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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게인, 비긴의 모든 챕터: 챕터 111 - 챕터 120

453 챕터

제111화

스포츠 웨어를 입고 머리를 윤기 나게 빗은 마치 작은 부잣집 도련님 같은 남자는 바로 원지훈이었다.그는 지금 두 명의 허술해 보이는 남자들과 함께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고은서는 무의식적으로 대나무 숲 쪽으로 몸을 숨겼다.“그 고씨네 친구 몇 명이 여기서 사진을 찍으려 한다는데 내가 따라오지 않을 수 있겠어?”원지훈은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말했다.“조급해하지 마. 너희들이 내 일을 처리해 주면 내가 클럽 쏠 테니까.”“무슨 일인데?”그중 한 사람이 물었다.“그 애를 어떻게든 호수로 밀어 넣어.”“뭐라고? 사람을 해치는 건 불법이잖아.”“뭐가 불법이야!”원지훈은 그 사람을 발로 차며 말했다.“난 그냥 너희들이 걔를 밀어 넣기만 하면 곧바로 구해낼 거야!”“흐흐, 알겠어. 이거 미녀를 구하는 영웅 연출인 거지? 미녀를 구해낸 후에는 인공호흡도 해주고 호텔에 데려가서 옷도 갈아입히고 몸도 녹여주고...”남자가 점점 더 지나치게 말했지만 원지훈은 부정하지 않고 담배꽁초를 밟아 껐다.“내가 몇 날 며칠을 공을 들였는데 전혀 반응이 없잖아. 그래서 좀 더 강력한 방법을 쓰려고.”“기억해. 반드시 사람이 없는 곳으로 유인하고 사고처럼 보이게 밀쳐야 해. 그래야 믿을 수 있으니까.”원지훈이 당부했다.“문제없어. 깔끔하게 처리해 줄게.”그들은 계획을 마친 후, 의기양양하게 대나무 숲을 떠났다.고은서는 그제서야 몸을 숨긴 곳에서 나올 수 있었다.지난번에 고은혜가 원지훈에게 별 관심이 없는 것을 봤을 때부터 의심스러웠다. 알고 보니 원지훈이 진짜로 속임수를 쓰려 했던 것이다.지금 당장 밖으로 나가면 원지훈에게 들킬까 봐 고은서는 화장실로 다시 돌아갔다.그러고는 핸드폰을 꺼내 단은숙에게 전화를 걸려 했지만 그전에 곽승재가 보낸 메시지가 보였다.[너 할 말 없어?]도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지 알 수 없었다.‘왜 내가 당신한테 무슨 말을 해야 하는 거지?’곽승재의 메시지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던 고은서는 단은숙에게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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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화

이때 주인혁의 목소리가 밖에서 들려왔고 고은서는 화장실에서 나왔다.주인혁은 약간 당황한 듯 설명했다.“너무 오래 안 나와서 길을 잃은 건 아닌지 걱정돼서 와봤어요.”고은서는 자연스럽게 대답했다.“방금 전화 받느라 좀 늦어졌어요. 가요.”촬영 구역과 바비큐 구역이 다른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고은서는 원지훈과 고은혜 일행을 마주치지 않았다.그동안 KK와 다른 이들은 고기를 굽고 있었고 주변에서는 사람들이 과자를 먹고 맥주를 마시며 또 다른 누군가는 기타를 연주하고 있었다.분위기는 가볍고 자유로웠다.“맥주 한잔할래요?”주인혁이 묻자 고은서는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제가 차를 몰고 와서요.”어젯밤의 술 취한 경험이 유쾌하지 않았기에 고은서는 조심하기로 했다.주인혁은 그녀에게 신선한 과일 주스를 건넸고 자신도 한 병을 들고 잔디에 함께 앉았다.고은서는 잠시 감상에 잠겼다.“젊음이란 참 좋네요. 자유롭게 꿈을 추구할 수 있으니까요.”그러자 주인혁은 진지하게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누님도 충분히 젊어요. 언제든지 자신의 꿈을 추구할 수 있죠.”고은서는 살짝 웃으며 생각했다.‘내 꿈이 뭐였더라?’어릴 땐 그녀의 엄마처럼 조향사가 되고 싶었고 좀 더 커서는 드럼에 관심이 생겨 드러머가 되고 싶었다. 대학에서는 금융을 전공하면서 최고의 투자 전문가가 되겠다고 다짐했었다.하지만 결국 이 모든 꿈을 포기하고 고은서는 곽승재를 쫓아다니며 그가 싫어하는 ‘GS 그룹 사모님'이 되려고 애썼다.그렇게 결국 정신 병원에서 비참하게 끝을 맺고 말았다.고은서가 잠시 멍해지자 주인혁은 그녀가 속으로 괴로워하고 있다고 오해하고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제가 관련된 뉴스를 좀 봤는데 정말 마음이 힘들다면 억지로 웃지 않아도 돼요. 오늘 부른 건 누나가 마음 편히 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니까.”고은서는 주인혁의 맑고 순수한 눈빛을 보며 진심 어린 위로에 감사함을 느꼈다.햇살이 나무 틈으로 스며들어 그녀의 얼굴에 닿았다. 고은서는 손을 들어 이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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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화

