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Chapter 501 - Chapter 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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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1화
진찬성은 대부분 안 좋은 일로 이곳에 온다.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경호원을 대동해야 했다.소원의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다. 별장 밖의 경호원이 있던 것은 그녀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조금 전 위층으로 도망치려고 했던 것이다.그녀는 시간 낭비할 것 없어 방 안에 있는 유일한 의자로 출입문을 막았다. 곧이어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두 다리에서 피가 철철 흐르고 있었던 진찬성은 몸을 일으킬 수 없었다. 그래서 제자리에 앉은 채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X발 지금이 노크할 때야?! 당장 들어와!”소원은 너덜너덜한 천으로 그의 입을 막았다. 피를 흘리는 채로 웅얼거리는 그의 모습은 아주 처참했다.이 기회를 빌려 소원은 긴급 전화를 걸려고 했다. 다행히 긴급 전화는 잠금을 해제하지 않고서도 걸 수 있었다.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주소를 말했다. 별장이 시내에서 떨어진 탓에 경찰은 30분 후 도착할 수 있다고 했다.이때 핸드폰이 다시 진동하기 시작했다. 전화를 건 사람은 다름 아닌 육경한이었다.깜짝 놀란 그녀는 핸드폰을 아예 부숴버렸다. 입으로는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나쁜 사람... 다 나쁜 사람이야... 믿으면 안 돼...”퍽! 퍽! 퍽!밖에서 경호원은 문을 부술 기세로 발길질을 했다. 이미 힘이 풀린 소원은 바닥에 쓰러진 채 몸만 하염없이 떨어댔다.귀를 찌르는 소리는 잠시도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절망에 빠진 채 과도를 들고 구석에 몸을 숨겼다. 눈물은 이미 앞을 가렸고, 경찰이 조금이라도 빨리 도착하기를 바랄 뿐이었다.쾅!굉음과 함께 문이 부서지고 경호원들이 들어왔다. 그들은 먼저 진찬성 쪽으로 가서 그를 부축했다.진찬성은 곡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켰다. 천을 뱉어낸 다음에는 소원을 가리키며 말했다.“저년을 다른 데로 옮겨. 곧 경찰이 도착할 테니까 그 전에 청소도 해줘.”소원은 이 말을 듣자마자 밖으로 달려 나갔다. 경호원은 무서운 속도로 쫓아왔다.출입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경보음을 듣고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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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2화
육경한의 눈빛은 아주 예리했고 보이는 감정이라고는 냉정함 밖에 없었다.소원은 순간 호흡을 멈추더니 입을 꾹 다물었다. 빨리 도망가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진찬성은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벌벌 떨면서 말했다.“매부, 저년을 차에 태우고 빨리 도망가요. 안 그러면 귀찮아질 거예요.”육경한은 그녀의 너덜너덜한 옷과 진찬성의 피로 얼룩진 다리를 번갈아 바라봤다. 미간을 찌푸린 그는 그녀를 확 안아 올리더니 자신이 데려온 사람에게 지시했다.“여기 청소해요.”소원은 눈앞이 흐릿했고 온몸이 다 바들바들 떨렸다. 육경한은 진실을 감추려 하고 있었고, 그녀의 억울함도 풀 수 없게 되었다.진찬성의 말로 추정했을 때 피해자는 그녀 한 명뿐이 아닌 것 같았다. 순간 어디에서 온 용기인지 그녀는 육경한의 턱을 있는 힘껏 깨물었다.“습...”육경한은 손을 뻗어 그녀를 밀어내려고 했다. 그녀는 이 틈을 타서 그의 그곳을 찼다.“윽...”그는 안색이 확 변하더니 어쩔 수 없이 손을 놓았다. 소원은 그의 주머니에서 조금 전 빼앗긴 과도를 다시 꺼내 들고 진찬성을 향해 달려들었다.