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221화

Author: 류한나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10-29 19:42:56
육현석은 곽승재의 상황을 설명하고는 또 말했다.

“형수님, 지연 씨, 저도 아버지랑 밥 먹기로 해서 이만 들어가 봐야 할 것 같아요. 우리 나중에 시간이 될 때 다시 모여요.”

“그래요.”

박지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 뒤로 고은서와 박지연은 여러 가지 특색이 있는 온천탕을 체험하고 예쁜 사진도 많이 찍으면서 여유로운 오후 시간을 보냈다.

저녁 시간 때 박지연은 밖에 나가 온 닥터와 통화하고 있었기에 고은서는 먼저 레스토랑에 갔다.

저녁 식사의 장소는 산장에 있는 호화로운 레스토랑이었다.

비록 이 레스토랑도 뷔페 형식이지만 음식은 온천 구역의 스낵과 바비큐보다 훨씬 좋았고 회, 성게, 호주 랍스터 등이 있었다.

종일 물놀이 하느라 배가 많이 고팠던 사람들은 맛있는 것을 보자마자 눈이 번쩍 뜨였다. 일부 젊은 친구들은 수저를 사용하는 게 귀찮아서 맨손으로 랍스터를 들고 먹기 시작했다.

고은서는 그들의 털털함과 맘껏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배가 고파졌다.

전생에 정신병원에서 많은 굶주림을 당해서인지, 이번 생에 고은서는 음식에 대한 애착이 훨씬 강해졌다.

집에 있을 때 고은서는 혼자 밥을 먹는 경우가 많았다. 설사 곽승재가 집에 있다고 해도 너무 우아하게 밥을 먹어서 고은서는 그가 밥을 먹는 게 아니라 광고를 찍는 것처럼 느꼈고 전혀 입맛을 돋우지 못했다.

그러나 여기서 사람들이 팔을 걷어 올리고 마음껏 먹는 모습을 보니 고은서도 식욕이 폭증했다.

고은서는 이것저것 많이 챙겨서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너의 음식을 빼앗아 먹는 사람도 없는데 왜 그렇게 급하게 먹어?”

고은서가 흐뭇하게 먹고 있을 때 곽승재가 갑자기 나타났다.

그는 이미 자주 입는 셔츠로 갈아입었고 소매를 걷어 올리고, 가슴팍의 두세 개 단추를 풀어놓아 건장한 가슴을 드러냈다.

“왜 넋이 나갔어? 일단 입에 있는 것부터 삼키고 봐.”

곽승재는 두 볼이 빵빵한 고은서가 햄스터 같아 보였고 그녀의 이마 끝에 드리워진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주고 싶은 마음이 저도 모르게 생겨났다.

고은서는 경계하듯
Locked Chapter
Continue to read this book on the APP

Related chapters

  • 어게인, 비긴   제222화

    곽승재의 검은 눈동자는 고은서와 마주쳤다.“그때 당시 상황이 그 물음을 대답하기 적합한 타이밍이었다고 생각해?”고은서는 아무 이유 없이 과일로 백유미를 내리쳤고, 또 백유미의 목을 졸라 죽일 기세였다.곽승재는 고은서의 미친 행동에 충격을 받아 그녀의 생트집 잡는 질문을 상대할 여지가 없었다.고은서는 곽승재의 그윽한 눈동자가 불편하게 느껴졌지만,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면서 말했다.“당신이 백유미 씨와 결혼하든 말든, 내가 상관할 일이 아니야.”“은서야...”“지연아, 이쪽!”곽승재가 더 말하려고 했지만, 고은서는 그의 말을 끊고 입구에 나타난 박지연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박지연은 두 사람 앞에 걸어와서 말했다.“승재 씨, 일 다 보셨어요?”곽승재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했다.“둘이 얘기 나누세요. 저는 저쪽에 다녀올게요.”“무슨 일 있었어? 너와 승재 씨의 분위기가 이상해 보이는데?”박지연이 물었다.고은서는 조금 전에 곽승재가 자신한테 했던 말들을 숨기지 않고 박지연에게 말해주었다.“승재 씨는 네가 삐졌을까 봐 백유미 씨를 내쫓지 않는 이유를 특별히 설명한 거네.”박지연이 말했다.“내가 승재 씨가 너에게 감정이 있고, 너와 이혼하기 싫어한다고 계속 말했잖아. 이제는 내 말을 믿을 수 있겠어?”고은서는 박지연에게 눈총을 쏘아붙이며 말했다.“난 그게 나한테 감정이 있다는 말인지 모르겠어. 설사 그 사람이 나에게 감정이 있다고 해도 난 이혼할 마음을 바꿀 생각이 없어.”박지연은 참지 못하고 말했다.“은서야, 네가 승재 씨를 그렇게 오래 사랑했는데, 이제 겨우 희망이 보이는데, 왜 인제 와서 물러서는 거야? 얼마나 많은 여자가 승재 씨 같은 남자와 결혼하고 싶어 하는데, 너 정말 후회하지 않겠어?”고은서는 확고하게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후회하지 않을 거야.”전생에 고은서는 곽승재에게만 너무 집착하여 많은 아쉬움을 남겼었다.그녀는 외할아버지를 제대로 모시지 못했고, MQ를 지키지 못했고, 좋아하는 일을 하지 못했으며, 인

