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253화

Author: 류한나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10-29 19:42:56
고은서는 이혼하기 전에 시부모를 다시 만나야 할 줄 몰랐다.

“너무 피곤하면 만나지 않아도 돼. 네가 자고 있다고 얘기해 줄게.”

곽승재가 담담하게 말했다.

고은서는 마음속으로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나 옷 갈아입고 좀 있다 내려갈게.”

곽승재는 그녀를 말리지 않고 먼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고은서는 화장을 지우고 깔끔한 치마로 갈아입은 후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곽현수는 이미 도착해서 거실 소파에 앉아 있었다.

연세가 쉰 넘어 보이는 곽현수는 정장 차림을 하고 있었는데 곽승재보다 체구가 웅장해 보였다. 엄숙한 표정의 곽현수는 사람에게 친해지기 힘든 느낌을 주었다.

“왔어?”

곽승재는 고은서가 내려온 것을 보고 일어서서 그녀를 향해 걸어갔고 곽현수도 고은서에게 눈길을 돌렸다.

고은서는 적절한 웃음을 지으며 떳떳하게 인사를 건넸다.

“아버님, 오셨어요.”

곽현수는 ‘응’하고 대꾸하고는 찻잔을 들고 차를 마셨다.

고은서는 조금 난감했다. 그녀는 아주 자연스럽게 고준석과 전미자의 귀염을 받을 수 있었지만 엄숙한 곽현수에게 다가가기 쉽지 않았다.

곽승재는 눈치 있게 그녀를 끌어안고 소파에 앉으면서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

“괜찮아. 긴장하지 마.”

이런 자리에서 고은서는 곽승재를 밀어내지 않고 그와 함께 앉았다.

“요 며칠 외지에 다녀왔다고?”

곽현수는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물었다.

고은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외할아버지를 모시고 친구를 만나러 갔어요.”

“내가 돌아올 줄 몰랐어?”

곽현수가 또 물었다.

“아버지께서 돌아오시는 게 큰일도 아니잖아요. 은서랑 무슨 상관이에요.”

고은서가 대답하기도 전에 곽승재가 먼저 입을 열고 말했다.

곽현수는 차가운 눈빛으로 곽승재를 보며 말했다.

“내가 너한테 물었어? 왜 이렇게 버르장머리가 없어졌어?”

혼난 곽승재는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고은서는 마음속으로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아버님을 처음 뵈는 건 맞지만, 승재와 하루 이틀 결혼한 것도 아닌데 왜 이제 와서 갑자기 날 싫어하는 거지?’

그러나 고
Locked Chapter
Continue to read this book on the APP

Related chapters

  • 어게인, 비긴   제254화

    “어디 가? 어른을 혼자 내버려 둘 거야?”“저희가 예절이 없어서 아버지의 식욕을 떨어트릴까 봐 먼저 일어나 볼게요.”곽승재가 말했다.“곽승재, 너 참 잘났다.”곽현수는 콧방귀를 뀌더니 밥을 마저 먹지 않고 집을 떠났다.밥 한 끼를 이렇게 먹으니 고은서는 조금 난감해졌다.“상관하지 않아도 돼.”곽승재는 고은서에게 말했다.“뭐 좀 더 먹을래?”고은서는 고개를 흔들었다.“나 배불리 먹었어.”고은서는 곽승재가 어릴 때부터 어떻게 곽현수의 엄격한 요구를 견뎌냈는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승재도 행복하고 기쁘게만 산 것은 아니었구나. 나도 아버님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건데 곧 곽씨 집안의 며느리가 아니게 될 거니까 다행이네.’ ...다음날, 고은서와 곽승재는 전미자의 저택에 도착했다.고은서는 어젯밤 곽현수의 태도를 생각하니 머리가 아팠다.전미자의 건강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고은서는 바로 곽현수에게 대들고 싶었다.“이를 어쩜 좋죠? 저는 곧 이 집안의 며느리가 아니에요. 저를 바꾸려고 하지 마세요.”“괜찮아. 할머니께서 너의 편을 들어주실 거야. 그리고 아버지는 그렇게 일찍 오시지 않을 거야.”곽승재는 고은서의 생각을 눈치채고는 뜻밖에도 위로의 말을 건넸다.고은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당신 회사에 처리해야 할 일이 있다고 하지 않았어? 일하러 가봐.”때마침 전미자가 저택에서 나오며 고은서를 보고 흐뭇하게 말했다.“은서가 왔구나. 어서 할머니 쪽으로 와!”고은서는 전미자에게 폴짝폴짝 뛰어가며 말했다.“할머니.”“은서가 드디어 왔네.”전미자가 말했다.“할머니는 또 너한테 바람맞을까 봐 걱정하고 있었어.”고은서는 약삭빠르게 대답했다.“지난번은 제가 잘못했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사과를 받아줄게. 대신 오늘 종일 나랑 놀아줘야 하고 저녁에 여기서 자고 가야 해!”전미자가 요구를 제기하자 고은서는 순순히 뜻을 따랐다.현장 배치를 도우라고 했지만, 이런 일은 집사가 이미 안배해 놓았기에 고은서

