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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게인, 비긴의 모든 챕터: 챕터 131 - 챕터 140

453 챕터

제131화

곽승재의 차가운 시선을 느낀 육현석이 제 말이 지나쳤다는 것을 인지했는지 몸을 움츠리며 웃었다.“아니, 형 마음은 좋은데 그냥 방법이 잘못됐다는 거지.”“입장 바꿔 생각해봐, 형수님이 밤에 다른 남자 병문안 갔다가 다른 사람 주려던 거 선물이라면서 형한테 주면 형은 기분 좋겠어?”곽승재는 미간을 찌푸리며 못마땅한 듯 말했다.“전에도 나한테 선물 달라고 한 적 있어. 그래서 이번에 가져다주면 나 좀 그만 귀찮게 할까 해서 그랬던 거지.”“그래도 이렇게 대충 넘기는 건 아니지. 형수님이 다른 남자가 사준 물건을 형한테 선물이라고 주면 형은 화 안 나?”“말 할 줄 모르면 그냥 입을 다물어.”육현석의 말에 곽승재는 짜증 난다는 듯 대꾸했다.“걔가 어디서 남자를 만난다고 다른 남자가 있어!”조심한다는 게 그만 또 말을 직설적으로 해버린 육현석은 제 입을 손으로 때리며 말했다.“비유하자면 그렇다는 거지. 봐, 형은 비유하는 것만 들어도 이렇게 기분 나빠하는데 형수님은 어떻겠어.”“백유미랑 나 사이를 은서가 모르는 것도 아닌데, 유미가 쓰러졌는데 내가 어떻게 가만히 있어.”곽승재는 갑자기 회를 내며 말했다.“걔가 평소에 몇 번씩이나 유미를 못살게 굴지만 않았어도 유미가 나한테 선물을 전해달라고는 하지 않았을 거야.”육현석은 여전히 곽승재 잘못이라고 생각하며 아직도 짚어주고 싶은 게 많았지만 이렇게 화를 내는 곽승재를 보니 말할 엄두가 나지 않아 그냥 대충 맞춰주며 말했다.“그러게 형, 형수님도 뭘 참 모르신다. 형이 유미 씨랑 만났으면 형수님이 그 자리에 앉을 수도 없었을 텐데 말이야.”“걔가 뭘 알든 모르든 그걸 왜 네가 평가해.”곽승재는 육현석의 기획안을 내팽개치며 말했다.“가서 다시 해와!”육현석은 제가 뭘 잘못했는지 몰라 어안이 벙벙했다.어떻게 매번 곽승재가 기분이 나쁠 때만 골라서 기획안을 전달하는지, 저의 지지리도 없는 운에 눈물까지 나올 지경이었다.“형, 아니면 형이 나 좀 가르쳐줘. 나 이거 진짜 최선을 다한 거란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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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화

기사회생한 명운이 이런 시기에 식품안전에 관한 검사는 몇 번이나 진행했을 테니 이번 일은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꾸민 일임이 틀림없었다.도아름은 눈을 치켜뜨며 차갑게 말했다.“찾을 필요 없어, 서인수 짓이야.”“헤어질 때도 개쓰레기 짓을 하더니, 기술만 빼가면 내가 명운을 못 이끌 줄 알고 그때 본인이 헐값에 사 가려고 했겠지.”“출품 전 제작, 마케팅 쪽은 다 우리 아버지 때부터 같이 일해오시던 믿음직한 분들이라 거기서 손을 못 쓰니까 허위사실을 퍼뜨린 거야.”“중독이라는 그 사람 상태는 어때요? 사람은 보내봤어요?”도아름은 사람을 보내봤으나 환자가 만나기를 거절하고 적반하장으로 2억의 배상금을 주지 않으면 일을 계속 키우겠다고 협박했다고 전했다.“배상은 절대 하면 안 돼요, 얼마가 됐든 간에 배상하면 명운의 술에 문제가 있다는 걸 인정하는 꼴이잖아요.”“나도 알지, 그래서 거절을 하긴 했는데 이 상태로 계속 시비하다가 재판까지 가게 되면 명운 이미지도 안 좋아지잖아.”서인수도 이런 사실들을 뻔히 다 알기에 이렇게 당당하게 음모를 꾸밀 수 있었던 것이다.도아름이 이 알코올중독이라 우기는 환자를 잘 설득해서 해결한다 쳐도 서인수는 다른 알코올 중독자들을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었다.그래서 도아름은 이 일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내야 했다.“민 대표는 좋은 방법 있어?”고은서는 말없이 듣기만 하던 민시후를 향해 물었다.“명운에 투자하기로 한 사람으로서 이미 한배를 탄 거나 다름없는데, 뭐 좋은 방법 없어?”고은서의 질문에 민시후는 전형적인 자본가의 대답을 내놓았다.“은서 씨, 당신 말대로 우린 그냥 투자할 의향이 있다고만 했지, 투자한다고는 안 했어. 명운이 이 정도 일도 해결 못 하면 내가 어떻게 투자를 하지?”민시후의 말은 직설적이었지만 투자자로서 할법한 말이었다.그래서 자리에 있던 명운 관계자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을 때 도아름이 나서서 말했다.“걱정 마세요, 민 대표님. 저희가 책임지고 이번 일 해결해서 거래에는 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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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화

