드리워진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주고 싶은 마음이 저도 모르게 생겨났다.고은서는 경계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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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2화

곽승재의 검은 눈동자는 고은서와 마주쳤다.“그때 당시 상황이 그 물음을 대답하기 적합한 타이밍이었다고 생각해?”고은서는 아무 이유 없이 과일로 백유미를 내리쳤고, 또 백유미의 목을 졸라 죽일 기세였다.곽승재는 고은서의 미친 행동에 충격을 받아 그녀의 생트집 잡는 질문을 상대할 여지가 없었다.고은서는 곽승재의 그윽한 눈동자가 불편하게 느껴졌지만,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면서 말했다.“당신이 백유미 씨와 결혼하든 말든, 내가 상관할 일이 아니야.”“은서야...”“지연아, 이쪽!”곽승재가 더 말하려고 했지만, 고은서는 그의 말을 끊고 입구에 나타난 박지연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박지연은 두 사람 앞에 걸어와서 말했다.“승재 씨, 일 다 보셨어요?”곽승재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했다.“둘이 얘기 나누세요. 저는 저쪽에 다녀올게요.”“무슨 일 있었어? 너와 승재 씨의 분위기가 이상해 보이는데?”박지연이 물었다.고은서는 조금 전에 곽승재가 자신한테 했던 말들을 숨기지 않고 박지연에게 말해주었다.“승재 씨는 네가 삐졌을까 봐 백유미 씨를 내쫓지 않는 이유를 특별히 설명한 거네.”박지연이 말했다.“내가 승재 씨가 너에게 감정이 있고, 너와 이혼하기 싫어한다고 계속 말했잖아. 이제는 내 말을 믿을 수 있겠어?”고은서는 박지연에게 눈총을 쏘아붙이며 말했다.“난 그게 나한테 감정이 있다는 말인지 모르겠어. 설사 그 사람이 나에게 감정이 있다고 해도 난 이혼할 마음을 바꿀 생각이 없어.”박지연은 참지 못하고 말했다.“은서야, 네가 승재 씨를 그렇게 오래 사랑했는데, 이제 겨우 희망이 보이는데, 왜 인제 와서 물러서는 거야? 얼마나 많은 여자가 승재 씨 같은 남자와 결혼하고 싶어 하는데, 너 정말 후회하지 않겠어?”고은서는 확고하게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후회하지 않을 거야.”전생에 고은서는 곽승재에게만 너무 집착하여 많은 아쉬움을 남겼었다.그녀는 외할아버지를 제대로 모시지 못했고, MQ를 지키지 못했고, 좋아하는 일을 하지 못했으며,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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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3화

고은서는 박지연이 가리키는 곳으로 눈길을 돌리니 진짜 곽승재의 모습을 보았다.캐주얼 셔츠를 입은 곽승재는 키가 훤칠하고 카리스마가 돋보였으며, 시크하고 우아한 온 닥터와 함께 서 있으니, 마치 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처럼 멋있고 눈이 부셨다.“우리 남편 아주 멋있네.”박지연이 감탄했다.고은서는 박지연을 툭 치며 말했다.“군침 좀 닦아.”“됐거든. 너도 승재 씨를 바라보는 눈빛이 만만치 않거든.”고은서는 박지연에게 눈총을 쏘았다.앞에 있던 두 남자는 그녀들의 말소리에 고개를 돌렸다.“여보, 승재 씨랑 아는 사이였어?”박지연은 온 닥터의 옆으로 걸어가서 팔짱을 끼며 말했다.온 닥터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안면이 있는 사이야.”온 닥터는 업계에서 평판이 매우 높아서, 많은 사회적 지위가 있는 사람들이 그와 친분을 맺으려고 했다.게다가 온 닥터는 병원의 우수대표로 정부의 공식 시상식에 자주 참석하였기에 우수한 사업가 곽승재와 안면이 있는 것도 이상하지는 않았다.박지연은 고은서를 소개했다.“당신도 만난 적이 있지만, 그래도 정식으로 소개할게. 이쪽은 나의 친구 고은서야. 승재 씨의 아내이기도 해.”온 닥터는 고은서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건넸고, 고은서는 미소로 답했다.온 닥터는 확실히 박지연이 말한 것처럼, 성격이 냉담하고 모든 사람에게 달갑지 않았다. 평소에 활발하고 장난기 많은 박지연이 온 닥터를 어떻게 견디는지 모를 일이었다.“온 닥터가 간만에 시간이 생긴 건데, 저희는 두 사람의 시간을 방해하지 않을게요.”곽승재는 자연스럽게 고은서의 어깨를 감싸 안았고 고은서도 짝을 맞춰 움직이지 않았다.온닥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럼 저희가 먼저 실례하겠습니다,”박지연도 우물쭈물하지 않고 말했다.“승재 씨가 은서와 함께 소화할 겸 산책 좀 해주세요. 은서가 아까 배 터지게 먹어서 지금 속이 불편할 거예요.”사람들 앞에서 배 터지게 먹었다는 말을 들은 고은서는 다소 민망함을 느꼈고 박지연을 노려보며 말했다.“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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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4화

