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맨스 / 어게인, 비긴 / Chapter 171 - Chapter 180

All Chapters of 어게인, 비긴: Chapter 171 - Chapter 180

453 Chapters

제171화

고은서는 이미숙에게 설명해 주기 귀찮았다.“저는 바빠서 이만 올라가 볼게요.”말을 마친 뒤 고은서는 위층으로 올라갔다.곽승재와 마주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고은서는 노트북을 들고 옆에 있는 객실로 들어갔다. 그녀는 최대한 빨리 기획안을 만들어내고 싶었다.몇 시간 동안 바쁘게 정리했지만, 고은서는 아무래도 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어찌 됐든 직접 가서 상황을 알아보지 않았으니 구체적인 수치를 들 수 없었으며 만들어낸 기획안도 어딘가 이상했다.내일 허 교수의 연구소에 찾아가 봐야 하나 생각하던 때, 고은서는 갑자기 머리 위에 그림자가 지는 것을 느꼈다.고개를 들어보니 곽승재가 그녀의 곁에 서 있었다.고은서는 노트북을 닫으려고 했지만, 곽승재는 이미 내용을 내다보고 입을 열었다.“너 왜 허 교수 연구소의 자료를 정리하고 있어?”곽승재가 이미 본 이상 이 일은 어차피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안 고은서는 자기 생각을 말했다.“나는 이들의 약품이 아주 시장성이 있다고 봐. 그래서 약품 대리권을 나한테 넘겨주기를 바라는 중이야.”“너한테?”곽승재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왜 갑자기 이런 것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거야?”고은서가 대답했다.“당신이 투자했다는 건 이들이 연구해 낸 약품이 전망이 있다고 믿는다는 소리잖아. 그러니 내가 관심을 두는 것도 이상하지 않잖아.”곽승재는 고은서를 힐끔 보고는 말했다.“허 교수 쪽의 상황은 네가 생각한 것처럼 간단하지 않아. 넌 뭘 보든, 한 발 끼어들려고 하지 좀 마.”고은서는 곽승재의 말뜻을 알아들었다. 그는 고은서가 일부러 자기를 화나게 하려고 그의 프로젝트에 끼어든다고 말하는 것이었다.“아무튼, 난 이 대리권을 꼭 손에 넣어야겠어.”고은서는 콧방귀를 뀌며 말을 이었다.“내 돈줄 막을 생각하지 마!”곽승재는 조금 참으며 말했다.“새로운 약품이 아직 시장에 나오지도 않았어. 미래가 어떻게 될지 누구도 장담 못 해. 만약 돈줄이 아니면 넌 어떻게 할 거야?”“괜찮아. 만약 돈줄이 아니라도
Read more

제172화

잠자리를 팔백 개까지 셌을 때, 고은서는 마침내 졸리기 시작했고 천천히 잠이 들었다.얼마나 잤는지 모르지만, 고은서는 자기가 아주 따뜻한 곳에 웅크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녀는 온몸이 따뜻함에 감싼 것만 같았다.에어컨이 조금 쌀쌀했기에 이런 따뜻함은 그녀를 아주 편안하게 했으며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뒤로 다가갔다.그러자 의지하던 곳이 갑자기 딱딱해지는 것 같았다.고은서는 뭐가 잘못되었는지를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목 뒤에 갑자기 따뜻한 촉감이 느껴졌으며 무언가가 그녀를 빨고 있는 듯했다.고은서는 움직이고 싶었지만, 몸은 꽉 갇힌 것처럼 꼼짝할 수 없었다.그녀는 미친 듯이 발버둥 치다가 갑자기 확 일어나 앉았다.주변을 살펴보았지만, 그녀를 가두고 있는 것은 없었다.방안은 어두컴컴했으며 오직 토끼 모양의 스탠드만 연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그 순간, 그녀는 침대 한복판에 앉아있었으며 곽승재가 그녀의 옆에 누워있었다.그녀의 소동에 깨기라도 한 것처럼 곽승재는 눈을 뜨며 조금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왜 그래?”고은서는 잠시 멍을 때리더니 드디어 이상한 곳을 발견하고는 수상하다는 듯이 곽승재를 보며 물었다.“내가 왜 당신이랑 한 이불을 덮고 있어?”잠들기 전, 그녀는 분명 자기 이불을 덮고 있었다.곽승재의 목소리는 여전히 잠겨있었다.“네가 춥다고 스스로 기어들어 왔나 보지.”말을 마친 뒤, 곽승재는 눈을 감았다.고은서는 한참 동안 곽승재를 쳐다보았다. 그의 잘생긴 미간은 한데 찌푸려져 있었으며 방해받아 짜증이 난 듯한 표정이었다.‘정말로 내가 스스로 곽승재의 이불 안으로 기어들어 간 거야? 에어컨이 평상시보다 춥긴 하네.’사람은 잘 때 무의식적으로 행동을 하기도 하니, 그녀가 추위 때문에 따뜻한 곳으로 간 것일 수도 있었다.고은서는 더는 고민하지 않고 에어컨 온도를 좀 올리고는 다시 자신의 이불을 덮었다.곽승재에게 다가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그녀는 담요 하나를 더 덮었으며 침대의 끝쪽에 누웠다.다시 누운 지 몇 분 안
Read more

