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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1화

조수연의 말이 떨어지자 주위 사람들의 표정이 의미심장해졌다.모두가 박지연과 육현석을 바라보았다.“불륜이라뇨! 지연이는 이미 당신 아들이랑 이혼했잖아요. 새 연애를 시작하는 게 무슨 죄라도 되나요? 당신이랑 무슨 상관이죠? 조금 전 유혜린이 당신 아들에게 깊은 감정을 품어서 아들이 책임져야 한다고 하더니 다른 사람이 지연이한테 관심을 가졌다고 불륜이라고 단정하나요? 이중잣대 아니에요?”주위 사람들은 다시 조수연을 쳐다보며 그녀가 변명하기를 기다리는 듯했다.“누가 이중잣대란 거야!”조수연은 화를 주체할 수 없었다.“박지연은 승준이랑 이혼하기도 전에 이 남자와 엮였어. 저 남자는 처음부터 지연이에게 불순한 마음을 품고 있었다고! 우리 승준이야 순진해서 지연이 말에 넘어갔겠지만...”조수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육현석의 강렬한 눈빛이 그녀를 향했다.육현석의 외모는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지만 싸늘한 눈빛은 조수연을 움찔 떨게 만들기에 충분했다.육현석의 시선에 조수연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그와 동시에 조수연은 박지연이 이혼 전날 했던 말을 떠올렸다.“저를 모욕하면 저도 이제 더 이상 가만히 당하고 있지만은 않을 거예요.”자기 남편과 아들이 가진 사회적 지위를 떠올린 조수연은 그들에게 피해가 갈까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하지만 주위 사람들이 보내오는 시선에 조수연은 굴복하기 싫어서 아예 머리를 감싸며 울기 시작했다.“아이고. 머리가 너무 아프네. 다리도 아프고... 이러다가 걷지도 못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 애먼 사람을 괴롭히네. 경찰은 안 불렀어? 신고할 거야!”이러한 상황에 나서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한 유혜린은 조수연을 달래며 머리를 문질러 주었다.“대표님.”그 순간 정장을 입은 몇몇 회사 임원들이 다가왔다.그들은 육현석에게 공손히 물었다.“여기는 어떻게 처리할까요?”“우선 이분을 병원으로 모시고 가세요. 관련된 CCTV와 증인들을 최대한 빠르게 확보해 경찰 조사에 협조하도록 하세요.”“알겠습니다.”육현석의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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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2화

고은서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그 어머니도 쉬운 사람이 아닌 데 가면 혼나기만 하는 거 아니야? 가지 말고 온 선생님께 전화해서 상황 물어보고 돈 좀 드리는 게 나을 것 같아.”박지연이 고개를 저었다.“그 사람도 본인 어머니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 내가 안 가면 분명 이 일을 빌미로 병원에 찾아와서 매일 소란을 피울 거야. 조용히 살려면 내가 가야 해.”화가 난 고은서가 답했다.“스스로 일을 벌여 놓고 왜 네게 화내는 거야? 정말 예전 버릇 그대로네! 이전처럼 네가 고분고분하다고 생각해서 이러는 거잖아. 같이 가자. 난 그 여자가 또 소란을 피운다고 해도 두렵지 않아. 네 편이 하나라도 있어야지.”“됐어. 네가 가면 또 무슨 모진 말을 할지 몰라. 그런 여자 때문에 네가 상처받는 걸 보고 싶지는 않아.”박지연이 거절했다.“걱정하지 마. 나도 이제 더 이상 무섭지 않아. 온 선생님 앞에서 상황을 명확히 설명할 거야. 그래도 계속 억지를 부리면 나도 더는 참지 않을 거야.”“은서야, 너는 돌아가. 내가 같이 갈게.”육현석이 나섰다.“백화점에서 일이 벌어졌으니 나한테도 책임이 있어. 그런 만큼 병문안 가서 어떤 속셈인지 묻고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제대로 확인해야지. 그래야 마음이 편해.”육현석이 타당한 이유를 덧붙였다.