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396화

작가: 류한나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1-08 19:00:14
곽승재는 백승엽을 노려보면서 물었다.

“아저씨, 지금 뭘 걱정하시는 거죠?”

“그냥 호기심일 뿐이야. 내가 무슨 걱정을 하겠니.”

백승엽은 애써 괜찮은 척하면서 허리를 곧게 펴고 말했다.

“승재야, 난 내가 잘못한 게 없다고 생각한다. 이 사람들은 내가 찾아온 게 맞아. 그런데 이 또한 다 유미를 위해서야.”

곽승재는 그의 말에 별 관심이 없는 듯했다. 그는 기자들을 향해 담담하게 경고했다.

“거짓 기사가 나오는 일이 없도록 처신 잘하실 거라 믿습니다.”

언성이 높지 않았지만 기자들은 무언의 위압감을 느꼈다. 그들은 아쉬움만 품은 채 더는 망설이지 않고 병실을 나갔다.

그런데 병실 밖으로 나가자마자 비서와 경호원들이 그들 앞에 막아서며 방금전에 촬영했던 내용을 전부 삭제하라고 할 줄은 미처 생각도 못 했다.

속으로는 불만이 많았지만 곽승재의 요구라니 순순히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 장면을 보고 있던 백승엽은 별로 달갑지 않았다. 일을 크게 만들어 고은서를 엿먹이려 했었는데 모든 게 물거품으로 돌아갔으니 말이다.

땅에서 일어선 박지연은 곽승재를 무시한 채 병상 옆으로 다가가 고은서의 상태를 확인했다.

곽승재는 차가운 눈길로 백승엽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저씨, 대체 어떻게 된 일이죠? 저 사람들을 고은서 병실로 데려온 이유가 뭐죠? 그리고 제가 들어왔을 때 왜 고은서를 잡아끌려고 했던 거예요?”

백씨 집안 회사가 곽승재의 도움 없이 유지해나갈 수 없었던 이유로 그의 비난하는 듯한 태도에도 백승엽은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유미가 어렵게 정신을 차렸는데 신고도 하지 말고 고은서를 찾아가지도 말라고 하는데 아버지로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더구나. 그래서 사람들 찾아서 유미를 더는 못 건드리게 고은서에게 경고 주려고 했던 거야.”

백승엽은 자신의 불만을 토로했다.

“그런데 고은서가 반성하기는커녕 유미를 제삼자라고 모욕을 하는 바람에 화가 나서 사과하라고 하려던 중이었어. 하필 그때 네가 마침 들어온 거고. 승재야, 난 그저 경고만 주려 했을 뿐이야. 아무래도 네 아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어게인, 비긴   제397화

    “승재야, 그럼 난 먼저 유미 병실로 돌아갈게. 잠시 후에 시간 되면 너도 유미 보러 한 번 와. 요즘 한 번도 보러 간 적이 없다며. 유미가...”백승엽이 곽승재에게 말했다.“잠시 후에 들를게요. 먼저 가보세요.”곽승재가 백승엽의 말을 끊고 말했다.백승엽은 더는 말하지 않고 고은서를 힐끗 째려보고는 병실을 나갔다.그가 나간 후, 곽승재가 고은서 곁에 있던 박지연에게 말했다.“박지연 씨도 잠시 나가 있으세요. 고은서한테 단독으로 할 말이 있어서 그래요.”박지연은 의심하는 눈길로 곽승재를 보며 말했다.“곽 대표님, 금방 수술하고 몸이 허약한 애한테 무슨 말을 하려는 거죠? 방금전 백유미 아버지한테 시달림까지 받아서 그냥 쉬도록 두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박지연은 고은서의 현재 상태를 말하면서 은근슬쩍 방금전 백승엽이 한 짓을 비난했다.곽승재도 그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단번에 알아차렸다. 그는 한참 고민하다가 고은서를 보며 말했다.“어제 투약한 간호사를 찾았는데 그냥 쉴래? 아니면 결과라도 들을래?”이 물은 선택제가 아니었다. 고은서는 필연코 결과를 들을 것이다. 그녀는 곽승재의 말을 듣자마자 박지연을 달랬다.“지연아, 먼저 돌아가서 쉬다가 나중에 와도 돼.”박지연은 일 초도 망설이지 않고 거절했다.“아니. 나 안 돌아갈 거야. 밖에서 기다릴게.”박지연이 직접 말을 하진 않았지만 고은서는 그녀가 자신이 유산하게 된데 관해 은근히 자책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박지연은 자신이 일을 동료에게 맡기지 않았더라면 고은서가 그 간호사를 믿었을 리도 없었을 거라 생각했다.고은서가 전에 몇 번이고 자신이 경각심이 없이 소홀한 탓이라고, 박지연은 아무 잘못이 없다고 그녀를 달래긴 했으나 그녀는 죄책감을 털어버리지 못했다.밖에서 기다린다고 고집부리는 박지연을 더는 막진 않은 것도 이 이유 때문이었다.박지연이 나간 후, 고은서는 웃음 거두고 낯선 사람을 보듯 차가운 눈길로 곽승재를 바라보며 말했다.“그 간호사가 누가 시킨 일이라는 건 말했어?”