고은서는 민시후를 향해 눈을 치켜뜨며 물었다.“이제 만족해?”“뭐, 괜찮네.”민시후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여기 일 다 끝났으면 나랑 어디 좀 가지.”“어디?”“나가서 얘기해.”민시후는 겉옷을 정리하고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고은서도 도아름과 작별인사를 하고는 민시후를 따라 나갔다.아까 민시후가 내뱉은 전형적인 자본가다운 말에 기분이 나빴던 고은서도 일부러 도도한 척 말했다.“말도 안 해주고 도대체 어딜 가겠다는 거야? 나 너랑 사적으로 뭐 할 생각 없으니까 일 아니면 갈 거야.”“누군 너랑 사적으로 엮이고 싶은 줄 알아?”민시후는 이해가 안 간다는 듯 고은서를 향해 미간을 찌푸리고는 말을 이었다.“새 프로젝트 알아봤는데 같이 가서 봐달라고 부른 거야.”아직 고은서가 ZY 그룹에 취직하기 전인데 벌써부터 부려먹으려고 하는 민시후에 고은서는 악덕 사장이 따로 없다고 생각했다.“너 지금 속으로 내 욕했지?”“계약하자고 나 꼬실 때는 이런 표정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눈썹을 치켜세우며 묻는 민시후에 고은서는 잠시 말을 잃었다.“프로젝트 알아보는 것도 내 성과로 쳐주는 거야?”“고은서, GS그룹 대표 사모씩이나 돼서 그런 것부터 따져야겠어?”비아냥대는 민시후에 고은서도 같은 조롱조로 대꾸했다.“차 한번 만졌다고 2만 억이나 배상하라던 너에 비하면 한참 모자라지.”그 말에 민시후는 화도 내지 않고 고은서의 가장 아픈 부분을 쿡쿡 찔러대기 시작했다.“곽승재가 널 버린 건 다 그 입 때문일 거야. 말은 가려서 해야지.”고은서 역시 화를 내지 않고 받아쳤다.“네 말대로면 네 약혼자가 너한테 질척거리는 건 네 입이 좋아서야?”“...”약혼자 얘기를 꺼내자 바로 표정이 어두워진 민시후가 차 키를 고은서에게 던져주며 말했다.“운전 네가 해.”조금 있다 회식 자리가 있는지 저를 기사로 쓰려는 의도가 뻔히 보였지만 고은서는 파트너이자 미래의 대표님인 민시후의 말에 따라주기로 했다.운전을 시작하고 민시후에게 목적지를 물으니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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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화