“죽여버릴 거야!”그녀의 눈빛에 겁먹은 진찬성은 화들짝 놀랐다.“악! 아악!”그는 원래 경호원을 끌어와 막으려고 했다. 하지만 괜히 버둥거리다가 소원의 바로 앞에 엎어지고 말았다.칼은 결국 그의 어깨에 꽂혔다.“아아아!”그는 돼지 멱 따는 소리를 댔다.원래 찌르려고 했던 목을 찌르지 못한 소원은 칼을 뽑더니 다시 한번 휘둘렀다.“야! 이 미친년아!”진찬성은 오줌을 흘리며 겨우 칼을 피했다. 소원은 그를 죽이려고 결심했는지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다리를 다친 진찬성은 달릴 수 없었다. 소원을 피하기 위해서는 개처럼 기어서 도망가야 했다.그는 경호원은 향해 소리를 질렀다.“너희들 가만히 서서 뭐 해?!”두 명의 경호원은 이제야 정신 차리고 광기 서린 소원을 붙잡았다.이때 별장 앞에는 검은색 차가 멈춰 섰다.“오빠! 오빠!”차에서 내려온 진아연은 피투성이가 된 진찬성을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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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3화
“뭔데?”“진찬성이 내 영상을 찍었어. 그 영상 완전히 지워줘.”소원은 영상을 지우기보다는 남기고 싶었다. 하지만 그건 육경한이 허락하지 않을 것이니 차라리 지우는 게 나았다. 진찬성에게 남겨봤자 안 좋은 일만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좋아.”육경한은 빠르게 허락했다. 그리고 몸을 일으켜 밧줄을 풀어줬다. 소원이 잠깐 힘을 푼 사이 그는 그녀의 피 묻은 셔츠까지 벗겼다.“야!”소원은 경계하는 눈빛으로 자신의 몸을 막았다.“뭐 하는 거야?”육경한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그 옷을 입고 경찰을 만날 생각인 건 아니지?”그는 자신의 셔츠를 던져줬고, 소원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걸쳐 입었다. 진찬성에게 맞은 곳은 아직도 얼얼하게 아팠다.그녀가 셔츠 단추를 잠글 때 육경한은 그녀만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녀는 당황한 듯 몸을 돌렸고, 정갈한 차림으로 다시 돌아섰을 때 육경한도 셔츠를 바꿔 입은 것을 발견했다.소원의 과도는 아주 작았다. 그 정도의 칼에 찔린 상처는 딱히 처치할 필요도 없었다. 육경한은 입꼬리를 씩 올리며 그녀를 바라봤다.“본적 없는 것도 아니고, 왜 부끄럼을 타고 그래?”육경한은 잘 웃지 않는 타입이었다. 그래서인지 미소를 보인다고 해도 차갑게 느껴졌다. 그게 또 매력 포인트이기는 하지만 말이다.소름이 돋은 소원은 고개를 휙 돌리며 대꾸하지 않았다.잠시 후 얼굴에는 차가운 감촉이 느껴졌다. 육경한이 차량 냉장고에서 시원한 음료수를 꺼내 얼굴의 부기를 빼주려고 했던 것이다.차가운 캔이 얼굴에 스치는 동작은 아주 부드러웠다. 평소의 육경한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그게 어색했던 소원은 직접 하려고 했다. 하지만 육경한은 그녀의 손을 뒤로 넘기며 예리한 눈빛을 보냈다.“그날 밤 내가 한 말, 다 들었지?”소원은 당황한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무슨 말을 하는 거야?”육경한은 그녀를 뚫어져라 노려보며 피식 웃었다.“모르는 척하겠다는 건가?”그날 병실에서 육경한은 지금 다시 떠올려도 치가 떨리는 말을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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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4화
