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 가?”민시후는 고개를 들고 강압적으로 말했다.“네가 그렇게 쉽게 잊는 일이면 중요한 일이 아니란 거야. 앉아서 주문해.”그 말에 고은서는 어쩔 수 없이 자리에 앉아 직원이 건네준 얇은 메뉴판을 받아들었다.“나 잠깐 화장실 갔다 올게.”고은서는 자리를 비우는 민시후를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 위주로 주문을 마쳤다.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밥이 제일 중요하니까 고은서는 다른 건 밥을 먹고 난 다음에 생각하기로 했다.고은서가 주문을 마치자 마침 민시후도 자리로 돌아왔다.민시후는 메뉴판을 들어 음식을 몇 개 고르더니 고은서에게 건네주며 말했다.“주방 가서 천자 1번 방 메뉴 이걸로 바꿔 달라고 해.”메뉴판을 건네받은 고은서가 고른 것들을 보니 전부 다 초록색 야채들이었다.오이 볶음, 오이무침, 오이소박이, 오이 껍질, 오이 겨자, 오이 달걀 볶음, 그리고 과일까지 모두 오이로 통일인 메뉴는 한눈에 봐도 사람 하나 놀리려는 것 같아 보였다.이 메뉴들을 보고도 눈치 못 채는 바보는 없을 것 같아 고은서가 민시후를 향해 물었다.“도대체 뭐 하려고 이러는 거야? 그냥 알려주면 안 돼?”“뭘 그렇게 놀래, 메뉴 몇 개 바꾸는 게 어때서, 그냥 반응 보고 인성이나 테스트해보려고 그러는 거니까 그만 말하고 빨리 가.”“안가.”고은서는 민시후의 요구를 단번에 거절하며 말했다.“아무 이유도 없이 왜 다른 사람들의 메뉴를 바꿔, 주방에서도 내 말대로 안 해줄 거야.”그에 민시후는 고은서를 쳐다보며 말했다.“이 정도 일도 못 하면서 나보고 어떻게 네 능력을 믿으라는 거야. 넌 그냥 갖다 주기만 하면 돼. 주방에서는 시키는 대로 할 거야.”“걱정하지 마, 넌 아직 ZY 그룹 사람도 아니니 화를 내도 나한테 내지 너한테 아무 영향 없을 거야.”민시후가 달래듯 말하자 고은서가 바로 되물었다.“그럼 왜 직접 안 가고 날 시키는데?”“내가 너 데려왔는데, 쓸모는 있어야지.”“내가 다 덮어쓰라고?”“잘 아네, 빨리 가.”민시후 말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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