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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어게인, 비긴: Chapter 431 - Chapter 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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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1화

고준석의 말을 들은 고국성 부부가 다시 한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할아버지, 아저씨, 아주머니 갑자기 처리해야 할 일이 생겨서 먼저 실례하겠습니다.”유성준은 이 자리에 끼는 게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하여 일어나 작별 인사를 건넸다.떠나기 전 그는 고은서를 향해 안심시키는 미소를 지으며 곧 연락하겠다는 제스처를 취했다.고은서도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아버지! 어떻게 은서와 승재의 이혼을 허락하실 수 있으세요!”유준성이 자리를 뜨자 고국성이 화가 나 외쳤다.“회사 사정이 어떤지 모르시는 것도 아니잖아요. 안 그래도 노리는 사람들이 많은데 곽씨 일가라는 보호막마저 사라지면 앞으로 저희는 어떻게 버팁니까!”“맞아요. 아버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곽씨 일가와 이어지고 싶어 하시는지 아시잖아요. 기회조차 없는 사람들도 많은데 이렇게 좋은 손녀사위를 놓치시다니요!”단은숙도 화가 나 외쳤다.“외삼촌, 외숙모. 할아버지를 탓하지 마세요.”고은서가 참다못해 일어나 입을 열었다.“이혼은 제가 원해서 하는 거예요. 이미 말씀드렸잖아요. 결혼은 제 개인적인 문제이지 고씨 일가의 사업 수단이 아니에요!”“이런 철없는 것 같으니라고!”화가 난 고국성이 고은서를 가리키며 말했다.“너무 오냐오냐하면서 자랐어! 지난번에 이혼 얘기는 꺼내지도 말라고 경고했었지! 이제는 네 할아버지까지 설득해서 이혼을 지지하게 만들어? 곽승재 어디가 부족해! 너 나중에 곽승재처럼 조건 좋은 남자를 어디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왜 꼭 결혼해야 하죠? 제 스스로 살길을 찾아서 혼자 살면 안 되나요?”“너...!”“국성아, 그만 해라.”고준석이 엄숙하게 나섰다.“결혼 문제는 은서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다. 이미 이혼까지 한 마당에 더 이상 비난하지 말거라. 앞으로 승재에게 찾아가 사업 도와달라고도 하지 마.”고국성의 화는 가라앉지 않았지만 아버지인 고준석이 입을 열었으니 마지못해 참았다.“은서야, 이혼하면서 위자료는 얼마나 받았니?”단은숙이 이혼 얘기를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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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2화

“터무니없는 소리!”고준석이 단은숙을 불러 세웠다.“이미 이혼한 상대에게 돈을 요구하다니!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이 일은 여기서 끝이야. 앞으로 그 누구도 곽씨 일가를 이용하려 들지 말거라!”고준석이 단호하게 명령을 내렸다.“만약 앞으로 너희 부부가 멋대로 행동하거나 이혼 문제로 은서를 비난하면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비록 나이가 들어 일선에서 물러났다지만 고준석의 위엄과 기세는 여전했다.MQ의 최대 주주가 여전히 고준석인 만큼 고국성 부부도 더 이상 어떻게 할 수 없었다.하지만 그들의 마음속엔 억울함과 분노가 가득했다.그들은 고씨 가문을 나서면서도 여전히 화가 가득했다.“은혜 시켜서 승재한테 접근해 보는 게 어떨까요?”단은숙이 제안했다.고국성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그게 될까?”“왜 안 돼요?”단은숙이 아무렇지 않게 답했다.“은혜가 은서보다 어리고 생긴 것도 뒤처지지 않잖아요. 은서가 승재랑 결혼할 수 있었으면 은혜도 안 될 이유가 없죠.”“안 돼! 안 돼!”고국성은 아직 이성의 끈이 남아있었다.