  • 어게인, 비긴   제398화

    “고은서, 내가 호수에 빠진 백유미를 구해서 불만이 생겼다는 걸 알겠는데 이젠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어?”곽승재는 분노가 섞인 말투로 말했다.“어제 그 상황에서 백유미가 죽는 걸 보고만 있으란 말이야? 게다가...”“미안하지만 난 당신이랑 더는 할 말이 없어.”고은서는 태도를 바꾸기는커녕 계속 그를 향해 비아냥거렸다.“지금 어제 호수에 빠진 사람이 백유미가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이었더라도 구했을 거라는 소리를 하고 싶은 거지? 어릴 때부터 그렇게 교육받았으니까.”틀린 소리는 아니었지만 곽승재는 고은서의 태도가 달갑지 않았다. 마치 그가 변명거리를 찾는 듯한 뜻으로 들렸다. 그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유미가 어렸을 적에 물에 빠져서 폐가 다친 이후로 물을 엄청 무서워해. 물에 조금이라도 오래 있으면...”“죽으면 뭐가 어때서!”고은서는 원망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보며 소리 질렀다.“당신은 지치지도 않아? 백유미한테 마음이 있으면 그냥 인정해. 그리고 나랑 이혼하면 되는 거잖아. 왜 백유미한테 마음이 있는 것처럼 계속 잘해주면서 내 손은 놓아주지 않는 건데?”곽승재는 애써 들끓는 분노를 참으며 말했다.“고은서, 어제 내가 백유미를 구하지 않고 그냥 익사하게 내버려 두었더라도 너한테 좋을 건 없잖아. 수많은 목격자들이 존재하는데 도망치려 해도 불가능하다는 거 너도 잘 알잖아. 진짜 대가를 치르기라도 하겠다는 거야?”“대가?”고은서가 콧방귀를 뀌고 말했다.“대가를 치르더라도 백유미가 먼저 죽어야 치르지. 당신이 그 타이밍에 나타난 게 우연이라고 생각해? 백유미가 이미 당신이 자신을 구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고!”백유미와 연관된 일이라면 고은서는 항상 이성적이지 못했다. 심지어 백유미를 죽이기라도 할 듯했다.고은서가 흥분해 하자 곽승재는 다시 차근차근 그녀에게 설명했다.“어제 병원에 온 건 의사가 네 상황이 안정되었다고 연락이 와서 퇴원 수속 해주러 온 거였어. 그리고 마침 주차하고 병동으로 들어가는 도중에 황급히 어디론가 가는 송민아와

  • 어게인, 비긴   제399화

    “민시후 약혼녀로서 송민아가 위기감을 느끼고 네 아이한테 손을 댄 게 분명해. 증거도 충분하고. 그런데 도대체 왜 넌 믿지 않는 건데? 그리고 벌써 하룻밤이나 지났는데 민시후는 왜 얼굴도 내밀지 않고 있는 거야? 나한테 숨기는 거 있지?”곽승재는 차가운 눈길로 고은서를 바라보며 물었다.고은서는 순감 흠칫했다.백유미와 연관된 일이라면 곽승재는 항상 평소보다 더 예민해지는 것 같았다. ‘아이에 관해 이실직고한다고 해도 곽승재가 백유미를 탓한다는 법은 없어. 하지만 이혼이 더 힘들어지는 건 확실해.’고은서는 헛웃음을 치며 되물었다.“하고 싶은 말이 뭐야? 민시후가 병원으로 오지 않은 건 아직 내가 유산했다는 걸 모르고 있어서야. 요즘 당신 때문에 한창 바쁜 사람한테 민폐 끼치고 싶지 않아서 안 말했어. 그리고 어제 송민아가 찾아와서 아이를 없애라고 나를 협박하던데, 만약 진짜 송민아가 간호사를 시켜서 투약한 범인이라면 굳이 또 직접 찾아올 필요가 있었을까? 게다가 당신도 송민아가 어떤 반응인지 직접 봤잖아. 어딜 봐도 범인이 아닌 게 분명하잖아.”고은서가 담담하게 말했다.“백유미가 대체 무슨 목적으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송민아가 의사 찾으러 간 후 백유미가 직접 나한테 이 모든 걸 꾸민 사람이 자신이라고 자백했어. 나도 그 말을 듣고 흥분해서 백유미를 죽이려 했던 거고.”고은서는 또다시 흥분해 하며 눈을 붉혔다.“설마 또 내가 백유미를 모함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나 할아버지를 걸고 맹세할 수 있어. 백유미가 직접 자기 입으로 모든 걸 승인했다고!”백유미가 유산한 아이가 곽승재 아이라는 사실을 그에게 알려줄 리가 없다고 확신한 고은서는 이 골치 아픈 일을 그녀에게 던져주었다. 곽승재는 고은서가 함부로 자신이 제일 존경하는 할아버지를 걸고 거짓말을 맹세할 리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눈살을 찌푸리고 말했다.“내가 가서 잘 물어볼게.”“어떤 답을 얻든 다신 날 찾아오지 마. 이혼 외에는 다신 내 눈앞에 나타나지 않았으면 좋겠어

