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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1화

작가: 류한나
백승엽은 억울한 듯 말을 이었다.

“자식이 다치는 걸 보고도 가만히 있을 부모는 없어. 내가 선택한 방식이 잘못된 것뿐이지.”

곽승재는 백승엽의 말을 무시하고 병상에 누워 있는 백유미에게 직접 물었다.

“어제 어떻게 그렇게 우연히 고은서가 사고 난 근처에 있었던 거야?”

백유미의 어깨가 살짝 떨렸다.

잠시 후 고개를 돌린 백유미의 안색은 창백했고 눈은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

그녀는 곽승재가 자신에게 그런 질문을 한 것이 믿기지 않는 듯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승재야, 무슨 뜻이야?”

“그래. 승재야. 무슨 뜻으로 유미한테 그런 질문을 하는 거야?”

백승엽도 물었다.

“내가 말했잖아. 유미는 산책하다가 우연히 고은서를 만난 거라고!”

곽승재는 그들의 말을 무시하고 차가운 시선으로 백유미를 바라보았다.

“고은서한테 네가 아이를 해쳤다고 했어?”

백유미의 마음은 세차게 요동쳤지만 표정에서는 드러나지 않았다.

그녀는 백승엽에게서 곽승재가 고은서의 병실에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곽승재가 와서 따질 것이라 예상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백유미는 고은서가 어제 자신이 했던 협박을 곽승재에게 전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고은서의 기분대로라면 승재를 원망하며 한마디도 하지 않아야 하지 않나? 왜 곽승재에게 이 사실을 얘기한 거지?’

“그래서 정말 네가 한 거야?”

백유미가 한동안 대답하지 않자 곽승재의 목소리는 더욱 차가워졌다.

“아니야! 정말 아니야!”

백승엽이 급히 답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승재야, 너 뭐 잘못 알고 있는 거 아니야? 고은서의 아이를 유미가 없앴다니. 고은서가 하는 헛소리 다 믿지 마! 고은서는 우리 유미를 원망해서 죄를 뒤집어씌우는 거야. 승재야, 절대 믿으면 안 돼.”

“아버지, 나가 계세요.”

백유미는 무기력하게 백승엽의 해명을 막아섰다.

백승엽은 곽승재의 날카로운 표정을 보며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지만 지금 상황에서 자신이 남아 있는 건 오히려 방해될 것 같아 그는 어쩔 수 없이 병실을 나섰다.

“승재야. 유미도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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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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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숙
흠 언제 반전이 일어날지 가슴아프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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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은서가 말을 이었다.“우리가 안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매번 술집이나 클럽에서 마주쳤잖아. 그때마다 양옆에 여자들을 끼고 있었잖아.”그 말을 들은 민시후는 대꾸하지 않고 매력적인 눈빛으로 그녀를 가만히 응시했다.고은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왜 그렇게 봐? 내가 없는 말 했어?”“아니, 틀린 말도 아니야.”민시후는 얼굴에서 불쾌한 기색을 지우, 입가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예전에 주위에 여자가 많았던 건 맞아. 하지만 그건 그저 보여주기 위한 식일 뿐이었고 진지한 관계도 없었고 부적절한 행위도 없었어.”고은서는 믿지 않았다.“M 국에 있을 때 어떤 섹시한 여자랑 데이트했잖아. 아무 일도 없었어?”민시후의 미소는 더욱 깊어졌고 그의 눈빛은 빛나기 시작했다.고은서는 어리둥절했다.‘자랑스러운 일인가? 왜 저렇게 웃지?’민시후는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물었다.“고은서, 혹시 질투야?”고은서는 그제야 자신이 민시후의 과거 연애사를 묻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오해하지 마. 그냥 네가 민아 일로 화내는 게 웃겨서 예로 든 거야.”고은서가 단호히 답했다.그러나 민시후는 여전히 기분이 좋아 보였다.“고은서, 뭔가 걸리는 구석이 있으니까 괜히 설명하는 거야. 평소 내가 이렇게 물었으면 넌 주먹부터 날렸을 거야.”고은서는 지금 당장 그에게 주먹을 날리고 싶었다.“헛소리 그만해. 네 연애사가 나랑 무슨 상관이야? 별 관심 없어.”“괜찮아. 네가 신경 쓰든 안 쓰든 모두 솔직하게 얘기해 줄게. M 국의 그 여자는 내 친구야. 그날 우리는 다른 친구를 만나러 가던 중이었는데 네가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들었어. 그 친구는 기다리는 게 지겨워서 몇 번 재촉했을 뿐이야. 외국은 보통 오픈 마인드 잖아. 그래서 호칭도 더 친근했을 뿐인데 우린 순수한 친구 관계였어.”민시후의 눈빛은 너무 반짝여서 고은서가 눈을 돌리며 기침했다.“이미 말했잖아. 나랑 상관없다고.”“상관있어.”민시후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고은서, 나는