“고씨 가문에서 은서가 이혼해서 나왔는데 또 은혜를 들여보내자고?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얼마나 가볍게 보겠어! 우리가 돈을 받고 딸을 판다고 할 거야!”“딸을 판다뇨? 당신 정말 곽승재처럼 좋은 사위를 잃고 싶어서 그래요?”단은숙이 말을 이었다.“비록 재혼이라도 해도 곽승재는 여전히 인기 많은 남편감이에요. 남에게 빼앗길 바에는 우리 딸이랑 이어주는 게 좋지 않겠어요? 은혜가 정말 곽씨 일가에 들어가면 저희도 더 이상 아버님 눈치 볼 필요가 없잖아요. 다른 사람들은 질투하겠지만 우리 생활이 나아질 건 불 보듯 뻔한 일이잖아요.”단은숙은 말하면 할수록 자신이 생각한 방법이 좋다고 느꼈다.“그렇게 하기로 해요! 은혜한테는 제가 말할게요.”...저녁, 고은서는 고은혜의 연락을 받았다.“곽승재랑 이혼했어?”고은헤가 큰 소리로 물었다.‘미리 이혼 소식을 알려서 알고 있었을 텐데 왜 듣는 사람마다 이렇게 큰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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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3화

고은혜가 답했다.“성아연이 나를 보더니 당황하더라고. 이내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으로 돌아오긴 했어. 엄마가 서재에 들여다 놓으랬다고 하니 나도 더 이상 따져 묻진 않았어.”고은서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성아연이 이제 자유롭게 네 집을 드나들어?”“응. 나는 거리를 두려고 하지만 엄마 마음에 쏙 들게 행동한 모양이야. 엄마가 나보다 걔한테 더 잘해주는 것 같아.”고은혜의 말을 들은 고은서는 저도 모르게 MQ가 누군가에 의해 세무 문제로 신고 된 일을 떠올렸다.‘성아연이랑 관련이 있는 걸까? 정말 성아연이 한 짓이라면 백유미의 지시를 받은 거겠지. 백유미가 독하긴 하네. 시시때때로 고씨 가문을 무너뜨리려고 시도하네.’“고마워. 유용한 소식이었어. 또 무슨 일이 생기면 연락해.”고은혜와 통화를 마친 고은서가 잠시 생각하다 원지훈에게 전화를 걸어 내일 오후 만나자고 했다.평소와 달리 기분이 좋지 않았던 원지훈은 고은서와 말할 때도 평소의 젠틀함을 유지하지 못했다. 고은서는 전화기 너머로 원지훈이 부하 직원을 다그치는 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민시후에게 듣기로는 원지훈이 담당한 스마트폰 프로젝트가 실패 직전이라 현재 멘붕상태라고 했다. 지금이야말로 원지훈을 이용하기 좋은 기회였다.“지훈 씨, 바쁘면 내가 직접 회사에 갈게.”고은서가 차분히 말했다.원지훈이 그녀의 말에 응했다.통화를 마친 그녀의 입가에는 조소가 떠올랐다.‘백유미, 너도 이제 사냥개에게 물려봐야지.’...곽승재는 접대를 마치고 예원 별장으로 돌아왔다.별장에는 도우미도 있었고 운전기사도 있었고 그의 부상을 걱정해 할머니가 남겨둔 의사도 있었지만 곽승재는 여전히 집이 텅 빈 듯한 느낌을 받았다.이혼하던 날 밤, 그는 술집에서 나와 일에 몰두하기로 결심했다.‘어차피 이 결혼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어.’곽승재는 되돌리려고도 했지만 고은서가 극단적인 방법을 고수하니 그도 자존심을 구기고 억지로 매달릴 생각이 없었다.곽승재도 자존심이 있었다.지난 며칠 동안 곽승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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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4화

