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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게인, 비긴의 모든 챕터: 챕터 141 - 챕터 150

453 챕터

제141화

“내가 열흘 넘게 나가 있었잖아. 시부모님이 뭐라 하시진 않았지만 언짢아하는 기색이 분명했어. 선물을 드렸는데도 별로 좋은 기색이 아니었거든.”박지연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넌 이 점에서 행복한 편이야. 고부 사이는 신경 쓸 필요가 없잖아.”고부 사이에 관해 고은서는 신경 써 본 적이 없다.곽승재의 부모님은 모두 해외에 있어 영상통화를 제외하고는 지금까지 뵌 적이 없다.곽승재의 부모님은 사이가 안 좋다고 했다. 곽승재가 겨우 열 살 때 어머니는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막내딸을 데리고 외국으로 이주했다.비록 곽승재의 아버지 곽현수와 이혼하지는 않았지만 두 사람은 줄곧 별거 중이다. 몇 년 전, 곽현수가 중병에 걸린 후에야 GS 그룹을 곽승재에게 맡기고 자신도 외국으로 떠났다.곽승재는 부모님에 대한 감정이 그냥 그랬고 평소에도 연락을 거의 하지 않았는데 고은서가 전미자와 함께 있을 때 곽승재의 부모님과 영상에서 두세 번 만난 적이 있다.전생에 그녀가 정신병원에 갇힐 때까지 곽승재의 부모님은 귀국하지 않았다.그래서 고부 관계는 존재하지 않았다.“괜찮아, 네 일이나 봐.”고은서는 박지연을 위로한 뒤 자기도 모르게 한마디 했다.“사실 너 잘하고 있어. 그 사람들이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도 자신을 괴롭힐 필요 없어.”“온 닥터가 신경 쓰게 하고 싶지 않아.”박지연이 웃으며 말했다.“사람 마음 다 똑같아. 언젠가는 나를 며느리로 인정할 거야. 어쨌든 나는 이렇게 훌륭하잖아.”고은서는 박지연이 너무 낙관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녀에게 찬물을 끼얹을 수 없었다.“어쨌든 너 자신을 좀 더 사랑해. 처리할 수 없으면 온 닥터에게 맡겨. 바쁜 건 괜찮지만 아무 것도 상관하지 않을 수는 없어.”"그래, 그래, 알아.”전화를 끊고 난 고은서는 한숨을 내쉬었다.박지연은 예전의 그녀와 너무 닮아서 한두 마디로는 도저히 설득할 수 없으니 천천히 해결하기로 했다.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이틀이 지나갔다.생방송으로 인해 명운의 ‘알코올 중독' 사건이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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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화

“백유미 씨, 커피 한잔할까요?”서인수의 두 눈에 떠오른 조급함과 절박함을 본 백유미는 마음으로 싫증이 났지만 얼굴에는 직업적인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좋아요.”두 사람은 병원 옆 카페로 향했다.서인수는 먼저 지난번에 백유미가 나서 도와준 일에 대해 감사를 표하고 나서 판주가 그의 새 와이너리에 투자하기를 희망한다는 것을 제기했다.백유미는 조금의 희망도 남겨주지 않고 그를 향해 말했다.“서인수 씨, 지금 이런 상황에서 투자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서인수는 이내 표정이 어두워진 채 자신의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그 더러운 년이 내 명성을 더럽혔어요. 나를 차버리고, 또 나를 이용해 불쌍한 척해서 지금 이렇게 잘나가는 거예요. 나는 투자 하나 유치하지 못하니 업계 사람들도 공공연하게 나를 업신여겨요.”이에 백유미가 대답했다.“도 대표님은 능력도 좋고 운도 좋아요. 경제가 어려울 때 도움을 주는 사람도 있고 매출이 안 되면 인지도도 높여주고, 투자 유치에도 도움을 주기도 하죠.”서인수는 당연히 백유미가 말한 것이 누구인지 알고 있다. 그가 오늘 그녀를 찾아온 것도 염탐하려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곽 대표님의 아내인데 어떻게 그렇게 나쁜 사람을 도울 수 있단 말인가요? 설마 이것은 곽 대표님의 뜻인가요?”백유미는 웃으며 대답했다.“곽 대표님의 뜻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사람을 시켜 그날에 대한 보도의 진실성과 곽 대표님과 부인의 관계가 도대체 어떤지를 물어볼 수 있어요. 그러면 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백유미는 비록 이 말을 공개적으로 하지는 않았지만 서인수는 머리가 좋은 사람이었다. 곽 대표님은 아내와 사이가 좋지 않아 명운를 돕는데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는 백유미의 말뜻을 대뜸 알아챘다.마음속에 답이 생긴 서인수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백 이사님, 커피 같이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공장을 더 크게 만들고 더 잘되면 우리가 협력할 그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나도 그날을 기다릴게요. 하지만 그 전에서 대표님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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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화

