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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어게인, 비긴: Chapter 361 - Chapter 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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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1화

고은서의 입가에서 냉소가 흘러나왔다.“그때는 확실히 안 샀어. 그런데 다음날 당신이 나를 두고 출장 갔을 때, 도저히 당신을 믿을 수 없어서 지연이에게서 피임약을 받아 먹었어. 72시간 안에 먹으면 피임 효과는 있겠지만 자주 먹으면 생리 주기가 불규칙해지고 몸에 해롭다며 적당히 먹으라는 충고까지 받았어. 나도 더 이상 피임약을 먹을 일은 없을 거라고 약속했어. 믿지 못하겠다면 지연이를 불러와서 확인해 봐.”고은서는 피임약을 먹지는 않았지만 전에 피임약에 관해 찾아본 적은 있었다. 게다가 박지연도 자신을 위해 사실을 숨겨주리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곽승재는 구체적인 부분까지 흐트러짐 없이 일일이 다 말하는 고은서를 보면서 자신의 추측을 의심했다. 전에 고은서는 피임약을 먹을 일이 전혀 없었기에 직접 먹어보지 않고서야 이렇게 구체적으로 알고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곽승재는 더는 분노를 억누르지 못할 것 같았다.“나랑 아이를 가지는 건 무섭고 민시후랑 가지는 건 괜찮다는 얘기야?”고은서는 그를 담담하게 바라보며 말했다.“다 무섭긴 하지. 그런데 그날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정신이 별로 없었어. 또 이튿날 할머니가 부르셔서 본가로 갔다가 부랴부랴 M국으로 출국하는 바람에 약 챙겨 먹는 거 까먹었어. 게다가 피임약을 먹은 지 이틀도 되지 않아서 설마설마하면서 별로 신경 쓰지 않았지.”곽승재는 고은서가 술에 취해 자신의 허리를 둘러안고 같이 자자고 애교 부리던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그러나 고은서가 다른 남자에게 그런 모습을 보였다고 생각하게 되니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그녀의 턱을 더 꽉 잡았다.“그래서 M국까지 와서 날 보살펴준 게 다 죄책감 때문이라는 거야?”“아파!”턱이 부서질 것 같은 아픔을 느낀 고은서는 그의 손을 뿌리치려고 애썼다.곽승재는 아픔 때문에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는 고은서를 보면서도 전혀 손을 놓아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반면 분노의 불길이 점점 더 타오르는 것 같았다.“고은서, 대체 왜 그런 거야?”고은서는 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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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2화

“마침 야간 당직 서고 있는데 네가 다친 채 병원에 와 있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달려왔지만, 네가 계속 자고 있어서 다시 돌아가서 당직 서다가 왔어. 그런데 이런 장면을 목격하게 될 줄을 누가 알았겠어.”박지연은 면봉을 버리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지혈은 되었어. 조금만 기다려, 연고 가져다줄게.”박지연이 나간 후, 고은서는 창밖을 내다보았다.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새벽이라 밖은 여전히 어두컴컴했다.이내 박지연이 연고를 가지고 들어와 그녀의 입술에 발라줬다.“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왜 갑자기 다쳐서 쓰러진 건데?”박지연이 캐물었다.“곽승재의 표정이 너무 어두워서 차마 물어볼 엄두를 내지 못했어.”고은서는 어젯밤에 있었던 일을 간단히 알려주었다.“민시후는 병원에 다녀갔어?”박지연이 답했다.“내가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땐 이미 네가 응급실에서 병실로 옮겨진 후였어. 