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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게인, 비긴의 모든 챕터: 챕터 301 - 챕터 310

453 챕터

제301화

고은서의 화가 난 것 같은 말투에 곽승재의 안색이 변했다. 뭔가를 경계하는 듯한 표정이었다.그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너, 남편을 죽일 셈이야?”고은서는 곽승재가 정말로 모르는 건지 아니면 멍청한 척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어떻게 열이 나는데도 생각이 이렇게 또렷할 수 있는 거지?’“그래, 맞아. 널 죽이면 내가 네 재산을 상속받아서 부자로 될 수 있으니까 말이야!”고은서는 짜증을 내며 물컵을 그의 입에 갖다 댔다.“시간 낭비하지 말고 빨리 약이나 삼켜.”고은서의 말투가 너무 강했는지 곽승재는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바라보더니 물을 두어 모금 마셨다.고은서는 물컵을 내려놓으면서 말했다.“좋아, 이제 가서... 아!”그녀의 말을 끝내기도 전에 손목에서 갑자기 통증이 느껴졌다. 곽승재가 그녀의 손목을 잡고 눕혀버린 것이었다.“곽... 읍.”고은서는 화를 내려고 했지만 곽승재가 입술로 그녀의 입을 막아버렸다. 그녀가 입을 열자마자 무언가를 입안으로 밀어 넣었다.씁쓸한 약이 그녀의 입안으로 넘어가고 나서야 고은서는 그 정체가 방금 자신이 곽승재에게 먹인 해열제라는 것을 깨달았다.‘곽승재, 이 변태 같은 놈! 약을 삼키는 게 아니라 나한테 다시 먹이려고 하다니!’그녀는 필사적으로 약을 입 밖으로 밀어내려고 애썼다. 고은서는 이를 꽉 물고 있었지만 곽승재가 그녀의 양 볼을 잡고 그녀로 하여금 다시 입을 열 수밖에 없게 했다.곽승재는 약을 고은서의 혀끝까지 밀어 넣었고 그녀의 입안에 씁쓸한 맛이 퍼졌다.“너무 써!”고은서는 견딜 수 없어서 온 힘을 다해 곽승재를 옆으로 밀어냈다.곽승재는 그녀에게 밀려서 옆으로 물러섰고 다시 덤비지 않았다.고은서는 그를 신경 쓸 겨를도 없이 급하게 약을 뱉어내고 침대 옆에 있는 물로 입을 여러 번 헹궜다.‘변태 같은 놈! 자기 입에 넣었던 약을 다시 내 입에 집어넣다니!’그러고 나서 고은서는 또 침실에 있는 화장실로 달려가 입을 열심히 헹궜다.입안에 맴돌던 쓴맛이 사라지고 곽승재도 멀어진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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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2화

고은서는 그가 왜 화를 내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그제야 그녀는 자신이 입고 있는 잠옷의 단추가 두 개 풀렸다는 것을 발견했다. 안에 있는 속옷이 살짝 드러나 있었다.고은서는 얼굴이 붉히더니 가슴 쪽을 가리면서 방으로 돌아갔다.‘분명 어젯밤 잠들기 전까지 단추가 풀어지지 않았었는데... 뭐지? 자는 사이에 단추가 풀어지는 경우도 있나?’그녀가 잠옷은 그저 평범한 잠옷이었는데 단추가 저절로 풀릴 리 없었다.설령 곽승재가 풀어놓지 않았다 해도 그가 침대로 안고 가는 사이에 헐렁해진 게 틀림없었다.그런 모습으로 방문을 열었을 생각을 하니 고은서는 부끄러워서 얼굴을 감쌌다. 창피해서 어디라도 숨고 싶은 마음이었다.고은서는 옷을 갈아입고 세수를 한 후, 화장까지 살짝 하고서야 방문을 조금 열어 바깥 상황을 살폈다.의사는 진료 도구를 정리하며 곽승재에게 말했다.“열은 내렸지만 몸이 여전히 매우 허약한 상태입니다. 휴식을 취해야 합니다.”“약을 복용하는 동안 알코올이 들어간 음식은 먹으면 안 됩니다. 술은 절대 마시면 안 되고요. 이번에는 다행히 체력이 좋아서 의식이 흐릿하고 졸린 선에서 끝난 거지 다음에는 어떤 반응이 올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이 말을 들은 고은서는 깜짝 놀랐다.‘그저 열이 난 게 아니라 프랑스 요리 중 알코올이 들어간 음식 때문에 먹던 약이랑 반응을 일으킨 거야?’고은서는 그의 이상함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단지 곽승재가 열이 세게 나서 혼란스러운 것이라 생각했었다.그래도 곽승재에게 별일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전미자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곽승재를 보살피라고 특별히 고은서를 보낸 것이었는데 오히려 문제를 일으킬 뻔했으니 말이다.그때 의사가 여러 가지 주의 사항을 설명하고는 의료 상자를 들고 나갔다. 주민기가 그를 배웅해 주었다.“왜 숨어 있어? 나와.”곽승재가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고은서는 문을 열고 곽승재 앞에 섰다.그의 상태는 여전히 좋지 않아 보였고 얼굴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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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3화

