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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게인, 비긴의 모든 챕터: 챕터 401 - 챕터 410

449 챕터

제401화

백승엽은 억울한 듯 말을 이었다.“자식이 다치는 걸 보고도 가만히 있을 부모는 없어. 내가 선택한 방식이 잘못된 것뿐이지.”곽승재는 백승엽의 말을 무시하고 병상에 누워 있는 백유미에게 직접 물었다.“어제 어떻게 그렇게 우연히 고은서가 사고 난 근처에 있었던 거야?”백유미의 어깨가 살짝 떨렸다.잠시 후 고개를 돌린 백유미의 안색은 창백했고 눈은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그녀는 곽승재가 자신에게 그런 질문을 한 것이 믿기지 않는 듯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승재야, 무슨 뜻이야?”“그래. 승재야. 무슨 뜻으로 유미한테 그런 질문을 하는 거야?”백승엽도 물었다.“내가 말했잖아. 유미는 산책하다가 우연히 고은서를 만난 거라고!”곽승재는 그들의 말을 무시하고 차가운 시선으로 백유미를 바라보았다.“고은서한테 네가 아이를 해쳤다고 했어?”백유미의 마음은 세차게 요동쳤지만 표정에서는 드러나지 않았다.그녀는 백승엽에게서 곽승재가 고은서의 병실에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곽승재가 와서 따질 것이라 예상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러나 백유미는 고은서가 어제 자신이 했던 협박을 곽승재에게 전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고은서의 기분대로라면 승재를 원망하며 한마디도 하지 않아야 하지 않나? 왜 곽승재에게 이 사실을 얘기한 거지?’“그래서 정말 네가 한 거야?”백유미가 한동안 대답하지 않자 곽승재의 목소리는 더욱 차가워졌다.“아니야! 정말 아니야!”백승엽이 급히 답했다.“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승재야, 너 뭐 잘못 알고 있는 거 아니야? 고은서의 아이를 유미가 없앴다니. 고은서가 하는 헛소리 다 믿지 마! 고은서는 우리 유미를 원망해서 죄를 뒤집어씌우는 거야. 승재야, 절대 믿으면 안 돼.”“아버지, 나가 계세요.”백유미는 무기력하게 백승엽의 해명을 막아섰다.백승엽은 곽승재의 날카로운 표정을 보며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지만 지금 상황에서 자신이 남아 있는 건 오히려 방해될 것 같아 그는 어쩔 수 없이 병실을 나섰다.“승재야. 유미도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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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2화

곽승재의 목소리에는 한 치의 동요도 없이 극도로 차가웠다. 듣기만 해도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이었다.백유미는 등줄기로 느껴지는 싸늘함을 참아내며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승재야, 네가 믿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널 위해서 그렇게 얘기한 거야.”백유미는 싸늘한 곽승재의 시선을 마주하며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그때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어. 만약 은서 씨를 제때 구했다면 아이도 무사했겠지. 네가 내게 말한 적은 없지만 은서 씨 아이를 마음에 걸려 한다는 건 느낄 수 있었어. 나는 네가 그 어떤 불행도 겪지 않길 바랐기에 그 순간 그런 결정을 내린 거야.”곽승재는 백유미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창백한 얼굴로 아픔을 참으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그 표정에는 단호한 결심과 씁쓸함이 배어 있었다.마치 그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하여 고통스러웠지만 후회는 없는 듯한 느낌이었다.“네 스스로도 억지스러운 이유라고 생각하지 않아?”곽승재가 무표정하게 물었다.“네가 듣기에는 황당할 거야. 하지만 한 순간의 결정에 대해 매번 설명하기는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해.”백유미의 눈가에 씁쓸함이 짙어졌다.“위대한 사람인 척 포장하려는 게 아니야. 나도 내 욕심이 있었어. 내가 병원에 입원하는 동안 너는 단 한 번도 병문안 오지 않았어. 네가 은서 씨 일로 괴로워한다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었어. 그래서 내가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해 주면 네 고민이 적어지고 여유가 생겨서 날 보러 와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백유미의 대답에 곽승재는 믿는다는 말도 믿지 않는다는 말도 하지 않는 대신 물었다.“간호사한테 약을 타라고 한 일도 네가 송민아한테 뒤집어씌운 거야?”“아니야!”백유미는 단호하게 부정했다.“누군가가 은서 씨한테 약을 탔다는 사실은 정말 몰랐어. 그런데 어떻게 송민아에게 뒤집어씌워? 최근 병원에만 있었어. 그런 내가 송민아를 알 리도 없잖아.”곽승재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승재야, 만약 내가 말한 이유가 아니라면 내가 왜 굳이 은서 씨를 자극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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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3화

