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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게인, 비긴의 모든 챕터: 챕터 381 - 챕터 390

453 챕터

제381화

곽승재가 차가운 시선으로 그녀를 보며 입을 열었다.“고은서, 날 배신한 건 너야. 너한테 잘못을 바로잡을 기회도 줬는데 꼭 그렇게 애를 낳겠다고 고집을 부려야겠어?”‘별 같잖은 기회 따위...’곽승재의 말을 들은 고은서는 마음이 심란했다.“곽승재, 여기서 일방적인 희망을 품지 말아 줄래? 난 지금까지 기회를 바랐던 적이 없어. 아이는 내 아이니 당연히 낳아야지.”말문이 막힌 곽승재는 고은서를 한참 동안 쳐다보고 나서야 의미심장하게 물었다.“룸에서 다쳐서 불편하면서도 내가 접근하는 걸 거부하면서 민시후한테 병원에 데려다 달라고 한 건 왜 그런 거야?”‘왜 그랬겠어! 백유미가 있는 이상 네가 날 먼저 구할 리는 없으니 제일 먼저 민시후한테 도움을 청한 거지.’나중에는 단순히 임신한 사실을 들킬까 봐 그랬던 것이었다.하지만 고은서는 진실을 곽승재에게 알릴 생각이 없었다. 그저 냉소를 지으며 되물었다.“왜 그랬을 것 같아?”곽승재가 답하기 전에 고은서가 말을 이었다.“곽승재, 나와 민시후의 관계가 각별하다는 것은 진작 알고 있었을 거야. 내가 시후를 도와 명운을 손에 넣고 미래 투자은행에 들어갔지. 그 후에 밥도 몇 번 같이 먹고 M국에서 돌아올 때 직접 데리러까지 갔어.”“됐어! 그만해!”곽승재는 더 이상 못 듣겠다는 듯이 싸늘한 표정으로 고은서의 말을 끊었다.“고은서, 내가 지금까지 참아왔던 건 널 어쩔 수 없어서가 아니야. 단지 할머니랑 외할아버지 체면을 생각해서 놔뒀던 거지. 하지만 당신이 계속 이렇게 나온다면 나도 더 이상 참지 않을 거야.”곽승재의 어두워진 안색과 사나운 눈매를 보고 고은서는 그가 자신의 말을 믿었음을 확신했다.“곽승재, 여기서 자신을 속일 필요는 없어. 난 한 번도 당신한테 참으라고 한 적 없어. 그리고 당신이 체면을 세워줄 필요도 없고. 내가 지금까지 원하는 건 이혼뿐이었어.”고은서는 불난 집에 기름을 부었다.“하... 이혼하고 다른 남자 만나려고? 단념해! 충고하는데 절대로 가만두지 않을 거야.”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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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2화

“어떻게 된 일이야?”고은서가 물었다.“그동안 아무 문제 없었다며?”“협업하기로 했던 병원 몇 군데가 갑자기 협업을 거절했어.”민시후가 모처럼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직원들이 그 사람들이랑 따지다가 말다툼이 벌어졌는데 몸싸움으로까지 번져 경찰에 연행됐어. 허 교수 연구소에서도 연락을 받고 이걸 이유로 투자 계획을 거절했어. 또한 회사 실력을 의심하면서 대리권 행사도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연락왔어.”고은서가 미간을 찌푸렸다.하나하나가 일반적인 사고 같았지만 고은서는 누구보다 곽승재의 작품일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어젯밤 곽승재는 그녀를 가만두지 않겠다고 했다. 미래 투자은행은 아마 시작에 불과할 것이다.허 교수 쪽은 원래 곽승재의 체면을 봐서 그녀에게 대리권을 넘긴 것이었다. 하지만 미래 투자은행에서 일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그는 당당하게 대리권을 회수해 갈 것이었다.“경찰서에 가서 상황을 파악해 봤어. 현재 병원 측 태도는 강경해. 합의하지 않겠다고 하는데 아마 곽승재 작품이겠지.”민시후가 싸늘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곽승재는 항상 이렇게 비열해.”민시후도 곽승재의 작품이리라 짐작했다.고은서가 답했다.“곽승재한테 연락할게.”“이 일로 굳이 연락할 필요는 없어. 내가 전화한 건 그냥 너한테 이 사실을 알려주려고 한 거야. 이렇게 쉽게 곽승재한테 당하지는 않을 거야. 조금 전 나한테 무슨 말 하려고 했어?”민시후가 물었다.고은서는 그제야 용건을 기억해 내고는 답했다.“네가 소개해 준 변호사 아직도 안 왔어. 연락도 안 돼.”“응?”잠시 의아함을 느낀 민시후가 메시지라도 받은 듯 말했다.“잠시만.”이내 민시후가 고은서에게 말했다.“변호사한테서 연락이 왔는데 집에 급한 일이 생겨서 이 이혼 사건을 맡을 수 없다는데?”제인 제약 일이 먼저 터진 터라 고은서는 그리 놀라지 않았다.“어제 이 유명한 변호사는 곽승재의 세력을 무서워하지 않을 거라고 하지 않았어?”고은서가 물었다.“그렇다고 해서 돈에 굴복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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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3화

