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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화

작가: 마태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천도준이 영일자재 건물 밑에서 고청하를 만났을 때 그녀는 마치 잘못을 저지른 어린아이처럼 장난스레 혀를 날름 내밀었다.

“알았어. 알았어. 오늘 점심은 내가 크게 한 턱 쏜다.”

천도준은 피식 웃으며 부드러운 손길로 고청하의 오똑 솟은 콧날을 간지럽혔었다.

“당연하지. 날 속인 데 대한 벌이야.”

그는 고청하의 집안이 무척 궁금했지만, 그녀에게 추궁하지 않았다. 고청하가 그의 “귀인”에 관해 묻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은 서로 이 일에 대해 함구하고 있었다.

고청하가 예약한 레스토랑에서 두 사람은 음식을 주문한 후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고청하의 신분이 밝혀진 것에 대해 전혀 어색함 없이 분위기는 매우 화기애애했다.

그런데 이들이 반쯤 식사를 했을 때 불현듯 걸려 온 전화 한 통이 두 사람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깨뜨렸다.

박유리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

어머니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일까?

천도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서둘러 전화를 받았다.

“대표님, 어떡해요... 흑흑... 존 오빠가 다쳤어요...”

전화를 받자마자 박유리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오자, 천도준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존이 맞았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용병 중에서도 최정예 엘리트였던 존은 명실공히 살인의 신이었다. 그런 그가 맞으면 얼마나 맞았다고 박유리가 이렇게 다급한 목소리로 울며 그에게 전화한 것일까.

“거기가 어디예요?”

천도준이 사뭇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

어떻게 됐든 간에 지금 당장 서둘러 그리로 가야 했다.

“흑흑... 해천 리조트의 공사장이에요...”

전화기 너머로 박유리의 절망적인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죄송해요.... 제가... 제가 오빠를 다치게 했어요.”

뚝.

전화를 끊은 그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구겼다.

박유리가 어쩌다 또 공사장에...

애초에 박유리를 채용할 때부터 그는 그녀가 전에 공사장에서 철근을 묶는 일을 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직장을 바꾸었는데 왜 아직도 공사장에 연루되어 있는 거지?

더구나 존까지 공사장에서 다치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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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이 모든 것은 서천구 재개발 프로젝트가 진행되기 전의 얘기였다.높은 담벼락으로 둘러싸인 채 굳게 닫혀있는 공사장의 대문에 반해 공사장 내부의 기계는 여전히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있었다.화이트 포르쉐 911 한 대가 빠른 속도로 질주해 오고 있었다.끼익!차는 굳게 닫힌 철문 앞에 멈추었다.천도준은 차가운 얼굴로 대문을 자세히 주시했다.내부는 작동하면서 대문을 굳게 닫아걸었다? 심히 수상한 일이었다.공사장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려면 수많은 화물차가 드나들어야 했다.“어이. 거기 뭣하고 섰어요? 썩 꺼지지 않고!”작업복에 안전모를 쓴 한 중년 남자가 천도준을 가리키며 호통쳤다.천도준은 비릿한 냉소를 머금으며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중년 남자는 악의 가득한 눈빛으로 천도준을 흘겨보더니 성큼성큼 걸어오며 인상을 썼다.“포르쉐 타는 게 뭐 그리 대단한 거라고. 빨리 차 빼요. 공사 기간이 늦어지면 그 쪽한테 책임을 물을 줄 알아요.”공사장에서는 공사 기간이 전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일분일초가 돈이었다.마감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공사장에 대문을 막는 차량이 나타나면 정말로 지게차로 그 차량을 밀어버릴 수도 있는 일이었다.몇억짜리 차가 대문을 가로막음으로써 지체된 시간과 부동산회사가 입게 될 손해는 고작 몇억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지금 이 상황은 달랐다. 이들은 공사 기간이 지연될까 봐 두려워하는 게 아니었다.“제가 주차해서 공사 기간을 지체시킨다고 하는데 대문을 걸어두는 것이야말로 공사 기간을 지체시키는 일이 아닌가요?”천도준이 날카로운 눈빛을 남자에게 던지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천도준의 일침에 남자의 얼굴이 험상궂게 일그러졌다.천도준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대문을 향해 걸어갔다.멍해있다가 정신을 번쩍 차린 남자는 금방이라도 뛰어 들어갈 것 같은 천도준의 태세에 즉시 쫓아가 그의 옷자락을 세게 잡아당겼다.“보아하니 괜히 트집 잡자고 온 것 같은데 여긴 당신이 행패를 부릴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팍

  • 이긴 놈이 왕이다   제15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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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긴 놈이 왕이다   제156화