곽승재와 고은서가 꽉 안고 있는 모습을 본 주민기는 순간 멍해졌다.하지만 그는 다행히도 눈치가 빨랐기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위를 쳐다보면서 말했다.“앗, 눈에 뭐가 들어간 것 같아요. 아무것도 안 보여요. 의사 선생님께서 아직 멀리 가지 않았을 거예요. 대표님, 의사 선생님 좀 따라가 볼게요!”말을 마친 주민기는 홱 사라져 버렸다.“...”‘이것보다 더 어이없는 변명이 어디 있겠어?’“아직도 손을 놓지 않는 거 보니까 진짜 확인해 보고 싶나 봐?”속으로 불평하던 중, 곽승재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고은서는 그제야 자신이 여전히 곽승재의 목을 감싸고 있다는 걸 깨달았고 그의 손이 자기를 지탱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녀는 얼굴이 확 달아오르더니 서둘러 곽승재한테서 손을 떼고 바로 섰다.“그러게 누가 그렇게 놀라게 하래? 쌀이 다 쏟아질 뻔했잖아.”곽승재는 바닥에 있는 냄비를 보며 더 이상 고은서한테 따지지 않았고 냄비를 집어 들며 물었다.“어떻게 하면 돼? 내가 할게.”곽승재가 그런 말을 듣기 싫어한다는 걸 아는 고은서는 거절하지 않고 말했다.“쌀을 천천히 으깬 다음에 뜨거운 물을 넣고 끓여. 마지막에 소금과 파를 조금 넣으면 죽이 향긋하고 찰져서 맛있어.”곽승재는 그녀의 말을 따라 쌀을 으깨기 시작했다. 지난번 예원 별장에서 면 반죽하던 것보다는 훨씬 수월해 보였다.숟가락을 쥔 길고 단단한 손가락으로 쌀을 으깨고 있는 그의 모습은 왠지 모르게 매혹적이었다. 게다가 손등에는 힘줄이 도드라져 보였으니 말이다.“이 정도면 돼?”곽승재가 물었다.고은서는 헛기침을 하며 대답했다.“거의 다 됐어. 다 으깨고 나면 죽을 끓여. 나는 마트에 갔다 올게.”쌀을 좀 으깼다고 땀을 흘리는 곽승재를 보며 고은서가 다시 입을 열었다.“물건 사면서까지 널 신경 쓰고 싶지 않아. 아프니까 그냥 호텔에 있어”이틀 동안 아팠던 탓에 곽승재는 확실히 힘이 달렸다.“민기 씨랑 같이 가.”조금 전 두 사람이 안고 있는 장면을 주민기가 봤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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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4화