육경한은 손을 뻗어 소원의 잔머리를 넘겨줬다. 그러고는 알 수 없는 말을 했다.“나도 알고 싶어.”소원의 미소는 그대로 얼굴에 얼어붙었다. 입술이 하도 심하게 떨려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반대로 육경한은 기분 좋은 듯 피식 웃었다. 시선은 새끼손가락의 반지를 돌리는 그녀에게 향해 있었다.지난번 구치소에서 여자들은 그녀의 새끼손가락을 잘라 증명으로 했다. 비록 제때 잇기는 했지만 흉터가 하도 선명해서 이렇게 가릴 수밖에 없었다. 안 그러면 부모가 걱정할 것이기 때문이다.잠시 후 육경한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그 일은 내가 책임지고 해결해 줄게.”분명히 원하는 일인데도 소원은 어쩐지 소름이 돋았다. 그녀는 무릎에 올려놓았던 손으로 주먹을 쥐더니 비웃는 말투로 말했다.“내가 진찬성이 벌받는 날까지 살아있어야 할 텐...”그녀가 말을 마저 하기도 전에 눈앞에 어두워졌다. 차가운 입술은 닿기만 하고 깊게 파고들지 않았다.육경한은 웃음기가 서린 눈빛으로 물었다.“지금 질투하는 거야?”소원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토록 누군가의 머리를 열어서 생각을 확인하고 싶은 충동은 또 처음이었다.‘도대체 어느 단어에서 질투라고 착각한 건지? 역겨줘.’소원은 미친 듯이 입술을 문질렀다. 동작은 입술의 껍질을 벗겨내기라도 할 것처럼 거칠었다.순간 육경한의 안색은 싸늘하게 식었다. 그는 그녀의 손을 잡더니 자기 몸에 대고 거리를 좁혔다.이번에 그는 조금도 봐주지 않고 과감하게 치아를 뚫었다. 그리고 그녀가 아픈 듯 신음을 낼 때까지 내몰았다.소원은 남자의 힘을 이길 수 없었다. 그녀가 아무리 반항해 봤자 그는 간지럽기만 했다.키스는 점점 깊어졌고 욕망은 위험한 신호처럼 밀려왔다. 소원은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미친놈! 약혼녀가 바로 옆에 있는데 이러고 싶을까? 지금 날 사람 취급도 안 하는 거잖아.’이때 육경한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핸드폰 화면에는 ‘아연’이라는 두 글자가 떴다.육경한이 잠시 일어난 틈을 타서 그녀는 정확히 그의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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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5화
소원은 육경한이 이런 말을 하는 것도 납득이 되지 않았다. 그녀는 사춘기 소녀가 아니다. 이런 말을 듣고 설렐 일도 없었다. 짐승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와도 역겹기만 할 뿐이다.그가 말을 끝내기 바쁘게 진아연이 찾아왔다. 차에서 내린 육경한은 그녀와 얘기를 주고받았다. 그래도 화가 풀리지 않는지 진아연은 창문을 통해 소원을 노려봤다.소원이 들은 것은 대부분 사과를 요구한다는 말이었다. 진아연은 소원에게 사과를 듣고 싶어 했다. 소원이 사과할 리 없다는 것은 육경한도 알았다. 그래서 적당히 그녀를 달래 차에 태웠다.경찰이 도착한 다음 소원은 남자친구와 싸우다가 신고하게 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소원의 말을 듣고 별장을 검사하고는 그냥 거짓 신고는 처벌받을 수도 있다고 말하고 떠나갔다.소원은 소종의 차를 타고 떠났다. 두 대의 차가 엇갈리는 순간 육경한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그의 시선에 소원은 소름이 돋았다. 육경한이 또 무슨 꿍꿍이가 있는지 이제는 추측도 못 할 것 같았다. 육경한이 아는 의사가 흉부외과 전문의만 아니었어도 진작 도망가고 말았을 것이다.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냈다.[10일 후에 출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가능한가요?][그럼요.]소원은 이제야 시름을 놓고 메시지를 지웠다. 육경한이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절대 가담할 생각이 없었다.그녀는 빠른 시일 내로 부모님을 모시고 이 도시를 떠날 것이다....윤혜인은 아직도 별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녀를 감금한 장본인인 이준혁은 다섯 날이나 나타나지 않았다.도우미는 바뀌지 않았다. 도우미의 말을 들어보니 그녀와 얘기를 나누는 것을 금지당했다고 한다. 그녀는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핸드폰을 빌리려고 했지만, 이 집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이 핸드폰이 없다는 사실만 알게 되었다.그녀는 모든 희망을 잃고 말았다. 하루 종일 먹고 자고 논 것밖에 없는 덕에 건강은 나름 좋아졌다.갇혀 있는 시간이 오래 되자 그녀는 창문으로 도망갈 생각을 하기 시작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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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6화
