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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어게인, 비긴: Chapter 321 - Chapter 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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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1화

육현석이 뭐라 말을 이으려고 했지만 곽승재는 벌써 자리에서 일어서고 있었다.“결과 나오면 바로 알려줘.”고은서가 마침 본가에서 나왔을 때, 민시후가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내일 귀국할 예정이니 데리러 와.”“운전기사가 없어? 아니면 택시 예약할 줄 몰라서 그래? 왜 굳이 나한테 오라는 거야?”민시후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M국에 왔을 때 내가 아니었다면 고생 좀 했을 거였잖아. 나한테 신세 졌으니 갚아야지.”고은서는 어이가 없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송민아가 네 귀국 항공편을 알고 있어서 데리러 가는 거지?”“항공편은 몰라. 하지만 M국에서 해성으로 가는 비행기가 하루에 2대밖에 없는데 그 자리를 지켜서면 되지 않겠어?”민시후의 말투에는 짜증이 배어 있었다.“우리 집 영감이 나랑 송민아를 결혼시키려고 굳게 마음먹은 것 같아. 아니면 우리 한번 협력해 볼까? 나는 네 이혼을 도와주고 너는 이 혼사를 망쳐주는 거야. 어때?”“어떻게 도와줄 건데?”“나한테 다 방법이 있지.”“그럼 난 어떻게 네 혼사를 망쳐야 하는데?”“네가 수락만 한다면 나한테 맡겨.”고은서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비록 민시후의 제안이 매력적이긴 했지만 조건이 조금 까다로웠다. 고은서는 자신이 이 판에 뛰어들어 혼사를 망치면 앞으로 평온한 삶을 살 수 없을 것 같았다.곽승재는 수중에 있는 급한 프로젝트만 끝내면 이혼을 진행하기로 했었다.두 제안을 비교해 본다면 곽승재 쪽이 좀 더 이로운 것 같았다.“그 얘기는 다음에 다시 얘기하고 항공편 알려줘. 내일 데리러 갈게. 이걸로 신세는 갚은 거다? 앞으로 또 나한테 이상한 일 시키면 안 돼.”민시후는 화를 내지 않고 차분히 답했다.“알았어. 그럼 내일 데리러 오기로 한 거다.”다음날, 고은서는 박지연에게 미리 연락하고 그녀가 일하는 병원으로 향했다.위만 검사하려고 했는데 박지연은 건강 검진 시트를 들고 있었다.“위에서 지난번 2천만 원을 네가 기부했다는 걸 알고 감사의 의미로 건강 검진을 무료로 진행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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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2화

고은서의 시선이 너무 강렬했던 탓인지 송민아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시선이 마주치자 웃음기를 머금고 있던 송민아의 얼굴은 순식간에 굳어졌다.“은서 씨, 공교롭네요. 시후 오빠 데리러 온 거예요?”송민아는 거침없이 고은서에게 다가갔다.고은서는 어떤 태도로 송민아를 대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그녀가 출국하기 전, 민시후는 일부러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켰고 또한 M국에서 그녀를 찾으러 오기도 했다. 아마 송민아는 마음속으로 고은서를 미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지난번 민시후에게 불려 간 식당에서 송민아를 만났을 때 민시후와 아무런 사이도 아니라고 해명하고 송민아를 설득하려고 했었다.하지만 송민아는 민시후의 행동에 조금도 위축되지 않았다.조금 날카로운 듯한 송민아의 질문에 고은서도 침착함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민시후 씨한테 신세진 게 있어요. 