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Chapter 521 - Chapter 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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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1화
그는 서둘러 소원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불길한 예감은 점점 더 심해졌다.육경한은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며 소종에게 말했다.“차 대기시켜!”진아연의 안색이 파리해지고 얼른 달려갔다.“경한 씨, 경한 씨... 우리 결혼식...”남자는 무정하게 그녀는 뿌리치고 차에 올라탔다.진아연은 그렇게 육경한이 자신을 결혼식장에 버리고 가는 뒷모습을 지켜보았다.그녀의 두 눈엔 원망과 울분이 가득했다.‘전부 그 여자 때문이야!'‘경한 씨가 그 여자 때문에 나와의 결혼은 취소했다고!'‘정말 제정신이 아니야!'그녀는 결혼식 당일에 소원 때문에 결혼식이 취소될 줄은 몰랐다.‘천박한 X!!! 이번엔 반드시 죽여버릴 거야!'진아연은 드레스를 올려잡고 호텔 리무진을 타곤 흉악한 얼굴로 말했다.“당장 앞차 쫓아가요.”차 안.육경한은 핸드폰으로 생방송을 보면서 입술을 틀어 물었다. 그에게선 서늘한 한기가 뿜어져 나왔다.툭, 투툭, 투투툭...이때 빗방울이 창문으로 떨어지면서 갑자기 비가 내렸다.어느새 비는 세게 내리고 있어 전체 도시를 우중충하게 만들었다.생방송을 튼 핸드폰에선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그럼에도 비명을 지르는 소리는 더 선명하게 들렸다.“꺄악! 세상에! 진짜로 뛰어내리려나 봐요! 어떡해요!”“왜 한이 그룹 옥상에 올라갔대요? 혹시 한이 그룹 직원이었나? 부당한 대우라도 받은 건가요?”“전 한이 그룹 사장님이라도 들었어요. 대체 왜 옥상을 올라가셨는지 모르겠지만 아까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한이 그룹 사장님을 찾으시는 것 같더라고요. 긴급 체포인가? 아마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어서 올라간 거 아닐까요...”“...”제대로 편히 쉬지 못한 육경한의 두 눈은 충혈되어 있었고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당장 소진용이 무슨 사건에 휘말리게 되었는지 알아봐.”“네.”육경한은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그는 소진용과 몇 번 만난 적이 있었다. 그가 기억하는 소진용은 간사하고 교활한 사람이었다.그런 남자가 자살하려고 한다니, 말이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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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2화
모든 사람들이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옥상에 있는 남자를 보았다.소원의 입술이 찢어지고 피가 흐르고 있는 것을 발견한 소방관은 그녀에게 물을 건네며 달랬다.“소원 씨,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동료들이 이미 설득하러 올라갔으니까 괜찮을 거예요. 아버님께선 어쩌면 순간의 충동으로...”소원은 물을 받으며 감사 인사를 하려던 순간 누군가가 경악에 찬 비명을 질렀다.“꺄아아아아악! 뛰어내렸어요!!!”소원은 고개를 확 들었다. 그러자 검은 형체가 빠르게 옥상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그 모습은 꼭 영혼도 생명도 없는 돌덩이 같았고 기이한 자세로 떨어졌다.쿵!빗소리보다 더 센소리가 울려 퍼졌다. 사람들의 비명도 이내 들려왔다.귀가 찢어질 듯한 비명 말이다.순간 소원은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툭.들고 있던 생수병이 바닥에 떨어져 데굴데굴 굴러갔다.소원은 눈앞이 캄캄해졌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빗물이 그녀의 입과 코로 흘러 들어갔다.숨 막혀오는 절망에 순간 정신을 잃어버린 것이다.한참 후, 그녀의 시야가 드디어 밝아졌다.“아아... 아아아!!!”