  • 어게인, 비긴   제223화

    고은서는 박지연이 가리키는 곳으로 눈길을 돌리니 진짜 곽승재의 모습을 보았다.캐주얼 셔츠를 입은 곽승재는 키가 훤칠하고 카리스마가 돋보였으며, 시크하고 우아한 온 닥터와 함께 서 있으니, 마치 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처럼 멋있고 눈이 부셨다.“우리 남편 아주 멋있네.”박지연이 감탄했다.고은서는 박지연을 툭 치며 말했다.“군침 좀 닦아.”“됐거든. 너도 승재 씨를 바라보는 눈빛이 만만치 않거든.”고은서는 박지연에게 눈총을 쏘았다.앞에 있던 두 남자는 그녀들의 말소리에 고개를 돌렸다.“여보, 승재 씨랑 아는 사이였어?”박지연은 온 닥터의 옆으로 걸어가서 팔짱을 끼며 말했다.온 닥터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안면이 있는 사이야.”온 닥터는 업계에서 평판이 매우 높아서, 많은 사회적 지위가 있는 사람들이 그와 친분을 맺으려고 했다.게다가 온 닥터는 병원의 우수대표로 정부의 공식 시상식에 자주 참석하였기에 우수한 사업가 곽승재와 안면이 있는 것도 이상하지는 않았다.박지연은 고은서를 소개했다.“당신도 만난 적이 있지만, 그래도 정식으로 소개할게. 이쪽은 나의 친구 고은서야. 승재 씨의 아내이기도 해.”온 닥터는 고은서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건넸고, 고은서는 미소로 답했다.온 닥터는 확실히 박지연이 말한 것처럼, 성격이 냉담하고 모든 사람에게 달갑지 않았다. 평소에 활발하고 장난기 많은 박지연이 온 닥터를 어떻게 견디는지 모를 일이었다.“온 닥터가 간만에 시간이 생긴 건데, 저희는 두 사람의 시간을 방해하지 않을게요.”곽승재는 자연스럽게 고은서의 어깨를 감싸 안았고 고은서도 짝을 맞춰 움직이지 않았다.온닥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럼 저희가 먼저 실례하겠습니다,”박지연도 우물쭈물하지 않고 말했다.“승재 씨가 은서와 함께 소화할 겸 산책 좀 해주세요. 은서가 아까 배 터지게 먹어서 지금 속이 불편할 거예요.”사람들 앞에서 배 터지게 먹었다는 말을 들은 고은서는 다소 민망함을 느꼈고 박지연을 노려보며 말했다.“네가

  • 어게인, 비긴   제224화

    곽승재는 고은서의 찡그린 미간을 보고 바로 이유를 알아차리고는 주민기에게 전화를 걸었다.“주변에 약국이 있는지 알아보고 사람을 시켜서 위약과 소화제를 좀 사 오세요.”고은서는 곽승재의 말을 듣고 자기도 모르게 전생의 기억이 떠올랐다.전생에 그녀는 다이어트를 너무 심하게 해서 가끔 위병을 앓곤 했다. 그날은 곽승재가 집에 있는 저녁이었다. 고은서가 곽승재에게 우유를 가져다줄 때 위가 아파서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고 우유도 하마터면 쏟을 뻔했지만, 곽승재는 그녀의 상태를 한마디도 물어보지 않았고 심지어 냉정한 얼굴로 나가라고 했었다.그러나 방금 고은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곽승재는 이미 자신이 불편해하는 것을 눈치챘고 알아서 사람을 시켜 약을 사 오라 했다.역시 남자는 세심함을 배우지 못하는 게 아니라, 사랑하지 않기에 세심하지 못한 것을 핑계로 삼는 것뿐이었다.고은서도 곽승재의 변화를 발견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그는 확실히 전생보다 고은서를 많이 신경 쓰고 있었다.그렇다고 해서 그녀는 이혼에 관한 생각을 바꾸지 않을 거지만, 곽승재를 집요하게 미워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어쨌든 이번 생에 곽승재는 백유미가 자신을 함부로 상대하게 놔두지 않았고, 자기 일에 무관심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왜 말이 없어? 위가 많이 불편해? 병원 갈까?”곽승재는 고은서의 곁에 다가가서 물었다.고은서는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아니야.”말을 마치고 고은서는 호텔에서 걸어 나오는 주민기를 보았다. 주민기는 외투를 걸치고 손에 차 키를 들고 있었는데, 아마도 고은서를 위해 약 사러 가는 길인 것 같았다.“실장님.”고은서는 주민기를 불러 세웠다.주민기는 고은서를 보고 마음이 덜컹 내려앉았다.어제 아침, 주민기가 곽승재에게 일을 보고할 때, 곽승재는 갑자기 그가 무슨 큰 잘못을 저질렀다는 듯이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흘겨보았다.이에 놀란 주민기는 자신이 GS 그룹에 입사해서부터의 모든 일을 돌이켜보았지만, 여전히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갈

