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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어게인, 비긴: Chapter 351 - Chapter 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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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1화

송민준이 민시후의 제안을 거절했다.“됐어. 일이 있어서 먼저 가야 돼.”민시후는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고 답했다.“그럼 다음에 봐.”송민준이 고은서를 한번 보고는 민시후에게 시선을 돌려 말했다.“시후야, 민아가 몇 번이나 나한테 네가 다른 여자를 좋아한다고 하소연하더라. 혹시 은서 씨야?”고은서는 송민준과 민시후의 사이가 나쁘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이런 감정적인 문제를 직접적으로 물을 리는 없기 때문이었다.송민아 앞에서는 연기할 수 있었지만 송민준 앞에서는 뭔가 내키지 않았다.“민준 씨, 저랑 시후는...”“맞아.”고은서가 해명하기도 전에 민시후가 입을 열었다.“아직 완전히 받아준 건 아니지만 너도 잘 알잖아. 이 사람한테 마음 없었으면 내 옆에 두지도 않았어.”고은서는 그 말을 듣고 있기 부끄러웠다.“민준아, 양가 어르신들한테 잘 좀 얘기해줘. 난 정말 네 동생한테 이성적인 감정이 없어. 얼른 이 정략결혼을 포기하게 만들어줘.”민시후는 조금 짜증 섞인 말투로 말을 이었다.송민준의 시선이 고은서에게로 향했다.“은서 씨, 시후 마음 알고 있어요?”송민준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압박감은 곽승재 못지않았다.비록 찔리는 구석이 있었지만 민시후에게 미움을 사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그녀는 거짓으로 말을 꾸몄다.“시후 마음 받아주지 않았어요. 시후랑 민아 씨 사이에 끼고 싶지도 않아요.”민시후의 말을 부인하지도 않으면서 본인의 입장을 밝힌 고은서였다.송민준은 별다른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하고 눈살을 찌푸리며 민시후에게 말했다.“돌아가서 민아 설득해 볼게. 어려서부터 오냐오냐하면서 키우고 어른들의 지지를 받는 혼약이다 보니 내 말을 들을지 모르겠네. 먼저 갈게.”말을 마친 송민준이 자리를 뜨자 밖에 있던 두 경호원도 그의 뒤를 따랐다.고은서와 민시후도 예약한 룸으로 돌아가려 했다.“전에 송민준 만난 적 있어?”민시후가 물었다.고은서가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만난 적 있었으면 CCTV 확인할 리가 있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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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2화

익숙한 우드향이 코끝으로 밀려왔다. 고은서가 고개를 들어 확인하니 곽승재였다.“괜찮아?”곽승재의 깊은 눈동자에는 차가운 기운이 맴돌았지만 그의 말투에는 알아채기 힘든 관심이 어려있었다.고은서가 몸을 바로 세우며 답했다.“괜찮아.”“어이구, 곽 대표 아닌가. 우연이네. 놀러 왔어?”민시후가 가벼운 말투로 물었다.곽승재는 고은서와 불과 반 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민시후를 보며 그녀를 자기 곁으로 끌어당겼다.“대표님. 얼른 와서 한잔하셔야죠!”마침 룸 쪽에서 동료가 고개를 내밀며 민시후를 불렀다.“가요.”민시후가 고은서를 바라보며 물었다.“같이 갈래?”“그래.”고은서가 막 자리를 벗어나려고 할 때 곽승재가 손을 뻗어 그녀의 가는 어깨를 감싸안으며 차가운 말투로 민시후에게 말했다.“은서는 술 못 마시니 너랑 같이 안 갈 거야.”“뭐 하는 거야!”고은서는 퉁명스럽게 곽승재를 뿌리쳤다.“상관하지 마. 누가 멋대로 결정하래.”곽승재는 자신을 피하는 고은서를 바라보며 마음의 분노를 억제하기 힘들었다.지난번 같이 밥 먹으려고 한 자리에서 그를 화나게 하고 그녀는 전화 한 통 없었다. 