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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긴 놈이 왕이다의 모든 챕터: 챕터 151 - 챕터 160

262 챕터

제151화

장수지와 오덕화가 천문동 별장단지에 온 것은 천도준에게 아무것도 아닌 일이었다.아예 무관심했을뿐더러 거들떠볼 가치조차 없는 자들이었다.길을 걸을 때 발에 밟혀 죽는 개미가 몇 마리나 되는지 일일이 살피지 않는 것처럼 천도준에게 장수지와 오덕화는 개미나 다름없었다.용정 화원의 예약 분양으로 온 도시가 뜨겁게 들끓어 올랐고 단 하루만에 모든 집을 다 팔 것을 천도준도 진작에 예상하였다.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 바로 다음 예매를 준비해야 할 시점이었다.보히니아 체크 카드에 현금 이천억이 있었으니 전반 서천구의 재개발 프로젝트도 그에겐 식은 죽 먹기인 셈이었다. 그는 반나절이나 소모해서야 부상 때문에 한동안 회사에 나오지 않아 생긴 빈자리를 메꿀 수 있었다.그리고서 그는 이메일함을 열어 동종 업계의 사장들이 그에게 보내온 축하메일을 확인했다. 그중에서 재료상들의 초청장들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천도준은 동종 업계 사장들이 보내온 축하 메일에 일일이 정성스레 답장을 보냈다. 이 업계에서 친구를 한 명이라도 더 두는 것이 적으로 싸우는 것보다 훨씬 나았다. 그 축하가 진심이든 아니든 메일을 보낸 이상 천도준도 예의를 차릴 생각이었다.하지만 재료상들의 초청장에 그는 그저 담담히 웃으며 모조리 삭제 버튼을 눌렀다.당시 전 도시의 재료상들은 한마음 한뜻으로 똘똘 뭉쳐 정태건설을 배척했었다.그런데 지금 용정 화원이 신흥 강자로 떠오르자 다시 협력하자는 것이었다.힘들 때 나 몰라라 했던 자들이 이제 와서 친한 척 메일이라니 정말 가소롭기 짝이 없군!똑똑.노크소리가 들리나 싶더니 마영석이 안으로 들어오며 입을 열었다.“대표님, 자재의 대표님께서 대표님과 식사를 같이 하고 싶다며 응접실에 와계십니다. 어떻게...”“마 대리 생각은 어떤데?”천도준이 피식 웃으며 되물었다.그의 마음을 읽은 마영석이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그럼, 제가 알아서 잘 거절하겠습니다. 우리가 어려울 때 덩달아 우리를 배척했던 주제에 콩고물이라도 얻어먹으려는 심산인가 봅니다. 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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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화

“그만해.”천도준은 눈을 흘기며 마영석에게 핀잔을 주었다.새로 부임했다던 영일자재의 대표가 고청하라니.… 머릿속이 어지러웠다.이게 무슨 상황이지?아니 출근한다며?누가 첫 출근을 도시의 제일가는 회사의 대표님으로 해?머리를 긁적이던 천도준은 문득 전에 영일자재의 무조건적인 지지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었음을 눈치챘다.혹시... 그도 모르는 사이에 고청하의 덕을 본 것일까...“그럼 오늘 점심에 형수님을 초대하시겠어요? 아, 아니 영일자재의 대표님을 초대하시겠어요?”마영석이 헤실헤실 웃으며 말했다.계속되는 마영석의 웃음에 천도준이 미간을 와락 찌푸렸다.“한가한가 봐? 공사장에 가서 철근이나 나르지?”마영석은 어깨를 으쓱하더니 허둥지둥 사무실을 나가버렸다.천도준은 여전히 이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고청하... 서프라이즈가 커도 너무 크잖아!천도준은 잠시 망설이다가 끝내 고청하에게 전화를 걸었다.“하하하... 이 시간에 전화한 걸 보면 같이 점심 먹자는 거지?”전화기 너머로 유쾌한 고청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럼. 그런데 우리 고 대표님 시간이 있으려나 모르겠네?”천도준의 웃음기 섞인 말에 침묵하던 고청하가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어, 어떻게 알았어?”“내가 요즘 유난히 바쁘지만 않았어도 진작에 알았을 텐데.”천도준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이었다.“고청하 씨, 남자 친구인 저한테 일언반구도 없이 대표님이 되셨네요? 굉장히 섭섭해요.”“나도 전부터 말하려고 했는데 네가 날 위해 준비한 깜짝 이벤트가 하도 컸었어야 말이지. 말 꺼내기 쑥스러워서 못했던 거야.”고청하가 세상 억울한 목소리로 변명했다.“혹시 화 났어? 화 난 거 아니지? 화내지 마~”마치 억울해하며 애원하는 꼬마 여자아이같기도 했다.그녀의 애교에 마음이 풀린 천도준이 피식 웃으며 으름장을 놓았다.“남자 친구한테 점심 크게 사야 할 거야.”“물론이죠. 남자 친구님.”고청하 역시 미소로 화답했다.전화를 끊은 뒤 천도준은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지그시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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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화