곽승재는 고은서의 찡그린 미간을 보고 바로 이유를 알아차리고는 주민기에게 전화를 걸었다.“주변에 약국이 있는지 알아보고 사람을 시켜서 위약과 소화제를 좀 사 오세요.”고은서는 곽승재의 말을 듣고 자기도 모르게 전생의 기억이 떠올랐다.전생에 그녀는 다이어트를 너무 심하게 해서 가끔 위병을 앓곤 했다. 그날은 곽승재가 집에 있는 저녁이었다. 고은서가 곽승재에게 우유를 가져다줄 때 위가 아파서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고 우유도 하마터면 쏟을 뻔했지만, 곽승재는 그녀의 상태를 한마디도 물어보지 않았고 심지어 냉정한 얼굴로 나가라고 했었다.그러나 방금 고은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곽승재는 이미 자신이 불편해하는 것을 눈치챘고 알아서 사람을 시켜 약을 사 오라 했다.역시 남자는 세심함을 배우지 못하는 게 아니라, 사랑하지 않기에 세심하지 못한 것을 핑계로 삼는 것뿐이었다.고은서도 곽승재의 변화를 발견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그는 확실히 전생보다 고은서를 많이 신경 쓰고 있었다.그렇다고 해서 그녀는 이혼에 관한 생각을 바꾸지 않을 거지만, 곽승재를 집요하게 미워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어쨌든 이번 생에 곽승재는 백유미가 자신을 함부로 상대하게 놔두지 않았고, 자기 일에 무관심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왜 말이 없어? 위가 많이 불편해? 병원 갈까?”곽승재는 고은서의 곁에 다가가서 물었다.고은서는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아니야.”말을 마치고 고은서는 호텔에서 걸어 나오는 주민기를 보았다. 주민기는 외투를 걸치고 손에 차 키를 들고 있었는데, 아마도 고은서를 위해 약 사러 가는 길인 것 같았다.“실장님.”고은서는 주민기를 불러 세웠다.주민기는 고은서를 보고 마음이 덜컹 내려앉았다.어제 아침, 주민기가 곽승재에게 일을 보고할 때, 곽승재는 갑자기 그가 무슨 큰 잘못을 저질렀다는 듯이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흘겨보았다.이에 놀란 주민기는 자신이 GS 그룹에 입사해서부터의 모든 일을 돌이켜보았지만, 여전히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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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5화

주민기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재빨리 차 키를 곽승재의 손에 밀어 넣고 부리나케 도망갔다.고은서는 도저히 참지 못하고 곽승재에게 물었다.“당신 도대체 실장님한테 무슨 말을 했길래 실장님이 날 보기만 하면 고양이를 만난 쥐처럼 도망가?”‘평소에 늘 승재의 주변을 따라다니던 민기 씨가 오늘에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은 것 같았어.’이 말을 듣자 곽승재는 기분이 잡쳐 미간을 찌푸렸다.“내가 실장님도 아닌데 그걸 어떻게 알아? 약 사겠다며? 가자.”고은서는 어이가 없었다.곽승재가 그 영문을 모른다는 말은 귀신도 안 믿을 소리였다.두 사람은 차를 향했다.고은서가 차에 올라타서 안전 벨트를 매자마자 안색이 창백한 백유미가 같은 주차장에 있는 것을 보았고 백유미도 두 사람을 보았다.“승재야, 은서 씨.”백유미는 머리를 짚고 허약한 목소리로 인사했다.“유미야, 너 어디 가려고?”곽승재가 묻자 백유미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이마의 상처가 염증 나서 많이 아파. 근데 약을 챙겨오는 걸 깜빡해서 일단 약을 좀 사 오려고 해.”곽승재가 말했다.“마침 우리도 나가려던 참이었어. 필요한 약이 있으면 나에게 보내줘. 내가 같이 사 올게.”백유미는 아픔을 참으며 고개를 저었다.“두 사람의 시간을 방해하지 않을게. 나 혼자서도 약 살 수 있어.”백유미가 아픔을 끙끙 참는 모습을 보고, 고은서는 소리 내어 중얼거렸다.“유미 씨의 상황이 아주 심각한 것 같은데 승재 씨가 직접 병원에 데려다줘. 난 혼자 택시 잡으면 돼.”이렇게 말하면서 고은서는 안전벨트를 풀었다.곽승재는 손을 내밀어 고은서를 붙잡으며 말했다.“기다려 봐.”백유미도 얼른 사과했다.“은서 씨, 화내지 말아요. 저는...”“불쌍한 척 그만 좀 해요!”고은서는 백유미를 향해 냉랭한 말투로 말했다.“정말 저를 괴롭히고 싶은 게 아니었다면, 왜 우리가 가는 곳마다 마침 유미 씨가 있는 거죠?”백유미는 눈시울을 붉히면서 가볍게 미안하다는 말을 한마디 하고는 재빨리 자기 차에 가서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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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6화