  • 어게인, 비긴   제255화

    곽승재는 고은서를 못 본체하고는 전미자를 향해 걸어갔다.“왜 벌써 왔어? 회사 일이 바쁘다고 하지 않았어? 은서가 보고 싶어서 온 거야?”전미자의 고의적인 질문에 고은서는 곽승재가 입을 열기 전에 먼저 대답했다.“할머니, 저와 승재가 곧 이혼할 거 뻔히 알면서 뻘쭘한 장난을 치면 어떡해요.”전미자는 여전히 곽승재의 얼굴을 쳐다보며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곽승재의 잘생긴 얼굴에는 감정 기복이 일어나지 않았다.“회사 일은 다 처리했어요. 도와드릴 곳이 있나 보려고 온 거예요.”전미자는 곽승재의 대답을 듣고는 지팡이로 그를 때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생겨났다.‘어휴, 이 멍청한 자식. 밥상까지 차려줬는데 그걸 못 받아먹냐? 일할 때만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고은서는 할머니의 마음을 충분히 알아들었지만, 곽승재가 순순히 뜻을 따라주지 않으니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사실 곽승재가 할머니의 뜻대로 대답한다 해도 고은서는 그의 말을 믿지 않았을 것이었다.고은서는 웃으면서 화제를 돌렸다.“할머니, 우리 같이 사진 봐요.”전미자는 언짢은 말투로 곽승재를 불렀다.“보초 서냐? 이리 와서 앉아.”곽승재는 전미자의 말대로 갈색 책상에 앉았다.이때 고은서는 종이 박스에서 크리스털로 된 액자를 꺼냈다.“할머니, 이 액자를 머리맡에 두거나 화장대에 놓으시면 돼요.”종잇장 크기만 한 액자는 예쁘고 정교했으며 안에는 자상하게 웃고 있는 전미자의 독사진이 놓여 있었다.“은서야, 왜 우리 둘이 같이 찍은 사진을 안 넣었어?”전미자가 묻자 고은서가 말했다.“할머니가 이렇게 예쁘신데 당연히 독사진을 놓아야죠! 이 사진첩에 저와 함께 찍은 사진도 많으니까 언제든지 펼쳐보시면 돼요.”사실 고은서도 두 사람이 같이 찍은 사진을 액자로 만들고 싶었다. 그러나 곽승재와 이혼하면 고은서는 더 이상 전미자의 손주며느리가 아니게 되는 마당에 두 사람의 사진을 선택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을 것 같았다.만약 다른 사람이 사진 속의 여자가 누구냐고 물어보기라도

  • 어게인, 비긴   제256화

    “저는 은서한테 큰 감정이 없어요. 그냥 예전에 부부의 도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에 대해 미안할 뿐이에요. 은서가 이혼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저는 격에 맞는 남편이 되도록 노력할 거예요. 그러나 은서가 끝까지 이혼하겠다고 견지하면 저도 이혼 동의서에 도장 찍을 거예요.”곽승재는 담담하게 말했다.“그리고 할머니께서 말씀하시는 나중에 은서를 쫓아다니는 일은 없을 거예요.”곽승재의 말을 듣고 나서 전미자는 허탈한 한숨을 내쉬고는 지팡이를 거두었다.곽승재는 흠잡을 곳 하나 없이 훌륭한데 자부심이 너무 강한 게 문제였다. 어릴 때부터 순풍에 돛 단 배처럼 순조롭게 살아와서 좌절을 겪어본 적이 없고 모든 일이 자기 손바닥 안에 있는 줄 알았다.설사 자신이 고은서에 대한 감정에 변화가 생겼다는 것을 발견했다 하더라도 곽승재는 자존심과 체면 때문에 인정하지 않았고 이것을 남자의 승부욕 혹은 소유욕으로 돌렸을 수도 있다.게다가 예전부터 줄곧 고은서가 일방적으로 마음을 썼기에 곽승재는 노력하는 일방이 얼마나 고생하는지 몰랐다.‘됐어. 승재가 이제 은서한테서 큰코다쳐봐야 좌절의 맛도 보고 자기가 전지전능하지 못하다는 것도 깨닫겠지.’“그래. 할머니도 더는 너의 일에 관여하지 않을게.”전미자는 시큰둥하게 말하며 사람을 몰아세웠다.“너 빨리 나가. 꼴 보기도 싫어.”곽승재는 어이가 없었다....저녁 무렵 고은서는 전미자와 함께 앞마당에서 웃고 떠들면서 산책했다.곽씨 본가는 부지 면적이 넓어서 뒷마당의 온실도 크지만, 앞마당의 잔디밭도 아주 장관이었다.내일의 생일잔치는 앞마당에서 진행되기에 많은 도우미가 뒷수습에 여념이 없었다.“어머니.”고은서가 전미자와 함께 잔디밭의 배치 상황을 확인하고 있었는데 멀지 않은 곳에서 나지막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고은서가 고개를 돌려 보니 목소리의 주인은 곽현수였다.“아버님.”고은서는 얼굴의 미소를 거두고 점잖게 인사를 건넸다.전미자가 고은서를 많이 아낀다는 것을 알아서인지 곽현수는 어제 예원 별장에서 사람 잡던

