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의 모든 챕터: 챕터 921 - 챕터 930

1134 챕터

제921화

윤혜인은 이 한마디만 듣고 얼른 곽아름의 입을 막고 뒤로 물러섰다.차에 도착해서도 곽아름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곽아름은 고개를 돌려 윤혜인을 바라봤다.“엄마, 내가 아빠 유일한 딸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왜 아줌마는 아빠한테 아이가 또 있다고 하는 거예요?”이 말에 윤혜인도 대답할 수가 없었다. 이준혁이 설명하기를 기다려야 했고 이 일에 곽아름을 포함해서는 안 되었다.“아름아, 아빠한테 물어보고 대답해 줄게.”윤혜인은 솔직하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곽아름도 이제 다섯 살이었고 또래보다 성숙했기에 어설프게 속였다가 들키면 상처받을 수도 있다.“그래요. 그러면 아빠랑 잘 얘기해 봐요. 싸우지 말고.”곽아름은 어른처럼 당부했다.“응, 아빠랑 잘 확인해 볼게.”윤혜인은 여은을 시켜 집으로 데려다주라고 하고는 혼자 남았다.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얼굴 보고 얘기하고 싶었다. 원지민이 어쩌다 이준혁의 아이를 갖게 되었는지 말이다.마음이 착잡했다. 화해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사이가 단단해지기도 전에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다.원지민의 말이 진짜라면 정말 어떻게 해야 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사고하고 해도 남편이 다른 여자와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을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윤혜인은 자꾸만 불안해지기 시작했다.한참 지나서야 이준혁이 전화를 걸어왔다.아직 주차장에 있다는 말에 이준혁이 부랴부랴 내려왔다.차에 올라타 보니 윤혜인밖에 없었다. 이준혁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아름이 먼저 돌려보냈어요.”이준혁은 덤덤한 표정으로 윤혜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미안, 회의하느라 늦었어.”이 말에 윤혜인은 마음이 차갑게 식어갔다.이준혁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 우연히 마주치지 않는다면 이 일을 숨길 생각인 걸까.“회의를 이렇게 오래 해요?”이준혁이 멈칫하더니 부드럽게 말했다.“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이 사과에 윤혜인은 완전히 실망했다.어물쩍 넘어간다는 건 말하기 싫다는 의미였다. 순간 윤혜인은 모든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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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2화

집에 돌아온 윤혜인은 핸드폰을 꺼두고 푹 잤다.곽아름은 얌전했다. 윤혜인이 아파 보이자 칭얼거리지 않고 홍 아줌마가 시킨 대로 씻고 바로 잠에 들었다.윤혜인은 이튿날 오후까지 쭉 잤다.잠에서 깬 윤혜인은 작업실에서 찾을까 봐 전원을 켰다.핸드폰엔 구지윤이 보내온 문자밖에 없었다. 작업실 주문은 예정대로 잘 준비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푹 쉬라는 문자였다.하지만 정작 이준혁은 밤새 문자 한 통이 없었다.윤혜인도 바보는 아니었기에 이게 뭘 설명하는지 알고 있었다.윤혜인은 씁쓸하게 웃었다.‘이렇게 끝인가 보지...’이렇게 생각한 윤혜인은 정리하고 작업실로 향했다.어떤 상황에서든 그녀가 온전히 통제할 수 있는 건 업무뿐이었다.작업실에서 바쁘게 돌아치다 보니 다른 잡생각을 할 겨를도 없었다.그렇게 날이 어두워졌다. 구지윤이 같이 저녁을 먹으며 앞으로의 업무를 토론해 보자고 했다.두 사람은 회사 근처에 위치한 상가로 향했다.절반쯤 먹었는데 구지윤이 갑자기 걸려 온 업무 전화에 먼저 자리를 비웠다.윤혜인은 저녁을 먹고 곽아름에게 뭘 좀 사주려고 1층에 있는 어린이용품 매장으로 향했다.매장에 들어가려는데 점원이 앞을 가로막았다.“죄송합니다. 매장은 아직 개방 전입니다.”윤혜인이 멈칫하더니 물었다.“오픈한 거 아니에요?”“매장 VIP를 모시는 중이라, 죄송합니다.”매장은 가끔 이런 상황이 있었다. 레벨이 높은 VIP가 올 때면 매장을 닫고 오직 그 VIP에게만 집중했다.윤혜인이 상황을 이해하고 돌아서려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윤혜인 씨.”고개를 든 윤혜인의 표정이 순간 차가워졌다.원지민이 배를 내밀고 천천히 안에서 걸어 나왔다. 문현미가 옆에서 조심스럽게 부축했다.“윤혜인 씨도 어린이용품 보러 온 거예요? 누구 사주려고요?”원지민은 윤혜인이 사라진 5년간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일부러 그렇게 물은 것이었다.원지민의 배는 사실 그렇게 많이 나오지 않았다. 아마 3개월쯤 된 것 같았다. 하지만 일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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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3화

