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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게인, 비긴의 모든 챕터: 챕터 391 - 챕터 400

449 챕터

제391화

서연정의 결혼생활도 마찬가지로 행복하지 않았다....고은서는 온종일 병상에 누워 휴식을 취했다. 그녀의 몸이 너무 허약한 탓에 마음이 놓이지 않는 박지연은 그녀의 곁을 계속 지켰다.이튿날, 의사가 회진을 돌면서 그녀에게 주의할 점을 전달하고 떠난 후 고은서는 돌아가 쉬라고 박지연을 달랬다.“나 혼자 누워있어도 돼. 일이 있으면 간병인 부르면 되는 거고.”“나 절대 안 가. 내가 모를 줄 알아? 너 지금 괜찮은 척하지만 어제저녁 내내 자지 못했잖아.”고은서의 눈빛에는 아직도 원망이 남아있었다. 이를 알아본 박지연이 그녀를 달랬다.“날 보내고 백유미 찾으러 가려고 그러는 거지?”고은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제저녁 그녀는 눈을 감을 때마다 핏덩어리가 되어 사라진 자신의 아이와 백유미의 비아냥거리는 모습이 아른거려 차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그녀는 백유미를 향한 원망과 증오를 도무지 억누를 수가 없었다.“고은서, 잘 생각해 봐. 백유미가 전에 네가 무슨 일을 하든 다 모르는 척하면서 억울한 척 연기했잖아. 그런데 왜 갑자기 자신이 한 짓을 인정하면서 비아냥거렸겠어. 아직도 그 이유를 모르겠어?”박지연은 어제저녁 힘겹게 고은서의 입에서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 캐냈다. 그녀는 고은서가 유산한 게 다 백유미 탓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마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하마터면 뒤로 쓰러질 뻔했다.박지연은 목적을 이루지 못한 백유미가 겁도 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있는 병원에서 고은서를 직접적으로 해치려 할 거라고는 전혀 생각도 못 했다.“백유미가 전에 썼던 수단으로는 더는 널 해치지 못한다는 걸 깨달았다는 거야. 그래서 지금 방법을 바꿔 네 멘탈을 뒤흔들려고 하는 거라고. 고은서, 비통함에 깊이 빠져있어서는 안 돼. 몸 회복 잘하는 게 우선이야. 백유미 같은 악독한 사람도 언젠간 벌을 받게 될 거야.”박지연이 말을 보태었다.“하늘이 벌을 내리지 않으면 내가 직접 벌을 줘야지.”고은서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은서야...”“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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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2화

백승엽의 말을 들은 사람은 카메라와 마이크를 고은서를 향해 들이밀었다.고은서는 그들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허약한 몸을 일으키면서 박지연에게 물었다.“지연아, 괜찮아?”“괜찮아.”병상 옆에 놓인 테이블에 부딪힌 박지연은 아픔에도 불구하고 고개를 저으며 애써 고은서 옆으로 다가갔다.“봐봐요. 이 여자가 그런 악독한 일을 저질러 놓고도 나를 무시하면서 사과할 마음도 없어 보이잖아요.”백승엽은 울컥거리면서 말했다.“우리 유미가 어릴 때부터 개미 한 마리조차 밟지 않을 정도로 착했는데 이 악독한 여자 때문에 여러 번이고 죽음의 고비에 처했었다고요. 어제도 마찬가지로 우리 딸이 운이 좋아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으면 이미 익사했을 거예요.”백승엽의 말을 들은 기자들과 매체인들은 카메라를 더 가까이 들이댔다.“다 저리 꺼지지 못해!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예요. 분명히 당신 딸이 먼저 우리 은서를 유산하게 만들었잖아요. 그리고 당신들도 지금 당장 여기서 나가요. 그렇지 않으면 신고할 거예요!”박지연이 고은서 앞에 막아서면서 그들을 향해 호통쳤다.“신고해!”백승엽은 무서워하기는커녕 큰소리로 울부짖었다.“어제 우리 딸이 호수에 빠질 때 엄청 많은 목격자들이 있었어. 나도 어제부터 신고하고 싶었거든. 우리 딸을 다치게 해놓고 책임은 져야지! 고의상해죄로 죗값을 치르게 할 거야.”고의상해죄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기자들과 매체인들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야망으로 가득찬 눈길로 고은서를 뚫어지라 쳐다보았다.한 사람의 목숨이 달린 일이라면 간단한 사랑 문제로 끝날 일이 아니었다. 기사에 몇 마디만 추가하면 여론을 더 크게 몰고 갈 수도 있었다박지연도 마찬가지로 이 부분을 생각했다.현재 백유미가 고은서를 유산하게 만들었다는 증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투약한 간호사도 찾지 못한 상황이었고 또 그 간호사를 찾았다고 해도 백유미와 꼭 연관이 있다고는 보장할 수 없었다.이 일이 기사로 퍼지게 되면 여론이 고은서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쏠리게 될 것이다.“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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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3화

