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재야, 그럼 난 먼저 유미 병실로 돌아갈게. 잠시 후에 시간 되면 너도 유미 보러 한 번 와. 요즘 한 번도 보러 간 적이 없다며. 유미가...”백승엽이 곽승재에게 말했다.“잠시 후에 들를게요. 먼저 가보세요.”곽승재가 백승엽의 말을 끊고 말했다.백승엽은 더는 말하지 않고 고은서를 힐끗 째려보고는 병실을 나갔다.그가 나간 후, 곽승재가 고은서 곁에 있던 박지연에게 말했다.“박지연 씨도 잠시 나가 있으세요. 고은서한테 단독으로 할 말이 있어서 그래요.”박지연은 의심하는 눈길로 곽승재를 보며 말했다.“곽 대표님, 금방 수술하고 몸이 허약한 애한테 무슨 말을 하려는 거죠? 방금전 백유미 아버지한테 시달림까지 받아서 그냥 쉬도록 두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박지연은 고은서의 현재 상태를 말하면서 은근슬쩍 방금전 백승엽이 한 짓을 비난했다.곽승재도 그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단번에 알아차렸다. 그는 한참 고민하다가 고은서를 보며 말했다.“어제 투약한 간호사를 찾았는데 그냥 쉴래? 아니면 결과라도 들을래?”이 물은 선택제가 아니었다. 고은서는 필연코 결과를 들을 것이다. 그녀는 곽승재의 말을 듣자마자 박지연을 달랬다.“지연아, 먼저 돌아가서 쉬다가 나중에 와도 돼.”박지연은 일 초도 망설이지 않고 거절했다.“아니. 나 안 돌아갈 거야. 밖에서 기다릴게.”박지연이 직접 말을 하진 않았지만 고은서는 그녀가 자신이 유산하게 된데 관해 은근히 자책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박지연은 자신이 일을 동료에게 맡기지 않았더라면 고은서가 그 간호사를 믿었을 리도 없었을 거라 생각했다.고은서가 전에 몇 번이고 자신이 경각심이 없이 소홀한 탓이라고, 박지연은 아무 잘못이 없다고 그녀를 달래긴 했으나 그녀는 죄책감을 털어버리지 못했다.밖에서 기다린다고 고집부리는 박지연을 더는 막진 않은 것도 이 이유 때문이었다.박지연이 나간 후, 고은서는 웃음 거두고 낯선 사람을 보듯 차가운 눈길로 곽승재를 바라보며 말했다.“그 간호사가 누가 시킨 일이라는 건 말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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