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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1화

고은서는 곽승재의 말에 어이가 없었다.‘어젯밤에 허리를 다친 게 아니라 머리를 다친 거 아니야? 말이 그렇다는 거지.’고은서는 이토록 지루한 문제를 상대하기 귀찮아서 곽승재를 무시하고 병실로 들어갔다.곽승재도 뒤늦게 자신이 너무 예민하게 반응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은서가 별생각 없이 뱉은 말이었는데, 곽승재가 그렇게 오랫동안 마음에 담아두었을 줄이야?곽승재는 자신의 이 행위를 어젯밤에 제대로 휴식하지 못한 탓으로 돌렸다.병실 안에서, 박지연과 육현석은 사이좋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고은서가 병실에 들어갈 때 두 사람은 마침 카톡을 추가하고 있었다.“검사 다 받았어?”고은서를 보자마자 박지연은 부리나케 그녀를 병실 화장실로 끌고 가서 문까지 잠갔다.“왜 이렇게 비밀스럽게 행동해?”고은서가 물었다.박지연은 나지막한 소리로 흥분하며 물었다.“현석 씨한테 들었어. 승재 씨 입술의 상처 네가 물어서 생긴 거라며?”박지연이 묻지 않았더라면 고은서는 이 일을 벌써 잊었을 것이었다.오늘 곽승재의 입술은 많이 좋아진 것 같았다.‘현석 씨도 참 세심해. 그걸 다 발견하다니.’“사실 나도 어젯밤에 승재 씨의 입술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깊이 파고들 겨를이 없었어. 근데 현석 씨도 나와 같은 의문이 들어서 어젯밤 병실에서 승재 씨를 떠봤다고 하더라고.”박지연은 말하면서 감탄을 자아냈다.“너의 목 뒤에 승재 씨가 남긴 키스 자국이 있고, 넌 승재 씨의 입술을 깨물었고. 보아하니 두 사람 엄청 치열하게 사네.”치열하기는 개뿔.고은서는 박지연을 반박하려다 갑자기 무언가 떠올랐다.“내 목 뒤에 키스 자국이 있다는 거, 너 설마 현석 씨한테 말했어?”이 말이 육현석의 귀에 들어갔다면 아마 곽승재의 귀에도 곧 전해질 것이었다.만약 그 키스 자국이 곽승재가 남긴 게 아니었다면, 그에게 빌미 잡힐 게 뻔했다.“가십은 다른 사람이랑 공유해야 제맛이지. 아니면 무슨 재미로 그걸 수집해.”박지연은 당당하게 말했다.“두 사람 서로 안 지 몇 시간이나 되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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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2화

곽승재는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고은서의 커다란 두 눈에서 가십거리에 대한 갈망의 눈빛이 초롱초롱한 것을 보더니, 그는 덤덤하게 대답했다.“현석이도 알고 있어. 너무 지나친 행동은 하지 않을 거야. 현석이는 자신의 감정을 스스럼없이 표현할 뿐이야. 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걔도 어려움을 알고 물러서게 될 거야.”이 말을 들은 후, 고은서는 의외로 실망에 찬 표정을 지었다.“현석 씨더러 며칠 더 견지하라고 하면 안 될까?”곽승재는 수상쩍은 눈으로 고은서를 바라보았다.육현석이 며칠 더 견지하다 보면 박지연의 남편이 이 일을 알아차려 긴장감이 생겨 박지연에게 관심을 더 줄지도 모른다.하지만 고은서는 이 사실을 곽승재에게 알려줄 수 없었다.이에 고은서는 말했다.“당신과는 제대로 얘기할 수 없어.”“...”기사는 고은서를 예원 별장에 데려다주었다.고은서가 차에서 내리기 전, 곽승재는 담담하게 얘기했다.“저녁에 내가 돌아와서 당신 어깨에 약 발라줄게. 아주머니한테 부탁드리지 마.”어젯밤에 육현석도 한번 얘기를 꺼낸 적이 있었다.고은서는 여전히 거절하였다.“괜찮아. 아줌마한테 부탁하면 돼.”곽승재는 희로애락을 드러내지 않고 말했다.“내 허리도 다쳐서 어혈을 풀어줘야 하잖아. 먼저 당신 갖고 연습 좀 해보려고.”이에 고은서는 대답했다.