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까지 동의하자 단은숙은 단호하게 고은서를 끌고 나갔다.“승재야, 이혼은 생각도 하지 마. 은서가 충동적으로 한 말일 거야, 우리가 가서 잘 타이를게.”마음이 놓이지 않았던 고국성이 한마디 더 덧붙이자 곽승재는 짜증만 부리는 고은서를 보며 말했다.“삼촌, 억지로 그러실 필요는 없어요. 저도 할머니 아니었으면 이혼 고민할 이유도 없었을 거예요.”“절대 억지 아니지, 억지일 리가 없잖아.”고국성이 다급하게 부정을 했다.“고 여사님이 우리 은서를 얼마나 예뻐하시는데, 여사님을 봐서라도 우리 은서 한 번만 봐줘.”말을 마친 고국성도 발버둥 치는 고은서를 같이 밀며 방을 나섰고 곽승재는 쓰레기통에 던져진 종이 쪼가리를 한번 보더니 주름 하나 없는 정장을 쓸어내리고는 회의실로 들어갔다....차 안의 분위기는 엄숙하기 그지없었다.화를 눌러 참는듯한 얼굴의 고국성과 단은숙은 고은서가 도망가는 걸 막으려고 표정을 굳히고 그녀의 양옆을 지키고 앉았다.한편 고은서는 이혼합의서까지 다 받아냈었는데 반응할 시간도 없이 벌어진 뜻밖의 상황에 모든 일이 수포가 되자 우울해져 있었다.지금 상황을 보니 삼촌과 외숙모는 절대 그녀의 이혼을 허락해주지 않을 것 같았다.고은서는 어릴 적부터 할아버지, 엄마와 함께 살았고 삼촌은 도시에 따로 살았기에 가끔 만나 밥을 먹을 때도 어른들끼리 일 얘기를 하느라 고국성도 고은서에게 큰 관심을 주지 않아서 둘 사이가 그리 가깝진 못했다.하지만 고국성은 어쨌든 할아버지의 아들이고 또 고 씨 집안의 사업을 책임지고 있었기에 고은서는 그에게 모르는 사람한테 대하는 것처럼 아무 상관 말라고 할 수는 없었다.일단은 할아버지도 곧 이혼 사실을 알게 되실 테니 그 관문부터 넘어야 했다.이혼합의서는 어쩔 수 없이 곽승재에게 다시 한번 사인을 받아내야 할 것 같았다.생각 정리를 마친 고은서는 창문에 기대어 잠든 척을 했다.그렇게 한 시간을 넘게 달려 차는 할아버지 댁에 도착했고 고은서는 바로 할아버지에게로 달려가려 했지만 단은숙에 의해 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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