천도준이 영일자재 건물 밑에서 고청하를 만났을 때 그녀는 마치 잘못을 저지른 어린아이처럼 장난스레 혀를 날름 내밀었다.“알았어. 알았어. 오늘 점심은 내가 크게 한 턱 쏜다.”천도준은 피식 웃으며 부드러운 손길로 고청하의 오똑 솟은 콧날을 간지럽혔었다.“당연하지. 날 속인 데 대한 벌이야.”그는 고청하의 집안이 무척 궁금했지만, 그녀에게 추궁하지 않았다. 고청하가 그의 “귀인”에 관해 묻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였다.두 사람은 서로 이 일에 대해 함구하고 있었다.고청하가 예약한 레스토랑에서 두 사람은 음식을 주문한 후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고청하의 신분이 밝혀진 것에 대해 전혀 어색함 없이 분위기는 매우 화기애애했다.그런데 이들이 반쯤 식사를 했을 때 불현듯 걸려 온 전화 한 통이 두 사람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깨뜨렸다.박유리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어머니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일까?천도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서둘러 전화를 받았다.“대표님, 어떡해요... 흑흑... 존 오빠가 다쳤어요...”전화를 받자마자 박유리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오자, 천도준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웠다.존이 맞았다고?말도 안 되는 소리!용병 중에서도 최정예 엘리트였던 존은 명실공히 살인의 신이었다. 그런 그가 맞으면 얼마나 맞았다고 박유리가 이렇게 다급한 목소리로 울며 그에게 전화한 것일까.“거기가 어디예요?”천도준이 사뭇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어떻게 됐든 간에 지금 당장 서둘러 그리로 가야 했다.“흑흑... 해천 리조트의 공사장이에요...”전화기 너머로 박유리의 절망적인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죄송해요.... 제가... 제가 오빠를 다치게 했어요.”뚝.전화를 끊은 그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구겼다.박유리가 어쩌다 또 공사장에...애초에 박유리를 채용할 때부터 그는 그녀가 전에 공사장에서 철근을 묶는 일을 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직장을 바꾸었는데 왜 아직도 공사장에 연루되어 있는 거지?더구나 존까지 공사장에서 다치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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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화