제173화

‘대 아침부터 무슨 일로 전화한 거지?’아마도 고은서더러 허 교수를 만나지 말라는 얘기거나 아니면 그녀더러 GS 그룹의 활동에 참석하라는 얘기일 것이었다.이 두 일에 대해, 고은서는 별로 할 말이 없었다.그래서 고은서는 곽승재의 전화를 무시하기로 했다. 예전에 곽승재가 습관적으로 그녀의 전화를 씹었기에 이번에 고은서는 그에게 전화 안 받는 기분이 어떤지 느껴보게 하기로 했다.핸드폰을 무음 상태로 바꾼 뒤, 고은서는 집 문을 나섰다.그녀가 허 교수의 연구소에 도착했을 때, 의외로 눈에 익은 사람을 보았다. 바로 백유미였다.GS 그룹의 파티에서 다친 뒤부터, 고은서는 그동안 줄곧 백유미를 보지 못했다.하지만 이렇게 이곳에서 만날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백유미는 여성스러운 치마를 입고 있었고 위에는 슬림한 작은 정장을 입고 있었는데 세련하면서도 부드러움이 깃들어있었다.아마도 이마의 상처를 가리기 위해서인지 백유미는 앞머리를 내렸으며 얼굴은 화장한 상태였지만 여전히 허약해 보였다.‘유미도 참 필사적이네. 조명기구에 그렇게 한 대를 맞았는데도 며칠만 입원해 있다가 바로 일하러 나오다니.’전생의 백유미는 이 정도로 크게 다치지 않았지만, 그래도 병원에서 보름 정도 휴양했었다.당연히 곽승재도 그녀의 옆에서 보름 동안 같이 지냈다.이에 고은서는 질투가 나고 눈이 시뻘게져서 곽승재에게 메시지 폭탄을 날렸다. 고은서는 자기 허리가 너무나도 아파 입원해서 물리치료를 받고 있는데 곽승재가 와서 돌봐줬으면 한다고 보냈었다.하지만 곽승재는 마치 못 본 것처럼 메시지를 한 개도 답장하지 않았다.이에 화가 난 고은서는 허리 통증을 참으며 성아연과 함께 병원으로 가서 한바탕 난리를 피웠었다. 결국, 곽승재가 짜증을 내면서 그들을 밖으로 내쫓았다.곽승재는 심지어 고은서더러 가만히 있으라고 경고까지 했다. 안 그러면 고은서가 백유미를 다치게 한 죄까지 물을 거라고 하면서...“은서 씨가 여기에는 웬일로 왔어?”백유미의 목소리에 고은서는 정신을 기억에서 되찾았다
Read more