백승엽은 눈살을 찌푸리며 답했다.“그냥 답하면 될 것을 나한테 물어볼 것이 뭐가 있다고 그러는 거죠? 혹시 다른 속셈이라도 품고 있는 건 아니죠? 그렇지 않으면 이런 수단으로 우리 주의력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고 그러는 거예요?”고은서는 여전히 담담하게 말했다.“제가 어떤 태도로 그쪽의 물음에 대답할지를 결정할 만큼 아주 중요한 물음이라서요. 따님을 위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제 물음 하나쯤 대답해주는 건 괜찮지 않나요?”백승엽은 고은서의 속임수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현장에 있는 기자들과 매체인들을 보며 순간 그까짓 물음 하나쯤을 대답해준다고 큰일이 나겠냐는 자신감이 생겼다.“대답 못 해줄 게 뭐가 있겠어요. 내가 당신처럼 물음 하나에 쩔쩔맬 줄 알아?”고은서는 기세등등한 백승엽의 모습을 보며 화내기는커녕 태연하게 그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백승엽 씨, 방금전에 착한 따님분께서 마음씨 좋게 저를 구해줬는데 제가 은혜도 모르고 따님을 해치려 했다고 했죠?”“그래요! 목격자랑 다른 증거들도 다 있으니까 순순히 인정하는 게 좋을 거예요.”“제가 대체 왜 그랬을까요?”고은서가 되물었다.“거참, 어이없는 질문이네. 제가 그쪽 생각을 어떻게 알아요.”백승엽이 헛웃음을 치며 말했다.“다른 분들은 알고 계시나요?”고은서는 병실에 있는 기자들에게 물었다.그들은 서로 마주 보면서 어리둥절해 하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고은서만 빤히 바라보았다.박지연도 고은서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고은서가 이미 이 상황을 해결할 방법을 찾아냈기에 이렇게 담담할 수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가 다시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쓸데없는 말은 그만하고 할 말이 뭔지나 얘기해!”백승엽이 성가시다는 듯 그녀를 재촉했다.고은서는 그제서야 입을 열었다,“다 모르시나 보네요. 그러면 확실히 제 행동을 이해하기 힘들죠.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아마 자신을 구해준 은인을 죽이려 하는 게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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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4화