윤혜인은 지금 원지민이 혼전 임신했다고 비아냥대고 있었다.원지민의 눈빛이 순간 매섭게 변했지만 이내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가냘프게 생긴 윤혜인을 만만하게 생각했지만 말발이 이렇게 셀 줄은 몰랐다.‘흥. 이 아이의 아빠가 누군지 알고도 그렇게 당당할 수 있을까?’원지민이 이내 숨을 고르고는 배를 살살 어루만지며 수줍게 말했다.“이 아이 준혁이 아이예요.”윤혜인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준혁 씨가 인정했어요?”이 말에 원지민이 멈칫했다. 윤혜인이 이렇게 덤덤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다.원지민이 미간을 찌푸렸다.“무슨 뜻으로 하는 말이에요?”윤혜인은 이준혁이 거짓말을 한 게 아니꼬웠지만 멍청하지는 않았다.이준혁이 원지민을 좋아할 리가 없었다. 만약 좋아한다면 그렇게 오랜 시간을 함께했는데 진작에 만났을 것이다. 굳이 윤혜인이 오기를 기다렸다가 만날 필요는 없다.가능성을 따져보자면 원지민이 무슨 방법을 써서 아이를 가진 게 그나마 가능성이 제일 컸다. 그리고 아이가 정말 이준혁의 아인지는 더 알아봐야 했다.“전에 원지민 씨가 발표회에서 준혁 씨와 업무 외에는 아무 사이도 아니라고 직접 해명하지 않았나요? 배 속의 아이는 친자 감정했나요? 준혁 씨 아이라고 확정 지을 수 있는 거죠?”속사포 질문에 원지민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손톱이 살을 파고 들어갈 정도로 주먹을 꽉 움켜쥐어서야 속에서 끓어오르는 화를 억제할 수 있었다.윤혜인에게 면박을 주고 싶었지만 되려 말발에 밀려 말문이 막히고 만 것이다.원지민은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이를 지켜보던 매장 직원들도 수군거리기 시작했다.혼전 임신뿐만 아니라 다른 비밀도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옆에서 지켜보던 문현미는 원지민이 기싸움에서 밀리자 얼른 편을 들며 윤혜인을 손가락질했다.“지민이 내가 인정한 며느리야. 배 속에 아이도 우리 이씨 가문 핏줄이고. 날짜는 이미 잡았고 식 올리기만 기다리고 있어. 무슨 자격으로 지금 여기서 헛소리를 늘어놓는 거야?”윤혜인은 이미 문현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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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4화