“몸 상태도 좋지 않은데 아저씨한테 잘 돌봐달라고 해. 아저씨와 GS 그룹 자회사와의 몇몇 협력은 잠시 중단할 생각이야.”곽승재가 말했다.백유미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다.“승재야, 지금 아버지 회사와의 프로젝트를 중단하겠다는 거야? 아버지가 은서 씨를 찾아간 것 때문에?”곽승재는 미동도 없는 표정으로 답했다.“고은서는 내 아내야. 아무나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아저씨도 연세가 있으시니 너무 과로하지 마시고 조금 쉬시라고 해.”말을 마친 곽승재가 그대로 병실을 나섰다.곽승재가 멀어지는 것을 확인한 백유미가 침대 옆 물건들을 쓸어버리며 분노를 표출했다.그녀의 표정은 한층 더 어둡고 서늘해졌다.때마침 병실로 돌아온 백승엽이 그 광경을 보고 놀라며 물었다.“유미야,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왜 이렇게 화를 내고 그래? 승재가 돌아와서 보면 어쩌려고 그래.”백유미가 냉랭한 목소리로 답했다.“날 돌아보기나 하겠어요? 지금 승재 마음은 온통 고은서한테 가 있단 말이에요! 고은서의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을 기세예요!”“그래도 네가 이렇게 흔들리면 안 되지. 승재 마음을 다시 돌려놓을 방법을 생각해야지. 함께 자란 시간도 있고 승재를 구해준 적도 있잖아. 승재는 은혜를 모르는 사람이 아니니 그런 것들을 잘 이용해 봐.”백승엽이 급박하게 말했다.백유미는 차가운 표정으로 답했다.“그걸 이용하지 않았으면 여기 앉아서 아버지랑 이런 얘기를 할 수 있었을 것 같으세요?”“그런데 왜 이렇게 화를 내는 거야?”백승엽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승재가 우리 회사와의 거래를 끊겠다고 하잖아요! 앞으로 뒷배가 없으면 회사는 어떻게 유지해요!”백유미가 이를 악물며 답했다.이 소식이 퍼지면 백씨 가문을 배신할 준비가 된 사람들은 기회를 노리고 뒤통수를 쳐 백씨 가문 회사는 큰 위기를 맞을 것이 분명했다.백승엽도 놀라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어떡하면 좋지? 이럴 줄 알았으면 고은서 찾으러 가지 않았을 텐데... 별다른 소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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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4화