제174화

‘그래서 곽승재는 백유미한테 주려던 귀걸이를 나한테 준 것이 아니라 귀걸이를 2개 사사 나랑 백유미한테 각각 하나씩 준 거네?’이에 고은서는 가슴이 턱턱 막히는 것만 같았다.“유미 씨, 귀걸이가 참 이쁘네.”고은서는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그런가?”백유미는 귀걸이를 쓱 만지고는 입가에 감출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선물 받은 건데 내가 꽃 중에서 난초를 제일 좋아한다는 것을 그 사람이 기억할 줄 몰랐어.”“이 꽃은 순결하고 고아한 것이 유미 씨와 너무 잘 어울려.”고은서는 칭찬을 한마디 하고는 말길을 돌렸다.“마침, 나한테도 비슷한 귀걸이가 있는데 가격대를 찾아보니 대략 4천만 원이었어.”“그래?”백유미는 생각지 못했다는 표정을 지었다.“승재도... 아니, 내 말은 은서 씨도 난초를 좋아해?”“내가 좋아하고 말고는 중요하지 않아. 조금 전 유미 씨의 말뜻은 승재 오빠가 이 귀걸이는 선물해줬다는 건가?”백유미는 여전히 평소와 같은 미소를 지었으며 승인하지도, 부인하지도 않았다.고은서가 입을 열었다.“만약 승재 오빠가 선물해 준 거라면 부디 이제는 돌려줬으면 해.”이 말에 백유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고 이에 고은서는 우아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나랑 승재 오빠는 부부 사이잖아. 오빠가 쓴 돈도 다 우리 부부 공동재산에서 나간 건데 오빠가 내 허락도 없이 4천만 원짜리 선물을 유미 씨에게 줬다니. 그래서 지금 유미 씨가 그걸 나한테 다시 돌려주든지 아니면 내 몫만큼 절반 값 2천만 원을 돌려주든지 해.”백유미는 당장에서 굳어져 버렸다.백유미는 그 귀걸이를 산 사람이 자기라는 것을 곽승재가 고은서에게 말해줄 리 절대 없다는 것을 잘 알았다.그래서 백유미는 자기가 고은서와 비슷한 귀걸이를 차고 있는 것을 보면 고은서도 분명 자신의 귀걸이를 떠올릴 것으로 생각했다.만약 자기의 귀걸이가 곽승재에게서 선물 받았다는 것을 티 내면 고은서는 기필코 기쁨의 절정에서 바닥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백유미는 생각하였다.‘이렇게 되면
Read more

제175화

“...”백유미는 어이가 없었다. 그녀는 고은서가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백유미가 무슨 말을 하든 무슨 행동을 하든, 고은서는 이제 더는 쉽게 자극받지 않았다. 과격한 행동을 하는 건 더욱 말할 것 없었다.‘승재가 요새 은서 씨한테 태도가 크게 바뀐 것도 이것 때문인가? 은서 씨가 도대체 무슨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 거지? 도대체 그녀에게 아이디어를 내주는 사람이 누구지?’백유미는 잠시 생각하더니 성아연에게 전화를 걸었다.“당신이 무슨 방법을 쓰든 반드시 고은서와 절친 관계를 다시 회복해야 해요.”백유미는 전에 자신이 고은서를 과소평가했기에 지금 이렇게 피동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백유미의 곁에 사람을 안배해 놓아 수시로 그녀의 움직임을 파악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은서는 아주 대범하게 2천만 원을 박지연에게 보내주었다.[네가 어제 병원에서 자선 단체를 만들려고 한다고 얼핏 말했었지? 내가 2천만 원 기부할게. 익명으로.][은서 미인님 고마워. 넌 어떻게 사람도 이쁜데 마음씨도 이쁘냐? 넌 꼭 복 받을 거야.][알랑방귀 그만 뀌고, 오늘 같이 밥 먹자면서. 몇 시에 볼까?][미안해, 미안해. 오늘 시어머니가 갑자기 친척 집에 같이 가자고 해서 시간이 안 될 거 같아. 다음에 보자.]박지연의 시가댁 난장판에 비하면 고은서의 시댁은 별로 근심할 것이 없었다.고은서는 박지연에게 몇 마디 빈정거리고는 허 교수의 사무실로 찾아가서 순조롭게 그를 만났다.고은서의 생각을 들은 허 교수는 오히려 조금 의외였다.“판수의 백 이사님이 방금 저한테 약품 사용 상황에 대해 알아봤는데 곽씨 사모님이 또 이렇게 대리권에 관심을 보이시네요. 혹시 곽 대표님이 두 사람을 따로 보낸 건가요?”“제가 대리권을 갖고 싶은 건 온전히 제 개인 뜻이에요. 곽 대표와 전혀 상관이 없어요.”고은서는 웃으며 말했다.허 교수는 고은서가 또 곽승재와 성질을 부리는 것인 줄 알고 그녀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곽씨 사모님, 솔직히 말해서 이건 어찌 됐든
Read more

