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유미의 이름이 나오자 고은서는 분노로 얼굴이 굳었다. “그냥 모두 다 잘못했어!” “어떻게? 구체적으로 말해봐.” 곽승재는 집요하게 물었다. 고은서는 전생에 겪은 일들을 떠올렸다. 정신병원에 가게 만든 것도, 사람을 시켜 자신을 고문해 위암까지 걸리게 한 것도, 고씨 집안을 무너뜨리고 외할아버지를 휠체어에 앉힌 것도 전부 백유미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일들을 증명할 방법이 없었다. 다만 하나 확실한 건 성아연이었다. 그녀는 백유미에게 매수당했고, 이건 분명히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었다. “성아연과 백유미가 한패야. 내가 조사하라고 했잖아. 넌 조사했어?” 고은서가 차갑게 묻자 곽승재는 잠시 망설였다. “요즘 바빠서 아직 못 했어.” “바쁘다고? 그건 핑계야! 넌 애초에 내 말을 믿지 않았잖아. 네 머릿속엔 내가 백유미를 모함하고 있다는 생각밖에 없지!” 고은서는 곽승재를 밀어냈지만 그를 밀어낼 수 없었다. 결국 발로 그를 차자, 곽승재는 그녀가 발목을 삔 것을 고려해 마침내 그녀를 풀어주었다. “곽승재, 너는 백유미와 관련된 일만 생기면 항상 백유미를 믿고 날 믿지 않지. 그렇다면 왜 나랑 이렇게 애매하게 굴어? 이혼하면 서로에게 이득이잖아!” 고은서는 그렇게 말하며 홱 돌아서서 방으로 뛰어 들어가 문을 잠갔다. 그날 밤을 제외하고, 그 후 며칠 동안 곽승재는 그녀를 방해하지 않으려고 거실 소파에서 잤다. 이제 서로 마주치지 않고 지내는 듯했다. 곽승재는 굳게 닫힌 문을 잠시 바라보다가 마음속의 불편함을 억누르고 결국 육현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조만간 누구 자료 하나 보낼 테니 백유미와 어떤 관계인지 조사해 줘.” 육현석은 기꺼이 승낙했다. “형, 대체 무슨 일이야? 나한테 부탁할 정도라니. 형 휘하에 능력자들이 부족한 거야?” 곽승재는 짧게 대답했다. “그만 물어보고 조사나 해.” “알겠어. 반드시 임무 완수할게!” 육현석은 다시 물었다. “형, 형수님이랑 M국에 갔다고 들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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