    익숙한 목소리에 존과 박유리의 두 눈이 반짝였다.매부리코를 비롯한 열 명의 남자들도 화들짝 놀라 소리가 난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수트 셋업에 가죽 가두를 신은 천도준이 멀리서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서늘한 얼굴에 날카로운 눈빛이 멀리서도 범상치 않은 아우라를 풍겼다.그는 사람들을 지나 모래더미에 처참한 몰골로 쓰러져있는 존과 박유리를 바라보았다.잠자고 있던 사자의 코털을 건드리기라도 한 것처럼 천도준의 기세가 금세 포악해졌다.“천, 천도준 대표님...”매부리코 사내가 손을 비비며 아첨하는 미소를 입가에 장착했다.“저는 이 공사장의 부책임자 주환이라고 합니다. 주준용의 사촌 동생...”“허!”천도준은 냉소를 머금으며 주환을 지나쳤고 십여 명의 싸움꾼들도 무시한 채 곧바로 존과 박유리 앞으로 걸어갔다.그는 쭈그려 않은 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냐고 추궁하지도 않았다.그저 피투성이에 상처투성이가 된 존을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담담히 질책했을 뿐.“용병 출신이 지금 이게 무슨 꼴이야. 열 몇 명한테 맞았다고 이렇게 되는 게 창피하지도 않아?”“담배나 줘.”존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내 친구한테 불붙여.”천도준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돌려 현장에 있던 사람들에게 물었다.“제, 제가... 대표님, 제가 하겠습니다.”주환은 감히 그의 말을 무시하지 못하고 만면에 가식적인 미소를 지은 채 급히 다가왔다.그가 준용 건설 대표의 사촌 동생이라는 사실은 거짓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같은 업계에 종사하는 천도준 앞에서 그 신분을 들먹이며 기고만장할 수는 없었다.완전히 적으로 돌아서기 전까지 그도 할 수 있는 만큼 아부해야만 했다.존에게 담뱃불을 붙여준 주환은 눈알을 부라리며 존과 박유리를 흠씬 노려본 뒤에야 뒤로 물러섰다. 그 눈빛은 마치 다음에 걸리면 죽었다는 경고의 눈빛이었다.존은 담배를 빨아들이며 모랫바닥에 벌렁 드러눕더니 힘겹게 입에서 피를 한 움큼 토해냈다.박유리가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존의

  • 이긴 놈이 왕이다   제157화

    묵직한 목소리에 주환을 비롯한 사람들은 침을 꼴깍 삼켰다.혈혈단신으로 열 몇 명을 상대하겠다고?어림도 없는 소리…!“수트 폭도? 하, 참 나. 이렇게 나오겠다 이거지? 좋아. 어디 한번 덤벼 보라고.”주환은 험상궂은 얼굴로 이를 갈며 앞으로 손을 휘저었다.“아주 혼쭐을 내주자고!”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쇠 파이프로 무장한 사내 열 몇 명이 일제히 천도준에게 달려들었다. 뒤로 몇 걸음 물러서는 주환의 모습에 천도준은 냉소를 머금었다. 이윽고 눈빛이 차갑게 반짝이더니 빠른 발걸음으로 후퇴하는 주환을 향해 돌진했다.그는 절대 만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오씨 가문에서 내내 참고만 살았던 단 하나의 이유는 그가 오남미를 사랑했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오씨 가문을 떠난 뒤 업계에서조차 물러터진 사람이었다면 불과 3년 만에 정태건설의 부대표 자리까지 올라올 수도 없었다.그동안 견지했던 지옥 훈련은 그의 신체 조건을 월등히 업그레이드 시켜주었다. 부상투혼으로 싸운다 해도 이곳의 사내들쯤이야 가볍게 제압할 수 있었다.천도준은 섬광이 번쩍이는 것처럼 주환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주환은 기겁하며 허둥지둥 천도준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주먹을 가볍게 피하고 그의 손목을 움켜쥔 천도준은 허리를 숙여 주환의 몸을 단단히 움켜쥐었다.“흐압!!!”기합소리와 함께 주환을 위로 번쩍 들어 올린 그는 나무 막대기를 휘두르듯 제자리에서 주환을 이리저리 휘둘렀다.공포에 질린 주환의 울부짖음은 쇠 파이프를 든 다른 사내들을 뒷걸음질 치게 만들었다.천도준은 싸늘한 얼굴로 두 손으로 들어 올렸던 주환을 땅바닥에 힘껏 내던졌다.“찌그러져 있어!!”극심한 고통에 주환의 얼굴이 볼썽사납게 일그러지며 돼지 멱따는 듯한 처절한 비명을 내질렀다.주준용의 사촌 동생이라는 신분만으로 해천 리조트 공사장의 부책임자 자리까지 올랐던 주환은 평소 공사장의 작업일꾼들한테 발길질이나 할 줄 알았지 기본기조차 없는 한량이나 다름없었다. 천도준이 아니라 박유리와 싸운다 해도 맥없이 쓰러질 정

