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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화

“네 아빠도 어쩔 수 없었을 거야. 그이는 이미 그들의 가주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게 그이의 뜻대로 되는 게 아니니까!”

어머니의 흐느낌은 점점 격렬해졌다. 마치 오랫동안 가슴을 짓누르던 울분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듯싶었다.

“당시 그이가 떠날 때 이수용 어르신도 함께였어, 엄마도 이수용 어르신 알아. 전에 네가 곤경에 처했을 때 어르신을 너한테 보낸 게 네 아빠의 최선이었어. 네 아빠는 언제나 마음속에 우리를 품고 있는 거야. 아니면 엄마가 목숨이 위태롭다는 걸 그이가 어떻게 알았겠어?”

순간 천도준은 뭔가에 머리를 맞은 것처럼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그러고 보니!

어머니가 가장 위태로웠던 시간에 이수용 어르신이 나타나 어머니를 구할 수 있었던 게 단지 우연의 일치라면 상황이 너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지 않는가.

그가 무일푼이었을 때 갑자기 나타난 것 역시 가히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하지만 오남미가 그에게 남은 마지막 4천만 원을 가져가기 전에도 처지가 곤란하긴 마찬가지였는데...

그렇게 한참이 지나고.

천도준은 어머니의 울음소리가 잦아들어서야 비로소 한숨을 토해내며 담담히 물었다.

“아버지... 도대체 집안에서 무슨 일을 겪었던 거예요?”

“그건 나도 몰라. 너한테 얘기한 게 내가 아는 전부야.”

어느새 눈이 빨갛게 부어오른 이난희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천도준은 흐리멍덩해서 우두커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때 갑자기 눈동자가 번득이더니 문득 이수용 어르신을 처음 만났을 때 어르신에게 했었던 말이 떠올랐다.

그가 어르신의 앞에서 아버지에 대한 원망을 토로할 때마다 어르신의 얼굴에 스치던 안타까움과 은은한 분노까지.

다만 가주의 무게를 견딜 수 있게 그를 성장시켜 준 건 아버지에 대한 깊은 원망이었다. 이제 와서 이게 다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는 크게 심호흡하며 머릿속에 뒤죽박죽이 된 생각들을 제쳐두고 미소를 지었다.

“알았어요. 엄마.”

이난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눈물을 닦았다.

“네 아빠 원망하지 마. 아니면 엄마... 죽어서도 편하게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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