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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어게인, 비긴: Chapter 421 - Chapter 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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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1화

이혼 증명서를 들고 구청 문 앞에 선 고은서는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만 같았다.‘곽승재가 진짜 사인해주다니. 우리 정말 이혼한 거야? 나 이젠 자유의 몸인 거야?’“시그니엘 집문서와 열쇠야.”곽승재는 서류를 그녀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지난번에 그가 병원에 이 서류들을 놓고 가는 바람에 고은서는 퀵 서비스를 불러 그에게 돌려준 적이 있었다.그러나 여전히 그녀에게 주겠다고 고집부릴 줄은 미처 생각 못 했다.“안에 금액을 기입하지 않은 수표 한 장도 넣었어. 너랑 할아버지는 아무 재산도 필요 없다고 하는데 그래도 오 년 동안 함께 결혼생활을 해온 보상이라고 생각하고 받아.”곽승재가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다시 예전의 차갑고 거리감이 느껴지는 모습으로 돌아왔다.“나한테 빚진 것도 없는 데 필요 없어.”고은서는 그의 호의를 거절했다.그녀가 이 결혼을 강요하지 않았더라면 곽승재는 그녀에게 시달릴 필요도 없었다. 지금 그저 모든 걸 원점으로 돌려놓는 것뿐이다.이혼하기 전에는 곽승재한테서 백억 정도는 떼내야 속이 시원할 것 같았지만 이혼 증명서를 손에 쥐고 나니 너무 홀가분한 나머지 그에게서 아무것도 가지고 싶지 않았다. 그저 최대한 그와 멀리하고 싶었다.그녀의 생각을 알아차린 곽승재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누군가가 곽씨 집안에서 널 홀대했다는 소릴 듣기 싫어서 그러는 거야.”고은서가 반박했다.“돈은 나 스스로 벌면 돼. 나도 우리 고씨 집안에서 딸을 판다는 소릴 듣기 싫어.”곽승재는 이를 악물고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뒤돌아보지도 않고 성큼성큼 걸어가 차에 올랐다.고은서는 곽승재가 자신한테 거절당한 것 때문에 불쾌해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나 더는 그녀와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녀는 현재 자유의 몸이 되었다.푸른 하늘 아래 서 있는 그녀는 공기가 이토록 상큼하고 햇살이 이토록 밝은 적이 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삶의 행복 지수가 순간 높아진 것 같았다.‘마침내 이혼했어! 지금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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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2화

고은서는 길옆에 주차하고 자신을 기다리는 고준석을 향해 걸어갔다.“수속 다 끝났어?”고준석이 물었다.“네.”이혼 증명서를 들고 있는 고은서는 기분이 너무 좋았다.고준석은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이혼하고서도 결혼할 때처럼 환하게 웃으며 좋아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을 거다.”고은서는 부끄럽다는 듯 고준석의 어깨에 기대며 말했다.“제가 또 말썽부려서 미안해요, 할아버지.”고준석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답했다.“미안해하지 않아도 돼. 네가 결혼생활을 하면서 상처만 받는 것보다 나으니까. 할아버지는 네가 말썽을 부려도 행복하기만 하다면 다 괜찮아.”“고마워요, 할아버지.”마음이 따뜻해 난 고은서는 고준석의 품에 안겨 애교를 부렸다.“아, 할아버지, 오늘 예원 별장은 왜 오신 거예요?”고은서의 물음을 들은 고준석은 순간 표정이 엄숙해졌다.고준석은 오전에 MQ에 관한 소식을 접하고 친구한테 연락했는데 우연히 곽승재와 고은서에 관해 묻기에 조사해보니 두 사람 사이에 관한 소문이 자자한 걸 발견했다고 말했다.