고은서의 말에 굳은 표정으로 있던 민시후가 웃음을 터뜨리자 여자는 화가 난 듯 고은서를 향해 따지기 시작했다.“운전이나 하는 주제에 왜 자꾸 나대!”“아, 너 지금 네 반반한 얼굴 믿고 민시후 씨랑 어떻게 해보려는 거지, 꿈은 야무지네.”고은서는 어이없다는 듯 뒤에 앉은 민시후를 보며 말했다.“넌 왜 이런 바보 같은 것들이 자꾸 꼬이는 거야?”“너!”화가 난 여자가 고은서를 향해 화를 내려 하자 민시후가 귀찮다는 듯 고은서를 보며 말했다.“창문 올리고 그냥 가.”그 말에 따라 창문을 올리고 액셀을 밟는 고은서 탓에 넘어질 뻔했던 여자는 얼른 멀어져가는 차에 대고 소리쳤다.“민시후 도련님, 차 배상도 못 했는데 연락처라도...”아직도 포기를 못 하고 쫓아오는 여자를 보던 고은서가 말했다.“민시후 씨 좋아하는 사람 많네.”그 말에 민시후는 고은서를 한번 쓱 보더니 나지막이 물었다.“너도 내 차 친 적 있지 않나? 그럼 너도 나 좋아하는 거야?”“... 그건 진짜 실수야.”고은서는 이제야 민시후의 운전기사가 왜 그렇게 능숙하게 사진을 찍고 교통사고를 처리했는지 알 것 같았다.이런 식으로 민시후의 연락처를 알아내려고 하는 사람들이 그동안 한둘이 아니어서 본의 아니게 능숙해진 것 같았다.“그러니까 이렇게 튀는 차 말고 평범한 차를 타고 다녀. 계속 이런 식이면 차 수리비도 만만치 않게 나오겠네.”“내가 왜 다른 사람 때문에 여유로운 생활을 포기해야 하지?”코웃음을 친 민시후는 비서에게 연락해 영상자료를 얻어서 교통사고 건을 처리하라고 일러주었다.그냥 재수 없게 생각하고 넘기려나 보다 했는데 민시후는 그냥 시간 낭비가 싫은 것뿐이었다. 그러니 뒤처리는 다 아랫사람 몫이지.하지만 민시후의 생각에는 고은서도 동의하는 바였다.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건 자신의 행복이라는 것, 예전의 고은서는 그 도리를 몰라서 그렇게 비굴하게 살았던 것 같다.그렇게 삼십 분을 넘게 달려 고은서는 민시후가 말한 식당에 도착할 수 있었다.호텔처럼 크고 웅장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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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화

“어딜 가?”민시후는 고개를 들고 강압적으로 말했다.“네가 그렇게 쉽게 잊는 일이면 중요한 일이 아니란 거야. 앉아서 주문해.”그 말에 고은서는 어쩔 수 없이 자리에 앉아 직원이 건네준 얇은 메뉴판을 받아들었다.“나 잠깐 화장실 갔다 올게.”고은서는 자리를 비우는 민시후를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 위주로 주문을 마쳤다.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밥이 제일 중요하니까 고은서는 다른 건 밥을 먹고 난 다음에 생각하기로 했다.고은서가 주문을 마치자 마침 민시후도 자리로 돌아왔다.민시후는 메뉴판을 들어 음식을 몇 개 고르더니 고은서에게 건네주며 말했다.“주방 가서 천자 1번 방 메뉴 이걸로 바꿔 달라고 해.”메뉴판을 건네받은 고은서가 고른 것들을 보니 전부 다 초록색 야채들이었다.오이 볶음, 오이무침, 오이소박이, 오이 껍질, 오이 겨자, 오이 달걀 볶음, 그리고 과일까지 모두 오이로 통일인 메뉴는 한눈에 봐도 사람 하나 놀리려는 것 같아 보였다.이 메뉴들을 보고도 눈치 못 채는 바보는 없을 것 같아 고은서가 민시후를 향해 물었다.“도대체 뭐 하려고 이러는 거야? 그냥 알려주면 안 돼?”“뭘 그렇게 놀래, 메뉴 몇 개 바꾸는 게 어때서, 그냥 반응 보고 인성이나 테스트해보려고 그러는 거니까 그만 말하고 빨리 가.”“안가.”고은서는 민시후의 요구를 단번에 거절하며 말했다.“아무 이유도 없이 왜 다른 사람들의 메뉴를 바꿔, 주방에서도 내 말대로 안 해줄 거야.”그에 민시후는 고은서를 쳐다보며 말했다.“이 정도 일도 못 하면서 나보고 어떻게 네 능력을 믿으라는 거야. 넌 그냥 갖다 주기만 하면 돼. 주방에서는 시키는 대로 할 거야.”“걱정하지 마, 넌 아직 ZY 그룹 사람도 아니니 화를 내도 나한테 내지 너한테 아무 영향 없을 거야.”민시후가 달래듯 말하자 고은서가 바로 되물었다.“그럼 왜 직접 안 가고 날 시키는데?”“내가 너 데려왔는데, 쓸모는 있어야지.”“내가 다 덮어쓰라고?”“잘 아네, 빨리 가.”민시후 말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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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화