물론 이 모든 것은 서천구 재개발 프로젝트가 진행되기 전의 얘기였다.높은 담벼락으로 둘러싸인 채 굳게 닫혀있는 공사장의 대문에 반해 공사장 내부의 기계는 여전히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있었다.화이트 포르쉐 911 한 대가 빠른 속도로 질주해 오고 있었다.끼익!차는 굳게 닫힌 철문 앞에 멈추었다.천도준은 차가운 얼굴로 대문을 자세히 주시했다.내부는 작동하면서 대문을 굳게 닫아걸었다? 심히 수상한 일이었다.공사장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려면 수많은 화물차가 드나들어야 했다.“어이. 거기 뭣하고 섰어요? 썩 꺼지지 않고!”작업복에 안전모를 쓴 한 중년 남자가 천도준을 가리키며 호통쳤다.천도준은 비릿한 냉소를 머금으며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중년 남자는 악의 가득한 눈빛으로 천도준을 흘겨보더니 성큼성큼 걸어오며 인상을 썼다.“포르쉐 타는 게 뭐 그리 대단한 거라고. 빨리 차 빼요. 공사 기간이 늦어지면 그 쪽한테 책임을 물을 줄 알아요.”공사장에서는 공사 기간이 전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일분일초가 돈이었다.마감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공사장에 대문을 막는 차량이 나타나면 정말로 지게차로 그 차량을 밀어버릴 수도 있는 일이었다.몇억짜리 차가 대문을 가로막음으로써 지체된 시간과 부동산회사가 입게 될 손해는 고작 몇억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지금 이 상황은 달랐다. 이들은 공사 기간이 지연될까 봐 두려워하는 게 아니었다.“제가 주차해서 공사 기간을 지체시킨다고 하는데 대문을 걸어두는 것이야말로 공사 기간을 지체시키는 일이 아닌가요?”천도준이 날카로운 눈빛을 남자에게 던지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천도준의 일침에 남자의 얼굴이 험상궂게 일그러졌다.천도준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대문을 향해 걸어갔다.멍해있다가 정신을 번쩍 차린 남자는 금방이라도 뛰어 들어갈 것 같은 천도준의 태세에 즉시 쫓아가 그의 옷자락을 세게 잡아당겼다.“보아하니 괜히 트집 잡자고 온 것 같은데 여긴 당신이 행패를 부릴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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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화

공사장의 한 구석진 곳. 땅바닥은 어지러운 시멘트와 먼지로 가득했다.그때 안전모를 쓰고 손에 쇠 파이프를 든 열댓 명의 남자들이 우르르 몰려오더니 사정없이 쇠 파이프를 휘두르기 시작했다.이들 사이에서 존과 박유리는 빈틈없이 서로를 꼭 안고 있었다.존은 그의 우람함 몸으로 박유리를 단단히 감싼 채 등으로 날아드는 쇠 파이프 공격을 가만히 받고 있었다.박유리는 겁에 걸려 몸을 바들바들 떨며 눈물을 흘리면서도 손에 꼭 움켜쥔 핸드폰을 절대 놓치지 않았다.그녀는 핸드폰이 그녀와 존의 마지막 지푸라기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두 사람의 몰골은 처참했다. 옷은 찢긴 지 오래였고 박유리의 얼굴엔 퍼런 멍이, 입가에는 검붉은 핏자국이 남아있었다.존은 이미 피투성이가 되어있었다. 머리의 상처에서 아직도 피가 철철 흘러내렸고 몸은 성한 곳이 어디인지 찾아볼 수 없을 지경이었다.“흑흑... 오빠... 내가... 내가 오빠를 다치게 했어...”박유리의 자책에 존이 위로를 건네려 입을 열자 울컥 검붉은 피가 솟아 나왔다.“내가... 있잖아... 무서워하지 마...”그는 단단한 눈빛으로 싱긋 미소를 지었다.“야야. 그만해. 다 멈춰!!”날카로운 목소리가 귓전에 날아들었다.이어서 한 그림자가 사람들 틈을 비집고 들어왔다.겨우 스물일곱 남짓해 보이는 이 사내는 170의 작은 키에 다부진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길게 째진 눈매와 매부리코에서는 음산한 분위기를 풍겼다.그는 숨을 헐떡이며 존과 박유리 앞에 쭈그리고 앉더니 이미 피로 흥건한 존의 정수리를 사정없이 후려쳤다.“그러게, 왜 계집년 도와준다고 나서길 나서?! 돈을 갚지 못하면 몸으로라도 갚는 게 당연한 도리인 것을!”퍽퍽퍽...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나는지 매부리코 사내는 손바닥으로 연거푸 존의 머리를 후려쳤다.“네가 뭐 백마 탄 왕자님이야? 왜 되지도 않는 허세를 부리고 지랄일까. 너 하나 죽이는 건 일도 아니야. 나중에 헛소리 지껄이지 말고 명심해. 이 년이 내 돈을 빌리고 못 갚은 거야!”퍽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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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화

