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긴 놈이 왕이다의 모든 챕터: 챕터 141 - 챕터 150
262 챕터
제141화
이난희가 입원해 있는 동안 천도준은 자기가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된 것과 생면부지의 아버지가 그를 찾아온 일을 그녀에게 알려주지 않았다.그는 이십여 년 동안 자식을 버리고 가족을 떠난 그 사람을 언급했다가 어머니가 충격받을까 봐 걱정되었다.그러나 오늘 이 일도 어머니에게 말해줘야 했다.고청하가 서프라이즈라고 말하자, 이난희가 더 이상 캐묻지 않고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짐 정리를 마치고 퇴원 수속을 마친 뒤, 천도준을 포함한 다섯 명은 차 두 대를 나눠 타고 함께 천문동 별장 구역으로 달렸다.가는 길 내내 고청하와 박유리가 함께 해, 이난희의 기분도 아주 좋아서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천도준은 그동안 그가 겪은 일들을 어떻게 어머니에게 말해줘야 할지 마음속으로 고민하고 있었다.차가 천문동 산기슭에 오르기 시작하자 이난희의 얼굴에 번진 웃음이 놀라움으로 변했다."도준아, 새집이 천문동에 있었어?"천문동 별장 구역은 이 도시에서 집값이 비싸기로 유명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천도준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이난희가 충격받은 얼굴로 조금 창백해 보이는 입술을 달싹거렸다.그러나 결국 그녀는 말을 참았고 더 캐묻지 않았다.다만 산을 오르는 내내 이난희는 줄곧 믿기지 않는 얼굴을 했다. 차창 밖의 아름다운 경치와 새집이 있다는 것이 그녀에게 꿈꾸는 듯한 느낌이 들게 했다.그녀는 집안의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 천도준이 비록 정태건설의 부대표로 지내며 억대 연봉을 받고 있다지만, 모든 돈을 그녀의 병원비로 썼거나 오남미가 친정에 가져간 상황이었다.집에 남은 여윳돈이 정말 얼마 없었다.이번에 그녀가 간 이식수술을 받고 천도준과 오남미가 이혼하면서 이미 돈을 다 썼을 것이다.게다가 천문동 별장 구역의 집값은 매우 비쌌다.설령 천도준이 억대 연봉을 받는다고 해도 여기에 집을 살 수는 없었다.차가 산 중턱에 있는 저택 문 앞에 멈추고 나서 이난희가 고청하와 박유리의 부축을 받아 별장에 들어섰을 때, 그녀는 마침내 꿈에서 깨어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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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화
고청하가 눈동자를 반짝이며 그를 흘겨봤다."이 바보."존과 박유리는 짐을 들여놓는 것을 도왔다.이난희는 넓은 거실 소파에 홀로 앉아 눈물을 머금은 채 넋을 잃고 주위를 둘러보았다.천도준과 고청하가 들어오는 것을 본 이난희가 상냥하게 웃으며 말했다."도준아, 이 집에 테라스가 있겠지? 텔레비전에서 보니 다 있던데, 엄마를 데리고 올라가 구경시켜 주면 안 돼?""아주머니, 테라스에 바람이 차요. 아주머니는...."고청하는 이난희의 몸이 걱정돼 말렸지만, 그녀가 말을 채 끝마치기도 전에 천도준이 그녀의 손바닥을 꼭 쥐며 그녀를 말렸다."그래요, 엄마."천도준은 웃으면서 이난희를 부축해 주며 옥상 테라스로 걸어 올라갔다.그는 어머니가 테라스를 구경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를 묻고 싶어 그런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넓은 테라스 위.온갖 꽃이 만발한 채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으며, 미풍이 솔솔 불어와 꽃향기를 날리고 있었다.천도준은 이난희를 부축해 의자에 앉혀주었다.이난희는 얼굴에 웃음꽃을 피운 채 이리저리 둘러보면서 조급히 캐물으려 하지 않았다."엄마, 뭐 물어볼 거 있어요?"천도준은 그녀의 옆에 앉았다.이난희가 갑자기 손을 들어 올려 그의 팔을 탁 때리더니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너, 혹시 무슨 불법적인 일을 한 거 아니야?"