제176화

듣고 곽승재는 여전히 무표정하게 대답했다.“은서 씨도 여기 있나요?”허 교수는 예상치 못한 대답에 잠시 멈칫했다.고은서는 허 교수가 지난번 오이 만찬 때문에 그녀와 곽승재에 대해 오해가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들이 서로 밀당하는 줄로 오해하고 이런 장난스러운 말을 한 것 같았다.허 교수가 어색해하지 않도록 고은서는 웃으며 인사했다.“허 교수님.”소리를 들은 곽승재는 그녀 쪽으로 바라보았다.그의 검은 눈동자는 여전히 깊고 차분하며 감정이 읽히지 않았다.고은서는 그의 눈길을 무시하고 허 교수에게 말했다.“오늘 방해가 되어 죄송해요. 전 이만 돌아가 볼게요.”말을 마친 고은서는 사무실 안으로 들어오지도 않고 곧바로 떠났다.자신의 차에 금방 도착했을 때 곽승재는 그녀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허 교수님에게 볼 일 있어서 온 게 아니였나? 왜 이렇게 빨리 나왔지?’하지만 고은서는 그의 일에 신경 쓸 기분이 없었고, 운전석 문을 열려고 했지만 곽승재가 그녀 앞을 가로막았다.“너 정말로 허 교수님에게 대리권 문제를 상담하러 간 거야?”“뭐가 문젠데?”곽승재가 그녀를 보며 말했다.“그렇다면 왜 이렇게 급하게 떠나려고 했어? 너도 알다싶이 방금 기회가 있었어.”‘방금 날 도와줄 수 있었다고 암시하는 건가?’고은서는 다소 웃긴다고 느껴졌다.“이 프로젝트가 유미 씨의 것이라고 들었어. 그럼 난 무슨 기회가 더 있는데?”곽승재는 미간을 찌푸렸다.“백유미는 판주 투자은행의 이사로 업무를 협상하러 온 것뿐이야. 혹시 이것도 신경 쓰여?”‘날 신경 쓰게 만드는 건 유미 씨가 아니고 너잖아.’그 다이아몬드 귀걸이를 생각하며 고은서는 매우 불쾌했다.“아직 할 말 남았어? 없으면 비켜. 이런 말 따윈 듣고 싶지 않아.”고은서의 말은 예전 곽승재의 말을 그대로 복사한 것이었다.어조와 표정마저 정말 완벽하게 일치했다.역시 곽승재의 얼굴색은 순간 안 좋게 변했고 그는 이런 감정을 극력 참으며 물었다.“왜 내 전화는 안 받았어?”고은서는 차갑게
Read more

제177화

곽승재는 더 이상 논쟁할 힘이 없는 듯 보였다.“대표 사무실에서의 직책은 네가 원하는 대로 골라. 내일 주민기에게 말하면 그가 알아서 배치해 줄 거야.”고은서는 금방 졸업했을 때 곽승재에게 대표 사무실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렇게 하면 그와 가까이에서 매일 볼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곽승재가 정말로 그녀가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었다.하지만 지금, 고은서는 대표 사무실에 가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고 오히려 그와 멀리 떨어져 있고 싶었다.이런 말을 해도 곽승재는 믿지 않을 것이었고 이혼까지는 열흘도 안 남았으니 더 이상 그와 논할 필요도 없었다.고은서는 아무 말 없이 차에 탔다.차를 시동 걸 준비를 하자, 곽승재가 갑자기 조수석에 앉았다.“고은서, 말도 안 끝났는데 어디를 가?”곽승재는 매우 불쾌해 보였다.고은서는 그를 차갑게 쳐다보며 말했다.“말이 아직 안 끝났어? 출근 문제에 대해 말하려는 거야? 고맙지만, 대표 사무실의 어떤 직책에도 관심 없어. 누구에게 주든 네 맘대로 해.”고은서의 심기불편한 듯한 표정에 곽승재는 진심으로 화가 났다.“고은서, 도대체 뭘 원하는 거야?”“지금 내 차에서 내려줬으면 좋겠어.” 고은서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안 내려?”곽승재는 이를 악물었다.“너와 함께 집으로 돌아갈 거야.”“그건 안돼. 같은 방향이 아니야.”“어딜 가는데?”“신경 꺼.”고은서의 차가운 태도는 마치 그를 찌질한 사람으로 만드는 것 같았고 곽승재는 결국 인내심을 잃었다.그는 최근 이혼하고 싶다는 마음이 그렇게 강하지 않았고 억지로라도 계속 이어갈 수 있다고 느꼈지만, 그가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여전히 떠나고 싶어 한다면 그도 억지로 잡아두지는 않겠다고 결심했다.결국, 곽승재는 긴 다리를 뻗어 차에서 내렸다.몇 마디 더 하려 했으나 그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고은서는 가속 페달을 밟고 먼지만 남긴 채 사라졌다.“하...”...고은서는 외할아버지 집에 도
Read more