그런데 민시후와 다정하게 장난치더니 민시후와 함께 가기 위해 그를 밀어내고 있었으니 화가 안 날 리 없었다.“고은서, 네 주량을 몰라? 나한테 화풀이하려고 굳이 낯선 사람들이랑 술 마셔야 해?”“곽 대표, 그건 아니야.”민시후가 도발적인 말투로 답했다.“오늘 부서 모임이야. 고 매니저도 미래 투자은행의 일원으로 참석한 건데 낯선 사람은 아니지. 하지만 네가 네 와이프를 아낀다면 우리랑 함께해도 돼. 누가 술을 권하면 네가 대신 마시면 되잖아. 어때?”‘지금 강 건너 불구경하겠다는 건가? 곽승재더러 나 대신 술을 마시라고 하다니. 정말 민시후 답네.’고은서가 거절하려고 할 때 곽승재는 무뚝뚝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그러지 뭐.”“가시죠.”민시후가 곽승재를 안내했다.“승재야.”그때 등 뒤에서 부드러운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고은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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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3화

“이분은 GS 그룹의 곽 대표님이시자 고 매니저의 남편입니다.”민시후가 사람들에게 곽승재를 소개했다.민시후의 소개를 들은 사람들의 얼굴에는 믿을 수 없다는 기색이 역력했다.비록 대놓고 말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누구나 미래 투자은행과 GS 그룹은 잘 안 맞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GS 그룹 대표의 사모님을 미래 투자은행에 출근시키고 대표까지 이 자리에 데리고 오다니... 이게 무슨 상황이지?’사람들의 놀라움을 뒤로하고 곽승재는 태연하고 입을 열었다.“앞으로 제 아내 잘 부탁드립니다.”말을 마친 곽승재가 고은서를 끌어안고 푹신한 소파에 앉았다.공공장소이다 보니 고은서는 곽승재를 대놓고 밀어내지 않고 남몰래 어깨에 걸쳐진 그의 손을 밀쳐냈다.“다들 서서 뭐 해요? 얼른 곽 대표님께 술을 권해야죠?”민시후가 장난스럽게 말했다.“네. 네! 그래야죠!”눈치 빠른 젊은 남자 한 명이 곽승재에게 술을 따라주며 말했다.“제가 동료들을 대표해서 대표님께 술 한 잔 올리겠습니다.”곽승재는 긴 다리를 여유롭게 꼬고 앉아 상대방을 흘끗 쳐다보았다. 곽승재는 술잔을 바로 건네받을 생각이 없었다. 먼저 술을 권한 남자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난감해하고 있었다.곽승재를 본 고은서는 내일 자신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까 봐 잔을 받으려고 했다. 그때 곽승재가 긴 팔을 뻗어 그녀보다 먼저 잔을 건네받았다.“대표님께서는 원하시는 만큼 드시죠. 저는 존경의 의미로 원샷하겠습니다.”젊은 남자는 이내 시원하게 술잔을 비웠다.곽승재도 느긋하게 술잔을 비웠다.그의 목젖이 위아래로 움직이면서 갈색 액체는 그의 체내로 들어갔다.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민시후가 곽승재를 취하게 만들고 싶어 하는 마음을 눈치챘다. 먼저 나선 동료가 거절당하지 않은 모습을 보자 하나둘 곽승재에게 술을 권하기 시작했다.곽승재는 거절하지 않고 연거푸 몇 잔을 마셨다.고은서는 말리려다가 그가 자초한 상황이라는 생각에 입을 다물었다.또 술 두 잔을 비웠을 때 곽승재의 핸드폰이 울렸다.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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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4화