문현미는 선생님의 말씀이 그대로 들어맞았다고 생각했다.이준혁이 여러 번 죽을 뻔한 것도 다 이 불길한 여자와 엮여서 그런 거라고 여겼다.얼마나 어ㄹ벼게 얻은 아들인데 절대 무슨 일이 있으면 안 된다.문현미가 갑자기 바닥에 쓰러지며 울기 시작했다.“아이고, 젊은이가 사람 치네, 사람을 쳐.”윤혜인이 미간을 찌푸렸다. 이건 또 무슨 꿍꿍이일까.문현미가 눈물 콧물을 쏟아내며 말했다.“그냥 내 아들한테서 떨어지라고 했다고 이렇게 밀면 어떡해? 이 나이에 넘어졌다가 죽으면 어떡하려고.”윤혜인은 문현미가 헛소리를 지어낼 정도로 무너졌을 줄은 몰랐다.재벌 집 사모님이 기본적인 이미지도 생각하지 않는다는 게 신기했다.원지민은 앞머리에 마스크까지 쓰고 있어 얼굴을 알아볼 수 없었기에 모든 시선은 윤혜인과 문현미에게로 쏠렸다.문현미는 밖에 잘 나오지 않았기에 재벌 집 사모님인 걸 알아보는 사람은 없었다.윤혜인은 얼마 전 발표회를 열면서 유명세를 조금 얻었기에 알아보는 사람이 있었고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는 사람도 있었다.문현미가 헛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했다.“아무리 그래도 우리 아들을 꼬셔서는 안 되지. 며느리가 임신한 지도 3개월이 됐는데 험한 말로 협박하기나 하고. 네가 그러고도 사람이야?”선뜻 문현미를 부축해 주는 사람도 있었다. 따가운 시선이 윤혜인에게로 쏠렸다.“인물도 좋은 여자가 왜 내연녀를 자처하는 거지?”“유부남을 꼬신 것도 모자라 본처를 도발하기나 하고. 게다가 시어머니 폭행까지. 참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야.”“아가씨. 일자리나 찾아. 내연 관계는 오래 못 갈뿐더러 끝도 안 좋아.”“직장 있을걸? 전에 뭐 달밤 작업실 사장이라고 했나? 상도 받았던 거 같은데? 그때는 뭐 어머니에게 자랑스러운 딸이 되겠다고 했는데 지금 보니 자랑스럽긴커녕 목덜미 잡고 쓰러지지 않아도 다행이겠네.”“사진 찍어. 찍어서 사람들한테 알려. 아마 꼬신 사람이 한 명이 아닐 수도 있어...”구경꾼들이 점점 흥분하기 시작했다. 어린이용품 매장의 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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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5화

원지민이 걸음을 멈추더니 나긋한 말투로 말했다.“윤혜인 씨, 당신을 위해서라도 없던 일로 해줄게요. 그래도 공인인데 작업실 체면도 생각해야죠?”이 말은 윤혜인의 ‘내연녀’ 신분에 쐐기를 박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말투도 거만하기 그지없었다. 원지민은 말 한미다로 본처가 내연녀의 체면을 생각해 그냥 넘어가려는데 내연녀가 오히려 길길이 날뛰고 있는 것 같은 상황으로 만들었다.“내연녀 주제에 너무 뻔뻔한 거 아니야?”“뻔뻔함이 하늘을 찌르네.”“세상이 어떻게 변하려고. 쯧쯧.”“...”윤혜인은 듣기 거북한 말들을 알아서 무시하고는 웃으며 말했다.“지금 와서 태클 거는 거 준혁 씨는 알아요?”원지민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준혁이는 알 필요 없어요. 아이도 가졌겠다, 앞으로 내 생각이 준혁이 생각이 될 거예요.”“아, 그런 거였어요?”윤혜인이 핸드폰을 꺼내 블루투스를 끄더니 스피커폰을 켰다.“이준혁 씨, 다 들었죠?”원지민과 문현미가 화들짝 놀랐다.두 사람은 윤혜인이 이준혁과 통화하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그러면 아까 두 사람이 떠든 소리를 이준혁이 다 들었다는 의미였다.두 사람의 표정이 변하기도 전에 이준혁의 차가운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지금 어디야? 그쪽으로 갈게.”윤혜인도 차갑게 쏘아붙였다.“하나만 확인할게요. 원지민 씨가 한 말 사실이에요?”윤혜인은 혼자 전전긍긍하기보다는 직접 듣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이준혁이 얼른 대답했다. 전혀 흔들림이 없는 말투였다.“혜인아, 그 아이 나랑은 아무 상관이 없어. 기다려. 지금 바로 갈게.”“됐어요. 내가 알아서 해결할게요.”윤혜인이 전화를 끊었다.원지민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말할 엄두를 못 내다가 통화가 끝나서야 입을 열었다.“미쳤어요? 전화는 왜 한 거예요?”“원지민 씨, 설마 잊은 건 아니죠? 전에 저와 이준혁 씨가 부부 관계일 때 집으로 전화해서 약혼녀라고 거짓말했던 거 말이에요.”구경꾼들은 이어진 반전에 입이 떡 벌어졌다.윤혜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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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6화