‘엄마는 내가 불법적이 일을 해서 벼락부자가 된 줄 아네?’천도준은 흠칫 놀랐지만 화를 내지는 않았다.어릴 때부터 집이 아무리 가난해도 어머니는 그에게 절대 물건을 훔치거나 남의 것을 빼앗지 말고, 자신의 노력으로 일해 모든 것을 얻어야 한다고 가르쳤다.‘집안 상황이 갑자기 이렇게 좋아졌으니, 엄마가 그런 쪽으로 생각하는 것도 정상이지.’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엄마, 엄마가 나를 가르쳤잖아요? 나는 줄곧 엄마가 한 말을 잊은 적 없는데, 어찌 그런 일을 할 수 있겠어요?""그럼 이 집은 어떻게 산 거야?"이난희가 눈시울을 붉히며 주변을 가리키면서 말했다."엄마가 병이 나서 멍청해졌다고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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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화
한 마디 원망에 어머니가 이렇게 크게 화를 낼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화에 그치지 않고 손찌검까지...!어머니가 매를 든 건 어릴 적 이후로 처음이었다.“다시는 그런 말 입에 올리지 말아라. 네 아버지이자 내 남편이야. 그는 어떤 잘못도 하지 않았어!”하염없이 흐르는 눈물과는 별개로 그 어느 때보다도 단호하고 노여움에 가득 찬 눈빛이었다. “하지만 우리를 버렸잖아요! 혼자 부귀영화를 누리러 떠났잖아요!”마음속 뿌리 깊은 원망이 숨겨지지 않았다.“그동안 엄마가 얼마나 고통받았는지 그 사람이 알기나 해요? 저를 키우시느라 고생하셔서 병든 거, 아버지 없는 아들이 어려서부터 사생아라고 온갖 욕을 먹으면서 자란 걸 그 사람이 알기나 하냐고요!”“그 입 다물어!”이난희가 큰 소리로 꾸짖으며 가슴을 격렬하게 아래위로 들썩였다.“도준아, 네가 아직 어려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많아서 그래. 전엔 네가 아빠를 원망해도 엄마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이젠 너도 컸잖아. 네 아빠 때문에 우리가 그동안 힘든 일들을 겪은 게 아니야. 도준아, 아빠를 원망하면 안 돼.”이난희의 모습에 천도준은 매우 당황스러웠다.홧김에 태어나서 얼굴 한 번 보지 못했던 아버지에 대한 원망에 눈이 멀어 그만 어머니의 상태를 소홀히 하고 말았다.“엄마, 화 푸시고 숨 크게 들이쉬세요.”천도준이 다급히 그녀를 케어했다.이난희는 심호흡을 반복하며 서서히 흥분되었던 마음을 가라앉혔다.그녀는 눈물 범벅이 된 얼굴로 천도준을 바라보며 손바닥 자국이 선명하게 난 그의 볼을 쓰다듬었다.“아팠지?”가슴 아파하는 그녀의 눈빛에 천도준은 고개를 저었다. “이해가 안 돼요. 엄마가 왜 그 양심을 저버린 사람을 감싸주는지.”사그라지지 않은 분노를 억누르는 목소리가 바르르 떨리고 있었다.침묵.긴 침묵이 흘렀다.이난희는 손을 아래로 떨구며 고개를 숙였다. 추억에 잠긴 것 같기도 깊은 사색에 잠긴 것 같기도 했다.그렇게 십분이 흘렀을까.“하...”이난희가 깊은 한숨과 함께 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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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화
“네 아빠도 어쩔 수 없었을 거야. 그이는 이미 그들의 가주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게 그이의 뜻대로 되는 게 아니니까!”어머니의 흐느낌은 점점 격렬해졌다. 마치 오랫동안 가슴을 짓누르던 울분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듯싶었다.“당시 그이가 떠날 때 이수용 어르신도 함께였어, 엄마도 이수용 어르신 알아. 전에 네가 곤경에 처했을 때 어르신을 너한테 보낸 게 네 아빠의 최선이었어. 네 아빠는 언제나 마음속에 우리를 품고 있는 거야. 아니면 엄마가 목숨이 위태롭다는 걸 그이가 어떻게 알았겠어?”순간 천도준은 뭔가에 머리를 맞은 것처럼 머릿속이 새하얘졌다.그러고 보니!