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네가 걱정하는 건 뭐야?” 할머니는 이렇게 묻고 나서 알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덧붙였다.“은서야, 너와 승재의 이혼 문제 말이야... 넌 아직 마음을 바꾸지 않았구나?” 고은서는 대답 대신 사과했다.“할머니, 지난번에 제 외삼촌과 이모가 할머니를 귀찮게 해서 죄송해요. 많이 신경 쓰이셨죠?” 할머니는 듣더니 가볍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것보다 나는 네가 그들이 말한 대로 승재와 이혼하지 않으면 좋겠어.” 고은서는 말이 없었다. 오직 이 부탁만큼은 그녀도 들어줄 수가 없었다. 할머니는 그녀의 침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자연히 알고 있었다. “은서야, 네가 이 기간에 이혼 얘기를 다시 언급하지 않겠다고 나랑 약속했는데도 이혼 서류를 받았다는 건, 승재가 또 너를 슬프게 했다는 거지?” 할머니는 계속 말했다.“할머니는 네가 먼저 찾아와 얘기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지금까지도 할머니에게 전화 한 통 없었잖아.” 예전 같았으면, 고은서는 확실히 할머니에게 자주 전화해 불만을 털어놓았고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걱정을 끼쳤는지 모른다. 고은서는 미안한 마음으로 말했다.“할머니, 이 일은 승재 씨와는 관계가 없어요. 제가 억지로 그에게 서명을 받은 거예요. 들으니 그를 꾸짖으셨다고 하던데, 사실 책임져야 하는 건 저예요.” 할머니는 웃으며 말했다.“은서야, 봐봐, 아직도 승재 편을 들고 있잖아.”“솔직히 말해봐, 지난번 술자리 때 백유미가 방해한 것 때문에 승재에게 미리 이혼 합의서에 서명하게 한 거지?” 할머니는 인터넷을 하지 않지만 누군가가 인터넷에서 본 그날 밤의 일을 할머니에게 전해줬을 가능성도 있었다. 고은서가 말하려고 하자 할머니는 다시 입을 열었다.“그 여자는 예전에 곽씨 가문에 자주 있었고 승재와 아는 사이일 뿐이야. 그 둘 사이에는 절대 아무런 사적인 감정도 없어. 그래도 마음이 안 놓이면 할머니가 걔를 회사에서 쫓아내줘?” “아니요! 그럴 필요 없어요!”고은서가 재빨리 막았다.“그때 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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