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승재가 대답하기도 전에 단은숙이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은서야, 승재한테 무슨 사인을 받는 거야?”조은서는 아무 핑계나 찾아서 둘러댔다.“이 사람 차에 보험을 하나 들어줬어요. 본인이 사인해야 한대요.”“그래?”단은숙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말했다.“지금에 와서 무슨 보험을 든다는 거야, 전에 안 했어?”“자동차 상해 보험을 하나 더 하는 거예요. 저번에 차를 타고 가다가 작은 사고가 있었는데 그때 보니까 빼먹은 보험이 있더라고요. 보험회사에서 전액 보상을 해주지 않아서 이번 기회에 더 들었어요.”고은서는 표정 변화 없이 술술 말했고 단은숙은 친절한 말투로 곽승재에게 물었다.“조카사위, 얘 말이 맞아?”고은서는 외숙모가 이런 일까지 곽승재에게 확인하려 할 줄 몰랐다. 박지연의 말이 문득 생각 난 그녀는 긴장된 얼굴로 곽승재를 쳐다보았다. 곽승재의 검은 눈동자가 쌀쌀하게 그녀를 흘겨보았지만, 그녀의 말을 부정하지는 않았다.“네.”고은서는 마음속으로 안도했다. 역시 박지연이 넘겨짚은 것이었다. 곽승재는 말한 대로 하는 사람이었다.“조카사위, 차를 운전할 때는 조심해야 해. 보험을 여러 가지 드는 것도 필요하지.”단은숙은 관심 어린 말투로 말하며 웃었다. 외숙모가 완전히 믿는 것을 본 고은서는 마음 놓고 물었다.“사인한 보험서류는 어디 있어?”곽승재는 아무 표정 없이 사무실 책상 쪽으로 눈짓했다. 조은서는 얼른 그쪽으로 다가갔고 책상 위에는 정말 서류 폴더가 놓여있었다. 펼쳐보니 이혼합의서라고 쓴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고은서의 마음속에는 감격의 물결이 요동쳤고 손이 살짝 떨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정말 쉽지 않았던 과정이었다. 이렇게 우여곡절을 겪고 나서 드디어 이혼합의서를 손에 넣었다. 고은서는 서류를 품 안에 꼭 안았다.“삼촌, 외숙모, 얘기 계속하세요. 저는 더 시간 뺏지 않을게요.”이렇게 말하고 바로 떠나려던 고은서는 곽승석의 담담한 목소리를 듣고 멈춰 섰다.“삼촌, 외숙모님, 정말 죄송한데 제가 오전에 회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