“이번 달 상여금은 없어요! 이건 본보기를 보이는 거예요! 다시는 같은 실수하지 마세요.”황인혜는 그렇게 말하고 자리를 떴다.“호랑이 없는 굴에서 여우가 왕 노릇 한다더니 딱 그 꼴이네. 비서실장 됐다고 아주 유세야.”조금 전 사과를 하던 여자가 투덜거렸다.“그러게 말이야. 회사에 온 지 얼마 되지도 않고 경력도 우리보다 짧으면서! 주 비서님께서 일부러 승진시킨 게 아니었다면 제 차례도 오지 않았을 텐데 말이야.”다른 한 여자가 맞장구를 쳤다.“목소리 좀 낮춰. 주 비서님이랑 특별한 사이일 수도 있어.”여자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지난번에 프런트에 서류 찾으러 가고 있었는데 마침 주 비서님을 마주쳐서 주 비서님이 임무를 줬대. 완성한 지 며칠 되지 않아 승진했잖아.”두 여자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화장실 쪽으로 걸어갔다.고은서는 주먹을 꽉 쥐었다.‘어쩐지 그날 시원시원하게 이혼 서류에 사인한다 했어! 비서한테 시켜서 서류를 바꿔치기했구나.’고은서는 며칠 동안 골머리를 앓았다. 자신이 조심성이 없어서 재수가 없어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이제 보니 그건 곽승재의 계략이었다.‘외삼촌과 외숙모가 사무실에 있던 것도 우연은 아니겠지.’“사모님, 왜 여기 서 계십니까? 대표님은 사무실에 계십니다.”그때 주민기가 걸어 나왔다.고은서는 평소처럼 주민기와 인사를 나누는 대신 싸늘한 얼굴을 한 채 곽승재의 사무실로 향했다.주민기는 머리를 긁적이며 고은서에게 무슨 미움을 샀는지 생각하고 있었다.프런트에서 미리 연락을 받은 그는 고은서가 한참이 지나도 안 오자 확인차 나온 것이었다.사무실에서 곽승재는 서류를 훑어보고 있었다.그는 의자에 여유롭게 앉아 있었다. 햇빛이 창문을 통해 비치며 그의 주위를 금빛으로 물들였다.똑똑.고은서가 노크하고 바로 사무실로 들어섰다.곽승재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의 출현이 예상 범위 내에 있었다는 듯이 그는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고은서는 곽승재 맞은편에 앉아 싸늘한 표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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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4화