  • 어게인, 비긴   제225화

    주민기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재빨리 차 키를 곽승재의 손에 밀어 넣고 부리나케 도망갔다.고은서는 도저히 참지 못하고 곽승재에게 물었다.“당신 도대체 실장님한테 무슨 말을 했길래 실장님이 날 보기만 하면 고양이를 만난 쥐처럼 도망가?”‘평소에 늘 승재의 주변을 따라다니던 민기 씨가 오늘에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은 것 같았어.’이 말을 듣자 곽승재는 기분이 잡쳐 미간을 찌푸렸다.“내가 실장님도 아닌데 그걸 어떻게 알아? 약 사겠다며? 가자.”고은서는 어이가 없었다.곽승재가 그 영문을 모른다는 말은 귀신도 안 믿을 소리였다.두 사람은 차를 향했다.고은서가 차에 올라타서 안전 벨트를 매자마자 안색이 창백한 백유미가 같은 주차장에 있는 것을 보았고 백유미도 두 사람을 보았다.“승재야, 은서 씨.”백유미는 머리를 짚고 허약한 목소리로 인사했다.“유미야, 너 어디 가려고?”곽승재가 묻자 백유미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이마의 상처가 염증 나서 많이 아파. 근데 약을 챙겨오는 걸 깜빡해서 일단 약을 좀 사 오려고 해.”곽승재가 말했다.“마침 우리도 나가려던 참이었어. 필요한 약이 있으면 나에게 보내줘. 내가 같이 사 올게.”백유미는 아픔을 참으며 고개를 저었다.“두 사람의 시간을 방해하지 않을게. 나 혼자서도 약 살 수 있어.”백유미가 아픔을 끙끙 참는 모습을 보고, 고은서는 소리 내어 중얼거렸다.“유미 씨의 상황이 아주 심각한 것 같은데 승재 씨가 직접 병원에 데려다줘. 난 혼자 택시 잡으면 돼.”이렇게 말하면서 고은서는 안전벨트를 풀었다.곽승재는 손을 내밀어 고은서를 붙잡으며 말했다.“기다려 봐.”백유미도 얼른 사과했다.“은서 씨, 화내지 말아요. 저는...”“불쌍한 척 그만 좀 해요!”고은서는 백유미를 향해 냉랭한 말투로 말했다.“정말 저를 괴롭히고 싶은 게 아니었다면, 왜 우리가 가는 곳마다 마침 유미 씨가 있는 거죠?”백유미는 눈시울을 붉히면서 가볍게 미안하다는 말을 한마디 하고는 재빨리 자기 차에 가서 차

  • 어게인, 비긴   제226화

    “길 안 보고 다닐래?”곽승재가 화를 내며 말했다.방금 하마터면 차에 치일 뻔한 고은서는 깜짝 놀라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나 왜 이래? 왜 갑자기 승재한테 화를 낸 거지? 게다가 그렇게 시큰둥한 말을 하다니...’고은서는 박지연의 말에 세뇌당한 것만 같았다. 곽승재가 그녀에게 잘해주고 이혼하기 싫어하는 모습을 보니 또 내심 희망을 품기 시작한 것이었다.고은서는 두려웠다.그녀는 곽승재의 꾸지람을 무시하고는 뒤로 한 발짝 물러서서 평온한 말투로 말했다.“쇼핑몰에 안 가고 단팥빵을 파는 가게를 찾아서 빵만 사면 돼.”곽승재는 고은서가 ‘당신과 상관없는 일이니 신경 쓰지 마’라면서 화낼 줄 알았다. 그러나 고은서는 화내지 않았을뿐더러 많이 침착해 보였다.곽승재는 당연히 고은서가 생떼를 부리지 않고, 할 말이 있으면 바로 얘기하는 지금의 반응이 더 마음에 들었다. 예전의 그녀는 고슴도치처럼 가시가 서 있어 전혀 소통할 수 없었다.두 사람은 다시 차에 올라탔고 곽승재는 손이 가는 대로 약봉지를 콘솔에 올려놓았다.그러고 나서 두 사람은 단팥빵을 파는 노포를 찾아갔다.가게는 장사가 잘되는지 많은 사람이 줄을 서고 있었다.고은서가 안전벨트를 풀고 차를 내리려 할 때 곽승재는 그녀가 얇은 옷을 입고 있는 것을 보고 말했다.“당신은 차에서 기다리고 있어. 내가 내려가서 사 올 게.”이 말을 듣고 고은서는 안전벨트를 풀던 동작을 멈추었다. 곽승재가 차에서 내린 후 고은서는 속이 계속 불편해서 약 봉투를 열어 소화제를 찾아 먹었다.그러고 나서 고은서는 목을 축이려고 차 안에 있는 작은 냉장고에서 생수 한 병을 꺼내 마셨다.그러나 물병을 딸 때 힘을 잘 조절하지 못해 안장과 옷에 물을 많이 쏟았다. 고은서는 얼른 휴지를 뽑아 물기를 닦았고 그러다가 실수로 곽승재가 백유미에게 사준 약을 바닥에 떨어뜨렸다.처방 약은 위생을 고려하여 모두 작은 투명 봉지에 따로 담겨있었고 약품 명칭과 용량이 표시되어 있었다. 고은서는 약 봉투를 들어 대충 물이 젖지 않은

  • 어게인, 비긴   제227화

    곽승재는 태연한 얼굴로 대답했다.“회사 사람들이 다 우리가 금실인 줄 아는데 각방을 쓴다는 게 말이 돼?”‘이혼하기로 약속한 날짜가 일주일밖에 안 남아 나중에라도 사람들이 어떻게든 다 알게 될 텐데.’고은서는 곽승재가 또 자신이 삐진 거로 생각할까 봐 그의 말에 토를 달지 않고 비아냥거렸다.“당신의 생리적 욕구를 해결해줄 여자가 필요한 거라면 그 기회를 노리고 있는 사람이 널리고 널렸어. 굳이 나에게서 괴로움을 살 필요 없잖아.”말이 너무 날카로워서인지 곽승재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점심때는 네가 발이 미끄러워서 내 품에 안긴 거잖아. 나도 남자고 스님이 아닌 이상 네가 그렇게 적게 입고 나에게 바짝 붙어있는데 어떻게 생리적 반응이 안 일어나겠어?”“...”역시 곽승재다운 대답이었다.점심때는 확실히 고은서가 부주의로 발이 미끄러져서 곽승재의 품속에 안긴 것이었다.고은서는 곽승재와 꼬치꼬치 따지기 귀찮아서, 그가 책상을 차지하도록 내버려 둔 채 화장실에 들어가 머리를 감고 샤워를 했으며 또 스프레이로 자신의 어깨에 약을 뿌렸다.손을 깨끗이 씻은 다음 고은서는 팩을 붙이고 또 케어를 조금 했다. 이 모든 것은 앞뒤로 한 시간 정도 걸렸다.고은서가 화장실에서 나올 때 곽승재는 여전히 컴퓨터 앞에 앉아 메일을 보고 있었다.곽승재의 사무가 바쁜 것을 보고 고은서는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 적어도 다른 쓸데없는 생각을 가지지 않아도 되었다.고은서는 바로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아 다시 화장실에 가서 살짝 젖어 있는 머리를 말리려 했다.막 화장실에 들어설 무렵 고은서는 곽승재의 전화벨이 울리는 것을 들었다.전화를 받고서 상대방이 무슨 말을 했는지 곽승재의 말투가 갑자기 엄숙해졌다.“어쩌다가 그런 거야? 나 바로 갈게.”그의 모습을 보아하니 급한 상황인 것 같았다.고은서가 잠시 생각하고 있을 때 곽승재는 그녀에게 눈길을 돌렸다.곽승재는 무슨 말을 하려다가 또 무언가 생각났는지 입술을 오므렸다. 결국, 그는 아무 말도