“은서야, 이렇게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왜 할아버지한테 얘기하지 않았어?”고준석이 그녀를 꾸짖었다.“그리고 입원했다는 건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동영상에서 네 친구가 네가 피투성이가 되었다고 하던데 어디 다치기라도 한 거야?”고은서는 이미 지나간 일로 고준석을 속상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미소를 지어 보이며 애교 섞인 말투로 답했다.“별로 크게 다치지도 않았는데 지연이가 과장해서 말한 거예요.”그러나 고준석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계속 캐물었다.“너랑 곽승재 사이에 진짜 제삼자가 존재하는 거야? 이혼하겠다고 고집부리고 그 여자를 호수로 밀어 넣은 것도 그 이유 때문이야?”고은서는 순간 표정이 굳었다.“전부는 아니지만 그 이유도 있어요.”그녀의 말을 들은 고준석은 이내 자초지종을 깨달았다. 그는 전부터 곽승재라면 환장하는 고은서가 왜 갑자기 이혼하겠다고 고집을 부리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었는데 그제야 그 의문이 풀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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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3화

박지연은 한참 지나서야 전화를 받았다.“은서야.”고은서는 눈에 띄게 시무룩한 박지연의 목소리를 듣고 걱정이 되었다.“지연아, 왜 그래? 전화는 왜 이렇게 늦게 받아? 무슨 일 있어?”“내가 무슨 일이 있겠어. 연락 못 해서 미안해. 본가에 가자마자 시어머니가 편찮으시다고 해서 먼저 나왔어. 그리고 이것저것 하면서 분주히 보내다 보니까 미처 너한테 연락하지도 못했고.”“미안할 게 뭐가 있어. 당연히 네 일을 먼저 처리해야지. 맞다, 좋은 소식 하나 있는데 나 오늘 이혼했어!”고은서가 그녀에게 마음에 두지 말라고 말했다.“진짜 이혼했어?”박지연은 깜짝 놀랐다.“응!”고은서는 이혼한 얘기를 꺼낼 때마다 올라가는 입꼬리를 주체할 수가 없었다.“이혼 증명서도 금방 가졌는데 아직도 따끈따끈하다. 다 네가 본가로 가서 할머니한테 소식을 전해준 덕분이야.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순리롭게 이혼도 못 했을 거야.”비록 곽승재가 스스로 동의한 일이지만 전미자가 옆에서 그녀를 지지해주지 않았더라면 오늘처럼 일이 쉽게 풀리지는 않았을 것이다.“사실 내가 오늘 찾아가지 않아도 할머니랑 사모님께서 예원 별장으로 갔을 거야. 내가 본가에 도착했을 때 이미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거든.”고은서는 순간 의아했다. 그녀는 전미자가 박지연이 본가까지 찾아간 덕분에 예원 별장으로 온 거라고 생각했었다. 전에 이미 찾아가리라고 마음먹었다고는 미처 생각도 못 했다.‘아줌마가 곽승재를 타이르다가 도무지 방법이 없어서 할머니를 찾아가신 건가? 이러고 보면 아줌마가 약속을 어긴 게 아니네. 며칠 쉬다가 직접 가서 감사하다고 인사해야겠어.’“지연아, 나 먼저 할아버지 집에 가서 쉬고 있을게. 시어머님 몸도 괜찮아지고 하면 우리 만나서 축하파티라도 열자.”“그래, 알겠어.”박지연이 답했다.고은서는 박지연과 통화를 마친 후 민시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아버지는 괜찮으셔? 아직도 북제에 있는 거야?]메시지가 발송된 지 몇 초도 되지 않아 민시후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고은서가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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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4화