고은서의 작은 얼굴에 떠오른 비웃음을 보며 곽승재의 시선은 더 차가워졌다.곽승재도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뻗어 고은서의 턱을 들어 올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경고했다.“고은서, 날 자극해서 당신한테 도움이 되진 않을 거야.”키가 큰 곽승재는 서 있을 때 기세가 더 강했다. 그는 모든 면에서 고은서를 압도했다.곽승재는 몇 차례 분노에 찬 상태로 그녀에게 강제로 키스했다. 이틀 전 병실에서 더 도를 넘어선 그였다. 그녀의 허벅지는 여전히 은은하게 아려왔다.고은서는 속으로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자신을 위해 더 이상 곽승재를 도발하지 않았다.그녀는 그의 손을 밀어내고 무심코 뒤로 두 발짝 물러서며 차갑게 말했다.“곽승재, 이혼은 꼭 해야겠어! 변호사를 매수했다고 해서 다시 찾을 수 없다고 생각해?”곽승재는 다시 의자에 앉아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민시후가 해성에서 쫓겨나길 바란다면 어디 계속 해 봐.”“정말 너무 비열해!”고은서가 분노에 차 외쳤다.미래의 민시후는 곽승재와 비등하게 겨룰 수 있었지만 현재 민시후의 실력은 곽승재에 훨씬 못 미쳤다.민씨 가문의 주요 산업은 모두 북제에 있었다. 아무리 강한 세력이라도 본거지가 아닌 타지에서 그 세력을 제대로 떨칠 수는 없었다. 곽승재가 정말 민시후를 물고 늘어지려고 한다면 민시후도 막아내기 벅찰 것이었다.가장 중요한 사실은 민시후와 상생하려는 것이지 그에게 폐를 끼치려는 것이 아니었다.“비열한 게 뭐 어때서?”분노하는 고은서를 바라보는 곽승재의 얼굴에는 아무런 감정도 담겨있지 않았고 목소리도 담담했다.“고은서, 내 마지노선은 침범하지 말라고 경고했잖아.”고은서는 정말 곽승재의 뺨을 후려치고 싶었다.“네가 먼저 약속을 어겼잖아. 근데 왜 내가 네 마지노선을 침범한다고 해? 내가 어떻게 해야 그만둘 건데!”곽승재가 그녀를 조용히 돌아봤다.“퇴원하면 예원 별장으로 가. 그러면 민시후는 봐줄게.”마음속에 분노가 쌓인 고은서가 그를 냉담한 시선으로 보며 답했다.“그래서 당신은 내가 애를 지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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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5화

병실을 나온 박지연은 조용한 곳을 찾아 육현석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 일을 알렸다.육현석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형이 사랑을 강요하는 건가?’“지난번에 곽승재를 설득하겠다고 했잖아요. 어떻게 됐어요?”박지연이 물었다.박지연이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육현석은 고개를 저었다.“잘 안됐어요. 웬만한 일은 그대로 말릴 텐데 이 일은 정말 힘들어요.”“그럼 오늘 일은 더 말리기 힘든 거 아니에요?”“맞아요.”육현석이 한숨을 쉬며 답했다.“형은 어려서부터 가문의 후계자로 길러져서 성격이 포악하고 오만해요. 한번 결정을 내리면 누구의 의견도 듣지 않을 거라서 저도 도울 수 있는 게 없네요.”“그럼 어떡해요? 은서는 안 그대로 이혼하겠다고 하는데... 곽승재가 계속 이대로 하면 정말 원수가 될 것 같아요.”박지연이 걱정스럽게 말했다.그 말을 들은 육현석이 잠시 머뭇거리다 답했다.“일단 형한테 연락해 볼게요. 하지만 99.99%의 확률로 소용없을 거예요. 지연 씨랑 형수님도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해요.”박지연이 다 이해한다는 듯이 답했다.“그렇다면 괜히 연락할 거 없어요. 굳이 매를 벌 필요는 없죠.”육현석이 코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형수님을 위해서라면 한번 해보는 거죠 뭐.”“그럼 행운을 빌어요.”박지연과 통화를 마친 육현석은 바로 곽승재에게 연락했다.“무슨 일이야?”곽승재의 말투는 까칠했다.“형, 형수님한테 아이를 지우로 예원 별장으로 들어가라고 했다면서?”곽승재가 싸늘하게 답했다.“그래서? 뭐가 문제야?”“형수님이 미워할까 봐 무섭지 않아??”“지금은 사랑한대?”육현석은 말문이 막혔다.“형, 형수님과 이혼하기 싫어서 그러는 거 알아.”“아쉬워하지 않아!”곽승재는 차갑게 육현석의 말을 끊었다.“이건 은서가 치러야 하는 대가야!”잠시 멈칫한 육현석이 다시 입을 열었다.“승재 형...”“다시 한번 고은서 편을 든다면 너도 같이 정리할 거야!”곽승재는 육현석에게 더 이상 말할 기회를 주지 않고 전화를 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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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6화