갑자기 저녁 식사에 초대하는 고은서에 곽승재의 마음속에 있던 안 좋은 예감이 더욱 강렬해졌다.“할 말이 있으면 그냥 해. 식당 안 가도 돼.”곽승재가 소파에 앉으면서 말했다.그의 말을 들은 고은서가 대답했다,“그래.”말을 마친 그녀는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곧 두 개의 서류를 들고 걸어 나왔다.그 서류가 무엇인지 당연히 알고 있었기에 곽승재의 미간이 찌푸려졌다.“고은서, 그날 밤에 말을 분명하게 하지 않았어? 아니면 내가 요 며칠 동안 너무 바쁜 바람에 너를 잘 챙겨주지 못해서 이렇게 심술을 부리는 거야?”‘말도 안 되는 소리.’고은서는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리며 서류를 곽승재 앞에 놓았다.“곽승재, 난 너랑 싸우고 싶은 생각도 없고 화가 난 것도 아니야. 전에 네가 아팠던 것 때문에 일이 쌓여서 제대로 말을 못 꺼냈을 뿐이지.”고은서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네가 그날 말했잖아. 이 프로젝트가 끝나면 나랑 이혼 절차를 밟겠다고 말이야. 양가 부모님들한테도 차근차근 설명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나도 동의해.”“네가 이런 핑계를 대고 질질 끌지 않을 거라는 건 알지만 앞으로 더 중요한 프로젝트가 생겨서 또 미루게 될까 봐 그래. 그러니까 우선 서류에 사인부터 해놓자는 거야. 그때가 되면 너한테 바쁜 프로젝트가 있든 없든 간에 수속을 밟을 거라서 말이야.”“꼭 이렇게 서둘러야 해?”곽승재가 물었다.‘열흘 전부터 이미 끝났어야 하는 관계인데 내가 뭘 서두른다는 거야?’고은서는 그의 질문에 대한 대답 대신에 이렇게 말했다.“귀국하면 나는 예원 별장으로 돌아가지 않을 거야. 너랑 금실 좋은 부부인 척도 하지 않을 거고.”“어쨌든 사인만 하면 되니까 더 이상 지체할 필요는 없잖아, 아니야?”곽승재는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그녀를 흘끗 쳐다보았다.“내가 동의하지 않는다면?”고은서는 마음속에서 점점 치밀어 오르는 화를 억누르면서 입을 열었다.“뭐가 문제길래, 왜 동의하지 않으려 하는 거야?”곽승재가 담담하게 말했다.“우리가 절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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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5화

고은서는 M국에서 가장 유명한 쇼핑몰로 갔다.그곳은 그야말로 천국이었다. 각종 명품 브랜드의 액세서리와 가방이 가득해서 고은서의 눈이 돌아갈 정도였다.고은서는 요즘 유행하는 드레스에 신발과 가방까지 고른 후, 박지연이 좋아하는 스킨케어 제품과 그녀에게 선물할 옷도 두 벌 골랐다.그녀는 쇼핑몰이 문을 닫을 때까지 두세 시간 동안 혼자 돌아다니다가 그제서야 만족스럽다는 듯 큰 쇼핑백을 들고 걸어 나왔다.상점 밖의 거리는 그녀가 금방 쇼핑몰에 도착했을 때처럼 떠들썩하지 않고 조용해 보였다. 길가에는 노숙자들이 가득 모여 이불을 덮고 앉아서 음식을 먹거나 잠을 청하고 있었다.각종 쇼핑백을 들고 있는 그녀는 여러 노숙자들의 눈길을 끌었다.고은서는 국내 치안에 익숙해진 탓에 갑자기 이런 상황에 직면하자 마음이 불안해졌다.앞길에 택시가 기다리고 있는 걸 본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걸어갔다.그때 길가에 있던 한 노숙자가 벌떡 일어나 비틀거리며 그녀에게 다가왔다.길을 재촉하다가 그와 마주친 고은서는 재빨리 방향을 바꾸어 왼쪽 거리로 걸어갔다.얼마의 지나지 않아 고은서는 그 노숙자가 자신의 뒤를 밟고 있다는 걸 발견하였다.그녀는 마음속의 두려움을 억누르고 재빨리 휴대폰을 꺼내 현지 경찰에 신고하려고 했지만 전화를 걸기도 전에 가방이 노숙자에게 붙잡혀 버렸다.“아!”고은서는 비명을 지르며 아무 생각도 없이 상대방을 향해 발길질을 했다.노숙자의 덩치는 고은서의 2배 정도였기에 그녀의 발길질에 두어 걸음 물러섰을 뿐 넘어지지는 않았다.그래도 맞은 바람에 화가 난 듯 노숙자는 욕설을 퍼부으며 주먹을 내밀어 고은서를 때리려고 했다.놀라서 뒤로 몇 발짝 물러선 고은서는 경찰에 신고할 틈도 없이 돌아서서 바로 앞으로 미친 듯이 달려갔다.이곳의 거리는 지나치게 넓고 인적도 드물었기에 고은서가 큰소리로 몇 번 도움을 청해도 사람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노숙자와 고은서 사이의 거리는 점점 가까워졌고 노숙자의 손은 그녀에게 닿을락 말락 했다.땅바닥에 벽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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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6화