그는 따듯한 온기가 느껴지는 손으로 발목을 매만지면서 덤덤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할 말 있다고 하지 않았어?”윤혜인은 그를 건드릴 엄두가 나지 않아 간질거리는 마음을 참으며 말했다.“저 그동안 수업을 너무 많이 빼먹은 것 같아서 그러는데 내일은 가서 수업 들어도 될까요?”“내가 이미 대신 처리했어.”윤혜인의 두 눈이 커지고 그의 말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네?”이준혁은 계속 말을 이었다.“내가 네 회사에 이미 말해뒀다고. 이젠 출근 안 해도 되는데 기쁘지 않아?”윤혜인은 속에 오만가지 욕이 떠올랐다. 천천히 대화를 해보자는 생각에 참고 참고 또 참았지만 실패했다.“이준혁 씨가 대체 왜 저 대신 회사에 연락해요?! 그건 제 직장이에요. 전 그만두고 싶다는 말도 한 적이 없는데 대체 왜 멋대로 그런 거예요!”눈앞에 있는 남자는 너무 제멋대로였다.그녀는 화가 났다.“왜라니?”그는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턱을 잡으면서 미소를 지었다.“당연히 내가 네 남자니까 그런 거지.”미소를 짓는 그의 모습은 음험하기도 하고 무서웠다.윤혜인은 저도 모르게 움찔하게 되었다.행여나 언짢아져 그날 밤처럼 밤새 동안 그녀를 괴롭힐까 봐 두려웠다.그녀는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했다.“준혁 씨, 제가 한 말은 전부 사실이에요. 전 정말 한구운 씨와는 아무런 사이가 아녜요. 준혁 씨 억측으로 자꾸 저한테 죄명을 만들어 주지 않으면 안 돼요?”“내 억측이라고?”이준혁은 그녀의 말을 미묘한 어투로 곱씹었다.윤혜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필사적으로 설명했다.“저랑 선배 사이에는 정말 아무 일도 없었어요. 준혁 씨가 오해한 거예요.”말을 마친 그녀는 자신의 입을 막았다. 조급한 마음에 또 선배라는 호칭을 내뱉었기 때문이다.그녀는 조심스럽게 이준혁의 눈치를 살폈다. 행여나 그의 심기를 건드렸을까 봐 말이다.이준혁은 날카로운 눈길로 그녀를 보면서 차갑게 말했다.“네가 한구운의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데, 내가 오해한 거라고?”윤혜인은 그의 말을 이해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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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7화
한구운이 식물인간이 된 후 한구운의 비서가 병원에서 이 사실을 밝혔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박미선은 정신을 잃고 쓰러질 뻔했다.윤혜인도 놀라 눈을 크게 뜨게 되었다.한구운이 모든 재산을 그녀에게 준다니. 이런 뜬금없는 일이 어디 있겠는가.이준혁의 눈빛이 더 가라앉았다.“이건 설명 못 하겠어?”윤혜인은 입을 벙긋거렸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그녀가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지금 그녀의 머릿속은 하얀 백지장이 되었다.이준혁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한구운은 인간쓰레기가 맞긴 했지만, 아이를 키우는 일은 아주 완벽하게 처리했다.순간 누군가가 그의 심장을 찢어놓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그녀의 턱을 잡아 올리며 싸늘한 눈빛으로 말했다.“말하라고!”‘아파!'윤혜인은 고통에 눈물이 그렁그렁해졌고 목마저 메어버렸다.“무슨 말을 해야 하는데요?”“아까부터 계속 설명하고 있었던 거 아니었어? 계속 설명해 보라고.”윤혜인은 설명할 수가 없었다.그녀도 한구운이 왜 그랬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어떻게 설명하란 말인가?그녀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이준혁은 더 화가 치밀었다. 