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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4화

작가: 류한나
내일 순조롭게 이혼할 수 있으려나?

“형부랑 무슨 얘기 한 거야? 싸웠어?”

이때 고은혜가 다가왔다.

고은서는 그녀를 흘끗 쳐다보며 말했다.

“넌 왜 여기 있어?”

고은혜는 옆에 앉으면서 귀찮은 듯 말했다.

“엄마한테 끌려온 거야. 오늘 온 사람 중에 괜찮은 남자가 있는지 보라잖아.”

외숙모는 고은혜에게 부잣집 신랑감을 소개해 줄 기회만 생기면 절대 놓치지 않았다.

“나한테 무슨 볼일이야?”

고은서가 물었다.

그냥 수다 떨려고 온 건 아닐 것이다. 그들의 관계가 그 정도로 좋지는 않았으니까.

고은혜가 말했다.

“지난번 형부가 파리에 친구가 있다고 했잖아. 형부가 먼저 그 친구한테 얘기 좀 해놓고 나한테 연락처를 줄 수 있는지 물어보고 싶어서.”

고시은: “너 방금 승재를 봤잖아. 왜 직접 말 안 해?”

고은혜는 약간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지난번 화장실에서 고시은과 함께 곽승재에 대해 그렇게 말해놓고 어떻게 다시 부탁할 수 있겠는가.

“넌 그의 와이프니까, 당연히 네가 말해야지. 또 내가 그에게 접근하려고 한다고 오해하지 말고!”

고은혜는 약간 짜증이 난 듯 말했다.

“도대체 도와줄 거야, 말 거야? 지난번에는 내가 해외로 나가길 바란다고 하더니 그냥 해본 말이었어?”

고시은은 고은혜를 흘겨보더니 말했다.

“상대방 연락처를 가져서 무슨 소용 있어? 외숙모가 너 해외 가는 걸 허락했어?”

“아직 허락은 못 받았지만, 아빠는 거의 설득했어. 지금 며칠 동안 기분 좋을 때 계속 설득하면 엄마도 허락하실지 몰라.”

고은혜는 이 말을 하면서 얼굴에 기쁜 미소를 지었다.

“어떻게 되든 간에, 나도 파리 쪽 상황을 미리 알고 싶어. 마음의 준비도 있어야지.”

고은혜가 주동적으로 외삼촌을 설득하고 또 미리 학교 상황을 알아보려는 걸 보니 그 결심이 꽤 굳은 것 같았다.

“이따가 기회가 되면 물어볼게. 하지만 그가 꼭 도와줄지는 보장할 수 없어.”

고은서가 말했다.

아까 곽승재가 갈 때 안색이 안 좋았는데, 그가 혹시라도 꽁하게 기억하고 있으면 그녀도 어쩔 수 없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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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고준석은 고국성을 혼냈던 적도 있었다. 그런데 그녀는 요즘 고준석과 함께 해찬시에 있다 보니 이 일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설마 성씨 가문의 그 주문은 아니겠지.고은서는 초조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고은혜에게 말했다.“네 일은 나중에 얘기해. 나 삼촌 좀 만나봐야겠어.”말을 마친 뒤 고은서는 고국성을 찾아갔다.그는 한창 곽씨 가문의 친척들과 즐겁게 이야기하고 있었고, 표정은 매우 기뻐 보였다.고은서는 친척에게 죄송의 말씀을 드리고 고국성을 한쪽으로 끌고 갔다.“은서야, 너 이게 무슨 짓이야. 사람을 막 끌어내고 너무 예의가 없구나.”고국성이 불쾌하게 말했다.고은서가 물었다.“요즘 성씨 가문이 큰 거래를 소개해주던가요?”이 말에 고국성은 웃으며 말했다.“뭐야. 너도 들었어!”“동욱이는 여전히 의리가 있더라고. 예전에 우리 집이 그들에게 잘해줬던 걸 기억하고 이번에 친구가 주문이 필요하자 바로 나한테 연결해 준 거야.”“아직 협상 중인가요, 아니면 이미 계약을 체결한 거예요?”고은서가 급하게 물었다.“모든 조항이 다 확정되었고, 내일 계약을 체결하기로 했어.”고은서는 속으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삼촌, 며칠 만에 이렇게 큰 주문을 상대방이 이렇게 흔쾌히 계약하다니, 중간에 무슨 꿍꿍이가 있지 않을까 걱정되지 않으세요?”고국성은 다소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너 이게 무슨 뜻이야? 무슨 꿍꿍이가 있겠어? 상대방은 성의를 가지고 왔고 또 동욱이와도 친구이니 협력이 자연스럽게 빠르게 진행된 거지.”고은서는 인내심을 가지고 말했다.“삼촌, 저는 삼촌을 의심하는 게 아니에요. 다만 얼마 전에 뉴스에서 어떤 사람의 상황이 삼촌과 비슷한 것을 봤는데 나중에 물건을 납품할 때 큰 문제가 생겨서 회사가 파산했다잖아요.”고국성은 반신반의하며 말했다.“그런 일도 있었어?”“M·Q에는 내 지분도 있으니 나도 잘 되기를 바라죠. 삼촌, 비서더러 나에게 계약서를 보내주라고 하세요. 이따가 전문가를 찾아서 분석 좀 해볼게요