똑똑.곽현수가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리면서 말했다.“승재야, 내가 말하는 거 들었어?”곽승재는 그제야 고개를 들고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의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그는 담배를 끄고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일이세요?”“할머니가 말씀하시길 고은서랑 이혼했다며?”곽현수가 물었다. 곽승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피곤하다는 듯 미간을 어루만졌다.“왜 이러는 거야? 멍 때리며 피우지 않던 담배도 피우고. 사내가 그까짓 이혼을 했다고 이렇게 기죽어 있어서 쓰겠니?”“지금 절 훈계하러 들어오신 거예요?”곽승재가 물었다.“너...”곽현수는 잠깐 말문이 막혀 하다가 이내 말을 이어갔다.“허 교수가 개발한 약품 대리권은 왜 유미한테 주지 않은 거야? 그리고 융자에 관한 일은 왜 유미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맡긴 거지?”곽승재는 미간을 어루만지던 손을 내려놓고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의 아버지를 바라보며 답했다.“백 이사가 요즘 몸이 안 좋아서 이런 일을 책임질 여력이 되지 않아요. 이처럼 중요한 일을 맡기기에는 적절하지 않다고요.”“뭐가 적절하지 않다는 거야? 융자에 관한 일을 고은서에게 맡기고 유미를 밀어내려고 그러는 거지?”곽현수는 불만만 점점 더 쌓여갔다. 그러나 곽승재는 부인하지 않고 낯선 사람과 대화하는 듯 말했다.“아버지. 회사 일을 저한테 전적으로 맡기셨으면 저도 마찬가지로 최선을 다해 운영하도록 할 테니 제 결정에 간섭하시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곽승재, 너 지금 그 자리에 앉으니까 눈에 뵈는 게 없지? 아버지한테 무슨 말버릇이야?”곽현수의 얼굴빛이 순간 어두워졌다.“너 요즘 고은서 때문에 골탕을 먹은 게 한두 번이야? 심지어 GS그룹 주식까지 영향받게 했잖아. 내가 제때 귀국하고 이사회에서 네 편을 들어주지 않았으면 넌 지금 이 자리에 못 있어!”곽현수는 점점 더 흥분해 했다.“그런데 나한테 감사하기는커녕 내가 안배한 일까지 거역하려는 거야?”곽승재는 이마를 짚고 담담하게 말했다.“귀국하시지 않아도 이사회 주주들은 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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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5화

폰을 들고 확인해 보니 육현석한테서 걸려온 전화였다.아마 이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상황 파악을 하려고 전화를 건 모양인 것 같았다.그러나 그녀는 육현석이 자신의 기쁨을 함께 공감해 줄 적합한 상대라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그냥 무시하기로 했다.그녀가 전화를 끊고 다시 자려고 할 때 육현석한테서 또 전화가 걸려왔다.‘웬 고집이래?’요즘 육현석의 태도가 꽤 마음에 들었던 고은서는 고민하다가 끝내는 전화를 받았다.“육현석 씨, 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어요?”수화기 너머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형수님, 형이랑 다퉜어요? 형이 오늘따라 좀 이상해 보여서 걱정되는데 혹시 형한테 전화 한 통만 걸어줄 수 있을까요?”‘아직 이혼한 사실을 모르는 건가?’“죄송하지만 저 곽승재랑 이혼했어요. 더는 곽승재 일로 저한테 연락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저랑 아무런 상관없는 일이니까요.”육현석은 고은서의 말에 순간 어안이 벙벙했다. 그는 이내 조용한 곳을 찾아 그녀에게 자세히 물었다.“형수님, 거짓말이죠? 이혼했다뇨? 형이 왜 형수님이랑 이혼해요? 지금 장난치는 거죠?”육현석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반복해서 물었다. 그도 마찬가지로 요 며칠 두 사람에 관한 기사를 보았었다. 그러나 기사의 여론이 곽승재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걸 확인한 그는 이내 기사를 퍼뜨린 사람이 고은서라는 걸 깨달았다.그 누구의 편을 들어도 합당하지 않은 타이밍이었기에 그는 그저 모르는 척하고 넘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기사가 올라온 지 삼일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 두 사람이 벌써 이혼했다는 게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제가 이런 일로 장난칠 이유가 없잖아요. 