소원은 입을 벌렸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고 울부짖으며 피로 물든 형체가 있는 곳으로 기어갔다.그녀는 보았다.사람인지 아닌지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그 시체를 보았다...시체가 입고 있는 네이비 정장은 오늘 아침 그녀가 직접 골라준 정장이었다. 거기다 파란색 땡땡이 넥타이도 있었다.그녀의 머릿속에 아침까지 소진용에게 애교를 부리던 장면이 떠올랐다.“아빠, 그렇게 입으시니까 한 십 년은 더 젊어지신 것 같아요.”소진용은 인자하게 웃으며 말했다.“젊으면 좋지. 젊으면 활력이 있어 보이잖아. 그러면 아무도 우리 원이를 다치게 할 수 없겠지...”비는 더 세차게 내렸다. 시체에서 흘러나온 피가 빗물에 씻겨 소원의 손까지 닿았다.그것은 그녀의 아빠의 피였다. 그녀를 낳고 길러준 아빠의 피...‘대체 왜 그러셨어요!'그녀는 이성을 잃어 미친 사람처럼 달려갔다. 그러자 소방관들이 그녀의 팔을 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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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3화
만족하냐는 말이 순간 육경한의 숨통을 조여왔다.소씨 집안은 결국 처참하게 끝났다. 그는 정말로 만족하고 있을까?아니었다.오히려 반대였다.그는 사실 소진용이 죽지 않기를 바랐다. 소진용이 죽는다는 것은 소원을 휘두를 방법이 하나 줄어든다는 것이었으니 말이다.울리는 머리 탓에 그는 생각을 이어가기도 힘들었다.지금도 믿기지 않았다. 소진용이 자살을 했다니.대체 왜 그런 것일까? 정말로 그 빚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일까?소원이 그의 아이를 낳아주면 그가 당연히 그들의 빚을 갚아주지 않겠는가?“나랑 약속했잖아. 그 계약서 없애기로 약속했었잖아! 그런데 그 계약서를 이용해서 우리 아빠를 사지로 몰아?”“이 배신자! 비열한 놈!”소원은 너무 소리를 질러 가슴이 아파졌다. 원래부터 그녀는 목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런데 자꾸만 소리를 지르니 더 쉬어버린 것이다.그녀의 말에 육경한의 눈빛이 흔들리고 있었다.그때 없애버렸던 계약서는 사실 원본이 아니었다. 그는 원본을 몰래 남겨두어 집안 금고에 넣어두었다. 그런데 그게 왜...그는 소원에게 그런 것이 아니라고, 만족한 적 없다고, 계약서로 소진용을 사지로 몰아넣지 않았다고 말해주고 싶었다.그러나 입에 접착제라도 붙은 것인지 입이 떼어지지 않았다. 계약서의 출처는 그가 확실했으니 말이다.그와 무조건 연관이 있었다.소원은 붉게 충혈된 눈으로 그를 보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그 계약서를 위해서 구치소에서 얼마나 많은 괴롭힘을 견뎌냈는지 알아? 그때 아이유 유산한 거로는 부족했어?”“육경한, 너 그 아이 유전자 검사는 해봤니? 그 아이 네 아이야! 아직도 속죄하기엔 부족한 거야?”아이를 언급하자 육경한은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부족하지 않았다. 부족할 리가 없었다.그 아이에게서 느낀 아쉬운 마음 때문에 그는 그녀에게 아이를 하나 더 낳아달라며 붙잡고 있었던 것이다.소원은 울먹였다.“우리 가족이 전부 죽어야 속이 시원하겠어?”육경한의 안색이 백지장처럼 하얘졌다.“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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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4화
육경한은 항상 그녀에게 보상을 주겠다고 한다. 그놈의 보상!그의 말은 영원히 믿을 것이 못 되었다.육경한은 가슴 언저리에서 통증을 느꼈다. 숨쉬기도 어려워지는 것 같았다.뭐라 설명하고 싶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소원은 이미 그에게서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있었다. 고개를 들어 먹구름이 가득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무런 희망도 보이지 않았다.“넌 꼭 내가 지옥으로 떨어지고 처참하게 사는 꼴을 봐야 속 시원하겠어?”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그렇게 해줄게...”