  • 어게인, 비긴   제228화

    ‘나도 가야 한다고?’그러나 고은서가 몇 마디 더 묻기도 전에 곽승재는 이미 전화를 끊었다.그리고 이때 문밖에서 주민기의 의젓한 목소리가 들렸다.“사모님, 준비 마치고 밑으로 내려오시면 됩니다. 저는 먼저 내려가서 차를 찾겠습니다.”곽승재의 일 처리 속도는 워낙 빨랐다. 고은서가 망설이거나 거절한 시간도 없이 주민기는 이미 문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다.고은서는 잠옷을 벗고 아방한 티로 갈아입은 후 작은 가방을 들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오밤중에 무슨 일로 나의 금 같은 수면 시간을 방해하는지 거야.’고은서는 조금 툴툴거리며 차 뒷좌석에 앉았다.가는 길에 주민기는 열심히 차만 몰았다.고은서는 주민기가 자신에게 말 걸 생각이 없는 것을 보고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다.“승재가 실장님에게 뭐라고 했어요? 왜 이제 저랑 말도 안 해요?”주민기는 이실직고할 리 없었다.“사모님, 별일 없었습니다. 대표님은 그저 저보고 맡은 바 일을 잘 처리하고 사모님을 잘 모시라고 했습니다.”주민기가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차린 고은서는 더 캐묻지 않았다.약 이십 분이 걸려 주민기는 고은서를 병원에 데려다주었다.“사모님, 대표님은 응급실에 계십니다. 응급실까지 안내해 드릴까요?”주민기가 물었다.“괜찮아요. 저 혼자 갈게요.”고은서는 고개를 저으며 이상해서 물었다.“누가 응급실에 실려 간 건데요?”주민기가 대답했다.“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사모님, 그럼 저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네.”‘누가 응급실에 실려 갔길래 날 부른 거지? 설마 지연이는 아니겠지?’고은서는 이런 생각이 떠오르자 저도 모르게 발걸음을 재촉했다.그녀는 다급하게 응급실로 올라갔지만, 응급실 밖 복도에서 곽승재를 보지 못했고, 오히려 나이가 쉰 남짓한 남자가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남자는 배가 조금 나와 있었고 얼굴에는 초조함이 서려 있었다.고은서는 머릿속으로 되새겨보았지만, 이 남자에 대한 인상이 떠오르지 않았다.그녀는 딴생각을 제쳐두고 핸드폰을 꺼내 곽승재

  • 어게인, 비긴   제229화

    백승엽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는 곽승재가 전화를 받으면서 비상문을 열고 나오는 것을 보고 얼른 말했다.“승재야, 유미가 이렇게 큰 고통을 받았는데 네가 꼭 범인을 찾아내야 한다!”곽승재는 고은서를 바라보았고 고은서는 무표정으로 그의 시선을 받아드렸다.고은서는 백승엽의 입에서 일의 자초지종을 대충 알아들었다.산장에서 백유미는 곽승재가 사다 준 약을 먹고 탈이 나서 병원에 실려 와 위를 씻었고 백승엽은 고은서가 이 일을 저지른 거로 생각하고 있었다.‘승재가 부랴부랴 나갔던 건 백유미가 병원에 실려 갔기 때문이었구나. 그리고 날 병원으로 부른 것도 백유미 때문이고.’“아버지, 오해가 있었던 것일 수도 있어요. 승재를 난감하게 하지 말아요.”백유미는 또 허약한 목소리로 말했다.“유미야, 다른 사람을 그렇게 생각해줄 필요 없어!”백승엽은 마음이 아팠다.“예전부터 이 고은서 씨가 몇 번이고 널 해코지해서 다치게 했던 거 기억 안 나? 저번에 너의 외숙모한테서 듣지 않았더라면, 난 네가 그런 억울함을 당했는지도 몰랐어!”백유미는 아픔을 참으며 말했다.“크게 다친 것도 아닌데요. 별일 아니었어요. 그리고 승재도 은서 씨 대신 사과했고요.”“크게 다치지 않았기는, 내가 바보인 줄 알아? 네가 머리를 맞아서 피를 흘렸고 목도 졸려서 파랗게 멍들었잖아. 승재가 제때 도착하지 않았더라면, 넌 이미 저 여자 손에 죽었을 거야!”백승엽이 말했다.“이번에 어떻게든 죄를 물어야겠어!”말을 마치고 백승엽은 기세등등하게 고은서를 노려보았다.마침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곽승재는 담담하게 말했다.“아저씨, 우리 일단 병실에 가서 얘기해요.”“그래. 승재 말대로 하자.”백승엽은 화를 억누르며 백유미의 침대를 밀고 엘리베이터에 탑승하려고 했다.그러나 엘리베이터 옆에 서 있는 고은서는 발을 움직이지 않았다.곽승재는 놀라지 않고 그녀를 한눈 쳐다보며 말했다.“같이 병실에 가자.”고은서는 냉소하며 말했다.“이 일이 나랑 무슨 상관이고 날 왜 여기로 부른 건데