그래서인지 곽승재만 보았지 민시후는 보지 못했어...”민시후가 왔었는지는 나중에 전화를 걸어보면 알 수 있었다. 지금 고은서가 가장 알고 싶은 건 따로 있었다.“내 배 속에 아이는... 괜찮아?”곽승재의 태도로부터 간단히 추측해낼 수는 있었지만 그래도 박지연한테서 다시 확인하고 싶었다.“괜찮았으면 좋겠어? 아니면 안 괜찮았으면 좋겠어?”박지연은 대답 대신 그녀에게 되물었다.고은서는 입술을 깨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번 일이 있기 전에는 이 아이를 별로 가지고 싶지 않았었다.그런데 복통을 느낄 때마다 아이를 잃을까 봐 무섭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했다.박지연은 고은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한눈에 알아볼 수가 있었다.그녀는 고은서의 어깨를 다독이며 말했다.“지금까진 별문제 없어. 출혈 현상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강하게 잘 버텨내 줘서 괜찮아. 의사 선생님 말로는 자극받지 않고 푹 쉬면 별일 없을 거래.”그 말을 들은 고은서는 자신의 아랫배를 어루만지면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 것 같았다.“지연아, 이런 일을 겪고도 내 배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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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3화

백유미의 이름을 들은 고은서는 미간을 찌푸렸다.“백유미는 왜 여기에 있는 건데?”‘분명히 구급차를 부른 거로 기억하고 있는데, 설마 나처럼 이 병원에 온 건가?’박지연의 말은 그녀의 추측을 사실로 만들었다.“우리 병원이 클럽이랑 가까우니까 구급차도 자연스레 여기로 데려온 거겠지.”“지금 백유미 상황은 어때?”고은서가 물었다.“다른 층 병실에 있는데 등이 심하게 다친 것 같아. 근육도 상하고 척수도 상해서 아마 한참 동안 걷지 못하고 휠체어에 앉아 다녀야 할 거야.”박지연이 대답했다.고은서는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에 잠겼다.‘대체 무슨 심보지? 왜 심하게 상하면서까지 대신 막아주려 했던 거지?’“듣기로는 주민기 씨가 데려왔다던데, 수속도 주민기 씨가 하고. 설마 같은 시간 때에 같이 상한 거야?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박지연이 호기심 어린 눈길로 고은서를 보며 물었다.전에 고은서는 클럽에서 있었던 일만 간단히 얘기해줬을 뿐 백유미에 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박지연도 물어본 이상 그녀는 숨길 생각이 없었다.“백유미가 달려와서 너 대신 쇠방망이에 맞았다는 거지? 대체 왜 그랬대?”고은서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나도 아무리 생각해도 도무지 합당한 이유가 떠오르지 않아. 차라리 곽승재를 대신해 맞았다면 이해가 가겠는데 왜 굳이 날 대신해 맞은 걸까? 내가 다치면 도리어 좋아해야 하는 거 아니야?”“그러니까. 아무리 곽승재한테 잘 보이려고 해도 이럴 필요까진 없잖아. 곽승재도 두 사람 사이가 안 좋다는 걸 빤히 알고 있을 텐데.”박지연은 말하면서 갑자기 무언갈 떠올렸다.“혹시 백유미가 널 넘어뜨리려고 일부러 너한테 덮친 건 아닐까?”박지연의 뜻을 깨달은 고은서는 순간 흠칫했다.“그러니까 백유미가 내가 임신한 사실을 알고 일부러 날 구하는 것처럼 하다가 날 유산시키려 했다는 거지?”“그래야 이 모든 상황이 설명되잖아. 설마 갑자기 선심을 써가면서 자신의 안부 따위 상관하지 않고 널 구했겠어?”전혀 말도 안 되는 소리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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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4화