기자들은 더 몰두해서 두 사람의 표정을 촬영했다.“승재가 네 남편인 게 뭐가 어때서. 유미랑 승재가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랐는데 사이가 좋은 게 정상이 아니야? 너 하나 때문에 인연을 끊기라고 해야 한다는 거야?”백승엽은 콧방귀를 뀌고 말했다.“당연히 불가능하죠. 사이가 좋을 뿐만 아니라 서로 좋은 사업 파트너이기도 하잖아요. 백유미 씨를 위해 GS 그룹 슬하에 있는 판주 투자은행을 직접 수매할 정도로 친한 사이인데 제가 어떻게 인연을 끊으라고 하겠어요.”백승엽은 고은서의 말 속에 있는 함정을 발견하지 못하고 계속 나불거렸다.“우리 딸이 그럴 만한 능력과 가치가 있다는 걸 의미하지. 유미를 데려가겠다는 회사가 얼마나 많은데, 승재가 유미를 자기 회사에 남기려 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 아니야?”“백승엽 씨, 곽승재 씨가 조건도 훌륭하고 또 백유미 씨한테 이토록 잘해주는데 두 사람 혹시 오래전부터 눈이 맞은 사이는 아닌가요? 저의 존재를 알고 있다고 해도 자신도 모르게 곽승재 씨를 사랑하게 될 수밖에 없었던 건 아닌가요?”고은서는 백승엽에게 입을 열 기회를 주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이런 상황에서 백유미 씨가 저를 처리해버리고 싶은 눈엣가시 같은 존재로 여길 가능성도 있지 않나요?”“제가 봤을 땐 충분히 가능해요. 본인이 제삼자이면서도 조강지처를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든 제삼자라고 여길 수도 있죠.”박지연이 이내 말을 보태었다.고은서는 처음부터 차근차근 백승엽을 유도해 백유미와 곽승재 두 사람 사이의 부정당한 관계를 인정하게끔 만들 생각이었다.모든 걸 깨달은 박지연은 옆에서 자연스레 고은서를 도왔다.제삼자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백승엽은 순간 당황해하며 변명했다.“누가 제삼자라는 거야! 입을 삐뚤어도 말은 바른대로 해야지. 명예훼손으로 신고할 줄 알아. 유미랑 승재는 그냥 친구 사이라고!”“그냥 친구 사이라면서 방금전에는 왜 은서가 당신 딸을 질투한다고 한 거죠? 모순되지 않나요?”박지연이 물었다.“백승엽 씨, 백유미 씨께서 곽승재 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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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5화

고은서의 뜻을 알아차린 박지연은 백승엽의 밀치는 힘을 따라 자연스레 옆에 있는 테이블을 향해 넘어지더니 허리를 부여잡고 고통스러운 듯 신음소리를 냈다.고은서도 따라 겁먹은 듯 뒤로 피하는 바람에 백승엽은 허탕을 쳤다.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오른 백승엽은 고은서가 피하려고 하자 더 악을 쓰며 그녀의 어깨를 잡아 끌어당겼다.“아악!”“그만 하세요!”고은서가 비명을 지르는 순간, 병실 문 쪽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그제야 상황을 파악하고 정신을 차린 사람들은 병실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들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검은 수제 정장을 단정하게 차려입고 심상치 않은 기품을 내뿜고 있는 곽승재였다.“승재야, 네가 여긴 웬일이야?”백승엽은 이내 고은서를 잡고 있던 손을 놓고 곽승재를 향해 미소 지으며 물었다.기자들은 다급하게 카메라를 곽승재를 향해 돌렸다.곽승재는 그들을 무시한 채 고은서를 향해 재빨리 다가갔다.얼굴이 창백해진 고은서는 두려운 눈길로 주변을 살피고 있었는데 그녀의 머리카락은 이미 이리저리 흐트러져 있었고 심지어 입고 있던 환자복마저도 꾸깃꾸깃 해졌다.“괜찮아...”곽승재 입을 열자마자 고은서는 몸을 반대편으로 돌리면서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대화를 거절하는 듯 그를 등졌다.“승재야, 나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다 고은서가 날 모함하려고 이러는 거야.”백승엽이 변명했다.곽승재는 차가운 눈빛으로 백승엽을 째려보고는 병실 안에 있는 기자들과 땅에 넘어진 채 허리를 부여잡고 있는 박지연을 둘러보았다.“아저씨, 지금 뭐 하는 거죠?곽승재의 말에서는 분노가 느껴졌다. 백승엽도 그가 화났음을 감지했다.아무리 어릴 때부터 자라는 걸 봐온 아이라고 해도 백승엽은 곽승재를 볼 때마다 무언의 위압감을 느꼈다.“내가 다 설명해줄게.”백승엽은 말하고는 뒤돌아 기자들을 내쫓으려 했다.“나가, 나가. 다 나가라고. 찍을 게 뭐가 더 있다고 그러는 거야!”“수고비를 따로 준다고 했잖아요. 돈은 주셔야죠.”쫓겨난 기자 한 명이 불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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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6화