  • 어게인, 비긴   제257화

    고준석의 목소리는 역시나 쓸쓸하고 무거웠다.“정길이 돌아갔대.”“네?”고은서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어제 우리가 떠날 때까지만 해도 씩씩하게 말씀하시고 멀쩡하시던 할아버지가 어쩌다가 갑자기 돌아가신 거지?’“의사 선생 말로는 숨을 거두기 전에 기운이 며칠 돌아왔던 거래.”고준석은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오랜 친구를 떠나보내는 고준석의 마음은 말이 아니었다.어제까지만 해도 웃으면서 고은서에게 복이 많다고 말하던 할아버지가 오늘 세상을 떠났다고 하니, 고은서도 마음이 안 좋았다.고준석을 위로하고 나서 고은서는 다시 전미자의 곁으로 돌아갔다.“할머니, 죄송해요. 제가 오늘 밤에 할머니를 모시지 못할 것 같아요. 외할아버지의 친구분이 돌아가셨어요. 저는 외할아버지가 많이 속상해할까 봐 돌아가서 곁에 있어 줘야 할 것 같아요.”전미자는 살짝 화를 내며 말했다.“아가야, 사과를 왜 해. 그런 일이 있으면 당연히 외할아버지의 곁을 지키면서 위로해 주는 게 맞지. 내가 승재보고 널 데려다주라고 할게.”말을 마치고 전미자는 도우미를 시켜 곽승재를 불러오게 하려 했지만, 고은서는 거절했다.“할머니, 그러지 않으셔도 돼요. 승재는 자기 일을 처리해야 하니까 저는 택시를 잡아서 돌아가면 돼요.”“그럼 안되지. 승재도 같이 가서 너의 외할아버지를 돌봐드려야지.”본가에서 고준석의 저택까지 한 시간 노정이었다.곽승재는 안 그래도 업무가 바쁜 데다가 곽현수도 본가에 있는 마당에 고은서는 그를 부탁하고 싶지 않았다.고은서는 다시 한번 거절했다.“할머니, 택시를 부르는 것도 아주 간편해요. 승재가 굳이 저를 데려다주지 않아도 돼요.”전미자는 고은서가 지금 사랑에 신경 쓸 때가 아닌 것을 보고 더 권유하지 않고 한발 물러서서 제안했다.“그럼 집안의 기사님더러 데려다 달라고 해. 네가 택시를 부르는 것도 시간이 걸릴 거잖아.”고은서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반 시간 뒤, 날은 이미 저물어 있었고 차량은 번화한 시 중심을 벗어나 조금 외진 교외에서 달리고

  • 어게인, 비긴   제258화

    고은서는 들어오는 사람이 조금 전 자신의 입을 막던 마른 남자임을 알았다.고은서가 깨어난 것을 보고 남자는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사장님, 깨어났습니다.”남자는 말하면서 몸을 옆으로 살짝 비켜 다른 사람을 들어오게 했다.곧 발걸음 소리가 들리더니 짙은 갈색의 외투를 입고 술배가 나온 남자가 방안에 들어왔다.남자의 얼굴을 제대로 보고 나서 고은서는 깜짝 놀랐다.‘정말 서인수였어! 지금 경찰에 연행되어 조사를 받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왜 이곳에 있는 거지?’고은서는 별안간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전부터 서인수는 이미 그녀에게 앙금을 품고 있었고 사람을 보내 경고까지 했었다. 또 곽승재에게 처참하게 당했으니 그녀에 대한 원한이 매우 깊어졌을 것이었다.지금 그녀를 이곳까지 납치한 걸 보면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게 분명했다.“어허, 실물이 사진보다 훨씬 예쁘게 생겼네.”서인수의 실눈에는 오만과 냉기가 맴돌았다.“그쪽을 은서 아가씨라고 불러야 하나요, 아니면 곽씨 사모님이라고 불러야 하나요?”이번은 고은서와 서인수의 첫 대면이었다.지난번 레스토랑에서 멀리 감치 서인수를 봤을 때 비하면 지금의 그는 매우 초라해진 게 분명했다.헤어를 신경 쓰지 않아 번지르르한 이마를 드러냈고, 입고 있는 외투도 다림질하지 않았으며 옷소매에도 더러운 흔적이 남아있어 전혀 성공 인사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았다.서인수의 표정을 보며 고은서는 애써 태연하게 말했다.“편 하시는 대로 부르세요.”이 말을 듣자 서인수는 기세등등하게 자기 수행비서에게 명령했다.“얼른 사모님을 부축해드려. 어떻게 사모님을 땅에 드러누워서 말하게 해?”마른 남자는 두 걸음에 고은서의 앞으로 다가가 그녀를 끄집어 세우면서 서인수 앞에서 무릎을 꿇게 하려 했다.고은서는 수치심에 발버둥 쳤지만 수행비서는 얼굴이 흉악하고 여자라서 봐주는 것도 없어 핍박으로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딴딴한 아스팔트 바닥에 무릎을 꿇으니 아프기 그지없었다.게다가 그녀의 두 손은 등 뒤에 묶여있어 전혀 움직

  • 어게인, 비긴   제259화

    서인수는 말할수록 화가 치밀어올라 손을 뻗어 고은서의 뺨을 한 대 때렸다.고은서는 바로 바닥에 자빠졌고 귀는 윙윙 소리가 울릴 정도로 아파 났고 얼굴도 따끈하게 달아올랐다.서인수의 수행비서는 또 고은서를 끌어 세웠다.고은서는 서인수와 도리를 따져서는 안 된다고 반응하고는 냉랭하게 말했다.“제가 무슨 이유로 아무런 원한이 없는 대표님을 무너뜨리려 했겠어요? 근데 지금 대표님도 문제가 이만저만이 아니실 텐데 제가 경제적 도움을 드릴 수는 있어요.”“날 돈으로 매수하겠다는 건가요?”서인수는 음침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사모님만 아니었다면 저는 이미 GS 그룹과 계약을 체결했을 거고 명운도 이미 상장 회사가 되어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었을 거예요. 사모님이 그걸 해줄 수 있어요?”“대표님이 가리키는 돈 걱정 없이 산다는 금액이 얼마인지 모르겠지만, 저의 집안도 돈이 좀 있다는 거 아시잖아요. 게다가 저의 남편은 곽승재에요. 우리가 아무리 사이가 안 좋다고 해도 그 사람은 저에게 몇백 몇천 만원은 줄 수 있어요. 그래서 제가 대표님께 1억 드리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해요?”고은서는 차근차근 타일렀다.“대표님은 분풀이하시려고 저를 납치하신 거잖아요. 근데 저를 한바탕 팬다고 해서 대표님의 처지는 변하지 않을 거예요. 그럼 차라리 실질적으로 돈을 받아가시는 게 이기는 장사 아닌가요?”“사모님의 말솜씨가 이렇게 좋은 줄 몰랐네요. 근데 절 바보로 본 건가요? 사모님을 풀어주면 바로 경찰에 신고할 거고 곽승재 씨도 저를 가만두지 않을 게 뻔한데 제가 그 돈을 받아서 무슨 소용이에요?”서인수는 음침하게 웃으며 말했다.“사모님을 이리로 잡아 온 이상 그런 푼돈에 매수될 생각이 없거든요.”고은서는 마음이 조급해 났지만, 서인수를 계속 설득했다.“제가 승재를 설득해서 대표님의 양조장에 다시 투자하게 할게요. 그리고 오늘의 일도 없었던 일로 할 수 있어요. 대표님은 지금 작은 트러블에 잠시 발을 묶인 거지 완전히 끝난 거 아니에요. 우리 함께 해결책을 찾