  • 어게인, 비긴   제671화

    민시후가 노골적으로 싫어하는 눈빛으로 거절하자 고은서가 설득했다.“조금 전에 뭐 좀 먹어서 배가 부르네. 네가 마셔. 버릴 순 없잖아.”민시후는 그녀를 보며 일부러 말했다.“네가 먹여주면 한 번 생각해 볼게.”고은서는 화가 난 듯 그를 째려보며 말했다.“숟가락 드는 데는 아무 지장 없잖아.”민시후가 콧방귀를 뀌며 답했다.“고은서, 네가 무슨 생각하는지 내가 모를 것 같아? 진짜 화내는 거 보고 싶어?”화가 난 고은서는 결국 직접 국을 다 마셔버렸다.“민아야, 이거 정말 맛있네. 어떤 사람은 즐길 줄 모르는 것 같아. 복이 없는 거지 뭐.”송민아는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고은서, 너도 정말 유치하다.”고은서는 말문이 막혔다.“그만해. 난 그냥 병문안 온 거야. 무사한 거 봤으면 됐어. 먼저 가볼게.”송민아가 가려고 하자 고은서는 그녀를 배웅했다.복도로 나온 송민아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은서야, 나 정말 시후 오빠 포기했어. 그러니까 앞으로 이렇게 도와주지 않아도 돼. 오빠 다친 거 너 때문이지?”송민아도 T 국에서 있었던 일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오빠 겉으로는 제멋대로인 것 같아도 꽤 믿을 만한 사람이야. 전에 오빠한테 감정적으로 더 상처를 주라고 말했던 건 그냥 화가 나서 한 말이었어. 너도 마음이 있다면 그냥 오빠 받아줘. 내 생각은 하지 않아도 돼.”고은서가 웃으며 답했다.“네가 민시후를 도와준다는 걸 민시후가 알면 네게 그렇게 까칠하게 굴었던 걸 후회하겠네.”송민아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도와주려고 하는 말 아니야. 그냥 내가 아직 오빠를 좋아한다고 오해하면서 난감해할까 봐 그러는 거야.”고은서는 다시 한번 웃을 뿐 별다른 설명은 덧붙이지 않았다.“들어가 봐. 민준 오빠가 북성 간식들을 좀 보내줬어. 얼른 먹고 싶어서 눈에 아른거리네. 이제 그만 갈게.”고은서는 그녀를 엘리베이터 앞까지 배웅하며 무심코 말했다.“네 오빠는 널 잘 챙기네.”‘귀찮은 일도 처리해 주고 클럽까지 데리러 와주고 심지어 먹

  • 어게인, 비긴   제670화

    이 사실은 전에 뛰어내리겠다고 곽승재를 협박할 때 고은서도 얘기한 적이 있었지만 그는 전혀 믿지 않았다.‘지연이는 어떻게 믿게 만든 거지?’고은서는 자신의 의문을 숨김없이 말했고 박지연도 오늘에 있었던 일을 사실대로 다 말해줬다.“유전자검사는 언제 한 거야? 난 모르고 있었는데.”고은서가 의아해하며 물었다.“하늘이 무너질 정도로 속상해하는 너를 보면서 어떻게 말을 꺼내.”박지연이 답했다.아무리 시간이 오래 지났다고 해도 고은서는 그 아이를 생각할 때마다 마음이 아파왔다.당시 고은서는 백유미를 구하러 호수에 뛰어든 곽승재를 보며 이혼할 때 이 사실을 그에게 알려주면서 후회하게 만들 거라고 다짐했었다.그러나 막상 후회하는 그의 모습을 보게 되니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 준다는 게 틀린 소리는 아니네.’이튿날, 고은서와 박지연은 귀국하기 위해 공항으로 갔다.아직도 거동이 불편한 민시후는 인파를 피면하기 위해 전용기로 귀국할 예정이었다.두 사람도 그와 동행했다.공항으로 가기 전에 고은서는 병원 로비에서 곽현수와 백승엽을 만났다.곽현수는 그녀를 보자마자 성가시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고 휠체어에 앉아있던 백승엽은 악의로 가득한 눈빛으로 그녀를 힐끗 째려만 볼뿐 자신의 감정을 함부로 드러낼 용기조차 없었는지 그녀와의 눈 맞춤을 피했다.“쯧.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고 범죄자를 감싸는 주제에 왜 저리 거만하게 구는 거야.”민시후가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비록 이름을 직접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그의 말을 들은 곽현수와 백승엽의 표정이 다 굳어졌다.뻔뻔함을 타고난 사람들도 있다잖아요.”박지연은 맞장구를 치고는 이내 민시후의 휠체어를 밀고 밖으로 나갔다.고은서는 곽현수를 무시한 채 두 사람 뒤를 따라갔다.해성으로 돌아간 후, 민시후는 박지연이 출근하고 있는 이레 병원에서 계속 치료를 받기로 했다.고은서는 푹 쉬고 경찰서로 찾아가 T국에서 있었던 일에 관한 증거 자료를 제출하면서 백유미의 법적 책임을 묻겠다

