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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화

“네 할아버지가 말하길, 지난번에 승재에게 주려고 산 선물인데 깜빡하고 집에 두고 여태 주지를 못했어, 내가 널 보러 온다는 걸 알고 특별히 건네준 거야.”곽승재는 외숙모의 손에 들린 상자를 흘끗 쳐다보다가 다시 고은서쪽으로 눈길을 돌렸다.“….”무슨 선물이 있다고, 집에 두고 올 수 있을까?할아버지는 마지막으로 곽승재에게 고대 벼루를 받은 후, 곽승재에게 선물을 주겠다고 제안했지만, 당시 곽승재는 별 생각 없이 동의했다. 그녀는 그 일을 전혀 마음에 두지 않았다.할아버지께서 직접 선물을 사고 자신의 명의하에 곽승재에게 선물을 주다니, 이렇게 마음을 쓰실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할아버지가 상황을 만들어놓고, 곽승재도 마침 여기 있었기 때문에 고은서는 분위기를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외숙모의 손에 든 상자를 받아 곽승재에게 건네며 말했다.“여기.”“뭐지?”곽승재가 아무렇지 않게 물었다.고은서도 무표정으로 답했다.“직접 열어보면 알잖아.”“좋아, 너희들 일은 나중에 돌아가서 얘기하자, 일단 앉아서 밥부터 먹자!”그들이 서둘러 자리를 내주었다.신선한 재료를 요리사들이 직접 갖다주며 현장에서 조리하는 고급 레스토랑이었다. 그들은 먼저 주문해야 했다.식사는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일정이었지만, 어쨌든 여기까지 왔으니 먹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다.고은서는 자리에 앉았고, 곽승재도 그 옆에 앉았다.외숙모는 찐한 맛을 선호하는 편이었다. 그녀는 해산물을 엄청나게 주문하고 요리사에게 매콤하고 마늘 향이 나도록 구워달라고 부탁했다.“외숙모, 승재는 매운 음식을 안 먹어요.”고은서의 머릿속은 여전히 할아버지가 사준 선물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말이 자연스럽게 입 밖으로 나왔다.그 말이 입 밖으로 나오자마자 그녀는 옆에 있던 승재의 입꼬리가 어렴풋이 올라가는 것을 알아차렸다.고은서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할 수밖에 없었다.곽승재는 까다로운 식성을 가지고 있었고, 먹지 않는 음식이 많았으며, 그녀는 그런 그를 위해 큰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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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화

고은혜가 방금 한 말은 원래 고은서를 당황하게 하려고 한 것이었다.고은서는 평소 부유한 여성답게 수천만 대의 자동차를 몰고 다니고, 수백만 개의 가방을 가지고 다니며, 블랙카드를 사용하지만, 개인적으로 보석을 판매하기도 했다.만약 곽승재가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는 수치심을 느끼고 짜증을 냈을 것이다.그러나 고은혜의 예상과 달리 고은서는 그녀의 말을 듣고 일말의 당혹감도 없이 아무렇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나야. 그걸 알아차리다니, 그리 멍청하지는 않네.”어제 캡처를 할 때 그녀는 일부러 판매 정보의 절반만 잘라냈고, 고은혜는 한두 눈 만에 귀걸이를 팔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그렇게 되면 고은혜는 원지훈이 그가 자랑했던 것만큼 부자가 아니고 허세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아챌 수 있었다.이제 막 호감이 들기 시작했지만 금방 식을 것이 분명했다.고은서의 말을 들은 고은혜는 화가 나서 계속 트집을 잡았다.“아니, 돈이 그렇게 모자래요? 보석을 팔 정도로?”고은서가 웃었다.“그건 틀린 말이야. 다 내가 검소하고 가족을 중시하기 때문에 쓰레기통에 버려야 할 물건을 다시 주워서 돈을 받고 파는 거지.”“휴지통에 버리다니!”고은혜는 이 말을 듣자마자 순간 귀가 더러워지는 것을 느꼈다.