  • 어게인, 비긴   제260화

    “아무도 사모님을 구하러 오지 않을 거예요. 오늘 저를 잘 모셔보세요. 제가 기분이 좋아서 사모님을 풀어줄지도 모르죠!”서인수는 고은서의 생각을 꿰뚫어 보고는 우쭐거리며 말했다.“곽승재 씨가 말을 놨거든요. 저를 도와주는 사람은 곽승재 씨와 맞서는 거라고. 이번에 고아원에서 말을 바꾼 것도 곽승재 씨가 중간에 손을 썼기 때문일 거예요. 사모님은 남편을 잘 못 만난 죄밖에 없어요. 경제적으로 곽승재 씨와 맞설 수 없다면 저는 사모님이랑 자는 영상을 인터넷에 퍼뜨려 곽승재 씨의 체면을 바닥까지 떨어지게 할 거예요!”고은서는 서인수가 이 정도로 미치게 나올지 몰랐다.자신의 죄를 모두 고은서에게 뒤집어씌우지 않는가 하면 이렇게 악랄한 방식으로 곽승재에게 보복하다니.고은서는 속이 점점 쓰리고 머리도 어지럽기 시작했다. 그녀는 혓바닥을 힘써 씹으며 통증으로 환각을 해소하려 했다.“한가지로 부족하니까 조미료를 좀 더 넣어야겠어!”서인수는 말하면서 또 하얀색 알약을 꺼내 고은서에게 먹이려 했다.고은서는 눈앞의 국면을 돌이킬 여지가 없는 것을 알고 가련한 표정으로 말했다.“대표님께 맞출게요. 약을 더 먹지 않아도 돼요...”“벌써 달통한 거예요? 아님. 원래부터 방탕한 사람이었어요?”서인수는 음탕하게 웃으며 말했다.고은서는 계속 눈물을 흘리며 약한 모습을 보였다.“목숨이 더 중요하니까 제가 달통해야죠. 하지만 제가 대표님 한 사람만 모시면 안 될까요? 제가 아무래도 곽씨 집안의 사모님인데 체면을 좀 남기고 싶어요. 아무 신분도 없는 사람한테 터치 당하는 건...”서인수는 자신의 신분을 치켜세운 말을 듣자 우쭐거리면서 말했다.“때가 어느 때인데 아직도 체면을 챙기는 거예요. 두 사람이 한 사람보다 낫지 않아요?”“대표님, 제발 이 요구만을 들어주세요. 제가 대표님에게 최대한 맞춰줄게요. 그럼 대표님도 흥이 더 오르지 않겠어요?”이때 고은서는 약효가 올라와 얼굴이 발그레했고 말투도 한껏 부드러워졌다.서인수도 고은서의 나른한 말투에 큰 자극을 받았다

  • 어게인, 비긴   제261화

    “악!”남자는 머리채를 잡고 비명을 질렀다. 고은서는 그 틈을 타서 밖으로 빠져나왔다.“얼른 저년을 잡아!”정신이 든 서인수는 아프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해서 이를 바득바득 갈며 명령을 내렸다.머리를 공격당한 남자는 얼른 고은서를 쫓아갔다.뒤에서 쫓아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리자 고은서는 겁이 나서 고개를 돌려보지도 않고 죽을힘을 다해 밖으로 달려갔다.그들이 처한 곳은 황량한 숲이라 주변은 어두컴컴했다. 이곳의 유일한 광원은 달빛뿐이었다.고은서는 두려움을 뒤로하고 숲을 향해 달려갔다.그러나 산길이 험한 데다가 머리가 심하게 어지러워진 고은서는 발밑이 땅에 제대로 닿지 않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얼마 도망가지 않아 고은서는 남자에게 목덜미를 잡혔다.“계속 도망쳐 보세요. 어디까지 도망칠 수 있나 보죠!”남자는 숨을 헐떡이며 고은서를 폐가로 끌고 갔다.약효가 올라와서인지 고은서는 자기 감각과 두뇌가 무뎌진 것만 같았다.얼마 남지 않은 이성은 그녀에게 이렇게 끌려가면 안 된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만약 폐가에 다시 끌려간다면 그녀는 정말 독 안에 든 쥐가 될 게 분명했다.그래서 고은서는 자신의 혀끝을 꾹 씹으며 거센 통증으로 이성을 조금 되찾으려 했다.폐가 문 앞까지 거의 끌려온 것을 보고 고은서는 뒷발로 남자의 명치를 걷어찼다. 남자는 아파서 허리를 굽혀 다리를 모았고 고은서는 그 틈을 타서 도망치려 했지만, 이 행위에 더 화가 난 남자는 고통을 참으면서 고은서의 발목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방안의 불빛을 빌어 고은서는 남자의 이마에 상처가 한 줄 생겨난 것을 보았다. 상처에서 흘러내린 빨간 피는 그의 미간과 볼까지 흘러내려 보기에 흉측하고 험악하기 그지없었다.속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은서는 눈을 질끈 감고 이를 악물며 다른 쪽 다리로 남자의 머리를 힘차게 걷어찼다.안타깝게도 남자는 고은서를 놓아주면서 구르기로 그녀의 공격을 피했다. 그러고는 신속하게 일어나서 도망가려는 고은서를 붙잡고 백핸드로 그녀를 땅바닥에 엎드리게 했다.“재주가