곽승재는 백승엽을 노려보면서 물었다.“아저씨, 지금 뭘 걱정하시는 거죠?”“그냥 호기심일 뿐이야. 내가 무슨 걱정을 하겠니.”백승엽은 애써 괜찮은 척하면서 허리를 곧게 펴고 말했다.“승재야, 난 내가 잘못한 게 없다고 생각한다. 이 사람들은 내가 찾아온 게 맞아. 그런데 이 또한 다 유미를 위해서야.”곽승재는 그의 말에 별 관심이 없는 듯했다. 그는 기자들을 향해 담담하게 경고했다.“거짓 기사가 나오는 일이 없도록 처신 잘하실 거라 믿습니다.”언성이 높지 않았지만 기자들은 무언의 위압감을 느꼈다. 그들은 아쉬움만 품은 채 더는 망설이지 않고 병실을 나갔다.그런데 병실 밖으로 나가자마자 비서와 경호원들이 그들 앞에 막아서며 방금전에 촬영했던 내용을 전부 삭제하라고 할 줄은 미처 생각도 못 했다.속으로는 불만이 많았지만 곽승재의 요구라니 순순히 따를 수밖에 없었다.그 장면을 보고 있던 백승엽은 별로 달갑지 않았다. 일을 크게 만들어 고은서를 엿먹이려 했었는데 모든 게 물거품으로 돌아갔으니 말이다.땅에서 일어선 박지연은 곽승재를 무시한 채 병상 옆으로 다가가 고은서의 상태를 확인했다.곽승재는 차가운 눈길로 백승엽을 바라보며 물었다.“아저씨, 대체 어떻게 된 일이죠? 저 사람들을 고은서 병실로 데려온 이유가 뭐죠? 그리고 제가 들어왔을 때 왜 고은서를 잡아끌려고 했던 거예요?”백씨 집안 회사가 곽승재의 도움 없이 유지해나갈 수 없었던 이유로 그의 비난하는 듯한 태도에도 백승엽은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유미가 어렵게 정신을 차렸는데 신고도 하지 말고 고은서를 찾아가지도 말라고 하는데 아버지로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더구나. 그래서 사람들 찾아서 유미를 더는 못 건드리게 고은서에게 경고 주려고 했던 거야.”백승엽은 자신의 불만을 토로했다.“그런데 고은서가 반성하기는커녕 유미를 제삼자라고 모욕을 하는 바람에 화가 나서 사과하라고 하려던 중이었어. 하필 그때 네가 마침 들어온 거고. 승재야, 난 그저 경고만 주려 했을 뿐이야. 아무래도 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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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7화

“승재야, 그럼 난 먼저 유미 병실로 돌아갈게. 잠시 후에 시간 되면 너도 유미 보러 한 번 와. 요즘 한 번도 보러 간 적이 없다며. 유미가...”백승엽이 곽승재에게 말했다.“잠시 후에 들를게요. 먼저 가보세요.”곽승재가 백승엽의 말을 끊고 말했다.백승엽은 더는 말하지 않고 고은서를 힐끗 째려보고는 병실을 나갔다.그가 나간 후, 곽승재가 고은서 곁에 있던 박지연에게 말했다.“박지연 씨도 잠시 나가 있으세요. 고은서한테 단독으로 할 말이 있어서 그래요.”박지연은 의심하는 눈길로 곽승재를 보며 말했다.“곽 대표님, 금방 수술하고 몸이 허약한 애한테 무슨 말을 하려는 거죠? 방금전 백유미 아버지한테 시달림까지 받아서 그냥 쉬도록 두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박지연은 고은서의 현재 상태를 말하면서 은근슬쩍 방금전 백승엽이 한 짓을 비난했다.곽승재도 그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단번에 알아차렸다. 그는 한참 고민하다가 고은서를 보며 말했다.“어제 투약한 간호사를 찾았는데 그냥 쉴래? 아니면 결과라도 들을래?”이 물은 선택제가 아니었다. 고은서는 필연코 결과를 들을 것이다. 그녀는 곽승재의 말을 듣자마자 박지연을 달랬다.“지연아, 먼저 돌아가서 쉬다가 나중에 와도 돼.”박지연은 일 초도 망설이지 않고 거절했다.“아니. 나 안 돌아갈 거야. 밖에서 기다릴게.”박지연이 직접 말을 하진 않았지만 고은서는 그녀가 자신이 유산하게 된데 관해 은근히 자책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박지연은 자신이 일을 동료에게 맡기지 않았더라면 고은서가 그 간호사를 믿었을 리도 없었을 거라 생각했다.고은서가 전에 몇 번이고 자신이 경각심이 없이 소홀한 탓이라고, 박지연은 아무 잘못이 없다고 그녀를 달래긴 했으나 그녀는 죄책감을 털어버리지 못했다.밖에서 기다린다고 고집부리는 박지연을 더는 막진 않은 것도 이 이유 때문이었다.박지연이 나간 후, 고은서는 웃음 거두고 낯선 사람을 보듯 차가운 눈길로 곽승재를 바라보며 말했다.“그 간호사가 누가 시킨 일이라는 건 말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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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8화