육경한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소원은 이미 몸을 틀어 시멘트로 만든 화단에 머리를 박고 있었다.퍽 소리가 났다.화단엔 붉은 피가 묻어 있었다.순간 육경한의 몸이 경직되고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저 본능적으로 빠르게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 품에 끌어안았다.“소원아!”그는 그녀의 어깨를 꽉 안으면서 소리를 질렀다.“미쳤어?!”소원은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무력감을 느끼고 있었다. 죽는 것마저 힘이 부족해 제대로 죽지 못했으니 말이다.이마에 흐른 피가 그녀의 얼굴 반쪽을 적시고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모습마저 아름다워 보였다.그런 그녀의 모습은 육경한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소원은 점차 의식을 잃어가고 있었고 끊임없이 중얼거렸다.“육경한... 돌려줄게... 네가 살려낸 목숨... 돌려줄게...”그렇게 그녀는 끝없는 어둠에 의식이 삼켜졌고 겉모습은 거의 죽은 사람과 다를 바 없었다.육경한은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식은땀을 흘리며 차갑게 말했다.“소원아, 바보 같은 짓 하지 마! 너한테 어머님이 계시잖아! 너 죽으면 어머님은! 어머님 생각은 안 해봤어?”여하간에 그녀는 자신이 짐승보다 못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쉽게 자살 시도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녀가 계속 살아가길 바랐다.육경한의 말은 독 묻은 비수가 되어 그녀의 가슴에 푹 박혀버렸다.그는 그녀를 알아도 너무 잘 알았다.이 세상에 그녀의 가족이 한 명이라도 남아 있다면 그는 그녀를 절대 놓아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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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5화
퍽!이때 누군가가 진아연을 발로 차 넘어지게 했다.진아연은 소원보다 더 많이 바닥에 구르게 되었다.“아윽... 누가 감히... 어떤 X이야!”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진아연은 자신을 차버린 사람이 누군지 확인하지 못했다.그녀는 허리에 손을 올리며 일어나자 육경한이 이미 소원을 안아 든 채 차에 태우고 있었다.얼른 따라가 보았지만 급하게 출발하는 차에 빗물을 뒤집어쓰게 되었다.진아연은 분을 이기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굴렀다.“아아아아악!!!!!”여기서 포기할 수 없었던 그녀는 얼른 따라갔다.차 안.육경한의 팔에서는 계속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보지 못한 사람처럼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차는 비를 뚫고 달려 장례식장으로 왔다.소원은 너무도 조용해 꼭 죽은 사람 같았다.그녀는 구석에 몸을 한껏 웅크리고 있었다. 육경한이 조금이라도 다가가려고 하면 그녀는 소리를 지르면서 발작을 일으켰고 몸에 무리가 갔는지 피를 토해내기도 했다.육경한은 그녀의 곁으로 다가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그 짧은 몇 분이 그에겐 수십 년처럼 느껴졌다.만약 그녀에게 힘이 많이 남아 있었더라면...만약 각진 곳에 머리를 박았더라면...그는 아마 영원히 그녀를 잃게 될 것이다.상상만 해도 그는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장례식장 안.장례지도사는 소진용의 시체를 깨끗하게 닦아주고 있었다.소원은 의자에 앉기 싫어했고 입구 구석에 웅크리고 있었다.그녀의 모습은 꼭 버려진 강아지 같았다. 동글동글한 두 눈으로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렸다.‘이 안에... 우리 아빠가 있어...'어릴 때 비가 오면 항상 마중을 나와 그녀에게 겉옷과 우산을 씌워주던 아빠였다.아빠가 살아있을 땐 그녀는 항상 든든한 기분을 느꼈다.그런데 지금은... 없었다.그녀의 버팀목이 사라졌다.문이 열리고 소원은 기어가듯 들어갔다.육경한은 그녀에게 다가가면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며 발작을 일으킬까 봐 손을 댈 엄두도 나지 않았다.소진용은 하얀 천을 덮고 있었다.소원은 그런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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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6화