  • 어게인, 비긴   제276화

    고은서는 약간 당황스러웠다. 이혼 문제는 외부에 알려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은 할머니의 생신이라 모두가 기뻐하는 자리에서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삼촌과 숙모는 계속해서 이혼을 반대하고 있었기에 더 큰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 몇 시간 전에도 그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얼굴로 곽승재의 아버지와 맞섰었다. 곧 곽승재와 이혼할 거라고 말했는데 이번엔 숙모가 아이를 재촉하는 말을 시작했으니 곽승재의 아버지 눈에는 그녀가 위선적으로 보였을 것이다. “아버지, 말씀드렸잖아요. 은서가 기분이 상해서 한 말일 뿐입니다.” 고은서가 대답하기도 전에 곽승재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애들 부부가 다투는 걸 보고 어른이 화해를 권유해야지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 곽승재의 할머니도 한마디 거들었다.“할머니, 저는...” “은서야, 신경 쓰지 마라. 너희 아버지는 원래 저렇게 남 신경 안 쓰는 성격이다.” 할머니가 고은서가 하려던 말을 막아버렸다. 그래도 자기 친엄마가 잔소리를 한 탓인지 곽승재의 아버지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지만 얼굴은 여전히 좋지 않았다. “숙모, 저희는 아직 젊으니 아이는 계획에 없습니다.” 곽승재가 차분하게 숙모에게 말했다. 방금 있었던 작은 소동으로 분위기는 여전히 어색했지만 숙모는 이런 어색한 분위기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전에 계획이 없었다면 이제부터 세우면 되지. 승재야, 너도 이제 스물일곱이잖니, 그리 젊은 나이는 아니야.” 곽승재는 고은서의 얼굴을 잠시 바라보다가 차분하게 말했다. “그런 문제는 은서가 결정할 일입니다.” 숙모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우리 은서가 너를 이렇게 사랑하는데 네가 원하기만 하면 당연히 아이를 낳고 싶어할 거야...” “숙모, 오늘은 할머니의 생신이잖아요. 오늘의 주인공은 할머니인데 아이 얘기는 좀 삼가주시면 안 될까요?” 고은서가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부드럽게 말했다. “아이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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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게인, 비긴   제278화

    고은서가 고개를 돌리자 곽승재가 어느새 그녀 옆에 와서 계약서의 문제점을 짚어주고 있었다. 그의 긴 팔이 컴퓨터 화면을 가리키며 고은서의 코에 거의 닿을 정도였고 그녀는 어쩔 수 없이 그에게서 나는 시원한 삼나무 향과 은은한 술 냄새를 맡았다. “날 쳐다보지 말고 계약서나 봐.” 곽승재는 손으로 그녀의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마치 스승이 제자를 가르치는 듯한 행동과 말투에 고은서는 살짝 입을 삐쭉거렸지만 별다른 항의 없이 다시 계약서를 보기 시작했다. 곽승재가 지적한 문제들은 고은서에게 일종의 깨달음을 주는 듯했다. 그 문제들은 쉽게 발견하기 어려운 부분이었지만 곽승재는 단번에 찾아냈다. 그가 GS 그룹을 그렇게 잘 관리하는 이유가 있었다. 그의 업무 능력은 정말 만만치 않았다. 그 후, 곽승재의 조언에 따라 고은서는 문제 있는 부분을 표시하고 신중히 수정한 뒤 삼촌에게 보냈다. 이 모든 일을 마치고 고은서는 기지개를 켰다. 너무 피곤했다. 몸 상태도 좋지 않은데 하루 종일 바쁘게 보내다 보니 지금은 그저 샤워하고 자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곽승재는 그녀 옆에 앉아 있었고 여전히 그의 깊은 검은 눈에는 약간의 취기가 담겨 있었다. 그는 의미심장하게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너 원래 고씨 가문의 사업에는 관심이 없고 내가 도와주는 것도 싫어했으면서 이번에는 왜 이렇게 신경을 쓰는 거야?”고은서는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네가 나서지 못하게 한 건 너에게 의존하지 않으려고 그랬던 거야. 이제 내가 신경 쓰는 건 당연하지, 내 가족의 사업이니까.”고은서의 말에서 곽승재는 자신과 선을 긋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 마음이 불편해졌다. 그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침대로 돌아갔다. 고은서는 그를 신경 쓰지 않고 옷장에서 잠옷을 꺼내 욕실로 들어갔다. 하루가 지나면서 몸의 여러 자국들이 조금 나아졌지만 곽승재가 세게 눌렀던 자국들은 여전히 깊게 남아 있었다. 고은서는 속으로 욕을 하며 잠옷을 입고