“내가 저 사람 때리는 걸 봤다고? 그런데 왜 좀 더 일찍 나타나서 날 도와주지 않았어?” 고은서가 울먹이며 물었다.그녀는 거의 죽을 뻔했다. 여기서 생을 마감할 줄 알고 엄청 놀랐는데...고은서의 질문에 민시후는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 사람은 곰처럼 생겼잖아. 내가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당연히 경찰이 올 때까지 기다렸지.”“...”고은서는 잠시 말문이 막혀 지금 이 기분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녀는 그저 눈물을 글썽이며 민시후를 노려봤다.“그렇게 눈을 뜨면 눈알이 빠지겠어.” 민시후는 귀찮다는 듯 그녀를 땅에서 일으켜 세웠다. “얼른 일어나. 나 바빠.”고은서가 일어나자 발목에 통증이 느껴졌다. 아마도 삐끗한 모양이었다. 그녀는 다른 쪽 발에 체중을 실으며 민시후의 팔을 놓았다. “M국에 어떻게 온 거야?” 그녀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것도 이렇게 우연히 여기서 나타나다니...순간 민시후의 매력적인 눈동자에 흥미가 스쳤다. “당연히 널 쫓아온 거지.”“뭐?”빵빵!그 순간 앞쪽에서 경적 소리가 들렸다. 고은서가 고개를 돌리니 몸매가 화려한 여자가 스포츠카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기다리는 것에 지친 듯 경적을 울리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었다.민시후는 그 여자에게 손을 흔들며 더 이상 고은서를 놀리지 않았다. 그는 간단히 설명했다. 송민아가 제때 회사에 입사했고, 그 때문에 숨 쉴 틈도 없어서 M국으로 도망친 것이라고.고은서는 그제야 민시후가 ‘널 쫓아왔다'고 한 말이 농담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적어도 송민아에게는 아니었다.“민시후, 이러다 민아 씨가 나를 원수로 여기겠어.” 고은서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대로 가다간 그녀는 민시후 때문에 죽임을 당할 게 분명했다.민시후는 그녀의 생각을 알아차리고는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안심시켰다. “걱정 마. 송민아 정신 상태는 아직 멀쩡하니까 널 죽이진 않을 거야.”고은서는 원래 한 발로만 버티고 있었는데 민시후가 어깨를 두드리자 중심을 잃고 거의 넘어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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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7화

마침 경찰이 노숙자를 붙잡아 그들을 향해 끌고 왔다. 노숙자의 머리카락에 피가 엉킨 모습을 보자 고은서는 무의식적으로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곽승재는 그녀의 손을 꼭 잡으며 침착하게 경찰에게 말했다. “변호사가 곧 도착할 겁니다. 모든 일은 그분이 처리할 거예요.” 고은서는 경찰에게 사건의 경위를 간단히 설명했고 주민기도 변호사와 함께 도착했다. 짧은 대화를 나눈 뒤 나머지 일은 그와 변호사에게 맡기기로 했다. 고은서와 곽승재는 차 쪽으로 걸어갔다. 고은서가 발목을 삐끗해 절뚝이며 느리게 걷자 곽승재는 결국 그녀를 번쩍 안아 들었다. 고은서는 이미 큰 충격을 받아 곽승재와 말다툼할 기력조차 없었고, 그가 그녀를 차에 태우는 것도 내버려두었다. 차 안에서 곽승재는 의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이후,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호텔로 돌아왔다. 호텔에 도착하니 의사가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 의사는 고은서의 발목을 검사한 후, 단순한 염좌일 뿐 골절이나 다른 문제는 없다고 진단했다. 의사가 떠나고 나서 방 안에는 고은서와 곽승재 둘만 남았다. 고은서는 저녁에 곽승재에게 ‘개자식'이라고 욕을 퍼붓고, 이제 서로 남남이라며 단호하게 말했던 게 생각났다. 그런데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그녀는 다시 그의 품에 안겨 호텔 방으로 올라오게 된 것이다. 원래 쇼핑을 마치고 혼자 방을 잡으려 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그럴 수 없을 것 같았다.“발 아직 많이 아파?” 드디어 곽승재가 입을 열었다. “괜찮아. 자기 전에 약만 좀 바르면 될 거야.” 고은서가 대답했다. 곽승재는 그녀의 말을 듣고는 손을 뻗어 그녀의 발을 잡았다. 고은서는 깜짝 놀라 경계하며 물었다. “뭐 하는 거야?” 곽승재는 얇은 입술을 살짝 다물며 그녀의 발을 자기 무릎 위에 올렸다. 그리고 약병을 열었다. 고은서는 그제야 그가 무엇을 하려는지 알아차리고 발을 빼려 했다. “괜찮아. 내가 할 수 있어.” 그러나 곽승재는 말없이 다시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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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8화