  • 어게인, 비긴   제669화

    고은서는 몽롱한 상태에서 상대방의 품이 유독 따뜻하게 느껴졌다. 너무 허약한 탓에 차갑기만 하던 그녀의 몸도 따라서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그 사람은 등 뒤로 조심스럽게 그녀를 꼭 끌어안으면서 얼굴을 그녀 이마 가까이 붙였다.체온이 하도 높아서 불편함을 느낀 고은서는 그의 품에서 빠져나오려고 했다.상대방은 더는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었지만 등이 점점 더 뜨거워 난 고은서는 어딘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잠에서 제대로 깨지 못한 탓에 제대로 벗어날 수가 없었다.얼마 후, 그 사람은 그녀를 다시 꼭 끌어안으면서 손으로 그녀의 배를 어루만지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흐느끼는 듯 몸을 떨기 시작했다.심상치 않음을 느낀 고은서는 눈을 번쩍 떴다.그러나 뒤돌아 확인하려고 할 때 그가 그녀를 더 세게 끌어안는 바람에 몸을 돌릴 수가 없었다.“은서야, 미안해...”귓가에서 곽승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고은서는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하지만 그녀는 예전처럼 발버둥 치며 화를 내면서 그를 내쫓는 대신 아주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이거 놔.”곽승재는 여전히 그녀를 꼭 끌어안은 채 약간 울먹이면서 말했다.“은서야, 미안해.”고은서는 곽승재가 오후에 박지연한테서 들은 말 때문에 이런다는 걸 알고 있었다.“지연이 혼자만의 생각이니까 너무 신경쓰지 않아도 돼.”고은서의 말에서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당신 아버지랑 백승엽까지 여기로 온 이상 당신도 어쩔 수가 없었겠지. 할 만큼 했다는 거 나도 알아.”곽승재는 그녀를 놓아주기는커녕 방금전보다 더 세게 끌어안았다.고은서는 목 쪽으로 뜨거운 액체가 떨어지는 걸 느꼈다.“은서야, 차라리 욕이라도 해...”곽승재의 애원하는 듯한 목소리에서 그가 무척 후회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그러나 고은서는 여전히 담담했다.“곽승재, 굳이 이러지 않아도 돼. 난 당신이 한 말을 애초에 믿은 적이 없으니까.”곽승재는 순간 몸이 굳었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마치 이번이 그녀를 안아볼

