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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5화

원지민이 걸음을 멈추더니 나긋한 말투로 말했다.

“윤혜인 씨, 당신을 위해서라도 없던 일로 해줄게요. 그래도 공인인데 작업실 체면도 생각해야죠?”

이 말은 윤혜인의 ‘내연녀’ 신분에 쐐기를 박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말투도 거만하기 그지없었다. 원지민은 말 한미다로 본처가 내연녀의 체면을 생각해 그냥 넘어가려는데 내연녀가 오히려 길길이 날뛰고 있는 것 같은 상황으로 만들었다.

“내연녀 주제에 너무 뻔뻔한 거 아니야?”

“뻔뻔함이 하늘을 찌르네.”

“세상이 어떻게 변하려고. 쯧쯧.”

“...”

윤혜인은 듣기 거북한 말들을 알아서 무시하고는 웃으며 말했다.

“지금 와서 태클 거는 거 준혁 씨는 알아요?”

원지민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준혁이는 알 필요 없어요. 아이도 가졌겠다, 앞으로 내 생각이 준혁이 생각이 될 거예요.”

“아, 그런 거였어요?”

윤혜인이 핸드폰을 꺼내 블루투스를 끄더니 스피커폰을 켰다.

“이준혁 씨, 다 들었죠?”

원지민과 문현미가 화들짝 놀랐다.

두 사람은 윤혜인이 이준혁과 통화하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러면 아까 두 사람이 떠든 소리를 이준혁이 다 들었다는 의미였다.

두 사람의 표정이 변하기도 전에 이준혁의 차가운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지금 어디야? 그쪽으로 갈게.”

윤혜인도 차갑게 쏘아붙였다.

“하나만 확인할게요. 원지민 씨가 한 말 사실이에요?”

윤혜인은 혼자 전전긍긍하기보다는 직접 듣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이준혁이 얼른 대답했다. 전혀 흔들림이 없는 말투였다.

“혜인아, 그 아이 나랑은 아무 상관이 없어. 기다려. 지금 바로 갈게.”

“됐어요. 내가 알아서 해결할게요.”

윤혜인이 전화를 끊었다.

원지민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말할 엄두를 못 내다가 통화가 끝나서야 입을 열었다.

“미쳤어요? 전화는 왜 한 거예요?”

“원지민 씨, 설마 잊은 건 아니죠? 전에 저와 이준혁 씨가 부부 관계일 때 집으로 전화해서 약혼녀라고 거짓말했던 거 말이에요.”

구경꾼들은 이어진 반전에 입이 떡 벌어졌다.

윤혜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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