  • 어게인, 비긴   제400화

    ‘대체 누가 백유미를 도와 날 해치려고 하는 거지?’고은서와 박지연은 이 물음 하나로 한참 동안 토론해보았지만 아무런 결론도 얻지 못했다.고은서는 백유미 외에 자신이 또 누굴 건드렸는지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은서야, 너 오늘 일부러 기자들 앞에서 화제를 백유미한테로 이끈 거지?”박지연이 또 다른 얘기를 꺼냈다.“그런데 곽승재가 비서한테 기자들이 촬영한 내용을 다 삭제하라고 시켰던데. 그러면 네가 했던 일들이 다 수포가 되는 거잖아. 곽승재 그 개자식 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 어떻게 물어보지도 않고 녹음파일이랑 동영상을 다 삭제할 수가 있어.”‘개자식이라. 참 알맞는 별칭이네.’고은서는 입꼬리를 올리며 답했다.“수포가 되는 일은 없을 거야.”박지연은 어리둥절했다.“설마 너 따로 계획해둔 게 있어?”“계획해둔 건 없는데 미리 해놓은 건 있지.”고은서는 폰을 꺼내 들고 흔들며 말을 이어갔다.“백승엽이 기자들을 데리고 병실로 들이닥칠 때 몰래 폰으로 다 녹음해뒀어. 나중에 함부로 편집한 동영상이나 거짓 기사가 뜨면 나도 반박할 증거가 있어야 하잖아. 그런데 동영상과 거짓 기사는커녕 나만 득을 보게 되었네.”“와, 고은서, 아까 그런 상황에서도 녹음하면서 증거 남길 생각까지 했던 거야? 너 진짜 총명하다.”박지연이 고은서를 보며 탄복했다. 그러나 흥분해 하는 박지연과 달리 고은서는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하지만 나도 상응한 대가를 치렀지.’박지연은 고은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단번에 알아차렸다.“자꾸 슬픈 과거에만 빠져있지 마. 우리가 지금 생각해야 하는 건 이 녹음파일을 어떻게 이용하겠는가야.”고은서는 이미 다 계획이 있었다.“백유미가 일을 크게 만들고 싶어 하는데 나도 도와야지.”“이 녹음파일로 여론을 일으켜 곽승재를 엿먹이려는 거지? 될 수록이면 GS 그룹 주시까지 영향받게 만들어 주주들로 하여금 곽승재에게 압력을 주게 만들려는 생각인 거야?”고은서는 박지연의 추측을 부인하지 않았다.“주주들이 가만있는다고 해도 곽

  • 어게인, 비긴   제401화

    백승엽은 억울한 듯 말을 이었다.“자식이 다치는 걸 보고도 가만히 있을 부모는 없어. 내가 선택한 방식이 잘못된 것뿐이지.”곽승재는 백승엽의 말을 무시하고 병상에 누워 있는 백유미에게 직접 물었다.“어제 어떻게 그렇게 우연히 고은서가 사고 난 근처에 있었던 거야?”백유미의 어깨가 살짝 떨렸다.잠시 후 고개를 돌린 백유미의 안색은 창백했고 눈은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그녀는 곽승재가 자신에게 그런 질문을 한 것이 믿기지 않는 듯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승재야, 무슨 뜻이야?”“그래. 승재야. 무슨 뜻으로 유미한테 그런 질문을 하는 거야?”백승엽도 물었다.“내가 말했잖아. 유미는 산책하다가 우연히 고은서를 만난 거라고!”곽승재는 그들의 말을 무시하고 차가운 시선으로 백유미를 바라보았다.“고은서한테 네가 아이를 해쳤다고 했어?”백유미의 마음은 세차게 요동쳤지만 표정에서는 드러나지 않았다.그녀는 백승엽에게서 곽승재가 고은서의 병실에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곽승재가 와서 따질 것이라 예상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러나 백유미는 고은서가 어제 자신이 했던 협박을 곽승재에게 전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고은서의 기분대로라면 승재를 원망하며 한마디도 하지 않아야 하지 않나? 왜 곽승재에게 이 사실을 얘기한 거지?’“그래서 정말 네가 한 거야?”백유미가 한동안 대답하지 않자 곽승재의 목소리는 더욱 차가워졌다.“아니야! 정말 아니야!”백승엽이 급히 답했다.“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승재야, 너 뭐 잘못 알고 있는 거 아니야? 고은서의 아이를 유미가 없앴다니. 고은서가 하는 헛소리 다 믿지 마! 고은서는 우리 유미를 원망해서 죄를 뒤집어씌우는 거야. 승재야, 절대 믿으면 안 돼.”“아버지, 나가 계세요.”백유미는 무기력하게 백승엽의 해명을 막아섰다.백승엽은 곽승재의 날카로운 표정을 보며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지만 지금 상황에서 자신이 남아 있는 건 오히려 방해될 것 같아 그는 어쩔 수 없이 병실을 나섰다.“승재야. 유미도 모

  • 어게인, 비긴   제402화

    곽승재의 목소리에는 한 치의 동요도 없이 극도로 차가웠다. 듣기만 해도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이었다.백유미는 등줄기로 느껴지는 싸늘함을 참아내며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승재야, 네가 믿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널 위해서 그렇게 얘기한 거야.”백유미는 싸늘한 곽승재의 시선을 마주하며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그때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어. 만약 은서 씨를 제때 구했다면 아이도 무사했겠지. 네가 내게 말한 적은 없지만 은서 씨 아이를 마음에 걸려 한다는 건 느낄 수 있었어. 나는 네가 그 어떤 불행도 겪지 않길 바랐기에 그 순간 그런 결정을 내린 거야.”곽승재는 백유미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창백한 얼굴로 아픔을 참으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그 표정에는 단호한 결심과 씁쓸함이 배어 있었다.마치 그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하여 고통스러웠지만 후회는 없는 듯한 느낌이었다.“네 스스로도 억지스러운 이유라고 생각하지 않아?”곽승재가 무표정하게 물었다.“네가 듣기에는 황당할 거야. 하지만 한 순간의 결정에 대해 매번 설명하기는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해.”백유미의 눈가에 씁쓸함이 짙어졌다.“위대한 사람인 척 포장하려는 게 아니야. 나도 내 욕심이 있었어. 내가 병원에 입원하는 동안 너는 단 한 번도 병문안 오지 않았어. 네가 은서 씨 일로 괴로워한다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었어. 그래서 내가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해 주면 네 고민이 적어지고 여유가 생겨서 날 보러 와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백유미의 대답에 곽승재는 믿는다는 말도 믿지 않는다는 말도 하지 않는 대신 물었다.“간호사한테 약을 타라고 한 일도 네가 송민아한테 뒤집어씌운 거야?”“아니야!”백유미는 단호하게 부정했다.“누군가가 은서 씨한테 약을 탔다는 사실은 정말 몰랐어. 그런데 어떻게 송민아에게 뒤집어씌워? 최근 병원에만 있었어. 그런 내가 송민아를 알 리도 없잖아.”곽승재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승재야, 만약 내가 말한 이유가 아니라면 내가 왜 굳이 은서 씨를 자극했을