Latest chapter

  • 어게인, 비긴   제457화

    곽승재의 행동을 보고 오해를 한 듯 엘리베이터 밖에 서 있던 커플이 그를 향해 사과했다.“죄송합니다. 여자친구분을 미처 보지 못하는 바람에...”“여자친구 아니에요. 그냥 낯선 사람일 뿐이에요.”곽승재가 차가운 목소리로 상대방의 말을 끊었다.커플은 순간 입을 꾹 다물었다.고은서는 속으로 콧방귀를 뀌고는 이내 자신의 룸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고은서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곽승재의 표정이 더 어두워졌다.“대표님, 화내지 마세요. 아까 그 여자...”여자가 말하면서 다정하게 그의 팔짱을 끼려고 할 때, 곽승재가 한기 가득한 눈빛으로 그녀를 쏘아보았다.여자가 분위기를 전환하려고 몇 마디 더 보태려고 할 때 곽승재는 이미 뒤도 돌아보지 않고 룸으로 향했다.그러나 두 사람이 예약한 룸은 다름 아닌 고은서의 맞은편 룸이었다.이를 발견한 여자는 또다시 멈칫했다. 그녀는 두 사람 사이가 심상치 않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하지만 그녀가 곽승재한테 빌붙으려 하는 데는 별 상관이 없었다.여자는 연회에서 곽승재에게 첫눈에 반했다. 그녀는 여러 업계를 오가면서 사람 보는 눈이 꽤 높았는데 대부분 남자들은 잘난 체를 하지 않으면 또 다른 여러 가지 일로 맘에 안 드는 일이 일쑤였다. 그러나 곽승재처럼 뼛속으로부터 우러져 나오는 고귀한 기품을 가진 남자는 어디 가나 매력적일 수밖에 없었다.그녀 또한 그에게 푹 빠진 것이다.처음에는 자신을 냉대하는 곽승재를 보면서 낙심하긴 했으나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매력을 어필했다. 끝내 연회가 끝나기 전에 곽승재는 무언갈 떠올렸는지 그녀에게 눈길을 주었다.수많은 남자를 만나본 그녀는 이내 그의 뜻을 깨닫고 그에게 대신 운전해서 데려다주겠다고 먼저 건의했다.아니나 다를까, 곽승재는 그녀에게 호텔 이름을 댔다.여자는 애써 흥분을 억누르고 곽승재와 함께 호텔로 향했다.하지만 곽승재는 프런트 데스크에서 룸만 예약하고 로비에 앉아 부하들과 온라인미팅을 했다.얼마나 지났을까, 여자가 농락을 당했다고 생각하려는 찰나 그

  • 어게인, 비긴   제456화

    곽승재는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의외네. 내 이름을 다 기억하다니.”‘머리에 문제 있는 거 아니야? 쓸데없는 고집을 부리면서 왜 비아냥거리며 난리야?’엘리베이터는 문이 너무 오래 열려있은 탓에 경보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곽승재가 길을 비켜줄 생각이 없어 보이자 고은서도 더는 그와 다투기 싫어 엘리베이터 버튼이 있는 구석에 서 있었다.엘리베이터가 올라가는데 일이 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기에 그저 참을 생각이었다.이내 곽승재가 엘리베이터에 들어서면서 경보 소리가 멈추고 문이 닫히면서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몇 층으로 가세요?”고은서가 곽승재랑 함께 온 여자에게 물었다.여자는 그녀를 아래 우로 훑어보더니 자랑이라도 하는 듯 턱을 받쳐 들고 말했다.“그쪽이랑 같은 층이에요.”‘나랑 같은 층이라고? 진짜 엿 먹이려고 작정한 거야?’고은서는 미간을 찌푸렸다.엘리베이터 각 면에 거울이 있었기에 그녀는 곽승재와 여자의 행동을 엿볼 수 있었다.여자는 곽승재 곁에 꼭 붙어서 물었다.“대표님, 저분과 아는 사이세요?”자신의 얘기가 나오자 고은서는 고개를 푹 숙이고 못 들은 척했다.곽승재는 콧방귀를 뀌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여자도 눈치 있게 더는 캐묻지 않고 그에게 애교부리기 시작했다.“대표님, 이 호텔 레스토랑 음식이 엄청 유명하다고 들었는데, 오늘 저녁에 아무것도 드시지 않은 것 같으신데 웨이터한테 우리 룸으로 가져다 달라고 할까요?”곽승재는 아주 덤덤하게 답했다.“하고 싶은 대로 해.”“그럼 저 와인도 같이 주문해도 될까요?”여자는 곽승재의 대답에 점점 더 담이 커졌다.“오늘 대표님 대신 운전하느라고 연회 때 한 모금도 마시지 못했단 말이에요. 보상은 해줄 거죠?”곽승재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이었다.“응.”그의 대답을 얻은 여자의 목소리가 방금전보다 더 애교스러워졌다.“고마워요, 대표님.”‘우웩, 토할 것 같아.’고은서는 그녀의 목소리에 속이 울렁거린 탓에 저도 모르게 그녀를 힐끗 쏘아보았다.“왜, 의견이라도 있