Latest chapter

  • 어게인, 비긴   제457화

    곽승재의 행동을 보고 오해를 한 듯 엘리베이터 밖에 서 있던 커플이 그를 향해 사과했다.“죄송합니다. 여자친구분을 미처 보지 못하는 바람에...”“여자친구 아니에요. 그냥 낯선 사람일 뿐이에요.”곽승재가 차가운 목소리로 상대방의 말을 끊었다.커플은 순간 입을 꾹 다물었다.고은서는 속으로 콧방귀를 뀌고는 이내 자신의 룸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고은서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곽승재의 표정이 더 어두워졌다.“대표님, 화내지 마세요. 아까 그 여자...”여자가 말하면서 다정하게 그의 팔짱을 끼려고 할 때, 곽승재가 한기 가득한 눈빛으로 그녀를 쏘아보았다.여자가 분위기를 전환하려고 몇 마디 더 보태려고 할 때 곽승재는 이미 뒤도 돌아보지 않고 룸으로 향했다.그러나 두 사람이 예약한 룸은 다름 아닌 고은서의 맞은편 룸이었다.이를 발견한 여자는 또다시 멈칫했다. 그녀는 두 사람 사이가 심상치 않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하지만 그녀가 곽승재한테 빌붙으려 하는 데는 별 상관이 없었다.여자는 연회에서 곽승재에게 첫눈에 반했다. 그녀는 여러 업계를 오가면서 사람 보는 눈이 꽤 높았는데 대부분 남자들은 잘난 체를 하지 않으면 또 다른 여러 가지 일로 맘에 안 드는 일이 일쑤였다. 그러나 곽승재처럼 뼛속으로부터 우러져 나오는 고귀한 기품을 가진 남자는 어디 가나 매력적일 수밖에 없었다.그녀 또한 그에게 푹 빠진 것이다.처음에는 자신을 냉대하는 곽승재를 보면서 낙심하긴 했으나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매력을 어필했다. 끝내 연회가 끝나기 전에 곽승재는 무언갈 떠올렸는지 그녀에게 눈길을 주었다.수많은 남자를 만나본 그녀는 이내 그의 뜻을 깨닫고 그에게 대신 운전해서 데려다주겠다고 먼저 건의했다.아니나 다를까, 곽승재는 그녀에게 호텔 이름을 댔다.여자는 애써 흥분을 억누르고 곽승재와 함께 호텔로 향했다.하지만 곽승재는 프런트 데스크에서 룸만 예약하고 로비에 앉아 부하들과 온라인미팅을 했다.얼마나 지났을까, 여자가 농락을 당했다고 생각하려는 찰나 그

  • 어게인, 비긴   제456화

    곽승재는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의외네. 내 이름을 다 기억하다니.”‘머리에 문제 있는 거 아니야? 쓸데없는 고집을 부리면서 왜 비아냥거리며 난리야?’엘리베이터는 문이 너무 오래 열려있은 탓에 경보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곽승재가 길을 비켜줄 생각이 없어 보이자 고은서도 더는 그와 다투기 싫어 엘리베이터 버튼이 있는 구석에 서 있었다.엘리베이터가 올라가는데 일이 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기에 그저 참을 생각이었다.이내 곽승재가 엘리베이터에 들어서면서 경보 소리가 멈추고 문이 닫히면서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몇 층으로 가세요?”고은서가 곽승재랑 함께 온 여자에게 물었다.여자는 그녀를 아래 우로 훑어보더니 자랑이라도 하는 듯 턱을 받쳐 들고 말했다.“그쪽이랑 같은 층이에요.”‘나랑 같은 층이라고? 진짜 엿 먹이려고 작정한 거야?’고은서는 미간을 찌푸렸다.엘리베이터 각 면에 거울이 있었기에 그녀는 곽승재와 여자의 행동을 엿볼 수 있었다.여자는 곽승재 곁에 꼭 붙어서 물었다.“대표님, 저분과 아는 사이세요?”자신의 얘기가 나오자 고은서는 고개를 푹 숙이고 못 들은 척했다.곽승재는 콧방귀를 뀌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여자도 눈치 있게 더는 캐묻지 않고 그에게 애교부리기 시작했다.“대표님, 이 호텔 레스토랑 음식이 엄청 유명하다고 들었는데, 오늘 저녁에 아무것도 드시지 않은 것 같으신데 웨이터한테 우리 룸으로 가져다 달라고 할까요?”곽승재는 아주 덤덤하게 답했다.“하고 싶은 대로 해.”“그럼 저 와인도 같이 주문해도 될까요?”여자는 곽승재의 대답에 점점 더 담이 커졌다.“오늘 대표님 대신 운전하느라고 연회 때 한 모금도 마시지 못했단 말이에요. 보상은 해줄 거죠?”곽승재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이었다.“응.”그의 대답을 얻은 여자의 목소리가 방금전보다 더 애교스러워졌다.“고마워요, 대표님.”‘우웩, 토할 것 같아.’고은서는 그녀의 목소리에 속이 울렁거린 탓에 저도 모르게 그녀를 힐끗 쏘아보았다.“왜, 의견이라도 있