  • 이긴 놈이 왕이다   제158화

    “대표님…” 박유리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천도준의 이런 모습을 처음 보는 그녀는 당황스럽다기보다 공포스러웠다.퇴역하기 전의 전성기 시절에도 그녀는 열댓 명의 무기를 든 타수들을 감히 상대할 수 없을 것 같았다.“별일 아니에요. 가세요.”묵직한 천도준의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울렸다.박유리가 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문득 그녀의 왼손을 움켜쥐는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오빠…”박유리는 흐릿한 초점으로 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그의 손에 끌려가다시피 자리를 떠났다.두 사람은 잰걸음으로 천도준의 뒤를 바싹 따랐다.천도준을 비켜 가려는 자들이 있으면 그들을 공격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다만 단 한 명도 예외없이 천도준의 레이더망에 걸리긴 했지만.이들의 격렬한 격투는 공사장 일꾼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일꾼들은 천도준 혼자 열댓 명을 상대하는 모습을 보며 놀라움에 입을 딱 벌렸다.과연 사람이 맞을까…?낙하산으로 들어온 주환은 공사장에서 쌈박질하는 사람들을 데리고 무리 지어 다니면서 갑질을 일삼곤 했었다.존과 박유리가 다구리를 당할 때에도 작업일꾼들이 몰려들어 구경 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아주 일상적인 한 장면일 뿐이었으니까.그런데 갑자기 주환에게 대적하는 어마어마한 상대가 나타난 것이다.그것도 간이 부어도 단단히 부은 것 같은 미친놈이!이미 절반 이상이 천도준에게 맥도 못 추고 당했고 나머지 절반은 괜히 쇠 파이프만 고쳐잡으며 감히 앞으로 돌진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천도준은 땅바닥을 뒹구는 사람들 속에 혼자 우뚝 서서 겁에 질려있는 나머지 사람들을 훑어보았다. 그는 오른손 상처에서 배어 나오는 피를 대수롭지 않게 수트에 슥 닦으며 넥타이를 더 느슨하게 풀어 젖혔다.“더 덤비려고?”너희들 따위 나에게 아무런 위협도 되지 못한다는 차가운 눈빛이었다.천도준의 한 마디는 이들에게 무엇보다도 큰 울림을 주었다.쇠 파이프 좀 잡아봤다하는 타수들이었지만 천도준의 실력은 그들과 아예 차원이 다른 수준이었다.“쳐!! 쳐란 말이야!”

  • 이긴 놈이 왕이다   제159화

    이율병원. 존은 응급실에 실려 갔다. 의사는 천도준과 박유리에게도 상처 부위를 소독해줬다. 두 사람은 응급실 밖에 앉아있었다. 수심 가득한 박유리는 걱정 가득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천도준은 눈을 지그시 감고 가만히 있다가 왼손으로 오른손 손가락 마디를 감싼 붕대 끝자락을 만지작거렸다. 30분 뒤, 존은 드디어 응급실에서 실려 나왔다. 붕대를 매만지던 천도준은 움직임을 멈추고 눈을 떴다. 존이 병실에 옮겨진 뒤, 천도준은 당부의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떴다. 천도준은 공사장에 관한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난 괜찮아. 가서 도련님이랑 얘기해 봐.” 존은 미소 지으며 불안해하는 박유리를 다독였다. 존은 박유리가 오늘의 일 때문에 천도준이 자기를 해고할까 봐 걱정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박유리는 직업을 잃으면 안 되는 처지였다. “그런데 도준 씨가 내 얘기를 듣기나 할까? 날 해고할 것 같은데......” 박유리는 울먹이며 초조한 듯 손으로 옷깃을 만지작거렸다. “도련님은 그런 분이 아니야. 단지 다른 사람의 사적인 일을 궁금해하지 않을 뿐이지.” 존은 미소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얼른 가봐.” 박유리는 고민하다가 마침내 용기 내어 천도준을 뒤따라 나섰다. 존은 천장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흐뭇하게 웃었다. “조금 전 도련님은 제법 회장님의 예전 모습 같았어......” 박유리는 초조한 나머지 병실을 나설 때 비틀거리기까지 했다. 그녀는 숨마저 가빠졌고 그 덕에 얼굴에 홍조까지 비쳤다. 박유리는 이율병원 입구에서 차에 올라타는 천도준을 발견했다. 다급해진 박유리는 천도준을 불렀다. 천도준은 포르쉐 911에서 내린 뒤, 차문을 닫았다. 그는 병원의 정원에 있는 벤치를 가리켰다.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이 산책할 수 있도록 마련된 자그마한 정원이었다. 마침 오후 시간의 정원은 한산했고 왠지 고요하기까지했다. 벤치에 앉은 뒤, 천도준은 긴장한 듯한 박유리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무슨 일이에요?