민시후 씨가 그걸로 절 협박해서 데리러 오라고 했어요. 이런 이유 믿으시나요?”송민아가 갑자기 언성을 높인 채 눈을 부릅뜨고 외쳤다.“매번 시후 오빠가 은서 씨 짝사랑한다는 걸 자랑할 필요는 없어요! 당신들이 어떻게 하든 저는 시후 오빠를 포기할 생각 없어요.”전생의 자신을 생각하면 고은서는 화를 내는 송민아를 정말 미워할 수 없었다.자존심까지 내려놓으며 좋아하는 남자를 쫓아다니는데 상대는 피하려고만 하는 그 감정, 고은서는 누구보다 잘 알았다.“송민아 씨, 지난번에 저한테 물으셨죠? 어떻게 하면 민시후의 마음을 얻을 수 있냐고 말이에요.”송민아의 분노가 얼마간 가라앉았다. 그녀는 의심 섞인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하지만 그때 대답하셨죠. 저한테 아무것도 가르쳐 줄 수 없다고요.”“거창한 의견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것만은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어요. 이렇게 매달리기만 해서는 좋은 결과를 얻기 힘들 거예요. 매달릴수록 민시후 씨는 더 멀리 멀어지려고만 할 거예요. 그러니 매달릴 시간에 자신을 향상하고 기쁘게 하는 데 집중하세요. 어쩌면 손에 넣지 못하는 게 제일 욕심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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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3화

고은서는 아무것도 모른 척 말했다.“민아 씨 차가 고장 나서 같이 돌아가려고. 아무리 그래도 네 약혼녀인데 어려움에 부딪힌 사람을 모른 척할 수는 없잖아.”민시후는 점점 더 화를 냈다.“내가 같이 귀국하지 않았다고 지금 이런 방식으로 나를 화나게 하는 거 아니야? 너도 곽승재와 이혼하겠다고 약속했잖아. 지금까지 시간을 끌고도 아직 이혼 절차를 밟지 않으니 나로서도 불쾌할 수밖에 없지.”고은서는 말문이 막혔다.‘나한테 목을 매는 게 아니라 지금 쌍방이었던 거야? 스토리가 언제부터 이렇게까지 흘러갔을까...’“고은서! 용기가 있으면 송민아 앞에서 영원히 곽승재랑 이혼하지 않겠다고 해. 그럼 나도 너에 대한 마음을 접을게.”민시후는 일부러 그러는 것이었다. 절대 이혼하지 않겠다는 말은 그녀로서도 차마 입밖으로 낼 수 없었다.송민아의 희망적인 눈빛에 고은서를 민시후를 향해 외쳤다.“말도 안 되는 소리 좀 하지 마! 나의 이혼은 너랑 아무런 상관도 없어.”“네가 곽승재를 사랑했다는 사실은 누구다 다 알고 있어. 나한테 마음이 생긴 게 아니라면 왜 이혼하려고 하겠어?”말하며 민시후는 태도를 누그러뜨렸다.“됐어. 네 결혼에 개입한 내가 잘못이지. 내 마음을 내 의지대로 조정할 수만 있었다면 절대 너한테 흔들리지 않았을 거야. 지금 내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알아?”불쌍해 보이는 민시후를 보며 고은서는 정말 참지 못하고 호통을 쳤다.“그렇게 고통스러워서 M국에서 다른 여자를 끼고 논 거야?”고은서의 말을 들은 민시후는 기뻐하는 기색으로 깜짝 놀라며 말을 이었다.“그래도 나 신경 썼구나! 그럼 그때 왜 못 본척한 거야? 나한테 한마디도 안 물어봤잖아. 그때 그 여자랑은 아무런 사이도 아니야. 그 여자 이름도 몰라.”민시후는 말하면 할수록 더 활개치기 시작했다.“일부러 너 화나게 하려고 그런 거야. 은서야, 화내지 마. 응?”“됐어요!”송민아는 더 이상 못 듣겠다는 듯이 차에서 내려 자리를 떴다.민시후는 아무런 죄책감도 찾아볼 수 없는 표정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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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4화

