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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게인, 비긴의 모든 챕터: 챕터 191 - 챕터 200

702 챕터

제191화

훤칠하게 생긴 두 젊은 남자가 밀차를 끌고 다가오고 있었다.밀차 안에는 로맨틱한 빨간 장미꽃이 놓여있었고, 그 옆에는 다양한 기본 와인과 블렌딩 도구가 있었다.눈앞에 다가와서 두 남자는 각자 꽃다발을 하나씩 꺼내 들고 무릎을 반쯤 꿇고서 고은서와 박지연에게 바쳤다.“공주님들, 오늘 이곳에서 좋은 밤을 보내시길 바랍니다.”촌스러운 건지 새로운 유행어인지 알 수 없는 멘트에 고은서는 웃음이 나고 흥이 올랐다.“고마워요.”고은서는 꽃을 받았다.박지연도 꽃을 받고 나서 웃으면서 고은서에게 말했다.“이분들은 대회에 참가했던 전문 바턴데들이야. 지금 바로 우리를 위해 칵테일을 만들어 줄 거야!”“바텐더였구나. 난 또 네가 날 위해 젊고 잘생긴 술친구를 불러준 줄 알았어.”고은서는 박지연만 들리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젊은 친구들이 없는 건 아닌데, 우리의 기혼 신분에 먹칠할까 봐 걱정되어서 안 불렀지!”박지연은 낮은 목소리로 건의를 제기했다.“아님, 지금이라도 젊은 술친구를 불러줘?”고은서는 잠시 고민하는 척하다가 입을 열었다.“됐어. 나중에 내가 이혼하고 나면 그때 다시 한 테이블 찾아줘.”“한 테이블이면 되겠어? 두 테이블 찾는 게 어때?”두 사람이 시시덕거리는 사이, 한 바텐더가 말했다.“두 분 모두 미인이시니 저희가 ‘미인 감취’를 두 잔 타드리죠. 무조건 예쁘고 맛있는 칵테일일 겁니다!”칵테일을 만들기 전에, 두 바텐더는 먼저 화려한 쇼를 시작했다.술병과 술잔이 그들 손에서 놀아나며 술잔에서는 연한 파란색 불꽃이 피어올랐다.두 바텐더는 검은색 셔츠와 양복바지를 입고 있었다. 가늘고 길쭉한 다리에, 웃옷 단추를 두 개 풀어 가슴근육을 살짝 드러냈으며 게다가 현란한 솜씨가 더해져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멋있어 보였다.주변에서도 두 바텐더에게 눈길이 이끌려 그들의 쇼를 감상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어쩐지 지연이가 이것이 이 클럽의 스페셜 퍼포먼스라고 하더라니, 확실히 독특하고 눈요기를 부리긴 하네.’분홍색의 ‘미인 감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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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화

“왜 이렇게 화를 내?”육현석은 느긋하게 말했다.“형, 우리 지금 클럽에서 놀고 있어. 형도 쉴 겸 와서 술이나 한잔해.”“싫어. 시간 없어.”곽승재가 거절할 거라는 것을 예상한 육현석은 조금도 놀라지 않고 신비한 말투로 말했다.“형, 진짜 안 올 거야? 형이 관심 있는 서프라이즈가 있는걸.”“웬 농간질이야.”말을 마치고 곽승재는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육현석은 조금도 성급하지 않고 조금 전에 찍은 고은서의 사진을 곽승재에게 보냈다.아니나 다를까 육현석의 전화가 바로 울렸다.발신자가 곽승재인 걸 보고, 육현석은 무음 버튼을 눌렀다.‘흥. 맘대로 내 전화를 끊을 땐 언제고! 형도 조금만 애간장을 타봐!’육현석은 의기양양하게 카시트로 돌아가 난간 옆에 앉아 있던 사람들을 다 쫓아내고 그 자리를 차지했다.그는 아래층에 앉아 있는 고은서가 간단한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친구와 술잔을 부딪치며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을 보았다.고은서는 배를 끌어안고 웃고 있었는데 보는 것만으로도 편안하고 즐거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육현석의 인상에 고은서는 라이브바 같은 데를 절대 다니지 않고, 늘 자신을 세련되게 꾸미고 언행도 깔끔했다.이제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으니 오히려 영혼이 살아나고 사람이 생기발랄해진 것 같았다.예쁜 여자가 한 명 있어도 쉽게 눈길을 끌 수 있는데, 두 미인이 함께 앉아 있으니, 곧 남자가 술잔을 들고 와서 말을 걸었다.육현석은 더욱 신났고 얼른 핸드폰을 꺼내 이 장면을 찍었다.“도련님, 왜 이리 주춤거리고 있어요? 두 명 중 누가 마음에 드는데요? 제가 내려가서 사람을 모셔올게요!”육현석이 아래층을 내려다보며 바보처럼 웃고 또 사진을 찍는 것을 보고, 한 친구가 자진해서 말했다.“술이나 마셔. 네가 나설 일이 아니야.”육현석은 사람을 쫓아버리고 부재중 전화를 보았는데 뜻밖에도 한 통밖에 없었다.그는 또 남자가 고은서에게 말 거는 사진을 곽승재에게 보냈다.‘침착한 척 더 할 수 있나 보자.’사진을 보낸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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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3화

