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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7화

임호가 고분고분 무릎을 꿇었다.

원지민이 스스름없이 임호의 손등에 발을 돌려놓더니 뒤꿈치로 세게 지르밟았다.

임호의 손등에 박인 굳은살을 다 긁어낼 때까지 사정없이 지르밟았다. 손등은 이미 볼품없이 갈라져 피가 철철 흘러서야 천천히 발을 내렸다.

임호는 고문을 당하는 내내 고개를 숙이고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꿈쩍도 하지 않았고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임호에게 이 정도의 아픔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원지민은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았다. 오늘 쪽팔려도 너무 쪽팔렸다. 크면서 이렇게까지 체면이 구겨진 적은 없었다.

지켜보던 사람들의 맞장구에 그녀는 마치 따귀라도 연거푸 맞은 듯 얼굴이 얼얼했다.

원지민은 화가 나 미칠 지경이었다.

“눈치 없는 새끼, 하마터면 내 일을 망칠 뻔했잖아.”

원지민이 씩씩거리며 발로 임호의 머리를 걷어차려 했지만 임호가 발목을 잡았다.

원지민의 안색이 순간 변하더니 소리쳤다.

“개자식, 이거 놔.”

임호가 원지민의 발을 천천히 내려놓더니 발치에 무릎을 꿇은 채 진지하게 말했다.

“배에 힘주면 안 돼요. 아가씨. 제가 할게요.”

임호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차 뒤편에 놓아둔 골프채를 발견했다. 그는 골프채를 가져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자기 머리를 내리쳤다.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임호의 머리에서 피가 흘러내려 얼굴은 피범벅이 되었다.

그는 마치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듯 다시 한번 머리를 내리쳤다.

비산된 혈액이 원지민의 얼굴까지 튀었다.

“에잇.”

원지민은 역겹다는 표정을 지었다.

임호는 더는 버티지 못하겠는지 털썩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골프채를 들어 다시 머리에 갖다 댔다. 한 번만 더 내리쳤다가는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됐어. 그만해.”

원지민이 말렸다.

아직 쓸모가 있었기에 지금 죽어버리는 건 살짝 아까웠다.

임호는 지금 말하기도 버거웠다. 눈에는 피가 가득 차올라 앞이 보이지 않았지만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아가씨...”

“내려. 내 차 더럽히지 말고.”

원지민이 매정하게 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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