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서는 곽승재가 지난번에 한 말을 떠올렸다.“유성준은 해외에서도 꽤 잘 나갔어. 그런데 왜 갑자기 MQ에서 머물기를 선택했을 것 같아?”고은서는 당시 곽승재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하지만 지금 유성준의 따뜻한 눈빛을 보니 그녀는 그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에이, 외할아버지가 오빠 초대했잖아요. 그래서 정길이 할아버지 체면을 봐서 고씨 가문을 돕기로 하신 거죠?”고은서가 일부러 가볍게 말했다.유성준의 눈빛은 여전히 부드러웠다.“그건 많은 이유 중 하나일 뿐이야. 은서야, 처음 할아버지 따라 해성에서 너를 봤을 때 특별한 사람이라고 느꼈어.”유성준이 고은서를 지긋이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몇 년 동안 연락은 하지 않았지만 할아버지를 통해 네 소식도 많이 들었어. 네가 좋아하는 사람과 결혼했다는 사실을 알고 무척 부러웠어.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내 감정을 마음 깊이 묻어두는 것뿐이었어. 지난번 너랑 할아버지가 해찬시에 왔을 때 널 다시 봤는데 널 향한 내 감정은 약해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깊어졌더라고. 그래서 네 할아버지가 해성에 와달라고 했을 때 흔쾌히 응한 거야.”“...”“네 곁에 더 가까이 있으면서 네 걱정을 덜어줄 수 있다면 그걸로도 족하다고 생각했어. 나는 자신에게 1년이라는 시간을 주기로 했어. 1년이 지나고 나면 너를 잊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고 했어. 하지만 오늘 네가 이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도저히 참을 수가 없더라고. 오래전부터 너한테 이 말 해주고 싶었어. 은서야, 좋아해.”미리 마음의 준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고은서는 유성준의 고백을 듣고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고은서는 유성준이 자신을 이렇게 오랫동안 몰래 좋아하고 있었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갑자기 이런 말을 해서 당황스러울 수도 있고 내가 너무 급한 걸지도 몰라. 하지만 예전에는 기회가 없었고 이제는 희망이 생겼으니 너에게 내 감정을 바로 전하고 싶었어.”고은서가 얼른 답하려 했다.“오빠, 미안하지만...”“은서야, 바로 거절하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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