남자가 마침 차에서 내리고 있었다. 그는 정장을 입고 있었고 키도 크고 다리도 길어 강력한 존재감을 풍기고 있었다. 남자의 각진 얼굴은 조명 아래에서 더욱 차가운 인상을 주었다.바로 곽승재였다.그의 옆에는 주민기가 함께 정장을 입고 따라오고 있었고 두 사람은 레스토랑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고은서의 시선을 느꼈는지 곽승재는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주민기도 그녀를 보고 예의 있게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그들은 이곳에서 만찬 약속이 있는 것 같았다.고은서도 주민기에게 미소로 인사했고 곽승재는 무시한 채 젊은이들을 데리고 앞으로 나아갔다.“와, 저 남자가 우리 쪽으로 걸어오고 있어. 혹시 나한테 말 걸려는 거 아닐까?”옆에 있던 여자가 긴장하면서도 설레는 목소리로 친구에게 말했다.고은서가 보니 곽승재는 정말로 그들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곧 그는 고은서의 앞에 멈춰 섰다.“또 술 마셨어?”곽승재는 기분을 알 수 없는 목소리로 물었다.그러자 고은서는 가볍게 입술을 삐죽이며 대답했다.“그게 당신이랑 무슨 상관인데?”곽승재는 그녀를 말없이 바라보았다.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아까 그 여자는 곽승재가 자신을 보지 않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고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친구와 함께 그 자리를 떠났다.고은서는 속으로 생각했다.‘뭐가 그렇게 멋지다고... 결국엔 쓰레기 같은 남자인데.’주인혁은 곽승재를 알고 있었고 어젯밤의 소문도 본 터라 오해를 사지 않으려 조심스럽게 말했다.“곽 대표님, 누님은 맥주 두 잔밖에 안 마셨어요. 취하지 않았습니다. 저희가 이제 곧 집으로 모셔다드리려고 합니다.”이내 검은 눈동자를 주인혁에게로 돌리더니 곽승재는 차갑게 말했다.“내 아내는 다른 사람이 데려다줄 필요가 없습니다.”주변에 있던 밴드 멤버들은 곽승재가 ‘내 아내’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고은서가 결혼한 줄은 알았지만 그녀의 남편이 이렇게 잘생기고 강렬한 인상을 주는 사람일 줄은 몰랐다.그와 함께 서 있으니 그들은 한순간에 아무것도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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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화