  • 어게인, 비긴   제279화

    고은서가 아래층으로 내려와 한참을 찾아봤지만 곽승재의 모습을 발견하지 못했다. 아마도 회사에 일이 생겨 갔나 싶어 고은서는 그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지만 전원이 꺼져 있었다. 주민기의 번호로 걸어봐도 역시나 전원이 꺼져 있었다. 어쩔 수 없이 고은서는 GS 그룹의 비서실로 전화를 걸어 확인했더니 해외에서 긴급한 일이 생겨 곽승재와 주민기가 출장을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돌아오는 날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렇게 우연일 수가? 오늘 이혼 서류를 받기로 약속했는데 그가 출장을 가다니. 고은서는 곽승재가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그의 평소 성향을 생각하면 이혼을 피하려고 출장이라는 핑계를 대며 도망칠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고민한 후 고은서는 곽승재의 카톡을 차단 해제하고 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곽승재, 갑자기 출장을 갔다니, 설마 말을 바꾸려는 건 아니겠지? 언제 돌아와? 왜 나한테 미리 말해주지 않았어?] 당장 곽승재의 답장을 받을 수 없을 테니 고은서는 할머니에게 가서 하소연하고 싶었다. 하지만 장순이가 말하길 할머니는 보통 오전에 기도를 드리느라 시간이 없다고 해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이혼 문제에 관해서라면 할머니는 곽승재에게 서류에 서명하라고 압박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마침 민시후에게서 전화가 와서 프로젝트 계약 건이 해결되었다고 하자 고은서는 일단 본가를 떠났다. 장순이는 고은서가 떠나는 것을 보고서야 불교당으로 가서 전미자에게 이를 전했다. 전미자는 고은서가 선물한 보리 묵주를 손에 들고 돌리며 말했다. “저 못난 녀석도 드디어 눈치 좀 챘구나, 이런 때에 출장을 갈 줄이야.” “할머니, 근데 보니 사모님이 많이 화난 것 같던데 이러다가 도련님과 사이가 더 나빠지면 어쩌죠?” 장순이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이미 이혼하려는 사이인데 더 나빠질 게 뭐 있겠어?” 할머니는 말했다. “은서의 결심이 너무 단단해서 승재의 이 방법도 통하지 않을까

  • 어게인, 비긴   제280화

    민시후는 참 상대하기 어려웠고 고은서는 그와 더 얽히기 싫어 바로 물었다. “알겠어요, 언제 시간이 돼요?” 민시후가 답했다. “내일, 은서 씨한테 이틀 줄게요, 계약 관련 일들은 그동안 마무리해요.” 민시후의 장난스러운 표정을 보고 고은서는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설마 일부러 내 앞에서 나를 망신 주거나 나를 함정에 빠뜨리려고 하는 거 아니겠죠?” 민시후는 사악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당신이 이미 약속했잖아요. 앞에 함정이 있어도 뛰어들어야죠.”고은서는 침묵했다.오후에 고은서는 허 교수를 찾아가 계약을 공식적으로 확인했고 이후 ZY 그룹으로 돌아가 민시후와 합류했다. “좋아요, 일 끝났으니 축하할 겸 밥이나 먹어요!” 민시후는 기분이 좋은 듯 말했다. 고은서는 정중히 사양했다. “괜찮아요. 다음에 먹으면 돼요.” “다음은 다음이고 오늘은 약속도 다 취소했으니까 당신이 가야 해요.”민시후가 말했다. “또 나를 이용해서 송민아를 따돌리려는 거예요?” 고은서가 물었다. 민시후는 차 열쇠를 집으며 말했다. “오늘은 그런 거 아니예요. 다음 주면 당신도 ZY 그룹에 입사하니까 미리 환영한다는 의미로 단순히 밥 한끼 먹으려는 거예요.” 민시후가 오늘은 장난칠 생각이 없는 것 같아 고은서는 결국 그와 함께 주차장으로 향했다. 민시후가 운전하는 차에 고은서는 조수석에 앉았다. 두 사람은 약품 홍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고은서의 전화벨이 울렸다. 고은서는 곽승재에게 온 전화인 줄 알았으나 화면을 확인하니 박지연이었다. 아마 전미자의 생일이 끝나고 그녀와 곽승재의 이혼 상황을 묻는 전화인 것 같았다. “지연아.” 고은서는 전화를 받았다. “아이고, 왜 이렇게 기운이 없어? 내가 맞춰볼게. 곽승재랑 아직 이혼 못 했지?” 박지연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고은서는 그 이야기를 하자마자 조금 짜증이 났다. “오늘 아침에 해외 출장을 갔어. 언제 돌아올지 몰라.”“내 예상이 딱 맞았네. 곽승재가