“차라리 당신 입을 꿰매면 우리 두 사람의 상처가 더 빨리 났는데 도움이 될 거야.”말을 마친 뒤, 고은서는 고개도 안 돌리고 가버렸다.곽승재는 미간을 찌푸렸다.‘왜 은서의 반응은 내가 예상했던 거랑 다르지?’곽승재는 육현석처럼 불쌍해 보이는 말을 내뱉을 수 없었다. 그래서 말이 되는 다른 이유를 둘러댔지만, 고은서는 조금도 고맙게 여기지 않았다.‘여자란 참말로 귀찮고 속을 알기 어려운 존재야.’오후, 고은서가 마침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민시후의 메시지를 받았다.[물고기가 미끼를 물었어.]고은서는 정신이 바짝 들었다.[낚을 수 있겠어?][조급해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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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화

말을 마친 뒤, 고은서가 떠나려고 할 때, 뒤에서 민시후의 사악한 소리가 울렸다.“미끼는 이미 내다 던졌는데 그물을 걷지 않을 거야?”고은서는 발걸음을 멈칫하더니 이를 악물며 말했다.“민시후, 너 나한테 메시지를 보낼 때부터 이미 함정을 파 둔 거지?”민시후는 무심한 듯 대답했다.“입은 삐뚤어져도 말은 바로 해야지. 우리는 서로 원하는 이득을 취하는 거지.”두 사람이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송민아는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는 사람처럼, 일어서서 그들한테 다가왔다.“시후 오빠, 저쪽으로 가서 앉아줄 수 있어요? 저 은서 씨랑 단둘이 얘기 좀 하고 싶어요.”이 말을 들은 민시후는 눈썹을 치켜세우더니 물었다.“너 은서한테 무슨 말을 하려고? 경고하는데 네가 은서를 괴롭히면 아무리 네 오빠가 나선다고 해도 난 절대로 널 가만 두지 않을 거야.”송민아의 정교한 얼굴에는 일말의 슬픔이 서렸다.“걱정하지 마세요. 오빠가 여기에 있는데 제가 어떻게 감히 은서 씨를 괴롭히겠어요.”“아마 해라고 해도 못 할 거야.”민시후는 콧방귀를 뀌고는 표정이 확 변하더니 다정하게 고은서를 보면서 말했다.“무서워하지 마. 난 저쪽에 있을 테니 무슨 일이 생기면 얼마든지 날 불러.”고은서는 민시후를 한 눈 노려보고는 상대하기도 귀찮았다.민시후가 연신 뒤돌아보며 자리를 뜬 후, 송민아는 크게 숨을 한 모금 들이마시고 말했다.“은서 씨, 또 보네요.”송미아의 눈빛은 전보다 많이 굳건해졌다. 마치 무슨 사실을 받아들이기라도 한 것처럼.고은서는 도저히 어린 아가씨가 상심하고 슬퍼하는 꼴을 못 봐주겠기에 직설적으로 얘기했다.“민아 씨, 조금 전 민시후가 헛소리한 거예요.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마세요. 그리고 지난번에 제가 민아 씨한테 거짓말했어요. 민시후는 저를 하나도 안 좋아해요. 오늘도 저는 저 사람의 협박을 받고 온 거예요. 민아 씨가 민시후를 좋아하는 거면 걱정하지 말고 대담하게 추구하세요. 저는 절대로 두 사람 사랑의 걸림돌이 되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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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화

다급하면서 애교가 섞인 ‘여보’라는 두 글자가 귀에 전해질 때, 곽승재는 자기가 전화를 잘못 건 줄 알았다.그는 핸드폰을 들어 통화 상대를 다시 한번 확인해 보았는데 고은서가 맞았다.하지만 요새 고은서는 줄곧 그에게 소외와 무관심한 태도를 보였었다. 이렇게 갑자기 열정적으로 나오는 건 아마도 빠져나가기 어려운 골칫거리에 엮인 것 같았다.“당신 지금 어디야?”곽승재는 바로 확실하게 물었다.고은서는 곽승재에게 식당의 위치를 알려주었다.그는 고은서가 지금 누구랑 같이 있는지, 왜 그곳에 갔는지는 묻지도 않고 바로 말했다.“내가 데리러 갈게.”전화를 끊은 뒤 고은서는 그제야 마음이 조금 놓였다.송민아는 너무 귀찮게 굴고 민시후는 뒤통수 때리기 전문이었다.