평소에 온화한 성격의 주인혁이 진심으로 화를 낸 것을 보고 그의 친구들은 서둘러 말을 멈췄다....차 안에서 고은서는 곽승재와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아 등지고 앉았다.곽승재도 아무 말 없이 있었지만 그의 얼굴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 마치 무언가를 참으려고 애쓰는 듯이 말이다.아마도 주인혁과 함께 밥을 먹은 이유에 대해 그녀가 설명하길 바라는 것 같았다.하지만 이제 곧 이혼할 예정이기도 하고 정상적인 부부 관계였더라도 친구를 사귀는 것을 간섭할 수는 없기에 고은서는 굳이 설명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차는 예원 별장에 도착했다.고은서는 곽승재를 신경 쓰지 않고 혼자 차에서 내려 집으로 들어갔다.이미숙은 그녀를 보자마자 안도한 듯 말했다.“사모님, 드디어 돌아오셨네요. 대표님께서 나가실 때 얼굴이 너무 안 좋아서 저는 말도 못 걸겠더라고요.”고은서는 말의 핵심을 잡아챘다.“그 사람이 집에 다녀갔었어요?”“네. 한 6시쯤에... 대표님.”이미숙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곽승재가 집으로 들어오자 그녀는 급히 인사했다.고은서는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당신 모임에 가야 하지 않아?”‘주 비서님께서 분명히 레스토랑에서 기다리고 계실 텐데.’하지만 곽승재는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기는커녕 긴 다리를 뻗어 계단을 올라갔다.분명히 고은서의 의견을 무시하고 억지로 그녀를 집에 데려온 건 곽승재였는데 이제는 마치 자신이 피해자인 것처럼 행동하는 것 같았다.정말 어이가 없었다.“대표님과 함께 오셨나요?”이미숙이 물었다.고은서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친구들이랑 밥 먹고 나오다가 레스토랑에서 우연히 만났어요.”이미숙은 중얼거렸다.“대표님께서 아까 집에 오셨을 때 제가 모임이 있으시냐 물었거든요? 그때는 없다고 하셨는데.”“아마도 급한 일이 생겼겠죠.”고은서는 대답했다.“아줌마, 볼일 보세요. 저는 방으로 가서 쉴게요.”고은서가 침실로 돌아왔을 때, 귀비 의자에 앉아있는 곽승재는 마치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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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화

매번 백유미에게 무슨 사고가 생길 때마다, 곽승재가 가장 먼저 의심하는 사람은 늘 고은서였다.“곽승재, 이혼하자. 지금 바로.”고은서는 더 이상 이 바보 같은 상황을 견딜 수 없다고 생각했다.“백유미랑 함께 영원히 살면서 서로 해 끼치지 말고 그저 두 사람끼리만 갇혀 있어!”고은서의 말에 곽승재는 자극을 받아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의 얼굴은 잔뜩 굳어져 있었다.“이혼 얘기로 날 협박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 계속 그 말을 꺼내는 거지?”“그래서 협박당했어?”곽승재는 비웃으며 차갑게 말했다.“웃기는군! 내일 이혼 서류에 서명할 거야! 당장이라도 하고 싶다면 내가 기꺼이 해줄게!”말을 마치자마자 곽승재는 서류를 던지고 문을 세게 닫으며 나가버렸다.고은서는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이내 편안하게 큰 침대에 몸을 뉘었다.곽승재는 드디어 참지 못하고 이혼에 동의했고 이제 그녀는 자유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고은서는 핸드폰을 켜 이 좋은 소식을 박지연과 나누려고 했다.하지만 그녀는 곧 자신이 올린 ‘자신을 사랑해야 삶이 아름다워지는 법’이라는 내용의 SNS 게시물이 많은 ‘좋아요'와 댓글을 받은 것을 발견했다.게시물을 확인해보니 친구들과 주인혁 외에도 민시후가 ‘좋아요'를 눌렀고 댓글까지 남겼다.[다시 돌아온 거 축하해요.]민시후가 말한 ‘돌아온다'는 것은 고은서가 곽승재가 아닌 자기 자신을 사랑하던 때로 돌아왔다는 의미인 것 같았다.고은서는 그의 빈정거림에 대응하고 싶지 않았다.곧 박지연의 프로필 사진을 눌러 메시지를 보내려고 했지만 그쪽에서 먼저 영상 통화를 걸어왔다.“안 그래도 막 너한테 연락하려던 참인데 네가 먼저 걸어왔네. 우리 정말 뭔가 통하는 것 같아.”“통하긴 뭐가 통해? 아침에 네가 메시지로 늦게 연락할 거라며, 하루 종일 연락 기다렸는데 너 끝내 전화 안 했잖아!”고은서는 아침에 급히 명운으로 가야 했기에 박지연에게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메시지를 보냈었다. 하지만 이후 주인혁과 그들의 바비큐 파티에 참석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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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화