육현석이 동행하면 박지연이 손해를 볼 일은 없을 것이다.‘온 선생님에게도 육현석을 보여주면 지연이가 더 이상 연연하지 않음을 분명히 알릴 수 있겠지. 일거양득이겠어.’고은서도 더 이상 고집부리지 않았다.“그럼 잘됐네. 두 사람이 같이 가. 난 외삼촌 선물부터 사야겠어.”박지연도 더 이상 반대하지 않았다.고은서가 떠난 뒤 박지연은 육현석의 차에 올랐다.운전기사가 운전하고 두 사람은 뒷좌석에 앉았다.“오늘은 정말 폐를 끼쳤네. 미안해.”박지연이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단순히 쇼핑하러 나왔을 뿐인데 운 없게도 조수연을 우연히 만나 육현석까지 휘말리게 했어.’육현석이 웃으며 답했다.“별일도 아닌데 뭐.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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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3화

박지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육현석을 바라보았다.육현석은 그녀가 묻기를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입을 열었다.“사실 오래전부터 너한테 친구 이상의 감정을 품고 있었어. 막 이혼해서 새로운 인연을 시작하기 어렵다는 건 알아. 그래서 내 감정을 마음 깊숙이 숨긴다고 숨겼어. 네가 내 고백에 놀라 멀어질까 봐 두려웠거든.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내 마음을 숨기고 싶지 않아.”육현석은 단호한 눈빛으로 박지연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지연아, 좋아해.”이미 어렴풋이 예감하고 있던 일이었지만 육현석에게 직접 들으니 박지연은 여전히 놀라웠다.조건 좋은 육현석과 결혼하고 싶어 하는 명문가의 아가씨들도 많았다.‘조건 좋은 아가씨들은 뒤로하고 나를 좋아한다고? 그것도 오래전부터?’“조건이 좋으니 더 좋은 여자가 어울린다는 말로 나를 거절하지는 마. 나도 많은 여자를 만나봤고 새로운 사람에게 끌린 적도 있어. 하지만 조심스럽고 진지하게 대한 사람은 네가 처음이야. 너에 대한 내 감정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야. 나는 낙관적이고 자신감 있는 네 모습, 밝고 활기찬 네 모습 그리고 삶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가 좋아. 당연히 너의 그 착한 마음도 좋아.”육현석은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더 이상 숨기지 않겠다는 듯 솔직하게 말했다.“나는 왜 그 사람들이 너를 소중히 여기지 않았는지 이해가 안 돼. 네가 말하지 않아도 가끔 너에게서 느껴지는 슬픔이 네가 행복하지 않았다는 걸 알려줘. 그런 너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어.”박지연은 그의 진심 어린 말에 계속해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날 좋아하고 있는 줄은 알고 있었지만 날 보며 마음 아파하며까지 아껴줄 줄은 몰랐네. 육현석은 나에 대해 모든 것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나에게 호감을 품었어.’“육현석, 우리...”“지연아, 나 거절하지 말아줘. 나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해.”육현석은 부드럽게 박지연이 하려던 말을 제지했다.“네가 사업적으로 성공한 남자를 좋아한다는 걸 알아. 그런 남자가 너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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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4화