마침, 이틀 전 고은서가 반값으로 중고 사이트에 내다 판 것과 같은 제품이었다.아마도 가격이 낮아서인지 당일날에 이미 주문을 넣고 사 간 사람이 있었다.‘지금 그 귀걸이가 어떻게 은혜한테 나타난 거지?’“너 이 귀걸이 참 괜찮아 보이네. 어디서 산 거야?”고은서는 직접적으로 물었다.고은혜는 등의 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뭘 좀 아는구나. 이건 G사에서 출시한 신상 귀걸이야. 구하기 엄청 힘든 건데 지훈 씨가 친구한테 부탁해서 어렵게 사서 나한테 선물해 준 거야.”“은혜 씨의 화를 풀 수만 있다면야 더한 것도 다 해줄 수 있어요.”원지훈은 입만 열면 애매한 멘트를 해댔다.고은혜는 그를 한 번 노려보더니 다시 눈길을 고은서에게 돌리고는 도발적으로 물었다.“왜 내 귀걸이를 자꾸 뚫어지게 쳐다보는데? 왜? 부러워? 형부가 설마 너에게 귀걸이도 선물 안 해줘?”‘선물해 줬지. 근데 내가 버린 것이 지금 네 귀에 걸려있네.’고은서는 당연히 이 말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가볍게 웃음을 지었다.“이틀 전에 중고 사이트에서 비슷한 제품을 봐서 혹여나 네가 걸고 있는 게 짝퉁일까 봐 몇 번 더 쳐다본 것뿐이야.”고은서의 말에 원지훈의 얼굴에는 부자연스러운 낌새가 스쳐 지나갔다. 그는 연신 둘러댔다.“누나, 내가 산 게 짝퉁일 리가 없어요. 비록 친구가 증서를 잃어버리긴 했지만, 매장에 가서 진품 검진을 받아봤어요. 절대로 문제없어요!”고은서는 살짝 위로의 말을 했다.“난 그저 비슷한 걸 봤다는 거지 네가 선물한 게 가짜라는 말은 아니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게다가 넌 딱 봐도 중고 사이트에서 선물을 사서 좋아하는 사람에게 주는 그런 사람이 아니잖아.”고은서는 말을 보충했다.원지훈은 큰 소리로 말했다.“저는 절대로 그럴 리 없어요! 저는 은혜 씨가 오해할까 봐 그런 거죠. 은혜 씨가 좋아하는 게 있으면 나중에는 저랑 같이 고르러 가요!”“상대하지 마세요. 얘는 그저 내가 선물을 받았는데 자기는 없어서 그게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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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화