고은서가 곽승재가 조사해 낸 서류를 송민준에게 내밀며 말했다.“한번 보시죠.”송민준이 파일을 열어보자 송민아도 고개를 내밀어 들여다보았다.사진 속에는 송민아가 낯선 여인과 함께 있는 장면이 찍혀있었다. 그리고 송민아를 보살피는 가정부가 낯선 여인에게 송금한 기록도 담겨 있었다. 송민아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이 사진은 뭐예요? 왜 아주머니의 송금 기록도 같이 있는 거죠?”고은서가 냉소적으로 웃으며 말했다.“민아 씨가 사진 속 간호사를 매수해 저에게 유산하는 약을 전달하게 해서 유산하게 된 거예요. 이건 민아 씨 가정부가 간호사에게 송금한 기록이고요.”그 말을 들은 송민아는 충격에 휩싸여 넋을 잃었다.“저는 간호사가 누군지도 몰라요! 그런데 어떻게 간호사를 매수해서 은서 씨한테 약을 써요? 이 자료 가짜 아니에요?”고은서는 송민아의 반응을 예상이라도 한 듯 눈길을 송민준에게 돌렸다.“송민준 씨는 어떻게 생각하세요?”송민준이 서류를 덮으며 답했다.“이건 제가 더 자세히 조사해 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민아가 이런 일을 할 리 없다고 믿습니다.”“왜요?”고은서가 의미심장하게 물었다.“송민아 씨는 이미 몇 번이나 제 아이를 없애겠다고 협박했어요. 또한 가만두지 않겠다고도 했고요. 명백한 증거도 있고 누가 봐도 송민아 씨가 범인이잖아요.”“아니에요! 저는 그런 짓 한 적 없어요.”송민아가 크게 외치며 말했다.“은서 씨한테 아이를 없애라고 협박하고 가만두지 않겠다고 한 건 맞지만 은서 씨를 건드리면 시후 오빠가 저를 더 미워하고 멀리할까 봐 두려워서 아무 짓도 할 수 없었어요! 이건 누군가가 저를 모함하는 거라고요! 아주머니한테 전화해서 송금 기록은 어찌 된 일인지 물어볼게요!”송민아가 진숙희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는 연결되지 않았다.“아주머니가 고향에 일이 생겨서 휴가를 내셨어요. 신호가 잘 안 터져서 그런 것 같은데 다시 연락해 볼게요. 어쨌든 이 일은 저랑 상관없어요.”송민아가 흥분한 목소리로 주장했다.“그래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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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5화

고은서가 사과를 한입 베어 물며 솔직히 답했다.“빈틈이 안 보여. 처음부터 끝까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허술한 구석이 없더라.”“그러니까 민시후가 너한테 그 사람은 속을 알기 힘든 사람이라고 하지. 역시 쉽지 않은 상대인가 보네.”박지연이 청포도 한 알을 입에 넣으며 덧붙였다.“네 추측이 틀린 건 아닐까? 송민준이 왜 백유미와 손을 잡고 자기 동생을 모함하겠어?”고은서가 답했다.“잘못 생각했을 수도 있지. 하지만 이상한 점이 많아서 그래. 송민아 가정부가 그렇게 쉽게 매수될 리도 없고 백유미가 아무리 치밀하게 행동했다고 해도 아무런 꼬투리도 잡히지 않는다는 게 이상해. 아무리 생각해 봐도 송민준이 가장 의심스러워. 클럽에서 나를 본 눈빛도 섬뜩했어. 마치 이미 나를 알고 있는 사람처럼 말이야. 그리고 하필 송민준이 나타난 날 밤 내가 사고를 당했잖아. 그리고 서승현도 그래. 민시후 말로는 해외로 이미 도망갔을 수도 있다더라. 민시후와 곽승재 눈을 피해서 그렇게 사람을 숨길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박지연이 청포도 한 알을 더 먹으며 말했다.“하지만 그 사람이 너한테 무슨 원한이 있다고 그런 일을 벌여? 네가 민시후와 가까운 사이여서 송민아 대신 복수하기 위해서?”고은서는 남은 사과 조각을 억지로 씹어 삼키고 병상에 누웠다.“단순히 송민아를 위해서였다면 다른 방법으로도 충분히 나에게 경고할 수 있었을 거야. 굳이 백유미와 손잡을 필요가 있었을까? 말이 안 돼.”박지연은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만 생각해. 어차피 네 추측일 뿐이잖아. 송민준과 상관없을 수도 있잖아. 백유미 배후에 다른 사람이 있을지도 몰라. 일단 쉬어. 또 피곤해서 쓰러지지 말고.”박지연의 말에 과장도 있었지만 오늘 확실히 많은 일들이 있었다. 고은서는 끊임없이 머리를 굴렸고 확실히 피곤했다.“지연아, 잠시 잘 거니까 음성 파일은 네가 계속 신경 써줄래?”“그래. 어려운 일도 아니고 나한테 맡겨.”다음 날 아침, 박지연이 흥분한 목소리로 고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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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6화

