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5주가 되려면 아직 2주나 기다려야 했다.당장 수술하지 않아도 돼서 그런지 긴장했던 고은서의 몸은 그제야 조금 풀리는 것 같았다.“지금 예약해야 해?”고은서가 물었다.박지연이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아니. 그때 가서 태아 상태 한번 확인해 보아야 구체적인 수술 날짜를 정할 수 있어. 가자, 호텔로 바래다줄게.”앉아 있던 고은서를 일으켜 세운 박지연은 그제야 고은서의 손이 땀범벅이 되었음을 눈치챘다.박지연은 안타까움에 못 이겨 입을 열었다.“은서야, 아이를 지우지 않아도 돼. 낳고 싶으면 나아. 환각제를 먹으면 아이의 건강 리스크가 증가할 뿐이야. 평소에 건강하고 체력도 좋고 나쁜 습관도 없었으니 아이한테도 큰 영향이 없을 거야. 좀 더 지켜보다가 종합 검진을 해보면...”“그럴 필요 없어.”고은서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가자.”박지연도 더 이상 설득하지 않았다. 갑작스럽게 닥쳐온 소식에 고은서도 고민할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박지연은 오후에 다시 출근해야 해서 고은서는 혼자 호텔에서 쉬게 되었다.“정말 괜찮아? 오후에도 반차 내고 같이 있을까?”안심이 되지 않은 박지연이 말했다.고은서가 그녀를 한번 바라보더니 말했다.“얼른 출근해. 임신한 거지 불치병에 걸린 것도 아닌데 죽는 사람처럼 대하지 마.”고은서의 농담에 박지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혼자 있으면 처량해 보일까 봐 그러지. 보통 여자들은 임신하면 남편한테 자랑하면서 기쁨을 나누는데 너는 숨길 수...”말을 마치기도 전에 박지연은 괜한 소리를 했다는 것을 의식했다.“아... 미안해. 일부러 아픈 곳 찌르려고 그런 게 아니야. 곽승재 아이니까 얘기해도 되지 않나 싶어서 그랬어. 얘기해서 반응이 어떤지...”“말하면 안 돼. 아, 맞다. 비밀 지켜줘야 해. 육현석한테도 말하지 마.”비록 겉으로는 고은서를 응원하는 육현석이었지만 마음속으로는 곽승재를 더 많이 위할 것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육현석이 이 사실을 알면 제일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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