반쯤 머리가 벗겨진 남자의 술잔이 기울여지기도 전에 고은서는 손에 든 물을 그의 얼굴에 뿌렸다.고은서가 먼저 선수를 칠 줄 몰랐던 남자는 흠칫하며 손에 들고 있던 술잔을 놓쳤다.“이 년이! 감히 나한테 물을 뿌려?”반쯤 머리가 벗겨진 남자는 화가 나서 고은서의 뺨을 한 대 때리려고 손을 들었다.“멈춰!”“으악!”문을 열고 들어오던 곽승재가 싸늘하게 소리침과 동시에 민시후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그 남자의 손목을 비틀었다.손목이 비틀린 남자는 아픔에 못 이겨 민시후에게 호소했다.“아파요. 아픕니다. 민 대표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으악!”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남자가 다시 한 번 비명을 질렀고, 조금 통통한 그의 몸이 바닥을 구르기 시작했다. 곽승재가 그를 발로 차서 날려버렸기 때문이었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갑작스러운 광경에 충격을 받았고 누구도 감히 함부로 움직이지 못했다.다른 사람은 신경 쓰지 않은 곽승재가 빠른 걸음으로 고은서 곁에 다가가 물었다.“무슨 일이야?”고은서가 고개를 저으며 살짝 겁먹은 상태로 손에 쥔 빈 유리잔을 내려놓았다.민시후가 아니었다면 그녀는 하마터면 뺨을 맞을 뻔했다.자초지종을 대략 눈치챈 곽승재가 입을 열었다.“민 대표, 부하들의 소질이 모두 이 정도인가?”그는 차가운 시선으로 민시후에게 책임을 물었다.민시후는 곽승재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문 옆을 지키던 경호원을 향해 바닥을 뒹구는 남자를 가리켰다.“쫓아내. 인사팀에도 전달해서 내일 해고 절차 밟으라고 해.”반쯤 머리가 벗겨진 남자는 그 말을 듣고 번뜩 정신을 차렸다.“민 대표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가 술에 취해서 잠시 정신을 잃어서 그랬습니다. 넓은 아량으로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민시후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남자는 고은서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고 매니저님. 죄송합니다. 다시는 술 마시라고 강요하지 않겠습니다. 제발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민 대표님께 말쯤 좀...”고은서는 처음 나온 회식 자리에서 이런 불미스러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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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5화

민시후가 곽승재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곽 대표, 계속 마실 거야?”어떠한 기분인지 밖으로 드러내지 않은 곽승재가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답했다.“민 대표 기분이 모처럼 이렇게 좋은데 끝까지 함께 해드려야지. 하지만 술만 마시면 재미없으니 내기나 할까?”“무슨 내기?”민시후는 바로 관심을 보였다.“내가 이기면 해성을 떠나 북제로 돌아가.”“아, 크게 노네?”민시후가 재밌다는 듯이 웃으며 대꾸했다.“내가 이기면?”“GS 그룹 프로젝트 중에서 원하는 걸 골라.”“재미없네. 프로젝트는 내가 직접 따내면 되는데.”“그럼 뭘 원해?”“무릎 꿇고 잘못을 인정해.”곽승재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하며 되물었다.“지금 나한테 무릎 꿇으라고? 가당키나 해?”민시후의 시선에도 냉기가 돌았다.“왜? 질까 봐 무서워?”180cm 남짓한 두 남자가 수컷 늑대처럼 으르렁대는 모습을 보자 고은서는 저도 모르게 지난번 차 사고를 떠올렸다.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상황을 피하고자 그녀는 이 자리를 벗어나기로 마음먹었다.“마실 거면 둘이 마셔. 난 먼저 갈게.”“거기서!”두 사람이 동시에 말했다.“가긴 어딜 가. 남아서 증인이 돼줘야지.”민시후가 먼저 말했다.고은서가 곽승재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는 마치 심연 같았다.“너도 나랑 내기 하나 할까? 네가 이기면 이혼 서류에 바로 사인할게.”이성이 그녀에게 이건 함정이니 뛰어들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었다.