곽승재의 불쾌한 표정과 추궁하는 듯한 말투를 보며 고은서는 결국 참지 못하고 비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민 대표를 감싸는 게 왜? 지난번에도 말했잖아. 나 이제 민시후를 좋아하기로 했다고.” 곽승재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지난번 통화에서 고은서가 분명히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돌리겠다고 했었다. 아까 민시후가 그녀의 어깨를 감싸안는 행동도 너무 자연스러웠고 고은서 또한 거부하는 기색이 없었다. 평소에 그가 그녀에게 손만 대도 마치 성가신 짐승이라도 본 듯이 피하곤 했는데, 민시후에게는 왜 경계하지 않는 걸까? “네가 그렇게 이혼을 서두른 이유가 민시후랑 함께하기 위해서였다는 거야?” 곽승재는 얼굴을 찌푸린 채 차갑게 물었다. 그녀의 발을 잡고 있는 손도 힘이 더해졌다. “아야!” 고은서는 급히 발을 빼며 자신의 손으로 발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그래. 그게 뭐 어쨌다고!” 고은서의 말에 곽승재의 분노는 더욱 끓어올랐다. “네가 민시후에게 마음을 돌린다고 해서 그 사람이 널 좋아할 거 같아? 설령 민시후가 널 좋아하게 된다고 해도 그 집안은 절대 이혼녀인 널 받아들이지 않을 거야!” 고은서는 가볍게 웃으며 얼굴을 들어 올렸다. “그건 내 문제니까 곽 대표는 신경 쓰지 않아도 돼.” 곽승재는 또 한 번 말문이 막혔다. “내가 분명히 말했지. 빨리 이혼 서류에 서명하는 게 좋을 거라고. 이제 와서 후회하는 거야?” 고은서는 그를 일부러 자극했다. 곽승재는 고은서가 다른 남자와 함께할 거라는 생각에 더 이상 분노를 억누를 수 없었다. 그는 그녀를 소파에 내리누르고 거칠게 입술을 덮쳤다! 그의 힘이 너무 강해 고은서는 반항할 틈도 없었다.‘이 개자식, 또 이런 짓이나 하고!’고은서는 화가 나서 그의 혀를 세게 물었다. 분명 피 맛이 입안에 퍼졌는데도 곽승재는 그녀를 놓지 않고 더 강하게 키스하며 그녀의 숨결을 모조리 빼앗아 갔다. 그의 손은 그녀의 몸을 탐하듯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불을 붙였다.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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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9화