  • 어게인, 비긴   제403화

    “몸 상태도 좋지 않은데 아저씨한테 잘 돌봐달라고 해. 아저씨와 GS 그룹 자회사와의 몇몇 협력은 잠시 중단할 생각이야.”곽승재가 말했다.백유미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다.“승재야, 지금 아버지 회사와의 프로젝트를 중단하겠다는 거야? 아버지가 은서 씨를 찾아간 것 때문에?”곽승재는 미동도 없는 표정으로 답했다.“고은서는 내 아내야. 아무나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아저씨도 연세가 있으시니 너무 과로하지 마시고 조금 쉬시라고 해.”말을 마친 곽승재가 그대로 병실을 나섰다.곽승재가 멀어지는 것을 확인한 백유미가 침대 옆 물건들을 쓸어버리며 분노를 표출했다.그녀의 표정은 한층 더 어둡고 서늘해졌다.때마침 병실로 돌아온 백승엽이 그 광경을 보고 놀라며 물었다.“유미야,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왜 이렇게 화를 내고 그래? 승재가 돌아와서 보면 어쩌려고 그래.”백유미가 냉랭한 목소리로 답했다.“날 돌아보기나 하겠어요? 지금 승재 마음은 온통 고은서한테 가 있단 말이에요! 고은서의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을 기세예요!”“그래도 네가 이렇게 흔들리면 안 되지. 승재 마음을 다시 돌려놓을 방법을 생각해야지. 함께 자란 시간도 있고 승재를 구해준 적도 있잖아. 승재는 은혜를 모르는 사람이 아니니 그런 것들을 잘 이용해 봐.”백승엽이 급박하게 말했다.백유미는 차가운 표정으로 답했다.“그걸 이용하지 않았으면 여기 앉아서 아버지랑 이런 얘기를 할 수 있었을 것 같으세요?”“그런데 왜 이렇게 화를 내는 거야?”백승엽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승재가 우리 회사와의 거래를 끊겠다고 하잖아요! 앞으로 뒷배가 없으면 회사는 어떻게 유지해요!”백유미가 이를 악물며 답했다.이 소식이 퍼지면 백씨 가문을 배신할 준비가 된 사람들은 기회를 노리고 뒤통수를 쳐 백씨 가문 회사는 큰 위기를 맞을 것이 분명했다.백승엽도 놀라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어떡하면 좋지? 이럴 줄 알았으면 고은서 찾으러 가지 않았을 텐데... 별다른 소득도

  • 어게인, 비긴   제404화

    고은서가 곽승재가 조사해 낸 서류를 송민준에게 내밀며 말했다.“한번 보시죠.”송민준이 파일을 열어보자 송민아도 고개를 내밀어 들여다보았다.사진 속에는 송민아가 낯선 여인과 함께 있는 장면이 찍혀있었다. 그리고 송민아를 보살피는 가정부가 낯선 여인에게 송금한 기록도 담겨 있었다. 송민아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이 사진은 뭐예요? 왜 아주머니의 송금 기록도 같이 있는 거죠?”고은서가 냉소적으로 웃으며 말했다.“민아 씨가 사진 속 간호사를 매수해 저에게 유산하는 약을 전달하게 해서 유산하게 된 거예요. 이건 민아 씨 가정부가 간호사에게 송금한 기록이고요.”그 말을 들은 송민아는 충격에 휩싸여 넋을 잃었다.“저는 간호사가 누군지도 몰라요! 그런데 어떻게 간호사를 매수해서 은서 씨한테 약을 써요? 이 자료 가짜 아니에요?”고은서는 송민아의 반응을 예상이라도 한 듯 눈길을 송민준에게 돌렸다.“송민준 씨는 어떻게 생각하세요?”송민준이 서류를 덮으며 답했다.“이건 제가 더 자세히 조사해 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민아가 이런 일을 할 리 없다고 믿습니다.”“왜요?”고은서가 의미심장하게 물었다.“송민아 씨는 이미 몇 번이나 제 아이를 없애겠다고 협박했어요. 또한 가만두지 않겠다고도 했고요. 명백한 증거도 있고 누가 봐도 송민아 씨가 범인이잖아요.”“아니에요! 저는 그런 짓 한 적 없어요.”송민아가 크게 외치며 말했다.“은서 씨한테 아이를 없애라고 협박하고 가만두지 않겠다고 한 건 맞지만 은서 씨를 건드리면 시후 오빠가 저를 더 미워하고 멀리할까 봐 두려워서 아무 짓도 할 수 없었어요! 이건 누군가가 저를 모함하는 거라고요! 아주머니한테 전화해서 송금 기록은 어찌 된 일인지 물어볼게요!”송민아가 진숙희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는 연결되지 않았다.“아주머니가 고향에 일이 생겨서 휴가를 내셨어요. 신호가 잘 안 터져서 그런 것 같은데 다시 연락해 볼게요. 어쨌든 이 일은 저랑 상관없어요.”송민아가 흥분한 목소리로 주장했다.“그래요?”고