  • 이긴 놈이 왕이다   제160화

    천도준은 코를 만지작거리다가 일에 집중했다. 주준용이 먼저 식사를 청했으니 천도준은 당연히 응했다. 싸우느라 맞춤 정장이 다 망가졌으니 주준용에게 변상을 요구해야할 것이다. 그것 말고는 천도준이 걱정할 것은 없었다. 비록 정태건설은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그래도 준용건설과는 아직도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정태건설이 준용건설을 넘어서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만약 천도준이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면 해천 리조트 공사장에서도 주먹을 날리진 않았을 것이다. 의도가 불순한 저녁의 식사 약속에서 주준용이 어떤 수작을 부리든 천도준은 상대해 줄 준비가 되어 있었다. 천도준의 사람을 건드린다면 그 사람이 누구든 천도준은 절대 가만두지 않는 사람이었다. 잠시 뒤, 주건희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천도준은 미소 지으며 전화를 받았다. “천도준 씨, 도움이 필요한가요?” 에둘러 말할 것도 없이 주건희는 단도직입적으로 용건부터 말했다. “건희 씨한테도 소식이 전해졌나요?” 천도준은 덤덤히 웃었다. 이곳에서의 모든 일은 주건희의 손바닥 안이었다. 게다가 조금 전의 일은 작지 않은 소란을 일으켰으니 주건희가 알 법도 했다. “지금 웃음이 나와요?” 주건희는 원망하듯 말했다. “주준용이라면 저도 약간은 조심스러운데 도준 씨는 아예 주준용한테 찾아가서 열 명도 넘는 사람을 때려눕혔더라고요. 주준용 사촌 동생은 다리까지 부러졌다던데, 천도준 씨, 전에 저의 부하로 있었을 땐 왜 그 실력을 숨겼던 거죠?” “저희 쪽한테 먼저 손댄 건 주준용입니다. 반격하지 말라는 법이 따로 있나요?” 천도준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 휴대폰 너머의 주건희는 한숨을 내쉬며 잠시 침묵했다. 그제야 주건희는 천천히 말했다. “각오 단단히 해요. 주준용은 속내가 시커먼 사람이니까. 그동안 업계에서 서로 견제하는 동안 그 사람은 별의별 수작을 다 부렸어요. 손에 피까지 묻히면서요. 오늘 저녁 리빙턴 호텔 해진각에서 식사 약속이 있죠? 제가 함께 갈까요?” 천도준은 가슴이 뭉클하며 감동

  • 이긴 놈이 왕이다   제161화

    어둠이 깔리자 도시에는 화려한 불빛이 켜졌다. 천도준이 리빙턴 호텔에 도착했을 때쯤, 주차장은 이미 비싼 외제차로 붐볐다.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천도준은 해진각으로 갔다. 해진각 문 앞에는 정장 차림의 건장한 젊은이가 선글라스를 낀 채 서 있었다. 두 사람은 천도준을 발견하고는 냉큼 해진각의 문을 열었다. 가야금 소리가 천도준의 귓가에 들려왔다. 천도준은 머쓱하게 코를 문지르며 미소 지었다. “이 노래는 ‘사방잠복’?” 널찍한 해진각 내부에는 산 조형물과 그 사이를 흐르는 시냇물 인테리어도 있었다. 물안개까지 피어오르는 황홀한 풍경이 펼쳐졌고 공기 중에는 옅은 솔잎향이 풍겼다. 고즈넉하고 분위기 있는 공간이었다. 널찍한 원형 테이블 앞에는 정장 차림의 민머리 중년 남자가 앉아 있었다. 선글라스를 낀 그는 덤덤하게 중앙 자리에 앉아있었다. 그의 뒤에는 그와 마찬가지로 정장에 선글라스를 낀 젊은이 둘이 서 있었다. 천도준은 민머리 중년 남자를 보며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주 대표님, 밤에 웬 선글라스예요? 안 어두워요?” “천 대표님이 걱정할 건 아닐 텐데요.” 주준용이 선글라스를 벗자 독기 가득한 두 눈이 드러났다. 그는 천도준을 노려보다가 손짓하며 말했다. “앉으시죠, 주 대표님.” 주준용이 가리킨 자리는 입구와 가까운 자리였다. 테이블에 앉는 순서로 따지면 그 자리는 가장 볼품없는 자리였다. 천도준은 덤덤히 웃었다. 계략이 있는 식사 자리인 데다가 재생하고 있는 음악의 제목마저도 ‘사방 잠복’이라니, 천도준은 주준용이 이처럼 디테일한 사람인 줄 몰랐다. 자리에 앉은 뒤, 주준용은 이어질 절차를 안내하듯 손짓하며 말했다. “식사하시죠.” “좋습니다.” 천도준은 젓가락을 들고 음식을 집으려 했다. 그 순간, 주준용은 테이블을 회전시켰다. 천도준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주준용을 바라보았다. “아, 음식을 집어 가는 줄 모르고 테이블을 돌렸네요.” 주준용은 또다시 안내하듯 손짓하며 말했다. “식사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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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긴 놈이 왕이다   제262화