“고은서, 내가 호수에 빠진 백유미를 구해서 불만이 생겼다는 걸 알겠는데 이젠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어?”곽승재는 분노가 섞인 말투로 말했다.“어제 그 상황에서 백유미가 죽는 걸 보고만 있으란 말이야? 게다가...”“미안하지만 난 당신이랑 더는 할 말이 없어.”고은서는 태도를 바꾸기는커녕 계속 그를 향해 비아냥거렸다.“지금 어제 호수에 빠진 사람이 백유미가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이었더라도 구했을 거라는 소리를 하고 싶은 거지? 어릴 때부터 그렇게 교육받았으니까.”틀린 소리는 아니었지만 곽승재는 고은서의 태도가 달갑지 않았다. 마치 그가 변명거리를 찾는 듯한 뜻으로 들렸다. 그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유미가 어렸을 적에 물에 빠져서 폐가 다친 이후로 물을 엄청 무서워해. 물에 조금이라도 오래 있으면...”“죽으면 뭐가 어때서!”고은서는 원망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보며 소리 질렀다.“당신은 지치지도 않아? 백유미한테 마음이 있으면 그냥 인정해. 그리고 나랑 이혼하면 되는 거잖아. 왜 백유미한테 마음이 있는 것처럼 계속 잘해주면서 내 손은 놓아주지 않는 건데?”곽승재는 애써 들끓는 분노를 참으며 말했다.“고은서, 어제 내가 백유미를 구하지 않고 그냥 익사하게 내버려 두었더라도 너한테 좋을 건 없잖아. 수많은 목격자들이 존재하는데 도망치려 해도 불가능하다는 거 너도 잘 알잖아. 진짜 대가를 치르기라도 하겠다는 거야?”“대가?”고은서가 콧방귀를 뀌고 말했다.“대가를 치르더라도 백유미가 먼저 죽어야 치르지. 당신이 그 타이밍에 나타난 게 우연이라고 생각해? 백유미가 이미 당신이 자신을 구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고!”백유미와 연관된 일이라면 고은서는 항상 이성적이지 못했다. 심지어 백유미를 죽이기라도 할 듯했다.고은서가 흥분해 하자 곽승재는 다시 차근차근 그녀에게 설명했다.“어제 병원에 온 건 의사가 네 상황이 안정되었다고 연락이 와서 퇴원 수속 해주러 온 거였어. 그리고 마침 주차하고 병동으로 들어가는 도중에 황급히 어디론가 가는 송민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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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9화

