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경한을 미행하던 사람이 진아연에게 보고했다.“대표님께선 오아시스 아파트로 들어가셨습니다.”전화가 끊긴 후 방에서는 엄청난 소리가 들려왔다.쿵! 콰앙!진아연은 손에 잡히는 대로 가구를 전부 던졌다.더 이상 던질 가구가 없어진 진아연은 그대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고 불안한 듯 손톱을 물어뜯었다.육경한이 소원을 대하는 태도는 점점 분명하게 변하고 있었다. 심지어 당장 내일이 결혼식인데도 이 야밤에 소원을 찾으러 간 것을 보면 설령 그와 결혼한다고 해도 소원을 계속 만나러 갈 것 같았다.그녀는 사실 전부터 눈치채고 있었다. 육경한이 자신을 사랑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책임감 때문에 그녀와 결혼한다는 것을 말이다.만약 나중에 잘못된 대상에게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는 그녀를 어떻게 대할까?육경한은 차갑고 무정한 사람이었다. 그가 소원을 상대할 때 그녀는 눈치챘었다.하지만 소원과는 적어도 어린 시절의 감정이 남아 있었지만, 그녀는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거짓이었다.게다가 육경한이 그녀에게 느끼고 있는 책임감도 점차 줄어들고 있었다.그는 끊임없이 좋은 물건으로 그녀에게 보상해주고 있었지만, 그녀가 아이 이야기를 꺼내기만 하면 대답을 피했고 꼭 영혼 없는 마리오네트와 결혼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여하간에 육경한이 그녀에게 준 재산은 평생 다 쓸 수 없는 정도였으니까.하지만 그 상대가 소원이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아니, 문제가 커진다.불안과 초조함에 진아연은 바닥에 있던 핸드폰을 주워들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내일 결혼식이 시작될 때 그 파일들을 전부 전송해줘요.”지금 이 순간 진아연의 두 눈은 너무도 음험하여 꼭 극독을 지닌 독사의 눈빛 같았다.‘이번엔 반드시 소원을 끌어내릴 거야!'...오아시스 아파트.소원은 이미 짐을 다 정리한 상태였고 내일 아침 이삿짐센터가 오기만을 기다리면 되었다.그녀는 약속을 지켰다. 육경한이 결혼식을 올리기 전날 밤까지 오아시스 아파
느껴지는 통증에 소원은 다시 눈을 떴다. 그러자 육경한의 얼굴이 다시 한번 그녀의 시야에 들어왔고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녀는 믿기지 않는 얼굴로 그를 보았다.“육경한?”그녀는 눈을 세게 감았다가 뜨면서 그가 틀림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 화가 난 듯 씩씩거렸다.내일이면 다른 여자와 결혼하는 남자가 지금 그녀의 침대에 누워있기 때문이다. 너무도 뻔뻔하지 않은가.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를 향해 입을 열었다.“여긴 왜 왔어? 우리 계약 끝난 거 아니었나?”전에 이미 서로 합의했었다. 그가 결혼하면 계약은 끝이라고.그녀는 전부터 오아시스에서 지낼 때 방문을 잠그지 않는 습관을 길들었다.매번 문을 잠그면 육경한은 발로 문을 뻥 차버려 망가뜨리기 일쑤였다. 그리고 그는 벌로 그녀를 괴롭혔다.그 뒤로 그녀는 더는 방문을 잠그지 않았다. 그 덕에 육경한이 아주 쉽게 그녀의 침대까지 올라온 것이다.그래도 어쩔 수가 없었다. 이 집은 애초에 이 남자의 소유였다.그의 도움을 받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이미 그를 쫓아냈을 것이다.소원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낀 육경한은 바로 분노가 치밀었다.