익숙한 목소리에 존과 박유리의 두 눈이 반짝였다.매부리코를 비롯한 열 명의 남자들도 화들짝 놀라 소리가 난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수트 셋업에 가죽 가두를 신은 천도준이 멀리서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서늘한 얼굴에 날카로운 눈빛이 멀리서도 범상치 않은 아우라를 풍겼다.그는 사람들을 지나 모래더미에 처참한 몰골로 쓰러져있는 존과 박유리를 바라보았다.잠자고 있던 사자의 코털을 건드리기라도 한 것처럼 천도준의 기세가 금세 포악해졌다.“천, 천도준 대표님...”매부리코 사내가 손을 비비며 아첨하는 미소를 입가에 장착했다.“저는 이 공사장의 부책임자 주환이라고 합니다. 주준용의 사촌 동생...”“허!”천도준은 냉소를 머금으며 주환을 지나쳤고 십여 명의 싸움꾼들도 무시한 채 곧바로 존과 박유리 앞으로 걸어갔다.그는 쭈그려 않은 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냐고 추궁하지도 않았다.그저 피투성이에 상처투성이가 된 존을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담담히 질책했을 뿐.“용병 출신이 지금 이게 무슨 꼴이야. 열 몇 명한테 맞았다고 이렇게 되는 게 창피하지도 않아?”“담배나 줘.”존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내 친구한테 불붙여.”천도준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돌려 현장에 있던 사람들에게 물었다.“제, 제가... 대표님, 제가 하겠습니다.”주환은 감히 그의 말을 무시하지 못하고 만면에 가식적인 미소를 지은 채 급히 다가왔다.그가 준용 건설 대표의 사촌 동생이라는 사실은 거짓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같은 업계에 종사하는 천도준 앞에서 그 신분을 들먹이며 기고만장할 수는 없었다.완전히 적으로 돌아서기 전까지 그도 할 수 있는 만큼 아부해야만 했다.존에게 담뱃불을 붙여준 주환은 눈알을 부라리며 존과 박유리를 흠씬 노려본 뒤에야 뒤로 물러섰다. 그 눈빛은 마치 다음에 걸리면 죽었다는 경고의 눈빛이었다.존은 담배를 빨아들이며 모랫바닥에 벌렁 드러눕더니 힘겹게 입에서 피를 한 움큼 토해냈다.박유리가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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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화

묵직한 목소리에 주환을 비롯한 사람들은 침을 꼴깍 삼켰다.혈혈단신으로 열 몇 명을 상대하겠다고?어림도 없는 소리…!“수트 폭도? 하, 참 나. 이렇게 나오겠다 이거지? 좋아. 어디 한번 덤벼 보라고.”주환은 험상궂은 얼굴로 이를 갈며 앞으로 손을 휘저었다.“아주 혼쭐을 내주자고!”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쇠 파이프로 무장한 사내 열 몇 명이 일제히 천도준에게 달려들었다. 뒤로 몇 걸음 물러서는 주환의 모습에 천도준은 냉소를 머금었다. 이윽고 눈빛이 차갑게 반짝이더니 빠른 발걸음으로 후퇴하는 주환을 향해 돌진했다.그는 절대 만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오씨 가문에서 내내 참고만 살았던 단 하나의 이유는 그가 오남미를 사랑했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오씨 가문을 떠난 뒤 업계에서조차 물러터진 사람이었다면 불과 3년 만에 정태건설의 부대표 자리까지 올라올 수도 없었다.그동안 견지했던 지옥 훈련은 그의 신체 조건을 월등히 업그레이드 시켜주었다. 부상투혼으로 싸운다 해도 이곳의 사내들쯤이야 가볍게 제압할 수 있었다.천도준은 섬광이 번쩍이는 것처럼 주환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주환은 기겁하며 허둥지둥 천도준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주먹을 가볍게 피하고 그의 손목을 움켜쥔 천도준은 허리를 숙여 주환의 몸을 단단히 움켜쥐었다.“흐압!!!”기합소리와 함께 주환을 위로 번쩍 들어 올린 그는 나무 막대기를 휘두르듯 제자리에서 주환을 이리저리 휘둘렀다.공포에 질린 주환의 울부짖음은 쇠 파이프를 든 다른 사내들을 뒷걸음질 치게 만들었다.천도준은 싸늘한 얼굴로 두 손으로 들어 올렸던 주환을 땅바닥에 힘껏 내던졌다.“찌그러져 있어!!”극심한 고통에 주환의 얼굴이 볼썽사납게 일그러지며 돼지 멱따는 듯한 처절한 비명을 내질렀다.주준용의 사촌 동생이라는 신분만으로 해천 리조트 공사장의 부책임자 자리까지 올랐던 주환은 평소 공사장의 작업일꾼들한테 발길질이나 할 줄 알았지 기본기조차 없는 한량이나 다름없었다. 천도준이 아니라 박유리와 싸운다 해도 맥없이 쓰러질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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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화