최신 챕터

  • 어게인, 비긴   제453화

    투약한 간호사도 전에 이미 곽승재에 의해 경찰서로 넘겨졌는데 그녀의 증언에도 진희숙만 언급되었다.고은서는 이 모든 결과를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그녀는 속으로 백유미의 신중함을 탄복했다. 그녀가 경각심을 낮추지 않고 제때 녹음하면서 증거를 남겼더라면 지금처럼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가만히 있는 일은 없을 것이다.당사자로서 고은서는 경찰 조사에 협조한 후 나머지 일을 변호사에게 맡겼다.“걱정하지 마세요. 증거가 확실하니까 상응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겁니다.”송민준이 말했다.고은서는 입술을 깨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진정으로 대가를 치르길 바라는 사람은 백유미이지 대신 누명을 쓴 진희숙과 간호사가 아니었다.“우리 민아도 잘못한 곳이 있으니 제가 대신 사과드릴게요. 원하는 보상이라도 있으시면 얼마든지 말하세요. 제가 최선을 다해서 보상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송민준이 말을 이어갔다.“보상은 필요 없어요. 괜찮다면 제 부탁 하나 들어주시죠.”고은서가 말했다.“무슨 부탁이요?”“백씨 집안에서 요즘 여러 프로젝트를 도맡아 하고 있다던데, 그 프로젝트들을 저 대신 산통 깨주세요.”고은서도 민시후를 통해 알게 되었는데 곽수혁이 GS그룹 일에 끼어들면서 백씨 집안에 큰 도움을 줬다고 한다.그녀의 말을 들은 송민준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송민아 보고 나한테도 그만 집적거리고 해. 나도 스트레스 그만 받고 싶어.”옆에 있던 민시후가 갑자기 말을 보태었다.송민준은 민시후를 보면서 덤덤하게 말했다.“시후야, 민아가 어릴 적부터 널 좋아한 걸 너도 알고 있잖아. 민아가 포기하지 않는 이상 우리도 곁에서 어쩔 수 없어.”그의 말을 들은 민시후는 성가시다는 듯 직설적으로 말했다.“난 어릴 적부터 송민아가 싫었다고. 사람 피곤하게 만드는 데는 진짜 짝이 없다니까.”송민준은 그의 말에 답하지 않고 시선을 고은서에게로 돌리며 물었다.“이혼했다고 들었는데 혹시 시후랑 함께 있을 생각이신가요?”‘소식이 빠르네.’이혼한 지 며칠 되지도 않

  • 어게인, 비긴   제452화

    “걱정하지 않아도 돼. 민아 데리고 오지 않았으니까.”송민준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말을 이어갔다.“혹시나 또 고집부리면서 기분 나쁘게 할까 봐 오늘 너희랑 만난다는고 얘기하지 않았어.”민시후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제발 좀 북제로 데려가. 해성에 계속 있게 하지 말고.”송민준은 나긋한 미소를 보이면서 답했다.“내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게다가 이미 ZY 그룹으로 출근하기로 했다던데.”그의 말을 들은 민시후는 눈살을 더 세게 찌푸렸다.“우리 아버지가 송민아를 강제로 ZY 그룹에 밀어 넣은 건 나도 별다른 방법이 없는데 나중에 또 고은서를 해치려 하거든 가만두지 않을 거야! 또다시 너랑 우리 아버지 때문에 봐주는 일은 절대 없을 거야.”고은서는 민시후를 쏘아보았다.‘나랑 송민준을 원수 사이로 만들 생각인 거야?’“뭘 쏘아봐? 내가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닌데.”민시후는 점점 더 흥분해 하며 말했다.“전에도 몇 번이고 널 협박했잖아. 심지어 간호사를 교사하여 우리 아이까지 잃게 한 사람이야. 네가 날 막지만 않았으면 내가 송민아를 가만둘 거 같아?”“...”고은서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전에 유산한 경과를 민시후에게 간단히 알려주면서 송민아랑 상관없는 일이라고 분명히 말했는데 그걸 이렇게 이용할 줄은 미처 생각 못했다.씩씩거리는 민시후를 보면서 고은서는 그가 배우를 하지 않은 게 너무 아쉽다고 속으로 감탄했다.송민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도 전문가에게 나가보라 하고 직접 민시후에게 차를 따라줬다.“전에 병원에서 있었던 일은 정말 미안해. 오늘 만나자고 한 것도 그 일 때문이야.”송민준이 말하기를 진희숙은 송민아를 친딸로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돌봐온 사람으로서 그녀가 두 사람 일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차마 보고만 있을 수 없어서 그런 모험을 했다고 한다.그리고 송민아가 간호사랑 만난 모습이 포착된 사진은 진희숙이 그녀를 불러내 우연하게 찍힌 사진이라고 한다.“민아는 처음부터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어.