그러나 박지연은 실패했다.그 후로 박지연은 더 이상 사랑을 믿지 않았고 다른 사람의 감정을 받아들이는 것조차 두려워졌다.하지만 지금 육현석은 그녀의 옆에 앉아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고백하고 있었다.그는 그녀의 모든 걱정을 고려하고 해결책까지 내놓았다.심지어 그녀가 성공한 남자를 좋아한다고 생각해 자신을 그런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하기까지 했다.이런 진심 어린 마음에 어떤 여자가 감동하지 않을 수 있을까?박지연은 드물게 약간 쉰 목소리로 말했다.“육현석, 나는 네가 이렇게까지 좋아해 줄 만한 사람이 아니야. 네가 실망할까 봐 두려워.”육현석이 낮게 웃으며 답했다.“그게 무슨 바보 같은 소리야. 널 좋아한 건 내 선택이야. 넌 그 무엇도 두려워할 필요 없고 다른 사람이랑 널 비교할 필요도 없어. 지연아, 너는 이미 그 자체로도 훌륭하고 아름다운 사람이야.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자격이 있어. 한 번의 실패한 결혼 때문에 너 자신을 의심하지 마.”육현석의 말에 박지연은 다시 마음이 따뜻해졌다.그녀는 지금껏 자신을 이렇게 감동하게 하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육현석이 진심으로 하는 말인지 아니면 여자를 많이 만나본 사람답게 능숙한 말솜씨로 현혹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박지연은 그저 그에게 감사했다.박지연도 진심을 담아 입을 열었다.“육현석, 고마워. 네 말처럼 나는 방금 실패한 결혼에서 벗어난 상태라 이렇게 빨리 새로운 감정을 시작할 용기가 없어. 네가 한 말들은 정말 고맙게 생각해. 하지만 나 때문에 너를 바꾸지는 마. 사업하기 싫으면 굳이 억지로 하지 않아도 돼. 성공적인 사업가라는 이미지가 남자의 매력을 더해주는 건 맞지만 내가 배우자를 선택하는 기준이 단지 그것만은 아니야. 네가 무리하면 오히려 내 마음이 불편할 것 같아.”육현석이 웃으며 답했다.“사실 꼭 너 때문에 변하려는 건 아니야. 우리 아버지도 이제 곧 환갑이잖아. 이미 오래전부터 내가 가업을 물려받길 바라셨어. 그동안은 좀 더 놀고 싶어서 미뤘던 건데 이제는 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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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5화

박지연과 육현석은 병원에서 먼저 의사로부터 조수연의 상태를 확인했다.조수연은 이마에 타박상을 입었고 팔꿈치와 몸 여러 곳에 찰과상이 있었다. 가장 심각한 것은 허리와 다리로 다양한 정도의 골절을 입어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아야 했다.다행히 에스컬레이터 높이가 높지 않았고 조수연이 머리부터 떨어지지 않아 내상을 입지 않았다.상태를 확인한 후 병실로 병문안 가려던 박지연은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온승준을 발견했다.캐주얼한 옷을 입은 온승준은 큰 키에 곧은 체형을 가지고 있었다. 늘 무표정하던 잘생긴 얼굴에는 약간의 피곤함마저 느껴졌다.육현석이 먼저 앞으로 나서며 부하가 준비한 선물 상자를 온승준에게 건넸다.“온승준 씨, 오늘 밤 일은 정말 죄송합니다. 어머님의 치료비와 관련 비용은 백화점에서 책임지겠습니다. 혹시 어머님께서 다른 요구가 있으시다면 말씀해 주세요.”“너무 무리한 요구는 하지 말아야지.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니 백화점 측에서도 즉각 대처하지 못한 것도 당연한 일이야.”박지연이 덧붙였다.조수연은 자신을 귀부인으로 여기는 사람이어서 돈을 뜯어낼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화풀이 삼아 끝까지 물고 늘어질 가능성은 있었다.박지연의 말을 듣고도 온승준의 표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는 육현석의 선물도 받지 않고 입을 열었다.“육현석 씨, 경찰을 통해 대략적인 상황을 파악했습니다. 오늘 밤은 저희 어머니가 잘못한 일이니 여러분과는 무관합니다. 이 얘기를 하려고 나온 거예요. 그러니 그 어떤 배상도 책임도 필요 없습니다.”“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희가 져야 할 책임은 반드시 지겠습니다. 