그는 몸을 돌려 큰 손으로 그녀의 턱을 잡고 분노를 억누르는 소리로 말했다.“그래서, 내가 지금 결혼했어?”“...”말을 마친 남자는 그녀의 잠옷 바지 사이로 손을 넣으며 익숙하게 움직였다.소원은 그런 그의 행동에 화들짝 놀랐다.“이거 놔!”그녀는 필사적으로 버둥거리며 소리를 질렀다.“내 몸에 손대지 말라고!”그러나 육경한은 아랑곳하지도 않았고 버둥거리는 그녀의 두 손을 한 손으로 결박하여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당황한 소원은 조급한 나머지 이마로 힘껏 그에게 들이받았다.퍽.힘을 너무 세게 써서 그런지 그녀의 이마가 빨갛게 물들었다.육경한의 행동은 멈추었지만, 그녀를 보며 웃고 있었다.다만 그 웃음소리는 그녀를 비웃고 있는 것처럼 들려왔다.“세상에, 소원 씨 정말로 힘이 세네요.”육경한은 일어나 앉아 달칵 소리를 내며 라이터를 켰다.은은한 라이터
그녀가 한 말은 육경한의 자존심을 긁는 말이었다.만약 그럼에도 그녀와 한다는 것은 육경한은 더는 자존심 같은 것을 신경 안 쓴다는 소리였다.그러나 육경한은 체면을 엄청 챙기는 사람이었고 그녀의 행동은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뽑는 것과 같았다.역시나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표정도 딱딱하게 굳어졌다.소원이 예상한 대로라면 그는 아마 문을 쾅 닫으며 떠날 것이다.육경한은 가만히 서서 그녀를 훑어보았다. 자연히 그녀의 미세한 눈빛 변화도 캐치하고 있었다.그 순간 그는 그녀의 생각을 전부 간파했다.소원은 일부러 그의 성질을 건드리고 있었고 오히려 그가 먼저 약속을 어기는 것처럼 상황을 만들었다.그는 손을 뻗어 그녀의 턱을 잡아 올리면서 차갑게 피식 웃었다.“개가 개를 문다는 말을 들어본 적 있어?”소원은 그의 손길이 익숙하지 않아 손이 닿자마자 그녀의 몸엔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너랑 침대에서 뒹굴면 개가 된다고 했으니 그럼 너는...”육경한은 그녀의 허리를 확 끌어당겨 몸에 꽈악 밀착시켜 그녀가 가쁜 숨을 몰아쉬게 했다.남자는 목소리를 낮게 깔며 태연하게 뒷말을 이었다.“암...”뒷말은 저음의 목소리로 말했지만 아주 모욕적이었다.소원의 눈빛이 싸늘해지고 손도 어느새 주먹을 움켜쥐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은 단번에 남자의 욕구를 자극했다.그는 자신에게 반항하는 그녀의 모습을 아주 좋아했다.뭔가 짜릿한 기분이기도 했다.그는 손을 뻗어 그녀를 거울 앞으로 밀었다.이내 남자의 커다란 몸이 그녀의 시야를 가려 버리고 그 순간 소원은 숨을 참아버렸다.“돌아서서 거울을 잡아.”육경한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얼굴에선 아무런 감정도 읽어낼 수 없었다.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민 소원은 입술을 틀어 물었다.육경한은 가만히 모욕을 당하고만 있을 사람이 아니었고 그를 건드린 것에 후회할 정도로 배로 돌려주는 사람이었다.“아버님이 이틀 뒤에 순조롭게 수술실로 들어갈 수 있을까?”그의 말에 그녀의 손은 저도 모르게 커다란 거울을 붙
바닥에 엎드리고 있었던 소우너은 길가에 버려진 유기견처럼 몸을 웅크렸다. 엄청난 위통에 일어서는 것마저 그녀에게 고역이었다.그녀는 힘겹게 일어나려고 했지만, 그 순간 통증은 온몸으로 퍼져 심장마저 누군가가 꽉 쥐어 잡은 듯 아파졌다.최근 위통은 자주 찾아왔다. 그녀는 줄곧 진통제를 먹으면서 겨우겨우 버티며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소진용이 수술하기 전까지 절대 쓰러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 버텼다.