“길 안 보고 다닐래?”곽승재가 화를 내며 말했다.방금 하마터면 차에 치일 뻔한 고은서는 깜짝 놀라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나 왜 이래? 왜 갑자기 승재한테 화를 낸 거지? 게다가 그렇게 시큰둥한 말을 하다니...’고은서는 박지연의 말에 세뇌당한 것만 같았다. 곽승재가 그녀에게 잘해주고 이혼하기 싫어하는 모습을 보니 또 내심 희망을 품기 시작한 것이었다.고은서는 두려웠다.그녀는 곽승재의 꾸지람을 무시하고는 뒤로 한 발짝 물러서서 평온한 말투로 말했다.“쇼핑몰에 안 가고 단팥빵을 파는 가게를 찾아서 빵만 사면 돼.”곽승재는 고은서가 ‘당신과 상관없는 일이니 신경 쓰지 마’라면서 화낼 줄 알았다. 그러나 고은서는 화내지 않았을뿐더러 많이 침착해 보였다.곽승재는 당연히 고은서가 생떼를 부리지 않고, 할 말이 있으면 바로 얘기하는 지금의 반응이 더 마음에 들었다. 예전의 그녀는 고슴도치처럼 가시가 서 있어 전혀 소통할 수 없었다.두 사람은 다시 차에 올라탔고 곽승재는 손이 가는 대로 약봉지를 콘솔에 올려놓았다.그러고 나서 두 사람은 단팥빵을 파는 노포를 찾아갔다.가게는 장사가 잘되는지 많은 사람이 줄을 서고 있었다.고은서가 안전벨트를 풀고 차를 내리려 할 때 곽승재는 그녀가 얇은 옷을 입고 있는 것을 보고 말했다.“당신은 차에서 기다리고 있어. 내가 내려가서 사 올 게.”이 말을 듣고 고은서는 안전벨트를 풀던 동작을 멈추었다. 곽승재가 차에서 내린 후 고은서는 속이 계속 불편해서 약 봉투를 열어 소화제를 찾아 먹었다.그러고 나서 고은서는 목을 축이려고 차 안에 있는 작은 냉장고에서 생수 한 병을 꺼내 마셨다.그러나 물병을 딸 때 힘을 잘 조절하지 못해 안장과 옷에 물을 많이 쏟았다. 고은서는 얼른 휴지를 뽑아 물기를 닦았고 그러다가 실수로 곽승재가 백유미에게 사준 약을 바닥에 떨어뜨렸다.처방 약은 위생을 고려하여 모두 작은 투명 봉지에 따로 담겨있었고 약품 명칭과 용량이 표시되어 있었다. 고은서는 약 봉투를 들어 대충 물이 젖지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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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7화