  • 어게인, 비긴   제281화

    민시후는 장난스러운 어조로 물었다.“정말 곽승재랑 이혼하려고요? 홧김에 하는 말인 줄 알았어요.”민시후가 두 사람의 일에 관심을 보이자 고은서는 어이가 없어서 거들떠보지도 않았다.고은서와 민시후는 차로 1시간 정도 되는 거리에 위치한 T 국 요리 식당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린 고은서가 투덜거렸다.“이럴 거면 T 국에 가서 먹지, 뭐 하러 여기까지 와요?”“그러게요.”민시후는 진지하게 물었다.“여권 가지고 왔으면 바로 T 국으로 가는 비행기 티켓 살 수 있어요.”고은서는 민시후를 흘겨보았다. T 국 요리 식당이 멀기는 했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이국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겨서 기분이 좋았다. 이층으로 올라가니 기이한 꽃과 풀로 가득 찼고 테이블마다 울타리로 둘러싸여 작은 정원에 놀러 온 느낌이었다.주문을 마친 뒤, 민시후는 전화를 받으러 갔고 고은서는 카톡을 확인했다. 곽승재가 답장하지 않아서 전화를 걸자 받지 않았고 화가 난 고은서는 휴대폰을 식탁 위에 내팽개쳤다. 아래층을 내려다보던 고은서는 익숙한 그림자가 눈에 들어왔다. 금빛으로 도배된 차량의 운전석에서 내린 사람은 바로 원지훈이었다. 원지훈은 차 열쇠를 식당 직원한테 건네면서 거만하게 웃었다. 그러고는 여러 사람들과 함께 식당 안으로 들어섰고 여자한테 치근덕거렸다. 고은서는 원지훈을 쳐다보며 피식 웃었다.원지훈이 계약한 휴대폰 프로젝트는 화제성이 높았고 민시후가 일부러 떠벌렸기에 계약서에 사인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문제가 많아서 곧 파산할 것이고 백유미가 투자한 돈을 날리게 되면서 고소할 것이 뻔했다.민시후가 전화를 끊고 자리로 돌아올 때 고은서가 웃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불빛 아래에서 더 빛나는 얼굴과 그 위로 피어난 미소는 영락없이 여우의 모습이었다.“은서 씨, 다른 남자 앞에서 그렇게 웃지 마요.”민시후는 애틋한 눈빛을 하고서 말했다.“웃는 모습을 보는 남자마다 은서 씨한테 반하게 될 테니까요.”고은서는 두 눈을 부릅뜨고 민시후를 쳐다보았다.“민 도련님이 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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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시후는 사무실 문을 닫고 고은서에게 말했다.“어젯밤 우리가 떠난 후 타이어 수리 업체가 현장에 도착했어. 업체 사람들은 예비 타이어로 교체한 후 차를 정비소로 가져갔어. 그런데 오늘 아침 확인해 보니 네 타이어 단순히 못이나 돌을 밟아서 찢어진 게 아니었어. 누군가 일부러 찔러 손상한 거야. 게다가 꽤 깊이 베였더라.”그 말을 들은 고은서가 미간을 찌푸렸다.‘그렇다면 어젯밤 그 사건이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누군가의 계획적인 행동이었다는 뜻인가?’먼저 그녀의 타이어를 망가뜨리고 두 떠돌이 남성이 꼭 지나칠 쓰레기통에 약을 탄 술과 음식을 배치했다. 고은서가 그곳에 도착했을 때 약기운이 돌기 시작한 떠돌이들이 딱 맞춰 반응하도록 말이다.‘도대체 누가 이렇게까지 해서 나를 해치려고 하는 거지?’“타이어를 망가뜨린 사람 찾을 방법 있을까?”민시후가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그 골목에는 CCTV가 없어. 뒤편은 전부 주택가라서 범인을 추적하기가 쉽지 않아.”“여시은 한번 조사해 보는 건 어때?”고은서가 조심스럽게 제안했다.비록 아무런 증거도 없었지만 어젯밤 여시은의 행동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민시후는 그녀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은서야, 우리 정말 통하나 봐. 나도 여시은이 등장이 의심스러워서 사람 시켜 조사하고 있거든.”고은서가 민시후의 말에 답하기도 전에 그녀의 핸드폰이 울렸다.화면에 뜬 여시은의 이름을 확인한 고은서가 민시후에게 핸드폰을 보여주며 말했다.“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더니 이게 딱 그런 경우인가?’민시후가 콧방귀를 뀌었다.“대단한 배포네. 밖에서는 곽승재와 곧 정략결혼할 거라는 소문이 퍼졌는데도 너랑은 또 이렇게 친하게 지내는 걸 보면 말이야.”사실 고은서도 그 점이 이해되지 않았다.여시은은 줄곧 그녀에게 다정하게 대해 왔고 심지어 그녀와 곽승재를 이어주려고까지 했다.그러면서 곽승재와의 결혼설은 부정한 적이 없었다.여시은이 정말 원하지 않았다면 소문을 잠재울 방법은 얼마든지