백유미의 이름이 나오자 고은서는 분노로 얼굴이 굳었다. “그냥 모두 다 잘못했어!” “어떻게? 구체적으로 말해봐.” 곽승재는 집요하게 물었다. 고은서는 전생에 겪은 일들을 떠올렸다. 정신병원에 가게 만든 것도, 사람을 시켜 자신을 고문해 위암까지 걸리게 한 것도, 고씨 집안을 무너뜨리고 외할아버지를 휠체어에 앉힌 것도 전부 백유미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일들을 증명할 방법이 없었다. 다만 하나 확실한 건 성아연이었다. 그녀는 백유미에게 매수당했고, 이건 분명히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었다. “성아연과 백유미가 한패야. 내가 조사하라고 했잖아. 넌 조사했어?” 고은서가 차갑게 묻자 곽승재는 잠시 망설였다. “요즘 바빠서 아직 못 했어.” “바쁘다고? 그건 핑계야! 넌 애초에 내 말을 믿지 않았잖아. 네 머릿속엔 내가 백유미를 모함하고 있다는 생각밖에 없지!” 고은서는 곽승재를 밀어냈지만 그를 밀어낼 수 없었다. 결국 발로 그를 차자, 곽승재는 그녀가 발목을 삔 것을 고려해 마침내 그녀를 풀어주었다. “곽승재, 너는 백유미와 관련된 일만 생기면 항상 백유미를 믿고 날 믿지 않지. 그렇다면 왜 나랑 이렇게 애매하게 굴어? 이혼하면 서로에게 이득이잖아!” 고은서는 그렇게 말하며 홱 돌아서서 방으로 뛰어 들어가 문을 잠갔다. 그날 밤을 제외하고, 그 후 며칠 동안 곽승재는 그녀를 방해하지 않으려고 거실 소파에서 잤다. 이제 서로 마주치지 않고 지내는 듯했다. 곽승재는 굳게 닫힌 문을 잠시 바라보다가 마음속의 불편함을 억누르고 결국 육현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조만간 누구 자료 하나 보낼 테니 백유미와 어떤 관계인지 조사해 줘.” 육현석은 기꺼이 승낙했다. “형, 대체 무슨 일이야? 나한테 부탁할 정도라니. 형 휘하에 능력자들이 부족한 거야?” 곽승재는 짧게 대답했다. “그만 물어보고 조사나 해.” “알겠어. 반드시 임무 완수할게!” 육현석은 다시 물었다. “형, 형수님이랑 M국에 갔다고 들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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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0화

육현석의 말은 듣는 순간부터 허무맹랑하게 느껴졌다. 자신이 문제가 뭔지 알았더라면 굳이 이렇게 물어볼 필요가 있었겠는가? 곽승재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할 말 있으면 그냥 해.” 육현석은 귀를 비비며 말했다. “형, 지난번 일이 정말 형수님이 저지른 일이라고 믿어?” 곽승재는 직접 대답하지 않고 그날의 상황을 다시 설명했다. 약국에 가기 전, 고은서는 백유미 때문에 매우 기분이 나빠 보였다. 약국에서는 그녀가 직접 약을 고르고 계산까지 한 후 갑자기 태도가 누그러지더니 단팥빵을 먹겠다고 말했다. 이후 그녀는 차에 혼자 남았고 곽승재가 빵을 사러 갔을 때 고은서가 약 봉투를 건드렸다고 했다. “그래서 형수님과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해?” 육현석이 물었다. 곽승재는 이 결론을 꺼리며 대답했다. “난 그저 사실을 말하고 있을 뿐이야.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나는 은서랑 관련됐다고 한 적 없어.” 육현석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하지만 형, 내가 듣기엔 형은 이미 형수님을 의심하고 있어. 그러니까 형수님이 화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형이 자신을 믿지 않는다는 거야.” 그 말을 들은 곽승재는 방에 들어가기 전 고은서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백유미와 관련된 일이면 언제나 백유미를 믿고 나를 믿지 않잖아.” 곽승재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고은서가 결백하다는 증거가 있다면 당연히 믿겠지. 하지만 그 약봉투는 고은서 말고는 누구도 손댄 적이 없어. 어떻게 사실을 무시하고 고은서 편만 들 수 있겠어?” “어떻게 형수님밖에 없겠어? 백유미는?” 육현석은 가볍게 반문했다. 곽승재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이건 고은서도 했던 말이었다. “유미가 거의 쇼크 상태까지 갔는데 정말 그런 짓을 했다고 생각해?” “백유미가 그런 일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차치하고, 왜 형은 형수님을 좀 더 편들어주지 않는 거야?” 육현석은 답답한 듯 말했다. “형수님은 분명히 억울하다고 했잖아. 왜 형은 믿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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