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대답도 얻지 못한 육현석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형, 나 술 가지러 갔다 올게.”육현석은 말하고 가만히 구석진 곳에 가서 고은서의 일이라면 모르는 게 없는 박지연에게 연락했다.박지연도 이내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이세요, 육현석 씨?”“박지연 씨, 혹시 형이랑 형수님 다투었어요? 오늘 형이 같이 술 마시러 가자고 해서 왔는데 형이 엄청 불쾌해 보이는데 또 물어보면 아무 말도 하지 않아요.”박지연은 한참 생각하다가 요 며칠 있었던 일을 간단명료하게 그에게 전했다.“그러니까 형수님이 임신했는데 아이 아빠가 형이 아니란 말이에요?”육현석은 의아해하며 되물었다.“네, 그냥 예상치 못한 사고였던 거 같아요. 곽 대표님 잘 달래보세요. 도무지 받아들이기 힘들면 이혼하면 되는 거고요.”박지연은 당연하게도 고은서를 배신하지 않았다.“...”육현석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는 이혼하라고 곽승재를 달랠 담이 없었다.통화를 마치고 다시 자리로 돌아와 보니 그 짧은 사이에 테이블은 이미 술병들로 가득 차 있었다. 곽승재는 여전히 그 자리에 앉아 끊임없이 술을 들이켜고 있었다.그 모습을 육현석이 용기를 내어 그의 술잔을 빼앗으려 했다.“형, 그만 마셔. 이러다 형 쓰러져!”그러나 곽승재는 술잔에 한이라도 맺힌 듯 뚫어지라 쳐다보면서 전혀 놓으려고 하지 않았다.육현석도 차마 강제로 술잔을 빼앗을 엄두가 나지 않아 손을 놓았다.그러나 손을 놓는 순간, 팍하는 소리와 함께 곽승재가 손으로 술잔을 깨뜨렸다.“형, 손 괜찮아?”육현석이 황급히 곽승재의 손을 확인해 보니 그의 손바닥은 이미 수많은 유리 조각들이 박혀있었고 피가 주르륵 흘러내리고 있었다.“형, 얼른 병원으로 가자!”육현석이 당황해하며 곽승재를 일으키려고 할 때 곽승재는 아무렇지 않은 듯 그의 손을 뿌리치고 새 술잔을 들고 또 술을 마셨다.곽승재의 주변의 분위기가 한 층 더 살벌해진 것 같았다. 육현석은 그를 끌고 병원으로 가기는커녕 그를 설득할 용기도 없었다.한참 고민 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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