어머니가 가장 위태로웠던 시간에 이수용 어르신이 나타나 어머니를 구할 수 있었던 게 단지 우연의 일치라면 상황이 너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지 않는가.그가 무일푼이었을 때 갑자기 나타난 것 역시 가히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하지만 오남미가 그에게 남은 마지막 4천만 원을 가져가기 전에도 처지가 곤란하긴 마찬가지였는데...그렇게 한참이 지나고.천도준은 어머니의 울음소리가 잦아들어서야 비로소 한숨을 토해내며 담담히 물었다.“아버지... 도대체 집안에서 무슨 일을 겪었던 거예요?”“그건 나도 몰라. 너한테 얘기한 게 내가 아는 전부야.”어느새 눈이 빨갛게 부어오른 이난희가 고개를 가로저었다.천도준은 흐리멍덩해서 우두커니 그 자리에 서 있었다.그때 갑자기 눈동자가 번득이더니 문득 이수용 어르신을 처음 만났을 때 어르신에게 했었던 말이 떠올랐다.그가 어르신의 앞에서 아버지에 대한 원망을 토로할 때마다 어르신의 얼굴에 스치던 안타까움과 은은한 분노까지.다만 가주의 무게를 견딜 수 있게 그를 성장시켜 준 건 아버지에 대한 깊은 원망이었다. 이제 와서 이게 다 무슨 의미가 있을까...그는 크게 심호흡하며 머릿속에 뒤죽박죽이 된 생각들을 제쳐두고 미소를 지었다.“알았어요. 엄마.”이난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눈물을 닦았다.“네 아빠 원망하지 마. 아니면 엄마... 죽어서도 편하게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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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를 마치고 그 뒤로도 온 저택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밤이 깊었지만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던 천도준은 혼자 테라스로 나와 밤바람을 쐬었다.“도련님, 무슨 걱정거리 있으십니까?”등 뒤에서 걱정스러운 존의 목소리가 들렸다.천도준은 조용히 먼 곳을 바라보았다. 테라스에서 아래로 굽어다 보면 천문동의 야경이 한눈에 들어왔다.존의 질문에 그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담배 있어요?”존이 그의 옆으로 다가와 앉자 천도준이 물었다.존은 고개를 끄덕이며 품속에서 담배 한 갑을 꺼내어 천도준에게 한 개비 건네주었다.담배를 피우지 않는 천도준이였지만 지금 이 순간 담배에 의지하고 싶어졌다.존에게서 라이터까지 건네받고 서툴게 불을 붙인 뒤 힘껏 한 모금 빨아들였다.순간 안개가 피어오르듯 매캐한 담배연기가 페로 한가득 차오르자 천도준은 눈물이 날 정도로 심하게 기침을 해댔다.눈물을 글썽이며 담배를 내려다보던 천도준은 담배를 바닥에 던지면서 쓴웃음을 지었다.“아무래도 못 피겠네요.”“그러지 말고 저한테 얘기하셔도 됩니다.”존은 그러게 왜 피지도 못하는 담배를 피우겠다고 했냐는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수심이 가득한 천도준을 진작에 눈치챘던 그였다.천도준은 긴 의자에 누워 두 손을 머리 뒤에 베고서 하늘의 수많은 별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제가 생각했던 아버지가 진짜 아버지가 맞나 싶어서요.”전에는 아버지를 처자식을 버리고 본인의 부귀영화만 추구하는 한심한 사람이라고만 여겼었다.이수용 어르신이 나타나 그의 처지를 바꿔주고 그가 성장할 수 있도록 보좌해 줬던 것 역시 그에게는 하나의 거래로밖에 보이지 않았었다.가문의 경영권을 이어받게 될 거래 말이다.지금껏 일면식도 없었는 아버지에 대해 원망 외에는 별다른 감정이 없었던 그가 어머니의 말에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만약 정말로 아버지가 떠남으로써 모든 생사가 걸린 문제가 해결될 수 있었다면... 어쩌면 그게 최선의 방법이었을지도 모른다.그렇다면... 그때 천씨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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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화