  • 어게인, 비긴   제835화

    고은서뿐만 아니라 송민아와 송민준도 민시후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살짝 놀랐다.민시후는 그들의 시선을 느끼긴 했지만 신경 쓰지 않고 고은서에게 붉은 장미 꽃다발을 내밀었다.화려하고 싱싱한 장미를 보고 고은서는 어리둥절해졌다.“이게 뭐야?”민시후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당당하게 말했다.“나 결심했어. 다시 은서 씨를 쫓아다닐 거야!”“은서 씨도 말했잖아, 어차피 1년 후에도 우리 가족들이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고. 그럼 굳이 1년을 헛되이 보낼 필요 없잖아!”고은서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자신의 거절이 오히려 민시후를 더 자극할 줄은 몰랐다.그때, 송민준이 자연스럽게 말을 꺼냈다.“민아야, 차에 고객이 선물한 체리가 있던데 가져와서 다 같이 나눠 먹자.”송민아는 오빠의 의도를 금방 알아차렸다.굳이 말하지는 않았지만 송민준은 동생이 이 자리에 있는 게 불편할까 봐 배려해 준 것이다. 사실 ZY그룹에 있을 때도 민시후는 고은서에게 꽃다발을 준 적이 있었기에 송민아에게는 처음 있는 일이 아니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시후가 과거에 송민아와 약혼했던 사람이라서, 이 자리가 확실히 어색했다.“알겠어.”송민아는 더 말하지 않고 사무실을 나갔다.여전히 장미를 들고 서 있던 민시후는 송민준을 발견하고 불쾌한 목소리로 물었다.“뭐야, 송 가주가 왜 또 여기 있는 거지?”송민준은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민아를 보러 왔다가 마침 은서 씨랑 밖에서 만났어.”민시후는 관심 없다는 듯 다시 고은서에게 장미를 내밀었다.“장미가 마음에 안 들면 밑에 다른 꽃들도 준비해 놨으니까,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볼래?”고은서는 피곤한 표정으로 대답했다.“됐어.”이 꽃 한 다발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과한 상황이었다. 그녀는 더 이상 주목받고 싶지 않아 조용히 꽃을 받아들였다.“고마워. 하지만 다음부터는 이렇게 부담스럽게 하지 마.”민시후는 태연하게 웃으며 말했다.“좋아하는 여자한테 꽃 선물하는 건 당연한 거야. 익숙해져야지!”그때 송민준이 의미심장한 미