민시후에게 여러 번이고 연락해보았지만 잠잠무소식이었다.고은서는 그에게 할 말이 있다고 시간이 되면 병원에 들르라고 메시지를 남겼다.폰을 내려놓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일상복으로 갈아입은 박지연이 아침을 들고 들어왔다.“공주님, 아침 드세요.”박지연은 아이를 달래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고은서는 박지연이 행여나 자신이 또 흥분해 할까 봐 걱정되어서 그런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녀는 웃으면서 박지연을 달랬다.“나 진짜 괜찮아. 밤새 당직 서면서 힘들었을 텐데 내 걱정은 하지 말고 얼른 들어가서 쉬어.”박지연은 거절하지 않았다.“그럼 오후에 다시 보러 올게. 너 대신 괜찮은 간병인 한 명 청했으니까 필요한 거 있으면 수시로 말하면 돼.”“내가 움직일 수 없는 것도 아니고 조용히 쉬기만 하면 되는데 굳이 간병인까지 청할 필요 없어.”“그냥 내 말 들어.”박지연이 고집부렸다.“여자는 자신을 먼저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고 너도 계속 말했었잖아. 자신을 사랑하는 방식이라 생각하고 그냥 받아들여.”“네네, 아름다운 미녀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는데 기꺼이 받아들이겠습니다.”아침 식사 후, 박지연이 청한 간병인이 도착했다.고은서는 간병인에게 일상용품 구매를 부탁한 뒤 창가에 가서 바람이라도 쐴 생각이었다. 너무 오래 누워있은 탓에 몸이 뻐근해서 조금이라도 움직이고 싶었다.그러나 발이 땅에 닿는 순간, 어젯밤에 다친 발등이 아파왔다. 양말을 벗어보니 발등에는 큰 멍이 들어 있었다.“사모님, 발등도 다치셨어요?”바로 이때, 주민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고은서는 어제저녁 제때 나타난 주민기에게 은근히 고마웠다. 그래서 그를 대하는 태도도 저도 모르게 온화해졌다.“괜찮아요. 나중에 약 바르면 돼요.”주민기는 손에 있던 도시락통을 상 위에 내려놓으면서 말했다.“사모님, 이건 아줌마가 사모님을 위해 끓인 죽과 디저트들이에요.”고은서는 미간을 찌푸렸다.‘어제 화내면서 문을 박차고 나간 사람이 오늘 아줌마한테 이런 걸 부탁한다고?’“아줌마가 다 사모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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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5화

고은서가 말했다.“곽승재가 사인한 이혼서류를 저한테 전해주라고 안 하던가요?”“그런 명을 받은 적은 없습니다.”주민기는 아주 담담해 보였다.“그럼 직접 구청으로 가겠단 뜻인가요?”고은서가 캐물었다.주민기는 여전히 표정 한 번 변하지 않고 아주 담담하게 대답했다.“죄송합니다, 사모님. 대표님의 결정은 저도 잘 모릅니다.”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이런 모욕을 느낀 적이 없는 곽승재가 흔쾌히 이혼해줄 리가 없다는 것을 고은서는 이내 깨달았다.“실장님!”고은서가 주민기에게 무언갈 부탁하려고 할 때 간병인 같은 사람 한 명이 달려오면서 그를 찾았다.“백유미 씨께서 상처가 너무 아프다면서 실수로 아침을 엎어버렸어요. 그리고 지금은 진통제를 달라고 하시는데 제가 함부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아서 물어보려고 이렇게 찾아왔습니다.”‘역시 곽승재가 아줌마한테 내 아침까지 부탁할 리가 없지. 백유미 아침을 준비하면서 겸사겸사 내 아침까지 준비한 거였네.’고은서는 헛웃음을 쳤다.방금전까지 담담하던 주민기가 얼굴빛이 확 변하더니 간병인을 질책하기 시작했다.“일이 있으면 전화하라고 했잖아요. 왜 직접 찾아오고 난리세요.”간병인이 황급히 사과했다.“죄송합니다, 실장님. 백유미 씨가 계속 재촉하시고 또 폰 배터리가 다 나가는 바람에 간호사한테 물어보고 직접 찾아올 수밖에 없었어요.”“볼 일이 있으시면 먼저 가보세요. 그리고 아침도 필요 없으니까 가져가세요.”고은서가 말했다.주민기는 고은서가 오해했다는 걸 알고 황급히 설명했다.“사모님, 아침은 대표님께서 직접 아주머니한테 부탁하셔서 준비한 거예요. 게다가 다 사모님께서 좋아하시는 거로...”“알겠으니까 더는 이런 일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전해주세요. 제가 어떻게 감히 이런 아침을 먹겠어요.”어떤 설명도 소용없다는 것을 깨달은 주민기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편히 쉬세요”라는 말 한마디를 남기고 간병인과 함께 병실에서 나갔다....GS 그룹 대표 사무실.주민기는 어두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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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6화