그녀는 서둘러 귀를 닦았다.어제 그녀는 하루 종일 들떠서 귀걸이를 차고 다녔다.오후에 고은서가 중고 웹사이트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듣지 못했다면, 그녀는 이미 친구들에게 자랑하고도 남았을 것이다.고은서가 쓰레기통에서 이 귀걸이를 발견했다고?아니다.“귀걸이가 어떻게 쓰레기통에 있어요?”고은혜는 고은서가 일부러 자신을 엿 먹이려 한다고 생각했다.“내가 던졌어.”고은서가 말했다.“원래는 내 것이 아닌 것은 쓰레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해 보니 재활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더라고.”“내 눈에는 별거 아닌 것이 너한테는 소중한 존재였구나.”이 말을 들은 고은혜는 더욱 화가 났다.고은서에게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싶었지만, 결과는 아무런 문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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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화

단은숙은 이 이유를 납득할 수 있었다.“그런 거야?”그리고 그녀는 자랑스러워하는 표정으로 덧붙였다.“우리 은혜 비록 공부는 잘 못하지만, 디자인 쪽에는 재능이 뛰어나. 이쪽에 노력하는건 전혀 아깝지 않아.”“저도 그렇게 생각해요.”고은서가 덧붙여 말했다.“외숙모, 은혜가 디자인을 그렇게 좋아하는데, 파리에 있는 유명한 디자인 학교에 보내 2년 동안 공부를 시킬 생각 없으신가요?”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아 씩씩대던 은혜는 고은서의 말을 들자, 순간 당황했다.그녀는 고은서가 부모님 앞에서 자신의 단점을 파헤칠 거로 생각했지만, 예상외로 해외 유학을 제안하였다.고은서가 언제부터 이렇게 친절해졌을까?“여자애가 무슨 유학을 하러 간다고 해, 만약 혼자 외국에 가 있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아무도 돌봐줄 사람이 없는데!”단은숙은 아무 생각 없이 거절부터 했다.“은혜는 이제 나이가 많아서 스스로 돌볼 수 있어요. 게다가 지금은 비행기가 너무 편리해서 언제든 돌아오실 수 있고, 외숙모랑 삼촌도 언제든지 가실 수 있어요.”고은서는 외숙모가 좋아할 만한 이야기만 골라 했다.“해외에 가서 기술을 배우고 돌아오면, 유학을 했던 사람이라며 다들 높이 평가할 거예요.”“은혜는 이제 고 씨 집안의 딸이니 감히 누구도 얘를 함부로 얕볼 수 없어!”단은숙은 여전히 거절했다.“엄마, 저도 그쪽에 있는 디자인 학교가 마음에 들어요. 2년만 다니면 되는데, 절 다니게 해 주세요!”고은혜는 애교를 떨기 시작했다.단은숙을 설득하기는 물론 쉽지 않았다. 그녀는 고은혜에게 그곳에서 살게 되면 생기는 불편한 점, 걱정되는 점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그쪽에 제가 아는 친구가 몇 명 있으니 필요하면 제가 대신 소개해 드릴게요.”그 순간 곽승재가 입을 열었다.고은혜의 눈은 즉시 밝아졌다. 그녀는 해외에 가고 싶었지만, 어머니께서 강하게 반대했다.그녀는 고은서가 자신을 도와 말을 해줄 뿐만 아니라 이젠 곽승재까지 자신을 도와줄 이야 예상하지 못했다!고은혜는 애원하며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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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화