  • 어게인, 비긴   제834화

    민시후는 코웃음을 치며 비꼬았다.“또 우리 형 들먹이네? 곽승재, 너도 이 수밖에 안 되냐? 설마 나만 쫓아내면 은서 씨가 널 받아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민시후의 말은 곽승재의 정곡을 찔렀고 그는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고은서는 예전처럼 그를 밀어내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반갑게 맞아주지도 않았다.곽승재는 가슴이 답답해졌고 숨은 쉴 수 있었지만 속이 꽉 막힌 기분이었다. 마침 손을 씻고 다가온 고은서는 싸늘한 분위기를 보고 굳이 이유를 묻지 않았다.그저 곽승재를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여기서 안 먹을 거면 아주머니한테 국만 싸달라고 해서 가져가.”곽승재는 자연스럽게 식탁에 앉으며 대답했다.“먹고 갈 거야.”고은서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이미숙은 주방에서 빠져나왔고 남은 세 사람은 어색하지 않지만 편안하지도 않은 미묘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를 마쳤다.식사 후, 피곤한 모습의 고은서를 본 민시후는 더 이상 머무르지 않고 곧장 자리에서 일어섰다.그는 나가기 전에 곽승재까지 데리고 떠났다.다음 날 오전, 고은서는 경찰서에서 연락을 받았다.어젯밤 쓰레기를 뒤지며 살아가던 두 노숙자의 혈액 검사 결과, 불법 약물 성분이 검출되었다는 것이다.그 약물은 뇌를 자극해 이성을 잃게 만들었고 그로 인해 극도로 흥분한 상태에서 고은서를 덮치려 한 것이었다.문제는 그 약물이 어디서 나온 것인가였다. 조사 결과, 노숙자들이 먹은 음식과 술에서 검출되었고 누군가 일부러 약을 탄 술과 음식을 버린 것인지, 아니면 우연히 발생한 것인지는 추가 조사가 필요했다.고은서가 사무실로 돌아갔을 때, 회의실에는 송민아가 있었고 접견실 소파에는 송민준이 앉아 있었다.그날 개업식 이후, 고은서는 송민준을 다시 만난 적이 없었다.개업식에서 송민준의 정장을 엉망으로 만든 일이 마음에 걸린 고은서는 송민아에게 그가 입고 있던 정장이 얼마였는지 물어봤었다. 그러나 송민아는 단칼에 보상을 거절했다.“겨우 정장 한 벌일 뿐인데 무슨 보상이야! 그럴 필요 없어. 우리 오빠도

  • 어게인, 비긴   제833화

    “나 마침 라이트문 아파트에 가려던 참이야.”고은서가 거절할 틈도 없이 곽승재는 낮고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아주머니가 국을 끓였다고 하더라. 나한테 와서 가져가라고 했어.”원래 기분이 좋지 않던 민시후는 곽승재가 고은서네 가정부를 핑계 삼아 온 것을 보고 더 답답해졌다.“그래도 곽 대표가 데려다줄 필요는 없어!”그리고 이어 고은서를 향해 투정 부렸다.“나도 배고픈데. 내가 집까지 데려다주고 나도 뜨끈한 국 한 그릇 먹어도 될까?”민시후가 이렇게까지 말했으니 고은서는 당연히 거절하지 않았다.“그렇게 해.”그리하여 곽승재의 복잡한 표정 속에서 고은서는 민시후의 차에 올랐다.민시후의 차가 점점 멀어져갔지만 곽승재는 여전히 그 자리에 멈춰 서 있었다.주민기는 밤바람 속에서 쓸쓸해 보이는 곽승재를 바라보며 안쓰러워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애써 여기까지 찾아왔건만 아내가 다른 남자와 다정하게 함께 있는 걸 목격하고 말았으니...’곽승재는 주먹을 꽉 움켜쥐며 아무것도 하지 못했고 심지어 한마디도 내뱉지 않았다.‘하아... 대표님의 아내 되찾기 여정은 끝도 없이 험난하구나.’주민기가 속으로 한탄하던 중, 갑자기 곽승재의 시선이 그를 스쳤다.주민기는 몸을 바로 세우며 물었다.“대표님, 그래도 가시겠습니까?”곽승재는 입술을 꾹 다물고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사고가 났던 골목에 CCTV 설치해요. 그리고 사모님한테는 실력 좋은 운전사를 붙이도록 하세요.”“네, 대표님.”주민기가 고개를 끄덕였다.민시후는 그 길로 차를 몰아 고은서의 집에 도착했다.차를 세우고 막 올라가려는데 저쪽에서 막 도착한 곽승재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직접 운전해서 온 듯했고, 비서는 곁에 없었다.민시후는 그가 거슬렸지만 어쩔 수 없었다.다행히 고은서는 곽승재를 기다릴 생각이 없어 보였고 결국 두 사람은 먼저 위층으로 올라갔다.집에 들어서자 이미숙은 같이 들어온 두 사람을 보고 살짝 놀랐다.“사모님, 곽 대표님도 오신다고 하셨는데 같이 안 오셨나요?”