“어제저녁에 병원은 왜 안 온 거야? 곽승재가 너한테 아이에 관해서 물어봤어?”고은서가 물었다.민시후는 그녀의 말을 듣자마자 화를 냈다.“나도 너 따라 병원에 가려고 했어. 그런데 곽승재가 사람 시켜서 내 차를 막아서 못 간 거라고. 내가 가서 설명하려고 할 때 어떤 눈치 없는 사람이 우리 둘 소문을 퍼뜨리는 바람에 주가가 영향받을까 봐 밤새 그 일을 처리하고 왔어.”고은서는 어리둥절했다.“우리 둘 소문?”“네가 직접 봐.”민시후는 폰을 고은서에게 던져주면서 말했다.폰 화면에는 “ZY 그룹 민시후가 GS 그룹 사모님을 탐내다”라는 애매한 제목을 가진 기사가 떠 있었다.밑에는 클럽에서 나오는 세 사람의 모습이 찍힌 사진까지 첨부되어 있었다. 사진 속 민시후는 정신을 잃은 고은서를 안고 가는 곽승재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기사를 퍼뜨린 사람은 민시후가 고은서를 빼앗으려다가 곽승재한테 맞았다면서 그의 얼굴에 있는 상처를 특별히 강조했다.더 어이가 없었던 건 전에 민시후랑 함께 호텔 로비로 들어가는 사진까지 공개가 되었다. 기사에서는 두 사람이 바람도 당당하게 피울 만큼 다정하다고 지껄였다.민시후가 제때 처리하지 않았더라면 해성 사람들 전체가 알게 되었을 것이다.‘곽승재가 화를 낸 이유를 이제야 알겠네. 그리고 호텔에서 있었던 일도 민시후가 말한 게 아니라 기사를 보고 알았던 거네.’“이 기사를 퍼뜨린 사람이 누군지는 찾았어?”고은서가 물었다.클럽에서 찍힌 사진은 우연이라고 해도 호텔에서 찍힌 사진은 무려 두세 주일이나 지났는데 갑자기 함께 퍼뜨렸다는 게 너무 수상했다. 게다가 하필 곽승재가 고은서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타이밍에 말이다.민시후는 눈살을 찌푸리고 답했다.“아직 못 찾았어. 계획적으로 준비하고 퍼뜨린 거라 IP 추적도 불가능해.”고은서는 이 모든 일이 백유미가 꾸민 짓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그런데 백유미도 그날 심하게 다친 탓에 이 모든 걸 혼자 했을 리는 없어. 꼭 조력자가 따로 있는 게 분명해.’“송민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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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7화

비록 고은서도 백유미에게 함정을 파놓긴 했지만 그녀가 또 다른 일을 꾸미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었다.고은서는 자신의 자유와 배 속의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빠른 시간 내에 이혼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그러나 곽승재의 태도를 보아서는 평화롭게 이혼하는 건 거의 불가능했고 이혼 소송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아마 다른 사람이었다면 곽승재라는 이름만 들어도 겁을 먹고 거절했겠지만 민시후는 달랐다.민시후는 콧방귀를 뀌고는 말했다.“도와주는 건 되는데 계속 그 조건이야. 나랑 함께 내 혼사를 막아주는 거.”“민시후, 지금 송민아 앞에서 연기하는 것만으로도 온 해성에 소문 날 정도로 일이 커졌는데 네 혼사까지 책임져 달라고? 지금 내가 덜 비참해 보여서 그러는 거야?”민시후는 피식 웃으면서 반박했다.“설마 아무런 조건도 없이 도와달라는 건 아니지? 곽승재가 그렇게 건드리기 쉬운 사람도 아니고 지금쯤 날 어떻게 엿먹일지 계획 중일 수도 있어.”“두 사람 내가 아니어도 원래부터 사이가 안 좋았잖아. 변호사 한 명만 소개해달라는데 너한텐 엄청 쉬운 일이잖아. 이번 한 번만 도와줘.”고은서는 사실을 콕 짚어 말했다.“그렇게 쉬운 일이면 네가 직접 찾을 것이지 왜 나한테 부탁하는 건데.”민시후가 되물었다.