“입 다물어.”육현석이 훈계했다.“저분은 우리 승재 형의 아내, 내 형수님이거든!”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육현석이 말하는 승재 형이 누구인지 다 알고 있었기에 다시 무대 위의 고은서를 바라볼 때 눈빛이 확연하게 달라졌다.GS 그룹의 사모님이 이렇게... 제멋대로일 수 있다니.고은서는 공연을 마치고 대범하게 관객과 하이파이브를 하고는 자리로 돌아갔다.박지연은 감격에 겨워 얼굴이 빨개졌다.“은서야, 넌 내 우상이야. 너무 멋있었어! 자, 칵테일 한 잔 더 마시자!”술김이 올라와서인지 고은서도 시원하게 한 잔 들이켰다.“은서야, 아무리 그래도 원샷은 무리야. 이 칵테일이 마시기는 좋지만, 도수가 꽤 높아.”고은서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손을 흔들었다.“괜찮아. 취하면 취하는 거지.”고은서는 이제 누구의 비위를 맞출 필요가 없고, 곽승재가 자신이 단정하지 못하다고 여길까 봐 걱정하지 않아도 되기에 술에 취해도 별 상관이 없었다.“그리고 너 평소에 술 마시러 나올 시간도 없는데 오늘은 너랑 실컷 마실 거야!”박지연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요 며칠 시어머니를 모시느라 너무 힘들었어. 진작에 이렇게 나와서 바람도 쐬고 기분도 풀고 싶었어.”“다연아, 온 닥터와 그 여동창은 어떻게 됐어? 온 닥터의 병원으로 자리를 옮겼어?”고은서는 이 일에 계속 신경을 써서 물었더니 박지연이 말했다.“아마 옮기지 않았을 거야. 나 이틀 전에 남편에게 한마디 물었는데 여동창과 연락하지 않아서 잘 모른다고 했어.”고은서는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마음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전생의 타임 라인으로 계산하면, 그 여동창은 지금 이미 귀국해서 병원에 갔었다.‘설마, 이번 생에 지연이가 남편 따라 외국에 가서 그 여동창에게 틈을 주지 않았던 걸까?’“요즘 우리 시어머니께서 자꾸 아이를 낳으라고 재촉해서 머리가 아파.”박지연은 고민거리를 털어놓았다.“내가 이 타이밍에 임신하면 수간호사 자리를 완전히 놓치게 될 거야. 그리고 시어머니의 성격상 나더러 아예 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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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4화