“왜 말이 없어. 곽승재가 어젯밤에 다른 여자랑 있었다는 사실에 속상해하고 있는 거야?”미간을 찡그린 채 고민에 빠진 것 같은 고은서의 모습을 보고 박지연이 야유를 보내자 고은서가 박지연을 흘겨보았다.“네 생각에는 5성급 호텔에서 그렇게 공교롭게 그런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을 것 같아?”“일반적으로 봤을 때 그런 경우가 드물지.”박지연이 대답했다.“백유미가 다친 게 수상하다고 생각하는 거야?”수상한 건 확실하지만 곽승재가 이미 원인을 조사해 봤을 것이다. 그런데도 수상한 점을 알아내지 못한 것이라면 백유미가 사건을 빈틈없이 처리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그러니 지금 더 파고들어도 별다른 성과가 없을 것이고 설사 이상한 점을 알아냈다고 하더라도 곽승재는 고은서가 다른 이유로 그런다고 생각할 것이다. 나아가서는 고은서가 자신을 잊지 못해서 이 일에 끈질기게 매달린다고 여길 것이다.어차피 다쳐서 아픈 건 백유미이고 곽승재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고은서가 신경 쓰지 않는다면 백유미의 꿍꿍이도 그녀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다.“기분 처지게 하는 말은 하지 말자. 너한테 전해줄 소식이 있어!”고은서는 한껏 가뿐해진 말투로 말했다.“무슨 소식?”“곽승재가 이혼서류에 사인했어. 할머니한테 소식이 들어가지만 않는다면 우리는 내일 당장 이혼서류를 접수하고 이혼할 수 있어.”박지연이 놀랐다.“곽승재가 정말 그렇게 하겠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양가 어른들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하지 않았어? 왜 갑자기 생각을 바꾼 거야?”고은서가 웃으며 얘기했다.“곽승재는 처음부터 나한테 토를 달고 싶었던 거야. 이번에 백유미가 그렇게 심하게 다치고 나서 곽승재의 생각에 더 끌다가는 내가 백유미를 다치게 하는 일을 더 많이 할까 봐 두려웠겠지.”“잠깐!”박지연이 고은서의 말에서 포인트를 잡고 말했다.“곽승재는 네가 백유미를 다치게 했다고 생각하고 있어? 미친 거 아니야? 네가 어떤 사람인지 모른대? 너는 복수할 게 있으면 당장에 하는 성격이잖아. 절대 이렇게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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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화

“너는 눈에 렌즈가 달렸어? 얼굴이 이렇게 작게 나왔는데도 그걸 또 봤어?”박지연이 말했다.“잘생긴 얼굴이 떡하니 보이잖아. 거기다가 너를 보는 그 눈빛이, 음, 빛이 나네.”“빛이 나기는 무슨,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고은서는 다시 사진을 확대해 보았다. 주인혁은 그녀의 곁에 앉아 있었는데 얼굴이 절반만 나왔는데도 잘생긴 미모가 돋보였고 그녀에게로 향하는 시선까지 티가 났다. 맑고 순수한 그 시선에는 부드러운 웃음기를 띠고 있었다.“두 번째 사진에 이렇게 푸짐한 해산물과 술은 사진 속 그 남자랑 같이 먹은 거야?”박지연이 물었다.“그 남자랑 아니고 그 사람들이랑, 다섯, 여섯 명 정도 돼.”고은서가 정정했다.“그리고 그 남자는 너도 봤던 사람이야. 저번에 우리 쇼핑하러 갔을 때 슈트를 사는 걸 내가 도와줬던 사람 말이야. 주인혁이라고 해.”“그 사람이라고? 두 사람 정말 인연이네.”박지연이 또 물었다.“그럼 곽승재가 비꼬아서 말했다는 사람이 이 사람이야?”“맞아.”“이혼하는 것도 두 사람이 싸우고 난 다음 곽승재가 동의한 거고?”“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데?”고은서가 되물었다. “내 생각에는 이럴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싶어.”박지연이 제 생각을 말했다.“곽승재도 네가 올린 인스타의 사진을 본 거야.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술집으로 간 거지. 그리고 네가 주인혁이랑 같이 서 있는 것을 보고 마음이 시원치 않아서 비꼬는 말을 했고 너를 데리고 온 거야. 데리고 와서 네가 무슨 말이라도 할 줄 알았는데 너는 아무 얘기도 안 하고 또 이혼에 대해서 말하니까 화가 나서 충동적으로 동의한 거지.”박지연의 말을 듣고 고은서는 그럴 리가 없다고 말했다.“일단 첫 번째, 곽승재는 인스타를 보지 않아. 전에 내가 업로드를 많이 하고 가끔 태그도 했지만 한 번도 답장을 한 적이 없어. 어떨 때는 귀찮다고 말하면서 이런 것들을 볼 여유가 없대. 그리고 두 번째, 곽승재가 술집에 오게 된 것은 술자리가 있었던 거야. 곽승재가 차에서 내릴 때 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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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화