박지연의 걱정은 괜히 생긴 것이 아니었다.곽승재가 고은서의 뜻대로 하게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한 이후로부터 그는 이혼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었다.고은서가 민시후의 아이를 가졌다고 자극해도, 여러 번 모진 말을 해도 곽승재는 일말의 흔들림도 보이지 않고 아이를 지우고 예원 별장으로 돌아가라고 할 뿐이었다.이제 아이마저 없어진 상황에서 고가승재는 더더욱 이혼을 승낙하지 않을 게 뻔했다.“은서야, 이혼하지 않고 그냥 사는 건 어때?”박지연이 고은서에게 물었다.“백유미는 너희 사이를 갈라놓고 본처 자리를 꿰차려고 하는 거잖아? 그 여자 뜻대로 되지 않게 버텨봐. 백유미는 속이 뒤집어질 거야.”고은서도 그 방법이 백유미의 화를 돋울 방법이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오히려 자신이 더 불편해질 것 같았다.“조언 고마워. 하지만 상대방에서 엿 먹이려고 나도 같이 고생하고 있을 수는 없잖아?”고은서의 표현에 박지연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 겨우 입을 열었다.“은서야, 전에는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했는지 기억해?”고은서가 답했다.“그래서 더 빨리 벗어나서 진짜 행복을 찾고 싶어.”박지연은 말문이 막혔다.잠시 후 박지연은 링거를 챙기러 밖으로 향했다.고은서가 핸드폰을 꺼내 박지연의 어머니에게 귀국 여부를 물으려 했지만 핸드폰에 주인혁의 이체 기록이 떠 있었다.[누나, 저 드디어 매니지먼트랑 계약했어요. 광고 촬영도 해서 회사에서 상여금 받아서 조금 더 갚아요. 나머지는 천천히 갚을게요.]주인혁이 말하지 않았다면 고은서는 주인혁이 돈을 갚아야 한다는 사실조차 잊고 있었을 터였다.[급할 거 없어요. 나중에 갚아도 돼요. 대회 준비하며 돈 쓸 곳이 많을 텐데 그것부터 신경 쓰세요.]고은서가 답장을 보내자마자 주인혁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누나, 요즘 잘 지내셨어요? 저는 매일 훈련하고 대회 준비하느라 정신없어서 연락 못 드렸어요. 늦게 연락하면 방해될까 봐 조심스러웠어요.”고은서가 웃으며 답했다.“그냥 그렇죠 뭐. 나쁘지도 좋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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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7화

고은서는 박지연의 말을 듣고 다소 의아해졌다.지난 생에서 백승엽은 곽승재를 등에 업고 사업을 원활히 이어나갔다.많은 사람들이 백유미와 곽승재가 친밀한 사이라는 말에 백승엽에게 붙어 잘 보이려 애썼다. 하여 백승엽은 그 누구보다 풍요롭고 기세등등하게 살아왔다.‘이번에는 곽승재가 백승엽과 관계를 끊는다고?’“듣자 하니 어제 백유미가 엄청나게 화내면서 병실 물건을 다 부쉈대. 백유미 아버지도 고개를 푹 숙이며 병든 닭처럼 돌아갔대.”백유미는 흥미롭게 소문을 전했다.간호사들 사이에서 도는 소문은 신뢰성이 높았다.아무래도 곽승재가 백씨 가문에 강수를 둔 듯했다.“백씨 가문도 자업자득이지 뭐. 방귀 뀐 놈이 성낸다더니 딱 그 꼴이야.”백지연이 계속하여 비꼬며 말을 이었다.“어제 백유미 아버지가 너 때릴뻔했잖아. 내가 말리게도 못하고... 곽승재가 제때 오지 않았다면 넌 그대로 맞았을 거야!”고은서가 답했다.“맞고만 있지 않았을 거야. 나도 반격할 준비는 해뒀어. 그때는 백승엽을 자극해서 실수를 유도하려고 했던 거야. 그래야 약점을 잡을 수 있을 테니까. 오히려 네가 허리를 다쳤잖아. 크게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지 아니면 온 닥터가 나한테 뭐라 했을걸?”말하며 고은서는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다.“그러고 보니 이틀이나 집에 안 갔잖아. 온 닥터한테 전화도 안 왔어?”“바빠.”박지연이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미리 얘기해 둬서 내가 어디서 뭘 하는지 알아. 굳이 전화 안 해도 돼.”“매일 그렇게 바쁘면 너랑 대화할 시간도 없지 않아?”고은서가 물었다.“괜찮아. 나도 너무 질척거리는 거 별로 안 좋아해.”“여기서 담배 피우시면 안 됩니다.”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던 중, 복도에서 다른 간호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박지연이 병실 문을 열자 곽승재가 복도에 서 있었다.곽승재는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수려한 몸을 난간에 기댄 채 불을 붙이지 않은 담배를 손에 들고 있었다.“여기서 뭐 하세요?”박지연이 묻자 곽승재는 담배를 버리고 긴 다리로 성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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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8화

