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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6화

진아연은 방금 자신을 발로 차버린 사람이 누군지 보지 못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녀의 뒤엔 육경한뿐이었다.

만약 그 사람이 육경한이라면 그녀의 은혜는 이미 육경한이 소원을 향한 마음을 능가했다는 것이었다.

진아연은 미쳐버릴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이성을 잃어서는 안 되었다. 이럴 때일수록 정신을 똑바로 차려 챙길 것은 챙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부드럽고 아량이 넓은 사람 연기를 해야 한다.

독하게 육경한을 깨물던 소원과 대비되게 연기를 해야 육경한의 마음을 다시 잡을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경한 씨, 괜찮아요? 아까...”

진아연은 빨갛게 물든 그의 소매를 가리키며 걱정스레 물었다.

“그 여자가 깨물었는데 괜찮아요?”

육경한은 멍하니 그녀의 꼴을 몇 초간 지켜보다가 담담하게 답했다.

“괜찮아.”

“방금은 미안했어요. 소원한테 그런 큰일이 있었을 줄은 몰랐거든요. 그냥 경한 씨의 팔을 꽉 물고 있길래 나도 모르게 급해서... 이따가 내가 직접 소원이한테 사과할게요...”

진아연은 시선을 내리깔며 처연한 모습을 연기했다.

육경한은 그녀의 웨딩드레스를 빤히 보았다. 순간 이상하게도 눈에 거슬렸다.

“괜찮아. 오늘 많이 속상했지. 나중에 보상해줄 테니까 오늘은 이만 먼저 돌아가.”

진아연은 화가 치밀었다. 육경한이 그녀에게 먼저 돌아가라고 했으니 말이다. 그는 분명 이곳에 남아 소원의 곁에 있어 줄 것이 틀림없었다.

다행인 것은 육경한의 태도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그녀는 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나 먼저 가 볼게요. 너무 무리하지 말아요.”

육경한은 떠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다가 다시 소원을 떠올리면서 자신과 소원의 사이도 이렇게 평화로웠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진아연은 몸을 틀자마자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그녀는 똑똑히 들었다. 육경한이 소원의 어머니를 언급한 것을. 아마 위독한 상태인 듯했다.

‘설마 하루 사이에 둘이나 죽는다고?'

‘이런 좋은 소식 당연히 소원이도 알아야지.'

그녀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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