곽승재는 태연한 얼굴로 대답했다.“회사 사람들이 다 우리가 금실인 줄 아는데 각방을 쓴다는 게 말이 돼?”‘이혼하기로 약속한 날짜가 일주일밖에 안 남아 나중에라도 사람들이 어떻게든 다 알게 될 텐데.’고은서는 곽승재가 또 자신이 삐진 거로 생각할까 봐 그의 말에 토를 달지 않고 비아냥거렸다.“당신의 생리적 욕구를 해결해줄 여자가 필요한 거라면 그 기회를 노리고 있는 사람이 널리고 널렸어. 굳이 나에게서 괴로움을 살 필요 없잖아.”말이 너무 날카로워서인지 곽승재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점심때는 네가 발이 미끄러워서 내 품에 안긴 거잖아. 나도 남자고 스님이 아닌 이상 네가 그렇게 적게 입고 나에게 바짝 붙어있는데 어떻게 생리적 반응이 안 일어나겠어?”“...”역시 곽승재다운 대답이었다.점심때는 확실히 고은서가 부주의로 발이 미끄러져서 곽승재의 품속에 안긴 것이었다.고은서는 곽승재와 꼬치꼬치 따지기 귀찮아서, 그가 책상을 차지하도록 내버려 둔 채 화장실에 들어가 머리를 감고 샤워를 했으며 또 스프레이로 자신의 어깨에 약을 뿌렸다.손을 깨끗이 씻은 다음 고은서는 팩을 붙이고 또 케어를 조금 했다. 이 모든 것은 앞뒤로 한 시간 정도 걸렸다.고은서가 화장실에서 나올 때 곽승재는 여전히 컴퓨터 앞에 앉아 메일을 보고 있었다.곽승재의 사무가 바쁜 것을 보고 고은서는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 적어도 다른 쓸데없는 생각을 가지지 않아도 되었다.고은서는 바로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아 다시 화장실에 가서 살짝 젖어 있는 머리를 말리려 했다.막 화장실에 들어설 무렵 고은서는 곽승재의 전화벨이 울리는 것을 들었다.전화를 받고서 상대방이 무슨 말을 했는지 곽승재의 말투가 갑자기 엄숙해졌다.“어쩌다가 그런 거야? 나 바로 갈게.”그의 모습을 보아하니 급한 상황인 것 같았다.고은서가 잠시 생각하고 있을 때 곽승재는 그녀에게 눈길을 돌렸다.곽승재는 무슨 말을 하려다가 또 무언가 생각났는지 입술을 오므렸다. 결국, 그는 아무 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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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8화

‘나도 가야 한다고?’그러나 고은서가 몇 마디 더 묻기도 전에 곽승재는 이미 전화를 끊었다.그리고 이때 문밖에서 주민기의 의젓한 목소리가 들렸다.“사모님, 준비 마치고 밑으로 내려오시면 됩니다. 저는 먼저 내려가서 차를 찾겠습니다.”곽승재의 일 처리 속도는 워낙 빨랐다. 고은서가 망설이거나 거절한 시간도 없이 주민기는 이미 문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다.고은서는 잠옷을 벗고 아방한 티로 갈아입은 후 작은 가방을 들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오밤중에 무슨 일로 나의 금 같은 수면 시간을 방해하는지 거야.’고은서는 조금 툴툴거리며 차 뒷좌석에 앉았다.가는 길에 주민기는 열심히 차만 몰았다.고은서는 주민기가 자신에게 말 걸 생각이 없는 것을 보고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다.“승재가 실장님에게 뭐라고 했어요? 왜 이제 저랑 말도 안 해요?”주민기는 이실직고할 리 없었다.“사모님, 별일 없었습니다. 대표님은 그저 저보고 맡은 바 일을 잘 처리하고 사모님을 잘 모시라고 했습니다.”주민기가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차린 고은서는 더 캐묻지 않았다.약 이십 분이 걸려 주민기는 고은서를 병원에 데려다주었다.“사모님, 대표님은 응급실에 계십니다. 응급실까지 안내해 드릴까요?”주민기가 물었다.“괜찮아요. 저 혼자 갈게요.”고은서는 고개를 저으며 이상해서 물었다.“누가 응급실에 실려 간 건데요?”주민기가 대답했다.“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사모님, 그럼 저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네.”‘누가 응급실에 실려 갔길래 날 부른 거지? 설마 지연이는 아니겠지?’고은서는 이런 생각이 떠오르자 저도 모르게 발걸음을 재촉했다.그녀는 다급하게 응급실로 올라갔지만, 응급실 밖 복도에서 곽승재를 보지 못했고, 오히려 나이가 쉰 남짓한 남자가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남자는 배가 조금 나와 있었고 얼굴에는 초조함이 서려 있었다.고은서는 머릿속으로 되새겨보았지만, 이 남자에 대한 인상이 떠오르지 않았다.그녀는 딴생각을 제쳐두고 핸드폰을 꺼내 곽승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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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9화