고은서가 고개를 돌려보니 백유미였다.그녀는 오피스룩 정장 차림에 수트 차림을 한 남자 몇 명과 검은색 정장 차림을 한 곽승재와 함께 있었다.계단 입구에서 내려온 것으로 보건대 그들은 방금 밥을 다 마치고 나오는 길이었을 것이다.백유미의 호칭에 옆에서 다른 사람이랑 대화하던 곽승재가 고개를 들었다.그녀가 민시후와 함께 있는 것을 보자 곽승재의 검은 눈동자가 잠시 가라앉았다.“민 대표님도 계셨네요. 우연이네요. 두 분도 식사하러 오신 거예요?”백유미는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듯 민시후와도 인사를 건넸다.민시후는 담담한 표정으로 답했다.“방금 M국에서 입국해서 뭐 좀 먹으려고 들렀어요.”“민 대표님도 M국에 가셨어요?”백유미가 질문을 던졌지만 고은서가 계속 말이 없자 무슨 생각이라도 난건지 급히 해명했다.“사모님, 저랑 대표님은 고객 만나러 왔습니다. 방금 밥 다 먹고 이제 회사로 돌아갈 생각입니다.”고은서는 말없이 민시후에게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가자.”곽승재는 눈살을 찌푸렸지만 시선을 거두고 주변 고객과 계속 이야기를 나누며 로비를 벗어났다. 마치 고은서와는 모르는 사이인 듯했다.“민 대표님, 사모님. 그럼 먼저 실례하겠습니다.”백유미는 빠른 걸음으로 곽승재를 따라잡았다.민시후는 멀리 가버린 곽승재의 뒷모습을 보며 일부러 고은서에게 물었다.“그날 밤에는 곽승재가 날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더니 오늘은 한마디도 안 하네. 왜 저래?”‘백유미가 여기 있는 이유를 말하고 싶은 거 아닌가?’고은서는 민시후를 흘겨보고는 답했다.“널 잡아먹을 만한 입맛이 오늘은 없나 보지.”민시후는 오한이 들며 정말 토할 것 같았다.“고은서, 앞으로 그런 징그러운 말을 또다시 하면 정말 안 봐줄 거야.”고은서도 물러서지 않고 답했다.“네가 이상한 말 안 하면 나도 이상한 말 안 하겠지.”룸 안에 고은서와 민시후는 테이블의 모서리에 앉았다.몇 번 같이 밥을 먹다 보니 두 사람은 단둘이 있어도 별다른 어색함이 없었다.고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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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5화

곽승재의 말을 들은 고은서는 그가 일부러 민시후를 쫓아낸 것임을 눈치챘다.곽승재가 그녀 앞으로 다가와 물었다.“민시후 데리러 공항에 간 거야?”“무슨 문제 있어?”고은서가 되물었다.곽승재가 그녀를 싸늘하게 바라보며 물었다.“ZY그룹에 운전기사로 취직한 거야?”‘지금 누굴 비꼬는 거야.’마침 웨이터가 음식을 서빙해 와 고은서는 대꾸도 하지 않고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곽승재는 그녀의 반응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민시후 운전기사가 아니라면 왜 그때 음식점에서 운전해 줬고, 오늘은 왜 또 직접 공항으로 마중 간 거야? ZY그룹에 쓸만한 운전기사가 없는 거야? 아니면 정말 니가 민시후를 마음에 품기라도 한 거야. 기혼 신분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 사람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그러는 거야?”고은서가 고개를 들고 웃으며 말했다.“맞아. 다 알고 있으면서 더 이상 내 생각은 묻지 마. 얼른 우리 혼인 생활을 끝내자.”목이 막힌 곽승재의 얼굴빛과 안색은 더 싸늘해졌다.“고은서, 네가 결혼이 즐겁지 않다는 이유로 이혼하겠다고 투정 부리는 건 참았어. 하지만 날 바보 취급하고 결혼을 게임처럼 여기면서 오늘은 내가 좋으니 결혼하고 내일은 다른 사람이 좋아지면 이혼하겠다는 그런 생각이라면 우리 사이는 아직 계산할 게 많이 남았어.”고은서는 곽승재의 뜻을 잘 알고 있었다.만약 이혼이 곽승재의 과실이라면 그는 참을 수 있었다.하지만 만약 그녀의 마음 변화로 해야 하는 이혼이라면 곽승재는 그녀와 결판을 내려고 할 것이었다.어쩌면 정말 곽승재다운 발언이었다.고은서가 싸늘히 웃으며 말했다.“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정말 민시후한테 마음이라도 움직였다는 뜻이야?”곽승재의 미간에는 분노가 서려 있었다. 사람을 가차 없이 물어뜯이려는 맹수의 분노였다.‘남자는 정말 재밌네. 내가 쫓아다닐 때는 거들떠보지도 않더니 내가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질 수도 있다고 하니 빼앗기지 않으려 하는 모습이라니...’고은서가 싸늘히 웃으며 말했다.“자꾸 입맛 떨어지게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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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6화