  • 어게인, 비긴   제451화

    “형, 형수님이 민시후한테 별다른 마음은 없어 보이는데 걱정하지마.”“내가 무슨 걱정을 한다고 그래?”곽승재가 약간 어색해하며 말했다.“이미 이혼한 사이인데 고은서가 누구한테 마음이 가든 누구랑 있든 나랑 아무런 상관없는 일이야.”“아까 썩은 표정을 하고 경적을 울린 사람이 누군지 모르겠네.”육현석이 작은 목소리로 혼자 중얼거렸다.그러나 갑자기 차가운 시선이 느껴지면서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는 애써 웃으면서 변명거리를 찾았다.“맞아, 맞아. 형 말이 맞아. 형수님이 누구랑 있든 형이랑 이젠 아무 상관없는 일이지. 역시 이혼 같은 작은 일 때문에 속상해하는 일은 전혀 없는 우리 형, 상남자답다니까.”곽승재의 얼굴빛이 점점 더 어두워지는 걸 발견한 육현석은 이내 입을 화제를 돌렸다.“형, 형수님이 형을 보기 싫어하는 것도 화나서 그러는 거잖아. 계속 이렇게 자존심 때문에 고집부려서는 안 된다니까. 형수님한테 문자도 하고 전화도 하면서 존재감을 나타내야 할 거 아니야.”그의 말을 들은 곽승재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네가 말했다시피 날 싫어하잖아. 그런데 무슨 존재감을 나타내라는 거야?”“지금 상대방을 잊지 못하고 놓아주기 싫은 사람은 형이잖아. 그런데 아무것도 안 하고 형수님이 스스로 돌아올 것 같아? 형, 자존심 따위 버리지 않으면 형수님 영원히 돌아오지 않아.”육현석의 말을 들은 곽승재는 전에 낯선 사람 사이로 지내도 되냐고 물었을 때 아주 흔쾌히 된다고 답하던 고은서의 모습이 떠올랐다.어제 점심, 그가 스케줄을 바꾸면서까지 병원으로 찾아갔을 때 그는 고은서가 이혼해서 무척 기쁘다고 하면서 자신의 뒤담화를 하는 걸 들었다.그러나 방금전 민시후와 다정하게 장난치면서 자신을 보고서도 모르는 척하는 그녀를 생각하면 이건 자존심을 내려놓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가 아니었다. 고은서가 이젠 진짜 그에게 아무런 감정도 남지 않았다는 것이 제일 큰 문제였다.곽승재는 눈살을 질끈 찌푸리며 말했다.“내가 언제 고은서랑 다시 화해하고 싶다고 했어? 인제

  • 어게인, 비긴   제450화

    민시후는 그가 입을 열길 기다리고 있는 고은서를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고개를 홱 돌렸다.“오글거려 죽겠네.”고은서는 끝내 참지 못하고 방금전 손을 닦던 물티슈를 그를 향해 던졌다.“누가 오글거린다는 거야! 사람 호기심 불러일으켜 놓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이 짜증 나는 자식아!”“고은서!”물티슈에 얼굴을 맞은 민시후가 물티슈를 다시 주어 그녀를 향해 던지려고 할 때 뒤에서 갑자기 빵빵하는 자동차 경적소리가 들려왔다.고은서와 민시후가 동시에 고개를 돌려보니 고급 SUV 한 대가 뒤에 세워져 있었는데 그 운전석에는 육현석이 앉아있었다. 그리고 조수석에 앉은 사람은 다름 아닌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는 곽승재였다.육현석은 조심스레 그녀를 향해 손을 저으며 옆에 있는 곽승재를 힐끔힐끔 보았다. 방금 경적 소리를 낸 게 그가 아니라 곽승재인 것이 분명했다.SUV 차량 높이가 꽤 있었기에 아마 방금전에 그녀와 민시후가 장난치는 걸 본 모양이다.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가운 얼굴빛을 한 채 앉아있는 곽승재를 보며 고은서는 성가시다는 듯 몸을 홱 돌리면서 민시후에게 말했다.“초록불이야. 안 가고 뭐 해?”민시후도 차 안에 앉아있는 육현석과 곽승재를 보았다. 그는 장난기 가득한 얼굴을 하고 액셀을 밟기는커녕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백미러를 쳐다보았다.“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여기에서 볼 줄은 생각도 못 했는데.”그의 말을 들은 고은서는 전에 두 사람이 운전하면서 맞부딪친 일이 떠올랐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안전벨트를 꼭 쥐고 말했다.“민시후, 우리 약속 있는 거 잊은 거 아니지? 이상한 짓 하지마.”민시후는 불쾌하다는 듯 그녀를 보며 말했다.“이상한 짓이라니. 전에 내 차를 먼저 박은 사람은 곽승재거든.”‘네가 곽승재 차 앞에 막아서서 시비 걸지 않았으면 곽승재가 널 박을 리도 없었거든.’고은서는 너무 어이가 없었다.민시후가 조용히 넘어갈 생각이 없어 보이자 그녀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그러면 나 먼저 차에서 내려도 돼?”“너 언제부터

  • 어게인, 비긴   제449화

    민시후는 송민준과 찻집에서 만나자고 약속을 잡았다.맑은 하늘에 눈 부신 햇살, 날씨가 참 좋았다.민시후는 기사 대신 직접 하늘색 스포츠카를 운전했다.고은서는 그냥 지나칠 수 없을 정도로 눈에 띄는 스포츠카를 보며 말했다.“민 도련님, 패션 워크 보러 가는 것도 아니고 그저 레스토랑 가는 것뿐인데 굳이 이렇게 눈에 띄는 차를 운전해야 할까요?”“그냥 평범한 스포츠카일 뿐인데 어디가 눈에 띈다는 거야? 잔말 말고 얼른 타. 내가 직접 운전한다는데 영광으로 생각하라고.”민시후가 성가시다는 듯 말했다.“...”고은서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에 탔다.스포츠카가 유독 눈에 띄기는 했지만 길에 차들이 적었던 탓에 다행히도 너무 큰 이목을 끌지는 않았다.두 사람은 레스토랑으로 가는 도중에 ZY 그룹 근황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곽승재가 ZY 그룹을 타깃으로 삶고 짓누르려고 할 때 민시후가 제때 빠르게 대응을 하긴 했지만 여전히 소홀히 넘길 수 없는 영향을 받았다.“허 교수님 쪽에 의약 프로젝트가 아주 순리롭게 진행되고 있어. 후기도 꽤 괜찮고. 연구소에 투자하겠다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야.”민시후는 회사 일을 얘기할 때만은 진지했다.“대리권도 네가 쟁취해 온 거니까 융자에 관한 일도 네가 책임지고 잘 해봐.”고은서는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나 그녀는 전에 박지연한테서 곽승재가 융자에 관한 일을 백유미에게 맡길 예정이라고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가 왜 갑자기 생각을 바꾸었는지 의문스러웠다.그녀는 궁금증을 덜기 위해 민시후에게 물었다.“곽승재 아버지가 얼마 전에 귀국하셨는데 회사 일에 참여하려 했다가 곽승재한테 거절당했다고 하더라고. 아마 이번 일도 곽승재가 아버지 건의를 거절하고 직접 내린 결정일 거야.”‘그렇구나. 그런데 회장님이신 자기 아버지랑 맞붙는 거 보아서는 아마 두 사람도 사이가 별로인가 보네.’고은서는 이내 민시후 아버지가 전에 편찮다고 했던 일이 떠올랐다.“아버지는 괜찮으셔?”그녀의 말을 듣자마자 민시후는 피곤하다는