고은서는 그들의 사랑싸움에 엮이고 싶지 않았다.바로 그때 곽승재의 전화가 아주 타이밍 좋게 걸려 온 것이었다.“민아 씨, 저는 당신에게 아무것도 가르쳐줄 수 없어요.”고은서는 정색하며 말했다.“제가 한 말들은 다 사실이에요. 민시후는 저를 좋아하지도 않고 저를 좋아할 리도 없어요. 민아 씨는 아직 어리고 예쁜 데다가 집안도 꽤 좋아 보이는데 민시후라는 나무에 목을 매 죽을 필요는 없잖아요.”환생하고 난 뒤로부터 고은서는 사람들에게 너무 사랑에 목을 매지 말라고 설득했다.인생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너무나도 많았기에 온종일 남자의 주위만 맴도는 건 아주 어리석은 짓이었다.게다가 그렇게 한다고 해서 남자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었다.하지만 고은서가 좋은 마음으로 건넨 충고는 송민아의 고마움을 받지 못했을뿐더러 그녀의 얼굴에는 ‘역시’라는 표정이 역력했다.“은서 씨,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해요. 제가 당신의 설교를 들을 필요까지는 없어요.”송민아는 조금 화가 났다.“제가 진심으로 은서 씨한테 가르침을 청하는데 은서 씨는 어떻게 빈말로 저를 대충 얼버무릴 수가 있어요? 제가 말했었잖아요. 저는 시후 오빠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요. 이번에 제가 돌아갔을 때, 오빠 아버님도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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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5화

아마도 곽승재는 조금 전 민시후가 고은서를 가로막은 장면을 본 것 같았다.고은서는 곽승재에게 설명해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어찌 됐든 곽승재와 백유미의 관계는 그들보다 더 친했다.‘승재도 설명을 안 하는데 내가 왜 그에게 설명해야 해?’“출발해 주세요.”고은서가 기사에게 말했다.기사는 고개를 돌려 곽승재를 보면서 그의 뜻을 기다렸다.곽승재는 눈길을 거두고는 기사에게 출발하라고 눈짓했다.그러고는 고은서에게 물었다.“당신 또 민시후 만나러 왔어?”“왜 말을 그렇게 시큰거리게 해?”고은서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당신이 민시후랑 사이가 안 좋은 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내가 그 사람을 만나면 안 돼?”곽승재는 한 소리를 먹었다.“고은서, 당신 나랑 좋은 말로 얘기하면 안 돼?”“미안한데 난 뒤끝이 좀 긴 편이라 당신한테 좋은 말로 못 하겠는 걸 어떡해.”역시 전화에서 들은 그런 애교는 다시 나타날 수 없었다.곽승재는 이 일로 더는 고은서와 싸우지 않았다. 그는 말길을 돌려 물었다.“방금 무슨 일이 있었어? 민시후가 당신을 난처하게 했어?”어찌 됐든 방금 곽승재가 때맞춰 고은서를 곤경에서 구해준 건 사실이었다.고은서는 더는 곽승재에게 원망스러운 말투로 말하지 않았다.“아주 작은 일이야. 난처하게 군 것까지는 아니야.”민시후가 꿍꿍이를 갖고 고의로 고은서를 불러낸 것은 맞았지만, 그의 손에는 아직 고은서가 원하는 물건이 있었기에 그녀는 이 일로 민시후랑 뒤틀어지면 안 되었다.“당신이 나한테 전화한 건 무슨 일이야?”고은서는 이제 생각이 나서 되물었다.곽승재는 고은서가 사실을 얘기하지 않았다는 것을 눈치챘다.그는 고은서가 말하고 싶지 않으면 아무리 자기가 캐묻는다고 해도 절대 말하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다.곽승재는 마음이 조금 거북한 것을 뒤로하고 고은서에게 물었다.“당신 어깨는 어때? 조금 전에 힘을 세게 쓰지는 않았지?”“괜찮아.”고은서는 차조차도 몰지 않았다.지금 그녀는 목숨을 엄청나게 아꼈기에 의사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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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6화