“전장을 누빌만큼 누비고 다닌 용병들도 막상 죽음이 코앞에 닥쳐오면 두려워서 부들부들 떱니다. 하지만 도련님의 아버지처럼 태연하고 침착한 사람은 처음이었습니다. 웬만큼 그릇이 큰 사람이 아니고서야 절대 불가능한 일입니다.”경이로운 눈빛으로 말하던 존은 천도준을 바라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도련님은 회장님과 많이 닮았습니다. 아직 따라가시려면 멀었지만.”“그다음에는요?”천도준이 미간을 찡그리며 물었다.“그다음엔 2조 원의 돈을 들여 제 목숨을 사셨습니다.”“이조... 로 목숨 하나를 샀다고요? 아버지한테 충성하실만하네요.”존이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키득거렸다.“생명의 은인에 대한 보답이죠.”웃음으로 화답하던 존의 눈빛이 더욱 밝게 반짝였다. “가장 제 마음을 움직였던 건 회장님의 침착함이었습니다. 용병으로 잘나가긴 했어도 명예롭지 못한 일도 많이 했으니까요. 하지만 회장님을 따르면 얘기가 달라지죠.”“용 가는데 구름 가고 범 가는데 바람 간다... 뭐 이런 겁니까?”천도준이 피식 웃으며 물었다.“하하하... 역시 도련님 잘 아시네요.”존은 호탕한 웃음을 터뜨리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천도준도 이를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만약 입장 바꿔 그가 존의 처지였었다면 그 역시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다만 존의 입을 통해 들은 아버지는 그의 생각과 많이 다른 사람이었다.몇 만 명이 지켜보고 군탱크가 도사리고 있는 죽어마땅한 전장이었다.그런 곳에 혈혈단신으로 쳐들어가는 배짱은 보통 상인이 가질 수 있는 포스가 아니었다.“도련님, 회장님은 도련님이 생각하시는 그런 분이 아니세요.”침묵하는 천도준의 안색을 살피던 존이 다시 입을 열었다.“회장님을 모시는 사람으로서 말을 아껴야 하는 게 맞지만, 한 말씀 드리자면 회장님이 저를 도련님의 곁에 보내셨다는 건 도련님을 본인의 목숨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신다는 뜻입니다.”“왜 그렇게 말씀하시는데요?”천도준이 물었다.“저는 회장님의 유일한 최측근 경호원이었습니다.”말하는 존의 눈빛에 살기가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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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화
이튿날 아침.천도준은 날이 밝자마자 존과 함께 아침 운동에 나섰다.부상 때문에 지옥훈련은 잠시 중단하고 기본적인 웨이트 트레이닝만 했는데도 운동이 끝날 무렵이 되자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상의를 탈의한 존을 보며 천도준은 이마의 땀을 닦아냈다.“존, 자기 관리에 엄격한 편이죠?”전에 존은 지금보다 훨씬 더 혹독한 지옥훈련을 일 년 내내 하루도 빠짐없이 했었다.이걸 매일 견지한다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만약 천태영 때문에 목숨의 위협을 느끼지 못했더라면 천도준 역시 이렇게 꾸준히 운동을 견지하지 않았을 테니까.땀 범벅이 된 존의 구릿빛 피부는 싱그러운 아침 햇살 아래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정말로 구리로 만들어지기라도 한 것처럼 단단해 보이는 피부였다.존은 가슴에 맺힌 땀방울을 닦으며 미소를 지었다.“무예는 물을 거슬러 배를 젓는 것과도 같습니다.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뒤로 밀리기 마련이니 게을리해서야 되겠습니까.”두 사람은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를 나누며 집으로 돌아왔다.마침 거실을 청소하고 있던 박유리는 웃통을 벗고 있는 존의 모습에 꺅 하고 소리치며 고개를 푹 숙였다.“왜 그래?”존이 어리둥절해서 물었다.천도준은 존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그의 가슴을 팍 치면서 나지막이 귀띔해 주었다.“여자아이잖아요. 조심해야죠.”