  • 어게인, 비긴   제668화

    병실로 들어오자마자 이 광경을 주민기는 황급히 벨을 누르며 의사를 불렀다.“의사 선생님...”...고은서의 병실로 다시 돌아간 박지연은 방금전 씩씩거리며 나가던 모습과 별다른 점이 없어 보였다.“거봐, 내가 가지 말라고 했지?”고은서는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그녀를 위안했다.“화 풀고 나랑 내일 귀국할 준비 하자. 돌아가고 나서 나 밥 사줘. 그리고 SPA도 하고 싶은데 네가 쏠 거지?”박지연은 한참 동안 고은서를 빤히 바라보다가 끝내는 참지 못하고 다가가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은서야, 곽승재한테 목매지 말고 우리 다른 남자 찾아보자. 넌 곽승재가 아니어도 충분히 행복하게 살 수 있어.”박지연은 평소에 이런 오글거리는 행동을 별로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심지어 이런 행위를 볼 때마다 혀를 끌끌 차곤 했었다.‘곽승재한테 찾아가더니 화가 많이 난 모양이네.’“알겠어.”고은서가 박지연의 등을 토닥이며 웃으면서 답했다.민시후도 어느새 백유미에 관한 소식을 전해 들었다.“백유미 정신질환 진단서에 관해서는 이미 조사해보라고 사람 시켰어. 민시현한테도 원지훈 사망 사건에 관해 다시 조사하게끔 당지 경찰 측에 말해달라고 부탁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마.”“괜찮아. 이미 결론이 난 사건이라서 큰 변화는 없을 거야. 그러니까 다시 조사해달라고 형을 귀찮게 굴지 않아도 돼.”고은서가 답했다.“해줄 수 있는 일이 이것밖에 없는 데 써먹을 수 있을 때 써야지.”민시후가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난 네 형한테 불리워 가서 밥 먹기 싫어.”고은서가 그를 째려보며 말했다.두 사람은 그렇게 한참 동안 말싸움을 했다.“민시후, 비록 네 선택이기는 하지만 다신 이런 일에 끼어들지 마. 나 때문에 네가 다치는 일은 더는 없었으면 좋겠어.”민시후는 이번 일로 며칠 동안 병상에 누워있을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지금도 함부로 움직여서는 안 됐다.그녀가 보기에도 엄청 안쓰러운데 그의 가족들은 오죽할까.“네가 다치는 일이 없는 한 이건 약속 못 하겠는데.”

  • 어게인, 비긴   제667화

    곽승재는 눈앞에 놓인 종이를 보며 그대로 얼어붙었다.박지연은 콧방귀를 뀌면서 곽승재한테 고은서가 유산한 날 동료한테 부탁해서 그가 썼던 수건에 있던 머리카락으로 유전자검사를 했다면서 알려줬다.“고은서가 계속 마음에 못을 박는 소리를 해왔지만 당신을 좋아하는 마음은 단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어요. 원래는 당신이 고은서의 마음을 되돌리고 두 사람이 재혼하게 되는 그날에 이 모든 걸 알려주면서 은서는 단 한 번도 당신에게 미안한 일을 한 적이 없다고 당신한테 말하려고 했는데 당신은 진짜 구제불능인 것 같네요. 어떻게 자기 아내랑 아이를 죽이려고 했던 범인을 이대로 놓아줄 수가 있죠? 당신은 은서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어요!”박지연이 화를 내며 호통쳤다.고은서가 유산했을 때 하늘이 무너진 것처럼 구슬프게 우는 모습을 떠올린 박지연은 지금이라도 곽승재를 발로 차버리고 싶었다.“은서가 그 아이가 태어나길 얼마나 기대했는지 알아요? 어떻게 하면 좋은 엄마가 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애가 행복하게 클 수 있는지를 얼마나 고민해왔는데. 그런데 결국에는 백유미 그 악독한 여자가 이 모든 걸 망쳐버렸잖아요.”박지연은 말하면서 울먹이기 시작했다.“아이가 만약 살아있었다면 당신이 은서를 굳게 믿었다면 굳이 이혼할 일도 없었을 거예요. 아마 지금쯤 두 사람이 아이를 함께 키우면서 행복하게 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고요.”곽승재는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 같았다.“은서가 당신 같은 남자를 좋아하게 된 것부터 아주 큰 착오였어. 당신은 단 한 번도 은서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뭔지 생각해 보지 않았잖아요. 단 한 번도 은서 입장에 서서 고려해본 적이 없잖아요! 민시후가 계속 눈에 거슬린다고 했죠? 그런데 민시후가 당신보다 백 배는 나아요. 적어도 은서를 웃게 하려고 노력하고 안전감을 주려고 노력하잖아요. 고은서가 무슨 일이 있든 항상 발 벗고 나서주잖아요.”박지연은 계속 갈기갈기 찢어질 것 같은 그의 마음에 칼을 꽂았다.“고은서가 백유미한테 반격하려는 일을 민시후한테