  • 어게인, 비긴   제455화

    민시후는 성가시다는 듯 그녀를 째려보면서 말했다.“자기애가 너무 넘치는 거 아니야? 내가 이혼까지 했던 너를 왜 좋아해?”고은서는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그녀와 함께 연기하면서 이미 귀찮은 일들을 많이 겪었는데 진짜 그녀를 좋아하게 된다면 성가신 일이 지금보다 더 많을 것이다.게다가 고은서는 더는 사랑이란 단어에 속박당하고 싶지 않았다.호텔 앞에 도착했을 때 고은서는 민시후한테 내리지 말라고 말했다.“나 혼자 들어가면 돼.”“확실해?”“응.”민시후는 그녀를 힐끗 보더니 이내 아무 말 없이 떠났다.고은서는 호텔 로비로 들어가면서 박지연에게 연락했다.그러나 전화가 통하기도 전에 프런트 데스크 앞에 서 있는 익숙한 모습을 발견했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곽승재였다.그의 옆에는 화려한 옷차림을 한 여자 한 명이 서 있었다.이십 대 좌우로 보였는데 손에는 명품백을 들고 있었고 아주 화려한 옷차림에 몸매도 우월했다.함께 서 있는 두 사람은 마치 선남선녀 같았다.이를 본 고은서는 미간을 찌푸렸다.‘뭐 하자는 거지? 내가 이 호텔에 있는 걸 알면서도 굳이 여자를 데리고 여기로 온다고? 해성에 다른 호텔이 없는 것도 아닌데.’“은서야, 괜찮아?”전화 너머로 박지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고은서는 이내 시선을 돌리고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으며 답했다.“응. 너 온 닥터랑 얘기 나눠봤어? 왜 그 여자랑 함께 카페로 갔는지는 물어봤고?”“물어봤지. 다른 친구가 유혜린이 귀국한 거 알고 같이 밥 먹자고 했대. 그런데 종일 수술하면서 피곤해서 그저 같이 커피 사러 간 거라고 했어.”“그게 다야?”고은서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면서 말했다.“응.”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고은서 안으로 걸어 들어가면서 물었다.“다친 손이 괜찮은지는 안 물어보고?”“연고 가져다줬어. 병원으로 새로 개발한 건데 흉터 없애는 데 좋다면서 주던데.”“그 외에는 아무 말도 없었어?”고은서가 닫힘 버튼을 누르면서 캐물었다.“잠시만요.”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려고 할 때

  • 어게인, 비긴   제454화

    고은서가 되물었다.“왜 그렇게 묻는 거야?”민시후는 콧방귀를 뀌면서 답했다.“백씨 집안 프로젝트를 산통 깨는 거 왜 나한테 부탁하지 않고 송민준한테 부탁한 거야? 목적이 분명하잖아.”고은서는 참지 못하고 반박했다.“그냥 너한테 빚지기 싫어서 그런 건데.”“우리 둘 사이에 무슨 빚 같은 소리를 하고 그래. 나한테 널 깊이 사랑하는 캐릭터를 유지하라고 한 사람은 너잖아.”민시후가 불만스러운 듯 말했다.“그럼 송민준도 내 속셈을 알아차렸다는 거네.”“알아차리라지 뭐. 게다가 송민준 집안 도우미가 그런 짓을 했는데 네가 의심하는 것도 아주 당연한 일이지 않아? 걔도 자신이 무고하다는 걸 증명할 의무가 있잖아.”민시후는 별로 개의치 않았다.고은서는 민시후가 자신을 이 정도로 지지할 줄은 전혀 생각 못 했다.“그런데 그 도우미가 수상하긴 해. 처음부터 모든 걸 혼자 안고 갈 생각이었으면 숨을 필요가 없잖아. 게다가 왜 송민아 전화는 받지 않으면서 송민준한테는 저렇게 쉽게 걸려든 거지?”민시후는 그녀가 쓸데없는 생각을 한다고 비아냥거리는 대신 그녀에게 주의를 주었다.“이번에는 너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으니까 그냥 넘어가 줄 거야. 그런데 다시는 송민준 앞에서 꼼수 부릴 생각하지 마. 네가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니까. 나도 감히 못 건드리는 존재라고.”고은서는 민시후의 말을 들으면서 처음에는 고개를 끄덕였는데 마지막 한마디를 듣자마자 참지 못하고 반박했다.“제발 총명한 척 그만해줄래?”민시후는 콧방귀를 뀌고 말했다.“너보다는 총명하지. 게다가 내가 멍청하다고 생각했으면 날 찾아와서 협력을 제안하지 않았을 거잖아.”고은서는 너무 어이가 없었다.“민 도련님, 겸손한 것도 일종 미덕이에요.”“이미 충분히 우수해서 그 어떤 미덕도 나에겐 금상첨화일 뿐이야. 딱히 너무 중요하진 않다는 생각이 드네.”...두 사람은 곧장 ZY 그룹으로 돌아갔다.고은서도 정식으로 회사 직원들에게 인사했다.전에 입사 활동에도 많은 사람들이 참여한 데다가 그