주요하게 평상시 외숙모가 고은혜에게 주는 영향이 너무 컸다.그래서 고은혜가 이렇게 원념이 깊게 쌓인 것이었다.고은서는 고은혜랑 이런 일로 싸우고 싶지 않아서 대답했다.“잠시 후에 보내줄게.”“아, 참. 지난번에 봤을 때 네가 지훈 씨한테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이던데 어떻게 짧은 며칠 사이에 두 사람 관계가 그렇게 좋아졌어?”고은서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관심 꺼!”고은혜는 전화를 끊어버렸다.“...”고은서는 중고 사이트 사진을 캡처해서 고은혜에게 보내준 뒤 복싱 관을 나섰다.차에 올라탔을 때, 그녀는 뒤에서 누군가가 자기를 쳐다보고 있는 것을 느꼈다.하지만 뒤돌아보았을 때 이상한 사람은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헛것을 봤나?’고은서는 액셀을 밟고 예원 별장으로 돌아왔다.이미숙은 얼른 달려와 말을 건넸다.“사모님, 도련님은 이미 돌아와 계십니다. 지금은 위층 서재에서 업무 처리 중입니다. 제가 방금 차를 내렸는데 위층에 가져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도련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손목이 아직 아프시다고 하셔서 연고도 같이 올리려던 참이었습니다. 이것도 같이 부탁드리겠습니다.”“아, 그리고 사모님 언제 돌아오시는지도 물었습니다.”이미숙의 말에 대답하지 않으면 계속 중얼중얼할까 봐 고은서는 얼른 차와 연고를 건네받았다.“네. 제가 할게요.”차를 들고 위층 서재로 걸어간 뒤 고은서는 문을 똑똑 두드렸다. 안에서 곽승재의 맑은 목소리가 들렸다.“들어오세요.”고은서는 문을 비스듬히 열었다. 곽승재는 커다란 책상 앞에 앉아 있었으며 그의 앞에는 노트북이 놓여있었고 손에는 서류들이 들려있었다.그의 표정은 엄숙하고 진지했으며 미간은 저도 모르게 찡그려져 있었다. 그는 몸에서 업무적인 근엄함과 엄숙함을 내뿜고 있었다.들어온 사람이 이미숙인 줄 알고 곽승재는 고개도 들지 않고 말했다.“물건은 내려놓아 주시면 됩니다.”고은서는 그의 말대로 차와 연고를 옆에 두었다. 아마도 다가온 사람의 기운이 틀려서인지 곽승재는 고개를 들었다.고은서를 보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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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화

고은서는 곽승재를 한 눈 보고는 말했다.“당신 핸드폰 좀 빌려 쓸 수 있어?”“당신 핸드폰은? 배터리가 다 되었어?”“아니. 당신 핸드폰으로 인스타 좀 보려고. 걱정하지 마. 절대로 당신 사생활을 엿볼 생각은 없어.”고은서는 사실대로 말했다.“내 계정으로는 은혜 인스타를 볼 수가 없어. 당신 핸드폰으로 좀 보려고.”곽승재는 입술을 오므리더니 핸드폰 잠금을 풀어서 고은서에게 건네주었다.“고마워.”핸드폰을 건네받은 고은서는 먼저 인스타를 열어 바로 고은혜의 계정을 검색하였다.안에는 고은혜가 곽승재에게 보낸 DM 안부 메시지도 있었다.하지만 곽승재는 그녀를 대꾸할 여념이 없었으며 한 번도 답장한 적이 없었다.고은혜의 인스타를 열어보니 역시나 곽승재는 차단하지 않았다.곽승재의 계정으로는 그녀의 모든 게시물을 다 볼 수 있었다!이런 차별 대우에 고은서는 정말 어이가 없었다. 고은혜가 외할아버지의 친 외손녀인 것을 생각해서지, 아니면 고은서는 정말 고은혜의 일에 전혀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고은혜는 정말 인스타를 올리기 좋아했다. 거의 매일 올리다시피 했으며 아침에 먹은 것부터 해서 저녁에 잠자는 것까지 여러 가지로 다양하게 올렸다.하루 전의 게시물이 고은서의 눈길을 끌었다.[별똥별이 참 이쁘네요. 이런 일을 겪은 것도 참 아슬아슬했네요. 그래도 위험에서 벗어났으니 정말 다행이네요. 세상에는 참말로 내가 언뜻 한 말을 기억해 주는 사람이 있네요. (귀엽)]밤하늘 사진을 몇 장 올렸으며 그중 한 장에는 은은하게 남자의 뒷모습이 보였다.외숙모라면 아마 알아차리지 못했을 거지만 고은서는 뒷모습으로 그 사람이 원지훈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래서 전날 밤에 은혜가 지훈 씨랑 같이 별 보러 갔었고 그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다는 거지?’고은서는 고은혜가 인스타에 올린 아슬아슬했다는 일이 사실은 원지훈이 계획한 일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지난번 그 일이 파괴되었으니 지훈 씨가 이번에 또 이런 일을 새로 벌인 거네. 그러니 은혜가 지훈 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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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화