“민시후 약혼녀로서 송민아가 위기감을 느끼고 네 아이한테 손을 댄 게 분명해. 증거도 충분하고. 그런데 도대체 왜 넌 믿지 않는 건데? 그리고 벌써 하룻밤이나 지났는데 민시후는 왜 얼굴도 내밀지 않고 있는 거야? 나한테 숨기는 거 있지?”곽승재는 차가운 눈길로 고은서를 바라보며 물었다.고은서는 순감 흠칫했다.백유미와 연관된 일이라면 곽승재는 항상 평소보다 더 예민해지는 것 같았다. ‘아이에 관해 이실직고한다고 해도 곽승재가 백유미를 탓한다는 법은 없어. 하지만 이혼이 더 힘들어지는 건 확실해.’고은서는 헛웃음을 치며 되물었다.“하고 싶은 말이 뭐야? 민시후가 병원으로 오지 않은 건 아직 내가 유산했다는 걸 모르고 있어서야. 요즘 당신 때문에 한창 바쁜 사람한테 민폐 끼치고 싶지 않아서 안 말했어. 그리고 어제 송민아가 찾아와서 아이를 없애라고 나를 협박하던데, 만약 진짜 송민아가 간호사를 시켜서 투약한 범인이라면 굳이 또 직접 찾아올 필요가 있었을까? 게다가 당신도 송민아가 어떤 반응인지 직접 봤잖아. 어딜 봐도 범인이 아닌 게 분명하잖아.”고은서가 담담하게 말했다.“백유미가 대체 무슨 목적으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송민아가 의사 찾으러 간 후 백유미가 직접 나한테 이 모든 걸 꾸민 사람이 자신이라고 자백했어. 나도 그 말을 듣고 흥분해서 백유미를 죽이려 했던 거고.”고은서는 또다시 흥분해 하며 눈을 붉혔다.“설마 또 내가 백유미를 모함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나 할아버지를 걸고 맹세할 수 있어. 백유미가 직접 자기 입으로 모든 걸 승인했다고!”백유미가 유산한 아이가 곽승재 아이라는 사실을 그에게 알려줄 리가 없다고 확신한 고은서는 이 골치 아픈 일을 그녀에게 던져주었다. 곽승재는 고은서가 함부로 자신이 제일 존경하는 할아버지를 걸고 거짓말을 맹세할 리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눈살을 찌푸리고 말했다.“내가 가서 잘 물어볼게.”“어떤 답을 얻든 다신 날 찾아오지 마. 이혼 외에는 다신 내 눈앞에 나타나지 않았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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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0화

‘대체 누가 백유미를 도와 날 해치려고 하는 거지?’고은서와 박지연은 이 물음 하나로 한참 동안 토론해보았지만 아무런 결론도 얻지 못했다.고은서는 백유미 외에 자신이 또 누굴 건드렸는지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은서야, 너 오늘 일부러 기자들 앞에서 화제를 백유미한테로 이끈 거지?”박지연이 또 다른 얘기를 꺼냈다.“그런데 곽승재가 비서한테 기자들이 촬영한 내용을 다 삭제하라고 시켰던데. 그러면 네가 했던 일들이 다 수포가 되는 거잖아. 곽승재 그 개자식 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 어떻게 물어보지도 않고 녹음파일이랑 동영상을 다 삭제할 수가 있어.”‘개자식이라. 참 알맞는 별칭이네.’고은서는 입꼬리를 올리며 답했다.“수포가 되는 일은 없을 거야.”박지연은 어리둥절했다.“설마 너 따로 계획해둔 게 있어?”“계획해둔 건 없는데 미리 해놓은 건 있지.”고은서는 폰을 꺼내 들고 흔들며 말을 이어갔다.“백승엽이 기자들을 데리고 병실로 들이닥칠 때 몰래 폰으로 다 녹음해뒀어. 나중에 함부로 편집한 동영상이나 거짓 기사가 뜨면 나도 반박할 증거가 있어야 하잖아. 그런데 동영상과 거짓 기사는커녕 나만 득을 보게 되었네.”“와, 고은서, 아까 그런 상황에서도 녹음하면서 증거 남길 생각까지 했던 거야? 너 진짜 총명하다.”박지연이 고은서를 보며 탄복했다. 그러나 흥분해 하는 박지연과 달리 고은서는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하지만 나도 상응한 대가를 치렀지.’박지연은 고은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단번에 알아차렸다.“자꾸 슬픈 과거에만 빠져있지 마. 우리가 지금 생각해야 하는 건 이 녹음파일을 어떻게 이용하겠는가야.”고은서는 이미 다 계획이 있었다.“백유미가 일을 크게 만들고 싶어 하는데 나도 도와야지.”“이 녹음파일로 여론을 일으켜 곽승재를 엿먹이려는 거지? 될 수록이면 GS 그룹 주시까지 영향받게 만들어 주주들로 하여금 곽승재에게 압력을 주게 만들려는 생각인 거야?”고은서는 박지연의 추측을 부인하지 않았다.“주주들이 가만있는다고 해도 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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