“퉤. 괜히 한식구가 아니라니까. 둘이 아주 같은 족속이구먼.”“에잇, 더는 못 봐주겠네...”사람들이 사이좋게 한마디씩 보탰다.아까까지 윤혜인이 당하는 걸 웃으면서 지켜보던 두 사람은 지금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원지민은 안색이 하얬다 빨개지기를 반복하더니 더는 버티지 못하고 쓰러지는 척했다.문현미가 얼른 비서를 불러왔다.원지민의 보디가드 임호가 얼른 앞으로 다가가 한치의 거리낌도 없이 원지민을 번쩍 안아 들었다. 자리를 뜨기 전 임호가 윤혜인을 죽일 듯이 노려보더니 매섭게 쏘아붙였다.“아가씨께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여은이 얼른 앞을 막아서며 똑같이 노려봤다. 기세로는 전혀 밀리지 않았다.“주인 인성이 문제 있는 것 같은데. 켕기는 게 있어서 쓰러졌는데 우리 아가씨랑 무슨 상관이죠? 수하로서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협박할 생각이나 하고. 하긴, 주인이 남 헐뜯는 걸 좋아하니 키우는 개도 똑같겠지.”구경꾼들은 정말 보면 볼수록 가관이라고 생각했다. 이 보디가드도 쓸만한 물건은 아니었다.그들은 윤혜인을 오해한 것에 미안해했다. 저딴 사람들에게 괴롭힘 받고 있으니 결국 제일 불쌍한 건 윤혜인 쪽이었기 때문이다.누군가 씩씩거리며 이렇게 말했다.“내가 다 봤어요. 그 집 아가씨가 쓰러진 건 모함하다가 실패하니까 쪽팔려서 다리에 힘이 풀린 거지 저 아가씨는 털끝 하나도 닿지 않았다고요.”“그러게나 말이에요. 나도 봤어요. 보자 보자 하니까 정말 어이가 없네.”“보디가드가 저렇게 친근하게 안고 있는 걸 봐서는 배 속에 아이도 누구 아인지 모르겠는데...”“그러네요. 저렇게 익숙하게 안는 걸 봐서는 전에도 많이 안아본 솜씨 같네요...”쓰러진 척하던 원지민은 이 말을 듣자마자 몸에 가시라도 돋친 듯 품에서 벗어나려 했다.원지민이 이를 악물고는 이렇게 말했다.“당장 내려놔.”임호가 잠깐 망설이더니 이렇게 말했다.“아가씨, 지금...”임호가 내려놓기도 전에 원지민이 알아서 내렸다.문현미는 마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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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7화

임호가 고분고분 무릎을 꿇었다.원지민이 스스름없이 임호의 손등에 발을 돌려놓더니 뒤꿈치로 세게 지르밟았다.임호의 손등에 박인 굳은살을 다 긁어낼 때까지 사정없이 지르밟았다. 손등은 이미 볼품없이 갈라져 피가 철철 흘러서야 천천히 발을 내렸다.임호는 고문을 당하는 내내 고개를 숙이고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꿈쩍도 하지 않았고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임호에게 이 정도의 아픔은 아무것도 아니었다.원지민은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았다. 오늘 쪽팔려도 너무 쪽팔렸다. 크면서 이렇게까지 체면이 구겨진 적은 없었다.지켜보던 사람들의 맞장구에 그녀는 마치 따귀라도 연거푸 맞은 듯 얼굴이 얼얼했다.원지민은 화가 나 미칠 지경이었다.“눈치 없는 새끼, 하마터면 내 일을 망칠 뻔했잖아.”원지민이 씩씩거리며 발로 임호의 머리를 걷어차려 했지만 임호가 발목을 잡았다.원지민의 안색이 순간 변하더니 소리쳤다.“개자식, 이거 놔.”임호가 원지민의 발을 천천히 내려놓더니 발치에 무릎을 꿇은 채 진지하게 말했다.“배에 힘주면 안 돼요. 아가씨. 제가 할게요.”임호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차 뒤편에 놓아둔 골프채를 발견했다. 그는 골프채를 가져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자기 머리를 내리쳤다.퍽.둔탁한 소리와 함께 임호의 머리에서 피가 흘러내려 얼굴은 피범벅이 되었다.그는 마치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듯 다시 한번 머리를 내리쳤다.비산된 혈액이 원지민의 얼굴까지 튀었다.“에잇.”원지민은 역겹다는 표정을 지었다.임호는 더는 버티지 못하겠는지 털썩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골프채를 들어 다시 머리에 갖다 댔다. 한 번만 더 내리쳤다가는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됐어. 그만해.”원지민이 말렸다.아직 쓸모가 있었기에 지금 죽어버리는 건 살짝 아까웠다.임호는 지금 말하기도 버거웠다. 눈에는 피가 가득 차올라 앞이 보이지 않았지만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감사합니다... 아가씨...”“내려. 내 차 더럽히지 말고.”원지민이 매정하게 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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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8화