고은서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일도 걱정할 필요 없어. 아버님 앞에선 절대 이혼 얘기를 하지 않을 거야. 이혼 증서가 있어도 되도록 남들 모르게 숨기고 있을게.”곽승재는 고은서의 배려에 전혀 기쁘지 않았다.“지금 저택으로 가.”곽승재는 명령하듯이 말했다.“뭐라는 거야? 내가 안 가겠다고 했잖아.”고은서는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아직 이혼한 건 아니니까 내 아내의 의무는 다해야 하지 않겠어?”그가 대답했다.고은서가 아무렇지 않게 민시후를 만나러 오면서도 자신과 함께 저택으로 가는 걸 싫다고 하는 점이 정말 그를 빡치게 했다.고은서는 그의 강경한 태도를 보고 더 이상 그와 따지고 싶지 않았다.호원 저택은 이 구역 황금 지대에 위치한 규모가 꽤 큰 3층 고딕 스타일의 건물로 무려 앞뒤로 정원과 잔디 마당이 있었다.고은서는 곽승재의 아내임에도 불구하고 이곳엔 한 번도 들어가 본 적이 없었다.곽승재는 대학 졸업 후 이곳을 떠나 자기 집에서 혼자 살았고, 결혼 후에는 예원 별장을 사들여 자기 새 거처로 정했다.지금 그의 부모님도 저택에 계시지 않고 할머니도 본가에 살고 있어 고은서는 이곳에 올 필요가 없었다.그러나 그의 부모님의 거처가 너무 궁금해 곽승재에게 한번 부탁한 적이 있다.“오빠, 나랑 함께 저택으로 가지 않을래? 오빠의 아내로서 부모님 댁에 한 번쯤은 인사하러 가봐야 하지 않겠어?”곽승재는 그녀의 말을 듣더니 차갑게 대답했다.“내 부모님은 국내에 안 계셔. 갈 필요 없어.”고은서는 매우 실망했지만 괜히 그를 불쾌하게 한 것 같아 그 후부터 이 일을 다시 꺼내지 않았다.하지만 이혼을 앞두고 곽승재가 직접 그녀를 데리고 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운전사가 차를 대자 대문 앞에 있던 하인이 공손하게 마중했다.“오셨습니까, 도련님.”하지만 그의 뒤에 서 있는 금시 초면인 고은서를 보고 그녀는 잠시 멈칫했다.그러자 곽승재는 자연스럽게 고은서의 어깨를 감싸며 말했다.“고은서야.”이 이름을 듣자 하인은 곧바로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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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7화

곽승재는 고은서의 갑자기 변한 태도를 이해하지 못했다.그녀의 눈엔 눈물이 고여 있었고 차가운 표정으로 그와 거리를 두고 있었다. 곽승재는 그녀의 기분을 풀어주려고 노력해도 화가 치밀어 오르는 걸 막을 수 없었다.“고은서, 꼭 이렇게 피곤하게 굴어야 해?”고은서는 그를 차갑게 바라보며 말했다.“피곤하게 구는 사람은 너겠지? 예전에는 내가 부탁해도 저택에 데려가려고 하지 않았잖아. 이제는 내가 싫다는 데 왜 이렇게 집착해서 나를 데려오려고 해?”“최근 내가 너에게 관심을 덜 가지니까 소유욕 때문에 이런 짓을 하는 거야?”“내가 너에게 대한 감정이 소유욕뿐이라고 생각해?”곽승재가 되물었다.“그게 아니면 뭔데?”고은서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만약 내가 예전처럼 매일 네 곁에 붙어있고 너밖에 없었으면 너는 꼭 나의 존재와 감정을 전부 무시했을 거야. 그런 네가 나를 이런 데 데려오겠어?”곽승재는 순간 대답을 잃었다.예전의 고은서는 집착이 너무 심했고 언제나 그의 곁에서 그를 지켜보려 했다.그에게 주목받으려는 수단도 다양했다. 예쁜 화장과 섹시한 옷차림으로 그의 회사에 우유를 주러 오는 것 등은 전부 소소한 것들이었다.백유미가 회사에 들어오면서부터 그녀는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 그에게 쉼 없이 고자질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백유미를 협박하고 괴롭혔다. 