제178화

“네 이모가 말하던데, 승재가 선물을 받을 때 엄청 기뻐했다고.”‘무슨 기뻐했겠어. 이모님이 또 과장하시는 거겠지.’고은서가 이렇게 생각하며 물었다.“외할아버지, 사신 게 뭐예요? 너무 비싸지 않으시죠?”이제 그녀는 곽승재에게 더 이상 돈을 쓰고 싶지 않았다.고용덕은 고은서의 머리를 가볍게 쳤다.“고작 넥타이핀 하나가 얼마나 비싸겠어?”‘넥타이핀?’고은서는 갑자기 어젯밤 곽승재가 그녀를 부축해 줄 때 넥타이와 함께 넥타이핀을 착용했던 게 떠올랐다.그때 그녀는 조금 이상하다고 느꼈다. 왜냐하면 곽승재는 보통 정식 자리 아니면 넥타이를 매는 습관이 없었기 때문이다.‘설마 넥타이핀에 맞추기 위해 특별히 넥타이를 맸던 거야?’“은서야, 네 삼촌이 이번 사업을 성사한 건 승재가 자발적으로 도와줬기 때문이래. 승재는 꼭 너를 생각하는 마음에 그런 거야.”고용덕은 흐뭇해 하며 말했다.“외할아버지께서 저와 그 사이의 관계를 풀어주고 싶어 하시는 걸 알지만 정말 필요하지 않아요.”고은서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지난번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신 대로, 저는 좋아하는 사람과 일을 쉽게 포기하지 않아요. 마찬가지로 제가 내린 결정도 좀처럼 바뀌지 않죠.”“저는 승재 씨에 대한 감정을 한꺼번에 전부 지울 수는 없었지만, 그 과정에 많은 것들을 깨닫게 되었어요.”“예전에는 너무 고집을 부리며 원하는 것을 꼭 잡으려고 했는데, 많은 것들이 그렇게 간단히 잡을 수 있는 게 아니었고 오히려 자신을 다치게 했어요. 그래서 승재 씨를 놓아주는 것도 나 자신을 놓아주는 거라고 생각해요.”고용덕은 손녀의 진지한 눈빛 속 들어 있는 미세한 씁쓸함을 보아내고 마음이 아팠다. “우리 은서, 다 켰구나.”손녀가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좋은 일이다. 그만큼 더 이성적으로 문제를 분석하고 처리할 수 있다는 의미니깐 말이다.그러나 그의 손에서 자란 소중한 손녀로서, 개인적으로는 그녀가 영원히 어린애처럼 순진하고 걱정 없이 크기를 바랐다.“외할아버지, 며칠 후 승재 씨 할머니
Read more