그녀는 엉금엉금 힘겹게 침대까지 기어가 서랍에서 약병 하나를 꺼내 약 두 알을 물도 없이 삼켜버렸다.그러나 말라버려 이미 씁쓸함이 느껴지는 목으로 약이 넘어갈 리가 없었다.그녀가 물 마시러 가려고 할 때 거대한 그림자가 그녀의 시야를 가렸다.“뭘 먹은 거지?”남자는 꼭 사나운 늑대 같은 눈빛으로 그녀를 보고 있었다.소원은 저도 모르게 그대로 굳어버렸고 입을 열려던 순간 남자는 그녀가 들고 있던 약병을 빼앗아 갔다. 그는 그녀의 입안에 있던 두 알도 거칠게 빼냈다.반응하기도 전에 육경한은 몸을 틀더니 어디론가 가버렸고 소원은 변기 물 내려가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미친놈이 지금 내 진통제를 변기에 버리려고 한 거야?!'소원의 안색이 더없이 창백해졌다.얼른 일어나 약을 빼앗아 오고 싶었지만, 다리엔 힘이 들어가지 않았고 조금만 움직여도 몸이 찢어지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그녀는 지금이 꼭 죽기 직전인 것 같았다. 몸은 커다란 기계에 깔린 것처럼 아팠다.육경한은 그녀의 곁으로 돌아와 미묘하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말했다.“아무 약이나 막 주워 먹지 마.”소원은 미칠 지경이었다.그 약은 국내에 없는 해외에서 어렵게 공수해온 특효약이었고 그녀의 주치의가 직접 어렵게 구해온 그녀를 살릴 수 있는 약이었다.그런데 육경한이 그 약을 전부 변기에 버린 것이다.입안에 비릿한 피 맛이 감돌았다.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며 그를 욕하고 때리고 싶었지만, 온몸에 힘이라곤 하나도 없었고 그저 그를 노려보는 수밖에 없었다.“육경한, 넌 내가 죽기를 바라는 거야?”
소원은 크게 소리를 내어 웃었다.“내가 하라는 거 전부 할 수는 있고?”그녀는 화장기 하나도 없는 얼굴이었지만 웃고 있는 모습은 아름답기 그지없었다.육경한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으며 차갑게 말했다.“생각해볼 수는 있어.”사실 그녀의 말대로 결혼을 취소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도 했다. 그녀가 그의 아이를 낳아준다고 약속하면 말이다.하지만 그는 오만하고 모순적인 성격이었다. 속으로 생각한 것을 절대 입 밖으로 내지 않았고 그저 겉으로만 타협했다.어쩌면 소원이 마음 약해지게 하는 말 한마디만 했다면 그는 바로 단단한 자신의 껍데기를 깨고 속마음을 보여줬을지도 모른다.“그럼 난 네가 죽어줬으면 좋겠는데, 해줄 수 있어?”“죽을 수 있냐고.”소원은 두 번이나 연달아 물었다. 표정이 진지한 것을 보아 장난이 아닌 것은 확실했다.육경한의 눈빛이 어두워지고 다시 표정이 싸늘하게 변했다.그는 그녀를 빤히 보았다.“그 정도로 내가 싫은 거야?”“응.”소원은 위통에 더는 버틸 수가 없을 지경에 이르렀고 힘겹게 말을 하고 있었었다. 그녀는 육경한이 얼른 할 말을 끝내고 떠나주길 바랐다.“죽으러 갈 때 반드시 진아연 데리고 죽어. 그러면 너희 둘은 죽어서도 부부가 될 수 있잖아.”더는 참을 수가 없었던 육경한은 그녀의 앞에 몸을 굽혀 앉아 갸름한 턱을 잡으면서 이를 빠득 갈았다.“소원아, 대체 누가 너한테 그런 용기를 준 거지? 감히 내 앞에 그런 악랄한 말을 해?!”‘악랄하다고?'그의 말을 들은 소원은 어처구니가 없었다.진찬성이 사람을 보내 그녀를 해치려고 했고 나중에 별장에 그녀를 가둬 폭행했다. 이 일은 분명 진아연과 연관이 있었다.진아연이 이렇듯 악랄한 것은 누구를 믿고 그런 것이겠는가?그녀는 그저 두 사람이 죽길 바란다고 말했을 뿐인데 악랄하다는 소리를 듣게 된다니.그러나 그녀는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악랄하든 잔인하든 상관없었다.그간 육경한이 그녀에게 만들어 준 죄명이 많지 않은가? 그녀는 정말로 하나도 신경 쓰이지 않았다.