드르륵!술배 남이 손을 쓰기도 전에 그의 몸은 앞으로 홱 기울어 그대로 탁자에 부딪혀 탁자 위의 술병과 술잔을 쓸어내렸다.큰 소란은 일부 사람의 주의를 끌었다.육현석도 밑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보고 카시트에 앉아 있는 남녀를 향해 한마디 소리쳤다.“얼른 내려가서 도와!”말하고 나서 육현석은 앞장서서 아래층으로 달려갔다.술배 남은 바닥에 쓰러져서 아프다고 연신 호소하였고, 그의 몇몇 동료는 이 갑작스러운 변고에 어리둥절했다.그들은 무의식적으로 사람을 바라보았는데... 이 사람은 키가 크고 다리가 길며 옷을 잘 입고 온몸에 소름 끼치는 냉기와 위엄이 배어있었다.“웬 오지랖이야!”두 번이나 손해를 본 술배 남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자기 이미지를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이를 갈며 울부짖었다.“다들 덤벼! 이 여자를 묶어놓고 남자를 죽도록 패!”이 말을 듣자 술배 남의 동료는 즉시 반응하고 남자에게 달려들었다.아!우!삽시에 비명이 겹쳤다.어질어질한 고은서는 눈앞의 손놀림이 매서운 곽승재를 보고,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구별이 되지 않았다.‘곽승재가 왜 여기에 있는 거지?’그의 매서운 주먹 날림과 깔끔한 발차기 솜씨를 보아하니 싸움을 잘하는 것이 분명했다.그러나 곽승재는 고귀한 GS 그룹의 대표인 거 아니었어? 돈 벌 줄밖에 모르는 사람이 왜 싸움도 이렇게 잘해?네다섯 명의 남자는 곽승재에게 맞아 뒷걸음질 치면서 조금도 이득을 보지 못했고, 육현석을 비롯한 몇몇 남녀들도 이쪽으로 몰려왔다.왜 다 함께 있는지 몰랐지만, 곽승재가 손해 볼 일이 없을 것 같아 고은서는 마음이 조금 놓였다.“감히 우리 형수님을 희롱해? 넌 죽도록 맞아야 해!”육현석은 화가 잔뜩 나서 발을 뻗어 땅바닥에 쓰러져있는 술배 남을 걷어차려고 했다.하지만 옆에 있던 술배 남의 동료에게 밀린 육현석은 그대로 옆으로 넘어져 탁자의 상다리에 이마를 부딪쳤다.“피!”육현석은 손을 뻗어 만지더니 피를 보는 순간 바로 기절했다.박지연은 어쨌든, 간호사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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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5화

“은서야!”곽승재는 술배 남을 확 차버리고는 고은서를 품에 안았다.“너 괜찮아?”곽승재의 다급한 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고은서는 취한 건지 아픈 건지 머리가 어지러워 눈을 뜰 수 없었다.반 혼미 상태에서 고은서는 자신의 몸이 곽승재에게 가로로 안겨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는 것을 느꼈다.그녀의 귓가에는 박지연의 걱정스러운 안부가 은은히 들렸고, 술배 남의 비명과 각종 곡성이 은은히 들렸다....고은서가 정신을 차려보니 병원의 병실에 누워있었다.주변은 하얀 벽이고 그녀의 손등에는 링거를 맞고 있었다.‘내가 병원에 어떻게 온 거지?’순간, 고은서는 클럽에서 일어났던 사고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 술배 남이 술병으로 곽승재를 내리치려는 찰나 고은서는 한달음에 곽승재를 밀어내고 대신 어깨를 맞았다.“깼어?”곽승재의 냉랭한 목소리에 고은서는 정신이 돌아왔다.고개를 들자, 역시나 곽승재가 침대 머리맡에 앉아 있었는데 밤새 간호하느라 눈을 붙이지 못해서인지 미간을 찡그리고 안색이 많이 초췌해 보였다.늘 이미지를 중히 여기던 곽승재는 지금 슈트를 의자에 마구 걸어놓고, 한 손으로 이마를 짚고 있었으며 조금 거둔 옷소매는 굳건한 손목을 드러내고 있었다.“어디 불편한 데 없어?”곽승재는 똑바로 앉아서 물었다.고은서는 몸을 살짝 움직여 보았는데 어깨가 조금 아프고 머리가 띵한 것 이외 다른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몸은 괜찮은 것 같아. 지연은, 잘 들어갔어?”고은서는 허스키한 목소리로 물었다.곽승재의 눈빛이 살짝 어두워지더니 고은서를 바라보며 되물었다.“은서야, 누가 너보고 나서라고 했어? 그 남자가 술을 좀 마셔서 힘이 평소보다 적게 들어가서 다행이지, 아니면 너 어깨 완전히 부러졌을 거야.”고은서도 이 일을 다시 생각하니 몹시 두렵고 후회스러웠다.그리고 어딘가 모를 서글픈 감정이 솟구쳤다.‘난 왜 아직도 남편밖에 모르는 바보인 거야. 어떻게 다시 태어나도 이 버릇을 못 고쳐.’누군가 곽승재를 해치려고 하자, 고은서는 일 초도 생각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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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6화