30분 후, 백유미는 회사 주차장에 도착했다.이어 그녀는 곽승재와 함께 엘리베이터로 향했다.대표 전용 엘리베이터 앞에서 백유미가 부드럽게 말했다.“승재야, M국에서 며칠 동안 아팠다면서 당분간은 더 쉬어야겠다. 나는 먼저 재무실에 가볼게.”곽승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백유미는 핸드폰을 손에 꽉 쥐고 다른 엘리베이터로 향했다.곽승재가 사무실에 도착했을 때, 육현석은 이미 사무실에 도착해 있었다.육현석은 쓸데없는 말은 하지 않고 서류를 건네며 말했다.“형, 알아냈어. 성아연이라는 형수 친구가 개인적으로 백유미랑 연락하고 있더라고. 여기 그 두 사람의 통화 기록과 카페 CCTV 사진이 들어있어.”곽승재는 손을 뻗어 자료를 건네받고 서류를 꺼냈다.육현석이 말한 대로 안에는 통화 내역과 영상 캡처본이 몇 장 있었다.“경제적인 거래는 없었어?”곽승재가 물었다.육현석이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알아보려고 했는데 없었어. 하지만 이 성아연이라는 여자 최근 돈을 헤프게 쓰면서 명품 신발과 가방을 많이 사더라고. 다 자기가 낸 돈이야. 예전에는 형수가 명품 선물을 해줬었는데 최근에는 형수와 사이가 틀어진 건지 형수가 저 여자 번호까지 차단한 것 같더라고. 아, 맞다. 성아연의 아버지가 보름 전에 고씨 가문에 큰 비즈니스를 이어줬는데 형수가 별로 내켜 하지 않는 것 같더라고.”비록 애초의 목적은 성아연과 백유미의 관계를 알아보는 것이었지만 성아연이 고은서의 친구이다 보니 고은서와의 관계도 알아둘 필요가 있었다.“관련 자료는 다 들어있으니 형이 한번 확인해 봐.”자료를 보며 곽승재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 비즈니스에 대해 그도 잘 알고 있었다. 전에 고은서가 관련 계약서를 보고 있을 때 그가 그중의 많은 허점을 지적한 적이 있었다.당시 그는 고은서가 고씨 가문 사업에 신경을 쓰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녀는 속을까 봐 걱정하고 있었던 것이었다.고은서와 성아연의 관계는 그도 조금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녀들은 줄곧 한통속이었고 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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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7화

“어쩐 일이세요?”“형수님, 지금 예원 별장에 안 묵으시고 호텔로 가셨어요?”‘곽승재가 직접 얘기했을 리는 없고... 박지연이 얘기했겠지?’“그래서 무슨 일인데요?”“헤헤, 오해하지 마세요. 형을 도와서 얘기하려는 게 아니에요.”육현석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형수님이 사는 곳에 적응되신 건지 물으려고 연락드렸어요. 듣기로는 집을 사고 싶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시내에 집 몇 채를 소유하고 있어요. 나중에 정보를 보태드릴 테니 형수님이 마음에 드시는 집이 있으시면 선물로 드릴게요.”고은서는 고민도 없이 거절했다.“괜찮습니다. 해드린 것도 없는데 받을 이유가 없어요. 제가 직접 사면 됩니다.”고은서가 더 이상 대화할 마음이 없다는 것을 알고 육현석은 머리를 긁적이며 답했다.“형수님, 비록 저랑 형이 친형제는 아니지만 감정적인 문제에서는 저는 박지연 씨와 같은 입장에서 형수님을 지지합니다.”‘나를 지지하는 것조차도 박지연과 같은 입장이라는 것을 밝히다니...’고은서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지연이한테 마음이 있으신 거예요?”육현석이 급히 답했다.“형수님, 그런 말씀은 함부로 하시면 안 돼요. 