송민아는 불만으로 가득 찬 표정을 하고 기세등등하게 걸어왔다.“송민아 씨가 여긴 웬일로 오셨어요?”고은서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당신 대체 시후 오빠를 언제까지 해칠 생각이야? 지금 당신 때문에 ZY 그룹이 얼마나 큰 곤경에 처했는지 알아?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여기에서 여유롭게 햇볕이나 쬐고 있냐고!”‘ZY 그룹 일로 온 거구나.’“민시후가 알아서 처리한다고 했어요.”고은서가 담담하게 답했다.“시후 오빠가 알아서 처리한다고 했다고 그냥 모르는 척하고 있는 거예요? 당신이랑 엮인 후로 시후 오빠한테 안 좋은 일만 계속 일어나고 있는 거 알고 있어요? 밀회한 일로 망신당한 것도 모자라 얼마나 힘겹게 그 일을 처리했는데 또 당신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났잖아요!”고은서는 자신도 잘못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한 마디 반박조차 하지 않았다.그러나 송민아는 고은서가 자신을 일부러 무시한다고 오해하면서 계속 그녀를 향해 쏘아붙였다.“지금 무슨 태도에요? 억울하기라도 하다는 거예요? 대체 당신이 어디가 좋다고 시후 오빠가 계속 도와주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니까. 당신은 시후 오빠 곁에 있을 자격도 없어!”고은서가 차근차근 설명했다.“송민아 씨, 이번 일은 확실히 저 때문에 발생한 일이 맞아요. 그런데 그룹을 운영하면서 이런저런 상황을 피면 할 수 없는 법이에요. 민시후가 그룹을 계승 받은 이상 이런 일쯤은 잘 처리할 능력이 있다고 믿어주는 게 더 나을 것 같은데요.”“쓸데없는 소린 집어치워요. 시후 오빠는 속여도 난 못 속여! 조금이나마 양심이 있다면 배 속에 아이 없애고 시후 오빠 곁을 떠나요.”송민아가 배 속의 아이를 타깃으로 삶으려고 하자 고은서는 이 대화를 빨리 끝내고 자리를 피하려고 했다.“별다른 일이 없으면 먼저 병실로 돌아갈게요.”“어딜 가려는 거야! 전에도 이미 아이를 없애라고 경고했었는데 언제까지 끌 생각이에요? 내가 직접 손을 쓰기라도 바라는 거예요?”그녀의 말을 들은 고은서의 눈빛이 순간 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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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7화

백유미는 숨이 막혀 얼굴이 빨개졌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녀는 발버둥 치는 척하면서 입으로 계속 고은서를 자극했다.“네가 승재랑 자고 임신했다고 해도 무슨 소용이야... 아무튼 지키지 못하는데...”“독한 년!”고은서는 미친 듯이 백유미의 목을 졸랐다. 백유미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에는 절망과 원망으로 가득했다.“네가 이 아이가 곽승재 아이라는 걸 어떻게 알아.”“네가... 운이 나쁜 거지... 누가 너한테 미용실에서... 박지연이랑 그 얘기를 하라고 했어...”고은서는 그제야 그날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 옆방에서 인기척이 느껴진 걸 떠올렸다.‘백유미도 그날 그 미용실에 있었단 말이야?’고은서는 백유미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다.“곽승재랑 곧 이혼할 건데 왜 날 가만두지 않는 건데!”“근원을 없애야지 않겠어? 하하하...”백유미는 숨이 차 하면서도 크게 웃어댔다.“미친년, 너도 죽어!”고은서는 더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소리 지르며 있는 힘껏 백유미를 목을 졸라 죽이려고 했다. 그녀의 손톱이 백유미의 살을 파고들면서 피가 흘렀다. 백유미는 점차 눈동자가 돌아갔을 뿐만 아니라 얼굴도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고은서 지금 뭐 하는 거야?”백유미가 곧 질식하려고 할 때 뒤에서 곽승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어 의사와 간호사, 그리고 송민아가 황급히 달려왔다.이를 본 백유미는 살려달라고 발버둥 치면서 한쪽으로는 비아냥거리는 듯한 눈빛으로 고은서를 바라보았다. 마치 고은서가 자신을 죽일 수 없다고 비웃는 듯했다.“아악! 죽어!”고은서는 한 손으로 그녀의 목을 조르고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뺨을 내리쳤다.한 번 더 뺨을 내리치려고 할 때 곽승재가 다가오며 그녀를 막았다.“고은서, 얼른 손 놓아!”곽승재가 고은서의 손을 강제로 백유미의 목에서 떼어냈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백유미는 숨을 고르면서도 고통스러운 듯한 신음소리를 냈다.“부축해서 휠체어에 앉히세요.”곽승재는 옆에 있던 의사에게 말했다.“피!”바로 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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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8화