진아연은 방금 자신을 발로 차버린 사람이 누군지 보지 못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녀의 뒤엔 육경한뿐이었다.만약 그 사람이 육경한이라면 그녀의 은혜는 이미 육경한이 소원을 향한 마음을 능가했다는 것이었다.진아연은 미쳐버릴 것 같았다.하지만 그녀는 이성을 잃어서는 안 되었다. 이럴 때일수록 정신을 똑바로 차려 챙길 것은 챙겨야 한다고 생각했다.그녀는 부드럽고 아량이 넓은 사람 연기를 해야 한다.독하게 육경한을 깨물던 소원과 대비되게 연기를 해야 육경한의 마음을 다시 잡을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경한 씨, 괜찮아요? 아까...”진아연은 빨갛게 물든 그의 소매를 가리키며 걱정스레 물었다.“그 여자가 깨물었는데 괜찮아요?”육경한은 멍하니 그녀의 꼴을 몇 초간 지켜보다가 담담하게 답했다.“괜찮아.”“방금은 미안했어요. 소원한테 그런 큰일이 있었을 줄은 몰랐거든요. 그냥 경한 씨의 팔을 꽉 물고 있길래 나도 모르게 급해서... 이따가 내가 직접 소원이한테 사과할게요...”진아연은 시선을 내리깔며 처연한 모습을 연기했다.육경한은 그녀의 웨딩드레스를 빤히 보았다. 순간 이상하게도 눈에 거슬렸다.“괜찮아. 오늘 많이 속상했지. 나중에 보상해줄 테니까 오늘은 이만 먼저 돌아가.”진아연은 화가 치밀었다. 육경한이 그녀에게 먼저 돌아가라고 했으니 말이다. 그는 분명 이곳에 남아 소원의 곁에 있어 줄 것이 틀림없었다.다행인 것은 육경한의 태도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는 것이다.그녀는 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나 먼저 가 볼게요. 너무 무리하지 말아요.”육경한은 떠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다가 다시 소원을 떠올리면서 자신과 소원의 사이도 이렇게 평화로웠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진아연은 몸을 틀자마자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다.그녀는 똑똑히 들었다. 육경한이 소원의 어머니를 언급한 것을. 아마 위독한 상태인 듯했다.‘설마 하루 사이에 둘이나 죽는다고?'‘이런 좋은 소식 당연히 소원이도 알아야지.'그녀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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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7화
임세희는 몸을 돌려 그녀에게 인사를 했다.“어머, 윤혜인 씨가 여긴 어쩐 일이에요?”그녀는 꼭 우연인 것처럼, 꼭 자기가 이선 그룹의 안주인이 된 것처럼 말을 건넸다.윤혜인의 두 눈이 분노에 충혈되고 손발마저 차가워졌다.그녀는 살짝 튀어나온 임세희의 배를 발견했다. 같은 여자로서 윤혜인은 그것이 뱃살이 아니라 임신이라는 것을 바로 알아챘다.아마 그녀보다 꽤 일찍 임신한 것 같았다. 다만 누렇게 변한 얼굴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이상하게도 티가 나는 것 같았다.순간 윤혜인은 배신감을 느꼈다.이준혁이 줄곧 그녀를 속이고 있었기 때문이다.정신병동에 있다느니 복수를 해주겠다느니 전부 거짓말이었다.이준혁은 임세희를 곁으로 부른 것도 모자라 임신까지 시켰다.“윤혜인 씨, 사실 전 줄곧 혜인 씨한테 사과하고 싶었어요...”임세희는 윤혜인을 보면서 울먹거렸다.“전에는 다 제가 철이 없어서 주제도 모르고 준혁 오빠한테 들러붙어 혜인 씨 기분만 상하게 했어요.”제멋대로 굴던 모습은 사라지고 누렇게 뜬 얼굴로 울먹이니 확실히 가련해 보이긴 했다.그러나 윤혜인은 전혀 넘어가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를 향한 증오만 더 깊어져 갔다.