이어서 직원 두 명이 음식들을 내왔는데 그게 식을까 봐 걱정한 건지 음식마다 뚜껑을 씌워 내왔다.주민기는 직원들이 음식들을 올리는 걸 보며 허 교수라는 사람을 향해 공손히 말했다.“허 교수님과 비서분들도 다 배고프시죠, 얼른 드세요. 집밥 반찬 위주로 고른 거라 조금 초라해 보일 수도 있는데 그래도 잘 봐주세요.”“음식들 다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십시오.”말을 마친 직원들이 뚜껑을 하나둘 열어주니 눈앞에는 오이가 한 상 가득 펼쳐졌다.갑자기 벌어진 오이 파티에 허 교수와 두 비서는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이었고 왜 갑자기 메뉴가 바뀐 건지 알 수 없었던 주민기 역시 어안이 벙벙해서 굳어있었다.그러다 제 보스의 따가운 눈초리에 주민기는 다급히 직원을 잡고 물었다.“이게 뭡니까? 이건 저희가 주문한 게 아닌데요.”그냥 주는 대로 서빙했을 뿐이라는 직원에 그들은 매니저를 찾아 물었다.그리고 홀에 앉은 사모님이라는 분이 주방에 와서 메뉴를 바꿨다는 말을 듣자 곽승재의 표정은 눈에 띄게 굳어버렸다.사모님이 보스에게 무슨 화난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쪽에서 일부러 벌인 일이라고 밝혀지자 잠시나마 제가 미쳐서 주문을 막한 건지를 의심하던 주민기는 가슴을 쓸어내리고 서둘러 허 교수 일행에게 사과하고 매니저에게는 새로운 메뉴를 내와달라고 부탁했다.허 교수 일행도 놀라긴 했지만 그 이유를 알았기에 더는 말하지 않고 조용히 넘어갔다.하지만 곽승재는 그럴 수 없었는지 “실례하겠습니다.”라는 말만 남기고 홀로 향했다.그리고 고풍스러운 인테리어의 홀의 구석에서 익숙한 인영을 발견했을 때 곽승재의 미간은 어느 때보다도 구겨졌다.뒤로 머리를 질끈 묶은 고은서는 지금 갈비를 쥐어 잡고 뜯어대고 있었다.그리고 그 옆에 앉은 남자는 민시후였는데 민시후는 고은서처럼 식욕이 강하지 않은지 핸드폰을 슬쩍슬쩍 보며 이따금 고은서를 더럽다는 듯 보고 있었다.곽승재는 표정을 굳히고 바로 그들을 향해 다가갔다.“둘이 왜 같이 있어?”한창 맛있는 식사를 하던 고은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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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화

고은서는 곽승재와 싸우면서 이런 저급한 방법을 택한 민시후에게 어이가 없었다.이런 악취미와 유치한 작전에 함께했다고 인정하기도 뭐해 고은서는 가만히 있는 걸 택했다.그런데 곽승재가 민시후의 도발에 넘어가지 않고 바로 고은서를 보며 말했다.“넌 나랑 같이 천자 1번 방에 가자.”“내가 왜?”정말 저한테 책임을 물으려는 듯 보이는 곽승재에 고은서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그때 민시후가 나서더니 도와주는 건지 부추기는 건지도 모를 말을 해댔다.“쟤 오늘은 내 기사로 온 거야, 쟤한테 따지는 건 괜찮은 데 데려가는 건 안 돼.”그에 곽승재는 미간을 찌푸리고 민시후를 차갑게 바라보며 말했다.“네 형이 곧 진급한다지, 이때 네가 사고를 치면 널 가만둘까?”“네가 그런 것까지 상관해?”가소롭다는 듯 웃는 민시후에 곽승재가 담담히 말했다.“네 형이 운성에 있긴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번 상업자본행사에 우리 GS그룹도 초대됐더라고.”“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진급 못 하면 가서 민씨 집안 사업하면 되지.”“네 형 일은 상관없을 수 있지, 근데 네 아버지도 상관없어?”그 말에 민시후는 자연스레 입을 다물었다.민시후가 형의 일을 망쳤다는 걸 아버지가 알게 되면 해성에 숨는다 해도 아무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그래, 이런 게 네가 잘하는 일이지. 이번 한 번은 내가 넘어갈게. 부부끼리 잘 해결하고, 난 이만 가볼게.”민시후가 어찌나 빨리 일어났는지 고은서가 계산하라는 말도 못 했는데 밖으로 쌩 나가버렸다.“오빠도 이제 가.”자신에게도 가라고 하는 고은서에 곽승재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고은서, 너희들이 매니저와 연락해서 우리 방 음식 다 바꿔놓는 바람에 내가 허 교수님 볼 면목이 없잖아. 이 일은 그냥 이렇게 넘어가겠다고?”매니저 말로는 사모님이 지시한 거라는데 고은서의 반응을 보니 저절로 신분을 밝히진 않은 것 같았기에 그렇다면 민시후가 매니저를 매수한 게 분명했다.하지만 곽승재가 화난 건 그런 게 아니라 고은서가 민시후가 좋은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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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화