고은혜의 말을 들은 고은서는 곧바로 웃으며 말했다.“내가 뭘 해야 할 것 같아? 할아버지께서 설마 나를 함부로 대할까?”“게다가 내가 정말 하려고 하는 게 있다면, 네가 국내에 있든 없든 별 차이가 있을까? 네가 비즈니스에 대해 아는 게 있나, 아니면 M-Q에 관해 이야기할 수를 가?”“너!”고은혜는 기가 차서 잠시 얼굴이 붉어졌다.“원지훈한테서 들었는데, 당신이 그와 사적인 대화를 나눈다면서요, 혹시 그에게 다른 생각이 있는 건 아니죠?”원지훈이 물론 아무렇지 않게 언급한 사실이지만, 그녀는 고은서와 원지훈의 채팅 기록을 엿보았다.주차장에서의 그날을 떠올리며 원지훈은 그녀와 함께 놀자고 권했고, 서로 사이가 좋지 않았던 고은서는 결국 동의하며 블랙카드를 꺼내 계산하겠다고 나섰다.원지훈이 체육관에 갔을 때 고은서도 그곳에 있었다.고은혜는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이런 말을 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니?”고은서는 비웃었다.“뇌는 생각하는 데 쓰이는 것이지, 남이 뭐라고 해서 그대로 믿는 건 아니야.”“원지훈과 곽승재가 비길 가치라도 있을까? 내가 사적으로 연락을 할 가치가 있냐고?”이렇게 말하며 고은서는 그녀에게 자신의 휴대전화를 건네며 물었다.“잘 봐, 내가 무슨 얘기를 했지?”고은혜는 화면을 흘끗 보았다. 매번 원지훈이 먼저 연락을 보내는 것을 그녀는 확인할 수 있었다.채팅 내용은 평범하고 정중해 보였지만, 조금만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가 일부러 그녀를 흥분시키려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그 이유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고은서가 고은혜보다 더 부유하고 만만해 보였기 때문이다.고은혜는 고은서의 말투가 여전히 납득이 가지 않았다.“원지훈도 당신을 좋아하지 않아요, 당신이 그를 쫓아다녔고, 전에 피로연에서 그는 당신에게 관심조차 주지 않고 다른 여자를 품에 안고 나갔어! 그리고 당신은 그 과정에서 그를 짜증 나게 할 남자를 함부로 찾은 거고, 안 그래?”고은서는 기가 차서 웃음밖에 나오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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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화

초승달 모양으로 휘어진 고은서의 눈썹과 위로 올라간 입꼬리를 본 곽승재의 첫 반응은 의외로 화가 나지 않았다.지난번에 그를 놀렸던 그녀의 차가운 미소와 비웃음, 승리의 웃음을 제외하면 곽승재는 오랫동안 그녀의 환한 미소를 보지 못했다.물론 지어낸 웃음이지만, 곽승재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마치 너무나 흔한 일이 이제는 드문 일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그의 마음이 막연해지고 불편해지기 시작했다.“카드를 가지진 않았어도, 어차피 네 것이니까 근심하지 마.”곽승재는 반나절 동안 아무 소리도 내지 않는 것을 본 고은서는 한마디 더 덧붙였다.“고은서, 너 유치하다.”곽승재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난 방금 다 말했어, 너한테 준 물건은 이미 네 것이니까 네가 알아서 해.”“먼저 자리를 떠난다고 너한테 알려주러 왔어, 어젯밤에 있었던 일은 주민기가 이미 처리했고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야.”그렇게 말한 후 곽승재는 긴 다리로 발걸음을 옮겼다.고은서는 한동안 그 자리에 멈춰 서 있었다.곽승재는 오늘 조금 이상했다.두 번이나 그녀를 위해 대변했을 뿐만 아니라 그녀의 고의적인 도발에 화도 내지 않았다.어쨌든 고은서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짐작하지 못했다.어젯밤 일이 해결되었다는 곽승재의 말에 고은서는 마음속으로 안도했다.마침, 아름 언니가 전화를 걸어와 그녀에게도 좋은 소식을 전했다.“그래!”도아름이 말했다.“서인수의 와이너리가 오늘 공식적으로 개업했고, 많은 사람들을 초대해 리본 커팅식을 가졌어. 근데 리본 커팅식이 시작되기 직전에 경찰에 연행되었어.”“지금 커뮤니티에 소문이 퍼져 모두가 그가 사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망했다며, 후에는 더 잘 안될 거라고 비웃고 있어.”“은서, 곽 총무의 업무 효율이 정말 죽이는데, 어젯밤에 일어난 일을 오늘 처리했으니 아직도 널 아끼긴 하나 봐.”도아름은 지난날 칵테일파티에서 고은서가 술에 취한 것을 보고 마음속으로 연민을 느꼈다.물론 고은서의 술 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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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화