하지만 유혹이 너무 컸던 탓에 고은서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무슨 내기 할 건데? 술은 안 돼.”“네가 마실 필요는 없어. 내기는 같아. 내가 민시후를 이기면 내 승리지.”고은서는 바로 알아들었다.민시후가 진다면 그녀도 지는 내기였다.“그래서 조건은?”“미래 투자은행 그만두고 GS 그룹 본사로 와.”고은서는 망설였다. 미래 투자은행에 출근하든 말든 그 사실 자체는 큰 상관이 없었다. 프로젝트는 그녀가 계속 담당할 수 있었고 민시후와의 파트너 관계도 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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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6화

그러나 아무도 그녀에게 관심이 없었다.곽승재는 행위 예술이라도 하는 듯 곧게 앉아 와인잔을 들고 우아하게 와인을 마셨다.털털한 모습 그대로인 민시후는 비스듬히 앉아 웨이터가 와인잔을 손에 쥐여주기를 기다렸다.두 사람은 시합이라도 하는 듯 열 잔이 넘도록 계속 마셨다.민시후는 전부터 술 마시고 노는데 능숙한 부잣집 도련님 행세를 많이 했었는지라 와인 열 잔씩 마시고도 표정 한 번 변하지 않는 그의 모습이 이젠 많이 익숙하기도 했다.그런데 곽승재는 달랐다. 고은서는 아무렇지 않은 듯한 그의 모습을 보며 약간 의아했다.전에 곽씨 가문 가족 모임에서는 분명히 취한 모습을 보였었다. 게다가 전생에도 술에 취한 채로 소파에 앉아 요지부동인 그의 모습을 목격한 적이 있었기에 더 믿을 수 없었다.‘술에 문제가 있나?’전에 가족 모임에서 마신 술이 소주라는 걸 번뜩 떠올린 고은서는 두 사람에게 제안했다.“XO술이 강하다고 해도 소주는 못 따르는 법. 속도가 느린 것 같은데 그냥 백주로 바꾸지 않을래?”곽승재는 고은서를 힐끗 쳐다보더니 그녀의 속셈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듯 표정이 어두워졌다.“그쪽 생각은 어때?”민시후는 상관없다는 듯 말했다.“바꾸면 되지. 나도 곽 대표 주량이 어느 정도인지 꽤 궁금했거든.”고은서는 눈에 띄지 않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소주 몇 잔만 더 마시면 곽승재가 지겠지. 이 판을 벌인 것도 곽승재인데 졌다고 행패를 부리진 않을 거야.’이내 웨이터가 테이블 위에 있는 XO술을 백주로 바꾸었다.백주의 특유한 짙은 술 냄새가 룸 안 곳곳에 퍼지기 시작했다. 술 냄새를 맡은 고은서는 속이 울렁거렸다. 전에 타들어 가는 듯한 느낌과는 달리 토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은서는 애써 괜찮은 척하면서 일어섰다.“먼저 마시고 있어. 난 화장실 갔다 올게.”그녀의 찌푸려진 미간을 발견한 곽승재가 물었다.“어디 불편한 거야?”“괜찮아.”고은서는 더는 머뭇거리지 않고 문을 열고 복도로 걸어 나갔다.시원한 바깥 공기를 마시고서야 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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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7화

임철원이 ZY그룹이 아무리 많은 노동력을 쏟아부었다고 해도 민시후를 지금처럼 여러 번이고 건드리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심지어 곽승재를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아서는 쫓겨난 후로 조용히 살아야 마땅한데 갑자기 겁도 없이 한 무리 싸움꾼들을 데리고 복수하러 온다는 게 말이 되지 않았다.‘잃을 것도 더는 없다는 건가? 아니면 다른 이유라도 있는 거야?’“어머, 다 여기에 계셨네요. 마침 잘됐네요. 우리 똑똑히 따져보자고.”고은서가 고민에 빠져있을 때 임철원이 먼저 입을 열었다.그가 데려온 사람들이 룸 안에 우르르 들어서더니 문까지 잠가 버렸다.겁에 질린 웨이터는 소파 구석으로 숨었고 백유미도 뒤걸음을 쳤다.곽승재는 고은서 앞으로 성큼 다가가 그녀 앞에 막아섰다.민시후도 차가운 표정을 한 채 다가와 물었다.“임철원, 지금 뭐하려는 거야?”“허, 뭐하려는 거겠어. 방금전에 경고했잖아, 후회할 거라고. 지금 이 상황에 놓이게 되니까 무서워?”“지금 당장 이 사람들 데리고 나가면 한 번은 봐줄게. 