그리고 저 이젠 육현석 씨 형수가 아니니까 호칭을 바꿔줬으면 좋겠어요. 이후로 은서 씨라고 편하게 불러주세요.”“형...”육현석은 차마 은서 씨라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 왜 갑자기 이혼한 거예요? 설마 배 속의 아이 때문이에요?”전에 박지연한테서 곽승재가 고은서의 아이를 강제로 없애려고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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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6화

현재 낯선 여자의 터치도 거절하지 않는 걸 보아서는 곽승재가 큰 충격을 받은 게 확실했다.육현석은 한숨을 내쉬었다,평소에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을 때마다 약간 밉상이긴 했지만 막상 상처를 받고도 웃으면서 다른 사람을 대하는 그를 보게 되니 육현석도 따라 기분이 시원찮았다.“가, 다 저리 나가. 다 옆 방에서 가서 놀아. 비용은 내가 낼게.”육현석은 룸에 있는 사람들을 밖으로 내쫓기 시작했다. 그는 곽승재 옆에 있는 여자를 강제로 밀어내고 그의 옆에 앉았다.그 여자는 불만스럽다는 눈길로 육현석을 바라보며 말했다.“곽 대표님도 가라는 소리를 하지 않았는데 당신이 뭐라고 날 쫓아요?”“가라면 갈 것이지 뭔 쓸데없는 소리가 그렇게 많아.”육현석은 성가시다는 듯 그녀를 계속 내쫓으려 했다.“그리고 헛된 생각은 접는 게 좋을 거야. 우리 형 아내가 있는 몸이라고!”“누가 아내가 있다고 그래!”여자가 입을 열기도 전에 곽승재가 먼저 불쾌하다는 듯 육현석을 반박했다.그런데 술을 너무 많이 마신 탓에 취했는지 그는 평소와 달리 말을 또박또박 하지 못했다.“이리 와서 계속 마셔!”곽승재는 여자를 향해 손짓했다.그의 말을 들은 여자의 얼굴에는 순간 화색이 돌았다. 그녀는 이내 곽승재의 곁에 다가가 그의 팔에 딱 붙을 정도로 가까이 앉았다.육현석은 순간 다급해 났다.“똑바로 앉아, 뼈 없는 사람처럼 앉지 말고!”“대체 왜 그래요? 대표님께서 같이 술 마시자고 해서 앉은 건데 뭐가 잘못됐다는 거예요? 왜 자꾸 절 쫓아내지 못해 안달이세요?”여자가 그를 반박했다.“너...”“술 마실 생각 없으면 나가. 분위기 망치지 말고.”곽승재가 차가운 눈길로 육현석을 바라보며 말했다.여자도 육현석을 향해 콧방귀를 뀌고는 계속해서 곽승재에게 술을 따랐다.“...”육현석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나도 이젠 지친다. 형이 알아서 하겠지 뭐.’육현석은 그와 멀리 떨어진 자리를 찾아 앉고서는 홀로 술을 마시면서 여자와 함께 끊임없이 술을 들이켜는 그를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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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7화

곽승재의 기분이 최악에 달했다는 걸 느낀 육현석은 더는 그를 자극하지 않았다.육현석은 술잔을 들고 곽승재 옆에 앉으며 말했다.“전에는 형수님이 형을 평생 원망하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 이혼하지 않겠다고 했었잖아. 그런데 왜 갑자기 이혼을 동의한 거야?”술잔을 들고 있는 곽승재의 얼굴빛이 엄청 어두웠다.“누가 이혼하지 않는다고 했어? 이 세상에 여자가 고은서 한 명밖에 없어? 전에는 그저 벌을 준 것뿐이야.”“...”육현석은 너무 어이가 없었다.‘암튼 이혼도 이미 다 했는데 고집부려봤자 달라지는 건 없지.’육현석은 그를 반박하는 대신 그에게 물었다.“그럼 벌도 다 주고 했는데 기뻐해야 하는 거 아니야? 왜 똥이라도 밟은 것처럼 불쾌한 표정을 하고 있어?”곽승재는 술을 들이켜면서 답하지 않았다.육현석은 그를 보면서 갑자기 겁도 없이 장난치기 시작했다.“형, 세상에 여자가 형수님 하나뿐인 건 아니지만 남자도 형 하나뿐인 게 아니잖아. 형이 잡지 않으면 형수님 다른 남자 찾을지도... 아악!”육현석은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다름이 아니라 옆에서 듣고 있던 곽승재가 그의 무릎을 힘껏 차버린 것이다.