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도준은 코를 만지작거리다가 일에 집중했다. 주준용이 먼저 식사를 청했으니 천도준은 당연히 응했다. 싸우느라 맞춤 정장이 다 망가졌으니 주준용에게 변상을 요구해야할 것이다. 그것 말고는 천도준이 걱정할 것은 없었다. 비록 정태건설은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그래도 준용건설과는 아직도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정태건설이 준용건설을 넘어서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만약 천도준이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면 해천 리조트 공사장에서도 주먹을 날리진 않았을 것이다. 의도가 불순한 저녁의 식사 약속에서 주준용이 어떤 수작을 부리든 천도준은 상대해 줄 준비가 되어 있었다. 천도준의 사람을 건드린다면 그 사람이 누구든 천도준은 절대 가만두지 않는 사람이었다. 잠시 뒤, 주건희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천도준은 미소 지으며 전화를 받았다. “천도준 씨, 도움이 필요한가요?” 에둘러 말할 것도 없이 주건희는 단도직입적으로 용건부터 말했다. “건희 씨한테도 소식이 전해졌나요?” 천도준은 덤덤히 웃었다. 이곳에서의 모든 일은 주건희의 손바닥 안이었다. 게다가 조금 전의 일은 작지 않은 소란을 일으켰으니 주건희가 알 법도 했다. “지금 웃음이 나와요?” 주건희는 원망하듯 말했다. “주준용이라면 저도 약간은 조심스러운데 도준 씨는 아예 주준용한테 찾아가서 열 명도 넘는 사람을 때려눕혔더라고요. 주준용 사촌 동생은 다리까지 부러졌다던데, 천도준 씨, 전에 저의 부하로 있었을 땐 왜 그 실력을 숨겼던 거죠?” “저희 쪽한테 먼저 손댄 건 주준용입니다. 반격하지 말라는 법이 따로 있나요?” 천도준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 휴대폰 너머의 주건희는 한숨을 내쉬며 잠시 침묵했다. 그제야 주건희는 천천히 말했다. “각오 단단히 해요. 주준용은 속내가 시커먼 사람이니까. 그동안 업계에서 서로 견제하는 동안 그 사람은 별의별 수작을 다 부렸어요. 손에 피까지 묻히면서요. 오늘 저녁 리빙턴 호텔 해진각에서 식사 약속이 있죠? 제가 함께 갈까요?” 천도준은 가슴이 뭉클하며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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