“대표님…” 박유리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천도준의 이런 모습을 처음 보는 그녀는 당황스럽다기보다 공포스러웠다.퇴역하기 전의 전성기 시절에도 그녀는 열댓 명의 무기를 든 타수들을 감히 상대할 수 없을 것 같았다.“별일 아니에요. 가세요.”묵직한 천도준의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울렸다.박유리가 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문득 그녀의 왼손을 움켜쥐는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오빠…”박유리는 흐릿한 초점으로 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그의 손에 끌려가다시피 자리를 떠났다.두 사람은 잰걸음으로 천도준의 뒤를 바싹 따랐다.천도준을 비켜 가려는 자들이 있으면 그들을 공격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다만 단 한 명도 예외없이 천도준의 레이더망에 걸리긴 했지만.이들의 격렬한 격투는 공사장 일꾼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일꾼들은 천도준 혼자 열댓 명을 상대하는 모습을 보며 놀라움에 입을 딱 벌렸다.과연 사람이 맞을까…?낙하산으로 들어온 주환은 공사장에서 쌈박질하는 사람들을 데리고 무리 지어 다니면서 갑질을 일삼곤 했었다.존과 박유리가 다구리를 당할 때에도 작업일꾼들이 몰려들어 구경 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아주 일상적인 한 장면일 뿐이었으니까.그런데 갑자기 주환에게 대적하는 어마어마한 상대가 나타난 것이다.그것도 간이 부어도 단단히 부은 것 같은 미친놈이!이미 절반 이상이 천도준에게 맥도 못 추고 당했고 나머지 절반은 괜히 쇠 파이프만 고쳐잡으며 감히 앞으로 돌진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천도준은 땅바닥을 뒹구는 사람들 속에 혼자 우뚝 서서 겁에 질려있는 나머지 사람들을 훑어보았다. 그는 오른손 상처에서 배어 나오는 피를 대수롭지 않게 수트에 슥 닦으며 넥타이를 더 느슨하게 풀어 젖혔다.“더 덤비려고?”너희들 따위 나에게 아무런 위협도 되지 못한다는 차가운 눈빛이었다.천도준의 한 마디는 이들에게 무엇보다도 큰 울림을 주었다.쇠 파이프 좀 잡아봤다하는 타수들이었지만 천도준의 실력은 그들과 아예 차원이 다른 수준이었다.“쳐!! 쳐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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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화