“닥쳐!”“형, 너무 하는 거 아니야? 이혼해서 기분이 안 좋다는 건 이해하겠는데 왜 나한테 화풀이하는 거야? 전에도 형수님이 형을 원망할 거라고 말했었는데 형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잖아. 형수님이 떠난 게 다 형 탓이야!”육현석은 말하면서 행여나 곽승재에게 또 한 번 맞을까 봐 그와 일 미터가량 떨어진 자리로 피신했다.그러나 곽승재는 입을 꾹 다물고 제자리에 앉아있을 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자극이라도 받은 듯 방금전까지만 해도 느껴지던 살기가 사그라들면서 어두웠던 얼굴빛도 변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쓸쓸해 하는 듯했다.육현석은 순간 자신이 말을 너무 심하게 했다는 걸 깨달았다.‘방금전까지만 해도 애써 참고 있었던 모양이네. 내가 한 말 때문에 더 힘들어하는 것 같은데 어떡하지?’“형, 나...”육현석이 그를 위안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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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8화

고국성은 잠시 별문제 없이 나와도 됐지만 유관 부문에서 자세한 부분에 관해 계속 조사해야 했기에 모든 조사가 끝나기 전까지는 협조해야 했다.고은서가 MQ 세금 문제를 제보한 사람이 누굴까 하고 생각에 잠겨있을 때, 도우미가 올라와 그녀에게 손님이 오셨다고 할아버지께서 내려오라고 하신다고 전했다.‘찾아올 사람이 없는데, 누구지?’고은서는 약간 어리둥절했지만 이내 외투 하나를 걸치고 아래로 내려갔다.거실로 내려가 보니 아니나 다를까 서연정이 와 있었다.그녀는 철색의 원피스에 벨트를 매고 검은색 외투를 입고 있었다. 그리고 비녀로 올림머리를 하고 이쁜 목선을 드러냈다.오십이 넘었는데도 서연정한테서는 세월의 흔적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단아하게 앉아 있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한 폭의 그림과도 같았다.고은서는 이혼한 당일에 문자를 보낸 후로 서연정에게 연락한 적이 없는데 이렇게 직접 고씨 집안 저택으로 찾아올 거라고는 전혀 생각 못 했다.테이블 위에는 선물들로 가득 차 있었는데 아마 그녀가 들고 온 것인 듯했다.“은서야, 왔어? 사모님과 얘기 나눠. 나는 나가서 산책 좀 하고 올게.”고준석이 위층에서 내려오는 고은서를 보고 당부했다.“네.”그녀는 고준석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고준석이 밖으로 나간 후 고은서는 어리둥절해하며 물었다.“사모님, 여기까진 어떻게 오셨어요?”“은서야, 몸은 괜찮아? 어디 불편한 곳은 없어?”서연정은 물음에 답해주는 대신 도리어 고은서에게 되물었다.“네, 이젠 거의 다 회복되었어요. 의사 선생님도 매일 검사해주시는데 별문제 없대요.”고은서가 말했다.“마침 요 며칠 할머니랑 사모님을 찾아뵈러 가려고 했었는데 이렇게 직접 오실 거라고는 미처 생각 못 했어요.”서연정은 온화한 미소를 띤 채 말했다.“오랫동안 해외에 있다 보니까 어르신도 제때 찾아뵙지 못해서 계속 마음에 걸렸거든. 그래서 내일 Y 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한 번 들렀어.”고은서는 전에 서연정이 단아하고 온화하며 박식한 전형적인 부잣집 아가씨라고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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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9화