그의 하얀 셔츠는 점차 붉게 물들어가고 있었다.붉은 피는 육경한에게 엄청난 충격을 가져다주었다.그녀가 토해낸 피를 보고서야 그는 행동을 멈출 수 있었다.“왜 피를 토해낸 거지?”육경한의 목소리는 전처럼 싸늘하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 떨리는 것 같았다.소원은 피가 잔뜩 묻은 모습으로 입꼬리를 올리며 웃어 보였다.“암 환자는 다 그래. 자주 피를 토해낸다고.”그녀가 웃으면서 말해서 그런지 육경한은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고 그저 그녀가 자신을 일부러 비꼬고 있다고 생각했다.육경한의 셔츠는 그녀의 피로 처참하게 되었다. 소원은 그가 화낼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그녀의 예상과 달리 일어나 욕실로 들어가 빠르게 샤워를 하고 나왔다. 그리고 소원을 안아 욕조에 눕혔다.그가 그녀의 옷을 벗길 때 소원의 몸은 딱딱하게 굳어버렸고 힘겹게 손을 뻗어 그를 밀어냈다.육경한은 그런 그녀의 손을 꽉 잡았다.“움직이지 마. 더럽잖아. 깨끗하게 씻어야지.”목이 너무 아팠던 소원은 그의 말을 무시하고 계속 버둥거렸다.“너한테 씻겨달라고 한 적 없어.”그녀는 혐오의 눈길로 그를 보았다.소원은 오히려 그가 더럽게 느껴졌다. ‘더러운 놈. 이런저런 여자들이랑 침대에서 뒹굴었으면서 성병 옮았나 모르겠네.'육경한은 그런 그녀의 눈빛을 눈치챘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그는 자신이 하려던 일을 그녀의 혐오를 받았다고 해서 멈출 사람이 아니었다.그녀를 안는 것도, 그녀를 씻겨주는 것도, 나중에 아이를 낳는 것도 말이다.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위협했다.“자꾸 움직이면 여기서 해버릴 거야.”“역겨운 놈.”소원은 정말로 그가 혐오스러웠다.육경한은 그녀의 말에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고 그녀의 옷을 벗긴 후 물을 틀었다.그녀의 허리를 잡고 있던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같이 침대에서 뒹굴기도 하고 몸도 이곳저곳 다 만졌으면서 이제 와서 역겹다고?”소원은 아무 감정 없이 자신의 몸을 씻겨주는 육경한에 얼굴이 붉어졌다.그는 그녀의 온몸을 깨끗하게 씻은 뒤 다시 욕조에 물을 채웠다
남자의 혀가 그녀의 입안으로 들어와 억지로 약을 삼키게 했다.소원은 그의 행동에 머리가 어질거렸고 반항할 힘조차 없었다.그렇게 그는 가져온 알약 4개를 전부 삼키게 하고 나서야 입을 뗐다. 그녀의 볼을 누르고 있던 남자는 갑자기 화가 치밀었다.“언제부터 아프면 약 안 먹고 버티는 습관을 길들였지.”소원은 기가 찬 듯 크게 웃어버렸다.“누군 안 먹고 싶었나? 네가 내 약을 전부 버렸잖아.”그가 버린 약은 그녀의 몸에 무리 가지 않게 하면서 통증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었다.그녀도 서현재가 그 약을 어떻게 구했는지 몰랐다. 하지만 서현재는 이 약을 위해 며칠 동안이나 다른 곳으로 출장 갔으니 분명 힘들게 구한 약이라 생각했다.그러나 그 약은 전부 변기로 내려갔다. 꼭 마지막 살길이 막혀버린 것처럼 그녀의 앞길도 캄캄해진 기분이었다.육경한은 소원이 또 그가 버린 피임약을 언급하자 눈을 가늘게 뜨며 그녀의 볼을 잡고 있던 손에 힘을 조금 넣었다.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피임약을 자꾸만 언급하는 걸 보니 그녀가 얼마나 그의 아이를 배기 싫어하는지 알 수 있었다.