문을 열고 들어오기 전 차근차근 그녀와 대화해 봐야겠다는 생각은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고 어투도 점차 빈정대기 시작했다.“윤혜인, 나를 갖고 노는 게 재밌었어? 감히 나를 두고 다른 남자를 꼬셔?”윤혜인은 눈시울이 붉어졌다.“제가 언제 준혁 씨를 갖고 놀았는데요?”남자의 눈빛이 어두워지고 코웃음을 치면서 말했다.“병실에 있을 때 난 원래 너를 상대해줄 생각 없었어. 근데 너는 뭘 했지?”“전...”“왜 말을 못 하겠어? 내가 대신 말해줄까?”이준혁은 병실에 있었던 그날을 떠올렸다. 그때도 한구운 때문이었다는 것이 떠올라 점점 화가 치밀었고 말도 거칠어졌다.“넌 항상 그랬어. 천박하게 이 남자 저 남자한테 어항을 치기 좋아했지. 그런 게 아니면 그냥 욕구를 푸는 것이 목적인 건가?”“무슨 그런!”‘나쁜 놈!'‘세상에서 제일 나쁜 놈!'윤혜인은 너무도 서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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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8화
확인한 후 남자는 침대에서 내려와 약상자를 뒤적이며 약을 꺼냈다.그녀가 거부하기도 전에 기다린 손가락으로 약을 쭉 짜 발라주었다.차가우면서도 시원한 것이 몸에 닿자 윤혜인은 당황해했다.순간 그녀는 치욕스러움을 느꼈다.서러워 눈에서 눈물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남자는 그녀를 물건으로 생각한 것이다. 그녀를 존중해줄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약을 바른 뒤 그녀는 또 남자에게 압박당했다. 행여나 쓸리게 될까 봐 다리를 오므리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다.윤혜인의 얼굴이 분노에 빨갛게 물들었다.이준혁은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집에 약이 있었는데 왜 안 발랐어?”“...”윤혜인은 바르기 쉬운 위치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게다가 약을 발라 빨리 낫기라도 하면 그가 다시 짐승처럼 달려들 위험성이 있었다.그녀가 치료를 하지 않은 건 일종의 보장이기도 했다.이준혁이 갑자기 다시 입을 열었다.“설마 일부러 치료하지 않은 거야? 이 핑계로 내가 널 안지 못하게 하려고?”“...”윤혜인이 당황하던 순간을 남자는 바로 눈치챘다.그는 훅 다가오며 여전히 온기가 남아 있는 손으로 그녀의 몸을 더듬었다. 그의 목소리는 조금 갈라져 있었다.“거짓말해도 소용없어!”이준혁은 이번에 정말로 마음속에 욕구가 생겨났다. 절대 그녀에게 벌을 주기 위함도 아니었다...그저 단순히 그녀를 안고 싶었다.하지만 그는 전보다 조금 안정된 정서를 보이었고 그녀의 몸도 생각해 다른 방식으로 안으려 했다.윤혜인은 몸이 돌처럼 뻣뻣하게 굳어졌다. 두 팔로 힘껏 그를 밀어내면서 혼란스러운 목소리를 냈다.“비켜요...당신은 못 해요... 안 돼요...”남자의 안색이 음험하게 변하고 위험한 분위기를 내뿜고 있었다.“다시 말해 봐, 누가 못한다고?”윤혜인은 조급한 나머지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당신이 아니라, 제가...”그는 커다란 손으로 천천히 부드러운 그녀의 속살을 만졌다.“난 안 넣어도 돼. 하지만...”그는 그녀의 귓가에 대고 나직하게 뒷말을 이었다.윤혜인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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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9화
윤혜인의 심장이 순간 쿵 내려앉았다.핸드폰도 툭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이준혁은 맨발로 들어왔다. 긴 팔다리엔 튼실한 근육이 자리 잡고 있었고 상체의 복근은 더욱 탄탄해 보였다.그는 허리를 굽혀 핸드폰을 주워 윤혜인의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822822로 해봐.”윤혜인은 멈칫했다.8월 22일.그것은 두 사람이 혼인신고를 했던 날이었다.그녀는 제자리에 굳어버렸다.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도 점차 그녀의 온기에 뜨거워지고 있었다. 특히 화면이 켜지고 그녀가 작성했던 내용이 남자의 눈에 확연히 들어갔다.