곽승재가 스스로 여기는 완벽한 해결책을 듣더니 고은서는 어두운 얼굴로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곽승재 씨, 우리 사이의 문제는 기념일 한 개 때문이 아니야. 당신도 시시콜콜한 사람이 아니잖아. 죄책감 때문에 나한테 잘해주지 않아도 돼.”“은서야, 넌 내가 죄책감 때문에 그러는 것 같아?”곽승재는 이를 악물고 물었다.“아니야?”고은서가 되묻자 곽승재의 얼굴은 더 어두워졌다.“나에 대한 감정이 조금도 남아있지 않는데 왜 그렇게 위험한 상황에서 목숨을 걸고 날 보호해준 건데? 너랑 잘 얘기해 보고 싶은데 왜 날 계속 밀어내기만 하는 거야? 사람이 왜 그렇게 모순적인 거야?”고은서가 말했다.“오늘 밤의 일은 사고였어. 당신이 아니라 지연이, 실장님 또는 내가 아는 누구라도 그런 위험한 상황에 부닥쳤다면 난 똑같이 행동했을 거야. 내 성격이 그런 거지 당신을 신경 쓰거나 사랑해서 그런 거 아니야.”고은서가 무표정으로 덤덤하게 말하자 곽승재는 또 마음이 답답해졌다.“은서야, 이 말은 너도 믿기 힘들지 않아?”고은서는 곽승재의 주위를 5년이나 맴돌았고 그녀가 곽승재를 사랑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사랑이 어떻게 한순간에 확 사라져?고은서는 슬슬 인내심이 떨어졌다.“난 사실을 말한 것뿐이야. 믿거나 말거나. 아무튼, 할머니의 생신이 지나면 우리는 약속대로 이혼하는 거야. 난 하루도 미루고 싶지 않아!”똑똑.두 사람이 의견 차이로 대치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병실 문을 두드렸다. 뒤이어 육현석의 목소리가 문밖에서 들려왔다.“형, 형수님, 저 들어가도 돼요?”“들어와.”곽승재는 냉담한 말투로 말했다.육현석이 병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는 이마에 붕대를 감고 입술이 조금 창백한 것 이외 기운은 곽승재보다 조금 나아 보였다.“형수님, 깨셨어요? 몸은 괜찮아요?”육현석은 곽승재와 고은서의 분위기가 안 좋은 것을 눈치채고 웃으면서 말했다.고은서는 원래 육현석을 대꾸할 마음이 없었지만, 그가 앞장서서 술배 남을 때렸던 것을 생각해서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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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7화

곽승재도 고은서가 왜 자신을 그토록 차갑게 대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분명 자신에 대한 감정이 남아있는데 마음속의 응어리를 내려놓지 못하는 것 같았다.“형, 형수님이 여전히 이혼하겠대?”곽승재의 대답을 듣지 못하자 육현석은 또 조심스럽게 물었다.육현석은 방금 병실 문을 두드리기 전에 마침 고은서가 이혼을 하루도 미루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육현석은 고은서가 목숨을 걸고 곽승재를 지켜줬으면서 또 그의 화해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곽승재는 육현석의 말을 듣더니 얼굴색이 더 어두워졌다.“난 은서에게 목매지 않아. 은서가 이혼을 견지한다면 나도 억지로 잡아둘 생각 없어.”“그래?”육현석은 곽승재의 말을 믿지 않았다.“형 지금 홧김에 한 말 아니지? 형수님이 얼굴도 예쁘고 성격도 똑 부러진 데다가 드럼도 잘 치잖아. 형이 놓아주기 싫은 건 인지상정이야. 그리고 며칠 전에 내가 말했던 거 어떻게 됐어? 형수님이랑 밖에서 바람 좀 쐬는 거.”이 말을 듣자 곽승재는 기분이 더 우울해졌다.“회사에서 이틀 뒤에 운호로 단체워크숍을 간다고 말해줬어. 근데 은서가 친구와 약속이 있다고 안 가겠대.”육현석은 단번에 핑계라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말했다.“형, 형수님이 가기 싫다고 하면 형수님의 친구를 설득해 봐. 부부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야 정이 빨리 들 거 아니야.”곽승재는 냉랭한 눈빛으로 육현석을 쳐다보며 말했다.“이런 말로 내가 너의 잘못을 추궁하지 않을 거로 생각하지 마. 너도 그 클럽에 있었으면서 은서한테 문제 생겼을 때 왜 제때 나타나서 처리하지 않았어!”이 일은 확실히 육현석의 책임이 있었다.그는 곽승재를 놀리기 위해 클럽의 위치를 가르쳐주지 않았고, 또 고은서를 제대로 신경 쓰지 않아 다른 사람이 그녀에게 시비를 거는 것을 제때 발견하지 못했다.육현석은 눈치껏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난 그저 형이랑 장난을 좀 치고 싶었던 것뿐이었어. 다행히도 형이 히어로처럼 딱 나타나서 제때 그 양아치들을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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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화