    이은화는 분노했다. “그럼 우리 청하가 중간에 껴서 난처해하는 모습을 눈 뜨고 보고만 있겠단 말이에요? 아빠라는 사람이, 어떻게 이 중요한 순간에 딸을 전혀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어요?”“알았어.”고덕화는 한숨을 푹 쉬었다. 어쨌든 동의한 셈이다. “그저 여기에서 며칠 더 묵었을 뿐이야. 천씨 가문쪽과의 협의를 또 지체해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 돼.”고덕화는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천씨 가문의 여세를 몰아 당신이 한 단계 더 높은 성과를 올리려고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저도 그 생각에 동의하고요. 게다가 당신을 응원해요.”이은화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여보, 우리에겐 자식이라고는 청하 한 사람 밖에 없어요. 당신이 이미 이룬 성공은 다른 사람들이 간절히 원하고, 또 원하는 것이예요. 돈은 필요한 만큼만 있으면 돼요. 청하의 행복이야말로 지금 우리의 가장 큰 목표예요.”“하지만…”고덕화는 여전히 변명하고 싶었다.“저는 저희의 잘못된 생각으로 청하가 좋은 인연을 놓치지는 걸 원하지 않아요. 천씨 가문을 떠나서, 천도준은 이미 훌륭한 성과를 거두었다고요. 만약 청하가 우리 때문에 헤어지면 아버지라는 사람이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겠어요?”이은화의 목소리가 점점 더 높아졌다.“당신 설마 우리 청하가 석유 재벌이나 실리콘 밸리의 거물들의 자식들을 마음에 들어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고덕화는 잠시 멈칫하다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더니 바로 명쾌하게 말했다.“그럼 이렇게 하지. 모레 여전히 이곳에서 파티를 열어 천도준에게 사과를 하는 거야. 진정한 의미에서의 상견례를 갖는 거지.”“좋아요. 이래야 좋은 아버지죠.”이은화는 부드럽게 웃었다. ……고덕화와 정강수가 회관 주차장으로 달려갔을 때, 천도준은 이미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그저 멀리에서 롤스로이스 한 대가 회관 밖으로 나가는 것이 보였다. 고덕화는 미간을 찌푸렸다. 정강수가 다급히 경호원에게 물어보니, 경호원은 천도준이 착잡한 표정으로 차량에 올라탔

  • 이긴 놈이 왕이다   제261화

    그 말에 정강수는 몸을 움찔거렸다. 그의 표정은 어딘가 복잡해보였다.정강수는 국화의 대가였다. 그는 도도하고 자신의 존엄을 중요시 여기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외국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사람이었다. 때문에 그에게서 사과라는 단어를 좀처럼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하물며 자신보다 나이가 한참 어린 사람한테 사과하라니?그저 멍하니 서 있는 정강수를 보고, 유 원장은 화가 났다.“너, 나랑 박씨 어르신을 믿어, 못 믿어?”박씨 어르신도 한숨을 쉬었다.“가, 어서 사과 해. 체면이 깎이는 것도 아닌데 뭐.”천씨 가문 가주의 친아들, 그것도 천씨 가문 가주가 아들을 위해 이미연에게 협박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 천도준이 정강수의 사과를 받지 못해서야 되겠는가? 순간, 정강수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유 원장이 혼자 이러는 거면 무시해도 되겠지만, 박씨 어르신까지 이러니 그들의 말을 듣지 않을 수가 없었다.그가 아무리 어리석다고 해도 일이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금세 알아차릴 수 있었다.정강수는 한숨을 쉰 후, 천천히 밖으로 걸어갔다.“엄마, 아빠. 제가 도준이를 잡으러 갈게요.”고청하는 감격에 겨워 밖으로 뛰쳐나갔다.오해가 풀렸다. 이건 그녀에게 있어서 정말 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여자로서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이 부모님의 마음에 드는 것을 싫어할 사람이 어디있겠는가?정강수의 발걸음도 덩달아 빨라졌다.안채 안은 여전히 조용했다. 고덕화와 이은화는 아직도 무슨 상황인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오늘 밤, 모든 일이 너무 순식간에 지나갔다.기쁨에서 분노로, 다시 공포로 변했다. 두 사람은 그저 오랜 친구들을 불러 딸이 사랑하는 남자가 믿을만한 남자인지 보려고 했는데, 이렇게 큰 오해가 생길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조금 전 천도준에게 했던 말과 행동을 생각하면, 두 사람은 얼굴이 뜨거워졌다.고덕화는 박씨 어르신과 유 원장을 흘겨보았다.“오래 알고 지낸 친구인데, 어떻게 두 사람은 아직도 나를 속일 수가 있지

  • 이긴 놈이 왕이다   제260화

    정강수는 눈을 부릅뜨고 분노했다.그들은 모두 오래된 절친한 친구고, 각자 분야에서 뛰어난 전문가들이어서 만약 진짜로 싸운다면 누구 하나 쉽게 양보하지 않을 것이다.유 원장은 얼굴을 붉히며 욕설을 퍼부었다.“넌 정말 양심도 없는 놈이야. 내가 너랑 싸우는 것을 두려워할 것 같아? 너한테 맞으면 난 내가 직접 치료하면 되는데, 넌 누가 치료해 줄 수 있을 것 같아? 난 절대 치료 못 시켜줘.”“너……”정강수는 얼굴을 붉혔다. 고덕화는 아직도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해했다.같은 편들끼리 왜 갑자기 싸움을 벌이는 거지? 그때, 박씨 어르신이 한 발짝 앞으로 나와 유 원장과 똑같이 어이가 없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정강수를 바라보았다.“강수야. 이번 일은 네가 경솔했어. 유 원장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어.”“너 까지 왜……”정강수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하지만 이내 뭔가를 깨달은 것 같았다.세 사람 중, 박씨 어르신이 제일 진중하고 침착한 편이었다. 아니었으면 높은 지위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두 사람 대체 왜 그래? 무슨 일이야?”고덕화가 다급히 물었다.이은화와 고덕화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박씨 어르신과 유 원장을 번갈아 쳐다보았다.유 원장은 성격이 급한 나머지 발을 동동 구르며 를 가리키며 정강수에게 소리를 질렀다.“다시 한번 저 그림을 자세히 봐봐. 그래도 천도준이 선물한 그림이 가짜라고 한다면 오늘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그 말에 정강수는 마치 날벼락을 맞은 듯 정신이 멍해졌다.박씨 어르신과 유 원장은 천도준을 대신해 억울함을 호소했다.‘내가 진짜 잘 못 본 걸까?’정강수는 다시 를 들고 신중하게 테이블 위에 펼쳐놓았다. 그러더니 주머니에서 돋보기를 꺼내 자세히 살펴보았다.아까와 비교하면, 정강수는 확실히 침착했다. 안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어찌나 조용한지 바늘이 떨어지는 소리조차 들릴 것 같았다. 고덕화 일행은 막막했다. 하지만 박씨 어르신과 유 원장은 부끄럽기도 하고, 어딘

