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서가 깨어났을 땐 이미 침실 안이었다.고준석과 오춘식이 그녀의 곁을 지키고 있었는데 백발이 성성한 고준석은 침대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아 근심 걱정으로 가득 찬 표정을 하고 있었는데 많이 피곤해 보였다.오춘식은 그에게 약과 물을 챙겨다 주면서 그를 달랬다.“어르신,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의사 선생님께서 너무 흥분하는 바람에 정신을 잃은 거라고 했으니 괜찮을 거예요. 곧 깨어날 겁니다. 그리고 어르신도 몸 주의하셔야죠. 방금전처럼 은서한테 뛰어가시다가 넘어지기라도 하시면 어쩌려고 그러세요.”“나 그렇게 쉽게 넘어질 사람이 아니야. 내 몸은 내가 더 잘 알아.”고준석은 약을 건네받고 삼키면서 말했다.방금전 화단으로 떨어질 때 비틀거리는 걸음걸이로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고준석의 모습과 그의 고함소리를 떠올린 고은서는 저도 모르게 코가 찡해 나더니 눈물을 흘렸다.“은서야, 깼어?”눈을 뜬 고은서를 발견한 오춘식은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그 소리를 들은 고준석도 이내 고은서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고준석은 정신을 차린 그녀를 보자마자 순간 얼굴빛이 환해졌다.“은서야, 괜찮아? 어디 아픈 곳은 없어?”“할아버지...”고은서는 자신을 걱정하는 고준석을 바라보더니 순간 울먹이면서 그의 품에 와락 안겼다.“울지마, 울지 마. 할아버지 여기 있어.”고준석은 눈물을 흘리는 고은서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미어지는 듯했다. 그는 그녀의 등을 토닥이면서 그녀를 달랬다.“이 계집애야, 힘든 일이 있으면 할아버지한테 말했어야지. 이런 위험한 행동은 이번이 마지막이야, 알겠어? 네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할아버지는 어쩌라는 거야?”“할아버지, 미안해요. 또 걱정하게 만들어서 정말 미안해요...”고은서는 흐느끼면서 말했다.“괜찮아, 할아버지한테 뭐가 미안할 게 있다고...”고준석도 순간 눈시울이 붉어졌다.“그까짓 이혼 할아버지가 지지해줄게. 다른 건 중요치 않아. 그저 은서 네가 건강하고 무사하면 돼.”고준석은 무슨 일이 일어나도 항상 고은서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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