그렇지 않으면 어떤 후과가 있을지 당신도 잘 알 거야.”민시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너희를 건드린 덕에 시궁창으로 떨어지게 생겼는데 내가 그따위 소리에 겁먹을 것 같아? 너희도 사람 함부로 건들면 안 되는 걸 뼈저리게 느껴봐.”임철원은 싸움꾼들에게 덮치라고 손짓했다.“뭐해? 얼른 가서 혼내주지 않고. 한 명도 빠짐없이 다 혼쭐을 내주라고!”임철원의 명령을 들은 싸움꾼들이 순식간에 몰려오면서 허리 뒤에 숨겨두었던 쇠방망이를 꺼내 들었다.“고집부리지 말고 뒤에 가 있어.”곽승재는 고은서에게 당부하고는 술병을 들고 덮쳐드는 사람을 향해 휘둘렀다.옆에 있던 민시후도 망설임 없이 싸움판에 들어가 두 사람을 향해 발차기를 날렸다.고은서도 고집부리지 않고 룸 뒤쪽으로 숨으면서 해결 방법을 생각했다.곽승재와 민시후의 실력으로 혼자 서너 명을 쓰러뜨리는 건 별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싸움꾼은 무려 열세 명 정도였고 심지어 다 무기를 들고 있었다. 두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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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8화

순간, 상황이 더 심각해졌다.벌벌 떨고 있는 웨이터와 달리 백유미는 술병을 들고 곽승재를 도와주려고 했다.“옆에 물러서. 네가 낄 데가 아니야!”곽승재가 차가운 목소리로 그녀를 호통했다.그러나 연약한 듯한 그녀의 목소리에는 견고함이 담겨 있었다.“안 돼. 상대가 사람이 너무 많잖아. 네가 다치는 걸 보고만 있을 순 없어!”바로 이때, 싸움꾼 한 명이 백유미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곽승재는 놀라 비명을 지르는 백유미를 자신의 등 뒤로 끌어오면서 발로 싸움꾼을 차버렸다.그다지 좋은 타이밍은 아니지만 이 장면을 본 고은서는 저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갔다.곽승재가 지키는 사람은 그녀 한 명뿐이 아니었다. 백유미가 위험에 처하거든 그 또한 방금전처럼 나설 것이다.그러나 곽승재가 못 본 사이, 아까 술병에 머리를 맞았던 남자가 땅에서 일어나 흉측한 표정을 한 채 그녀에게 다시 덮쳤다.고은서는 재빨리 그를 향해 쇠방망이를 휘둘렀다.그러나 체격 차이가 꽤 있을 뿐만 아니라 고은서가 있는 힘껏 휘두르지 않은 탓에 남자는 뒷걸음을 치다가 이마에 피를 닦고 더 흉악한 표정으로 또다시 덮쳤다.악에 받친 남자는 성큼성큼 다가오면서 고은서가 들고 있던 쇠방망이를 내팽개쳤다.쾅 하는 소리와 함께 쇠방망이가 땅에 떨어졌다.무기를 잃은 고은서는 뒷걸음칠 수밖에 없었다. 얼굴이 피투성이가 된 남자는 땅에 있던 방망이를 들고 그녀를 내리치려고 했다.“피해!”고은서가 주인혁이 가르쳐준 호신술로 남자의 발을 공격하려고 할 때 귀가에 백유미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이어 자신과 부딪치는 커다란 힘을 못 이긴 고은서는 옆으로 넘어졌다. 그녀 몸 위로 덮친 사람은 다름 아닌 백유미였다.“으윽!”남자가 내리친 방망이를 대신 막아낸 백유미는 고통스러운 신음소리를 냈다.고은서도 큰 충격 때문에 배가 아파오면서 저도 모르게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바로 이때, 문이 열리면서 주민기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대표님! 얼른 처리해!”고은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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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9화