백승엽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는 곽승재가 전화를 받으면서 비상문을 열고 나오는 것을 보고 얼른 말했다.“승재야, 유미가 이렇게 큰 고통을 받았는데 네가 꼭 범인을 찾아내야 한다!”곽승재는 고은서를 바라보았고 고은서는 무표정으로 그의 시선을 받아드렸다.고은서는 백승엽의 입에서 일의 자초지종을 대충 알아들었다.산장에서 백유미는 곽승재가 사다 준 약을 먹고 탈이 나서 병원에 실려 와 위를 씻었고 백승엽은 고은서가 이 일을 저지른 거로 생각하고 있었다.‘승재가 부랴부랴 나갔던 건 백유미가 병원에 실려 갔기 때문이었구나. 그리고 날 병원으로 부른 것도 백유미 때문이고.’“아버지, 오해가 있었던 것일 수도 있어요. 승재를 난감하게 하지 말아요.”백유미는 또 허약한 목소리로 말했다.“유미야, 다른 사람을 그렇게 생각해줄 필요 없어!”백승엽은 마음이 아팠다.“예전부터 이 고은서 씨가 몇 번이고 널 해코지해서 다치게 했던 거 기억 안 나? 저번에 너의 외숙모한테서 듣지 않았더라면, 난 네가 그런 억울함을 당했는지도 몰랐어!”백유미는 아픔을 참으며 말했다.“크게 다친 것도 아닌데요. 별일 아니었어요. 그리고 승재도 은서 씨 대신 사과했고요.”“크게 다치지 않았기는, 내가 바보인 줄 알아? 네가 머리를 맞아서 피를 흘렸고 목도 졸려서 파랗게 멍들었잖아. 승재가 제때 도착하지 않았더라면, 넌 이미 저 여자 손에 죽었을 거야!”백승엽이 말했다.“이번에 어떻게든 죄를 물어야겠어!”말을 마치고 백승엽은 기세등등하게 고은서를 노려보았다.마침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곽승재는 담담하게 말했다.“아저씨, 우리 일단 병실에 가서 얘기해요.”“그래. 승재 말대로 하자.”백승엽은 화를 억누르며 백유미의 침대를 밀고 엘리베이터에 탑승하려고 했다.그러나 엘리베이터 옆에 서 있는 고은서는 발을 움직이지 않았다.곽승재는 놀라지 않고 그녀를 한눈 쳐다보며 말했다.“같이 병실에 가자.”고은서는 냉소하며 말했다.“이 일이 나랑 무슨 상관이고 날 왜 여기로 부른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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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0화

곽승재가 말했다.“그 구석은 사각지대라 CCTV에 찍히지 않았어.”고은서는 참다못해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 말은 내가 구석에서 약을 몰래 훔쳐다가 차 안에서 백유미 씨의 약과 바꿔치기 했다는 거야?”곽승재의 대답을 듣지 못한 고은서는 퉁명스럽게 했다.“내가 바꿨다 쳐. 근데 난 백유미 씨가 어떤 약을 사야 하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미리 상극 약품을 준비해?”“왜 준비 못 해? 유미는 이마의 상처에 염증이 난 거잖아. 당신이 좀만 머리를 쓰면 소염제를 살 거로 생각하겠지!”백승엽이 화를 내며 말했다.그 말을 들은 고은서는 미간을 찌푸리고는 차가운 눈빛으로 곽승재를 보며 말했다.“당신도 그렇게 생각해?”곽승재가 눈썹을 찡그리고 말을 하지 않았지만, 백승엽은 참지 못하고 말했다.“고은서! 네가 그렇게 못돼먹은 사람이잖아! 우리 유미가 도대체 뭘 잘못했길래 네가 몇 번씩이나 해치는 거야!”말을 마치고 백승엽은 손을 들어 고은서의 뺨을 때리려 했다. 근데 백승엽이 고은서에게 다가가기도 전에 곽승재는 그를 가로막으며 말했다.“아저씨, 흥분하지 마세요.”“내가 흥분하지 않게 생겼어! 나에게 딸이라고는 유미밖에 없어. 게다가 우리 유미가 성격이 얼마나 온순하고 여태껏 누구와 얼굴을 붉힌 적도 없는데 너의 아내가 왜 유미를 그렇게 못마땅하게 여기고 해치려는 거야! 불쌍한 내 딸, 몸이 아파도 널 방해할까 봐 저절로 응급 전화를 걸어서 병원에 실려 왔어! 그러다가 너무 아프니까 하는 수 없이 나에게 전화한 거고...”백승엽은 갑자기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오늘 밤에 유미에게 문제라도 생겼다면 난 죽은 우리 유미 엄마를 볼 낯짝이 없어...”“아버지, 그만 말하세요.”백유미는 흐느끼며 말했다.“저 지금 별일 없잖아요.”“그건 네가 명이 길어서 그렇지! 의사 선생님의 말씀 못 들었어? 네가 응급실에 제때에 실려 와서 다행이지, 아니면 너 이미 죽었을지도 몰라!”백승엽은 말을 할수록 뒤끝이 두려워서 다시 고은서에게 달려들어 책임을 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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