고개를 돌려 보니 곽승재의 손등이 붉게 데어있었다.“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그에 깜짝 놀란 직원은 연신 사과를 하기 시작했다.“제가 아까 잘 피하지 못해서...”“괜찮아요, 주방 가서 수프 다시 만들어달라고 하세요. 돈은 제방에서 같이 낼게요.”그 말에 감격한 직원이 떠나고 고은서는 자연스럽게 흘러나올뻔한 관심의 말을 참아내고는 담담히 말했다.“찬물로 좀 씻어.”말투는 담담했지만 눈에 가득한 걱정을 보아낸 곽승재가 검은 눈동자로 고은서를 응시하며 말했다.“네가 도와줘.”고은서는 거절하지 않고 복도 제일 끝에 있는 세면대로 가 물을 틀었다.혹시나 물의 세기가 셀까 싶어 손으로 물을 받아 곽승재의 손등에 뿌려주는 고은서의 얼굴에 복도의 따뜻한 조명이 비치니 평소와 달리 더 아름다워 보였다.“넌 뭐 좋아해?”곽승재의 질문에 고개를 드는 고은서의 물기 어린 눈도 조명에 비쳐 노란빛을 띠고 있었다.그에 곽승재는 말끝을 흐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선물 주기 전에 네가 뭘 좋아하는지부터 알아야 한다며.”곽승재의 말을 듣자 어젯밤의 실랑이가 떠올랐던 고은서는 옅은 웃음을 흘렸다.예전 같았으면 곽승재의 이런 질문에 아주 기뻐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걸 다 알려주고 그중에서도 제일 좋아하는 건 오빠라는 말까지 덧붙였을 테지만 지금의 고은서는 이런 질문이 웃기기만 했다.“필요 없어. 오빠도 좋은 마음에서 한 일이겠지만 난 이제 오빠가 주는 선물은 필요 없어.”고은서 얼굴에 훤히 드러난 조소와 상관없다는 듯한 표정에 곽승재는 화가 잔잔히 올라왔지만 그럼에도 애써 참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삼촌이랑 숙모님이 계속 FY 그룹 대표랑 밥 한번 먹어보고 싶다고 하셨는데 며칠 뒤에 나 마침 시간 있으니까 삼촌한테 GS로 오셔서 같이 가자고 전해 드려.”고은서는 눈을 내리깔고 물을 손등 위로 뿌려주며 말했다.“내가 전에 말했지, 우리 집안일에 관여하지 말아 달라고. 그거 그냥 홧김에 한 말 아니야.”“우리 삼촌이랑 외숙모가 아직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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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화

