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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4화

이구운은 전혀 놀라지 않았다. 그는 사실 진작부터 원지민이 독한 여자라는 걸 알고 있었다.

“형수님, 흥분하지 마요. 이게 형수님을 돕는 거예요.”

“돕는다고요?”

원지민이 차갑게 웃었다.

“이구운 씨 본인이 더 위로 올라갈 수 있게 돕는 거겠죠. 서자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이 말에 이구운의 표정이 음침해졌지만 이내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형수님, 지금 같은 상황이 되어야 형님도 형수님을 받아들이지 않겠어요?”

이 말에 원지민이 멈칫했다.

이구운이 설명했다.

“잘나갈 때 도와주면 기억도 못 해요. 어려울 때 손을 내밀어야 감격하지.”

원지민은 이구운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 이준혁은 궁지에 몰린 상태다. 원지민을 제외하고는 그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그녀는 이구운의 옅은 수로 이준혁을 흔들 수는 있어도 무너트리기엔 역부족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조금만 흔들어도 원지민에겐 기회가 될 것이다.

이준혁이 사무실에서 나오는데 감사실 사람들이 비서실로 들어가 박스에 자료를 마구 쓸어 담기 시작했다.

의외인 건 문현미도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문현미는 원지민을 부축하고 있었다. 이준혁을 보는 눈빛이 어딘가 흔들렸다.

“준혁아, 엄마 말 들으면 안 되겠지? 지민이랑 화해해...”

상황이 이 지경까지 되었는데 문현미는 아직도 이준혁이 원지민을 받아들이면 전세가 역전될 것이라고 믿었다.

원지민이 주먹을 불끈 쥐고는 울면서 하소연했다.

“준혁아, 난 정말 이구운 씨가 그렇게 말할 줄은 몰랐어. 내가 되돌릴게. 네가 해달라는 거 다 해줄게.”

당연히 공짜는 아니었다. 도움을 받고 싶으면 이준혁도 진정성을 보여야 했다.

문현미가 얼른 맞장구를 치며 이준혁을 설득했다.

“준혁아, 지민이도 몰랐다잖니. 나는 지민이가 너를 사랑한다고 믿어.”

이준혁이 웃었다.

“두 사람이 원하던 게 이거였나 봐요?”

“준혁아, 오해야. 나는...”

“원지민, 나는 네가 그래도 총명한 여자인 줄 알았어. 근데 이구운보다 덜떨어진 사람일 줄은 몰랐다.”

원지민이 미간을 찌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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