  • 어게인, 비긴   제832화

    고은서는 일부러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시후 씨,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재벌가 아들이라는 신분이 그렇게 쉽게 버릴 수 있는 거야?”“시후 씨가 가족 앞에서 나에 대한 감정이 없다고 말하면 아버님과 형도 그냥 이성 친구라 생각하고 괴롭히지 않을 거야.”민시후는 그녀의 농담에 신경 쓰지 않고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내가 포기하기를 원하는 거야?”고은서는 다소 수척해진 민시후의 얼굴을 보고 조용히 말했다.“사실 시후 씨도 잘 알잖아. 1년이 지나도 가족분들은 나를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는 걸.”“민씨 가문에선 나와 곽 씨 집안의 혼인 관계를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을 거야.”만약 고은서가 예전에 평범한 남자와 결혼했다면 민씨 가문에서도 그걸 덮을 수 있었겠지만 곽승재의 전처라는 신분은 그들에게 너무 민감하고 큰 문제였다.민씨 가문 같은 재벌 집안에서 가장 중요한 건 체면이기에 그녀가 며느리가 되는 걸 결코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고은서는 진지하게 말했다.“그러니 더 이상 고집부리지 말고 예전처럼 자유로운 삶을 살아.”“은서 씨, 아직도 내 마음을 믿지 못하는 거야?”민시후의 눈에 어두운 그늘이 깔렸다.“아니, 시후 씨 마음을 알아. 문제는 나야.”고은서가 계속해서 말했다.“만약 내가 정말 시후 씨를 사랑했다면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함께할 수 있었을 거야. 시후 씨 가족의 태도나 외부의 시선도 개의치 않고 말이야. 하지만 내게는 그만큼 시후 씨에 대한 감정이 부족해. 그래서 시후 씨 가족분들이 나를 좋아하지 않는 것도 그렇고, 다른 외부적인 이유도 나를 주저하게 만들지. 그래서 나는...”민시후가 갑자기 고은서를 끌어안으며 급하게 말했다.“그러지 마, 나에게 기회를 준다고 약속했잖아.”고은서는 마음속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이 밀려왔다.그녀는 살며시 민시후를 밀어내며 말했다. “내가 한 말이 다 사실이라는걸 시후 씨도 알 거야. 그러니 그런 고집은 의미가 없어.”민시후는 여전히 고은서를 끌어안고 있었

  • 어게인, 비긴   제831화

    고은서가 계속해서 뒤를 보고 있자 민시후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매번 여시은이 나타나면 뭔가 안 좋은 일이 생기는 것 같아.”고은서가 민시후를 바라봤다. 설마 그렇겠냐고 말하다 곧 그의 말이 아주 틀린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처음 여시은을 만난 건 고양이 쿠아를 구할 때였다. 그 후 서운에서 여시은의 방에서 불이 났고, 이사 파티에서는 민시후가 함정에 빠졌다.유일 투자은행 개업식에서 페인트가 뿌려졌고 지난번 골프장에서는 곽현수와 골프를 치던 장우현도 다쳤었다.모든 사건이 여시은이 직접 일으킨 것은 아니지만 그녀는 항상 그 자리에 있었다.‘이렇게 많은 우연이 있을까?’‘하지만 만약 우연이 아니었다면 여시은이 그 자리에 있었다는 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고은서는 더 이상 추측하지 않기로 했다. “고객을 만나러 간다며? 나를 병원 앞에 내려주면 돼.”민시후는 약간 우울한 표정으로 말했다.“그깟 고객 때문에 다친 너를 그냥 두고 가는 사람 같아 보여?”고은서는 헛기침을 한 번 하며 말했다.“중요한 일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그래.”민시후가 고은서를 바라보며 감정을 억누른 채 물었다.“왜 혼자 이런 곳에 왔어? 비서도 기사도 없이?”“새 프로젝트 때문에 온 거야. 그 회사의 작업실이 근처에 있거든.”고은서는 사실대로 말했다.“운전기사 부를 시간이 없었고 송민아는 다른 프로젝트로 바빠서 이번엔 그냥 혼자 왔어.”민시후는 다시 한번 말없이 고은서를 바라보았다. 다만 조금 더 차분해 보였고 무언가 애써 참는 것처럼 보였다.고은서의 요청대로 민시후는 그녀를 근처의 한 동네 병원에 데려갔다.동네 병원은 예약이 필요 없었고 진료도 비교적 간편했다.다행히 고은서의 팔에 난 상처는 깊지 않았다. 하지만 약 10cm 정도 되는 길이의 상처였고 지금은 더 이상 피가 나지 않았지만 주변이 이미 검붉게 부어 있어 보기에 꽤 충격적이었다.의사는 상처를 소독하고 약을 발라준 후, 파상풍 예방주사도 맞혔다.고은서는 입술을 깨물며 아무 말도 하지