고국성은 분에 차서 말했다. "만약 고씨 가문의 두 여식이 모두 곽승재한테 시집간다면 세상 사람들이 우리를 뭐라고 비웃을까. 이혼은 꿈도 꾸지 말거라! 너의 외할아버지가 널 어여뻐해 네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지만 난 아니란다." "...... " 고은서도 식당에서까지 그들과 언쟁을 펼치고 싶진 않았다. 그들이 받아들인다면야 좋겠지만 설사 받아들이지 못한다 하여도 고은서는 따로 뭐 어찌할 생각따위는 없다. 어차피 그녀는 이미 입장발표를 확실하게 하였고 외할아버지도 반대하지 않으셨으니 이젠 그 누구도 고은서를 막을 수 없다. ...... 오후에 고은서는 명운에 들렸다. 고은서는 인터넷에서 명운이 품질이 떨어지는 술을 고급술로 둔갑하여 판매했다고 주장했던 사람이 그건 오해였음을 인정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 사람은 명운의 술이 아닌 다른 술을 마시고 알코올중독에 걸렸던 것이었다. 그 술은 그 사람 스스로 담근 술이었기에 술의 안전 여부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명운의 술이 문제 있다고 오해하였다. "아마도 인수 씨가 경찰의 협조조사를 받았다는 소식에 놀라서 더 이상 행패 부릴 엄두가 나지 않았을 거예요." 도아름이 말했다. "지금이라도 진실이 밝혀졌으니 골칫거리 하나 사라진 셈이네요." 기분이 좋아진 고은서가 말했다. "전 아름언니가 시장을 크게 키우기를 기다리면서 출시 준비를 도모할게요!" 이말에 도아름 역시 두말없이 약조하였다.도아름과 한창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던 와중 고은서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번호를 보니 그건 바로 며칠간 연락이 없던 주인혁이였다. "누나, 저희 초보 오디션을 순조롭게 통과했어요. 이제 방송녹화단계에 진입할 수 있게 되었어요!" 통화가 연결되자마자 주인혁은 들뜬 목소리로 이 기쁜 소식을 들려주었다. 그 말에 고은서도 덩달아 기뻐났다. "이건 첫걸음일 뿐이에요. 인혁씬 꼭 경쟁에서 이겨서 결승전까지 무사히 들어갈 수 있을 거예요." "누나, 저녁에 시간 있나요?" 주인혁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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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화

고은서는 웃으며 말했다. "나이는 많지 않지만 경력만은 풍부하네요."무대쪽으로 다가가니 kk와 그의 무리가 고은서를 발견하곤 너도나도 그녀와 인사를 하였다. 분위기는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주인혁의 팀이 무대에 올라 공연할 차례가 되었다. 그들은 여유 넘치면서도 이 순간을 즐기는 듯한 기색으로 무대위의 각자의 위치에 앉고는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하였다. 메인보컬인 주인혁은 너무나도 당연하게 그들중에서 제일 빛나보였다. 심플하지만 포인트 있는 검정색 티셔츠에 잘생긴 이마를 살짝 들어낸 헤어스타일, 노래 부를 때 깔끔하고도 깊은 보이스와 맑고 깔끔한 눈빛은 주인혁이 마치 동화속 왕자님 같다는 느낌이 들게 하였다. 그들이 부르던 두 곡의 느린 절주의 사랑노래는 드럼소리와 함께 격정적인 반주곡으로 변하기 시작하였다. 노래를 듣다보니 고은서의 지난 몇년간 잠들어 있었던 음악세포마저 다시 되살아나기 시작하는듯 하였다. 10대시절 그녀는 학업상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하여 몇년간 드럼을 배웠었는데 당시 선생님께선 그녀의 학습능력과 리듬감을 높이 평가하였다. 그녀는 대학신입생 장기자랑 때 무대에 올랐었는데 당시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었다. 