  • 어게인, 비긴   제666화

    박지연은 종래로 충동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는 항상 깊은 사고를 거친 후에야 결정을 내리는 타입이었다.그뿐만 아니라 고은서와 마찬가지로 결정한 일이라면 꼭 해야 하는 성격이었다.고은서는 아무리 설득해도 그녀의 생각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당부했다.“적당히 해. 화내면서 눈물 흘리며 찾아오기 없기야.”박지연은 고은서의 농담을 뒤로 한 채 마치 곽승재를 후회하게 만들 히든카드라도 손에 쥐고 있는 듯 아주 결연한 표정으로 병실을 나섰다.고은서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육현석이 아침에 어머니한테 불리워 해성으로 돌아가지 않았더라면 조금이나마 나랑 함께 지연이를 설득할 수 있었을 텐데. 됐어. 당하고 나면 알아서 정신 차리겠지 뭐.’...박지연은 이내 곽승재가 있는 병실에 도착했다.어깨 상처가 아직 낫지 않은 탓인지 그의 얼굴은 아직도 창백해 보였다. 그녀가 병실로 들어갈 때 그는 병상에 앉아서 서류를 보고 있었는데 옆에는 비서 주민기가 서 있었다.주민기는 그녀에게 간단히 인사를 하고 눈치 있게 자리를 피해줬다.곽승재는 그녀가 찾아올 거라는 걸 먼저 예상이라도 한 건지 아주 덤덤한 표정을 하고 먼저 입을 열었다.“박지연 씨가 여긴 무슨 일로 온 거죠?”박지연은 냉소를 흘리며 단도직입적으로 본론으로 들어갔다.“곽 대표님, 백유미가 은서한테 얼마 악독한 짓을 했는지 알면서도 고작 정신병원 진단서 하나 때문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건가요?”곽승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검은 눈동자에서는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은서한테 백유미를 대가 치르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다면서요. 이게 곽 대표님이 말한 그 대가인가요?”박지연이 계속 캐물었다.곽승재는 입술을 달싹이다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해성으로 돌아간 후 정신병원으로 보낼 거예요.”“거참. 고작 정신병원 하나로 끝내겠단 말씀이세요?”박지연이 헛웃음을 치면서 말했다.“여기에 있는 사람들이 다 백유미가 아무런 병이 없다는 걸 알고 있거든요. 지금 그저 핑

  • 어게인, 비긴   제665화

    박지연은 또 다른 한 가지 소식을 고은서에게 전했다.범가온이 원지훈 유품을 확인할 때 그의 폰에서 백유미가 성폭행당하는 동영상을 발견했다고 한다.아마 원지훈이 자신의 앞날을 위해 그 동영상으로 백유미를 협박하려고 했던 모양이다.동영상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폭력적이었다.백유미한테는 기필코 아주 큰 타격이 될 것이다.범가온은 동영상을 확인한 후 아들의 죄를 덮어주기는커녕 사람을 찾아 그 동영상을 인터넷에 유포했다고 한다.그 동영상은 업데이트되자마자 많은 사람의 주목을 끌었고 여론이 점점 커져갔다.“조회수가 어마어마하대. 특히 외국 사이트는 심사가 별로 엄하지 않아서 벌써 T국 여러 사이트 실검에 올랐어. 비록 국내에서는 동영상 풀버전을 볼 수는 없지만 전파 속도가 하도 빨라서 이미 본 사람들이 꽤 많을 거야. 백유미 이번엔 진짜 끝장이야.”그러나 고은서는 마음이 별로 놓이지 않았다.백유미에겐 곽현수라는 조력자가 있었고 그가 직접 나선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그 누구도 보장하지 못한다.아니나 다를까, 오후쯤이 되어서 고은서는 휠체어에 앉은 백승엽과 곽현수가 T국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비록 이미 GS그룹 경영권을 곽승재에게 물려주고 회사 일에서 손을 뗐다고 하지만 T국 상류계층 사람들마저 그를 함부로 대하지 못할 정도로 명성은 여전했다.그 사람들과 곽현수의 참견으로 T국 경찰 측에서는 얼마 되지 않아 원지훈을 죽인 백유미의 행위가 정당방위라는 조사결과를 공포했다.왜냐하면 원지훈이 찍은 동영상에서 백유미를 죽이겠다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그의 목소리가 함께 녹음되었기 때문이다.그래서 경찰 측에서는 원지훈이 앙심을 품고 백유미를 죽이려 하다가 도리어 칼을 들고 정당방위 하는 그녀에게 목이 찔려 죽었다고 판단했다.고은서 납치 사건에 관해서는 녹음 파일과 증인이 다 있었기에 백유미는 거의 유죄 선고를 받은 거나 마찬가지였다.그러나 백승엽이 이름 있는 정신병원 진단서를 내밀며 백유미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고 주장하는 바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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