  • 어게인, 비긴   제455화

    민시후는 성가시다는 듯 그녀를 째려보면서 말했다.“자기애가 너무 넘치는 거 아니야? 내가 이혼까지 했던 너를 왜 좋아해?”고은서는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그녀와 함께 연기하면서 이미 귀찮은 일들을 많이 겪었는데 진짜 그녀를 좋아하게 된다면 성가신 일이 지금보다 더 많을 것이다.게다가 고은서는 더는 사랑이란 단어에 속박당하고 싶지 않았다.호텔 앞에 도착했을 때 고은서는 민시후한테 내리지 말라고 말했다.“나 혼자 들어가면 돼.”“확실해?”“응.”민시후는 그녀를 힐끗 보더니 이내 아무 말 없이 떠났다.고은서는 호텔 로비로 들어가면서 박지연에게 연락했다.그러나 전화가 통하기도 전에 프런트 데스크 앞에 서 있는 익숙한 모습을 발견했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곽승재였다.그의 옆에는 화려한 옷차림을 한 여자 한 명이 서 있었다.이십 대 좌우로 보였는데 손에는 명품백을 들고 있었고 아주 화려한 옷차림에 몸매도 우월했다.함께 서 있는 두 사람은 마치 선남선녀 같았다.이를 본 고은서는 미간을 찌푸렸다.‘뭐 하자는 거지? 내가 이 호텔에 있는 걸 알면서도 굳이 여자를 데리고 여기로 온다고? 해성에 다른 호텔이 없는 것도 아닌데.’“은서야, 괜찮아?”전화 너머로 박지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고은서는 이내 시선을 돌리고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으며 답했다.“응. 너 온 닥터랑 얘기 나눠봤어? 왜 그 여자랑 함께 카페로 갔는지는 물어봤고?”“물어봤지. 다른 친구가 유혜린이 귀국한 거 알고 같이 밥 먹자고 했대. 그런데 종일 수술하면서 피곤해서 그저 같이 커피 사러 간 거라고 했어.”“그게 다야?”고은서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면서 말했다.“응.”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고은서 안으로 걸어 들어가면서 물었다.“다친 손이 괜찮은지는 안 물어보고?”“연고 가져다줬어. 병원으로 새로 개발한 건데 흉터 없애는 데 좋다면서 주던데.”“그 외에는 아무 말도 없었어?”고은서가 닫힘 버튼을 누르면서 캐물었다.“잠시만요.”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려고 할 때

  • 어게인, 비긴   제454화

    고은서가 되물었다.“왜 그렇게 묻는 거야?”민시후는 콧방귀를 뀌면서 답했다.“백씨 집안 프로젝트를 산통 깨는 거 왜 나한테 부탁하지 않고 송민준한테 부탁한 거야? 목적이 분명하잖아.”고은서는 참지 못하고 반박했다.“그냥 너한테 빚지기 싫어서 그런 건데.”“우리 둘 사이에 무슨 빚 같은 소리를 하고 그래. 나한테 널 깊이 사랑하는 캐릭터를 유지하라고 한 사람은 너잖아.”민시후가 불만스러운 듯 말했다.“그럼 송민준도 내 속셈을 알아차렸다는 거네.”“알아차리라지 뭐. 게다가 송민준 집안 도우미가 그런 짓을 했는데 네가 의심하는 것도 아주 당연한 일이지 않아? 걔도 자신이 무고하다는 걸 증명할 의무가 있잖아.”민시후는 별로 개의치 않았다.고은서는 민시후가 자신을 이 정도로 지지할 줄은 전혀 생각 못 했다.“그런데 그 도우미가 수상하긴 해. 처음부터 모든 걸 혼자 안고 갈 생각이었으면 숨을 필요가 없잖아. 게다가 왜 송민아 전화는 받지 않으면서 송민준한테는 저렇게 쉽게 걸려든 거지?”민시후는 그녀가 쓸데없는 생각을 한다고 비아냥거리는 대신 그녀에게 주의를 주었다.“이번에는 너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으니까 그냥 넘어가 줄 거야. 그런데 다시는 송민준 앞에서 꼼수 부릴 생각하지 마. 네가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니까. 나도 감히 못 건드리는 존재라고.”고은서는 민시후의 말을 들으면서 처음에는 고개를 끄덕였는데 마지막 한마디를 듣자마자 참지 못하고 반박했다.“제발 총명한 척 그만해줄래?”민시후는 콧방귀를 뀌고 말했다.“너보다는 총명하지. 게다가 내가 멍청하다고 생각했으면 날 찾아와서 협력을 제안하지 않았을 거잖아.”고은서는 너무 어이가 없었다.“민 도련님, 겸손한 것도 일종 미덕이에요.”“이미 충분히 우수해서 그 어떤 미덕도 나에겐 금상첨화일 뿐이야. 딱히 너무 중요하진 않다는 생각이 드네.”...두 사람은 곧장 ZY 그룹으로 돌아갔다.고은서도 정식으로 회사 직원들에게 인사했다.전에 입사 활동에도 많은 사람들이 참여한 데다가 그