  • 어게인, 비긴   제448화

    백유미는 자신이 누군가의 함정에 걸려들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이미 사람 시켜 조사중이니 곧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게 될 것이다.“너도 말했다시피 이미 일은 발생했고 손실도 점점 더 커지고 있어. 이 말인즉슨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야. 프로젝트가 대박 나면 넌 명예랑 돈을 얻고 망하면 너랑 아무 상관이 없다? 일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백유미가 차가운 눈빛으로 원지훈을 바라보며 말했다.“프로젝트 서류에 사인한 사람은 너야. 그리고 회사 최고 결책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너고. 어떤 일이 발생하든 네가 다 책임을 져야 한단 말이야. 그렇지 않으면 네 인생은 여기서 끝이야. 너랑 네 엄마 감방으로 보내서 죽을 때까지 나오지 못하게 만들 거야.”원지훈은 백유미가 화난 김에 하는 소리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그녀가 그를 하늘 정상으로 보낼 능력이 있는 만큼 다시 그를 나락으로 끌어내릴 수 있는 능력도 충분히 있었다.“내가 어떻게 하길 원하는데요?”원지훈이 물었다.백유미는 독사처럼 살기 가득한 눈길로 그를 보며 말했다.“돈은 당연히 감당하지 못할 테고. 그런데 그 대신 네가 해줘야 할 일이 있어.”방금전까지 덤덤하던 원지훈도 점점 섬뜩해졌다.“무슨 일인데요?”“당연히 이 손해를 메꿀만한 일이지.”원지훈은 아무 답도 하지 않았다.“이 일을 별 탈 없이 해주면 이번 손해는 그냥 넘어가 줄게. 혹은 네 엄마랑 함께 죽을 때까지 감방에 들어가 있든가. 한 가지만 선택해. 삼 일 줄게. 사흘 후에 확답을 주지 않으면 너도 어떤 후과가 있을지 알고 있을 거야.”백유미는 말하고 이내 떠났다.그녀가 떠난 후, 범가온이 부랴부랴 룸으로 들어오면서 물었다.“지훈아, 괜찮아? 유미가 또 너에게 무슨 일을 시키려고 날 나가 있으라고 한 거지?”그러나 원지훈은 대답 대신 젓가락을 들고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지금 음식이 넘어가?”범가온은 호통치고는 슬쩍 문 쪽을 바라보다가 작은 목소리로 조심스레 물었다.“네가 계약 체결할 때 따로 돈 받

  • 어게인, 비긴   제447화

    “고은서 눈에 네가 들어오기나 하겠어?”백유미는 곽승재도 사랑하지 않은 고은서가 원지훈을 사랑하게 될 거라는 걸 전혀 믿지 않았다.“내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니요? 제가 다른 사람보다 못한 곳이 어디가 있다고 그런 소릴 하는 거예요? 게다가 제가 마음에 들지 않았으면 왜 저를 위해 음식까지 주문해주면서 저를 먼저 찾아오겠어요?”“그래, 유미야. 지훈이가 옛날부터 여자애들한테 인기가 많았어. 지방에서 살 때도 여러 여자애들이 얘가 좋다고 쫓아다녔는데 창업한 이후로 더 많은 여자들이 지훈이를 가지지 못해 안달이나 한다니까.”범가온은 자랑스러워하며 말했다.백유미는 그녀의 말을 들은 체도 하지 않고 눈살을 찌푸리고 원지훈에게 캐물었다.“고은서가 오늘 널 만나자고 한 이유는 뭔데?”원지훈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별일 아니었어요. 너무 오래 못 봤다고 밥 사준다고 만나자 했는데 시간 없다고 했어요.”백유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예전의 그녀였다면 지금 원지훈이 하는 말을 전혀 믿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 들어 고은서가 알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변해버렸다. 전에는 툭 건들기만 하면 펄쩍 뛰면서 화내는 사람이었는데 요즘 따라 곽승재가 무슨 일을 해도 전혀 관심 없는 태도를 보였다.심지어 민시후와 무척 가까이 지냈는데 아이가 곽승재의 아이라고 해도 두 사람이 호텔로 간 것만은 사실이었다. 그리고 현재 원지훈과 연락을 맺고 있다는 게 너무도 수상했다.‘곽승재의 이목을 끌고 그에게 새로운 인상을 남기려는 수단인 건가?’“설마 이미 고은서에게 들킨 건 아니지?”백유미가 의심스럽다는 눈길로 원지훈을 바라보며 물었다.원지훈은 약간 당황하긴 했으나 티를 내지 않고 성가시다는 듯 답했다.“뭐가 들켰다는 거예요? 처음부터 누나랑 친한 사이도 아니었잖아요. 내가 심심해서 고은서 앞에서 누나 얘기를 꺼내겠어요? 게다가 사람 뒷조사하는 거에 능하잖아요. 의심되면 조사해보면 될 거 아니에요.”나중에 조사는 해볼 것이지만 지금은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