이미숙이 곽승재를 보고 서둘러 말했다.“죄송해요. 정리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네요. 도련님, 지금 쉬실 건가요? 내일 계속 정리할게요.”“정리할 필요 없어요.”곽승재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그냥 두세요.”이미숙은 의아했지만 그의 말에 따랐다.“네. 도련님.”말을 마친 이미숙이 들고 있던 옷 몇 벌을 다시 옷장에 넣으려다가 실수로 종이봉투를 떨어뜨렸다. 안에는 보라색 상자가 살짝 드러났다.“이게 뭐예요?”곽승재가 상자를 보며 물었다.이미숙이 급히 주워 들며 답했다.“사모님께서 두세 달 전에 사신 거예요. 얼마나 소중히 여기셨는지 저한테도 건드리지 말라고 당부하시더라고요. 정리하시면서 왜 안 챙기셨는지 모르겠네요. 도련님께서 잊으신 건 아닌지 여쭤보시는 게 어떠세요?”곽승재는 아무런 말도 없이 손을 내밀어 봉투를 건네받아 상자를 꺼내 열었다.상자 안에는 다이아몬드 커프스 한 쌍이 담겨 있었다.고급스러우면서도 과하지 않은 스타일로 곽승재가 평소 선호하는 디자인이었다.“사모님께서 도련님을 위해 준비한 선물인가 보네요.”뭔가 생각난 이미숙이 말을 이었다.“사모님께서 당시 매일 선물 고르러 다니셨어요. 손수 아로마 캔들도 만드셨어요. 특별한 날이라고 하시면서 도련님께 서프라이즈를 해드린다고...”“아주머니, 먼저 나가주세요.”곽승재가 그녀의 말을 끊었다.“네. 도련님.”이미숙이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곽승재는 커프스를 들고 상자 바닥에 끼워져 있는 작은 카드 한 장을 발견했다.[승재 오빠, 벌써 만난 지 5주년이에요! 축하해요! 마치 어제 처음 만난 것 같은데 시간이 정말 빠르네요. 앞으로도 백 년, 천 년 함께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사랑해요. 오빠를 사랑하는 은서가.]짧은 몇 마디였지만 곽승재의 마음이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그는 저도 모르게 고은서가 이 카드를 쓸 때의 모습을 상상했다.‘아마 달콤한 미소를 띠고 있었겠지. 내가 네 선물을 저버린 거네...’사실 그날 고은서는 아침 일찍 그에게 문자를 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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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5화

평소와 달리 진지한 유성준의 표정을 바라본 고은서도 이내 진지한 태도로 유성준을 마주했다.“MQ를 제보한 의심 가는 사람이 있는 거예요?”고은서가 추측했다.“할아버지한테 말씀드리기 힘들어서 저랑 먼저 의논하시려는 거죠?”유성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무력한 미소를 지었다.그는 이내 이번 사건에 대해 고은서에게 설명을 시작했다.“제보 자료는 내부에서 나온 거야. 누군가가 일부러 중요한 데이터만 조작했어. 대단한 수법은 아니지만 타격이 커. MQ의 평판을 떨어뜨리려는 목적이 너무 분명해.”유성준이 말을 이었다.“관련 자료를 검토해 봤는데 고위층만 접근할 수 있는 자료야. 그래서 간단히 추려봤는데 아저씨랑 아주머니 쪽에서 문제가 생긴 것 같아.”그 말을 들은 고은서가 크게 놀랐다.“오빠, 정말 대단하네요. 그럼 외삼촌이랑 외숙모에게 확인해 보셨어요?”유성준이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안 그래도 오늘 저녁에 얘기를 꺼내려고 했는데...”그녀의 이혼 소식으로 계획이 틀어진 것이었다.고은서가 미안하다고 말하려 했지만 유성준이 그녀의 생각을 눈치채고 따스하게 웃으며 말했다.“자책할 필요 없어. 현재 아저씨랑 아주머니가 흥분한 상태라서 갑자기 얘기를 꺼내면 받아들이지 못할 수도 있어. 며칠 후에 더 많은 증거를 찾고 나서 물어도 늦지 않아.”언제나 온화하고 배려심이 깊은 유성준은 사람을 편하게 만들었다.고은서는 부담감이 사라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성준 오빠, 이번 일에 저도 의심 가는 사람이 있어요.”고은서는 성아연이 고국성의 서재에 들어갔던 일을 유성준에게 말했다.“향료 주문 건은 성아연 아버지가 중재한 거예요. 계약 당시 문제를 일으키지 못하자 MQ가 계약을 위반하게 만들어 거액의 배상금을 요구하려는 것 같아요.”유성준이 깜짝 놀라며 키 포인트를 잡아냈다.“네 말은 처음부터 그 주문 건에 문제가 있을 거라는 걸 알았던 거야?”백유미와 연관되어 있어 간단히 설명할 수 없었던 고은서가 답했다.“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라고 하잖아요.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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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6화