그제야 존은 다급히 옷으로 가슴을 가리며 횡설수설했다.“유리야, 미안해. 나, 나 일부러 그런 게 아니고.”박유리는 숨을 고르며 애써 태연한 척을 했다.“아니야! 괜찮아. 그나저나 오빠 가슴 근육 장난 아니다...”“보통이지, 뭐. 너도 똑같아.”존이 머리를 긁적이며 바보 같은 웃음을 지었다.천도준은 어이없는 눈빛으로 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남자와 여자의 가슴 근육이 어떻게 같을 수 있냐고.귀까지 새빨갛게 달아오른 박유리를 보며 천도준은 다급히 존의 엉덩이를 걷어찼다.“얼른 샤워하고 옷 갈아입어야죠?”존은 어안이 벙벙했지만 감히 천도준에게 반항하지 못하고 그의 방으로 돌아가는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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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화
“당신...”말린 다고 그의 말을 들을 장수지가 아니었기에 오덕화는 그저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두 사람은 선물 꾸러미들을 두 손 가득 들고 어깨를 으쓱거리며 별장단지의 입구로 걸어갔다.입구에서 경비를 서던 두 경비원이 서로 마주 보며 의혹스러운 눈길을 주고받았다.천문동 별장단지에서 경비원을 할 수 있는 자들은 모두 관리사무소에서 엄선해낸 능력자들이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한 달에 400만 원의 월급을 준다 하면 충분히 프로 경비원을 골라낼 수 있었다.두 사람은 장수지와 오덕화를 처음 본 순간부터 그들이 별장단지의 입주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챘다.얼마 안 되어 장수지와 오덕화가 입구에 도착했다.“저기요! 그래요. 바로 당신, 빨리빨리 문 안 열어주고 뭐 하는 거예요?”장수지가 목을 빼들고 호통을 쳤다.가만히 있다가 봉변을 당했지만 경비원은 여전히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어떻게든 별장단지의 입주민에게서 뭐라도 뜯어먹으려는 친척들이 이곳에 찾아오는 일들이 비일비재했었기 때문이었다.단 한 번의 호통에 버럭 화를 낸다면 그건 프로가 아니었다.“죄송하지만 저희 별장단지 규정상 안으로 들어가시려면 카드로 신분을 확인받으셔야 합니다. 만약 안에 친척분께서 살고 계신대도 저희한테 확인을 받은 뒤에야 안으로 들어가실 수 있습니다.”경비원이 장수지의 앞으로 다가가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경비원의 말에 장수지와 오덕화는 서로를 마주 보며 이맛살을 찌푸렸다.오덕화가 못마땅한 손길로 장수지의 옷자락을 잡아당기자 장수지는 차갑게 그의 손을 쳐내며 보안을 향해 입을 열었다.“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지금 우리 짐 많은 거 안 보여요? 내 사위가 안에서 산다니까? 난 내 사위 보러 왔다고요!”“사위분 몇 동 몇 호에 사시는 지 알려주시겠습니까? 저희가 연락 도와드리겠습니다. 물론 직접 연락하셔도 되고요.”연락?연락 같은 소리 하고 있네!장수지는 속에서 부글부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천도준이 별장단지의 최고급 별장에 산다는 것만 알았지 상세한 주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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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화