  • 어게인, 비긴   제453화

    투약한 간호사도 전에 이미 곽승재에 의해 경찰서로 넘겨졌는데 그녀의 증언에도 진희숙만 언급되었다.고은서는 이 모든 결과를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그녀는 속으로 백유미의 신중함을 탄복했다. 그녀가 경각심을 낮추지 않고 제때 녹음하면서 증거를 남겼더라면 지금처럼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가만히 있는 일은 없을 것이다.당사자로서 고은서는 경찰 조사에 협조한 후 나머지 일을 변호사에게 맡겼다.“걱정하지 마세요. 증거가 확실하니까 상응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겁니다.”송민준이 말했다.고은서는 입술을 깨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진정으로 대가를 치르길 바라는 사람은 백유미이지 대신 누명을 쓴 진희숙과 간호사가 아니었다.“우리 민아도 잘못한 곳이 있으니 제가 대신 사과드릴게요. 원하는 보상이라도 있으시면 얼마든지 말하세요. 제가 최선을 다해서 보상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송민준이 말을 이어갔다.“보상은 필요 없어요. 괜찮다면 제 부탁 하나 들어주시죠.”고은서가 말했다.“무슨 부탁이요?”“백씨 집안에서 요즘 여러 프로젝트를 도맡아 하고 있다던데, 그 프로젝트들을 저 대신 산통 깨주세요.”고은서도 민시후를 통해 알게 되었는데 곽수혁이 GS그룹 일에 끼어들면서 백씨 집안에 큰 도움을 줬다고 한다.그녀의 말을 들은 송민준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송민아 보고 나한테도 그만 집적거리고 해. 나도 스트레스 그만 받고 싶어.”옆에 있던 민시후가 갑자기 말을 보태었다.송민준은 민시후를 보면서 덤덤하게 말했다.“시후야, 민아가 어릴 적부터 널 좋아한 걸 너도 알고 있잖아. 민아가 포기하지 않는 이상 우리도 곁에서 어쩔 수 없어.”그의 말을 들은 민시후는 성가시다는 듯 직설적으로 말했다.“난 어릴 적부터 송민아가 싫었다고. 사람 피곤하게 만드는 데는 진짜 짝이 없다니까.”송민준은 그의 말에 답하지 않고 시선을 고은서에게로 돌리며 물었다.“이혼했다고 들었는데 혹시 시후랑 함께 있을 생각이신가요?”‘소식이 빠르네.’이혼한 지 며칠 되지도 않

  • 어게인, 비긴   제452화

    “걱정하지 않아도 돼. 민아 데리고 오지 않았으니까.”송민준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말을 이어갔다.“혹시나 또 고집부리면서 기분 나쁘게 할까 봐 오늘 너희랑 만난다는고 얘기하지 않았어.”민시후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제발 좀 북제로 데려가. 해성에 계속 있게 하지 말고.”송민준은 나긋한 미소를 보이면서 답했다.“내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게다가 이미 ZY 그룹으로 출근하기로 했다던데.”그의 말을 들은 민시후는 눈살을 더 세게 찌푸렸다.“우리 아버지가 송민아를 강제로 ZY 그룹에 밀어 넣은 건 나도 별다른 방법이 없는데 나중에 또 고은서를 해치려 하거든 가만두지 않을 거야! 또다시 너랑 우리 아버지 때문에 봐주는 일은 절대 없을 거야.”고은서는 민시후를 쏘아보았다.‘나랑 송민준을 원수 사이로 만들 생각인 거야?’“뭘 쏘아봐? 내가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닌데.”민시후는 점점 더 흥분해 하며 말했다.“전에도 몇 번이고 널 협박했잖아. 심지어 간호사를 교사하여 우리 아이까지 잃게 한 사람이야. 네가 날 막지만 않았으면 내가 송민아를 가만둘 거 같아?”“...”고은서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전에 유산한 경과를 민시후에게 간단히 알려주면서 송민아랑 상관없는 일이라고 분명히 말했는데 그걸 이렇게 이용할 줄은 미처 생각 못했다.씩씩거리는 민시후를 보면서 고은서는 그가 배우를 하지 않은 게 너무 아쉽다고 속으로 감탄했다.송민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도 전문가에게 나가보라 하고 직접 민시후에게 차를 따라줬다.“전에 병원에서 있었던 일은 정말 미안해. 오늘 만나자고 한 것도 그 일 때문이야.”송민준이 말하기를 진희숙은 송민아를 친딸로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돌봐온 사람으로서 그녀가 두 사람 일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차마 보고만 있을 수 없어서 그런 모험을 했다고 한다.그리고 송민아가 간호사랑 만난 모습이 포착된 사진은 진희숙이 그녀를 불러내 우연하게 찍힌 사진이라고 한다.“민아는 처음부터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어.

  • 어게인, 비긴   제451화

    “형, 형수님이 민시후한테 별다른 마음은 없어 보이는데 걱정하지마.”“내가 무슨 걱정을 한다고 그래?”곽승재가 약간 어색해하며 말했다.“이미 이혼한 사이인데 고은서가 누구한테 마음이 가든 누구랑 있든 나랑 아무런 상관없는 일이야.”“아까 썩은 표정을 하고 경적을 울린 사람이 누군지 모르겠네.”육현석이 작은 목소리로 혼자 중얼거렸다.그러나 갑자기 차가운 시선이 느껴지면서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는 애써 웃으면서 변명거리를 찾았다.“맞아, 맞아. 형 말이 맞아. 형수님이 누구랑 있든 형이랑 이젠 아무 상관없는 일이지. 역시 이혼 같은 작은 일 때문에 속상해하는 일은 전혀 없는 우리 형, 상남자답다니까.”곽승재의 얼굴빛이 점점 더 어두워지는 걸 발견한 육현석은 이내 입을 화제를 돌렸다.“형, 형수님이 형을 보기 싫어하는 것도 화나서 그러는 거잖아. 계속 이렇게 자존심 때문에 고집부려서는 안 된다니까. 형수님한테 문자도 하고 전화도 하면서 존재감을 나타내야 할 거 아니야.”그의 말을 들은 곽승재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네가 말했다시피 날 싫어하잖아. 그런데 무슨 존재감을 나타내라는 거야?”“지금 상대방을 잊지 못하고 놓아주기 싫은 사람은 형이잖아. 그런데 아무것도 안 하고 형수님이 스스로 돌아올 것 같아? 형, 자존심 따위 버리지 않으면 형수님 영원히 돌아오지 않아.”육현석의 말을 들은 곽승재는 전에 낯선 사람 사이로 지내도 되냐고 물었을 때 아주 흔쾌히 된다고 답하던 고은서의 모습이 떠올랐다.어제 점심, 그가 스케줄을 바꾸면서까지 병원으로 찾아갔을 때 그는 고은서가 이혼해서 무척 기쁘다고 하면서 자신의 뒤담화를 하는 걸 들었다.그러나 방금전 민시후와 다정하게 장난치면서 자신을 보고서도 모르는 척하는 그녀를 생각하면 이건 자존심을 내려놓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가 아니었다. 고은서가 이젠 진짜 그에게 아무런 감정도 남지 않았다는 것이 제일 큰 문제였다.곽승재는 눈살을 질끈 찌푸리며 말했다.“내가 언제 고은서랑 다시 화해하고 싶다고 했어? 인제