제179화

“그럼 네가 걱정하는 건 뭐야?” 할머니는 이렇게 묻고 나서 알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덧붙였다.“은서야, 너와 승재의 이혼 문제 말이야... 넌 아직 마음을 바꾸지 않았구나?” 고은서는 대답 대신 사과했다.“할머니, 지난번에 제 외삼촌과 이모가 할머니를 귀찮게 해서 죄송해요. 많이 신경 쓰이셨죠?” 할머니는 듣더니 가볍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것보다 나는 네가 그들이 말한 대로 승재와 이혼하지 않으면 좋겠어.” 고은서는 말이 없었다. 오직 이 부탁만큼은 그녀도 들어줄 수가 없었다. 할머니는 그녀의 침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자연히 알고 있었다. “은서야, 네가 이 기간에 이혼 얘기를 다시 언급하지 않겠다고 나랑 약속했는데도 이혼 서류를 받았다는 건, 승재가 또 너를 슬프게 했다는 거지?” 할머니는 계속 말했다.“할머니는 네가 먼저 찾아와 얘기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지금까지도 할머니에게 전화 한 통 없었잖아.” 예전 같았으면, 고은서는 확실히 할머니에게 자주 전화해 불만을 털어놓았고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걱정을 끼쳤는지 모른다. 고은서는 미안한 마음으로 말했다.“할머니, 이 일은 승재 씨와는 관계가 없어요. 제가 억지로 그에게 서명을 받은 거예요. 들으니 그를 꾸짖으셨다고 하던데, 사실 책임져야 하는 건 저예요.” 할머니는 웃으며 말했다.“은서야, 봐봐, 아직도 승재 편을 들고 있잖아.”“솔직히 말해봐, 지난번 술자리 때 백유미가 방해한 것 때문에 승재에게 미리 이혼 합의서에 서명하게 한 거지?” 할머니는 인터넷을 하지 않지만 누군가가 인터넷에서 본 그날 밤의 일을 할머니에게 전해줬을 가능성도 있었다. 고은서가 말하려고 하자 할머니는 다시 입을 열었다.“그 여자는 예전에 곽씨 가문에 자주 있었고 승재와 아는 사이일 뿐이야. 그 둘 사이에는 절대 아무런 사적인 감정도 없어. 그래도 마음이 안 놓이면 할머니가 걔를 회사에서 쫓아내줘?” “아니요! 그럴 필요 없어요!”고은서가 재빨리 막았다.“그때 술자
Read more

제180화

결정을 내린 할머니는 말했다.“은서야, 네 말이 맞아. 할머니는 더 이상 걱정하지 않을게.”“오랜만에 네가 만든 단팥빵을 먹고 싶구나. 조금 만들어 줄 수 있니? 내일 아침에 사람을 보내서 가져올게.”고은서는 이전에 주방에 들어가 본 적도 없는 숙녀였지만, 남자들은 밥 잘하는 여자에게 매력을 느낀다는 말에 영향을 받아 요리 수업을 듣고 본격적으로 요리와 디저트를 배우게 되었다.그녀는 매일 따뜻한 밥과 반찬을 준비해 놓고 곽승재가 돌아오기를 기다렸지만, 음식이 식을 때까지도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그가 설령 집에 돌아오더라도 그녀가 만든 음식을 몇 번 먹어본 적이 없었다.그러니 이로써 그의 마음을 잡는다는 것은 더구나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다행히 배웠던 요리 기술은 외할아버지와 할머니께 가끔 간식을 만들어 드릴 수 있어 완전히 무용한 건 아니었다. 노인들은 너무 달거나 기름진 음식을 드실 수 없기 때문에 그녀는 레시피를 직접 조절하여 그들이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도록 했다.재생 이후로 요리하지 않았던 고은서는 할머니의 요구를 흔쾌히 수락했다.“물론이죠.”“그리고, 이 기간에 승재와 잘 지내기로 약속했으니 더 이상 할머니에게 거짓말해선 안 돼, 알겠어?”할머니의 마음을 이해한 고은서는 더 이상 설명을 하지 않고 대충 대답했다.“네.”할머니의 전화 때문에 원래 외할아버지 집에서 하룻밤 자려던 고은서는 차를 타고 예원 별장으로 돌아왔다.집 문에 들어선 후 아줌마에게 빵을 만들 재료들을 준비해 달라고 하려던 참에, 그녀는 곽승재가 거실 소파에 앉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그는 아마도 오후의 일로 기분이 썩 좋지는 않은 듯, 잘생긴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를 본 순간 눈빛이 잠시 반짝였다.“할머니와 함께 저녁 먹으러 가지 않았어?”고은서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나 혼자 본가로 돌아갔는데 할머니는 네가 안 보이니까 내가 너를 괴롭혔다고 하시면서 나를 쫓아내셨어.”곽승재는 기분이 매우 나빠 보였다.“고은서, 이 일에
Read more
PREV
1
...
1617181920
...
46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