박스 크기를 봐서 액세서리 같아 보이지는 않았고 오히려 무슨 장식품 같았다.고은서는 걸어가서 박스를 열어보니 아주 특별하고 정교하고 아름다운 토끼 모양의 스탠드였다.토끼는 크리스털로 만들어졌고 두 눈은 빨간 보석으로 장식되었다. 스위치를 누르니 토끼의 몸에서 온화하고 부드러운 흰색 광을 내뿜었으며 눈 주변에는 연한 빨간색을 띠고 있었다. 참으로 아름답고 정교했다.그날 저녁 레스토랑에서 고은서가 토끼 모양을 한 램프를 만지는 것을 보고 곽승재는 그녀가 토끼를 좋아하는 줄로 추측해서 그녀에게 데리고 온 것 같았다.비록 고은서는 곽승재의 물건을 받고 싶지 않았지만, 토끼가 너무 귀여운 걸 봐서 버리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은서는 결국 토끼 스탠드를 침대 머리맡에 두었다.오후의 훈련이 너무 힘들었기에 고은서는 시원하게 반신욕을 하였다.욕실에서 나오자, 저녁 밥상이 준비 되었다고 이미숙이 말했다.고은서는 머리에 머릿수건을 두른 채 편안한 실내복을 입고 층계를 내려가려고 했다.마침, 서재에서 나오는 곽승재와 마주쳤으며 그는 고은서의 차림새를 보더니 그녀의 얼굴을 몇 번 흘겨보았다.고은서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곽승재를 한 눈 째려보고는 말했다.“보긴 뭘 봐. 여자 생얼을 처음 보나!”말을 마친 뒤, 그녀는 슬리퍼를 끌고 먼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고은서는 요즘 외출할 때 빼고는 집에서 거의 맨얼굴로 있었다. 차림새도 예전처럼 정교하고 완벽하게 꾸미진 않았다.곽승재도 당연히 그녀의 맨얼굴을 보았었다. 하지만 샤워를 마치고 나온 모습은 처음이었다.피부는 불그스름하고 촉촉했으며 분홍색 머릿수건을 두르고 있으니, 어딘가 모르게 장난기 있고 천진난만해 보였다.곽승재는 방금 왠지 모르게 고은서의 볼을 꼬집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아래층에서 고은서는 참지 못하고 먼저 수저를 들었다. 그녀는 오른손에 숟가락을 들고 국을 마시고 있었고 왼손에 닭 다리를 쥐고 아주 신나게 먹고 있었다.게다가 입에는 칭찬이 끊이지 않았다.“아줌마, 어떻게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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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화

곽승재의 이유는 꽤 정당했다.고은서가 피식 웃더니 말했다.“사인하면 끝나는 일인데 뭐가 번거로워? 그리고 당신 조건이라면 마누라가 되겠다는 사람이 줄을 설 텐데.”고은서는 일부러 백유미를 언급하지 않았다. 곽승재가 또 백유미를 빌미로 말한다고 생각할까 봐서였다.“당신 새 아내는 분명 나보다 할머니에게 잘할 거야. 그럼 할머니 기분 나쁠 일도 없겠지.”전미자가 그녀를 아꼈지만 그건 모두 손자며느리라는 신분 때문이라는 걸 고은서는 알고 있었다.곽승재는 그녀의 말에 말문이 막혔다.“고은서, 우리 결혼생활에 뭐가 갑자기 그렇게 불만이라서 서둘러 끝내지 못해 안달이야?”5주년 기념일에 함께 하지 못해서 그녀에게 혼자 선물을 사라고 했고, 곽승재가 집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고 해서 요즘은 최대한 많이 돌아오려고 노력하고 있고, 옷도 옷방에 옮겨 입고, 잠도 안방에서 자고 있다.이 모든 것은 전부 고은서의 요구사항이었고 그가 지금 다 해내고 있는데 왜 그녀는 여전히 불만일까?남자가 따져 묻자 고은서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내 불만을 당신이 모르는 게 가장 큰 불만이야.”곽승재는 할 말을 잃었다.더 이상 고은서와 입씨름하지 않고 젓가락을 들어 밥을 먹기 시작했다.그야말로 싱거운 한 끼 식사였지만 물론 그건 곽승재의 일방적인 생각이었다.고은서는 그래도 맛있게 잘 먹었다. 고기도 많이 먹고 국물도 많이 마시고 죽도 한 그릇 싹 비웠다.배불리 먹고 나서 그녀는 동그란 아랫배를 토닥이며 말했다.“아주머니, 나 산책하러 가요!”말을 마친 그녀는 긴 외투를 아무렇게나 걸치고 문을 나섰다.날이 이미 어두워져 사방의 불빛이 밝아졌다.별장 구역의 녹화가 잘 되어 있어 곳곳에 잔디와 나무가 있었고 멀지 않은 곳에 작은 호수도 있었다.고은서는 풍경을 감상하면서 천천히 소화를 시켰다.그녀가 호숫가의 한적한 곳을 걷고 있을 때, 검은 캡을 쓴 두 남자가 갑자기 그녀의 길을 막았다.“당신들 뭐야?”고은서가 경계하며 뒤로 물러섰다.갑자기 훈련관 밖에서 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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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화

