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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화

물론 이 모든 것은 서천구 재개발 프로젝트가 진행되기 전의 얘기였다.

높은 담벼락으로 둘러싸인 채 굳게 닫혀있는 공사장의 대문에 반해 공사장 내부의 기계는 여전히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있었다.

화이트 포르쉐 911 한 대가 빠른 속도로 질주해 오고 있었다.

끼익!

차는 굳게 닫힌 철문 앞에 멈추었다.

천도준은 차가운 얼굴로 대문을 자세히 주시했다.

내부는 작동하면서 대문을 굳게 닫아걸었다? 심히 수상한 일이었다.

공사장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려면 수많은 화물차가 드나들어야 했다.

“어이. 거기 뭣하고 섰어요? 썩 꺼지지 않고!”

작업복에 안전모를 쓴 한 중년 남자가 천도준을 가리키며 호통쳤다.

천도준은 비릿한 냉소를 머금으며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

중년 남자는 악의 가득한 눈빛으로 천도준을 흘겨보더니 성큼성큼 걸어오며 인상을 썼다.

“포르쉐 타는 게 뭐 그리 대단한 거라고. 빨리 차 빼요. 공사 기간이 늦어지면 그 쪽한테 책임을 물을 줄 알아요.”

공사장에서는 공사 기간이 전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일분일초가 돈이었다.

마감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공사장에 대문을 막는 차량이 나타나면 정말로 지게차로 그 차량을 밀어버릴 수도 있는 일이었다.

몇억짜리 차가 대문을 가로막음으로써 지체된 시간과 부동산회사가 입게 될 손해는 고작 몇억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은 달랐다. 이들은 공사 기간이 지연될까 봐 두려워하는 게 아니었다.

“제가 주차해서 공사 기간을 지체시킨다고 하는데 대문을 걸어두는 것이야말로 공사 기간을 지체시키는 일이 아닌가요?”

천도준이 날카로운 눈빛을 남자에게 던지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천도준의 일침에 남자의 얼굴이 험상궂게 일그러졌다.

천도준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대문을 향해 걸어갔다.

멍해있다가 정신을 번쩍 차린 남자는 금방이라도 뛰어 들어갈 것 같은 천도준의 태세에 즉시 쫓아가 그의 옷자락을 세게 잡아당겼다.

“보아하니 괜히 트집 잡자고 온 것 같은데 여긴 당신이 행패를 부릴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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