그래서 백유미는 원 없이 많은 고초를 겪게 되었다. 고은서의 끈질긴 고문과 유치한 행동들을 떠올릴 때마다 곽승재는 머리가 아파 났다. 그래서 그녀를 저택으로 데려오는 것은 물론 집에 함께 돌아가는 것조차 꺼려졌다.“절대 안 그럴 거라는 걸 알아.”고은서는 곽승재의 대답을 대신해서 말해주었다.“넌 나를 멀리하고 싶어 하잖아. 하지만 이제 내가 네 바람대로 멀어지니까 또 그 웃긴 자존심 때문에 기분이 상한 거지?”“난 널 진심으로 사랑했어. 하지만 난 네가 갖고 노는 부속품이 아니야. 나도 감정이 있고 나도 아프다고!”고은서는 눈에 눈물이 가득한 채로 말을 마치고 곧바로 계단을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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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8화

“그럼 다행이네요.” 고은서는 이미숙이 준 국을 한 입 마셨다. 그러자 이미숙이 그녀에게 물었다.“사모님, 도련님과 싸우셨나요?” 고은서는 국을 한 모금 더 마시며 대답했다.“괜찮아요, 싸운 게 아니에요.” 그저 그녀가 일방적으로 화풀이했을 뿐 곽승재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사모님, 저는 도련님이 지금 사모님에게 신경을 엄청 많이 쓰는 것 같아요. 이 보양국도 도련님께서 특별히 저더러 끓이게 하신 거거든요. 사모님이 오시면 드시라고 하셨어요.”이미숙이 말했다.말을 들은 고은서는 갑자기 입맛이 떨어졌다. 곽승재가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분명 속셈이 전부 자신에게 까발렸는데도 왜 이런 일에 신경을 써주는지 이해가 안 되었다. 식사 후, 고은서는 방으로 돌아갔고 민시후가 보낸 문자를 읽었다. “은서 씨, 오늘 너무했네요. 아직 저에게 밥 한 끼 사줘야 하는 거 기억하고 있죠?” ‘이 사람, 오히려 탓하고 있네?’“민 도련님, 할 말 다 했어요? 한 번도 아니고 계속 저를 방패막이로 이용하면서, 나중에 밥까지 얻어먹으려고요?”민시후가 문자를 읽고 바로 전화를 걸어왔다. “왜요? 싸우려고요?”고은서가 무뚝뚝하게 물었다. “아니, 왜 이렇게 화를 내요? 목소리에 깜짝 놀랐네.”민시후가 귀를 만지면서 말했다.“혹시 평소에 승재 씨 전화를 받을 때도 이러나요? 그래서 버림받은 거 맞죠?” 고은서는 어이가 없었지만 답장하지 않기로 했다.“민 도련님, 대체 무슨 일인데요? 혹시 저와 승재 씨 사이가 궁금해서 그런 건 아니죠? 만약 진짜라면 그쪽이 승재 씨를 비밀리에 좋아하는 게 아닐까 의심스럽네요.” “우엑!”민시후가 매우 불쾌해하며 말했다.“나는 너처럼 사람 보는 눈이 구리지 않아!” 두 사람은 티격태격 몇 마디를 주고받다가 고은서가 짜증에 전화를 끊으려고 하자, 민시후는 비로소 본론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제인의 약품을 홍보하고 싶다면서요, 내가 초기 계획서를 작성해 놨으니 한 번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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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9화

그녀의 질문을 듣고 곽승재는 무언가가 생각난 듯 표정이 더 굳어졌다. “이렇게 약 바르는 시간을 질질 끄는 이유는 할머니께서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시게 하려는 거야?” 고은서는 말이 없었다. 더 이상 거절하는 것은 오히려 그녀의 몸에 무리가 되었다. 곽승재에게서도 약 냄새가 났고 아마 약을 발랐던 것으로 봐서 그의 경험이 확실히 이미숙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측되었다. 생각을 마친 고은서는 다시 의자에 앉으면서 잠옷을 조금 뒤로 당겼다.“앉아서 바르면 돼.” 