경찰 쪽은 제 변호사가 처리 중이고 이후 문제도 변호사를 통해 협의하도록 하시죠. 저희는 여사님을 방문하여 직접 사과의 말씀을 전하기 위해 왔습니다.”온승준이 완곡히 거절했다.“괜찮습니다. 어머니는 주무시고 계십니다. 깨어나시면 다녀가셨다고 전해 드리겠습니다.”온승준의 말을 듣고 박지연은 조수연이 사실 잠들지 않았음을 바로 알아차렸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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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6화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던 박지연이 말했다.“더 할 말 없으면 먼저 가볼게.”“아직 할 말 있어!”온승준이 서둘러 입을 열었다.“그날 내가 술에 취했던 날 밤, 차 안에서 잠들어 버렸어. 유 닥터가 운전기사에게 날 부축해 집으로 올려보내라고 했어. 나는 유 닥터가 돌아가지 않은 줄도 몰랐어. 그저 침대 옆에 앉아 밤을 보냈을 뿐 우린 정말 아무 일도 없었어.”온승준이 드물게 상황을 설명했다.박지연은 지금 이 상황이 우스웠다.“왜 나한테 설명하는 거야? 우리 지금 아무 사이도 아니야.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나랑 무슨 상관이야?”온승준은 박지연의 말에 잠시 말문이 막혔지만 끝까지 하고 싶던 말을 이어갔다.“지연아, 네가 우리 관계를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거 알아. 혹시라도 널 찾으러 가면 폐를 끼칠까 봐 요즘 너를 찾지 않았어. 하지만 이 일은 꼭 말해주고 싶었어.”온승준은 평소 잘 하지 않던 긴말을 이어가며 다소 급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두 사람 사이의 관계를 회복하려 애쓰는 것이 눈에 보였다.박지연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온승준, 이미 이혼한 사이에 무슨 해명이야? 이혼 하기 전에는 이런 얘기 하지도 않았잖아. 그때는 내가 오해할지 걱정도 하지 않았지?”온승준이 솔직히 답했다.“내가 그런 부분에 소홀했어. 난 우리가 꽤 잘 지낸다고 생각했어. 네가 그렇게 많은 걸 참고 있었는지는 몰랐어.”“몰랐다고?”박지연은 결국 참지 못하고 따지듯 말했다.“당신 어머니가 유혜린을 집에 부르고 날 불러 요리시켰던 날 내가 손을 데었을 때 당신은 날 병원에 데려다주지도 않고 내 상태를 물어보지도 않았어. 그런데 우리 사이가 원만했다고? 내가 정말 서운하지 않았을 거로 생각한 거야? 온승준, 모든 걸 둔감했던 탓이라고 돌리지 마. 넌 내가 알아서 나을 거로 생각했겠지. 그래서 나에게 시간 쓰는 걸 낭비라고 여긴 거야.”온승준이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지연아, 그런 게 아니라 그때 내가 병원에 같이 가겠다고 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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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7화

조수연의 불쾌한 표정을 마주하고도 온승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혜린이 적절한 타이밍에 작별을 고하며 말했다.“어머님, 시간이 꽤 늦었네요. 내일 다시 찾아뵙겠습니다.”“내일은 굳이 오지 않아도 돼. 어머니를 위해 간병인 구할 거야.”온승준이 바로 말했다.유혜린은 잠시 멈칫했지만 아무 말 없이 가방을 들고 병실을 나섰다.조수연은 몹시 불쾌해하며 말했다.“승준아, 너 도대체 뭐 하는 거니! 혜린이 또 뭘 잘못했다고 그래!”온승준이 싸늘하게 답했다.“예전에 지연이가 밤낮으로 어머니를 돌봤을 때는 한 번도 고맙다는 말 하지 않으셨잖아요.”“뭘 고마워해야 해? 아픈 시어머니를 돌보는 건 당연한 일 아니야?”조수연이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손에 든 건 뭐야? 어디서 났어?”말을 마친 조수연은 온승준 손에 들려있는 선물 상자를 보고 불현듯 깨달았다.“박지연이 다녀갔니? 뭐야, 겨우 볼품없는 물건 가져와 놓고 오늘 일은 없었던 일로 하겠다는 거야? 