“곽 대표님, 아내분이 이렇게 사랑스러우신데 왜 화나게 해요,나중에 가서 제대로 사과하셔야겠어요.”곽승재는 정말 아내를 화나게 한 남편마냥 자연스럽게 대답했다.“그래야죠.”그때 갑자기 누군가 문을 두드리더니 아까 국물을 쏟은 직원이 화상연고를 들고 들어와 곽승재에게 사과를 했다.다들 그제서야 빨갛게 데인 곽승재의 손등을 보고는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냈다.“곽 대표님 손등이 많이 대이신 것 같아요.”“아까 아내가 물로 씻어 줬어요, 괜찮아요 지금은.”주민기는 아내라는 호칭이 날이 갈수록 입에 붙는 제 상사를 보며 속으로 탄식을 내뱉었다.저번에 해선 호텔에서의 미팅도 주민기 혼자 가서 간단히 얼굴만 비치고 오기로 얘기가 다 돼 있었는데 주민기가 거의 도착할 때쯤 곽승재에게서 같이 가겠다는 연락이 왔었다.그리 중요한 자리도 아닌데 같이 가겠다고 생각을 바꾼 곽승재가 주민기도 처음엔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호텔에서 고은서를 봤을 때 주민기는 그제야 곽승재의 진짜 의도를 알아차렸다.그래서 이번에도 제 상사의 사랑을 돕기 위해 주민기는 곽승재 손에 들린 연고를 보며 고은서를 향해 말했다.“사모님, 대표님 손에 연고 좀 발라주세요. 왼손으로 하면 불편하시잖아요.”“그래요, 약은 바로 발라야죠, 안 그럼 흉 져요.”허 교수까지 거들자 고은서는 금실 좋은 부부 사이를 연기해야 한다는 걸 인지하고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곽승재 손에서 연고를 건네받아 손가락에 조금씩 짜서 손등에 펴 발라 주었다.연고의 효과인지 아니면 고은서 머리카락이 흩날리며 풍기는 향기 때문인지 곽승재의 통증은 말끔히 사라졌다.“됐어요.”고은서가 약을 다 바르고 손을 떼자 곽승재는 그게 못내 아쉬웠다.“화장실 갔다 올게요.”그렇게 화장실 앞에 선 고은서는 아까 저를 품에 넣던 곽승재의 긴박함과 사람들한테 저를 아내라고 소개하던 그 자연스러운 모습을 떠올리며 씁쓸하게 웃어 보였다.곽승재의 관심을 그렇게 원하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 저의 신분을 인정해주길 바랄 때는 그런 맘을 모른 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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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화

“곽승재의 말에 고은서는 백미러로 그를 보며 물었다.“내가 민시후랑 밥을 먹으면 안 된다는 규정은 없잖아.”곽승재는 아까보다 조금 냉랭해진 얼굴을 하고 대꾸했다.“내가 민시후랑 사이가 안 좋은 걸 알고 일부러 날 자극하려고 붙어 다니는 거야?”고은서는 그 말에 코웃음을 치며 물었다.“그럼 자극은 받았다는 거네?”“꿈 깨. 네가 어떻게 난리를 치든 그건 네 맘인데 그러다 네가 민시후한테 당한다 해도 나는 너 동정 안 해.”“내 일에 신경 끄고 시간 남으면 네 오랜 친구나 신경 써.”조소를 흘리며 말을 마친 고은서는 곽승재를 더는 보고 싶지도 않다는 듯 그쪽으로는 시선 한번 주지 않았다.그에 곽승재도 더는 말 하지 않고 둘은 정적 속에서 예원 별장까지 도착했다.먼저 별장으로 들어간 고은서는 옷장에서 이불부터 찾아냈다.앞으로 한 열흘 남짓 남았으니 괜히 이사한다고 움직이는 것도 귀찮았다. 그래서 곽승재가 여기서 자든 말든 신경 끄고 고은서는 게스트룸에 들어가서 자기로 했다.그런데 방문 앞까지 가니 곽승재의 큰 몸이 고은서를 막아 나섰다.“어디 가?”“게스트룸.”“이번에는 또 뭐 때문에 이러는 건데.”고은서는 곽승재를 한번 보고는 말했다.“너랑 정상적인 부부인 척 연기할 생각 없으니까 비켜.”“연기는 안 해도 되는데.”곽승재는 할머니의 번호를 누르며 말했다.“할머니한테 말은 해야지, 내가 널 게스트룸으로 쫓아낸 게 아니라고.”“...”삼촌과 외숙모가 다녀간 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고은서는 이 일로 또 할머니를 화나게 하고 싶지 않았기에 열흘 남짓한 시간 동안만 참기로 했다.열 며칠 정도는 금방이니까.“이불은 나눠 덮어.”씻고 나온 고은서는 제 이불을 덮고 침대에 누웠음에도 이렇게 멀쩡한 상태에서 곽승재와 한 침대에 누워야 한다는 게 적응이 되지 않았다.그나마 다행인 건 곽승재가 서재에서 업무를 보느라 바로 방으로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그렇게 경계만 하다가 고은서가 잠에 들었고 다시 눈을 떴을 땐 이미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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