  • 이긴 놈이 왕이다   제259화

    그의 한 마디에 방은 순식간에 시간이 멈춘 듯 조용해졌다. 박씨 어르신과 유 원장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어느새 두 사람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하지만 정강수는 오히려 거만한 표정으로 천도준을 아니꼽게 바라보고 있었다.순간, 고청하는 눈앞이 컴컴해지는 것 같았다. 그녀의 갸냘픈 몸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떨려왔다.부모님은 불같이 화를 낸다. 처음 부모님을 소개시켜드리는 자리는 이렇게 완전히 망해버렸다.그럼 앞으로 두 사람의 사이는 어떻게 되는 걸까?고청하는 힘겹게 천천히 입을 열었다.“도준아……”그녀가 막 말을 내뱉은 순간, 천도준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미소는 봄바람처럼 따뜻했다.당백호의 는 이수용이 그에게 준 것이다. 그는 이수용이 고작 그림 한 점으로 수작을 부렸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박씨 어르신에게 주는 선물이라 해도 절대 가짜일 리가 없었다.그의 기분을 상하게 한 건 바로 정강수의 독단적인 태도였다. 그는 그림을 단 한 번만 보고 가짜라고 판단했다. 그건 아무리 전문가여도 너무 독단적이었다.그의 이런 독단적인 행동 때문에 기쁨과 환희가 차 넘쳐야 할 자리는 순식간에 발칵 뒤집히고 말았다.고청하의 목소리를 듣고, 천도준은 웃으며 말했다.“청하야, 난 괜찮아. 난 이만 나가볼게.”이미 상황이 이렇게 되어버렸으니 그가 계속 여기에 있는다면 고청하만 중간에서 곤란해질 뿐이었다.고청하는 그가 가장 힘들었을 시기에 그의 곁으로 돌아왔다. 그는 어렵게 얻은 이 진실된 감정을 각별히 소중하게 여겼다.하지만 지금, 난처해하는 고청하를 보고 있자니 천도준은 마음이 아파왔다.말을 마친 천도준은 얼굴에 미소를 띄고 사람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도준아……”고청하는 그를 잡으려고 했다.하지만 고덕화가 그녀를 붙잡았다.“청하야. 아직도 모르겠어?”“아빠…… 아빠는 제가 무엇을 이해하기를 바라세요?”고청하는 눈물을 흘리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청하야, 천도준은 이 도시에서 젊은 인재라고

  • 이긴 놈이 왕이다   제258화

    쿵.그의 한 마디에 방 안의 몇 몇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라 어리둥절해했다.모두가 돈이 부족하지는 않지만, 이런 소장품에 대해서는 모두 관심이 없었다. 때문에 서화 면에서는 정강수처럼 조예가 깊은 사람은 없었다.한 폭의 그림이 거의 50억에 달한다니…… 그게 사실이라면 이 선물은 아주 귀한 것이었다.그 말에 천도준도 깜짝 놀랐다. 이수용은 너무 손이 컸었다. 다른 사람에게 주는 선물로 50억을 쓰다니?잠시 후, 천도준은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아저씨, 저는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분들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50억 정도는 내놓을 수 있습니다.”“어린 나이에 말은 잘하네?”정강수는 미간을 찌푸렸다. 점잖은 그의 얼굴에 흉악한 분노가 일었다. 고청하는 눈을 반짝였다. 천도준의 몸값을 생각했을 때, 50억 정도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그녀가 막 뭐라고 해명하려고 할 때, 정강수는 갑자기 냉소를 지으며 천도준에게 말을 걸었다.“방금 잘 못 들었어? 내가 말한 건 3년 전 시가야.”“잘 들었습니다.”천도준은 평온하게 고개를 끄덕였다.“49억 2천 8백만원. 구체적인 가격을 어떻게 알았냐고?”정강수는 차가운 말투로 말을 이어갔다.“당시 이 그림이 경매에 팔렸을 때, 내가 그 경매 현장에 있었지. 이 그림은 당시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떤 한 신비로운 구매자 손에 들어갔어. 게다가 이 그림은 3년 전에 사간 이후로 한 번도 세간에 나타난 적이 없었지. 나이가 많이 어린 것 같은데, 설마 당신이 그때 그 그림을 산 사람이라고 하진 않겠지?”그 말에 고청하는 몸을 움찔했다. 그녀의 두 눈은 순식간에 휘둥그레졌다.3년 전이면 천도준과 오남미가 결혼하던 해다.그때의 천도준이 어떻게 50억 짜리 그림을 살 수 있었을까?‘설마…… 진짜 가짜란 말이야?’순간, 고청하의 눈앞은 순식간에 캄캄해졌다. 그녀의 마음은 순식간에 텅 빈 듯 공허해졌다.고덕화의 표정도 점점 굳어졌다.그는 정강수의 말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는 국화의 대가이고, 이 방면에