일부러 그녀가 들으라고 큰 목소리로 말했던 탓에 고은서는 곽승재의 말을 하나도 빠짐없이 들을 수 있었다.“내가 걱정하던 대로야. 곽승재는 바로 네가 했다는 걸 알아차렸어. 태도도 강경해. 곽승재가 나서면 화제성도 금방 잠잠해질 거야.”고은서가 병상에 누운 채 말없이 창밖을 응시했다. 박지연의 어머니 윤성희에게서는 여전히 답이 없었다. 귀국 중인 것 같았다.“안색이 왜 그렇게 어두워? 이혼 문제 때문에 그래? 아니면 약을 탄 사람이 백유미가 아니라는 걸 들어서 그래?”박지연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고은서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마음의 준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곽승재가 백유미와 간호사 사이에 아무 관련도 없다고 단언한 순간, 고은서의 마음은 허탈해졌다.백유미는 언제나 곽승재의 신임을 얻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곽승재가 백씨 가문과의 거래를 중단한 건 시작일 뿐이었다.시간이 지나 백유미와 백승엽이 처량한 표정을 지으며 신세 한탄을 하면 곽승재는 다시 백씨 가문 사업을 도와줄 가능성이 높았다.지난 생에서 고은서는 백유미의 그늘 속에서 살았다. 비록 이번 생의 곽승재에게 변화가 생겼다고 해도 그는 여전히 백유미에 대한 옛정을 놓지 못하고 있었다.고은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둘 사이에서 벗어나고 싶었다.그때 박지연의 핸드폰이 울렸다.“언니! 병동 아래에서 싸움 났어요.”박지연이 전화를 받자 상대방이 다급하게 말했다.박지연은 의아해하며 물었다.“환자 가족이 소란을 피우는 건가요? 왜 보안팀에 연락하지 않았죠?”“환자 가족이 아니라 언니 친구의 남편, 곽 대표님과 다른 남자가 싸우고 있어요. 내려와 보시는 게 어떠세요? 어제 원장님이 곽씨 가문 일에는 간섭하지 말라고 지시하셨잖아요. 그래서 나서는 사람이 없어요. 저도 몰래 연락하는 거예요.”“알겠어요. 바로 내려갈게요.”고은서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몸을 일으켰다.“민시후가 왔나 보네. 나도 같이 내려갈게.”곽승재가 엄한 사랑과 시비가 붙을 리는 없었다. 아마 병원을 나서며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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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9화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박지연의 단호한 외침에 곽승재와 민시후는 동시에 그녀를 바라보았다.“곽 대표님, 이게 무슨 뜻이죠? 왜 민 대표님을 막으시는 건가요?”표정이 어두워진 곽승재가 답했다.“지연 씨는 저희 사이의 일에 관여하지 말아 주세요.”“그럼 나는? 나는 참견해도 돼?”고은서가 싸늘하게 말했다.박지연은 얼른 핸드폰을 들어 고은서가 곽승재와 직접 말할 수 있게 했다.“민시후 놔줘. 만나야겠어.”고은서가 말했다.곽승재의 얼굴은 더 어두워졌다.“고은서, 내 인내심을 시험하지 말라고 경고했을 텐데? 아직 건강이 좋지 않으니 넘어가는 거지 그렇다고 계속 참아줄 생각은 없어.”‘날 봐준다고?’고은서가 싸늘하게 웃으며 답했다.“내가 누굴 만나든 당신 허락이 필요해?”곽승재가 단호히 답했다.“다른 사람은 다 돼도 민시후는 안 돼.”“곽승재. 지금이 무슨 시대인데 아직도 그런 강압적인 방식이 통할 것 같아?”민시후가 도발적으로 웃었다.“나랑 은서는 살아 있는 사람이야. 만나려고 한다면 언제 어디서든 만날 수 있지. 매번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해?”그 말을 드은 곽승재는 안색이 어두워지며 자비 없이 민시후에게 주먹을 날렸다.“그만해!”고은서는 곽승재의 의도를 간파하고 큰 소리로 외쳤다.“곽 대표님, 진정하세요.”박지연도 다급하게 말했다.“은서 안 그래도 상태가 좋지 않아서 움직이는 게 힘들어요. 조금 전에도 같이 내려오겠다고 하는 걸 겨우 말렸어요. 지금 민 대표님께 주먹을 휘두르시면 은서는 자기 몸 생각지도 않고 뛰쳐내려올 거예요.”곽승재가 이를 악물며 경호원에게 명령했다.“민시후는 미래 투자은행 문 앞에 던져주세요. 그리고 고은서 병실 밖에서 사람을 배치해 민시후가 보이면 바로 쫓아내도록 하세요.”경호원은 그 명령을 듣고 바로 민시후를 주차장으로 끌고 갔다.옆에서 사투하고 있던 민시후의 운전기사는 그 장면을 보고 결국 백기를 들어 민시후와 마찬가지로 곽승재의 사람에게 제압당했다.“고은서! 걱정하지 마! 사람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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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0화