  • 어게인, 비긴   제446화

    갑자기 들려오는 차가운 목소리에 비서는 선 자리에 그댈 얼어붙었다.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보니 곽승재가 어두운 얼굴빛을 하고 서 있었다.“대... 대표님, 제가 그 뜻이 아니라...”“그럼 무슨 뜻인데?”곽승재의 목소리에서 한기가 느껴졌다.“내가 겉으로 보기에는 완벽해 보이는데 알고 보니 쓰레기라는 뜻이 아닌가?”‘갑자기 쓰레기라는 소리가 왜 나오는 거지? 내가 하는 얘기랑 완전 다른 얘기잖아.’비서는 말문이 막혔다.“대표님, 인혜 씨는 그 뜻이 아니라...”옆에서 보고 있던 주민기가 마지못해 대신 설명하려고 할 때 곽승재가 그를 쏘아보았다.“너도 이번 달 보너스 취소야!”‘내가 뭘 잘못했다고 내 보너스까지 취소하는 거야?’주민기는 너무 어이가 없었다....레스토랑 룸.원지훈이 룸으로 들어갔을 때, 룸 안에는 차가운 표정을 한 백유미와 범가온이 앉아있었다.테이블에는 여러 음식들이 놓여 있었는데 그 누구도 입을 대지 않은 듯했다.“유미야, 우리 지훈이 화내지 마. 이 사이에 오해가 있는 게 분명해. 지훈이가 널 배신할 리가 없어.”범가온은 백유미에게 끊임없이 사과했다.반면 백유미는 걸어들어오는 원지훈을 혐오스러운 눈길로 바라보았다.“지훈아, 왜 이제야 왔어. 얼른 유미한테 설명해. 요즘 회사 일로 바삐 보낼 뿐, 유미를 배신하는 일은 절대 하지 않았다고.”원지훈은 성큼성큼 테이블로 다가가 앉으면서 말했다.“누나, 또 왜 그러는 거예요? 밥 먹자고 부른 거 아니었어요?”“밥 같은 소릴 하고 있네. 너 지금 네가 무슨 일을 했는지 몰라서 그러는 거야?”백유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사진 한 뭉치와 여러 서류들을 원지훈을 향해 던지면서 말했다.“너 대체 고은서랑 무슨 사이야? 고은서랑 개인적으로 연락한 이유는 또 뭐고?”원지훈이 서류와 사진을 들고 확인해 보니 그중에는 오늘 그가 고은서 사무실을 찾아간 모습과 전에 고은서와 복싱관에서 만난 모습이 찍혀있었다.이외에도 그가 고은서에게 연락했던 통화기록과 그녀가 그를 위

  • 어게인, 비긴   제445화

    곽승재는 무표정한 얼굴에 차가운 시선을 하고 있었다.고은서는 어젯밤 곽승재가 앞으로는 모르는 사람처럼 지내자고 했던 말을 떠올렸다.고은서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고개를 돌려버렸다.‘어차피 모르는 사람인데 굳이 해명할 필요도 없겠지. 내가 틀린 말 한 것도 아니잖아. 곽승재는 계속 백유미에게 여지를 주면서도 나랑 이혼하기 싫다는 모습을 비췄잖아. 그렇게 보면 쓰레기 같은 본성을 지녔다는 건 사실이잖아.’“대표님, 조리실 구경해 보실 건가요?”누군가가 곽승재에게 물었다.고은서는 곽승재의 답변을 듣지 못했지만 등 뒤에서 느껴지던 서늘한 기운이 사라진거로 봐서는 일행이 자리를 떴다고 생각했다.“주인공이 들을 수 있는 곳에서 험담하는 건 어떤 기분이야?”박지연이 물었다.고은서는 박지연을 향해 눈을 흘기며 답했다.“들으면 듣는 거지 뭐. 난 험담한 게 아니라 사실을 얘기한 거야.”“GS 그룹에서 시찰 나오는 게 오늘일 줄은 몰랐네. 그것도 곽승재가 직접. 은서야, 혹시 네가 병원에 있다는 말을 듣고 일부러 온 거 아닐까?”고은서는 바로 부정했다.“아니야.”박지연이 말했다.“그래도 인연인가 보네.”“그런 인연은 필요 없어.”곽승재의 등장으로 분위기가 깨진 상황에서 고은서는 더 이상 박지연을 설득하지 않았다.박지연은 언제나 자신의 주관이 뚜렷했다.또한 사람이라는 게, 남을 설득하는 것은 쉬워도 정작 자신이 같은 상황에 놓여있을 때 그런 결정을 내리는 것은 너무도 어려운 법이었다.마치 전생의 고은서와 곽승재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GS 그룹 대표실에서 주민기는 곽승재에게서 풍기는 차가운 기운을 감지했다.요즘 곽승재의 기분은 썩 좋지 않았지만 다행스럽게도 그는 화를 누르며 가엾은 직원들에게 화풀이하지 않았다.점심 식사를 마친 후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었던 곽승재는 갑자기 병원 실사를 진행하겠다고 일정을 변경했다.실사를 마치고 돌아온 곽승재의 표정은 이전보다 더 어두워져 있었다.대표실 전체에 한파가 닥친 듯했다.비서가 서류를 챙겨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