얼굴 한 번 비추지 않고 가버린 건 양심에 찔려서 그런 거 아니야?”“제가 들어오지 말라고 했어요.”“왜? 내가 잡아먹기라도 할까 봐? 너 정말 그 애를 지나치게 감싸고 도는구나.”조수연이 화를 냈다.온승준은 조수연과 다투지 않고 화장실에서 나오는 아버지를 바라보며 단호히 말했다.“아버지, 어머니. 오늘 밤 일은 이대로 끝낼 거예요. 저는 누구의 책임도 묻지 않을 거고 경찰서에 가서 사건을 철회할 생각이에요.”온승준은 두 사람에게 말할 틈도 주지 않고 말을 이었다.“그리고 다시는 집 비밀번호 타인에게 알려주는 일 없도록 하세요. 집 비밀번호 교체하겠습니다. 제 허락 없이는 누구도 함부로 드나들 수 없을 겁니다.”“너... 너... 지금 내가 혜린이에게 비밀번호 알려준 거에 불만을 품고 이러는 거야?”화가 난 조수연은 상처가 아파졌다.“박지연 때문에 정신 못 차릴 정도로 술을 마신 너를 혜린이가 착하게도 집에 데려다준 건데 비밀번호도 알려주지 않으면 집은 어떻게 들어가? 그리고 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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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8화

“비록 이혼했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지연이뿐이야.”온승준이 단호한 태도로 말했다.유혜린도 자존심이 있었기에 온승준에게 여러 차례 거절당하자 입을 틀어막으며 자리를 떴다.온승준은 그녀를 쫓지도 않고 신경 쓰지도 않은 채 피곤한 모습으로 복도에 앉았다....고은서는 박지연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가 그녀에게 이후의 상황을 물었다.육현석이 박지연에게 고백했다는 말을 듣고 고은서는 매우 기뻐하며 말했다.“내가 뭐랬어! 너를 좋아하는 거라고 했잖아. 그런데 왜 요즘 아무것도 안 하고 일에만 집중했을까?”박지연은 육현석이 했던 말을 고은서에게 전했다.고은서도 육현석의 행동에 감동하며 말했다.“정말 대단하다. 모든 걸 다 생각해 놓았잖아. 지연아, 너도 받아들여. 비록 곽승재의 친구이긴 하지만 곽승재보다 훨씬 믿음직스러워. 나는 두 사람이 잘되길 응원해.”박지연이 소파에 누우며 답했다.“나는 육현석과 이어질 거라고는 생각조차 못 했어. 오늘 그 사람 말 듣고 정말 놀랐어. 바로 결정 내리기는 힘들 것 같아.”“왜? 아직 온 선생님께 미련이라도 남았어?”고은서가 묻자 박지연은 고개를 저으며 오늘 온승준과 있었던 일들도 고은서에게 얘기해 주었다.“생각해 보니 참 슬프더라. 결혼해서 2년 넘게 살았는데 내 억울함을 전혀 몰랐다는 게 말이야. 애먼 사람한테 괜한 기대를 했어.”“지연아, 지금까지 너무 힘들고 고된 시간을 보냈잖아. 이제 놓아버리고 새 삶을 맞이해.”고은서가 안타까워하며 격려했다.박지연도 미소 지으며 말했다.“응. 노력할게.”“맞다. 외삼촌 선물은 뭐 샀어? 내일 민시후랑 같이 집에 갈 거라며? 어떻게 소개하려고?”박지연이 고은서에게 묻자 고은서가 답했다.“친구라고 평범하게 소개하려고.”“집안 모임에 데려가는데 친구라도 해도 평범한 친구는 아니지 않아?”박지연이 갑자기 기대에 찬 듯 말했다.“민시후가 이 기회에 또 고백하려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시간 좀 달라고 했으니 함부로 행동하지는 않을 거야.”...다음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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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9화