  • 이긴 놈이 왕이다   제257화

    그의 한 마디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고덕화의 표정도 순식간에 굳어졌다. 고청하 어머니의 표정도 오싹하기 그지 없었다.박씨 어르신과 유 원장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아저씨, 도준이는 가짜 그림을 선물할 사람이 아니에요.”고청하는 다급히 해명했다.이건 천도준이 그녀의 부모님을 처음 만나는 자리다. 그녀의 가세로 보아, 고청하의 부모님은 천도준이 준 선물의 가치를 절대 따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선물이 가짜라면 그건 의미가 달라진다.이건 가식적이고 무례한 일이 아닌가?“그래, 맞아. 한 번 더 자세히 봐. 함부로 말하지 말고.”유 원장도 고청하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그는 천도준의 진짜 정체를 알고 있었다. 천도준 같은 사람이 어떻게 가짜를 구입할 수 있단 말인가? 반드시 정강수가 잘못 본게 틀림없었다.“그래, 아까 그저 얼핏 봤잖아. 네가 잘못본 게 틀림없을 거야.”박씨 어르신이 말했다.“뭐?”정강수는 박씨 어르신을 노려보았다.그는 국화의 대가이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이다. 그의 그림 한 점은 수백억원에 달하는 가치가 있었다.그는 수십 년 동안 서화에 빠져있었고 직접 본 서화는 부지기수였다.당백호의 는 정강수가 한 눈에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아볼 수 있었다.“당신……”박씨 어르신은 무의식적으로 천도준을 힐끔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정강수를 향해 말했다. “이 당나귀 같은 놈아. 오늘은 청하가 남자친구를 데리고 인사를 하러 온 날인데 왜 그렇게 화를 내는 거야?”천씨 가문 가주의 친아들이 어떻게 가짜 그림을 선물할 수 있겠는가? 무슨 말도 안 되는 농담을…… 만약 이번 일로 천도준이 대노한다면 천씨 가문의 명령하나 만으로 정강수는 그동안의 명성을 전부 내려놓아야 할지도 모른다.“왜 나를 탓하는 거야?”정강수는 매섭게 쏘아붙였다.“난 저 녀석이 여자친구 부모님에게 선물로 가짜 그림을 주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뿐이야. 보잘것 없는 선물이라도 정은 깊다는 말도 있는데 값비싼 선물을 주지 못해

  • 이긴 놈이 왕이다   제256화

    “걱정하지 마. 이따가 확실하게 단련시켜 줄 테니까.”박씨 어르신은 워낙 권위가 높은 사람인지라 인자하게 웃으며 말했다.옆에 있던 유 원장과 정강수도 고개를 끄덕였다.“걱정마시게나. 우린 오랜 벗이잖아. 우리를 초대했으니까 우리도 자네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걸세.”“도대체 어느 잘난 놈이 청하 마음을 사로잡은 건지 똑똑히 봐둬야겠어.”고덕화는 활짝 웃었다. 그러면서 함께 주먹을 맞잡았다.바로 그때, 고청하는 잔뜩 민망해하는 천도준의 팔짱을 끼고 안으로 들어왔다.천도준을 보자마자 박씨 어르신과 유 원장은 동시에 아연실색했다. 그들은 깜짝 놀라 순식간에 동공이 움츠러들었다. ‘저…… 저 사람이 고덕화의 예비 사위라고? 세상에.’박씨 어르신과 유 원장도 권세도 높고 지위도 높은 사람들이었지만, 천도준을 보자마자 그들의 마음속에서는 거센 파도가 일었다.이렇게 큰 인물을 감히 누가 누구를 테스트하고, 누가 누구를 단련시킨단 말인가?박씨 어르신은 천도준의 신분을 알고 있었다.이율 병원 원장인 유 원장은 천도준의 어머니가 그의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때, 그는 천도준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지만 장 의사를 통해 천도준에 관한 일을 들은 적이 있었다.“저 사람이 바로 네가 말한, 우리더러 잘 테스트해봐라던 그 사람이야?”유 원장이 말했다.옆에 있던 박씨 어르신은 의아한 표정으로 유 원장을 쳐다보았다. 그는 유 원장이 천도준의 신분을 알고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깨달았다.사실, 천도준은 방에 들어온 후에도 여전히 어리둥절했다. 오늘 밤 고청하의 부모님을 만난 다는 사실도 미처 몰랐었는데 뜻밖에도 이렇게 많은 거물급 인물들이 함께 있을 줄이야.박씨 어르신뿐만 아니라 유 원장도 있었다.그의 어머니가 이율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 어머니를 돌봐느라 병원에 자주 들르곤 했다. 그럴 때에 유 원장의 사진을 본 적이 있었다.오직 그 점잖은 얼굴을 한 사람과만 초면이었다. 하지만 그는 박씨 어르신, 유 원장과 함께 자리하고 있는 걸 보면 그 또한 만만한 인