하지만 고은서는 곽승재가 말괄량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다는 소식에 이 취미마저 포기했다. 단정하고도 진취적인 모범생이 되여 곽승재와 조금이라도 더 가까워지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그녀의 어떠한 노력에도 곽승재의 눈에 그녀따윈 없었다. "누나, 지난번에 저한데 얘기했었던 것 같은데, 드럼 칠줄 아신다고?"고은서가 지난 기억에 빠져있는 사이 주인혁은 어느샌가 노래를 마치고 그녀의 곁으로 다가왔다. 무대의 기쁨을 흠뻑 만끽하고 와서인지 주인혁의 잘생긴 얼굴은 여유와 자신감으로 채워졌다. 그 모습에 고은서도 덩달아 흥분되는듯 하였다. "맞아요.""그럼 한 곡조 쳐보시는건 어때요?"무대우의 친근한 드럼과 주인혁의 기대감이 담긴 눈빛을 바라보노라니 고은서도 내심 연주해보고픈 맘이 생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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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화

고은서는 간지 나게 자신의 머리카락을 슬쩍 뒤로 넘기며 물었다. "당연하죠, 저 방금 멋있지 않았나요?" 주인혁은 고은서의 행동에 웃음을 금치 못하면서도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쳤다. "멋져요, 멋있고 말고요. 프로 드럼연주자와도 비겨 볼만한 실력이신데요!" "안목 좋으시네요." 고은서는 주인혁의 팔을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가요, 누나가 술 사줄게요." "누나, 저희도요, 저희도 술 사주세요!" 밴드멤버들도 몰려왔다. 고은서는 기분이 좋아나서 손을 흔들며 통 크게 말했다. "마셔요, 우리 모두 같이 마셔요!" 무리의 사람들은 고은서를 클럽의 넓은 좌석으로 안배한 후 넉넉한 간식과 술을 주문한 뒤 그녀를 향한 아낌없는 칭찬을 하였다. "누나, 진짜 생각지도 못했어요. 보기엔 연약해 보였는데 드럼 연주할 때 엄청난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더라고요." "그러니깐요, 드럼스틱으로 끼 부릴 때도 얼마나 멋있던지. 누나, 저희 밴드팀에 들어오실 생각 없으세요?" kk가 물었다. "지민이랑 같이 드럼 연주하면 관객들이 얼마나 난리가 날가요." "예, 맞아요. 만약 누나가 저희 밴드팀에 들어온다면 그땐 분명 주인혁보다 더 인기 있을 거예요." "그렇고 말고요. 제가 어떻게 감히 누나랑 비기겠어요." 주인혁도 웃으면서 맞장구쳤다. 열정으로 가득 넘치는 젊은 얼굴들을 보고 있노라니 고은서도 덩달아 흥분되는 듯하였다. 마지막으로 아무런 걱정 없이 마음껏 드럼을 쳤던 때는 대학교 신입생 환영회에서였다.그때 당시에도 그녀는 많은 동학들의 칭찬을 받았고 심지어 한 유명한 음악교수님마저 그녀를 눈 여겨보아 제자로 삼고 싶어 하였다. 아쉽게도 당시 고은서는 곽승재가 싫어할 것을 염려해 그 기회를 거절하였다. 후에 그 교수님의 여러 명 제자들 모두 음악분야에서 일정한 성과를 이룩하였는데 만약 당시 그녀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더라면 그녀도 그들 중의 한 명이 될수 있지 않았을가. "여러분들이 제가 밴드그룹에 참가하여 여러분들과 함께 밴드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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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화

고은서는 인기척이 드문 곳으로 이동한 뒤 전화를 받았다. "지금 클럽에서 친구들이랑 놀고 있는데, 무슨 일 있나요? " 아줌마는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지금 11시가 되어가는데 사모님이 언제 오시나 해서요." 예전부터 아줌마는 간혹 자기 전에 고은서한테 돌아오는 시간을 묻곤 했었다. "잘 모르겠는데... 아줌마 먼저 쉬세요. 저 신경 쓰지 마시고요." "사모님, 한 가지 일이 더 있는데요." 아줌마는 다시금 은서에게 말을 걸었다. "도련님께서 자주 입으시던 잠옷을 못 찾겠다고 하십니다." "자주 입던 잠옷을 찾지 못했으면 다른 옷으로 바꿔 입으면 되잖아요. 