원지민은 그 말을 듣자마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그녀는 울먹이며 이렇게 말했다.“준혁아, 나 맹세할 수 있어. 이 아이 정말 너의 아이야.”“내 아이라고?”이준혁의 눈동자는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나와 관계도 가지지 않았는데 어떻게 아이를 가지는 거지? 혼자 가질 수 있다는 거야?”“나는… 나는…”원지민이 우물쭈물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준혁아, 믿어줘. 이 아이의 아빠는 너야.”“믿어달라고?”이준혁이 그런 원지민을 차갑게 쏘아보며 눈썹을 추켜세웠다.“원지민, 아무리 허기져도 너는 아니야.”이준혁은 원지민에 대한 역겨움을 대놓고 드러냈다.지금 생각하고 있는 걸 절대 이룰 수 없다는 경고이기도 했다.원지민은 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비참하게 애원했다.“준혁아. 난 거짓말한 적 없어. 이 아이가 달갑지 않다고 해도 네 핏줄이잖아. 받아들여야지.”이준혁은 더는 원지민과 입씨름하기 싫어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경고했다.“원지민, 네가 무슨 수작을 부리든 윤혜인은 안 돼. 그 선 절대 넘지 마.”“저번에 이미 명확하게 말했을 텐데. 자기가 한 언행에 책임지라고. 근데 지금 보니까 전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이네. 온씨 가문에서 너의 멍청함을 책임질 수 있길 바라.”원지민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물었다.“준혁아, 지금 나 협박하는 거야? 우리 가문에 무슨 짓을 하려고?”“기다려봐. 곧 알게 될 거야.”이준혁의 말투는 꽤 덤덤했지만 듣는 사람을 소름 끼치게 했다.원지민은 이준혁의 수단이 어떤지 옆에서 봤기에 잘 알고 있었다. 그가 한다면 하는 사람이라는 것도 말이다.원지민은 큰 억울함이라도 당한 듯 목이 터질 것처럼 울었다. 임호 앞에서 기세등등하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준혁아, 우리 지금까지 잘 협력했고 성과도 좋았잖아. 정말 이렇게 매정하게 나올 거야?”“이 아이가 정말 너의 아이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어? 나를 이렇게 대한 걸 후회하게 될 거라고.”“후회하지 않아.”이준혁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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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9화