송소미는 죽기 직전에 임세희가 그녀의 아이를 없애버리라고 지시했다는 사실을 직접 인정했다.윤혜인의 얼굴이 차갑게 굳어졌고 이내 짝 소리와 함께 뺨을 때렸다.털썩.뺨을 맞은 임세희는 소파 모서리에 부딪히며 넘어졌다.“아야...”그녀는 배를 감싸 안았다. 그러면서 아주 고통스러운 듯 앓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다른 각도에서는 어떻게 보일지는 몰라도 그녀의 맞은편에 있는 윤혜인은 똑똑히 보았다.그녀의 손힘으론 절대 이 정도로 넘어질 리가 없었다.임세희는 변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 지금도 연기를 하며 누명을 씌우고 있었으니 말이다.그렇게나 연극을 좋아하니 그녀는 맞춰줄 생각이었다.윤혜인은 임세희에게 다가가 손을 잡으며 물었다.“괜찮아요?”임세희는 입술을 짓이기더니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 달았다. 그런데 누렇게 뜬 얼굴로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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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8화
“윤혜인!”이때 이준혁이 다가와 그녀를 확 잡아당기며 이 소란을 종결시켰다.“내 몸에 손대지 말아요!”윤혜인은 이준혁의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역겨워.'그녀는 눈앞에 있는 쓰레기남과 쓰레기녀가 너무도 역겹게 느껴졌다.순간 속이 울렁거리며 눈앞이 어질하여 휘청거리게 되었다.이준혁은 급하게 손을 뻗어 그녀를 부축하려고 했다.그러나 윤혜인은 뒤로 물러나면서 이를 빠득 갈았다.“이준혁 씨, 우리 계약도 그만하죠. 번거롭겠지만 이혼 서류에 일찍이 사인해주길 바라요. 안 그러면 사람 많은 곳에서 난동을 피울 거예요.”말을 마친 윤혜인은 바로 떠나려고 했다. 더는 눈을 더럽히는 남녀를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이준혁은 그녀를 따라가려고 했지만, 뒤에 있던 임세희가 갑자기 그의 바짓자락을 붙잡으며 당황한 듯 말했다.“준혁 오빠, 나 배가... 배가 너무 아파... 피가 나는 것 같아...”바닥은 어느새 피로 물들어 있었다.이준혁은 미간을 찌푸리며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곤 주훈을 불렀다.“주 비서, 당장 세희를 병원으로 데려가. 모든 과정에 곁에서 딱 붙어 지켜봐. 절대 문제 생기지 않게.”말을 마친 뒤 그는 바닥에 주저앉은 임세희를 무시하고 얼른 윤혜인을 붙잡으러 나갔다.임세희는 이를 빠득 갈았다. 그녀의 몸에서는 여전히 피가 흐르고 있었지만, 이준혁은 무시하고 나가버렸다.감히 난동을 피울 엄두가 나지 않았다. 여하간에 정신병동에서 지냈던 하루하루가 지옥이었으니 말이다.그녀는 일단 힘부터 키워야 했다. 절대 윤혜인과 맞서 싸워서는 안 되었다. 그랬다면 이준혁이 절대 그녀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임세희는 주먹을 꽉 쥐며 이 치욕은 잠깐이리라 생각했다.‘난 반드시 윤혜인이 가진 모든 것을 빼앗고 말 거야!'이준혁은 엘리베이터 입구에서 경호원과 다투는 윤혜인을 발견했다.“비켜요! 당신들이 뭔데 자꾸만 내 자유를 빼앗는데요! 비켜요!”이준혁은 경호원에게 눈짓했다. 그러자 두 경호원은 길을 내어주었다.윤혜인이 걸음을 옮기려던 순간 이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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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9화
익숙한 레퍼토리에 윤혜인은 웃음이 터져 나올 뻔했지만, 꾹 참고 들었다.이준혁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임세희 배 속에 있는 아이는 내 아이가 아니야.”윤혜인은 차갑게 웃었다.“이준혁 씨, 내가 그렇게 멍청해 보여요? 준혁 씨 아이가 아니라고요. 그럼 왜 곁에 두고 보살펴 주고 있었는데요?”“세희를 데리고 나온 사람은 내가 맞아. 하지만 난 절대 불쌍해서 마음이 약해져서 데리고 나온 게 아니야. 나에겐 그렇게 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어.”그 이유에 관해선 이준혁은 뜸을 들이며 말했다.“언젠가, 언젠가는 반드시 알려줄게. 아직은 아니야.”