관리사무소 팀장의 말을 듣고 난 천도준의 입가에 비릿한 냉소가 걸렸다.3년의 결혼생활 동안 오씨 가문 네 사람이 어떤 사람들인지 훤히 꿰고 있었던 그는 천문동 별장단지에 입주하기 전 미리 관리사무소에 언질을 주었었다.만약 장수지가 막무가내로 들어오겠다고 한다면 절대 어머니에게 알리지 말고 그에게 연락하라고 당부했었다.비록 고비는 넘겼지만 어머니가 회복 중에 큰 충격을 받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더구나 이건 그의 개인적인 일이기도 했고.그동안 충분히 힘들었을 어머니에게 또 다른 걱정거리를 안겨주고 싶지 않았다.“천도준 씨, 어떻게 처리할까요?”관리사무소 팀장이 물었다.“독신인 저에게 장모님이 어디 있겠습니까?”천도준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되물었다.“알겠습니다. 그렇게 처리하겠습니다.”관리사무소 팀장이 몇 초 침묵하다가 대답했다.전화를 끊은 천도준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도 싸늘했다.그는 우유부단한 사람이 아니었다. 오남미와는 진작에 모든 걸 끝냈었다.전에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오씨 가문이었기에 이젠 그가 갚아줄 차례였다.감히 그를 넘볼 수 없게 문턱도 넘게 못하게 할 작정이였이다.천문동 별장단지 관리사무소.전화를 끊은 뒤 팀장의 눈빛이 번뜩였다.천문동의 별장은 물론 관리 사무실 역시 주건희가 직접적으로 관리하는 것들이었다. 천도준이 천문동의 별장을 구매했을 때 주건희는 부동산의 대표를 건너뛰고 관리사무소 팀장에게 친히 천도준의 일을 명령했었다.때문에 관리사무소 팀장도 천도준의 과거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는바였다.그는 별장단지의 대문 앞에서 난동을 부리는 남녀가 확실히 천도준의 장인 장모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주건희에게서 그들이 천도준에게 어떤 악행을 저질렀는지 또한 익히 들어 잘 알고 있었다.“천도준 씨 어머니의 수술비까지 등 처먹으려던 인간들이 어디서 빌붙으려고!! 낯짝도 두껍지!”팀장은 썩소를 지으며 인터폰을 들고 명령을 내렸다.“당장 쫓아내!”별장단지 대문 앞은 그야말로 야단법석이었다.장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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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화
장수지가 번쩍 들어 올린 손이 금방이라도 경비원에게 닿으려는 찰나.아까 연락한 관리사무소와 연결된 인터폰에서 호통소리가 들려왔다.“당장 쫓아내!”팀장의 목소리에 속으로 참을 인을 족히 삼백 번은 새겼던 경비원이 두 눈을 부릅떴다.장수지가 멈출 생각이 없어 보이자 그중 한 경비원이 무지막지한 장수지의 팔을 덥석 움켜 쥐였다.“못 들었습니까? 저희 팀장님께서 당장 쫓아내랍니다.”“어머, 어머. 지금 감히 날 막았어?”경비원이 못 막을 걸 막기라도 한 것처럼 장수지가 소리를 빽 질렀다.“집 지키는 개 주제에 감히 날 막아?”소리를 지르며 그녀는 다른 한 손으로 경비원의 얼굴을 할퀴었다.“악!!”미처 그녀를 막지 못한 경비원의 얼굴에 깊은 생채기가 났다. 손톱자국에서 피가 배어 나오고 있었다. 아픔을 참으며 그는 장수지의 손목을 힘껏 뿌리쳤다.장수지는 외마디 비명을 내지르더니 비틀거리며 뒤로 두 발짝 물러서다가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모두의 예상을 뛰어넘고 장수지는 아예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대성통곡을 하기 시작했다.“아이고... 사람 잡네, 사람 잡아. 천문동 별장단지의 경비원이 폭행을 휘두르네... 아이고... 누가 빨리 와보세요...”처절한 절규와 눈물 범벅이 된 얼굴.누가 보면 그녀를 피해자라고 생각할 만큼 메서드 눈물 연기를 펼치고 있었다.얼굴에 상처를 입은 경비원은 멍한 표정으로 두 눈만 끔벅였다.다른 경비원도 어이가 없긴 마찬가지였다.경비원으로 일하면서 무례한 사람은 여럿 봤어도 이렇게 파렴치한 인간은 처음이었다.구경꾼들도 모두 어안이 벙벙해졌다.몇 초 정적이 흐르더니 구경꾼들 사이에서 분노에 찬 비난 소리가 터져 나왔다.“어떻게 저렇게 뻔뻔해?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우리 천문동 별장단지에 어떻게 저런 인간이 다 있어요?”“교양 수준하고는. 경비 아저씨들 겁먹지 말아요. 오늘 이 일이 커진다 해도 우리가 다 증인이니까!”“아유, 품격 떨어져. 어디서 이런 막돼먹은 아줌마가 굴러온 거예요?”구경꾼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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