곽승재도 예전에 자신을 몇 번 보호해준 적이 있고 어젯밤에도 자신을 도와주려다가 습격당할 뻔했다.그리고 곽승재가 진짜 다쳐서 그것을 빌미로 삼고 이혼을 미룬다면 고은서는 더 난처한 상황에 부닥쳤을 것이었다.이렇게 생각하니 고은서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얼마 지나지 않아 육현석이 병실에 들어왔다.“형수님, 형이 검사를 다 받았어요. 형수님을 온밤 간호하느라 한숨도 자지 못해서 저의 병실에서 좀 쉬라고 했어요.”고은서는 고개를 끄덕였다.“형이 허리 근육을 심하게 다쳤어요. 의사 선생님께서 병원에 며칠 동안 입원해서 휴식을 취하는 게 좋다고 하셨는데 형이 입원할 시간이 안 나서 어혈을 완화하는데 좋은 약만 조금 처방받았어요. 매일 잊지 않고 발라야 한대요.”고은서는 육현석이 자기더러 곽승재에게 약을 발라주라고 부탁하는 것인 줄 알았다.그녀는 피식 웃더니 자신의 어깨를 가리키며 말했다.“이를 어쩜 좋아요? 안타깝게도 저는 어깨를 다쳐서 힘을 쓰지 못해요. 약 바르는 일은 제가 어떻게 도와줄 방법이 없네요.”전생에 고은서는 곽승재에게 밀려서 척추를 다친 적이 있는데 보름이나 입원했었다.그에 비하면 지금 곽승재의 상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육현석은 말길을 돌렸다.“형수님의 도움을 받아야 할 정도는 아니에요. 형의 상처는 허리에 있어서 형이 스스로 약을 바를 수 있어요. 근데 형수님의 상처는 어깨에 있어서 약을 바르기 힘들지 않으세요? 형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은데...”고은서는 단칼에 거절했다.“아니요. 내일 아줌마가 오기로 했어요. 저는 아줌마한테 부탁하면 돼요.”육현석은 멈칫하더니 갑자기 고은서에게 사과했다.“제가 전에 형수님에게 했던 막말은 다 제가 입이 가벼워서 헛소리를 제친 거니까 절대 마음에 담아두지 마세요.”고은서는 육현석의 말을 마음에 담아둘 여지가 없었다.육현석이 고은서를 무시했던 것은 곽승재가 그녀를 거들떠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곽승재의 형제나 친구들이 자신을 안중에도 없었던 것이 너무 당연한 일이었다.고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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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9화