고은서는 민시후가 자신의 부탁을 쉽게 들어주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한발 물러서기로 했다.“네 혼사를 막아주는 건 못하겠지만 송민아 앞에서 연기하는 게 노력해서 계속해줄 수 있어.”“고은서, 굳이 일을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 필요가 있어?”민시후는 건들건들하게 말했다.“아무튼 지금 네 배 속의 아이가 다 내 아이라고 믿는 있는 상황이잖아. 이 기회를 잡고 윈윈하면 되는 거야.”그러나 고은서는 자신이 이 일에 참여하는 순간 민씨 가문과 송씨 가문의 분노가 자신을 향해 타오를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그저 이혼만 하고 싶었을 뿐, 더 큰 곤경에 빠지고는 싶지 않았기에 단연코 거절했다.“못하겠어.”민시후도 따라 그녀의 부탁을 거절했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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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8화

무방비 상태에서 곽승재에게 한 방 맞았을 뿐만 아니라 이미 이마에도 상처가 있었던지라 민시후는 곽승재에게 점점 밀리기 시작했다.얼마 후, 곽승재는 있는 힘껏 민시후를 향해 발차기를 날렸다. 민시후는 뒤걸음을 치다가 끝내 땅에 주저앉고 말았다.민시후의 입가에서는 피가 흘러나왔는데 곽승재는 전혀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가 계속 다가가 민시후를 때리려고 할 때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고은서가 마지못해 일어나서 그를 말렸다.“그만해!”그녀는 소리를 지르면서 민시후 앞에 막아섰다.“곽승재, 너 미쳤어? 왜 갑자기 사람을 때리고 난리야!”두 팔을 벌리고 민시후를 지키려고 하는 고은서를 본 곽승재의 표정이 더 어두워졌다.몇 주 전까지만 해도 그가 다칠까 봐 대신 술병을 막아주던 고은서가 그를 두고 민시후를 먼저 지키려고 한다는 걸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그는 술병을 대신 막아준 일로 고은서가 아직도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죄책감에 시달렸었다.비록 고은서가 다른 사람이었어도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했었지만 그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그러나 고은서가 현재 민시후를 위해 그를 비난하다니. 전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곽승재는 가슴이 큰 돌덩이에 깔리기라도 한 듯 답답하고 숨이 막혀왔다.“고은서, 나랑 이혼하고 이 자식이랑 결혼할 생각인 거야? 꿈도 꾸지 마. 절대 그렇게 될 일은 없을 테니까!”곽승재는 말하면서 손에 쥐고 있던 물건을 땅에 팽개치고 화를 내며 문을 박차고 나갔다.고은서는 곽승재를 관심할 기분이 아니었다. 그녀는 땅에 넘어진 민시후를 일으키며 물었다.“괜찮아?”민시후는 감각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아파오는 얼굴을 부여잡고 입가의 피를 닦으면서 화를 냈다.“그걸 말이라고 물어보는 거야? 지금 이 모습이 괜찮은 사람 같아? 이번 일 책임은 너희 부부 두 사람 중 누구 몫이야?”고은서는 평소 쉽게 화를 내지 않던 곽승재가 갑자기 뛰어 들어와 민시후를 팰 줄은 전혀 생각도 못 했었다.‘세컨드의 위력이 이렇게 강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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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9화