설마 저보고 집으로 돌아가서 찾아줘란 소리인가요? " "도련님께서 다른 옷은 불편하다고, 사모님께서 오늘 아침 도련님보다 후에 일어나셨으니 혹여 그 잠옷을 다른 옷장에 넣으신 건 아닌지 해서요." "전 곽승재의 물건에 손대기조차 귀찮거든요! 곽승재가 어젯밤 잤는지 아닌지조차 모르는데 그의 잠옷이 어디 있는지 알 턱도 없죠. 아줌마도 그만 신경 끄세요. 알아서 찾아 입든 말든." "하지만.... " "거기까지요 아줌마, 친구들이 불러서 이만 끊을게요." "고은서!" 고은서가 막 전화를 끊으려 할 때 귓가에서 곽승재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이 몇 시인데, 언제까지 클럽에 있을 예정이야." '곽승재도 옆에 있었구나.아줌마가 걸어온 이 전화, 혹여 곽승재가 지시한 건 아닐까? 해가 서쪽에서 뜨겠어. 항상 고은서가 곽승재한테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을 물어봤었는데 살다 보니 곽승재가 고은서한테 물어보는 날이 오네?'"지금 너한테 묻고 있잖아!" 곽승재가 다시금 냉랭하게 말을 했다. 고은서는 과거의 곽승재와 같은 차가운 어투로 답했다. "몰라. 귀찮게 굴지 마." 그러고선 곽승재가 답할 기회조차 주지 않은 채 그대로 전화를 끊었다. 고은서는 곽승재가 부아가 치밀어 부들부들 떨고 있을 생각에 꽤 즐거워졌다. 드디어 곽승재도 할 말 채 하지 못한 채 전화가 끊기는 고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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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화

곽승재는 불쾌한 기색을 띠며 말했다. "잠옷을 못 찾겠어. 돌아가서 잠옷을 찾아줘."고은서는 의아했다. 그녀는 술기운에 머리가 좀 어지럽긴 했지만 정상적인 사고조차 못 할 정도는 아니었다. 곽승재가 이런 행동을 하는 건 그저 자신이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서 화가 난 나머지 고의로 그녀한테 시비 거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내게 그럴 의무는 없어."고은서는 곽승재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 술잔 돌려줘!"고은서를 바라보는 곽승재의 미간이 무의식간에 좁혀졌다. "너 너무 많이 마셨어. 그만 마셔."이곳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곽승재와 구면이였다. 지난번 곽승재가 밑도 끝도 없이 고은서를 끌고 나간 것을 보았었기에 이번엔 그녀가 다시 괴롭힘 당하는 것을 그저 두고 볼 수가 없었다. "이보세요, 아무리 은서누나가 당신의 아내라지만 술을 마시고 말고의 여부는 그쪽 권한이 아니지 않나요?""그니깐 말이에요. 너무 독단적이시다."그 말들을 들은 곽승재는 추호의 파동도 없는 눈길로 그들을 훑어보았다. 워낙 강렬한 아우라를 지닌 곽승재가 무표정으로 있으니 그 압박감은 더욱 크게 느껴졌다. 곽승재의 이런 시선에 방금 말을 꺼낸 사람들은 왠지 모를 오싹함을 느꼈다. "곽승재씨, 은서누나 술 그리 많이 드시지 않으셨어요. 만약 누나가 돌아가려 한다면 저희가 집까지 모셔드릴 겁니다. 당신은 누나를 강제적으로 데려갈 수 없어요." 주인혁이 입을 열었다. 곽승재는 시선은 주인혁으로부터 그의 손에 쥐어져 있는 술잔으로 향했다.그는 두말 않고 고은서를 가로로 안아 들어 올렸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란 나머지 고은서는 외마디 고함과 함께 두 팔은 무의식간에 곽승재의 목을 감아 안았다. 그녀의 이 동작은 꽤나 곽승재의 맘에 들었다. 곽승재는 그의 거리감 느껴지는 품위를 유지하면서 그들한테 말했다. "오늘 밤 모든 비용은 제가 쏠게요. 저의 아내와 재밌게 놀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이 말과 함께 곽승재는 블랙 카드를 복무원한테 건네곤 고은서를 안은채 자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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