“네, 도련님은 일찍 회사로 가셨습니다.”고은서는 바로 곽승재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지 않을 줄 알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차가운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무슨 일이야?”고은서는 이미숙을 피해 조용한 곳으로 가서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이혼합의서에 사인했어? 오전에 접수하러 갈 수 있어?”곽승재는 여전히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바빠, 시간 없어.”“접수하러 갈 시간이 없다고 해도 사인할 시간은 있을 거 아니야?”고은서가 다급하게 말했다.“지금 어디 있어? 내가 찾으러 갈게.”곽승재는 순순히 대답했다.“회사 사무실.”말을 마친 그는 전화를 끊었다. 고은서는 식탁으로 돌아갔고 이미숙이 거기 없는 거로 봐서 그녀의 말을 듣지 못했을 것이다. 저번에 할머니께서 이혼 소식을 알게 된 게 이미숙이 얘기한 게 아니라고 하더라도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서 아무도 모르게 할 생각이었다.고은서는 아침을 먹은 후 차를 몰고 GS 그룹으로 갔다. 그녀는 아무런 방해 없이 대표 사무실까지 갔다. 문을 두드리고 곽승재의 사무실로 들어갔을 때, 고은서는 사무실 안에 익숙한 사람이 두 분 앉아있는 것을 보았다. 바로 그녀의 삼촌인 고국성과 외숙모인 단은숙이었다. 고은서의 눈꺼풀이 떨려왔다.설마 곽승재가 그들을 불러서 그녀가 이혼하려는 걸 막으려는 건가? 아니면 외숙모가 지난밤에 있었던 결혼에 대한 안좋은 소식들을 듣고 일부러 삼촌과 함께 와서 상황을 살피려는 걸까? 고은서가 문을 두드리는 것을 듣고 삼촌과 외숙모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다.“은서야, 이 시간에 승재를 찾으러 온 거니?”표정과 말투로 봐서 곽승재가 이혼에 대해 그들에게 얘기를 안 한듯했다. 고은서는 살짝 안도했다.“볼일이 좀 있어서 왔어요.”고은서가 물었다.“삼촌, 외숙모, 왜 여기 있어요?”“우리 조카사위한테 감사 인사를 하려고 왔지.”외숙모가 말했다.“저번에 승재 덕에 FY 그룹의 대표를 만날 수 있었어. 그래서 오늘 승재한테 선물을 주려고 온 거야. 온 김에 점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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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화