저랑 박지연은 의견이 잘 맞고, 말이 잘 통하는 친구예요. 절대 박지연한테 그런 마음을 품지 않을 거예요!”‘박지연이 자기 같은 타입을 싫어할 거라는 생각은 안 하나?’“형수님, 비록 형수님의 의견을 지지하지만 형이 형수님한테 신경을 쓰지 않고 마음에 두지 않는 것 같아서 화가 나서 이혼하시는 거라면 형 대신 한 말씀 드리고 싶네요. 형도 형수님을 신경 쓰는데 잘 표현하지 않아서 그래요.”빙빙 돌려서 말해도 육현석은 결국 곽승재를 도와 말하고 있었다.역시 곽승재의 좋은 친구이자 동생이었다.“오빠가 신경 쓰든 쓰지 않든 이제 상관없어요. 제가 이혼하려고 마음먹은 이유가 그것 때문은 아니에요. 다른 일 없으면 이만 끊을게요.”완곡하게 거절당한 육현석이 잠시 멈칫하고는 말을 이었다.“네. 형수님, 들어가세요.”백유미가 곽승재의 사무실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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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8화

백유미의 말을 들은 곽승재가 책상에 올려두었던 자료를 백유미 앞에 내밀었다.백유미가 한번 보더니 얼굴에 의아함이 깃들었다.“이건 성아연 시와 나의 통화 기록이잖아. 전에 카페에 함께 있던 사진도 있네? 무슨 문제라도 있어?”곽승재는 별다른 감정의 동요 없이 물었다.“성아연이 그날 밤 네 숙소에 가서 소란 피운 건 네가 계획한 거야?”백유미는 한순간 둘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는지 이해하지 못한 표정을 지었다.한참 멍해 있다 그녀는 문득 정신을 차렸다.“승재야, 네 뜻은 내가 성아연 씨와 몇 번 연락했으니 내가 성아연 씨를 시켜서 그 난리를 피웠다는 거야?”백유미의 표정이 굳어졌다.“네가 왜 이런 오해를 하는지 모르겠어. 성아연 씨와 만난 적은 있어. 성아연 씨한테 내 카톡 연락처도 있어. 하지만 난 그런 짓은 한 적 없어.”백아연은 몇 달 전 술자리에서 성아연이 먼저 그녀의 전화번호를 추가하고 카카오톡을 추가했다고 했다.성아연의 인스타에서 그녀는 성아연이 고은서의 친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백유미가 매번 인스타를 올릴 때마다 성아연은 가시 돋친 댓글을 달고는 했다. 고은서가 투신해서 다쳤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성아연이 백유미를 카페에 나오게 했다고 했다.“성아연 씨는 나를 꾸짖으며 너를 멀리하라고 협박하면서 심지어 회사까지 그만두라고 했어. 그리고 너랑 은서 씨 앞에 나타나지 말라고 했지.”여기까지 말하고 나니 백유미의 목소리에는 쉽게 알아채지 못할 억울함이 담겨 있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엄숙한 어조를 유지하며 말을 이었다.“은서 씨가 나를 오해하고 있다는 거 알아. 그래서 나도 성아연 씨한테 해명했지만 성아연 씨는 듣지 않고 나를 위협하고는 자리를 떴어. 승재야, 네가 CCTV 영상을 확인했으니 알겠지만 너도 보다시피 같이 있은 지 10분도 되지 않아 성아연 씨는 자리를 떠났어.”곽승재는 대답하지 않고 운호 산장에서 단합한 최근 날짜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물었다.“사이가 그렇게 안 좋으면서 먼저 연락한 이유는 뭐야?”“원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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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9화