  • 어게인, 비긴   제453화

    투약한 간호사도 전에 이미 곽승재에 의해 경찰서로 넘겨졌는데 그녀의 증언에도 진희숙만 언급되었다.고은서는 이 모든 결과를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그녀는 속으로 백유미의 신중함을 탄복했다. 그녀가 경각심을 낮추지 않고 제때 녹음하면서 증거를 남겼더라면 지금처럼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가만히 있는 일은 없을 것이다.당사자로서 고은서는 경찰 조사에 협조한 후 나머지 일을 변호사에게 맡겼다.“걱정하지 마세요. 증거가 확실하니까 상응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겁니다.”송민준이 말했다.고은서는 입술을 깨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진정으로 대가를 치르길 바라는 사람은 백유미이지 대신 누명을 쓴 진희숙과 간호사가 아니었다.“우리 민아도 잘못한 곳이 있으니 제가 대신 사과드릴게요. 원하는 보상이라도 있으시면 얼마든지 말하세요. 제가 최선을 다해서 보상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송민준이 말을 이어갔다.“보상은 필요 없어요. 괜찮다면 제 부탁 하나 들어주시죠.”고은서가 말했다.“무슨 부탁이요?”“백씨 집안에서 요즘 여러 프로젝트를 도맡아 하고 있다던데, 그 프로젝트들을 저 대신 산통 깨주세요.”고은서도 민시후를 통해 알게 되었는데 곽수혁이 GS그룹 일에 끼어들면서 백씨 집안에 큰 도움을 줬다고 한다.그녀의 말을 들은 송민준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송민아 보고 나한테도 그만 집적거리고 해. 나도 스트레스 그만 받고 싶어.”옆에 있던 민시후가 갑자기 말을 보태었다.송민준은 민시후를 보면서 덤덤하게 말했다.“시후야, 민아가 어릴 적부터 널 좋아한 걸 너도 알고 있잖아. 민아가 포기하지 않는 이상 우리도 곁에서 어쩔 수 없어.”그의 말을 들은 민시후는 성가시다는 듯 직설적으로 말했다.“난 어릴 적부터 송민아가 싫었다고. 사람 피곤하게 만드는 데는 진짜 짝이 없다니까.”송민준은 그의 말에 답하지 않고 시선을 고은서에게로 돌리며 물었다.“이혼했다고 들었는데 혹시 시후랑 함께 있을 생각이신가요?”‘소식이 빠르네.’이혼한 지 며칠 되지도 않

  • 어게인, 비긴   제452화

    “걱정하지 않아도 돼. 민아 데리고 오지 않았으니까.”송민준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말을 이어갔다.“혹시나 또 고집부리면서 기분 나쁘게 할까 봐 오늘 너희랑 만난다는고 얘기하지 않았어.”민시후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제발 좀 북제로 데려가. 해성에 계속 있게 하지 말고.”송민준은 나긋한 미소를 보이면서 답했다.“내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게다가 이미 ZY 그룹으로 출근하기로 했다던데.”그의 말을 들은 민시후는 눈살을 더 세게 찌푸렸다.“우리 아버지가 송민아를 강제로 ZY 그룹에 밀어 넣은 건 나도 별다른 방법이 없는데 나중에 또 고은서를 해치려 하거든 가만두지 않을 거야! 또다시 너랑 우리 아버지 때문에 봐주는 일은 절대 없을 거야.”고은서는 민시후를 쏘아보았다.‘나랑 송민준을 원수 사이로 만들 생각인 거야?’“뭘 쏘아봐? 내가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닌데.”민시후는 점점 더 흥분해 하며 말했다.“전에도 몇 번이고 널 협박했잖아. 심지어 간호사를 교사하여 우리 아이까지 잃게 한 사람이야. 네가 날 막지만 않았으면 내가 송민아를 가만둘 거 같아?”“...”고은서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전에 유산한 경과를 민시후에게 간단히 알려주면서 송민아랑 상관없는 일이라고 분명히 말했는데 그걸 이렇게 이용할 줄은 미처 생각 못했다.씩씩거리는 민시후를 보면서 고은서는 그가 배우를 하지 않은 게 너무 아쉽다고 속으로 감탄했다.송민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도 전문가에게 나가보라 하고 직접 민시후에게 차를 따라줬다.“전에 병원에서 있었던 일은 정말 미안해. 오늘 만나자고 한 것도 그 일 때문이야.”송민준이 말하기를 진희숙은 송민아를 친딸로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돌봐온 사람으로서 그녀가 두 사람 일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차마 보고만 있을 수 없어서 그런 모험을 했다고 한다.그리고 송민아가 간호사랑 만난 모습이 포착된 사진은 진희숙이 그녀를 불러내 우연하게 찍힌 사진이라고 한다.“민아는 처음부터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어.

  • 어게인, 비긴   제451화

    “형, 형수님이 민시후한테 별다른 마음은 없어 보이는데 걱정하지마.”“내가 무슨 걱정을 한다고 그래?”곽승재가 약간 어색해하며 말했다.“이미 이혼한 사이인데 고은서가 누구한테 마음이 가든 누구랑 있든 나랑 아무런 상관없는 일이야.”“아까 썩은 표정을 하고 경적을 울린 사람이 누군지 모르겠네.”육현석이 작은 목소리로 혼자 중얼거렸다.그러나 갑자기 차가운 시선이 느껴지면서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는 애써 웃으면서 변명거리를 찾았다.“맞아, 맞아. 형 말이 맞아. 형수님이 누구랑 있든 형이랑 이젠 아무 상관없는 일이지. 역시 이혼 같은 작은 일 때문에 속상해하는 일은 전혀 없는 우리 형, 상남자답다니까.”곽승재의 얼굴빛이 점점 더 어두워지는 걸 발견한 육현석은 이내 입을 화제를 돌렸다.“형, 형수님이 형을 보기 싫어하는 것도 화나서 그러는 거잖아. 계속 이렇게 자존심 때문에 고집부려서는 안 된다니까. 형수님한테 문자도 하고 전화도 하면서 존재감을 나타내야 할 거 아니야.”그의 말을 들은 곽승재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네가 말했다시피 날 싫어하잖아. 그런데 무슨 존재감을 나타내라는 거야?”“지금 상대방을 잊지 못하고 놓아주기 싫은 사람은 형이잖아. 그런데 아무것도 안 하고 형수님이 스스로 돌아올 것 같아? 형, 자존심 따위 버리지 않으면 형수님 영원히 돌아오지 않아.”육현석의 말을 들은 곽승재는 전에 낯선 사람 사이로 지내도 되냐고 물었을 때 아주 흔쾌히 된다고 답하던 고은서의 모습이 떠올랐다.어제 점심, 그가 스케줄을 바꾸면서까지 병원으로 찾아갔을 때 그는 고은서가 이혼해서 무척 기쁘다고 하면서 자신의 뒤담화를 하는 걸 들었다.그러나 방금전 민시후와 다정하게 장난치면서 자신을 보고서도 모르는 척하는 그녀를 생각하면 이건 자존심을 내려놓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가 아니었다. 고은서가 이젠 진짜 그에게 아무런 감정도 남지 않았다는 것이 제일 큰 문제였다.곽승재는 눈살을 질끈 찌푸리며 말했다.“내가 언제 고은서랑 다시 화해하고 싶다고 했어? 인제