이준혁은 한 글자씩 그녀가 작성한 문자를 읽었다.“아저씨, 저 혜인이에요. 지금 준혁 씨에게 감금당했는데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이준혁은 입꼬리를 올리며 차갑게 말했다.“지금 내 삼촌한테 도움 요청한 거야?”남자는 겉보기엔 평온해 보였지만 속에선 거친 파도가 일렁이고 있었다.‘역시나 내 곁에서 도망칠 생각을 하고 있었네.'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점차 화가 치밀어 감정을 조절하기가 힘들었다.그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리곤 그녀의 턱을 확 잡으면서 벽으로 밀었다.“그렇게 내 주변 사람들한테 꼬리치고 싶은 거야? 왜, 삼촌이 널 도와주면 뭐로 보답하려고?”윤혜인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녀는 들킨 마당에 숨기지 않고 말했다.“이렇게 절 집에 가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아무리 부부라고 해도 준혁 씨에겐 제 자유를 제한할 권리가 없다고요.”이준혁의 표정이 순간 어둡게 가라앉았다.그는 차갑게 피식 웃었다.“윤혜인, 그게 지금 네가 나한테 할 소리인 거야?”그의 단단한 팔이 순간 그녀의 허리를 꽉 감싸고 있었다. 그는 평정심을 잃고 말았다.“그럼 넌 나를 위해 아이를 낳아줘야 하는 거 아니야?”윤혜인은 순간 멍한 표정을 지었다. 너무도 뜬금없었다.그녀의 머릿속으로 세상에 나오지도 못하고 하늘나라로 간 그들의 아이가 떠올랐다.그 아이는 그녀에게 커다란 가시가 되어 그녀의 살에 파고들었고 뽑을 수도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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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0화
육경한을 미행하던 사람이 진아연에게 보고했다.“대표님께선 오아시스 아파트로 들어가셨습니다.”전화가 끊긴 후 방에서는 엄청난 소리가 들려왔다.쿵! 콰앙!진아연은 손에 잡히는 대로 가구를 전부 던졌다.더 이상 던질 가구가 없어진 진아연은 그대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고 불안한 듯 손톱을 물어뜯었다.육경한이 소원을 대하는 태도는 점점 분명하게 변하고 있었다. 심지어 당장 내일이 결혼식인데도 이 야밤에 소원을 찾으러 간 것을 보면 설령 그와 결혼한다고 해도 소원을 계속 만나러 갈 것 같았다.그녀는 사실 전부터 눈치채고 있었다. 육경한이 자신을 사랑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책임감 때문에 그녀와 결혼한다는 것을 말이다.만약 나중에 잘못된 대상에게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는 그녀를 어떻게 대할까?육경한은 차갑고 무정한 사람이었다. 그가 소원을 상대할 때 그녀는 눈치챘었다.하지만 소원과는 적어도 어린 시절의 감정이 남아 있었지만, 그녀는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거짓이었다.게다가 육경한이 그녀에게 느끼고 있는 책임감도 점차 줄어들고 있었다.그는 끊임없이 좋은 물건으로 그녀에게 보상해주고 있었지만, 그녀가 아이 이야기를 꺼내기만 하면 대답을 피했고 꼭 영혼 없는 마리오네트와 결혼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여하간에 육경한이 그녀에게 준 재산은 평생 다 쓸 수 없는 정도였으니까.하지만 그 상대가 소원이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아니, 문제가 커진다.불안과 초조함에 진아연은 바닥에 있던 핸드폰을 주워들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내일 결혼식이 시작될 때 그 파일들을 전부 전송해줘요.”지금 이 순간 진아연의 두 눈은 너무도 음험하여 꼭 극독을 지닌 독사의 눈빛 같았다.‘이번엔 반드시 소원을 끌어내릴 거야!'...오아시스 아파트.소원은 이미 짐을 다 정리한 상태였고 내일 아침 이삿짐센터가 오기만을 기다리면 되었다.그녀는 약속을 지켰다. 육경한이 결혼식을 올리기 전날 밤까지 오아시스 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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