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승재가 차가운 시선으로 그녀를 보며 입을 열었다.“고은서, 날 배신한 건 너야. 너한테 잘못을 바로잡을 기회도 줬는데 꼭 그렇게 애를 낳겠다고 고집을 부려야겠어?”‘별 같잖은 기회 따위...’곽승재의 말을 들은 고은서는 마음이 심란했다.“곽승재, 여기서 일방적인 희망을 품지 말아 줄래? 난 지금까지 기회를 바랐던 적이 없어. 아이는 내 아이니 당연히 낳아야지.”말문이 막힌 곽승재는 고은서를 한참 동안 쳐다보고 나서야 의미심장하게 물었다.“룸에서 다쳐서 불편하면서도 내가 접근하는 걸 거부하면서 민시후한테 병원에 데려다 달라고 한 건 왜 그런 거야?”‘왜 그랬겠어! 백유미가 있는 이상 네가 날 먼저 구할 리는 없으니 제일 먼저 민시후한테 도움을 청한 거지.’나중에는 단순히 임신한 사실을 들킬까 봐 그랬던 것이었다.하지만 고은서는 진실을 곽승재에게 알릴 생각이 없었다. 그저 냉소를 지으며 되물었다.“왜 그랬을 것 같아?”곽승재가 답하기 전에 고은서가 말을 이었다.“곽승재, 나와 민시후의 관계가 각별하다는 것은 진작 알고 있었을 거야. 내가 시후를 도와 명운을 손에 넣고 미래 투자은행에 들어갔지. 그 후에 밥도 몇 번 같이 먹고 M국에서 돌아올 때 직접 데리러까지 갔어.”“됐어! 그만해!”곽승재는 더 이상 못 듣겠다는 듯이 싸늘한 표정으로 고은서의 말을 끊었다.“고은서, 내가 지금까지 참아왔던 건 널 어쩔 수 없어서가 아니야. 단지 할머니랑 외할아버지 체면을 생각해서 놔뒀던 거지. 하지만 당신이 계속 이렇게 나온다면 나도 더 이상 참지 않을 거야.”곽승재의 어두워진 안색과 사나운 눈매를 보고 고은서는 그가 자신의 말을 믿었음을 확신했다.“곽승재, 여기서 자신을 속일 필요는 없어. 난 한 번도 당신한테 참으라고 한 적 없어. 그리고 당신이 체면을 세워줄 필요도 없고. 내가 지금까지 원하는 건 이혼뿐이었어.”고은서는 불난 집에 기름을 부었다.“하... 이혼하고 다른 남자 만나려고? 단념해! 충고하는데 절대로 가만두지 않을 거야.”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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