  • 이긴 놈이 왕이다   제255화

    죽림 정원.웃음 소리가 본연의 고즈넉함을 깨뜨렸다. 고청하는 의자에 앉아 자신의 아버지와 그의 몇 몇 오랜 벗이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안절부절못하며 지켜봤다.한 쪽의 대원들 외에, 국화의 대가, 의학의 권위자 등등이 한자리에 모여있었다. 이 사람들은 국내에서 명성이 자자할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위상이 높았다. 이 사람들은 모두 고청하 아버지의 절친한 친구들이었다. 이따가 천도준이 오면, 어떤 광경이 펼쳐질까? “자네, 오랫동안 보지 못했는데, 못 본 새에 이율 병원 원장으로 국제적으로 유명하더군.”중년 남자는 활짝 웃으며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 남자를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외국의 의학 잡지에 자네가 자주 등장하더군.”“하하하. 그만 칭찬하게나. 이게 다 검은 머리가 희도록 밤 새서 노력한 결과물이니……”유 원장이 웃으며 말했다.“국제적으로 명성이 높은 걸로 따지면 정강수가 제일 자격이 있지.”그 말에 점잖은 외모에 안경을 쓴 또 다른 중년 남자가 말을 이어갔다. “나는 아무 것도 아니야. 국제적으로 유명하다니? 정말 국제적으로 명성을 떨친 건 내가 아니라 고씨 지. 석유 재벌과 실리콘밸리의 가물들과 어울려 놀잖아.”“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내가 이번에 너희를 부른 건, 중요한 일이 있어서야.”“바로 사윗감을 테스트 하는 거지.”박씨 어르신이 진지하게 말했다.이 말에 유 원장과 정강수는 동시에 흥미를 느꼈다. 그들은 앞다투어 고덕화의 예비 사위가 누구인지 물었다.고덕화는 말없이 웃으며 나중에 소개하겠다고 말했다.“생각지도 못했어. 덕화가 이 도시에서 가문을 일으켰는데 사위도 이 도시에서 찾고, 어느 집 재주가 뛰어난 놈이 우리 조카딸을 그렇게 오매불망 기다리게 한 거야?”유 원장은 참지 못하고 한 마디했다.“기다려보면 알아.”고덕화는 살짝 웃었다. 그러면서 고청하에게로 시선을 옮겼다.“마침 사람들도 다 모였으니 이 녀석들이 나를 도와 그 녀석이 진짜 합격된 놈인지 아닌지 테스트할거야.”고청하는 두 손을 맞잡

  • 이긴 놈이 왕이다   제0254화

    세 개의 분양 아파트 실시간 데이터는 꾸준히 잘 유지되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일주일 정도면 이번에 나온 매물들을 다 팔 수 있을 것 같았다.이건 그에게 있어서 가장 좋은 결과였다.그는 큰 주목을 받지 않는 선에서 가장 빠른 이익화를 실현하려고 했다.오후 5시, 천도준은 마영석에게 오늘 밤 축하연을 마련하라고 했다.하지만 그의 테이블로 배달된 초대장 하나가 그의 계획을 완전히 허사로 만들었다.초대장에 적힌 글자를 보고, 천도준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그는 기뻐하면서 조금 놀란 것 같았다.초대장에는 사인회관이라는 장소가 적혀 있었다.사인회관의 초대장이다. 입문 자격을 갖췄다는 뜻이었다.“누가 보낸 거지?”그는 울프를 바라보았다.하지만 울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떤 젊은 사람이야. 그저 초대장만 건네주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가버렸어.”천도준은 엉겁결에 웃음을 터뜨렸다.이 초대장은 진짜 초대장이 맞았다. 사인회관의 명성이 워낙 강하다보니 아무도 감히 이 초대장을 위조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초대장에는 주인의 이름이 빠져있었다.‘혹시 박씨 어르신인가?’천도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박씨 어르신의 신분으로 이 초대장을 보낸다면 자신의 이름을 빼먹지 않을 것이다.“축하연은 오늘 너희끼리 해야겠어. 나는 약속 장소로 가봐야 해.”그는 초대장을 흔들며 마영석에게 말을 걸었다.만약 정말 박씨 어르신이 보낸 초대장이라면 상대방의 체면을 구길 수 없었다.간단한 초대장 한 장이라고는 하지만, 주건희, 주준용같은 사람들에게는 아주 귀한 물건이었다.지금 상대방이 직접 그의 손에 가져다줬는데 그가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면 그건 멍청한 거나 다름이 없었다.깊은 어둠이 내려앉았다. 사인회관은 여전히 독특한 신비로움과 장엄함을 자랑했다.작은 뜰.환한 등불이 비추고, 즐거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초대장이 없으면 함부로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다.진정한 사인회관의 단골손님만이, 전체 사인회관에서 이 대나무 숲의 작은 뜰에 출입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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