그러자 남자는 뭐라고 적힌 종이 한 장을 고은서 앞에 내밀었다.고은서는 물론 함부로 서명할 엄두가 나지 않아 동의하며 종이를 받아 그들이 긴장을 풀게 한 뒤 휴대전화로 경찰에 신고하려고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휴대전화에 손을 대는 순간 등 뒤에서 갑자기 누군가 손을 내밀어 그녀를 뒤로 밀었다.“악!”고은서는 놀라서 비명을 지르고 주먹을 휘두르고 다리를 허우적대며 상대와 싸우려 했다.“잘 봐. 나야!”익숙한 곽승재의 목소리에 고은서는 그제야 몸부림을 멈췄다.그녀가 고개를 들자 과연 곽승재의 얼굴이 보였다.하지만 여기는 좀 외지고 가로등 불빛도 어두워 고은서는 곽승재의 표정이 잘 안 보였다.“당신이 여긴 어쩐 일이야? 방금 그 사람들은?”고은서가 겁이 나서 고개를 돌려 보니 그림자도 없었다.“도망갔어.”곽승재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산책한다더니 왜 여기까지 왔어?”방금 날카롭게 세웠던 긴장감이 갑자기 풀리고 나니 고은서는 다리가 나른해져서 아예 옆에 있는 돌에 털썩 주저앉았다.“그냥 생각 없이 걷다가 여기까지 왔어. 그런데 저런 사람들을 마주칠 줄 어떻게 알았겠어. 신고해! 얼른 경찰에 신고해.”고은서가 휴대전화를 꺼내자 곽승재가 엄숙하게 말했다.“됐어. 경찰이 와도 이미 아무런 증거도 없어. 내가 사람 시켜서 조사할게.”“증거가 왜 없어?”고은서는 그 종이를 들어 올리려고 보니 손이 텅 비어 있었다.곽승재는 그녀의 생각을 알아채고 차근차근 설명했다.“딱 봐도 베테랑이야. 눈치 채고 종이를 뺏어 도망쳤는데 무슨 증거를 남겼겠어?”고은서는 휴대전화를 꺼내 경찰에 신고하는 데 여념이 없어 곽승재의 접근도 눈치채지 못했다.“일단 가자.”곽승재가 재촉하자 고은서가 고개를 저었다.“잠깐. 다리에 힘이 풀려서 좀 더 쉬어야겠어.”곽승재가 무슨 표정으로 그녀를 흘겨보았는지 모르지만 뜻밖에도 그녀 앞에 반쯤 쪼그려 앉았다.고은서는 그의 이 동작의 뜻이 좀 믿기지 않았다.“빨리 안 올라와?”곽승재가 인내심을 잃고 재촉하자 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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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화