고은서는 곧 쓰러질 것 같음에도 불구하고 손가락 끝이 새하얘질 정도로 곽승재의 옷소매를 잡고 집요하게 그를 막았다.곽승재는 순간 멈칫했다.반면 백유미는 호수에서 발버둥 치면서 살려달라고 소리쳤고 휠체어는 이미 호수에 잠몰 되었다.“얼른 백유미 씨를 좀 구해주세요! 곧 죽는 다고요!”옆에 있던 간병인이 다급하게 소리쳤다.갑작스레 일어난 일이라 의사와 간호사도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 다들 간병인의 소리를 듣고서야 정신을 차리고 신고하면서 백유미를 호수에서 꺼낼 나무 막대기를 찾았다.“승재야...”백유미가 곽승재의 이름을 부르더니 이내 버티지 못하고 가라앉으려고 했다.이를 곽승재는 더는 망설이지 않고 고은서의 손을 뿌리치고 호수로 뛰어들었다.백유미를 향해 헤엄치는 곽승재를 보며 고은서는 더는 버티지 못하고 정신을 잃었다.“환자분!”간호사의 부름 소리와 함께 고은서는 그대로 쓰러졌다....고은서가 다시 눈을 떴을 때, 박지연이 마침 옆에서 물을 따르고 있었다.“지연아.”그녀는 쉰 목소리로 박지연을 불렀다.“은서야, 깼어? 괜찮아? 불편한 곳은 없어?”박지연은 황급히 물잔을 내려놓고 고은서한테 다가가 그녀의 손을 잡고 물었다.고은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아련한 눈빛으로 박지연을 바라보았다.박지연 또한 고은서가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그녀는 한참 침묵 끝에 입을 열었다.“은서야, 우린 아직 젊잖아. 기회도 이번뿐만이 아닐 거야...”고은서의 눈가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을 꼭 감았다.사실 그녀도 이미 이런 결과를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조금이나 희망을 품고 기적이 일어나길 기대하고 있었다.그러나 기적은 물거품이 되어 사라졌다.‘내 지키지 못한 탓에 아이가 사라졌어.’“은서야, 이러지 마... 우선 네 몸 건강이 첫째야.”박지연은 마음이 아파 오면서 고은서와 같이 눈물이 흐를 뻔했다.똑똑.바로 이때, 누군가가 병실 문을 두드렸다.고은서가 다시 눈을 뜨자마자 걸어들어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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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9화