“너 박지연 씨를 만나고 싶어서 그러는 거지?”곽승재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근데 지연 씨 이미 결혼하셨어.”속셈을 들켜버린 육현석은 화를 내지 않았지만 풀이 조금 죽었다.“왜 한창 젊은 나이에 다들 일찍 결혼하는 거지? 형수님은 예외지만, 형수님은 형을 너무 사랑해서 결혼했을 거야.”육현석이 얼른 말을 덧붙이자 곽승재는 또 웃었다.“박지연 씨의 남편은 큰 병원의 주치의이야. 그럼 박지연 씨는 사업에 성공하고 듬직한 사람을 좋아한다는 거 아니겠어. 너에게 기회가 있었다 해도 박지연 씨는 널 좋아하지 않았을 거니까 꿈 깨.”육현석은 어이가 없었다.‘형도 뒤끝이 장난 아니네. 역시 두 사람 부부 아니라 할까 봐. 뒤끝이 긴 것도 똑같아.’육현석은 두 사람에게서 이중으로 상처를 받았다.이튿날 아침, 박지연은 고은서를 위해 준비한 죽을 들고 병원에 도착했다.“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너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큰 술병을 몸으로 막은 거야!”고은서를 보자마자 박지연은 투덜거렸다.“네 목숨을 걸고 승재 씨를 구했으면서 승재 씨에 대한 마음을 내려놓았다는 말이 나와? 누가 믿냐?”고은서는 한숨을 쉬었다. 누구라도 이 소식을 알고 나면 박지연처럼 더는 자신을 믿지 않을 게 분명했다.‘사람은 역시나 바보 같은 짓을 벌이면 안 돼. 아니면 이렇게 문제가 끊이질 않아.’“다친 걸 봐서 그만 말하면 안 돼? 나도 자신의 잘못을 인식하고 있어.”고은서가 용서를 빌었다.박지연은 고은서의 볼을 꼬집으며 말했다.“네가 그토록 위험을 무릅쓰고 곽승재 씨를 지켰다는 것은 아직도 그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거 아니야? 내가 볼 때 차라리 이혼을 관둬. 승재 씨는 몸매 좋지, 얼굴도 잘생겼지, 게다가 유명한 GS 그룹의 대표잖아. 어디 가서 이렇게 돈 많고 잘생긴 남편을 찾아. 그리고 싸움할 때도 아주 멋있더라. 지금 곽승재 씨도 너를 많이 신경 쓰는 것 같던데, 그냥 그렇게 같이 지내.”“너에게 중재인의 소질이 있는 건 처음 알았네.”고은서는 박지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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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0화

박지연의 이름을 들어서인지 온 닥터는 고개를 들어 고은서가 아닌 박지연을 한번 쳐다보았다.박지연의 눈동자는 순간 초롱초롱해지더니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었다.그러나 온닥터는 박지연과 인사하지 않고 그녀를 한 번 쳐다보고는 시선을 돌려 두 사람을 지나쳐 의사들과 앞으로 걸어갔다.박지연의 미소는 선명하게 사그라들었다.고은서는 의아해서 물었다.“네 남편 왜 너와 인사 안 해? 어젯밤에 클럽 간 것 때문에 화났어?”박지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우리 남편 어젯밤에 수술이 잡혀 있어서 집에 돌아오지 않았어. 내가 나간 걸 모를 거야.”“그럼 왜 너를 모르는 사람 취급하는데?”박지연이 말했다.“오늘, 이 병원에 교류하러 온다고 했어. 주변에 그렇게 많은 동료가 있는데 나랑 인사하면 또 한바탕 자기소개해야 할 거 아니야. 시간을 낭비하기 싫었나 보지.”“널 쭉 이렇게 대했던 거야?”고은서가 묻자 박지연은 웃으며 말했다.“그런 건 아니야. 그 사람도 자기가 해야 할 일은 다 하고 있고 날 충분히 존중해줘. 난 이 잘생긴 얼굴을 매일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해.”고은서는 어이가 없었다.‘이런 게 바로 유유상종이라는 건가...’사랑에 눈이 먼 고은서 옆에 똑같이 사랑에 눈이 먼 박지연이 있었다.두 사람이 정원에서 한참 산책하고 있을 때 간호사가 와서 고은서에게 재검사받을 시간이 되었다고 귀띔했다.병실에 돌아가자 고은서를 찾으러 온 육현석은 박지연을 보더니 친근하게 인사를 건넸다.“지연 씨, 안녕하세요.”박지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마의 상처는 괜찮으시죠?”육현석이 대답했다.“네. 제가 항상 건강한데 어제는 단순한 사고였어요.”두 사람이 편하게 대화하는 것을 보고, 고은서가 입을 열었다.“지연아, 현석 씨랑 얘기 좀 하고 있어. 나 검사받고 올게.”“형수님, 형이 회사에 처리해야 할 일이 좀 있어서 이른 아침에 회사에 갔어요. 좀 있다가 와서 형수님을 데리고 퇴원할 거예요.”육현석이 대신 전달했다.“이것 봐.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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