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연의 걱정은 괜히 생긴 것이 아니었다.곽승재가 고은서의 뜻대로 하게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한 이후로부터 그는 이혼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었다.고은서가 민시후의 아이를 가졌다고 자극해도, 여러 번 모진 말을 해도 곽승재는 일말의 흔들림도 보이지 않고 아이를 지우고 예원 별장으로 돌아가라고 할 뿐이었다.이제 아이마저 없어진 상황에서 고가승재는 더더욱 이혼을 승낙하지 않을 게 뻔했다.“은서야, 이혼하지 않고 그냥 사는 건 어때?”박지연이 고은서에게 물었다.“백유미는 너희 사이를 갈라놓고 본처 자리를 꿰차려고 하는 거잖아? 그 여자 뜻대로 되지 않게 버텨봐. 백유미는 속이 뒤집어질 거야.”고은서도 그 방법이 백유미의 화를 돋울 방법이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오히려 자신이 더 불편해질 것 같았다.“조언 고마워. 하지만 상대방에서 엿 먹이려고 나도 같이 고생하고 있을 수는 없잖아?”고은서의 표현에 박지연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 겨우 입을 열었다.“은서야, 전에는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했는지 기억해?”고은서가 답했다.“그래서 더 빨리 벗어나서 진짜 행복을 찾고 싶어.”박지연은 말문이 막혔다.잠시 후 박지연은 링거를 챙기러 밖으로 향했다.고은서가 핸드폰을 꺼내 박지연의 어머니에게 귀국 여부를 물으려 했지만 핸드폰에 주인혁의 이체 기록이 떠 있었다.[누나, 저 드디어 매니지먼트랑 계약했어요. 광고 촬영도 해서 회사에서 상여금 받아서 조금 더 갚아요. 나머지는 천천히 갚을게요.]주인혁이 말하지 않았다면 고은서는 주인혁이 돈을 갚아야 한다는 사실조차 잊고 있었을 터였다.[급할 거 없어요. 나중에 갚아도 돼요. 대회 준비하며 돈 쓸 곳이 많을 텐데 그것부터 신경 쓰세요.]고은서가 답장을 보내자마자 주인혁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누나, 요즘 잘 지내셨어요? 저는 매일 훈련하고 대회 준비하느라 정신없어서 연락 못 드렸어요. 늦게 연락하면 방해될까 봐 조심스러웠어요.”고은서가 웃으며 답했다.“그냥 그렇죠 뭐. 나쁘지도 좋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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