고은서는 수술이라는 소리를 듣자마자 이를 악물었다.“백유미는 지금 어디 있어?”“곽승재 덕분에 살긴 했는데 폐에 물이 너무 들어간 탓에 응급실에 들어갔어. 아직 깨어나진 않았고.”박지연은 고은서를 부축하며 엄숙하게 말했다.“고은서, 네가 백유미를 증오하는 건 알겠는데 다신 이런 일을 해서는 안 돼. 백유미가 진짜 죽기라도 하면 너도 끝이야. 백유미 같은 인간 때문에 네 인생까지 망칠 필요는 없잖아.”“그런데 내 아이를 죽였잖아!”고은서는 백유미가 자신을 향해 비아냥거리는 모습을 떠올릴 때마다 그녀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다.“알겠어, 알겠어. 우선 진정해.”박지연은 흥분해 하며 몸을 바들바들 떠는 고은서를 달랬다.고은서가 진정이 된 후 박지연은 그녀를 병상에 다시 앉히고 물을 따라줬다.“물이라도 마시면서 분노를 가라앉혀봐.”고은서는 고개를 저으면서 거절했다. 그녀는 지금 아무것도 마시고 싶지 않았다.박지연은 물잔을 고은서 입가에 가져다 대며 그녀를 달랬다.“조금이라도 마셔. 그러면 위도 덜 아플 거야.”고은서는 어쩔 수 없이 몇 모금 마셨다. 따뜻한 물을 마시자 몸도 따라 따뜻해지는 듯했다.박지연은 고은서를 부축해서 병상에 눕히면서 말했다.“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우선 몸부터 챙겨. 그리고 흥분해 하지 말고. 모든 게 다 백유미 짓이라면 꼭 널 망가뜨리는 게 목표일 거야. 신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널 망가뜨리려 할 거야. 넌 절대 그 속임수에 넘어가서는 안 돼. 알겠어?”고은서는 북받쳐 오르는 살기를 억누르며 고개를 끄덕였다.백유미가 더는 연기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고은서를 향해 비아냥거리는 건 바로 일부러 그녀를 자극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녀의 멘탈을 뒤흔들어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게 만들기 위한 목적이 분명했다.‘그런데 무슨 이유로 곽승재를 타이밍에 맞춰서 불러온 거지? 나를 나락으로 떨어뜨릴 목적이었던 거야. 악독한 년!’고은서는 박지연에게 밥을 부탁한 뒤 민시후에게 연락했다.민시후는 그녀가 변호사 일 때문에 그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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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0화

곽승재 어머니, 서연정 여사였다.고은서와 서연정은 영상통화로만 한두 번 인사를 나눈 사이였다. 별다른 교류는 없었다.그러나 서연정과 곽현수는 정식으로 이혼만 하지 않았을 뿐, 사실 이혼한 사이와 별다른 점이 없었다. 두 사람은 오랫동안 별거 중이었고 전미자 생일에도 해성으로 돌아오지 않은 걸 보아서는 아마 결혼생활에 대해 이미 마음을 접은 게 분명했다.고은서는 서연정이 자신을 이해해 줄 거라 믿고 그녀에게 이혼하는 걸 도와달라고 부탁하기 위해 전화를 건 것이었다.잠시 후, 서연정이 전화를 받았다.고은서는 예의 바르게 그녀에게 인사부터 했다.“어머니, 저 고은서입니다.”서연정은 약간 의아했다.“안녕하세요. 저한텐 무슨 일로 연락한 거죠?”“갑작스럽게 연락해서 죄송합니다. 그런데 어머니 도움이 필요한 일이 생겨서 이렇게 연락하게 되었습니다.”고은서의 허약한 목소리로부터 간절함이 느껴졌다.“저 곽승재와 이혼하고 싶습니다.”서연정은 또 한 번 의아했다.“무슨 일 있었나요? 정서가 약간 불안정한 것 같은데.”서연정이 온화한 목소리로 나긋하게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만 들어도 그녀가 교양이 있는 지적인 여자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방금전까지 애써 정서를 억누르고 있던 고은서는 자신을 관심해주는 서연정의 말을 듣자마자 약간 울컥했다.“저...”서연정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가 감정을 추스르길 기다렸다.“사정이 좀 있었는데 지금은 그저 곽승재랑 이혼하려고요.”고은서는 쉰 목소리로 그녀의 물음에 대답했다.“전에 곽승재가 할머니 생신이 지나면 이혼서류에 사인해준다고 했는데 지금까지 사인해주지 않고 있어요. 심지어 이젠 저를 협박하면서까지 이혼하지 않으려고 해요. 그리고 할머니가 저를 무척 아끼는 건 사실인데 저랑 곽승재 사이에 오해만 존재할 뿐 이혼할 정도까진 아니라고 생각하고 계세요. 게다가 할머니도 연세가 있으셔서 이런 일로 할머니를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어머니께 도움을 요청하게 되었어요.”서연정은 그녀의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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