무언갈 떠올린 민시후는 재빨리 그녀를 안아 올리려고 했다. 그러나 곽승재가 민시후를 밀어냈다.“저리 비켜!”그는 주민기에게 백유미를 맡기고 두 손으로 땅에 있는 고은서를 안아 올리고 밖으로 걸어 나갔다.고은서는 곽승재에게 임신한 사실을 들킬까 봐 아픔을 참고 발버둥을 쳤다.“상관하지 말고 나 내려줘! 민시후, 나 병원까지 데려다줘...”“고은서!”저녁 내내 참았던 곽승재는 더는 분노를 억누를 수 없었다.엘리베이터에서 나오자마자 민시후와 다정하게 장난치는 그녀의 모습을 보았을 뿐만 아니라 또 룸에서 민시후가 그녀를 위해 자신의 부하를 꾸지람하는 것까지 보게 되었었다.그러나 현재 거의 쓰러짐에도 불구하고 고은서는 계속 민시후만 부르고 있었다.“내가 네 남편이라는 걸 잊었어?”고은서는 입술을 꼭 깨물면서도 여전히 민시후를 불렀다.“민시후 보고 데려다 달라면 돼...”“너!”곽승재는 얼굴빛이 무척 어두워졌다. 그러나 그는 더는 상관하지 않고 그녀를 안고 밖으로 나갔다.고은서가 급하게 소리 냈다.“민시... 읍!”그녀가 민시후의 이름을 부르기도 전에 곽승재가 그녀의 입술을 막아버렸다.화가 난 고은서는 숨이 차고 복통까지 더 심해져 끝내 그 자리에서 쓰러지고 말았다....얼마나 지났을까, 고은서가 깨났다.눈을 뜬 그녀는 자신이 병실에 있다는 걸 발견했다. 주변은 차가운 벽뿐이었고 손에는 링거 주삿바늘이 꽂혀 있었다. 병실과 이어진 베란다에서는 담배를 피고있는 곽승재의 모습이 보였다.고은서는 담배 피우는 그의 모습은 처음이었다.전과 같이 오만하고 당당한 태도와는 달리 그의 주변에서는 차가운 분위기가 느껴졌고 베란다에 기대어 내뿜는 담배 연기마저도 한기가 느껴지는 듯했다.쓰러지기 전에 심각한 복통을 느꼈던 고은서는 갑자기 배 속의 아이가 생각났다.‘아이는 어떻게 되었지?’그녀는 황급히 일어나 물으려고 했는데 링거 주삿바늘을 건드린 탓에 저도 모르게 신음소리를 냈다.곽승재도 그녀가 깨났을 감지하고 병실로 들어왔다.“어디 가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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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0화

한기뿐만이 아니라 억울함, 분노... 그리고 좌절감이 느껴졌다.곽승재가 말하는 새 남자가 민시후일 가능성이 있었다.‘곽승재가 나랑 민시후 사이를 오해하고 있다는 건 내 배 속의 아이가 아직 살아있다는 걸 의미하겠지?’고은서는 저도 모르게 마음이 놓였다.“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거야?”곽승재가 이를 악물고 물었다.고은서가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몇 번이고 말했다시피 전에는 내가 어리석어서 잘못된 결정을 내렸고 지금은 그 잘못된 결정을 바로잡는 것뿐이야.”“이게 네가 잘못을 바로잡는 방법이야?”곽승재는 고은서와 민시후가 함께 호텔로 들어가고 또 같이 그녀의 방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찍힌 사진을 그녀 앞에 던졌다.사진 속 민시후는 그녀와 팔짱을 끼고 가까이 붙어 있었는데 아주 다정해 보였다.전에 일부러 송민아에게 보여주려고 했던 건데 이 사진들이 곽승재 손에까지 들어가게 될 줄은 전혀 생각도 못 했다.고은서는 약간 당황하긴 했지만 그것 또한 잠시뿐이었다.민시후가 자신의 아이라고 인정하는 순간 곽승재가 두 사람 사이를 철저히 조사할 게 뻔했다. 차라리 지금처럼 오해하게 내버려 두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었다.고은서는 콧방귀를 뀌고 말했다.“이혼한다고 해놓고 번복한 사람은 당신이야. 내 탓이 아니란 말이야.”그 말을 들은 곽승재는 그녀의 턱을 잡고 한기가 서린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고은서, 그 짧은 시간도 못 견디겠단 말이야?”고은서는 전혀 꿀리지 않고 담담하게 그를 쳐다보며 답했다.“난 당신이 이미 알고 있는 줄 알았는데.”“너!”곽승재는 이를 갈았다.“그래서 대체 누구 아이야?”“이미 속에 답이 있으면서 왜 자꾸 물어보는 거야?”그녀의 턱을 잡고 있던 손의 힘이 더 강해졌다.“네 입으로 직접 말해.”턱이 아파온 고은서는 미간을 찌푸리며 그의 손을 뿌리치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그녀는 헛웃음을 치며 말했다.“내가 직접 말한다고 해도 사실은 변하지 않아. 일은 이미 일어났고 어떻게 해결할지 당신 용건이나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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