  • 어게인, 비긴   제830화

    “시은 씨, 전 괜찮아요.”고은서는 팔이 조금 아팠지만 상처를 보니 긁혔을 뿐 살까지 깊게 파고들지 않아 구급차를 부를 정도는 아니었다.“약국에 가서 씻고 약만 바르면 돼요. 경찰이 올 때까지 기다릴게요.”“그래도 병원에 가는 게 좋겠어요!” 여시은이 이마를 찌푸리며 말했다.“혹시라도 감염되면 큰일이에요! 제 기사님이 앞에 있어요. 그분이 병원에 데려다 줄 거예요. 저가 대신 여기서 경찰을 기다릴게요!”말을 마친 여시은은 고은서가 거절할 새도 없이 자기 사를 부르러 갔다.“은서 씨?”도로 옆에서 깜짝 놀란 듯 급하게 부르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고은서가 고개를 돌리니 하얀색 캐주얼 슈트를 입고 차에서 뛰어 내려오는 민시후의 모습이 보였다.개업식 때 민시후가 고은서를 도와 성동욱 일을 처리해 준 후, 그녀와는 거의 연락 하지 않았다. 그의 비서가 두 번 전화를 걸어 도와줄 일이 있는지 물어왔으며 민시후가 최근 업무 때문에 너무 바빠서 살도 빠졌다는 얘기를 했었다.눈앞에서 다가오는 민시후를 보고 고은서는 갑자기 든든한 마음이 들었다.“왜 여기에 있어? 손은 왜 그래?” 민시후는 고은서의 손을 잡고 긴장하며 물었다.“별거 아니 야.” 고은서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노숙자들과 싸우다 철판에 긁혔어. 다행히 살까지 파고들지 않은 것 같아. 시후 씨는 어떻게 여기 있어?”“고객과 약속이 있어서 지나가던 길이야!”그때 여시은의 운전기사가 다가왔다. “지금 병원에 모셔다드릴까요?”여시은이 웃으며 말했다. “민시후 씨가 계시니 저는 빠져도 될 것 같아요. 빨리 은서 씨를 병원에 데려다주세요!”“시은 씨는 어떻게 여기에 계세요?” 민시후가 물었다.지난번 여씨 가문에서 있었던 일이 여시은과는 관계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그녀의 가정부가 관련되었기 때문에 민시후는 그녀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지 않았다. 그의 태도는 어쩔 수 없이 차가워졌다.여시은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지만 여전히 인내심 있게 설명했다. “여기 유명한 동물

  • 어게인, 비긴   제829화

    게임 회사의 작업실은 다소 오래된 작은 아파트 단지에 위치해 있었고 단지에는 경비나 순찰을 하는 경비원도 없었다.골목에는 가로등이 있었지만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에 비해 꽤 외진 곳이었다.차는 골목에 주차되어 있었고 고은서는 핸드폰에 집중하느라 주변 상황에 신경 쓰지 않았다. 그래서 두 남자를 알아챘을 때는 이미 그들이 바로 눈앞까지 다가왔다.두 남자는 하나는 마르고 키가 컸고 다른 하나는 까무잡잡했다. 그들은 헤진 옷을 입고 있었고 손에 든 짐 꾸러미에는 많은 쓰레기가 담겨 있었다. 아마도 근처에서 쓰레기를 주워 생계를 잇는 사람들인 듯했고 몸에서는 고약한 악취가 났다.고은서는 속으로 구역질을 참으며 본능적으로 한 발 뒤로 물러섰다.하지만 그녀는 차 옆에 서 있었기 때문에 한발 물러서자 차에 기대게 되었다.이제 차 문을 열고 들어가기는 이미 늦었고 두 남자가 점점 다가오고 있어 도망칠 수도 없었다.두 남자의 눈가는 이상하리만치 붉었고 고은서를 발견하자 점점 더 흥분된 듯 보였다. 그들은 입에서 지저분한 욕설을 뱉으며 다가왔다.“젠장, 오늘 운이 정말 좋아! 이 근처 쓰레기통에서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주울 수 있을 줄 몰랐네. 게다가 이렇게 예쁜 여자도 만날 줄은!”“그렇지, 도시의 여자는 역시 다르네. 이 피부를 보라고. 아주 보드라워! 하하하, 집으로 끌고 가서 잘 놀아보자고!”그때, 악취 나는 마르고 키 큰 남자가 더럽게 손을 뻗으려 했고 고은서는 눈살을 찌푸리며 남자의 아랫배를 향해 강하게 발길질했다!갑작스러운 공격에 남자는 비명을 지르며 아랫배를 움켜잡고 무릎을 꿇었다.까무잡잡한 남자는 그제야 반응해 고은서를 잡으려 했고 고은서는 틈을 타 재빨리 몸을 틀어 그에게 발차기를 날렸다!하지만 남자는 상대적으로 더 강한 체격을 가졌고 고은서는 서 있는 자세 때문에 힘을 제대로 실을 수 없어 그를 넘어뜨리지 못했다.그러자 남자는 화가 난 듯 욕설을 퍼부으며 팔을 휘둘러 고은서를 향해 달려왔다.고은서는 민첩하게 몸을 낮추며 땅에 떨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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