  • 어게인, 비긴   제450화

    민시후는 그가 입을 열길 기다리고 있는 고은서를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고개를 홱 돌렸다.“오글거려 죽겠네.”고은서는 끝내 참지 못하고 방금전 손을 닦던 물티슈를 그를 향해 던졌다.“누가 오글거린다는 거야! 사람 호기심 불러일으켜 놓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이 짜증 나는 자식아!”“고은서!”물티슈에 얼굴을 맞은 민시후가 물티슈를 다시 주어 그녀를 향해 던지려고 할 때 뒤에서 갑자기 빵빵하는 자동차 경적소리가 들려왔다.고은서와 민시후가 동시에 고개를 돌려보니 고급 SUV 한 대가 뒤에 세워져 있었는데 그 운전석에는 육현석이 앉아있었다. 그리고 조수석에 앉은 사람은 다름 아닌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는 곽승재였다.육현석은 조심스레 그녀를 향해 손을 저으며 옆에 있는 곽승재를 힐끔힐끔 보았다. 방금 경적 소리를 낸 게 그가 아니라 곽승재인 것이 분명했다.SUV 차량 높이가 꽤 있었기에 아마 방금전에 그녀와 민시후가 장난치는 걸 본 모양이다.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가운 얼굴빛을 한 채 앉아있는 곽승재를 보며 고은서는 성가시다는 듯 몸을 홱 돌리면서 민시후에게 말했다.“초록불이야. 안 가고 뭐 해?”민시후도 차 안에 앉아있는 육현석과 곽승재를 보았다. 그는 장난기 가득한 얼굴을 하고 액셀을 밟기는커녕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백미러를 쳐다보았다.“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여기에서 볼 줄은 생각도 못 했는데.”그의 말을 들은 고은서는 전에 두 사람이 운전하면서 맞부딪친 일이 떠올랐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안전벨트를 꼭 쥐고 말했다.“민시후, 우리 약속 있는 거 잊은 거 아니지? 이상한 짓 하지마.”민시후는 불쾌하다는 듯 그녀를 보며 말했다.“이상한 짓이라니. 전에 내 차를 먼저 박은 사람은 곽승재거든.”‘네가 곽승재 차 앞에 막아서서 시비 걸지 않았으면 곽승재가 널 박을 리도 없었거든.’고은서는 너무 어이가 없었다.민시후가 조용히 넘어갈 생각이 없어 보이자 그녀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그러면 나 먼저 차에서 내려도 돼?”“너 언제부터

  • 어게인, 비긴   제449화

    민시후는 송민준과 찻집에서 만나자고 약속을 잡았다.맑은 하늘에 눈 부신 햇살, 날씨가 참 좋았다.민시후는 기사 대신 직접 하늘색 스포츠카를 운전했다.고은서는 그냥 지나칠 수 없을 정도로 눈에 띄는 스포츠카를 보며 말했다.“민 도련님, 패션 워크 보러 가는 것도 아니고 그저 레스토랑 가는 것뿐인데 굳이 이렇게 눈에 띄는 차를 운전해야 할까요?”“그냥 평범한 스포츠카일 뿐인데 어디가 눈에 띈다는 거야? 잔말 말고 얼른 타. 내가 직접 운전한다는데 영광으로 생각하라고.”민시후가 성가시다는 듯 말했다.“...”고은서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에 탔다.스포츠카가 유독 눈에 띄기는 했지만 길에 차들이 적었던 탓에 다행히도 너무 큰 이목을 끌지는 않았다.두 사람은 레스토랑으로 가는 도중에 ZY 그룹 근황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곽승재가 ZY 그룹을 타깃으로 삶고 짓누르려고 할 때 민시후가 제때 빠르게 대응을 하긴 했지만 여전히 소홀히 넘길 수 없는 영향을 받았다.“허 교수님 쪽에 의약 프로젝트가 아주 순리롭게 진행되고 있어. 후기도 꽤 괜찮고. 연구소에 투자하겠다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야.”민시후는 회사 일을 얘기할 때만은 진지했다.“대리권도 네가 쟁취해 온 거니까 융자에 관한 일도 네가 책임지고 잘 해봐.”고은서는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나 그녀는 전에 박지연한테서 곽승재가 융자에 관한 일을 백유미에게 맡길 예정이라고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가 왜 갑자기 생각을 바꾸었는지 의문스러웠다.그녀는 궁금증을 덜기 위해 민시후에게 물었다.“곽승재 아버지가 얼마 전에 귀국하셨는데 회사 일에 참여하려 했다가 곽승재한테 거절당했다고 하더라고. 아마 이번 일도 곽승재가 아버지 건의를 거절하고 직접 내린 결정일 거야.”‘그렇구나. 그런데 회장님이신 자기 아버지랑 맞붙는 거 보아서는 아마 두 사람도 사이가 별로인가 보네.’고은서는 이내 민시후 아버지가 전에 편찮다고 했던 일이 떠올랐다.“아버지는 괜찮으셔?”그녀의 말을 듣자마자 민시후는 피곤하다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