너무도 형편없는 변명에 윤혜인은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웃음이 터져 나오려고 했다.이젠 그녀에게 그럴싸한 변명도 지어내지 않았다.확실히 그녀도 들을 자격이 없었다.이준혁은 그녀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괜스레 불안해져 그녀의 손을 잡았다.“난 너랑 이혼할 생각 없어. 너도 자꾸만 내 곁을 떠날 생각하지 말아줘, 알겠어?”며칠간 그는 자신의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게 될까 봐 회사에서 잠을 잤다.밤잠을 이루지 못할 때 그는 자신이 윤혜인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날 이성을 잃은 것도 그녀가 그의 곁을 몰래 떠나려고 했기 때문이다.그는 오랫동안 고민한 끝에 윤혜인이 임신한 아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녀를 놓아주지 못하니 차라리 전부 받아들이자는 마음이었다.게다가 그는 은근히 희망을 걸고 있었다. 그 아이가 자신의 아이일 수도 있다는 희망을 말이다.여하간에 그간 그는 몇 번이나 충동적으로 그녀의 몸을 탐했었다.교활한 한구운의 말만 곧이곧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하지만 그는 이미 그 아이가 진짜 그의 아이이든 다른 남자의 아이이든 전부 받아들이기로 다짐했고 윤혜인을 잘 타일러 방심하게 한 다음 그녀가 직접 털어놓게 할 생각이었다.윤혜인은 화가 나 미칠 지경이었다.“그동안 나 계속 속이고 있었어요?”‘계약 결혼은 무슨. 그냥 날 묶어두기 위한 수단이겠지!'이준혁은 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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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0화
한참 울고 난 뒤 윤혜인은 소원을 부축하며 휴식 공간으로 왔다. 이준혁과 육경한은 그런 그녀들을 따라가지 않았다.두 사람에겐 할 말이 말았을 테니까.휴식 공간으로 온 뒤 윤혜인은 소원에게 물었다.“아저씨가 왜 그러셨는지 알고 있어?”소원은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회사 일로...”“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야?”소원은 고개를 저었다. 정말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전미경은 아파 집에 있었고 빈소는 그녀 혼자 지키고 있어야 했다.장례식까지 치르고 있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이 모든 상황이 여전히 꿈만 같았고 꿈에서 깨면 소진용이 집에 있을 것 같았다.그녀의 가족은 전처럼 오손도손 모여앉아 즐겁게 웃고 있을 것 같았다.그러나 복도를 가득 채운 근조화환이 그녀에게 현실을 알려주고 있었다. 더는 그럴 일 없다고.두 사람은 다시 서로를 끌어안으며 통곡했다.떠나기 전 윤혜인은 소원에게 물었다.“소원아, 혹시 핸드폰 있어? 나 어디로 전화 한 통 좀 하고 싶은데.”소원은 바로 핸드폰을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그녀는 윤혜인이 핸드폰조차 마음대로 쓰지 못할 줄은 몰랐다. 어쩌면 이준혁의 집착에 힘들게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윤혜인이 떠난 뒤 소원은 계속 빈소에 무릎 꿇고 앉아 있었다.해가 저물자 빈소에 불청객이 찾아왔다.검은색 코트를 입은 진아연이 국화꽃을 들고 등장했다. 육경한은 마침 담배 태우러 나간 터라 진아연과 마주치지 못했다.진아연은 빈소로 들어가 인사하려고 했지만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당장 꺼져!”비록 빈소에 남아 있는 사람은 얼마 없었지만 진아연은 소리치는 그녀에 조금 괘씸하며 악랄하게 말했다.“소원. 난 좋은 마음으로 인사드리려고 온 거야. 내 호의 무시하지 마.”소원은 두 눈을 부릅뜨며 화를 냈다.“더러운 게 감히 깨끗한 우리 아빠 빈소를 더럽히려고 하지 마.”“깨끗하다고?”진아연은 웃으며 되물었다.“넌 정말로 네 아빠가 깨끗하다고 생각해?”소원은 그녀를 상대하고 싶지 않아 차갑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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