박지연이 서둘러 고은서에게 전화를 걸었다.“곽승재가 막을 시간도 없이 너 찾으러 위로 올라갔어!”박지연이 불안한 마음에 덧붙였다.“은서야, 곽승재 씨 표정이 너무 안 좋았어. 제발 무리하지 마. 그 사람이랑 맞서지도 말고. 곧 올라갈게!”전화를 끊은 박지연은 엘리베이터도 기다리지 않고 바로 계단을 뛰어올랐다.병실에 있던 고은서가 핸드폰을 내려놓기도 전에 싸늘한 표정을 한 곽승재를 마주했다.“뭘 하려는 거야?”고은서는 경계심을 가지고 뒤로 물러나면서 침대 머리맡의 호출 버튼을 눌렀다.그 사이 곽승재가 긴 다리를 내뻗으며 그녀의 침대 옆으로 다가왔다.곽승재의 검은 눈동자는 차가운 빛을 내뿜었고 온몸에는 얼어붙을 듯한 싸늘한 기운이 감돌았다.분노를 억누르고 있는 모습이 여실히 느껴졌다.지난번 곽승재가 술에 취해서 인사불성이 된 이후 고은서는 처음으로 화가 머리끝까지 난 곽승재의 시선을 마주하는 것이었다.고은서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VIP 병실이라 그런지 아니면 이미 소문이 돌고 있어서 그런지 곧바로 한 간호사가 달려왔다.고은서는 구세주를 보듯 간호사를 바라보며 말했다.“간호사님, 부탁이...”곽승재를 내보내달라고 말하기도 전에 곽승재가 그녀의 말을 잘랐다.“링거 빼주세요.”간호사는 차가운 기세에 눌려 잠시 멈칫하며 곧바로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다.“한 번 더 얘기해야 하나요?”곽승재의 싸늘한 시선이 간호사에게 닿자 간호사는 그제야 한기를 느끼며 병상 옆으로 다가가 고은서의 주삿바늘을 뽑기 시작했다.고은서의 불안감은 더 커졌다.그녀는 애써 불안한 감정을 억누르며 말했다.“곽승재, 이게 지금 뭐 하는 짓이야? 아직 약도 다 들어가지 않았어.”곽승재는 별다른 말 없이 싸늘한 분위기를 내풍겼다.“너 진짜... 아!”고은서가 솜으로 바늘이 꽂혀있던 자리를 누르며 의도를 물으려고 한순간 몸이 가벼워졌다. 곽승재가 그녀를 번쩍 들어 올린 것이다.간호사 역시 이 상황에 놀랐지만 곽승재의 강렬한 시선에 겁을 먹고 아무런 소리도 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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