곽승재가 대답하기도 전에 단은숙이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은서야, 승재한테 무슨 사인을 받는 거야?”조은서는 아무 핑계나 찾아서 둘러댔다.“이 사람 차에 보험을 하나 들어줬어요. 본인이 사인해야 한대요.”“그래?”단은숙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말했다.“지금에 와서 무슨 보험을 든다는 거야, 전에 안 했어?”“자동차 상해 보험을 하나 더 하는 거예요. 저번에 차를 타고 가다가 작은 사고가 있었는데 그때 보니까 빼먹은 보험이 있더라고요. 보험회사에서 전액 보상을 해주지 않아서 이번 기회에 더 들었어요.”고은서는 표정 변화 없이 술술 말했고 단은숙은 친절한 말투로 곽승재에게 물었다.“조카사위, 얘 말이 맞아?”고은서는 외숙모가 이런 일까지 곽승재에게 확인하려 할 줄 몰랐다. 박지연의 말이 문득 생각 난 그녀는 긴장된 얼굴로 곽승재를 쳐다보았다. 곽승재의 검은 눈동자가 쌀쌀하게 그녀를 흘겨보았지만, 그녀의 말을 부정하지는 않았다.“네.”고은서는 마음속으로 안도했다. 역시 박지연이 넘겨짚은 것이었다. 곽승재는 말한 대로 하는 사람이었다.“조카사위, 차를 운전할 때는 조심해야 해. 보험을 여러 가지 드는 것도 필요하지.”단은숙은 관심 어린 말투로 말하며 웃었다. 외숙모가 완전히 믿는 것을 본 고은서는 마음 놓고 물었다.“사인한 보험서류는 어디 있어?”곽승재는 아무 표정 없이 사무실 책상 쪽으로 눈짓했다. 조은서는 얼른 그쪽으로 다가갔고 책상 위에는 정말 서류 폴더가 놓여있었다. 펼쳐보니 이혼합의서라고 쓴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고은서의 마음속에는 감격의 물결이 요동쳤고 손이 살짝 떨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정말 쉽지 않았던 과정이었다. 이렇게 우여곡절을 겪고 나서 드디어 이혼합의서를 손에 넣었다. 고은서는 서류를 품 안에 꼭 안았다.“삼촌, 외숙모, 얘기 계속하세요. 저는 더 시간 뺏지 않을게요.”이렇게 말하고 바로 떠나려던 고은서는 곽승석의 담담한 목소리를 듣고 멈춰 섰다.“삼촌, 외숙모님, 정말 죄송한데 제가 오전에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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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화

단은숙은 파일을 등 뒤로 숨기고 말했다.“우리 집 차도 보험 더 들어야 하는데, 네 것도 좀 보게 줘봐."“그러지 말고 제가 좀 있다 차 보험 하시는 분 소개해드릴 테니까 그분이랑 연락해봐요. 외숙모, 지금 뭐하시는 거에요!”고은서가 말도 채 끝내지 못했는데 단은숙은 단번에 그녀를 밀치더니 파일을 열어보았다.고은서는 바로 파일을 빼앗으려 했지만 50킬로도 채 되지 않는 몸으로 외숙모를 이기기엔 역부족이었다. 단은숙은 그 틈을 타 단단한 등으로 고은서를 막아내며 빠르게 파일을 열어보았다.그리고 그 문서를 제대로 보고 난 단은숙은 바로 고은서를 향해 소리쳤다.“고은서, 이게 뭐야!”그 소리가 어찌나 컸던지 비서와 비서실 다른 직원들도 그들 쪽으로 고개를 돌릴 정도였다.그러니 당연히 고국성도 이상함을 느끼고 파일을 채갔다.문서를 읽던 고국성은 갑자기 불같이 화를 내며 고은서의 얼굴을 향해 손을 휘둘렀다.바람을 가르며 날아오는 손바닥에 고은서는 눈을 질끈 감아버렸는데 한참이 지나도 아픔이 느껴지지 않으니 감았던 눈을 다시 떴다.그때 언제 왔는지도 모를 곽승재가 고국성의 손을 막아내고 단호하게 말했다.“삼촌, 말로 해요, 손대지 말고.”곽승재의 등장에 고국성은 마지못해 손을 거두고 눈을 번뜩이며 열이 올라 빨개진 얼굴로 고은서를 향해 말했다.“승재 사무실로 가있어!”고은서가 삼촌과 외숙모에게 이끌려 곽승재 사무실로 가자 곽승재는 나지막하게 옆에 있던 비서한테 분부했다.“회의는 부대표님한테 먼저 진행하라고 해요, 난 좀 있다 갈게요.”“네, 대표님.”비서가 나가자 곽승재도 앞서간 고은서를 따라 사무실로 들어갔다.곽승재는 이미 자리를 잡고 앉아 어른답게 엄숙한 표정을 짓고 고은서와 곽승재를 향해 묻고 있었다.“이 이혼서류는 무슨 뜻이야, 누가 이혼하자고 한 거야!”말이 없는 곽승재에 고은서가 담담히 인정했다.“제가 말했어요.”“너!”순간 열 받은 고국성이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들어 올리려 하자 단은숙이 그를 끌어앉혔다.“은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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