고은서가 담담하게 말했다.“설령 곽승재가 직접 이 프로젝트를 담당한다고 해도 나에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야. 난 이미 아무 감정도 없거든.”민시후는 여전히 불안해하며 말했다.“우리 다른 프로젝트로 바꾸자. 신재생에너지 쪽도 괜찮아 보이잖아.”“신재생에너지도 좋지. 하지만 왜 제인 제약을 포기해야 해?”고은서가 말을 이었다.“네 말대로 곽승재가 나 때문에 이 프로젝트에 끼어든 거라면 내가 신재생에너지를 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끼어들지 않을까? 그럼 우린 매번 다 된 프로젝트를 포기하게?”민시후가 태연하게 답했다.“너를 양보하는 것만 아니라면 프로젝트는 상관없어.”고은서가 어이없다는 듯 대답했다.“세상에 소문난 난봉꾼인 민 도련님이 이런 순진한 연애 바보였다니.”민시후가 고은서에게 다가가 중점만 잡아내며 말했다.“고은서, 네 말은 우리 사이가 연인 관계라는 거지?”고은서는 말문이 막혔다.“장난하지 말고 인제 제약 프로젝트는 포기할 수 없어.”고은서가 결정을 내리며 말했다.“송민아한테 계약서와 계획서를 수정하게 하고 내일 투자부 직원들을 모아 회의를 열 거야.”판주 투자은행과 공동투자를 하더라도 제인 제약은 매우 좋은 프로젝트였다. 고은서는 이렇게 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민시후는 고은서를 바라보며 다소 아쉬운 듯 말했다.“그렇다면 내일 회의는 내가 주재할게. 나도 직접 참여해야겠어.”고은서가 어이없다는 듯 답했다.“민시후, 최근에 다쳐서 안 그래도 할 일이 많을 텐데 이건 신경 쓰지 않아도 돼.”“그건 안 돼. 곽승재는 교활한 사람이야. 방심하고 있을 수는 없지.”민시후는 단호히 거절했다.그 말을 들은 고은서는 웃기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좋아. 네 말대로 하자. 그럼 난 먼저 사무실로 돌아갈게.”고은서가 돌아가려고 하자 민시후가 그녀를 불러세웠다.“잠깐만.”“왜?”고은서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이따 네 외삼촌 생일 파티에 가야 하잖아. 옷 좀 골라줘.”민시후는 말을 마치고 전화를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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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0화

민시후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고은서, 함정 파려고 하지 마. 내가 사기꾼도 아니고 어떻게 널 가르쳐?”두 사람이 말다툼하는 동안 한 직원이 부러워하며 말했다.“대표님, 여자 친구분과 사이가 정말 좋아 보이네요.”“저는...”“말 잘하네. 전부 다 살게.”기분 좋아진 민시후가 큰손다운 기질을 발휘했다. 그 말에 직원들은 하나같이 웃음을 감추지 못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은서는 해명하려 했지만 끼어들 수 없어서 그냥 포기했다.민시후는 그런 고은서를 보며 더욱 매력적인 미소를 지었다.옷을 갈아입고 액세서리와 메이크업을 하자 두세 시간이 지나갔다.고은서는 거울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전문적인 손길이 그녀의 모든 장점을 부각해 놓았다.민시후는 흰색 정장을 입고 머리를 뒤로 빗어 올린 채 나타났다.다른 사람이 입는다면 소화하기 힘든 스타일을 민시후가 입으니 타고난 고급스러움과 매혹적인 느낌을 발산했다.두 사람은 출발 시간이 되어갈 즘 준비를 끝마쳤다.민시후의 비서는 여러 개의 선물을 들고 그들을 따라 주차장으로 향했다.고국성의 생일 파티는 오성급 호텔에서 열릴 예정이었다.운전기사가 호텔 정문에 차를 세우자 곧 호텔 직원들이 다가와서 차 문을 열어줬다.차에서 내린 민시후가 고은서를 향해 팔을 내밀며 팔짱을 끼라는 신호를 보냈다.비록 파티에 걸맞은 행동일 뿐이지만 오늘 파티는 고씨 집안 모든 사람과 친분이 있는 친구들과 고객들이 모이는 자리였다.고은서가 민시후와 팔짱을 끼고 들어가면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될 것은 뻔했다.“민시후, 오늘 외삼촌 생일이니 그분이 주인공이야. 우리가 주목받는 건 좀 아닌 것 같아.”고은서는 어제 박지연이 흥분하며 했던 말을 떠올리며 조심스럽게 말했다.“그리고 말조심해 줘.”자신이 한 말들이 민시후의 기분을 상하게 할 것이라는 걸 안 고은서가 덧붙였다.“오해하지 마. 네가 예의를 모른다고 강조하는 게 아니라 그저 어색한 상황이 되는 걸 원하지 않아서 그래. 너를 향한 내 마음에 확신이 생긴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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