고은서는 곽승재가 지난번에 한 말을 떠올렸다.“유성준은 해외에서도 꽤 잘 나갔어. 그런데 왜 갑자기 MQ에서 머물기를 선택했을 것 같아?”고은서는 당시 곽승재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하지만 지금 유성준의 따뜻한 눈빛을 보니 그녀는 그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에이, 외할아버지가 오빠 초대했잖아요. 그래서 정길이 할아버지 체면을 봐서 고씨 가문을 돕기로 하신 거죠?”고은서가 일부러 가볍게 말했다.유성준의 눈빛은 여전히 부드러웠다.“그건 많은 이유 중 하나일 뿐이야. 은서야, 처음 할아버지 따라 해성에서 너를 봤을 때 특별한 사람이라고 느꼈어.”유성준이 고은서를 지긋이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몇 년 동안 연락은 하지 않았지만 할아버지를 통해 네 소식도 많이 들었어. 네가 좋아하는 사람과 결혼했다는 사실을 알고 무척 부러웠어.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내 감정을 마음 깊이 묻어두는 것뿐이었어. 지난번 너랑 할아버지가 해찬시에 왔을 때 널 다시 봤는데 널 향한 내 감정은 약해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깊어졌더라고. 그래서 네 할아버지가 해성에 와달라고 했을 때 흔쾌히 응한 거야.”“...”“네 곁에 더 가까이 있으면서 네 걱정을 덜어줄 수 있다면 그걸로도 족하다고 생각했어. 나는 자신에게 1년이라는 시간을 주기로 했어. 1년이 지나고 나면 너를 잊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고 했어. 하지만 오늘 네가 이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도저히 참을 수가 없더라고. 오래전부터 너한테 이 말 해주고 싶었어. 은서야, 좋아해.”미리 마음의 준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고은서는 유성준의 고백을 듣고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고은서는 유성준이 자신을 이렇게 오랫동안 몰래 좋아하고 있었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갑자기 이런 말을 해서 당황스러울 수도 있고 내가 너무 급한 걸지도 몰라. 하지만 예전에는 기회가 없었고 이제는 희망이 생겼으니 너에게 내 감정을 바로 전하고 싶었어.”고은서가 얼른 답하려 했다.“오빠, 미안하지만...”“은서야, 바로 거절하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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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7화

“유성준 씨, 할 말 있으면 내일 다시 하시죠. 저랑 은서는 개인적으로 할 얘기가 있어서요. 자리를 비켜주셨으면 합니다.”곽승재가 다시 한번 유성준에게 축객령을 내렸다.“우리 사이에 무슨 할 얘기가 더 남았어?”고은서가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고은서의 차가운 표정을 보며 곽승재는 마음속에서 솟구치는 화를 누르고 손에 든 커프스와 파란 카드를 흔들었다.“날 위해 준비한 거지? 날 사랑한다고 한 것도 너잖아.”곽승재가 손에 든 물건은 고은서에게 낯설지 않았다.그것은 그녀가 곽승재와의 5주년을 기념해 준비한 선물이었다.그녀는 오랫동안 고민하고 몇 번이나 백화점을 다녀오며 곽승재를 위해 이 다이아몬드 커프스를 맞춤 제작했다.그녀는 기쁜 마음으로 카드를 썼고 마지막에는 떨리는 마음으로 사랑하는 은서라고 적었다.그뿐만 아니라 그녀는 아침 일찍 일어나 로맨틱한 저녁 식사를 정성껏 준비했다.그저 곽승재와 완벽한 기념일을 보내고 싶었고 곽승재가 기뻐하며 자신을 조금 더 좋아해 주기를 바랐다.하지만 안타깝게도 곽승재는 그녀의 그런 마음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그는 그날이 무슨 날인 줄 알면서도 백유미의 생일 파티에 참석했다.“곽승재, 네가 이걸 어디서 찾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이제 쓰레기와 다를 바 없어. 지금 이걸 꺼내서 나한테 묻고 있는 게 우습지 않아?”