이율병원. 존은 응급실에 실려 갔다. 의사는 천도준과 박유리에게도 상처 부위를 소독해줬다. 두 사람은 응급실 밖에 앉아있었다. 수심 가득한 박유리는 걱정 가득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천도준은 눈을 지그시 감고 가만히 있다가 왼손으로 오른손 손가락 마디를 감싼 붕대 끝자락을 만지작거렸다. 30분 뒤, 존은 드디어 응급실에서 실려 나왔다. 붕대를 매만지던 천도준은 움직임을 멈추고 눈을 떴다. 존이 병실에 옮겨진 뒤, 천도준은 당부의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떴다. 천도준은 공사장에 관한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난 괜찮아. 가서 도련님이랑 얘기해 봐.” 존은 미소 지으며 불안해하는 박유리를 다독였다. 존은 박유리가 오늘의 일 때문에 천도준이 자기를 해고할까 봐 걱정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박유리는 직업을 잃으면 안 되는 처지였다. “그런데 도준 씨가 내 얘기를 듣기나 할까? 날 해고할 것 같은데......” 박유리는 울먹이며 초조한 듯 손으로 옷깃을 만지작거렸다. “도련님은 그런 분이 아니야. 단지 다른 사람의 사적인 일을 궁금해하지 않을 뿐이지.” 존은 미소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얼른 가봐.” 박유리는 고민하다가 마침내 용기 내어 천도준을 뒤따라 나섰다. 존은 천장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흐뭇하게 웃었다. “조금 전 도련님은 제법 회장님의 예전 모습 같았어......” 박유리는 초조한 나머지 병실을 나설 때 비틀거리기까지 했다. 그녀는 숨마저 가빠졌고 그 덕에 얼굴에 홍조까지 비쳤다. 박유리는 이율병원 입구에서 차에 올라타는 천도준을 발견했다. 다급해진 박유리는 천도준을 불렀다. 천도준은 포르쉐 911에서 내린 뒤, 차문을 닫았다. 그는 병원의 정원에 있는 벤치를 가리켰다.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이 산책할 수 있도록 마련된 자그마한 정원이었다. 마침 오후 시간의 정원은 한산했고 왠지 고요하기까지했다. 벤치에 앉은 뒤, 천도준은 긴장한 듯한 박유리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무슨 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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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화

천도준은 코를 만지작거리다가 일에 집중했다. 주준용이 먼저 식사를 청했으니 천도준은 당연히 응했다. 싸우느라 맞춤 정장이 다 망가졌으니 주준용에게 변상을 요구해야할 것이다. 그것 말고는 천도준이 걱정할 것은 없었다. 비록 정태건설은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그래도 준용건설과는 아직도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정태건설이 준용건설을 넘어서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만약 천도준이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면 해천 리조트 공사장에서도 주먹을 날리진 않았을 것이다. 의도가 불순한 저녁의 식사 약속에서 주준용이 어떤 수작을 부리든 천도준은 상대해 줄 준비가 되어 있었다. 천도준의 사람을 건드린다면 그 사람이 누구든 천도준은 절대 가만두지 않는 사람이었다. 잠시 뒤, 주건희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천도준은 미소 지으며 전화를 받았다. “천도준 씨, 도움이 필요한가요?” 에둘러 말할 것도 없이 주건희는 단도직입적으로 용건부터 말했다. “건희 씨한테도 소식이 전해졌나요?” 천도준은 덤덤히 웃었다. 이곳에서의 모든 일은 주건희의 손바닥 안이었다. 게다가 조금 전의 일은 작지 않은 소란을 일으켰으니 주건희가 알 법도 했다. “지금 웃음이 나와요?” 주건희는 원망하듯 말했다. “주준용이라면 저도 약간은 조심스러운데 도준 씨는 아예 주준용한테 찾아가서 열 명도 넘는 사람을 때려눕혔더라고요. 주준용 사촌 동생은 다리까지 부러졌다던데, 천도준 씨, 전에 저의 부하로 있었을 땐 왜 그 실력을 숨겼던 거죠?” “저희 쪽한테 먼저 손댄 건 주준용입니다. 반격하지 말라는 법이 따로 있나요?” 천도준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 휴대폰 너머의 주건희는 한숨을 내쉬며 잠시 침묵했다. 그제야 주건희는 천천히 말했다. “각오 단단히 해요. 주준용은 속내가 시커먼 사람이니까. 그동안 업계에서 서로 견제하는 동안 그 사람은 별의별 수작을 다 부렸어요. 손에 피까지 묻히면서요. 오늘 저녁 리빙턴 호텔 해진각에서 식사 약속이 있죠? 제가 함께 갈까요?” 천도준은 가슴이 뭉클하며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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