그가 아무리 자신의 몸에 관심 없어 보일지라도 갑자기 생각이 바뀔 수도 있으니 지금 이 자세가 제일 안전할 것으로 생각했다. 곽승재는 순순히 그녀의 뒤로 가서 약 오일을 손바닥으로 문질러 덥힌 후 그녀의 어깨에 대었다. 따뜻한 손이 상처에 닿자, 고은서는 약간 따끔하면서도 따스한 느낌을 받았고 자연스레 눈을 질끈 감았다. 곽승재는 그녀의 반응을 보고도 여전히 같은 힘으로 마사지하기 시작했다. 조금 아프긴 했지만 오일의 시원함과 그의 손바닥 온도가 피부에 닿으니 미묘한 쾌감이 느껴졌다. 곽승재는 대략 30분 정도 문질러 주었다. 고은서는 코끝에 땀이 나기 시작했고 곽승재는 그녀보다 더할 것으로 추측되었다. 이미숙이 했더라면 곽승재만큼 잘 해주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고은서는 잠시 곽승재에 대한 편견을 내려놓기로 했다. 마사지가 끝난 후 곽승재는 더 머물지 않고 말도 없이 바로 방을 나갔다. 고은서는 오히려 그의 행동에 놀랐다. ‘뭐야, 그렇게 손해 볼 줄 모르던 사람이 아무 조건도 없이 그냥 가버렸다고?’ 밤이 되어 고은서가 흐릿하게 잠들었을 때 침대 옆에서 약간의 움직임을 느껴졌다. 곽승재가 침대에 올라왔다. 아마도 이혼 날짜와 며칠밖에 남지 않았으니 잠자리 이동도 귀찮아했을 것이다. 고은서는 그리 신경 쓰지 않고 계속 잠을 잤다. 다음 날은 토요일이었다. 고은서가 일어나 보니 곽승재의 모습은 이미 사라졌었다. 그녀는 아래층으로 내려가 아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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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0화

고은서는 곽승재가 지난번에 한 말이 떠올랐다.서인수가 사람을 파견하여 그녀를 협박한 일은 우선 아무런 증거가 없고, 설사 그와 관련된 것이 밝혀지더라도 그가 스스로 한 행동이 아니기 때문에 소용이 없었다.이 일로 경찰에게 체포된 거라면 기록 몇 장과 몇 마디 경고로 끝날 가능성이 컸다.그래서 주민기는 서인수의 배경을 조사하여 그가 비정상적인 수단을 사용한 이유로 개업 당일에 조사를 받도록 했다.‘몇 년 동안 감옥에 있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빨리 나오다니...’“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는 약한 사람에게는 강하게 나오고 강한 사람에게는 겁을 내는 타입이에요. 이번에 대표님이 은서 씨를 위해 그를 처리한 걸 알았으니 다시는 함부로 행동하지 않을걸요.” 도아름은 그녀를 안심시켜 주었다.“그가 나올 때 내가 직접 가서 경고할 거예요. 다시 은서 씨를 괴롭히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라고요.” 고은서는 웃으면서 대답했다.“알겠어요. 요즘은 그래도 법이 최고니까 그가 함부로 행동할 수는 없겠죠.” 이 일에 대해 조금 더 얘기를 나눈 후 도아름이 말했다.“지연 씨도 해외에서 돌아온 지 며칠 됐죠? 우리끼리 점심시간에 함께 식사하러 가지 않을래요?” “좋아요. 지금 지연 씨에게 연락해 볼게요.” 고은서가 핸드폰을 꺼내려던 찰나, 마침 박지연의 번호가 화면에 떴다. “어머, 통했네? 방금 너에게 전화하려던 참이었어.”고은서가 장난스러운 말투로 말했다.“잠깐만, 나 먼저 얘기할래!”박지연이 말했다.“우리 팀원들이 단체워크숍을 가기로 했는데 가족도 함께 갈 수 있대. 온 닥터는 시간이 안 되어서 네가 나랑 함께 가줘!” 고은서가 물었다.“어제는 왜 얘기 안 했어? 이렇게 갑자기?” “어제는 너를 데려갈 계획이 없었어. 오늘 온 닥터가 마침 시간이 안 되니까 네가 대신 가달라고 부탁하는 거야.”박지연이 대답했다.“우리 정말 오랜만에 함께 놀러 가는 거잖아. 지금 어디야? 내가 데리러 갈게.” “아참, 네가 전화한 이유는 뭐야?”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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