그는 점차 아이를 낳게 하는 것이 소원을 곁에 묶어둘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전에 유산한 아이가 떠오른 육경한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콩알만 했던 아이가 세상에 나오지도 못하고 하늘나라로 갔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느껴지기도 했다.“그 약을 버린 건 다 널 위해서야.”육경한은 절로 오한이 들게 하는 목소리로 말했다.소원은 두 눈은 빛을 잃어 공허했고 자조적으로 말했다.“그랬군요. 날 위해 버려줘서 정말 고맙네요.”육경한은 그녀의 비아냥에도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그는 한번 결정한 것을 바꿀 리가 없었으니 말이다.어떻게든 그는 소원을 임신시켜 아이를 낳게 할 생각이었다.두 사람은 생각은 완전히 달랐다.소원은 마음속에 커다란 불길이 타오르는 것 같았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 불길은 거세지기만 했다.어릴 때부터 착했던 그녀는 살면서 죄가 될만한 일은 해본 적이
자꾸만 죽는다, 죽는다 언급하자 육경한은 소원이 왜 죽는다는 말에 집착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그는 큰 손을 뻗어 여자의 가느다란 목을 잡으며 억지로 고개를 들게 했다. 그의 입술 사이로 싸늘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그렇게도 죽고 싶은 거야?”남자의 몸에서는 방금 씻은 듯한 은은한 비누 향이 났다. 그 향은 소원이 제일 좋아하는 향이었다.그러나 지금은 너무도 역겹게 느껴졌다. 육경한의 몸에서 나니 말이다.그녀는 울렁이는 속에 이를 악물며 말했다.“내 말은, 난 죽어도 네 내연녀 할 생각 없다는 소리야! 날 그만 좀 괴롭혀!”육경한의 관자놀이가 움찔거렸다. 그는 화가 나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나한테 반항하기 위해 그런 소리를 한 거라고?”소원의 두 눈은 아주 공허했고 화도 내지 않았다.“넌 네가 한 사람의 죽음도 막을 수 있을 거로 생각해?”육경한은 그녀의 말에 화가 나 미칠 지경이었다.정말로 눈앞에 있는 여자를 목 졸라 죽이고 싶은 충동도 생겨났다.그러나 여자의 안색은 그가 봐도 너무도 창백했고 꼭 유리로 만든 인형처럼 살짝만 힘을 주어도 부서져 내릴 것 같았다.순간 그는 화도 낼 수가 없었다. 그녀에게 무슨 말을 해도 전부 상처가 되어 배로 그에게 돌아오는 것 같았다.육경한은 분노에 정신이 아찔해졌다.결국 그는 고개를 숙여 그녀에게 거칠게 키스했다.그녀의 입안을 거칠게 헤집는 것으로 그는 분풀이를 했다.그 순간, 소원은 속이 울렁거렸고 위통이 더 심하게 느껴졌다.그를 확 밀어낸 그녀는 얼른 쓰레기통을 찾아 토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녀는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았기에 그녀가 게워낸 것은 전부 위액이었다.그녀의 행동은 전부 육경한의 눈에 들어왔다.‘내가 토 나올 정도로 싫은 건가?'그의 얼굴이 보기 흉하게 일그러졌다.“그래, 그래, 알겠어.”육경한의 눈빛이 써늘해지고 단단히 증오하는 어투로 말했다.“그런데 어쩌지? 넌 영원히 내 손바닥 안에서 벗어나지 못해!”말을 마친 그는 문을 쾅 세게 닫고 나가버렸