오후에 있었던 일을 전해 들은 박지연은 깜짝 놀랐다.“곽승재랑 민시후가 싸웠다고? 아내를 보내주기 싫어서 화낸 건가?”“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마.”고은서가 박지연을 째려보면서 말했다.“민시후가 변호사를 찾아준다고 했으니까 요 며칠 필요한 절차를 확인한 후에 정식으로 이혼 소송을 걸 거야.”“진짜 소송까지 가야겠어? 소송을 걸면 법원에서 만나는 사이가 되잖아.”박지연이 조심스레 물었다.고은서는 아랫입술을 깨물더니 대답했다.“나도 소송까지는 가고 싶지 않았어. 전에는 얼마 지나지 않으면 쉽게 이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까지도 이혼서류에 사인해주지 않잖아. 나도 더는 끌고 싶지 않아.”이어 고은서는 출국하려는 결정을 박지연에게 알려줬다.“갑자기 우리 엄마가 이해되더라. 아무튼 재혼할 생각도 없는데 스스로 아이를 낳아서 키우는 것도 딱히 나쁘진 않다고 생각해.”“할아버지께선 동의하셔?”박지연이 물었다. 그녀의 물음을 들은 고은서는 고개를 푹 숙였다.엄마가 싱글맘으로 어렵게 살아온 걸 직접 목격한 고준석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자신의 손녀딸까지 똑같은 힘든 길을 선택했다고 속상해할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이 세상에서 날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이해해주실 거야.”고은서는 스스로를 위안하듯 혼자 중얼거렸다.“고은서, 지금이라도 모든 걸 사실대로 곽승재에게 말하면 지금처럼 힘들게 이혼할 필요도 없고 고민할 필요도 없어. 현재 곽승재도 너에게 감정이 생겼다고 하지, 또 미자 할머니도 널 무척 아끼시잖아. 당당하게 아이를 낳고 키우면 되는 거야.”고은서는 박지연의 말이 도리가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전미자가 비록 아이를 빨리 가지라고 재촉한 적은 없지만 아이가 생겼다는 걸 알게 되면 무척 기뻐할 게 분명했다. 고준석도 마찬가지일 것이다.‘이 모든 일이 전생에 일어났더라면 얼마나 좋을까.’고은서는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지연아, 나 더는 주눅이 들어 살고 싶지 않아. 나도 자유롭게 내가 원하는 대로 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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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0화

아무 대답도 얻지 못한 육현석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형, 나 술 가지러 갔다 올게.”육현석은 말하고 가만히 구석진 곳에 가서 고은서의 일이라면 모르는 게 없는 박지연에게 연락했다.박지연도 이내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이세요, 육현석 씨?”“박지연 씨, 혹시 형이랑 형수님 다투었어요? 오늘 형이 같이 술 마시러 가자고 해서 왔는데 형이 엄청 불쾌해 보이는데 또 물어보면 아무 말도 하지 않아요.”박지연은 한참 생각하다가 요 며칠 있었던 일을 간단명료하게 그에게 전했다.“그러니까 형수님이 임신했는데 아이 아빠가 형이 아니란 말이에요?”육현석은 의아해하며 되물었다.“네, 그냥 예상치 못한 사고였던 거 같아요. 곽 대표님 잘 달래보세요. 도무지 받아들이기 힘들면 이혼하면 되는 거고요.”박지연은 당연하게도 고은서를 배신하지 않았다.“...”육현석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는 이혼하라고 곽승재를 달랠 담이 없었다.통화를 마치고 다시 자리로 돌아와 보니 그 짧은 사이에 테이블은 이미 술병들로 가득 차 있었다. 곽승재는 여전히 그 자리에 앉아 끊임없이 술을 들이켜고 있었다.그 모습을 육현석이 용기를 내어 그의 술잔을 빼앗으려 했다.“형, 그만 마셔. 이러다 형 쓰러져!”그러나 곽승재는 술잔에 한이라도 맺힌 듯 뚫어지라 쳐다보면서 전혀 놓으려고 하지 않았다.육현석도 차마 강제로 술잔을 빼앗을 엄두가 나지 않아 손을 놓았다.그러나 손을 놓는 순간, 팍하는 소리와 함께 곽승재가 손으로 술잔을 깨뜨렸다.“형, 손 괜찮아?”육현석이 황급히 곽승재의 손을 확인해 보니 그의 손바닥은 이미 수많은 유리 조각들이 박혀있었고 피가 주르륵 흘러내리고 있었다.“형, 얼른 병원으로 가자!”육현석이 당황해하며 곽승재를 일으키려고 할 때 곽승재는 아무렇지 않은 듯 그의 손을 뿌리치고 새 술잔을 들고 또 술을 마셨다.곽승재의 주변의 분위기가 한 층 더 살벌해진 것 같았다. 육현석은 그를 끌고 병원으로 가기는커녕 그를 설득할 용기도 없었다.한참 고민 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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