  • 어게인, 비긴   제450화

    민시후는 그가 입을 열길 기다리고 있는 고은서를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고개를 홱 돌렸다.“오글거려 죽겠네.”고은서는 끝내 참지 못하고 방금전 손을 닦던 물티슈를 그를 향해 던졌다.“누가 오글거린다는 거야! 사람 호기심 불러일으켜 놓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이 짜증 나는 자식아!”“고은서!”물티슈에 얼굴을 맞은 민시후가 물티슈를 다시 주어 그녀를 향해 던지려고 할 때 뒤에서 갑자기 빵빵하는 자동차 경적소리가 들려왔다.고은서와 민시후가 동시에 고개를 돌려보니 고급 SUV 한 대가 뒤에 세워져 있었는데 그 운전석에는 육현석이 앉아있었다. 그리고 조수석에 앉은 사람은 다름 아닌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는 곽승재였다.육현석은 조심스레 그녀를 향해 손을 저으며 옆에 있는 곽승재를 힐끔힐끔 보았다. 방금 경적 소리를 낸 게 그가 아니라 곽승재인 것이 분명했다.SUV 차량 높이가 꽤 있었기에 아마 방금전에 그녀와 민시후가 장난치는 걸 본 모양이다.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가운 얼굴빛을 한 채 앉아있는 곽승재를 보며 고은서는 성가시다는 듯 몸을 홱 돌리면서 민시후에게 말했다.“초록불이야. 안 가고 뭐 해?”민시후도 차 안에 앉아있는 육현석과 곽승재를 보았다. 그는 장난기 가득한 얼굴을 하고 액셀을 밟기는커녕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백미러를 쳐다보았다.“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여기에서 볼 줄은 생각도 못 했는데.”그의 말을 들은 고은서는 전에 두 사람이 운전하면서 맞부딪친 일이 떠올랐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안전벨트를 꼭 쥐고 말했다.“민시후, 우리 약속 있는 거 잊은 거 아니지? 이상한 짓 하지마.”민시후는 불쾌하다는 듯 그녀를 보며 말했다.“이상한 짓이라니. 전에 내 차를 먼저 박은 사람은 곽승재거든.”‘네가 곽승재 차 앞에 막아서서 시비 걸지 않았으면 곽승재가 널 박을 리도 없었거든.’고은서는 너무 어이가 없었다.민시후가 조용히 넘어갈 생각이 없어 보이자 그녀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그러면 나 먼저 차에서 내려도 돼?”“너 언제부터

  • 어게인, 비긴   제449화

    민시후는 송민준과 찻집에서 만나자고 약속을 잡았다.맑은 하늘에 눈 부신 햇살, 날씨가 참 좋았다.민시후는 기사 대신 직접 하늘색 스포츠카를 운전했다.고은서는 그냥 지나칠 수 없을 정도로 눈에 띄는 스포츠카를 보며 말했다.“민 도련님, 패션 워크 보러 가는 것도 아니고 그저 레스토랑 가는 것뿐인데 굳이 이렇게 눈에 띄는 차를 운전해야 할까요?”“그냥 평범한 스포츠카일 뿐인데 어디가 눈에 띈다는 거야? 잔말 말고 얼른 타. 내가 직접 운전한다는데 영광으로 생각하라고.”민시후가 성가시다는 듯 말했다.“...”고은서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에 탔다.스포츠카가 유독 눈에 띄기는 했지만 길에 차들이 적었던 탓에 다행히도 너무 큰 이목을 끌지는 않았다.두 사람은 레스토랑으로 가는 도중에 ZY 그룹 근황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곽승재가 ZY 그룹을 타깃으로 삶고 짓누르려고 할 때 민시후가 제때 빠르게 대응을 하긴 했지만 여전히 소홀히 넘길 수 없는 영향을 받았다.“허 교수님 쪽에 의약 프로젝트가 아주 순리롭게 진행되고 있어. 후기도 꽤 괜찮고. 연구소에 투자하겠다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야.”민시후는 회사 일을 얘기할 때만은 진지했다.“대리권도 네가 쟁취해 온 거니까 융자에 관한 일도 네가 책임지고 잘 해봐.”고은서는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나 그녀는 전에 박지연한테서 곽승재가 융자에 관한 일을 백유미에게 맡길 예정이라고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가 왜 갑자기 생각을 바꾸었는지 의문스러웠다.그녀는 궁금증을 덜기 위해 민시후에게 물었다.“곽승재 아버지가 얼마 전에 귀국하셨는데 회사 일에 참여하려 했다가 곽승재한테 거절당했다고 하더라고. 아마 이번 일도 곽승재가 아버지 건의를 거절하고 직접 내린 결정일 거야.”‘그렇구나. 그런데 회장님이신 자기 아버지랑 맞붙는 거 보아서는 아마 두 사람도 사이가 별로인가 보네.’고은서는 이내 민시후 아버지가 전에 편찮다고 했던 일이 떠올랐다.“아버지는 괜찮으셔?”그녀의 말을 듣자마자 민시후는 피곤하다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