고은서는 지금 그와 말다툼할 기분이 아니었다.그가 자신을 엎고 싶어 하든 아니든 어쨌든 힘든 건 그녀가 아니었다.오랫동안 그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했으니 이번에는 그녀가 누리는 복리후생이라 생각하기로 했다.그러자 고은서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곽승재의 어깨에 두 손을 얹고 몸을 뒤로 젖혀 그를 노동자로 여기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곽승재는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리고는 잠시 화를 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몰랐다.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다정해 보이면서도 왠지 모르게 거리감 있는 자세로 집에 도착했다.고은서가 내려가 신발을 갈아 신으려는데 곽승재가 여전히 그녀를 업고 있다.“나 업고 위층에 올라가려고?”“어차피 여기까지 업고 왔는데 뭐.”말하면서 그는 그녀를 업고 위층으로 올라갔다.인기척을 듣고 나온 이미숙이 부부의 다정한 모습을 보고 활짝 웃더니 급히 부엌으로 숨었다.그녀의 행동을 전부 지켜본 고은서는 할 말을 잃었다.방에 돌아와서야 곽승재는 고은서를 내려놓았다.오랫동안 여자를 업은 그는 팔이 좀 시큰거려서 손을 뻗어 주물렀다.이렇게 명백한 암시 동작, 고은서는 당연히 무슨 뜻인지 알아챘다.예전의 고은서였으면 마음 아파하며 주물러주며 많이 힘들었냐고 수줍게 물었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의 고은서는 덤덤하게 그를 밀쳐내고 말했다.“비켜줄래? 나 화장실 갈래.”곽승재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다.“고은서, 내가 너 업고 여기까지 왔는데 기본적인 예의도 없어?”큰 공을 세운 건 아니어도 노고를 치렀는데 고은서가 대충 넘어가는 건 좀 아니었다.고은서가 씩 웃더니 말했다.“고생했어. 근데 나 업어달라고 강요한 적 없어. 혼자 걷겠다는데 당신이 고집한 거야. 그러니까 팔이 아픈 건 당신이 감당해야 할 몫이지 내가 주물러 줄 의무는 없어.”마치 이전의 그녀가 곽승재를 위해 차를 날라주고 관심과 안부를 전했던 것처럼 곽승재는 그녀에게 그렇게 하도록 강요한 적이 없었다.그녀 스스로 그렇게 하면 그를 감동시킬 수 있다고 여겼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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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화

도아름이 괜찮다는 것을 알고 나서야 고은서는 아까의 일을 그녀에게 말했다.“서인수가 보낸 사람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만약을 대비해 언니도 오늘은 외출하지 마세요.”“그 인간이 감히 은서 씨한테 손을 대요? 반드시 사람을 보내 혼내야겠어요!”도아름은 고은서가 협박받았다는 말을 듣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고은서가 황급히 말렸다.“언니가 물어도 어차피 인정하지 않을 거니까 오히려 꼬투리 잡힐지도 몰라요. 난 그저 언니가 서인수에게 들키지 않게 조심하라고 알려주고 싶었을 뿐이에요.”“그 인간 감히 나 못 건드려요!”“내 손에 그 인간 약점이 한두 개가 아니거든요. 그래도 한때 부부였고 우리 애 아빠이니 살살 다룬 건데. 만약 정말 은서 씨한테 그런 짓을 했다면 나 그 인간이랑 끝까지 싸울 거예요!”고은서는 마음이 조금 따뜻해졌다.도아름과 나이 차이는 있지만 그녀는 사랑한 만큼 미워할 줄도 아는 사람이었으니 사귈 만 한 친구였다.“아름 언니, 화내지 마세요. 곽승재가 이 일을 조사하겠다고 했으니 소식 있으면 알려줄게요.”두 사람은 몇 마디 더 한 후에야 전화를 끊었다.그날 밤 고은서가 잠들 때까지 곽승재는 침실로 돌아가지 않았다.아마 그녀에게 화가 났을 것이다.줄곧 그를 쫓아다니며, 그의 희로를 자신의 희로로 여겼던 사람이 갑자기 그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 누구나 속으로 불편할 것이다.외할아버지가 말씀한 곽승재의 변화는 대개 그런 불편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그가 불편하든 아니든 그녀만 기쁘면 된다.다음날, 고은서는 일어나도 곽승재를 만나지 못했는데 어젯밤 그 두 남자에 관한 단서를 찾았는지 모르겠다.시간을 보고 고은서는 외삼촌과 외숙모랑 식사하기로 했다.그들을 통해 고은혜가 출국할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려는 것도 있고 그들과 이혼에 대해 결단을 내고 싶은 것도 있었다. 그녀는 결코 힘 있는 곽씨 가문의 사모님이 아니었으니 이혼하는 일은 그들이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그녀의 요청에 외삼촌 내외는 거절하지 않았다.외숙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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