원지민은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이런 수모를 당한 건 처음이었다. 그것도 사랑하는 남자한테 말이다.“앞으로 너도, 원씨 가문도 더는 체면을 봐주지 않을 거야.”이준혁은 이렇게 말하더니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몸을 돌렸다.원지민은 머리가 복잡했지만 일단은 이준혁을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준혁아, 내가 너를 도울 수 있어.”원지민은 이준혁의 손을 달려가 잡으며 설득하려 했다.“준혁아, 너 지금 회사에서 어려운 상황인 거 알아. 해외 시장 루트도 이구운에게 뺏겼다고 들었어. 우리 원씨 가문이 해외 시장 점유율은 아직 꽤 되거든.”“우리 사이를 대외로 발표하고 아이를 인정한다면 우리 원씨 가문도 아낌없는 지원을 쏟을 거야. 거기에 너의 재능까지 더하면 이구운이 아무리 해외 시장 루트를 뺏어갔다고 해도 금방 따라잡을 수 있을 거야.”원지민은 점점 차분해졌다. 그녀는 이준혁의 손을 내려놓으며 조리 있게 말을 이어갔다.“지금 우리 원씨 가문과 틀어지면 어떻게 되는지 생각해 봤어? 지금 회사에 반기를 드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너도 알잖아. 누가 뒤에서 그들을 조종하고 있는지 모르는 건 아니지?”원지민이 이렇게 오래 기다렸다가 말을 꺼낸 건 다 이유가 있었다.이준혁이 지금 처한 난감한 상황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예전에는 이천수가 이준혁을 몰아내려 했다면 지금은 이구운이 호시탐탐 그의 자리를 노리고 있었다.만약 다른 때에 임신 사실을 알렸다면 거의 기회가 없을 수도 있지만 지금 얘기하면 기회가 90%는 된다.이준혁은 장사꾼이었기에 어떤 선택이 최선인지 모를 리가 없었다.대기업 오너 일가에서 가족의 난은 어쩌면 흔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자칫 잘못했다간 나락으로 떨어져 다시는 올라올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만약 이준혁이 이번 정략결혼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이 난에서 누가 승리할지는 알 수 없다.“준혁아...”원지민이 나긋하게 말했다. 차키에 입술이 긁힌 상처가 어딘가 우스워 보였다. 그래도 마음을 가득 담아 이렇게 말했다.“내가 도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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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0화

임호는 일 처리가 깔끔했다. 경고받은 사람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얘기였다.전화를 끊은 원지민은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며 천천히 바닥에 주저앉았다.그렇게 한참 침묵하던 원지민은 어디론가 전화를 걸고는 서늘한 말투로 말했다.“그날 같이 도모하자고 했던 거 어떻게 하면 되는 거죠?”...윤혜인은 상가에서 바로 집으로 향했다. 우울했던 기분도 많이 풀렸다.지금 알 수 있는 정보는 이준혁이 원지민의 아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에 반해 원지민과 문현미는 그 아이가 이준혁의 아이라고 우긴다는 것이다.원지민만 우긴다면 믿음직스럽지 못하지만 문제는 문현미도 우긴다는 것이다.아무리 원지민을 좋아한다 해도 아들에게 남의 자식을 억지로 밀어 넣지는 않을 것 같았다.윤혜인은 생각하면 할수록 머리가 복잡해져 아예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이준혁이 그녀를 속인 것만으로도 마음이 충분히 힘들었기 때문이다.집에 돌아와 곽아름과 놀아주던 윤혜인은 시기가 조금 애매하니 이준혁을 아빠로 인정하는 일을 조금만 미루면 안 되겠냐고 물었다.곽아름은 꽤 어른스러웠다. 약간 실망한 눈치였지만 그래도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말했다.“엄마 말에 따를게요.”윤혜인이 애정 가득한 눈빛으로 부드럽게 곽아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너무 생각이 많아져서 그런지는 몰라도 윤혜인은 오늘 원지민의 위선에서 왠지 모를 매서움을 느꼈다.오늘 그런 수모를 준 데다 곽아름이 이준혁의 딸이라는 걸 알게 되면 원지민이 이성을 잃고 무슨 짓을 벌일지 몰랐다.아무튼 곽아름에 관한 건 조심 또 조심해야 했다.저녁.곽아름이 잠에 들었는데 도우미가 윤혜인을 찾아왔다.“아가씨, 대표님이 찾습니다.”윤혜인은 이준혁을 보고 싶지 않았기에 이렇게 말했다.“이미 잠들었다고 하세요.”얼마 지나지 않아 도우미가 다시 올라왔다.“아가씨, 그렇게 전달했는데 계속 밖에 계십니다.”윤혜인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알겠어요. 상관하지 말고 쉬세요.”도우미가 가고 윤혜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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