서연정도 자기 아들의 목소리를 들었다.그녀는 미간을 찌푸린 고은서를 보며 온화한 목소리로 해명했다.“은서야, 내가 승재를 데려온 게 아니야.”그녀의 해명을 듣자마자 고은서는 순간 어색해졌다.서연정과의 만남도 거부하는 곽승재가 그녀와 함께 고씨 집안 저택을 찾아올 리가 없었다.“그저 의아했을 뿐이지 사모님을 탓하려는 뜻은 없어요.”서연정은 웃으면서 손목시계를 들고 시간을 확인하고는 말했다.“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나 이만 가볼게.”“제가 문 앞까지 모셔다드릴게요.”“그래.”아니나 다를까, 문 앞으로 가보니 곽승재가 눈에 들어왔다.그는 평소처럼 블랙 슈트 차림으로 허리를 곧게 펴고 선 채 고준석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고은서와 서연정이 밖으로 나오자마자 그의 시선은 그들을 향했다. 고은서의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곽승재가 그녀를 보자마자 눈빛이 밝아진 것 같았다.“승재야, 은서 보러 온 거야?”서연정이 자연스레 물었다.곽승재는 아주 서먹한 말투로 그녀의 물음에 답했다.“어머니. 할아버지랑 MQ에 관한 일을 얘기해보려고 찾아왔습니다.”서연정은 더는 묻지 않고 고준석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어르신, 먼저 돌아가 보겠습니다. 나중에 해성으로 오게 되면 다시 뵈러 오겠습니다.”고준석은 고개를 끄덕였다.“은서야, 시간 되면 할머니한테도 자주 가보렴. 오늘 내가 너 찾으러 간다는 거 들으시자마자 신신당부하셨는데, 네가 승재랑 이혼했다고 해도 할머니를 계속 사랑하고 자주 찾아뵙겠다고 약속한 걸 잊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은서는 이 말을 듣자마자 가슴이 뭉클해났다.“네, 시간 나는 대로 자주 찾아뵐게요.”“그럼 이만 가볼게.”“조심히 가세요, 사모님.”서연정이 떠난 후, 고은서를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곽승재를 무시한 채 저택 안으로 돌아가려고 했다.“고은서.”그러나 곽승재가 갑자기 그녀를 불러세웠다.“무슨 일이야?”고은서는 눈살을 찌푸리고 물었다.곽승재는 그녀의 태도에 멈칫하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예원 별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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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0화

고준석은 마음 아파하며 말했다.“그렇게 힘들게 하지 않아도 돼. 몸도 제대로 회복되지 않았는데 푹 쉬어야지.”“괜찮아요. 안 힘들어요.”고은서는 계속 작업을 하면서 답했다.“은서야, 방금전에 승재가 왔다 갔는데 궁금한 거 없어?”고은서는 아무런 흥취도 없어 보였다.“저한테 알려주시려고 오셨잖아요.”고준석은 고개를 저으며 오늘 곽승재랑 나눈 얘기에 관해 말했다.그는 오늘 MQ 세금 문제를 확실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알려주기 위해 찾아왔다고 한다. 전에 성씨 집안 도움으로 체결한 계약서에 MQ 명예가 훼손되는 일이 발생할 시 상대방에게 위약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엄격한 규정이 쓰여져 있었다고 한다.고준석의 말을 듣자마자 고은서는 문뜩 전에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곽승재의 도움으로 많은 내용을 고치곤 했었는데 엄격한 규정들이 여전히 꽤 많이 존재했다.고은서는 전에 이번 일로 곽승재를 의심하기도 했었는데 지금 보니 그가 한 일은 아닌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직접 찾아와서 주의를 줄 필요는 없었다.“전화하면 되는 일을 가지고 왜 직접 찾아왔대요?”고은서가 물었다.“그러게. 전화하면 되는 일로 왜 직접 찾아왔을까?”고준석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할아버지, 하실 말씀이 뭐예요? 저 곽승재랑 이미 이혼한 사이에요. 설마 다시 재혼시키려는 건 아니죠?”고은서는 이내 고준석의 말에 담긴 뜻을 깨달았다.“그리고 왜 곽승재를 보고도 화내지 않으세요? 그렇게 잘 대해줄 필요 없잖아요.”고준석은 어이없다는 듯 허허 웃으면서 답했다.“이혼했을 뿐이지 영원히 안 보고 지낼 원수 사이가 된 것도 아니잖아. 그날 네가 테라스에서 떨어질 때 승재도 같이 뛰어내렸어. 발목을 다쳤음에도 불구하고 널 안고 의사부터 불렀다니까.”고은서는 순간 의아해했다.‘전에 어디 다치기라도 한 것처럼 비틀거리며 다가온 게 날 따라 뛰어내려서였구나.’“은서야, 승재가 전에 상처를 입히고 널 속상하게 만든 거 할아버지도 잘 알고 있어. 그래서 너희 두 사람을 재결합시킬 생각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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