고은서에게는 이미 전생의 일이었다.그날 그녀는 환생했다.곽승재가 지금 이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면 그녀는 아마 평생 잊고 있었을 것이다.비꼬는 고은서의 말에 곽승재의 안색이 변했다.간절했던 그의 마음은 찬물을 끼얹은 듯 식어버렸다.곽승재가 고은서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잠옷을 입고 슬리퍼만 신고 있었다.유난히 작고 여려 보이는 그녀는 낮과 마찬가지로 차가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검은 눈에는 냉기가 가득했다.분명 그가 오기 전까지 그녀는 유성준에게 달콤한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었다.유성준의 말을 들을 때도 인내심 넘치고 고개를 기울이며 듣는 게 온순하고 귀여운 모습이었다.‘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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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8화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마친 곽승재가 고은서를 안은 채 자신의 차로 향해 걸어갔다.유성준이 막으려고 했지만 그때 곽승재의 기사 이준이 앞을 막아섰다.“성준 오빠, 먼저 돌아가세요.”고은서가 말했다.약간의 술기운이 있는 곽승재는 매우 언짢아 보였다.곽승재가 이준에게 명령하여 나서라고 한다면 유성준이 밀릴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고은서가 다시 말했다.“저는 괜찮아요. 다음에 다시 연락해요.”그 말을 들은 유성준도 더 이상 고집부리지 않았다.계속 실랑이를 벌이면 고은서만 난처해질 뿐이었다.“은서야,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해.”유성준은 곽승재의 싸늘한 시선을 무시했다.“내가 한 말 너무 부담 갖지 마. 원래대로 지내면 돼.”고개를 끄덕인 고은서가 뭐라 답하려던 찰나 곽승재가 차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나 차 문을 열고 그녀를 뒷좌석으로 밀어 넣었다.고은서가 화가 나 외쳤다.“곽승재! 이게 무슨 짓이야!”곽승재가 유성준의 일로 추궁할 거라 예상했던 고은서는 이미 어떻게 대꾸할지 준비까지 마친 상태였다.하지만 곽승재는 차 문을 닫자마자 그녀의 얼굴을 감싸안았다.“너...”“은서야, 미안해.”곽승재가 그녀의 말을 가로채며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네가 그날을 그렇게 소중하게 생각할 줄 몰랐어. 앞으로 그 어떤 기념일이든, 그 어떤 명절이든 절대 널 혼자 두지 않을게. 그러니까 더 이상 나를 원망하지 않으면 안 될까?”고은서가 한숨을 쉬며 답했다.“곽승재. 이미 다 끝났어.”그녀가 곽승재의 손을 밀쳐내며 말을 이었다.“이미 지나간 일이야. 이제 이혼도 했으니 더 이상 기념할 만한 날도 없어. 이제 함께할 명절도 더는 없어.”“아직 끝나지 않았어.”곽승재가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고집스럽게 말했다.“은서야, 아직 나 사랑하잖아. 약속할게. 앞으로 더 많은 5년을 함께 보내자.”‘약속 같은 소리 하고 있네.’고은서는 짜증이 치밀었다.“널 사랑했던 적 있어. 하지만 이제는 아니야.”그녀는 곽승재의 손아귀를 벗어나려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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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9화