“승재야, 귀국하고 나서 몇 달 동안 혹시나 너한테 폐를 끼칠까 봐 두려워서 줄곧 너와의 사이에 신경 썼어.”박유미는 정말 울컥하며 말을 이었다.“은서 씨가 나한테 어떻게 하든 난 다 참았어. 나라고 태생적으로 마음이 넓은 게 아니야. 나도 속상하고 마음 아파. 하지만 네가 곤란할까 봐... 승재야, 내가 도대체 뭘 잘못했기에 이렇게 날 의심하고 조사하는 거야?”백유미가 눈시울을 붉히며 물었다.백유미 이마에서 보이는 흉터 자국과 슬픔을 애써 억누르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곽승재의 날카로웠던 기세는 얼마간 누그러졌다.“너랑 관련 없다면 이 일도 마음에 두지 마.”백유미의 눈시울은 여전히 붉게 물들어 있었다.“나도 너한테 마음을 품었었다는 거 인정해. 하지만 네가 결혼했다는 사실을 안 이후부터 난 너를 친구로만 생각하고 대했어. 승재야, 앞으로 의심스러운 점 있으면 그냥 나한테 직접 물어봐. 너한테 한치의 숨김도 없이 솔직하게 얘기할게.”곽승재는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주무르며 입을 열었다.“판주로 가서 일해. 난 아직 해야 할 일이 있네.”백유미는 뭔가 더 얘기하고 싶었지만 곽승재의 모습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사무실을 나섰다.GS그룹 빌딩에서 나온 후에야 백유미는 핸드폰을 꺼내 백승엽에게 전화를 걸었다.“유미야, 어떻게 됐어? 승재가 믿었어?”백유미는 답하지 않고 되물었다.“그쪽은 아무 문제 없죠?”“내가 처리했는데 걱정할 것 없어. 약국 신입은 실수한 게 있어서 이미 해고당했어. 설사 승재가 사람을 보내 조사한다고 해도 허점을 찾을 수 없을 거야.”백승엽은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이 물었다.“유미야, 그렇게 고생하면서 승재가 고은서를 의심하게 만들더니 왜 또 고은서의 혐의를 벗기려고 이렇게 애쓰는 거야? 헛고생한 게 되지 않겠어?”‘헛고생이 되진 않을 거야. 하지만 이 혐의는 내가 직접 고은서를 위해 씻어내야 해. 그렇지 않으면 내 혐의가 벗겨지지 않을 거야.’그러나 백유미는 아버지에게 이러한 상황을 설명할 생각이 없었다.“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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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0화

이전 해찬시에 있던 거에 비해 유성준은 조금 야위었지만 특유의 따듯한 분위기는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안정감을 느끼게 했다.“할아버지, 성준 오빠.”고은서가 기뻐하며 두 사람을 불렀다.“은서 왔어?”유성준의 얼굴에도 온화한 미소가 번졌다.고은서가 그들 앞에 다가가 고준석의 옆에 앉아 유성준에게 물었다.“성준 오빠, 해성에는 MQ에 취직하려고 온 거야?”“성준이는 먼저 MQ에서 1년간 도와주고 그때 가서 상황 봐가면서 다시 정하려고 한다.”고준석이 답했다.유성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당분간 외국에 가고 싶지 않네. 마침 할아버지가 초대해 주셔서 왔지.”유정길을 생각하자 고은서의 기분도 조금 가라앉으며 마음이 무거워졌다.“성준 오빠, 고인의 명복을 빌어요. 앞으로 해성에 머물면서 저희를 가족으로 생각하세요.”“예전에 투정만 부리던 은서가 이제 다 커서 사람 위로할 줄도 아네.”유성준이 웃으며 가벼운 농담을 던졌다.“그러게 말이야.”옆에 있던 고준석도 맞장구를 쳤다.“은서도 다 커서 집안 사업에 신경 쓰기도 해. 계속 믿을만한 사람을 영입해야 한다고 하더니 성준이 네가 들어오면 은서도 마음 놓을 수 있겠지.”고은서는 자신의 기쁜 마음을 감추지 않고 가감 없이 드러냈다.“맞아요! 하지만 성준 오빠를 MQ의 부대표로 임명하면 왠지 인재를 낭비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유성준이 온화하게 웃으며 답했다.“에이 그럴 리가. 너랑 할아버지가 실망하지 않으면 다행이지.”그들이 정다운 얘기를 나눌 때 밖에서 차 소리가 들려왔다.“아마 네 외삼촌 일행일 거야.”고준석이 말을 이었다.“은서야, 네 삼촌도 성준이를 알고 있어. 성준이가 MQ에 들어가면 어차피 다 마주하게 될 사이이니 불러서 같이 저녁 먹으려고. 미리 친해지면 좋잖아.”고은서도 이해하고 있었다. 잘 모르는 사람을 들여서 외삼촌을 불안하게 하는 것보다 정당하게 유성준을 영입하면 모두가 안심할 수 있을 것이다.이내 고은혜를 포함한 고은서의 외삼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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