고은서를 향한 곽승재의 마음에 조금의 변화가 생기기는 했지만 그는 여전히 고은서와 이혼한 사실이 달갑지 않았다.하지만 곽승재도 자존심이 있다 보니 더 이상 굽히고 싶지 않았다.‘내가 이렇게까지 했는데 일말의 동요도 없네...’곽승재는 매번 자신을 낮춰가며 고은서의 경멸 어린 시선과 싫증을 받고 싶지는 않았다.‘고은서가 정말로 내게 감정이 남지 않았든, 나를 일부러 자극하려는 것이든 이제 정말 더 이상 얽히고 싶지 않네.’“네가 나에게 아무 감정도 없다면 이 선물도 받을 필요는 없겠지.”곽승재가 커프스와 카드를 그녀에게 건네며 냉담하게 말했다.“고은서, 앞으로 모르는 사람처럼 지내자. 더 이상 네 앞에 나타나지 않을게.”“그래. 꼭 말한 대로 해주길 바라.”고은서는 곽승재의 표정도 신경 쓰지 않고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답하고 커프스와 카드를 받아 들고 차에서 내렸다.밖은 차 안보다 훨씬 추웠다.고은서는 외투를 여미고 카드는 쓰레기통에 버렸다.그에 비해 커프스는 주머니에 넣었다.다이아몬드 커프스는 그녀가 꽤 많은 돈을 들여 산 것이었다.‘곽승재 좋은 일 안 해서 다행이네.’...다음 날, 고은서는 원지훈의 회사에 도착했다.회사 규모나 내부 설비들로 보아하건대 백유미가 상당한 자금을 투자했음을 쉽게 알 수 있었다.원지훈의 사무실은 화려하고 고급스러웠다. 재물운을 불러들인다는 장식들이 곳곳에 놓여 있었다.그의 부하 몇 명이 보고하고 있었는데 꽤 골치 아픈 일인 듯 원지훈의 얼굴은 매우 불쾌해 보였다.똑똑!고은서가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지훈 씨, 들어가도 괜찮을까?”원지훈은 그녀를 보자마자 좋은 핑계라도 찾은 듯 사무실 안에 있던 사람들을 모두 내보냈다.고은서가 사무실로 들어서자 원지훈은 그녀를 소파에 앉히고 차를 내오도록 지시했다.“누나, 정말 귀한 손님이시네요. 이전에 몇 번 초대할 땐 바쁘시다더니 오늘은 어쩐 일로 직접 여기까지 오셨어요?”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자부심 때문인지 원지훈의 말투는 이전보다 당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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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0화

“무슨 이유 때문인지 은혜 씨가 제 연락처를 차단했더라고요. 계속 피하기만 해서 말 붙일 기회도 없어요.”고은서가 웃으며 무심하게 말했다.“아마 은혜도 지훈 씨 밑바닥을 알고 있어서 그럴걸?”“은혜 씨도 제가 회사를 경영...”말을 마치기도 전에 원지훈은 고은서의 말이 이상함을 눈치챘다.“누나, 무슨 뜻이에요?”“말 그대로지.”고은서는 여전히 웃으며 말을 이었다.“지훈 씨, 은혜를 꼬시려는 이유가 백유미 지시 때문이지?”쾅 하는 소리와 함께 원지훈이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며 찻잔이 바닥에 떨어졌다.자신의 반응이 과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원지훈이 다시 자리에 앉았지만 그의 얼굴은 무겁게 가라앉았다.“백유미? 그게 누구예요? 제가 은혜 씨를 원하는 건 단지 좋아한다는 이유 때문이에요.”고은서는 그의 말에 반박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백유미가 지훈 씨한테 고은혜에게 접근해서 고씨 가문의 사위가 돼서 고씨 가문 사업을 손에 넣으라고 했겠지. 하지만 안타깝게도 은혜는 이미 네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버렸어. 이제 더 이상 은혜를 속일 수 없으니 포기하는 게 좋을 거야.”그 말을 듣자 원지훈의 얼굴이 어두워졌다.“누나, 병원에 입원하면서 머리도 다치신 거예요? 아무나 보면 백유미와 한패라고 의심하는 것 같네요. 아니면, 절 떠보려는 거예요?”‘병원에 입원한 것과 그곳에서 있었던 일들을 이미 다 알고 있나 보네.’그다지 놀랍진 않았다.백유미가 말하지 않았더라고 인터넷에서 조금씩 떠돌고 있으니 말이다.“지훈 씨 어머니 범가온 여사님이랑 백씨 일가는 같은 마을 출신이었지. 아주 먼 친척이라고 하지만 지훈 씨 어머니는 백씨 가문이 해성에서 잘 나가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지훈 씨와 함께 의지할 길을 찾으러 온 거지.”고은서는 가방에서 파일을 꺼내 살짝 흔들었다.“구체적인 상황을 계속 얘기해야겠어?”원지훈은 고은서가 오늘 만반의 준비를 하고 왔다는 사실을 깨닫고 싸늘한 시선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몰래 뒷조사하셨네요? 그렇다면 굳이 속일 필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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